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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선] 의약품 마일리지와 실태조사신용카드 마일리지를 이용한 약국·한약국(이하 약국)과 의약품 유통업체간 리베이트 유착관계를 조사하기 위한 정부 실태조사가 본격화했다.약국 또는 약국장이 사용하는 구매전용과 개인카드의 마일리지, 포인트, 적립금 등의 지급한도를 조사하고 여기서 의약품 유통업체 개입 정도를 파악해 법이 정한 한도를 넘어서면 약국 또한 처벌 대상이 된다.처벌을 목적한 실태조사가 아닌, 법 이행 실태와 사각지대를 들여다보는 게 주목적이지만 보기에 따라 실상은 다르다. 실태조사 결과 리베이트가 의심되면 약국과 유통업체 모두 수사당국으로 넘겨져 이후의 법적 처벌과 소송 등 다툼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작지 않은 파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리베이트 쌍벌제 이후 정부는 제약기업과 의료계의 유착관계를 파헤쳐 리베이트 고리를 끊는 데 역량을 집중해왔다.약국의 경우 의약품 사용이 처방전에 의존해 있고 거래 내역이 비교적 투명한 데다가, 재고약과 반품 문제가 대체로 원활하지 않거나 불균형적인 상황이어서 그간 정부는 약사법상 카드사 1%, 유통업체 1.8%를 마일리지 한도로 설정한 후 별다른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었다. 이는 다시 말해 카드 결재는 약국가 리베이트 쌍벌제 하에서 일종의 매개 역할을 해온, 잠재적인 사정 조사대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그러나 약사들은 항변한다. 대기업에 속하는 카드사들이 법정 한도를 넘어 불법으로 약국에 특혜를 주는 무리수를 둘 리 없거니와, 의약품 거래 규모상 대다수의 약국은 이미 1% 이상의 특혜를 받을 수도, 그럴 기회도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1% 넘게 우대를 받는 개인카드 역시, 카드사 정책상 받는 차등화 된 혜택을 마치 유통업체와 유착고리로 악용해 '검은 돈'을 수수하는 것처럼 매도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 삼는다.물론 이 부분은 순수 카드사의 사업정책이라는 게 확인된다면 논란거리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적립·제공 우대율에서 의약품만 솎아내 분석하는 과정에서 수수액까지 전수조사하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약국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는 게 사실이다.약국가는 수년 전, 이른바 '싼 약 바꿔치기'로 일컬어진 불법 대체청구 전수조사로 오랜 기간동안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당시에도 정부는 공급내역보고와 청구심사 부문을 융합해 실태조사 차원에서 하는 전산조사라고 설명했었지만, 결국 전국 2만여개소 약국의 전수조사로 대파란이 일어났었다. 당시 상당수의 약국은 청구전산상 오기로 인해 소액에서 차이가 벌어지는 어처구니 없는 사례들로 인해 행정처분을 면키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결국 당국은 이 같은 조사 행위가 심각한 행정낭비라고 결론 짓고, 대부분의 약국 소명을 서면조사로 갈음했었다. 약국가는 그 과정에서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힌 트라우마가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 있는 것이다.법이 정한 한도를 벗어난 리베이트는 명백하게 불법이고 엄벌이 수반돼야 한다. 그러나 제도에 대해 뚜렷한 인식 없이 카드사와 유통업체 정책에 '더 좋은 상품'을 골라 이용한 약국들에 대한 제도 교육과 홍보는 염두에 두지 않고 '일단 알아본다'식의 조사는 우려스럽다. 금융당국과 수사당국과 부처 벽을 허물고 문제의 기관을 효율적으로 솎아내 현지조사 하는 방법 등 '선택과 집중'으로 전체 약국의 부담을 덜어줄 다양한 방법이 예비돼 있지 않은 점도 아쉽다. 과거 실태조사의 외피를 덧씌워 진행했었던 대체청구 사태와 오버랩 되는 건 역사는 반복되기 때문이다.2019-02-25 06:13:24김정주 -
[데스크시선] 오너를 위해 몸을 던지는 충성심의 원천「내가 또 주의 목소리를 들으니 주께서 이르시되 "내가 누구를 보내며, 누가 우리를 위하여 갈꼬." 하시니 그때 한 제자 이르되 "제가 여기 있나이다 저를 보내소서." [성경 이사야서 6장 8절]」복음을 전파하는 성업은 항상 고난과 시련이 따른다. 때론 죽음도 불사해야 한다. 교통과 치안, 숙박시설이 잘 갖춰지지 않았던 2000년 전에는 '로즈 로드(Rose Road, 복음 전파의 길)' 과정 중 괴한의 습격을 받거나 사막·바다에서 목숨을 잃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서유기의 주인공 중 1명인 삼장법사가 법화경을 전하러 서역으로 가던 중 겪게 되는 무수한 구도역정이 그 좋은 실례가 아닐까.이 같은 종교적 신념과 기업에 대한 직원의 충성심은 극한의 경지에서 일맥상통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물론 과정·목적론 상에서 자발성과 금전적 보상의 유무 차이는 있을 수 있다. 수년 전, A제약사 총괄본부장의 뜨거운 고백도 신(信)·의(義)·충(忠)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일화다. 해당 제약사가 불법 유통구조로 '환란'을 겪을 당시 쓴 웃음을 머금고, 먼산을 바라보던 총괄본부장의 모습이 아련하다. "오너를 구치소나 교도소로 보낼 순 없지 않겠느냐. 한번 가는 게 무섭지 나처럼 한번 다녀 온 사람은 괜찮다. 그동안 입었던 은혜를 갚을 기회로 생각한다. 비 맞기 전이 두렵지 이미 비를 맞으면 거칠게 없다."B제약사 개발임원과 나눈 대화도 눈길을 끈다. 그 역시 3개월여 동안 구치소 수감 전력이 있다. "어머니에게 수의를 입은 자신의 모습을 보였을 때는 불효 막급의 심정으로 눈물을 펑펑 쏟았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나름 수감생활에 익숙해지더라. 무혐의를 받고 출소하는 날 오히려 상쾌한 심정의 무언가를 느꼈다." 이어진 그의 또 다른 고백도 어느 정도 머리를 끄덕이게 만든다. "현금으로 3억~5억원 정도만 보전해 준다면 최고경영자 보호를 위해 모든 책임을 지고, 1~2년 형을 살 용의가 있다. 우리 같이 작은 회사를 다니면서 단기간에 무슨 수로 수억원을 만져 보겠냐."이런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C제약사와 관련된 추측성 루머도 일말 수긍이 간다. 업계 떠도는 소문은 C제약사 최고경영자 보호를 위해 해당 CSO업체 관계자가 모든 총대를 멜 것으로 회자되고 있다. '친인척 관계로 보인다' '조건부로 수억원 상당을 보상해 줄 것이다' 등등 확인되지 않은 '말말말'이 횡횡하다. 사실이건 사실이 아니건 때론 현실이 더 영화 같을 때가 많다.최근 10년 새, 제약바이오기업에 대한 검경의 리베이트 수사가 한층 강화됐다. 대형·중소제약사 할 것 없이 수사 범위도 전방위적이다. '제약사 리베이트 수사는 털면 다 잡힌다'라는 이상한(?) 학습효과가 생겨나면서 시군구 단위의 경찰서에서 조차 리베이트 수사에 착수했던 사례도 있었을 정도다. 사회 부조리와 불법은 사라져야 하고, 응당 법적 책임을 져야함에는 절대공감하지만 산업의 근간을 흔드는 확장성 정밀수사는 재고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2019-02-18 06:12:28노병철 -
[데스크 시선] 명분없는 제네릭 규제 혼란만 부추긴다정부 규제는 모두 그럴만한 존재 이유가 있다.환경 보호를 위해 자동차의 배기가스 배출기준 규제는 점차적으로 강화되는 추세다. 신약 허가를 받기 위해 전임상, 임상 1~3상까지 거치도록 한 것은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된 의약품만 환자들이 복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최근 제약업계에선 공동생동 규제가 화두다. 정부가 제네릭 난립 대책으로 공동생동 제한 부활 여부를 만지작 거리고 있어서다. 이 규제는 사회적 필요에 의해 한번 시행했다가 폐지된 제도라는 이유로 업계의 관심이 더욱 크다.'공동(위탁) 생동 제한' 규제가 탄생한 배경은 국내 제네릭 의약품의 불신이다. 지난 2006년 생동성시험 데이터가 무더기로 조작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총 307개 품목의 허가가 취소됐다. 이른바 '생동 조작 파문'이다. 식약처(당시 식약청)는 제네릭 난립도 생동조작의 원인 중 하나라고 판단, 생동성시험을 진행할 때 참여 업체 수를 2개로 제한하는 공동생동 제한 규제를 2007년 5월부터 시행했다.하지만 규제개혁위원회의 개선 권고에 식약처는 시행 5년 만인 2011년 11월 이 규제를 전면 철폐했다. 규제가 상식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당시 공동생동 제한은 같은 공장에서 생산하는 똑같은 제품에 대해 임상시험을 별도로 해야한다는 불필요한 규제라는 성토가 업계에 만연했다. 예를 들어 A업체가 5개 업체로부터 위탁을 의뢰받고 총 6개의 제네릭을 허가받을 때 3번의 생동성시험을 진행해야 한다는 의미다. 같은 공장에서 생산하는 의약품인데도 똑같은 절차를 여러 번 거쳐야 하는 상황이 반복됐다.오리지널 의약품을 보유한 B업체가 다른 업체에 포장만 바꿔 새롭게 허가를 받는 위임 제네릭을 내놓을 때 같은 오리지널 의약품 2개를 두고 생동성시험을 진행해야 하는 불합리한 현상도 나타났다.제도 폐지 7년만에 부활 여부가 논의되는 결정적인 배경은 불순물 고혈압약 사태다. 제네릭 개수가 지나치게 많아 국내에서 유독 발암물질 검출 발사르탄 의약품이 많았다는 지적이 만연했다. 만약 공동생동 규제를 재시행하면 허가받는 제네릭이 줄어들어 난립 문제 해결에 기여할 것이란 견해가 제기됐다.공동생동 규제를 다시 시행하려면 명분이 확실해야 한다. 7년 전에 비상식적인 제도라는 이유로 폐지됐지만 달라진 환경에 따라 도입 필요성이 있다면 충분히 재시행을 논의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논리다.공동생동 규제 폐지 당시와 현 시점의 가장 큰 차이는 약가제도다.사실 2011년 공동생동 규제를 폐지할 때는 계단형 약가제도라는 제네릭 진입 장벽이 있었다.계단형 약가제도는 제네릭 진입 시기가 늦을 수록 한달 단위로 가격이 떨어지는 내용이 핵심이다. 최초에 등재되는 제네릭은 특허 만료 전 오리지널 의약품 약가의 68%를 받고, 이후에는 한달 단위로 10%씩 깎이는 구조다.그러나 2012년 약가제도 개편으로 계단형 약가제도가 폐지되면서 시장에 뒤늦게 진입한 제네릭도 최고가격(특허 만료 전 오리지널 의약품의 53.55%)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약가제도 개편 이후 제약사들은 특허가 만료된 지 한참 지난 시장에도 적극적으로 제네릭을 발매하는 패턴이 고착화했다.규개위가 공동생동 규제 폐지를 권고할 당시 “계단형 약가제도가 운영되고 있어 공동생동 규제를 풀어도 제네릭이 무분별하게 진입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취지의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계단형 약가제도마저 폐지되면서 제네릭 진입 장벽이 크게 낮아졌다.다만 폐지된 규제를 다시 부활시키기엔 깊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공동생동 규제의 부활로 제네릭 난립이 억제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물음표다. 만약 하나의 생동성시험에 4개의 제네릭 허가만 허용하면 제약사들이 제네릭 시장 진입을 주저하게 될지 미지수다.공동생동 규제가 재시행될 경우 과학적 상식과 맞지 않는 현상이 재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조약 제조업체가 수탁사업을 활발히 할 경우 포장만 다른 똑같은 약 2개를 비교하는 생동성시험을 진행하는 촌극이 펼쳐질 수 있다.공동생동 규제에 대해 업계의 관심이 큰 이유는 많은 이들의 이해관계와 욕망이 얽혀있어서다.시장 장악력이 높은 대형제약사의 경우 후발주자들의 무분별한 진입을 차단하기 위해 규제 부활이 매력적이다. 대형제약사 입장에선 생동성비용은 큰 부담이 아니다. 반면 자본력이 떨어지는 중소형제약사들은 규제 부활로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위탁사와 수탁사도 사정에 따라 의견이 엇갈리기도 한다. 생동성시험을 진행하는 임상시험수탁기관은 생동성시험 건수가 많아지기 때문에 규제 부활을 적극 반길 수 밖에 없다.정부 입장에서 새로운 규제의 도입은 매우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더구나 한번 폐지된 제도라는 점에서 규제 시행을 위한 명분을 확보해야 한다. 모든 이들을 만족시켜줄 수 있는 규제는 없다. 기업간 새로운 갈등을 유발할 수도 있다.규제 강화 여부를 떠나 목표를 달성하면서도 부작용은 최소화할 수 있는 정교한 대책을 기대한다. 그게 정부가 할 일이다.2019-02-11 06:15:55천승현 -
[데스크시선] 인센티브 1000% 약속 지킨 CEO천하통일의 원대한 서원을 세운 리더라면 필독해야할 서적이 있다. 바로 손자병법, 오자병법, 육도삼략이다. 손무가 쓴 손자병법이 전략·전술의 기술적 응용에 치중했다면 나머지 두 병서는 정신적 가치와 합목적성에 근간을 두고 있다. 손자병법은 대체로 변칙변술로 단기전(속전속결)을 표방한다. 반면 오자병법과 육도삼략은 철저한 사전준비를 통한 중장기전에 유용해 정치, 경제, 군사 등 융합적 사고가 중요시 되는 지금의 리더들에게 더욱 적합한 경영전략서라 할 수 있다.성웅 충무공 이순신이 명량해전 직전 휘하장졸들에게 남긴 말 중 '필사즉생 필생즉사(죽고자 하면 살 것이오,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다)' 역시 오자병법의 구절을 인용한 말이다. 위나라 무패의 장수 오기(吳起)가 쓴 것으로 추정되는 오자병법은 장수와 병사의 충성과 신의와 관련한 다음과 같은 유명한 일화를 가지고 있다.「오기는 한 병사의 상처부위 피고름을 직접 입으로 빨아내며 치료해 주었다. 이 소식을 들은 병사의 어머니가 엉엉 울자 마을사람들이 의아해 하며 물었다. "세상이 우러러보는 훌륭한 대장군님께서 그대의 아들을 어엿비 여기시는데 당연히 감사하고, 기쁘게 생각해야지 무슨 연유로 우는 것이오?" 이에 병사의 어머니는 "오기 대장군은 제 남편에게도 상처를 핥아 주었는데, 그는 오기 대장군의 승리를 위해 기꺼이 전장에서 목숨을 바쳤소. 아들 녀석 또한 대장군에게 은혜를 입었으니 마음속으로 죽음을 각오한 충성을 다짐하지 않았겠소! 어미로서 그것이 슬퍼서 우는 것이오."」강태공과 황석공이 남긴 육도삼략 중 문도편의 내용도 대의(大義)를 강조하고 있다. 의는 충(忠)과 신(信)을 포괄하는 말로 리더뿐 만 아니라 전체 구성원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세상은 군주 한 사람의 것이 아니라 만백성의 것입니다. 이익을 나누려는 군주는 천하를 얻을 것이오, 독식하려는 군주는 모든 것을 잃을 것입니다. 천하의 인심은 어진이에게 돌아가는 것이니 언제나 이 같은 혜안으로 마음을 밝혀야 합니다.」군율이 명확하지 않거나 상벌에 대한 대우가 불공정하면 병사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져 전쟁에 임해 진군나팔이 불어도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 법이다. 이 같은 군대는 어느 전쟁에 출정하더라도 백전백패다. 반대로 장수가 병사를 자식 대하듯 사랑하고, 논공행상이 분명하면 충의 사기는 하늘을 찌른다. 이를 일컬어 병법에서는 부자지병(父子之兵)이라 표현한다.이처럼 군사를 이끄는 장수와 개별 제약바이오기업 컨트롤타워에 있는 최고경영자의 리더십은 둘이 아닌 하나다. 1월은 지난해 영업·마케팅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를 평가·지급하는 시즌이다. 그런데 최근 A바이오기업 영업이사와의 미팅자리에서 귀를 의심케 하는 말을 들어 깜짝 놀랐다. 계약서에 없는 인센티브 1000%(1억원)가 급여통장으로 입금됐음에도 그 기업의 오너는 영업이사가 어찌된 영문인지 묻기 전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통상의 경우, 인트라넷에 대서특필하거나 "더 열심히 하라는 채찍의 의미에서 특별히 주는 거다"는 등등의 상투적이고 부담스러운 부연설명이 따라 붙는다. 여기에 더해 연간 초과이익 분배금(PS), 특별기여금, 생산성 격려금(PI) 등 명목·서류상 복잡한 항목은 덤이다. 그런데 A바이오기업의 경영자는 조금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었다. 어떤 명목의 인센티브냐는 영업이사의 질문에 "지난번에 술자리에서 약속하지 않았느냐. 열심히 노력한 결과에 따른 당연한 보상이다. 항상 고맙다"는 간단명료한 화답을 남겼다.반대로 B제약사 최고경영자의 경우는 듣는 이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회장의 휴대전화 번호를 아는 임원이 사실상 없다. 비교적 규모가 작은 제약사임에도 불구하고, 차·부장급 관리자에게 격려 전화를 건 적이 단 한번도 없다. 임원에게 전화를 하더라도 발신자번호 차단으로 통화를 한다니 미스터리하다고나 할까. 연봉계약에 앞서서는 오만가지 꼬투리로 인상률을 최소화시키거나 삭감한다. 때문에 6개월에서 1년 단위로 임원급 이직이 갖은 편이다.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진지 오래라지만 이런 기업에 과연 누가 오래 남으며 함께 성장하길 바라겠는가. 오기와 강태공이 '이익 분배의 공평성과 신의'를 강조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2019-01-28 14:44:03노병철 -
[데스크 시선] 치열해지는 약사회 자리 싸움꽃피는 춘삼월이면 대한약사회 새 집행부가 출범한다. 또 설 연휴 이후 16개 시도지부도 새 회장이 취임하는 등 인사의 계절이 돌아오고 있다.민초약사들의 관심 밖 일이지도 모르지만 약사회에서 이름깨나 알린 인사들 사이에서는 총회의장, 감사를 누가 맡느냐를 놓고 하마평이 무성하다.하고 싶은 사람은 많고, 자리는 한정되다보니 합의 추대가 아닌 경선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도 나온다.의장단과 감사단은 3년후 선거관리 업무도 하기 때문에 후보자 삼진아웃제 도입 등 선관위의 힘이 강해진 상황에서 숨겨진 요직으로 떠오르고 있다.특히 조찬휘 집행부에서 회관 재건축 가계약, 연수교육비 횡령 사건 등을 조사하며 막강한 힘을 보여준 감사단의 인기도 상종가다.이미 일부 인사들은 대한약사회 감사를 하겠다는 선언을 공공연하게 하고 있고 김대업 당선인측에 노골적인 인사청탁(?)도 있다는 전언이다.차기 집행부도 우호적인 인사로 의장단이나 감사단을 꾸리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이기 때문에 또 다른 고민을 안게됐다.김구 전 대한약사회 작고로 조찬휘 회장의 총회의장이 유력하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김대업 당선인의 측면 지원을 받는 거물급 인사가 출마해 경선으로 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서울시약사회도 마찬가지다. 이미 의장단과 감사단 출마에 나서기로 한 인사들의 이름이 거명되기 시작했다. 누가 가고 누가 남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다.전직 약사회 임원은 "과거에는 의장단, 감사단은 직전 회장이나 회무경력이 많은 선배약사들이 맡는 경우가 많았고 이에 대한 불만도 없었다"며 "그러나 집행부의 회무 파행이 잇달아 터지면서 갑자기 위상이 강화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추대든 경선이든 의장단과 감사단 선출은 사상 유례 없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신·구 주류간 권력 투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약사회무 경력의 최정점에서 마지막 봉사의 미덕을 펼칠수 있는 의장단과 감사단. 할일 많은 약사회에 짐이 되는 건 아니지 걱정이 앞선다.2019-01-27 23:30:22강신국 -
[데스크시선] 건정심 7기 구성을 앞에 둔 단상보건의약계는 유난히 스테이크홀더(stakeholder) 집단이 많은 분야로 유명하다. 굳이 전 영역에 걸쳐 우위를 가늠하더라도 그럴 것이다. 하나의 사안에 공익과 사익, 그 사이 걸쳐 있는 부분이 많아 의사결정에 애를 먹는 일은 흔하디 흔하다.특히 건강보험을 둘러싼 이 분야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그야말로 이해관계자들의 백화점과 같다. 정부와 공급자, 시민사회단체를 포함한 가입자는 같은 공익이라도, 또 같은 공급자와 가입자라도 각론으로 들어가면 주장이 엇갈린다. 이들은 그 위치가 다르더라도 사안에 따라 맹렬하게 부딪히고 또 협력한다.2000년 전국민건강보험이 시작된 이후 건정심은 전신인 건강보험심의조정위원회를 거쳐 2002년 재정파탄을 계기삼아 심의의결 기구로 거듭났다. 그 과정에서 보험료율을 비롯해 관련 주요 사안에 거미줄식으로 관여하게 됐다.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쉬이 합의를 이루지 못하는 상황이 있을 때마다 건정심이 모든 의사를 결정하다시피 했다. 재량권이 커지고 의사결정사안이 늘었다. '모든 것은 건정심에서'란 말은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지금의 건정심은 그렇게 변천해 오늘에 이르렀다.그 사이 외곽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계속되는 비판의 목소리는 크게 두 가지, 즉 구성과 기능으로 나뉜다. 구성의 경우 엄밀히 말하면 논의 내용이 편향되게 흐른다는 비판에서 발현된 것이라 볼 수 있다.수가협상 결렬의 페널티를 부여하고 보험료율이 정해지는 데다가 정부 책임의 결정사항 일부가 건정심으로 넘어오는 데 책임 주체가 모호해졌다. 정부 추천 공익위원이 너무 많아 의사결정에 쏠림과 편향이 있다는 비난까지 더해 비판은 돌림노래처럼 이어진다.물론 주장하는 측의 논점대로 건정심 의사결정구조를 바꾸려면 법 개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결코 쉬운 문제는 아니다. 건정심 개편 주장에 대한 정부의 반론도 상당하고 또 다른 주장도 이어지는 탓이다. 복잡한 스테이크홀더를 지닌 분야의 숙명인 셈이다.많은 지적과 문제의식에도 불구하고 이달 안에 꾸려질 7기의 구성과 기능은 그대로 유지할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각기 다른 계산과 견해를 가진 이해관계자들이 한목소리로 개편을 주장하는 것은 단순히 이익의 주장으로만 볼 문제는 아니다. 시대의 물길이 변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그 측면에서 건정심의 역할과 기능, 구조에 대한 '개선'을 고민하는 일은 필요한 숙제 아닐까.2019-01-14 06:20:31김정주 -
[데스크 시선] 신약 R&D 성과? 돈이 말해준다연초부터 글로벌 시장에서 초대형 딜이 성사됐다.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이 세엘진을 깜짝 인수했다.BMS가 주식과 현금 거래를 통해 세엘진 인수에 들이는 비용은 무려 740억달러(약 83조원)에 달한다. 글로벌 제약산업 역사상 손에 꼽을 정도 규모의 ‘세기의 딜’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국내 완제의약품 전체 생산실적의 4배가 넘는 금액을 1개 기업 인수에 쏟아부은 셈이다. 심지어 세엘진의 부채 규모를 고려하면 BMS가 실제로 부담하는 금액은 훨씬 크다고 한다.BMS가 천문학적 비용 지출을 결정한 이유는 세엘진이 보유한 R&D 파이프라인의 매력이다. 세엘진은 블록버스터 약물 레블리미드 이외에도 암, 면역질환, 심혈관질환 분야에서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다수 보유 중이다.세엘진이 크론병치료제로 개발 중인 오자니모드, CAR-T 세포치료제 JCAR017와 bb2121, 적혈구성숙약물인 루스패터셉트, 골수섬유증 치료후보물질 페드라티닙 등 5종의 순현재가치가 200억달러(약 22조원)가 넘는다는 분석도 있다. 2024년 이들 5개의 제품의 매출이 5조원 이상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기도 한다.지난해 일본의 다케다제약은 샤이어 인수를 위해 590억달러(약 67조원)의 투자를 결정했다. 샤이어 인수를 통해 희귀질환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보강,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다.글로벌 기업들의 빅딜이 해피엔딩으로 끝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신약 R&D 역량이 경쟁력을 갖춘다면 상상 이상의 돈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교훈이다. 차별화된 경쟁력은 결국은 시장에서 평가를 해준다는 의미다.국내기업은 아직 글로벌 무대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는 못했지만 지난 몇 년간 엄청난 가능성을 보여줬다. 2015년 한미약품이 촉발시킨 초대형 기술이전 계약은 지난해 SK케미칼, JW중외제약, 유한양행 등이 바통을 이어받았다.올해는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그동안 쏟아부은 R&D 노력을 수확하는 시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SK바이오팜, 대웅제약, GC녹십자, 한미약품 등은 자체개발 의약품의 미국 허가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기존에 다국적제약사에 기술을 넘긴 신약 과제의 상업화를 위한 개발 여정도 관심이 모아진다.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개발한 바이오시밀러는 유럽과 미국에서 수많은 다국적제약사들과 전면전을 치른다.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본격적인 경쟁체제로 진입한데다 초반 성적표가 시장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례없는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최근 국내 주식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신라젠, 바이로메드, 에이치엘비생명과학 등은 올해 R&D 역량을 판가름할 수 있는 핵심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한다. 메디톡스, 휴젤 등 국내 간판 보툴리눔독소제제 기업들도 자체 개발 제품의 미국 진출 행보에 속도를 낸다. 글로벌 신약을 표방한 수많은 바이오기업들도 점차적으로 불확실성을 해소할 근거를 제시할 전망이다.다시 말하면 올해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 중 옥석을 가릴 수 있는 중요한 시기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동안 기업들이 제시한 비전이 과연 현실 가능성이 있는지, 예고한 것처럼 장밋빛을 띠고 있는지, 아니면 실체 없는 뻥튀기였는지 등이 검증될 수 있다는 의미다.모든 기업들의 성공을 낙관하기는 힘들다. 실패를 부르는 변수는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예상치 못한 초대형 딜이 성사될 수도 있지만 일부 기업은 쓴맛을 볼 수 밖에 없다.제약산업에서 R&D는 과학이다. 우수한 기술이 좋은 임상 데이터로 이어지고 큰 돈을 가져다준다. 과학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시장의 평가는 냉정하다. 아무리 기술이 우수해도 치명적인 한계를 노출하거나 개발 시기가 늦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외면받을 수 밖에 없다.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그동안 제시한 청사진을 결과로 입증해야 할 때다. 상업적 성공이나 글로벌 빅딜과 같은 눈에 보이는 수치가 성패 여부의 척도다. 우리나라에서도 세엘진과 같은 천문학적 규모의 몸값을 지닌 업체가 나타날 수 있길 기대해본다.2019-01-07 06:10:07천승현 -
[데스크시선] 제약기업, 슈프림 리더 탄생 기대한다6000년 인류 역사를 놓고 보더라도 성현과 영웅으로 추앙받는 인걸은 손에 꼽을 정도다. 우리나라만 따져 봐도 마찬가지다. 수 만 명의 왕후장상이 시대를 호령했지만 뇌리를 파고드는 특출한 호걸은 흔치않다. 공인된 4대 성인, 부처·예수·공자·소크라테스를 비롯해 화폐에 얼굴을 올린 세종대왕, 이순신 장군, 율곡 이이, 퇴계 이황 등 20명 남짓의 인물 정도가 당시대와 작금의 대중들에게 호평·추앙받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배율을 높여 현미경으로 의학계를 조명하면 누가 있을까. 히포크라테스, 슈바이처, 화타, 허준 정도를 들 수 있다. 그런데 재밌는 점은 대상인(기업인)은 역사의 한 획을 긋거나 국민적 존경을 받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왜 일까. 기업의 제1 목적은 영리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돈을 벌여야 영속할 수 있다. 부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구성원의 희생이 따른다. 구속과 폭압도 있기 마련이다. 물질계 최고의 선(善)인 돈은 '땀과 노력' '탐욕'이라는 이중성을 가진다. 합일을 이루지 못하고 양극단에 치우치게 되면 쓰러지기 마련이고, 언제나 불협화음의 연속이다. 그곳에 존경과 사랑이 존재하기 만무하다.우리나라 제약기업의 역사는 100년 남짓이다. 대중의 귀에 익은 기업은 코스피·코스닥 상장 제약사 80곳 내외라 표현해도 무방하다. 창업자는 말할 것도 없이 바통을 이어받은 2·3세 최고경영자 모두 자사 발전과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소위 말해 술만 마시고, 놈팡이처럼 어영부영 대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제약기업 오너들의 리더십 스타일도 다양하다. 장비형 용장(勇將), 관우형 지장(智將), 유비형 덕장(德將) 그리고 사마의형 복장(福將)이 그것이다. 이 모두를 겸비하면이야 천하무적이겠지만 유사 이래 그런 실례를 찾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리더십 유형은 복장형 리더다. 이른바 하늘에서 부여받은 천복(天福)을 타고난 기업가, 정치인, 장군 등을 일컫는다. 삼국지연의나 손자병법에서도 복장을 우회적 또는 직접적으로 표현하며, 최상위 개념으로 인식하고 있다.그렇다면 무엇이 그토록 복장 그 자체를 천부적 리더로 인식시키고 있는가. 사례를 들어 보자. 제갈공명의 계책으로 사마의 삼부자는 삼방계곡에 갇혀 화공(火攻)에 의해 그대로 운명을 달리할 처지 놓였지만 마른하늘에 구름이 운집해 폭우를 내려 구사일생으로 탈출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위·촉·오 삼국을 통일한 인물은 유비도, 조조도, 손권도 아닌 사마의의 손자 사마염이다. 돈키호테는 왜 기사로 기억되지 않는가. 왕이 그에게 기사작위를 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대통령과 재벌의 아들·딸로 태어났다고 해서 아무나 복장의 권리를 누린다고 해석하면 곤란하다. 금수저는 금수저일 뿐 여기서 말하는 존경의 대상이 아니다.서양철학사에서 슈프림 리더(Supreme Leader)란 최고의 덕망과 역량 즉 용(勇)·지(智)·덕(德)·복(福)을 고르게 갖춘 리더 중의 리더를 뜻한다. 제약산업 100년 역사 속에서 후대에 영감을 주고, 희망의 불씨를 남겨 놓은 슈프림 리더는 누가 있을까. 아마도 유한양행 창업자 고(故) 유일한 박사와 동아제약을 국민기업 반열에 올려놓은 오너 2세 강신호 회장이 아닐까.이들의 공통분모는 부의 사회 환원과 인재양성을 위한 교육사업과 장학재단 운영 그리고 직원을 배려할 줄 아는 심성의 소유자라는 점이다. 2019년 새해에는 직원의 강요된 희생과 노력보다 최고경영자들의 솔선수범과 진심어린 소통으로 제약기업을 성장시켜 나가는 '소리 소문없는 슈프림 리더'들이 더 많이 생겨나길 기대해 본다.2018-12-31 06:19:00노병철 -
[데스크시선] CEO 천태만상...대인배와 소인배세상을 살다보면 다양한 지위와 성격의 소유자를 접하게 된다. 우리는 사람과 사람의 만남에서 '알게 모르게' '좋든 싫든' 서로 면접을 본다. 여기에서 면접은 입사를 위함이 아닌 평가 그 자체를 뜻한다.흔히 '그분은 국(局)이 참 넓은 분이야!' '그 사람, 국(局)이 형편없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국이란, 풍수도참 용어로 명당에 흐르는 물과 그 주위의 형세가 합해져 이룬 자리 즉 풍수지리의 가장 중심이 되는 부분을 말한다.명당은 혈(穴)을 기준점으로 조산의 산세가 웅장하고, 청룡·백호의 균형과 안산의 평온을 그 조건으로 한다. 하지만 형세를 잘 갖췄다 해서 모두가 명당은 아니다. 혈자리에 좋은 기맥이 흘러야 한다. 이 기혈은 육안 감별이 불가능한 특징이 있다. 오직 신안(神眼) 또는 도안(道眼)을 가진 덕망있는 대풍수와 인연있는 주인이 나타나야만 비로소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낸다.사람 됨됨이를 판단하는 기준은 다양하다. '외모가 준수한지' '마음가짐이 성실한지' 등등. 여기서 주목할 점은 눈으로 보이는 외모는 풍수에서의 사방신(현무·주작·청룡·백호)에 해당한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는 말과 견주어 설명하면 이해가 빠를까. 다만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은 그 사람이 가진 마음의 자세와 성품이다. 풍수에서 말하는 정혈과 같다. 영화배우 같은 외모와 범접할 수 없는 학력을 가졌어도 성격 파탄자라면 배우자나 친구로 인연을 맺거나 기업 입장에서 직원으로 채용하기 곤란한 것과 비슷한 이치다. 정혈이 아닌 곳은 패가망신의 자리요, 사람을 잘못 사귀거나 엉뚱한 지원자를 채용해도 낭패를 본다.직업 특성상 제약기업 최고경영자와 접할 기회가 많다. 미(美)의 기준은 주관적이지만 흔히 장동건과 배용준을 능가하는 외모를 가진 훈남 CEO도 적지 않은 반면 작은 키에 배불뚝이 대머리 아재 스타일 또는 사천왕처럼 무섭게 생긴 오너도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부분은 외모와 인격을 겸비한 CEO가 흔치 않다는 점이다.국내 굴지의 A제약사 오너와 관련된 일화다. 이 제약사에서 10년 넘게 요직에서 근무한 모 부장이 개인사유로 퇴사했다. 얼마 후 비서실장이 사직한 부장의 자택 인근 커피숍으로 찾아와 회장님의 작은 마음이라며 촌지를 건넸다. 봉투 안에는 3000만원이 들어 있었다. 회장과 부장의 역학관계는 알 수 없지만 그야말로 '통큰 촌지'가 아닐 수 없다. 현상론만 놓고 보면 A사 회장은 국이 큰 인물이다. 명예퇴직 시, 3개월분 급여를 '주네, 안 주네' 실랑이를 벌이는 일련의 사건과 비교하면 말이다.B바이오기업 회장은 살신성인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한 달이면 2~3번을 미국, 싱가포르, 중국 등지로 출장이 갖다. 눈여겨 볼 점은 상당한 재력가임에도 불구, 본인은 이코노미 좌석을 고집한다. 반면 직원들을 위한 근무 환경과 복지 혜택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 몇몇 바이오제약사 오너들은 특례상장 후 줄곧 마이너스 실적을 기록해도 초호화 펜트하우스, 최고급 승용차, 퍼스트클래스를 즐기는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사례와는 차원이 다른 경영철학을 실천하고 있다.300억 외형의 C제약사 대표와 점심을 함께할 때의 일이다. 문득 어딘가에 전화를 걸더니 '지금 바로 자신의 차를 세차하고, 기름을 가득 채우라'는 지시를 하고 뚝 끊어 버리는 것 아닌가. '전속운전기사와 통화 했냐'고 조심스럽게 물으니 '총무팀장과 통화했다'는 의외의 대답이 돌아 왔다. 그날 이 회사의 총무팀장은 점심을 거르지 않았을까.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갑질이 아닐 수 없다.D제약사 사장은 탤런트 외모에 걸맞지 않은 경박자에 가깝다. 공적인 저녁 만찬에서 술에 취해 "우리 집 사람은 내 돈 보고 결혼했다" "조금 있다가 내 순서인데, 나는 축사같은 거 싫어하니까 20분 있다가 다시 들어 와야 겠다"라는 등 이른바 '할 말' '안 할 말' 도를 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야말로 인물이 아깝다.면접 평가는 면접관 고유의 권한이다. 내가 면접관을 평가함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국(局)도 마찬가지다. 간혹 지관들 사이에서도 무맥지를 명당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대명당은 자체 발광한다. 사람이 스스로 모여 들고, 그 그늘 아래서 살아가기 마련이다. 이 시대 서울이라는 메트로폴리스가 그러하지 않은가. 기업 최고경영자가 갖춰야 할 덕목도 이와 다르지 않다. 사람의 국을 키우는 것은 곧 혜량을 넓히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가장 빠른 길은 부단한 독서와 훌륭한 보좌진을 옆에 두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자신의 국을 반추하고 헤아려 전인격적 세계관을 가진 CEO로 거듭나는 단 하나의 방법이다.2018-12-20 12:22:00노병철 -
[데스크시선]'케어 코디네이터'에 제외된 약사직능동네의원의 만성질환 관리 체계화를 위해 채택된 '케어 코디네이터'에는 제도 설계부터 약사 직능이 빠져 있었다.정부는 최근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시범사업을 기획하고 참여지역 공모를 진행 중이다.이 시범사업은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적절한 처방과 투약, 질병·건강과 관련한 교육을 제공하는 지역사회 일차의료 시범사업과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활용해 혈압·혈당을 지속 관찰·관리하는 만성질환 관리 수가 시범사업을 통합하는 것이 골자다.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이 만성질환관리와 관련된 흩어져 있는 유사 정책제도를 동네의원급으로 통합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힌 지 1년만에 실행에 옮기는 사업이다. 여기에는 기존 질병관리계획인 '케어플랜'을 보완하는 한편, 환자 상태 점검·평가 과정이 추가됐으며 교육상담 방법과 내용이 다양화 됐다.특히 두드러지는 부분은 '케어 코디네이터'다. 동네의원에서 보다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기관별로 선택할 수 있는 전문인력인데, 간호사가 주 직능이며 영양사도 포함시켰다. 그런데 여기엔 약사 직능이 아예 제외돼 있다. 예시 직능에도 빠졌다.우리나라 만성질환 관리는 고혈압과 당뇨병이 대표적 질환 군이다. 질환 특성상 거르지 않고 제대로 약제를 복용하는 투약관리가 기본이다. 이 때문에 건보공단은 의료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대한약사회와 '올바른 약물 이용지원사업(일명 '방문약사제도')'을 위한 협약을 맺어 투약관리 시범사업을 기획하기도 했었다.이 외에도 약료사업은 꽤 많이 이뤄져왔다. 2013년부터 서울시에서 진행 중인 세이프약국사업을 비롯해 2014년 건보공단 만성질환자 적정투약관리사업과 질병관리본부의 고혈압·당뇨병 등록관리사업 등이 그것이다.지역 고·당관리 특화 약국의 대표적 사례들도 많다. 투약관리표와 만성질환자 관리수첩, 재방문일 관리는 기본이다. 요양기관과 거리가 먼 지역의 경우 재방문 동반자 만들어주기 등 세밀한 부분의 역할도 지역 보건(지)소와 함께 약국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은 투약관리의 중요성과 약국의 역할이 적지 않음을 대변해 준다.그러나 이번 정부 시범사업에서 투약관리와 자원연계에는, 환자가 필수적으로 방문해야 하는 약국의 역할이 아예 언급되지 않았다. 진단과 치료, 복약지도와 투약관리, 생활습관 영역을 환자 중심에서 총체적이고 유기적으로 관리하는 기본 목적에 투약관리의 영역은 약사직능이 최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사직능 왜 빠졌을까.결국 수가 보상문제로 귀결될 얘기다. 물론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을 통해 일부 약국은 안정적인 처방전 유입을 예견할 수 있다. 만성질환자 유병률은 앞으로도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수입의 문제라면 처방의존도가 높은 약국은 입지에 따라 충분히 안정적 수입이 보장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그러나 여기서 단순 수입과 수가 보상을 배제하자. 우리는 가장 중심인 환자를 케어하는 역할로서 약국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약국 투약상담과 관리는 단순 복약지도 이상으로, 환자들의 잘못된 투약습관에 직접 개입해 관리하고 약물부작용 모니터링과 거점 보고까지 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로 이뤄져 있다. 약물부작용보고는 피해사례 구제뿐만 아니라 허가사항변경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역할로, 거점 의료기관과 약국이 두 축을 이뤄 움직인다. 이는 약물 순응도와 부작용을 파악해 관리하는 일이다. 즉 지극히 환자 중심의 순환구조라는 것이다.정부는 '케어 코디네이터' 활용을 언급하는 대목에서 기본적인 간호사 업무 외에도 환자 모니터링과 상담, 자원연계, 생활습관 개선 교육 등의 업무를 언급했다. 그간 투약관리 시범사업과 연구, 약료사업을 미뤄볼 때 현재 정부가 언급한 이들 업무 중 약사직능과 동떨어진 부분이 있는 것일까. 일차의료를 살리고 질 향상을 도모해 건강보험 재정을 아끼고 환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야심차게 설계한 이 제도는 설계 첫 단추부터 의문부호 투성이다.2018-12-17 06:10:11김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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