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선] 신약 개수 세는 시대는 지났다
- 천승현
- 2019-05-30 06: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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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바이오신약 ‘인보사케이’가 연일 화제다.
'국내 최초 유전자치료제'라는 화려한 간판을 달고 세상에 등장한지 2년 만에 ‘성분 변경’, ‘허위 자료 제출과 은폐’ 등의 오명을 쓰고 사라져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인보사는 국내개발 신약 중 처음으로 강제로 퇴장당하는 불명예 기록마저 안게 됐다.
이른바 ‘인보사 스캔들’을 두고 바이오기업의 도덕성 또는 보건당국의 허술한 허가체계를 꼬집는 시선이 많다.
하지만 이쯤에서 우리가 그동안 신약이라는 단어에 너무 큰 환상을 불어넣은건 아닌지 되짚어보고 싶다.
국내제약사는 1993년 ‘선플라’를 시작으로 26년 동안 28개 신약을 배출했다. 하지만 냉정하게 실제로 ‘신약’이라는 단어에 걸맞는 설렘을 줬다고 평가받는 제품은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환자들에게 그만큼 파격적인 치료효과를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약의 사전적 의미는 ‘새로 발명한 약’이다. 국내기업이 내놓은 신약은 말 그대로 ‘새로운 약’일뿐 환자들에게 획기적인 희망을 주기엔 다소 역부족이었다.
그동안 국내제약사가 신약 허가를 받을 때마다 ‘국산신약 OO호’라는 화려한 타이틀을 부여받았다. 마치 어떤 특권을 깆는 ‘로열패밀리’의 새로운 가입처럼 보였다. 신약 허가는 해당제약사의 주가에도 호재로 작용했다.
허가를 내주는 보건당국도 신약 개수를 카운트하며 본질적인 가치보다는 환상을 부추긴 측면이 있다. 보건당국이 신약 허가 성과를 제약사와 공유하면서 같이 축포를 터뜨린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다.
“식약처는 지난 ‘14년부터 바이오업체의 개발을 지원하기 위하여 ‘마중물사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번 유전자치료제도 ‘마중물사업’을 통해 품질관리 기준 설정 등에 대한 밀착상담을 받아 개발 과정 중 시행착오를 최소화 할 수 있었다.” “이번 신약은 식약처 ‘팜나비 사업’ 지원 대상으로써, 임상시험 설계‧수행부터 허가에 이르기까지 맞춤형으로 밀착 지원하였다.”
각각 식약처가 인보사와 올리타의 허가소식을 알리며 배포한 보도자료에 언급한 문장이다. 올리타는 인보사와는 상황은 많이 다르지만 시장성 등을 이유로 개발이 중단됐다.
식약처는 항생제신약 시벡스트로 허가를 소개하는 보도자료에서 “이번에 허가한 신약은 기존 항생제 내성균(MRSA) 피부감염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시벡스트로는 약가 등을 이유로 허가받은지 4년이 지나도록 출시되지 못했다.
인보사는 국내기업이 개발한 세포치료제 중 유일하게 신약으로 인정받은 제품이다. 약사법에서 신약은 ‘화학구조나 본질 조성이 전혀 새로운 신물질의약품 또는 신물질을 유효성분으로 함유한 복합제제 의약품으로서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지정하는 의약품’으로 정의된다.
세포치료제는 우리 몸에 존재하는 물질을 이용해 만들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신약으로 지정받기는 어렵다. 대표적인 사례가 줄기세포치료제다. 국내기업은 총 4개의 줄기세포치료제를 허가받았다. 줄기세포치료제는 새로운 형태의 약물이지만 신약 타이틀은 주어지지 않았다. 새로운 물질로 구성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줄기세포치료제의 경우 사람의 몸 속에서 채취한 줄기세포를 분리·배양한 이후 다시 치료 부위에 투여하는 방식이다. 이미 인체에 존재하는 물질을 활용했기 때문에 줄기세포치료제가 신약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이에 반해 인보사의 경우 ‘TGF-β1 유전자가 기존에 존재하는 물질이지만 이 유전자를 세포에 인위적으로 집어넣었기 때문에 본질 조성이 새로운 약물’이라는 이유로 신약 지위를 부여했다는 게 허가 당시 식약처 측 설명이다. 신약 간판을 달만큼 충분히 매력있는 약물이라는 얘기다.
결과적으로 인보사는 신약이라는 화려한 타이틀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유전자치료제가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가장 큰 이유는 기존에 치료제가 없는 희귀난치성 질병에 새로운 해결책을 줄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인보사는 연골 재생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지만 증상 개선 효과가 확인됐다는 이유로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인보사의 허가는 그동안 우리 보건당국이 신약을 허가해주는 원칙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보건당국은 허가 요건을 갖춘 신약을 승인해주되, 시장에서 냉정하게 평가를 받도록 했다.
그동안 허가받은 대다수 국내개발 신약은 허가 요건은 충족했지만 파격적인 가치를 갖추지 못했다. 그래서 많이 팔리지 못했다. 인보사는 퇴출됐다.
딱히 누가 나쁘다고 얘기하고 싶지는 않다. 그만큼 국내 기업의 연구개발 역량이 부족했다는 뜻이기도 하고, 보건당국도 국내기업의 노력이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싶었을 것이다.
국내 기업들과 보건당국이 과연 신약의 본질적인 가치와 역할을 애써 외면했던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이제는 신약이라는 단어가 갖는 상징성보다는 가치에 집중해야 한다. 지금까지처럼 신약 개수를 세기보다는 신약 가치에 대한 눈높이를 높일 때도 됐다. 냉정해질 때다. 시행착오는 이만하면 많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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