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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사람 교체하고 장기간 신약투자 가능?작년 개별 제약기업들의 영업실적은 나쁘지 않았지만, 왠지 실패한 해처럼 느껴진다. 신약 연구개발 분야에서 뚜렷한 성과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한미약품으로 대표되는 신약개발 기업들의 부진이 분위기 침체에 전반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생각된다. 또 한가지, 실패 분위기를 찾자면 교체되는 연구수장들 때문이다. 올해 주요 대형 제약사들이 잇따라 연구수장을 교체했는데, 세대교체의 신호탄일 수도 있으나, 기존 R&D 전략의 실패 고백같기도 하다. 연구수장 교체는 연구개발 방향과 파이프라인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친다. 몇몇 기업은 이미 새로운 R&D 파이프라인으로 채워지고 있다. 안 되는 연구개발 과제는 과감히 포기하고, 새로 시작하는 것도 좋다. 다만 우려스러운 점은 젊은 오너나 CEO들이 당장 성과에 급급해 R&D 전략에 단기간 변화를 주는 것이다. 잘 알다시피 신약개발은 시간과 돈의 싸움이다. 최소 10년은 보고 꾸준히 투자해야 결실을 맺을 수 있다. 그런데 자리보전에 급급한 젊은 오너 그룹이나 CEO들이 이같은 장기간 투자를 해나갈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올해 주요 제약사들의 연구수장 교체도 그래서 좋아보이지만은 않는다. 물론 혁신과 세대교체 차원의 목적이 있을터. 또 오너가 확고한 신념을 갖고 인력교체와 상관없이 변함없는 R&D 투자 의지를 보인다면 별로 문제될 게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오너와 맞지 않아서, 한번 실패해서 등 이유로 연구수장이 교체됐다면 그것이 올바른 R&D 방향에 부합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러지 않아도 오너가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기존 연구진들이 물갈이되고, 파이프라인도 새로 구성되는 일들을 빈번하게 찾을 수 있다. 비단 오너나 CEO만의 문제는 아니겠지만, 신약 R&D에 승부를 걸었다면 보다 신중하고, 인내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그게 아니라면 사실 신약개발 한다고 돈 쓰지 말고, 제네릭이나 개량신약에서 수익 창출하는 게 회사 구성원 입장에서도 더 나아 보인다.2017-03-13 12:14:50이탁순 -
[기자의 눈] 약국 자동화·전산화, 선택 아닌 필수다약국 POS 설치율은 얼마나 될까. 공식 집계는 없으나, 대략 20~30% 정도로 짐작된다. 낙관적으로 보아도 30%를 채 넘지 않는다고 약국 관계자들은 추정한다. 전국 2만여개 약국 중 POS를 설치한 약국은 5000개 정도되는 셈이다. 약국 탐방 취재에서 만난 한 젊은 약사는 "상점 인테리어가 수십년 전과 비교해 변하지 않은 곳은 철물점과 금은방, 약국 뿐"이라고 말했고 한 업계 관계자는 "요즘은 구둣방에서도 POS로 계산을 하는 곳이 있다"며 약국 시설과 이미지가 철저히 낙후돼있다고 꼬집었다. 사람이나 장소나, 사회가 변하지 않는 이유는 언제나 '지금 이대로 충분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동진 영화평론가는 인간을 두고 '죽을 정도로 힘들지 않으니 변하지 않는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약국은 변함없는 인테리어와 POS 없는 시설로도 충분했다. 처방전을 받아 조제를 하고 OTC를 판매하는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강산은 변했다. 약국은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소비자들이 먼저 더 깨끗하고 전산화된 약국을 선택하는 것은 물론, 정부와 약국 관련 업체들이 약국이 전산시스템을 갖추도록 권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법인약국 추진은 약국가에 커다른 충격을 주며 일부 약국이 선진화되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POS조차 설치되지 않은 약국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약국이 변화하는 제도와 달라지는 의약품 시장에 어떻게 신속하게 대처할 지 설득하기는 힘들다. 때마침 베스트시스템, 크레소티와 같은 관련 업체들도 새로운 프로그램을 잇따라 내놓으며 약국 문을 두드리고 있다. POS는 물론 이제 자동주문시스템도 등장했다. 약국 업무가 줄어들 것은 물론 전산으로 관리하는 약국은 전보다 더 효율화될 것이라 기대된다. 한 업체 관계자는 말했다. 지금 약사들은 너무 일이 많고 힘들다고. 전산화, 자동화를 통해 약국의 잔무를 줄이고 약사가 조금 더 편하고 만족스럽게 약국을 하면 좋겠다고 말이다. 인테리어에 공 들이는 약사들이 하나같이 '손님도 좋지만 우선 하루종일 약국에 있는 내가 좋자고 했다'고 말하는 걸 보면 약국이 전산시스템을 갖추는 일은 외부의 요구와 소비자 만족 이전에 사용자인 약사에게 먼저 가장 큰 만족감을 주는 일이다.2017-03-09 06:14:50정혜진 -
[기자의 눈] 일련번호 의무화, 완성을 위한 과제의약품 유통분야 일련번호 의무화가 4개월도 채 남지 않았지만 도매업계 반발이 여전하다. 제약업계에 비춰보면 시스템 완비와 정합성을 맞추기 위한 준비과정이 반년 이상 소요되는데 진행이 순탄치 않아 우려를 낳고 있다. 정부가 유통투명화와 안전한 의약품 투약을 위한 위해의약품 척결을 위해 8년 여에 걸쳐 추진해온 일련번호 의무화. 추후 일반의약품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은 수용성 저하로 그 첫 단계부터 난항 중이다. 의약품 일련번호 의무화 사업은 제약산업 육성과 유통투명화의 일환으로 구상됐지만, 이를 주도한 부처는 보건복지부가 아닌 당시 지식경제부였다. 지경부는 당시 신개념 유통 시스템인 RFID를 제약산업에 활용한 산업 지원을 목적으로 시범사업 비용을 담당했다. 그러나 제약 전반으로 볼 때 시범사업을 제외한 나머지 업체들은 전액 자사 부담으로 투자를 진행해야 했고, 비용과 인력, 업무 체계 변화 등 일대 변화를 요구하는 정책사업에 부정적일 수 밖에 없었다. 아무리 의약품 산업의 공공성이 중요시 된다고 할 지라도 민간기업은 투자비용 최소화를 기본으로 한다. 일찍이 RFID를 적극 수용했던 주류와 의류업계는 유통 규모도 컸지만 소위 '짝퉁'이 남발했던 유통 특수성때문에 투자비용이 크더라도 업계들의 참여와 투자가 높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규제중심의 의약품 산업은 위조약 위험이 국제적으로 비교해도 크지 않아 제약 전반에 RFID를 채택하기에는 무리가 따랐던 것이다. 시범사업 컨소시엄에 참여하지 않은 제약사 대부분이 2D 바코드를 차선으로 채택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여기서부터 도매 일련번호 의무화의 문제가 시작된 것이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RFID와 2D 바코드를 모두 읽어 입·출하해야 하는 도매는 리딩의 완벽성이 내부 입력과 의약품관리종합정보센터로 전산 즉시보고의 성패를 좌우한다. 현재 입·출고 물량을 소화하는 시간 안에 월보고를 일보고로 체계를 바꿔야 한다면 리더기 투자보다 인건비 문제가 심각할 수 밖에 없다. 일련번호 의무화 자체로만 본다면 정책 수용성의 최대 걸림돌이다. 수용성과 함께 정부에 대한 신뢰성이 저하된 점도 문제다. 정책 예고만 8년 간 지리하게 이어지면서 업계 전반에 '과연 정책이 실현될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됐고, 직면한 상황에 이를 때까지 연기 또는 폐지 목소리가 거셌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정부는 현재 제약계와 도매를 별도로 만나 가교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정책을 이끌고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 입장과 촉박한 상황에서 차선의 행보라 할 수 있겠지만 맥락이 맞는 지는 의문이다. 도매업계 요구사항들이 오롯이 제약사들의 자사 부담 투자로 이어지기 때문에 상당부분 제약사 수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시간은 남았다. 도매 일련번호 의무화는 얼마 남지 않았어도, 실제 행정처분 적용시점(2018년)을 감안하면 9개월 가까이 시간은 있는 셈이다. 일련번호 의무화의 완결이 도매·유통 단계 적용이라면, 이제 정부가 실질적으로 지원 가능한 방책을 내놔야 할 것이다. 제약사의 설비 추가투자나 제약 또는 도매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방안은 민간기업 생리상 반발만 더 키울뿐이다. 예를 들어 도매 일련번호 의무화 행정처분 적용직전 등 한시적이라도 일정 기준에 따라 업체별 준비에 무리가 없도록 재정 또는 인력 등 효율화 정비에 직접적인 지원을 강구해야 할 때다. 최근 정부와 정보센터는 유통업계 요구사항을 수용할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도매업계에 재차 전달한 바 있다. 수용성을 높이는 과정에 설득이 필요하고, 납득이 전제돼야 한다. 설득에는 은유도 필요하지만 직설도 필요한 법이다.2017-03-06 06:14:50김정주 -
[기자의 눈] '셀프디스'의 오류에 빠진 길리어드춘추전국시대 초나라에 창과 방패를 파는 장사꾼이 있었다. 그는 시장에서 "내 창은 어떤 방패라도 단번에 뚫을 수 있을 만큼 예리하다"고 큰 소리로 외쳤다. 이어서 방패를 들고는 "내 방패는 견고해서 어떤 창이라도 다 막아낼 수 있다"고 떠벌렸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한 구경꾼이 "그렇다면 그 창으로 그 방패를 뚫으면 어떻게 되나요?"라고 물으니, 장사꾼은 할 말을 잃고 서둘러 자리를 뜨고 말았다.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이 이야기는 '한비자(韓非子)'를 통해 전해 내려오는 '모순'의 어원이다. 어떤 것으로도 뚫을 수 없는 견고한 방패와 모든 것을 뚫을 수 있을 만큼 예리한 창이 동시에 존재할 수 없다는 데 착안해, '말이나 행동의 앞뒤가 서로 맞지 않음'을 지적할 때 사용되고 있다. 뜬금없이 옛날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최근 제약업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B형간염 치료제 '비리어드(테노포비르 디소프록실, TDF)'로 시장점유율을 키워하고 있는 길리어드 사이언스. 이 회사는 최근 비리어드의 후속약물로서 테노포비르 알라페나미드(TAF) 성분의 '베믈리디(Vemlidy)' 출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건의 대규모 글로벌 임상을 근거로 지난해 11월 미국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았고, 일본 후생성과 유럽의약품청(EMA)에서도 순차적으로 시판허가를 획득한 상태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작년 10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허가신청서를 제출한 뒤, 올 하반기 안에 급여출시가 가능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만성 B형간염으로 고통받는 환자들 사이에는 벌써부터 "비리어드의 단점을 개선한 약이 나온다"는 입소문이 돌면서 기대감이 높아지는 분위기란다. 베믈리디의 특장점은 하루 섭취량이 25mg에 불과하다는 것. 현재 시판 중인 비리어드의 하루 섭취량인 245mg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낮아진 셈이다. 혈중 안정성이 우수해 적은 용량으로도 비리어드와 동등한 항바이러스 작용을 나타낼 수 있다고 알려졌다. 길리어드 측은 신기능저하나 골밀도 감소 같은 부작용 위험을 현저하게 낮춰 안전성이 한층 개선된 약물임을 적극적으로 어필하고 있다. 식약처 허가를 받고나면 이러한 메세지를 내세워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TAF 성분의 B형간염 신약이 기존 TDF 제제보다 한층 업그레이드 됐다는 점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장기간 약물치료가 필수적인 B형간염 시장에 비리어드를 출시한 뒤 지금껏 신장이나 뼈에 미치는 부작용이 크지 않다고 주장해 왔던 길리어드의 입장과는 상충된다. 문제가 되는 포인트가 바로 여기다. 길리어드가 자사의 차기 약물을 홍보하기 위해선 문제가 없다던 기존 입장을 뒤집고, 그간의 한계를 인정해야만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실제로도 비리어드를 복용하고 있는 일부 환자들 중에선 복약기간이 늘어남에 따라 칼슘 수치가 떨어지고 단백뇨가 생기는 등 부작용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물론 모든 약에는 이상반응이 수반되게 마련이다. 이를 부인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더불어 기존 약물의 불완전성을 극복해 나가려는 길리어드의 노력은 칭찬받아 마땅하다고 본다. 다만 2012년 국내 허가를 받은 뒤 대형 품목으로 키워온 약물을 스스로 디스(?)해야만 한다는 자가당착(自家撞着)의 오류에 빠지고 만 길리어드가 이 상황을 어떻게 풀어나갈지는 상당히 흥미롭다.2017-02-27 06:14:50안경진 -
[기자의 눈] 한국판 '캔서문샷'이 우리에게 준 기회한국판 '캔서 문샷(암 등 치명질환 정복 프로젝트)', 일명 획기신약 특별법을 추진중인 식품의약품안전처 표정이 최근들어 밝지만은 않다. 안전하고 혁신적인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 촉진이 취지지만, 약물 부작용 이슈에 민감한 우리나라에서 찬반양론 해결이라는 난제를 떠안았다. 의약학 전문가들과 환자, 국회 등에서도 실효성·안전성 등에 대한 찬반은 극명히 갈린다. 획기신약을 빨리 허가해 중증질환자 치료기회를 확대하자는 의견과 허가를 단축하면 부작용 증가 위험이 동반된다는 시각 사이의 거리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렇듯 찬반양론이 대치중인 상황에서 '캔서 문샷'이 우리나라에 생겨야 할지, 없어도 될지를 논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다만 '캔서 문샷'이 뜨거운 감자로 자리잡으면서 우리가 원했든, 원치 않았든 머릿속에 떠올리게 된 여러가지 '기회'들은 짚어볼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건강한 사람이라면 중증 치명질환에 대해 구태여 떠올리거나 각인할 만한 상황은 거의 없다. 말기 폐암이나 백혈병, 희귀 근육병, 자가면역질환과 같은 상병명들은 어쩌면 우리에게 너무 우울한 단어들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당장 약이 없어 죽음을 앞둔 채 매일을 맞이하는 환자들은 언제든 실존한다는 사실이다. '캔서 문샷'은 이런 상황에서 우리에게 '치료받을 권리'를 생각할 기회를 건넨다. 우리들 누구에게나 치료받을 권리, 즉 치료 의약품을 스스로 선택해 투약 할 권리가 있다. 그런 권리를 행사하고 보장받기 위해 의약품이 식약처에서 어떤 절차를 거쳐 허가되고, 어떻게 우리들에게 투약되는지를 살펴볼 수 있게 됐다. 동물실험을 지나 인체임상시험 1·2·3상을 마쳐야 하는 등 의약품 시판허가 기본 정보들이다. 자연스럽게 '캔서 문샷'이 왜 이슈화됐고, 어째서 찬성과 반대 의견이 대립되는지에 대한 면면도 일반에 공개됐다. 임상시험은 어디서 어떻게 진행되는지, 조건부 신속허가에 동반되는 개발동반심사·우선심사는 무엇인지, 공중보건 위기 대응약의 개념은 뭐고 전임상 동물실험만으로 의약품을 허가하는 '애니멀 룰'은 어떤 것인지도 다수 기사화 됐다. 아울러 제약선진국인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이 제약산업을 동반한 헬스케어 산업에 대한 미래전략을 어떻게 대비중인지도 훑어볼 수 있었다. 평소라면 의약학 전문가들이나 제약업계 종사자들만이 관심가졌을 명제들이다. 생각할 기회는 식약처에게도 주어졌다. 식약처는 '캔서 문샷' 도입 필요성을 적극 알리고 나서면서도 왜 반대 의견이 제기되고 있는지, 반대 이유와 타당성은 무엇이고 정부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를 고심할 기회가 생겼다. 특히 국민들의 안전성 우려를 불식시켜 신뢰할 수 있는 '캔서 문샷' 제정에 힘쓰고 있다. 국회가 지적한 식약처 단독운영 최소화, 환자지원 확대, 국민안전 강화 등의 사항을 최대한 수용한다는 방침이다. 한 식약처 공무원은 "획기신약 특별법을 들여오려면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하다는 걸 깊이 인식하고 있다. 꼭 필요한 법인만큼 사회가 요구하는 것들을 최대 반영해 환자 중심 미충족 의료수요를 해결하는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했다. 다른 공무원은 "생명을 위협받는 환자 중 치료제가 없는 약의 개발촉진 법조문 등 빠져서는 안 될 조항을 제외하고는 부가적인 조항을 모두 삭제해 개선했다. 자칫 제약산업만 이익을 주는 게 아니냐는 일부 오해를 해소하기 위해서다"라고 했다. 결국 우리사회와 정부는 '캔서 문샷'이라는 공통 화두를 두고 각자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식약처가 지난해 10월 획기신약법을 국회 제출하면서 공은 행정부에서 입법부로 넘어갔다. 식약처는 입법주체로서 법 타당성·필요성을 설득하는 일을 마치고 국회와 협의중이다. 한국판 '캔서 문샷'이 빛을 볼 수 있게 될지는 일단 국회 손에 달렸다. 국회는 대의민주주의 최고 기관이다. 국회의원들은 자신을 선출한 국민 들의 생각을 균형있게 수렴해 '캔서 문샷' 입법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정치공학적 셈법이나 지나친 정당 논리에 치우친다면 한국판 '캔서 문샷'이 우리에게 준 기회들을 무의미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2017-02-23 06:14:50이정환 -
[기자의 눈] 동영상에 무너진 약사의 묵시적 지시약사의 묵시적, 추정적 지시 아래 종업원이 의약품을 판매했다면 무자격자 의약품 판매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는 무자격자 의약품 판매로 조사를 받거나 처분을 받은 약사들에게 마지막 남은 비빌언덕이었다. 그래서 묵시적, 추정적 지시 여부가 검찰이나 법원에서 늘 논란이 되곤 했는데, 최근 이 필살기가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바로 동영상 때문이다. 민원인이 무자격자 의약품 판매 현장을 동영상으로 촬영한 뒤 고발에 대한 근거자료로 영상물을 제출하기 때문이다. 민원인은 팜파라치 일수도 있고 공익신고인 일 수도 있다. 보건소나 검사, 판사도 동영상을 보면서 약사의 묵시적, 추상적 지시가 있었는지를 판단하기 시작했다. 동영상이라는 명확한 증거물이 있다보니 약사들이 묵시적, 추정적 지시를 했다고 항변을 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은 경우가 많아졌다. 2014년 종업원이 소화제를 판매할 때 약사는 신문을 보고 있었다. 카드 결제 후 돌아가는 고객에게 '안녕하세요'라고 말하는 게 전부였다. 결국 이 약사는 영업정지 5일 처분을 받았고 1심과 2심 법원까지 갔지만 패소했다. 1심 법원은 "이 사건을 보면 원고인 약사가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를 했지만 고객이 카드결제를 마치고 약국을 나가는 동안 고객과 약국직원에게 어떠한 말도 하지 않은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법원이 묵시적, 추정적 지시를 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약사의 지휘나 감독이 전혀 없이 종업원이 의약품을 판매했다는 의미다. 전가의 보도처럼 무자격자 의약품 판매로 적발된 약사들이 꺼내드는 묵시적, 추상적 지시. 이제는 이를 입증하기도, 또 주장하기도 더욱 어려워졌다. '약국에 약사가 있었는데도 불법이라고 판결한 것'이라는 네티즌의 댓글을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약국 안이라도 약사의 역할은 더 구체적이며 적극적으로 행사되어야 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2017-02-20 06:14:50강신국 -
[기자의 눈] 그 약사의 폭로, 누굴 위한 것일까최근 전남 광주 지역 약국가가 홍역을 앓고 있다. 지역 한 대학병원 문전약국 조제거부 논란부터 약사 부부 갑질 사건, 도매상과 약국 간 리베이트, 약국 사전 단속 정보 유출 건까지, 이미 결론이 났거나 현재 검·경찰에서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이 줄줄이다. 일련의 사건에는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사회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약사'란 직능이 법률, 도의적으로 비판받을 수 밖에 없는 문제들이란 것이다. 실제 사건이 불거질때마다 지역 언론을 넘어 공중파까지 이 문제를 집중 조명했고, 그때마다 약사에 대한 대중들의 시선은 따가웠다. 지역 약사들 사이에선 이번 사건들 배후에 특정 약사의 폭로가 있다는 말이 돌고 있다. 문제 중심에 그 특정 약사와 약국 경영 상 문제로 갈등을 빚었던 상대 약사가 계속 연관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적 이익을 두고 벌어진 약사들 간 갈등이 상대적으로 자신이 약자라 생각한 특정 약사의 "같이죽자"는 식의 폭로를 양산했다는 것이다. 수면 위에 오른 이번 문제들 중에는 그동안 관례란 명목으로, 혹은 개인의 사익을 위해 약사가 전문가로서 윤리를 버리고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거나 법을 위반한 부분이 분명 존재한다. 비판받아 마땅하고, 그에 합당한 책임을 지고 법적인 처분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 면에선 치부를 드러낸 그 약사의 내부고발에 박수를 보내는 일부 입장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전체 사건을 그렇게만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최근 불거진 사전 단속정보 유출 건만 해도 조금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된다. 이번 건도 지역 약사, 약사회는 여러 정황상 그 약사의 제보가 일정 부분 논란을 불러일으켰다고 보고 있다. 이번 사건은 지역 언론에서 약사의 제보로 보도된 이후 다수 언론에서 기사화되면서 지역 경찰이 내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이번 논란은 약사 사회뿐만 아니라 지역 보건소까지 정도가 지나쳤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보건소는 정작 이번 건이 논란을 일으킨 데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지자체 정기 감시의 경우 사전 공지 후 방문하는 게 정례화돼 있고 법적으로도 보장돼 있는데 왜 이 문제가 불거졌는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것이다. 정기감시에는 예방효과도 있다. 지역 약사회도 보건소 측도 "특정 약사가 악의에 찬 폭로를 거듭하고 있다면 이것은 분명 문제"라고 했다. 지역 약사사회도, 지자체도 특정 약사의 폭로가 정도를 지나쳐 자칫 약사사회 전체에 피해를 입힐까 우려하고 있다. 정의(正義)를 위한 용감한 폭로는 그 사회가 성숙하기 위한데 필수요소일 것이다. 하지만 그 목적이 그 자신의 사익, 혹은 자포자기 식이라면 오히려 자신을 넘어 그 자신이 포함된 특정 사회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될 것이다.2017-02-16 06:14:50김지은 -
[기자의 눈] 경쟁사 인력 스카우트, 적정선 필요잠잠하던 제약업계 경쟁사 인력 스카우트 문제가 다시 화두에 오르고 있다. 이직은 본인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고 직업 선택은 개인의 자유다. 실제 직장인 5명 중 2명은 경쟁사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아본 경험이 있다. 그러나 직장인 대상 한 설문조사에서 '이직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로 20% 응답자는 '도에 어긋난 행동'을 이유로 꼽았다. 어느 업계보다 진입장벽이 높고 '바닥'이 좁은 상황에서 현재 특정 약물을 놓고 적법성 논란이 진행중인 업체로, 급여 경쟁이 한창인 품목의 마케터로 자리를 옮기는 것을 '직업 선택의 자유'로 봐야 할지 생각해 볼 문제이다. '정도'와 '도의'의 문제는 있다는 것이다. 전직금지 가처분 소송이라는 법적 절차가 존재하지만 이는 결국 양측에 상처를 남긴다. 회사 입장에서도 기업 비밀과 노하우를 갖고 있는 인력을 상대로 도발이 부담스럽고 당사자는 개인이 이슈화 되는 것 자체가 위험요소가 된다. 회사의 대우나 처우가 잘못됐을 수도 있고 이직자가 전 회사에 대한 도의를 지킬 가능성도 있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인력 다툼'에 있어 영원한 가해자도 피해자도 없다는 것이다. 업계에는 목소리를 높여 상대회사를 비판하고 법정 공방까지 불사한 사례가 존재한다. 그러나 그들 역시 과거 타 제약사의 소중한 인력을 빼앗아 갔던 가해자였다. 누군가의 입장에서는 지금 피해자라고 호소하는 제약사의 주장이 편협스러운 외침으로 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이제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또 그만큼 직원들에게 '다니고 싶은 회사', '나를 알아주는 회사'로 비춰지고 있는지에 대한 제약사들 스스로의 반성과 고찰이 필요한 때다. '갉아먹기 식 경쟁'이 없고 '인력의 소중함에 대한 인지'가 있다면 시장의 원리에 가만히 맡겨 두어도 인력 분쟁은 서로 용인할 수 있는 정도로 최소화 될 것이다.2017-02-13 06:14:50어윤호 -
[기자의 눈] 허가공개 오류, 무너진 신뢰체계식품의약품안전처는 판매승인된 의약품을 기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관련업계는 물론 소비자들도 이 정보를 믿고 허가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한미약품의 라본디캡슐도 식약처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2월 8일자로 품목허가된 사실이 전해졌다. 라본디캡슐은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골다공증치료제 성분(라록시펜)의 비타민D를 결합한 세계 첫 복합제제라는 점에서 화제가 됐다. 더구나 스타기업인 한미약품이 만들어 주목을 받았다. 그런데 홈페이지에 공개된 내용이 사실이 아니었다는 게 10일 오전 식약처 해명자료를 통해 나타났다. 기업도, 언론도, 국민도 속았다. 식약처는 한미약품 '라본디캡슐'의 허가사실이 홈페이지에 게재된 것은 업무착오로 모든 허가심사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생한 것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착오는 해당부서가 허가자료 검토를 완료하지 않은 상태에서 허가절차가 진행돼 발생했다면서 앞으로 허가절차를 면밀히 점검해 이와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식약처 해명에 앞서 데일리팜 등 언론은 9일 오후 라본디캡슐의 허가사실을 보도했다. 해당 제약회사의 검증을 거친 보도였지만, 결과적으로 오보였다. 언론뿐만 아니라 기업도 정부기관이 공개한 허가사실이 거짓이라고는 의심하지 않았던 게 패착이었다. 데일리팜은 뒤늦게 사실을 확인하고 이날 저녁 기사를 수정했다. 식약처는 이번 문제의 심각성을 엄격하게 인지하고 재발 방지에 힘써야 한다. 식약처 허가심사 홈페이지는 언론과 기업만 보는 게 아니다. 모든 국민에게 열려 있고, 누구나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작은 실수에도 치명적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지난해 한미약품 기술수출 해지 공시가 늦어 많은 투자자들이 손해를 본 여파가 아직도 남아있다. 그만큼 대국민 공개는 신중해야 하고, 재검절차도 확실히 밟아야 한다. 의약품 허가심사는 최소 6개월 동안 심사숙고해 판단한다. 의약품이 국민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또 제약사에게 품목 시판승인은 사업존폐가 걸려있는 중대한 문제다. 그럼에도 허가사실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대국민 홈페이지에 게재됐다면 식약처 업무처리 시스템에 심각한 구멍이 있는건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거짓정보 생산의 책임은 언론과 제약사도 있겠지만, 식약처가 안일한 태도로 이번 일을 어물쩍 넘긴다면 더 큰 문제가 발생될 수 있다는 것을 심각하게 되새겼으면 하는 바람이다.2017-02-10 12:14:50이탁순 -
[기자의 눈] 카데바를 집단 모욕한 의료윤리해부실습용 시신을 일컫는 '카데바'. 그 앞에서 팔짱을 끼고 입가에 미소를 짓고 일명 '인증샷'을 찍고 있는 의사, 해부현장 사진을 올린 간호대생이 도마위에 올랐다. 사진을 찍고 있는 사람, 찍힌 사람, 그리고 자신의 SNS에 '카데바' 해시태그를 걸어 사진을 공개한 사람까지, 대한의사협회는 사건의 중심에 선 이들을 중앙윤리위원회에 회부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논란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카데바는 주로 사람의 시체를 의미한다. 의료계에서는 해부실습용 시신으로 통한다. 대부분 의학교육을 위해 의대 또는 대학병원에 기증된다. 카데바를 기증 받은 대부분의 의대 또는 대학병원들은 '감은제'를 실시하거나 '감은탑'을 설치해 고인들의 뜻을 기리고 있지만, 기증자를 찾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그동안의 카데바 실습은 더욱 더 엄격했다. 이번 사건으로 국민들은 충격에 빠졌다. 시신 기증을 동의한 유족, 그리고 앞으로 시신 기증을 하고자 했던 이들은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이냐'고 탄식했다. 여론은 들끓었다. 비난의 목소리는 의료계 내부에서도 흘러나왔다. 김주현 의협 대변인은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고 했고, 주수호 전 대한의사협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들을 대신해 사과했다. 카데바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0년 보건계열 대학생들이 카데바로 장난을 치는 사진을 SNS에 공개하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대학생들은 사과문을 띄웠고, 해당 대학교는 윤리교육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아이러니 한 점은 당시 의협과 전국의과대학·의학대학원학생연합의 반응이다. 이들 단체는 카데바 사건을 접한 국민들이 사건의 주인공을 의대생으로 오인할 수 있다며, 보건계열 대학생으로 정정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7년이 지난 지금, 달라진 건 하나도 없다. 상황은 더 나빠졌다. 이미 의대 내에서 윤리교육을 받고, 의료현장에서 환자를 돌보는 개원의사가 카데바 인증샷을 올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 이상 의료계도 두둔할 수 없게 됐다. 남은건 사과와 해당 사건 의사에 대한 처벌 뿐이다. 의료계 단체는 이번 카데바 사건의 진상조사를 마치고, 사과와 처벌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엔 사과와 솜방방이 처벌로로 끝내서는 안된다. 더 이상 이 같은 비윤리적인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대로 된 의료인들의 윤리교육 방안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2017-02-09 06:14:49이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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