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얼굴 보며 이야기 하기엔 너무 안 친한 '우리'
- 데일리팜
- 2019-03-14 06: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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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연화 약사(경기 성남시 모약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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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과에 갔다. 말 없는 원장에게 말 없는 치료를 받았다. 치료가 끝이 나고, 수납원이 궁금한 점은 카카오플러스를 통해 문의해 달라고 했다. 이튿날 건조한 각질이 올라왔다. 전화를 할까 싶었지만 그냥 카카오를 통해 질문을 했다. 바로 답이 왔다. 사진과 다양한 자료들을 함께 보내 주었다. 원장님의 전언도 포함돼 있었다. 궁금증이 해결됐다. 안 친한 우리 사이에 딱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친하지 않은 사이의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온라인으로 급속하게 전환되고 있다. 전환의 배경은 크게 세 가지 이다.
첫째, 모바일이라는 움직이는 소통 도구의 도입, 인간은 도구를 통해 굳이 품을 들이지 않고, 얼굴 붉히지 않고, 어색해 하지 않고, 소통할 수 있게 됐다.
둘째, Mass 형태의 대중이 아니라, 정보 취사선택이 가능하고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Public 형태의 공중이 다수가 되었다. 그래서 mass communication, 혹은 mass media 보다는 개개인에게 맞춤 정보가 제공되는 형태, 개개인이 정보를 나누는 소셜 네트워크 형태로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변화했다. 셋째, 예전의 mass (대중)은 피교육자로 일컬어졌다. 가르쳐야 하는 대상, 계도해야 하는 대상이었다. 지금의 public(공중)은 수용자이다. 주어진 정보를 수용할지, 배척할지는 수용자의 의지에 달려 있다. 수많은 정보 중에, 자신에게 맞는 정보만 골라 수용한다.
약국이라는 공간을 들여다보자. 50대 이상과 30대 이하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확연히 구분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50대 이상의 고객은, 몇 번 얼굴을 보고 나면 많이 친한 듯 말을 건넨다. 가끔은 터무니없을 만큼 나의 삶을 궁금해 하고 관여하고 싶어 한다. 'Forty is new twenty'를 주장하는 어린 나는 받아들이기 힘겨울 때가 종종 있다.
반면 30대 이하의 고객은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이미 검색을 통해 다 알아보았다는 표정, 궁금한 것은 그냥 인터넷 찾아보면 되는데 왜 저렇게 말을 꾸역꾸역 하는지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그들의 냉소에 입 꼬리가 자꾸 굳어지지만, 더 궁금하신 건, 블로그에 있는 –이 글을 – 읽고 나서 답글로 달아 주세요. 라고 하면, 반응이 바뀐다. (어머, 그래요? 읽어 볼게요. 감사합니다. 라고 한다.)
필자는 2011년에 블로그를 오픈하고, 누구나 그렇듯 (스스로를 드러내기 부끄러워) 방치했었다. 커뮤니케이션학을 전공하기 시작하면서, 고객들이 이제 오프라인에서 말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2016년부터 다시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현재는 매일 3000여 명이 방문한다. 실제 약국에서 사용되는 일반의약품 중심으로 된 블로그임을 감안하면, 꽤 높은 조회 수이다.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공유 https://blog.naver.com/mofree)
참고로, 건강 분야에서 가장 인기 있는 포스팅은 – 어디 어디에 좋은, 100% 천연의, 약사가 추천하는, 어떤 질병 치료에 획기적인- 등이 들어가 있는 글들이다. 이런 글들이 없이 조회 수를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 유튜브도 비슷한데, 영양제에 대한 정보 없이 일반의약품의 착한 사용법, 약사를 이용하면 좋은 부분 등을 콘텐츠화 하여 구독자를 늘려 가는 것은 불모지를 개척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실제 약국이라는 공간에서, 약사라는 전문가가 전달해야 하는 정보는 착한 사용법, 착한 복용법이다. 조제약을 어떻게 먹어야 안전한지, 오라메디를 어떻게 발라야 약이 입 안에 돌아다니지 않는지, 멀미약을 어떻게 선택해야 하는지, 사용 접점의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는 것, 약사를 통하면 1000원 짜리 소독약도 제대로 착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확신을 주는 것. 그것이 우리가 '전문가' 로 존재할 수 있는 이유이다. (실제로 약사는 성분, 제형, 전달, 부작용 등을 꽤 오래 깊이 공부한다.)
블로그와 유튜브를 통해 온라인 소통을 시작하면서, 많이 놀랐다. 고객이 궁금해 하는 것은 우리의 예상 질문보다 깊었다. 그들은 사소하지만 사소하지 않은 약이 사용되는 모슨 순간에 의문을 가졌고, 매일 그 궁금증을 풀기 위해 이런 저런 사이트를 다녔다. 그냥 약국에 와서 물어 보아도 되는데, 얼굴 보며 이야기 나누기에 너무 안 친하다는 생각을 가진 고객은 그저 '서칭'할 뿐이다.
그들의 서칭 순간에 약사라는 사람이 만든 콘텐츠가 있는 것, 콘텐츠를 통해 약사의 지식과 지혜로 소통하는 것은 '약사 업의 존재 이유'와 연결돼 있다. 게다가 온-오프 채널을 다 가지는 것은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가장 좋은 전략이다. ㅇㅇ약국이라는 오프라인 채널과 온라인 채널을 다 가지는 것은 옴니채널 전략의 핵심이고, 놓치면 안 되는 전술이다.
늦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능하다. 새로운 세대와 새로운 채널에서 새롭게 소통을 시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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