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모기약 주세요" 하는 소비자에게 약사는
- 데일리팜
- 2018-07-23 06:2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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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 경영과 약료 실현 [6] Communication_이해도
김영하 작가의 2002년 산문집 '포스트잇'에 실린 '에프킬라' 단편집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작가가 농활을 갔는데 주인어른이 '에프킬라'를 모기 물린 데 뿌리더란다. 놀란 작가가 그걸 몸에 뿌리면 어떻게 하냐고 물으니, 주인 왈, "모기 물린 데는 이게 직방이여, 그러니까 이게 모기약이지 달리 모기약인감."
우스갯소리로 넘기려다 곰곰이 책을 덮고 생각을 해보니, 실제 약국에서 이런 일이 적지 않았다. "모기약 주세요."라고 해서 모기 물린데 바르는 약을 드리면, "그거 말고 모기 죽이는 거요."라고 한다. "스프레이로 된 모기약 주세요."라고 해서 모기 죽이는 스프레이 약을 드리니 "이거 몸에 뿌려도 돼요?"라고 묻는다. 알고 보니 '모기 기피제'를 찾는 경우였다.
약사는 모기약을 모기 살충제, 모기 기피제, 덜 긁게 해주는 약 등 다양한 용어로 풀어 생각한다. 하지만, 고객에게는 그 모든 것이 그저 모기약일 수 있다. 나의 모기약과 너의 모기약이 다르다는 것은 '같은 단어를 사용하지만, 다른 이해를 할 수 있다'는 커뮤니케이션 '이해도' 관련 가장 기본적인 철학을 내포하고 있다.
우리는 흔히 나와 같은 단어를 사용하면, 같은 이해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단어에 대한 이해는 개별적이다. 단어는 한 개인의 지적, 경험적 능력을 기반으로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 일례로 약사의 혈압약은 '혈압을 조절하는 약'이다. 하지만 어떤 고객의 혈압약은 '혈압을 치료하는 약'이다. 그 고객은 '혈압약을 꾸준히 먹으면 혈압이라는 병이 나아야 하는 거 아닌가! 그렇지 않다면 약을 왜 먹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을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건강분야의 용어는 일상어보다는 어려운 편이라, 다르게 이해하고 해석할 여지가 적지 않다. 그래서 단어 자체를 보지 말고, 그 단어를 사용하고 있는 상대에 대한 '이해'는 약국 커뮤니케이션의 중요한 척도이다. 약국에서 약사는 상대를 좀 더 이해하기 위해 '같은 단어를 반복하며 되묻기'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
'같은 단어를 반복하며 되묻기' 기술은 다음과 같다. "모기약 주세요."라고 하면 "모기약, 어디에 어떻게 쓰실 건가요?"라고 묻는 것이다. 이 기술을 통해, 상대가 정의한 모기약을 파악할 수 있다.
"에탄올 주세요."라고 하면 "에탄올, 어디에 어떻게 쓰실 건가요?" 라고 묻는다. 때때로 상처에 그냥 뿌리려고 하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다. (에탄올은 열린 상처가 없는 곳을 소독할 때 사용한다.) "타이레놀 주세요."라고 하면 "타이레놀, 어디에 어떻게 누가 드시려고요? "라고 묻는다. 콧물에 타이레놀을 먹으련다는 분을 걸러 낼 수 있다. (어떤 분의 타이레놀은 종합감기약 타이레놀콜드였다.)
처방약 복약상담 시에도, "이거 혈압약이에요."라고 하기 보다는 "혈압을 정상으로 조절해주는 혈압약이에요."라고 하는 것이 좋다. "이거 소염진통제에요."라고 하기 보다는 "염증을 없애주고, 덜 아프게 도와주는 소염진통제입니다."라고 하는 편이 좋다. "이건 콧물약이에요. 입마름 부작용이 있어요."라고 하기 보다는 "코에서 나올 수 있는 콧물, 가래처럼 목 뒤로 넘어가는 물 등 몸에서 분비되는 물이 덜 나오게 하는 약이에요. 그래서 침도 덜 나오게 만들어서, 입이 마를 수 있어요."라고 해주는 편이 약리적 효과, 부작용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다.
고객의 입에서 나오는 단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단어를 반복하며 되묻고, 단어에 올바를 정의를 붙여 설명하는 것은 상대를 이해하고, 정확한 정의와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꼭 필요한 기술이다.
전문용어를 고객에게 그대로 전달하며, 단어를 전달했으니 상대가 이해했을 거라 미루어 짐작해버리지 말자. 올바른 커뮤니케이션은 이해해보려는 노력, 이해를 위한 질문으로부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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