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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읽어도 이해 안되는 건강정보, 환자 탓일까?

  • 데일리팜
  • 2018-09-17 06:07:01
  • 모연화 약사(경기 성남시 모약국)

약국 경영과 약료 실현 [7] Communication_기능적 문맹

모연화 약사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문맹이 거의 사라졌다고 한다. 읽을 수 있는 대한민국은 소통에 능한가? 다음 통계를 살펴보자. 2001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의약품 설명서' 등을 이해하지 못하는 수준의 비율은 38%로 나타나 OECD 회원국 20개 중 19위로 최하위 권이었다.

읽을 수 있지만 이해할 수 없는 상태를 기능적 문맹(Functional illiteracy)이라 부르는데, 우리는 누구나 특정 분야에서 '기능적 문맹 상태'이다.

필자에게 어떤 분이 이런 글을 보내왔다. [연금저축보험의 경우 납입 시 줄이는 세율은 13.2%이고 나중에 수령 시 내는 연금소득세율은 3.3%~5.5% 로서 9.9%~7.7%p만큼 세율이 인하되는 효과가 있으며, 연금보험의 경우에는 지금 줄이지 못하는 세율은 13.2%이고 나중에 비과세되는 세율은 15.4%이므로 2.2%p만큼 세율 인하 효과가 있다.] 이런 글은 필자를 기능적 문맹상태에 이르게 한다. 저 비율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읽어도 모른다.

글자를 읽는 것과, 읽고 이해하여 활용하는 것은 별개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저 읽으면 이해할 것이라는 환상으로 말과 글을 뿌려댄다. 게다가 읽고 들었으니 이해해야 마땅하다며, 이해 못하는 문제를 개인의 능력 부족으로 치부해버린다. 이러한 상호 환상의 결과는 오해이며 오해는 손해를 야기한다.

근래 약국이라는 현장에서 접하는 '발사르탄 사건'은 '기능적 문맹'을 배려하지 않는 공공기관 및 언론의 말과 글을 단적으로 볼 수 있는 계기였다. '발사르탄 사건'의 헤드라인 키워드는 크게 세 개였다. 언론은 '발사르탄', '고혈압약', '발암물질'로 게이트키핑(gate keeping, 신문이나 방송 등 미디어에서 두고 있는 일종의 장치로, 편집자나 기자 등 뉴스 결정권자에 의해 뉴스가 취사선택되는 과정)하며 다음과 같은 보도 자료들을 내보냈다.

[고혈압약 ‘발사르탄’에 잠재발암물질인 'N-니트로소디메틸아민'이 불순물 포함되었을 가능성으로 해당 원료를 사용한 것이 확인되는 품목에 대해서는 회수할 예정이며, 실제로 문제가 된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얼마나 함유됐는지 식약처가 검사할 계획이다. ]

저 글을 이해할 수 있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실제 저 글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을 먼저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혈압약 성분명의 의미 넓게 보면 약의 성분명의 의미, 발사르탄 성분의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 NDMA는 무엇이며 실생활에서 언제 접할 수 있는 물질인지, 제조공정에서 NDMA가 부산물로 생겼다는 의미, 식약처의 선제적 예방조치의 의미 등. 성분명의 의미조차 제대로 모르는 국민들에게 '발사르탄', '고혈압약', '발암물질' 으로 도배된 보도는 오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약국이라는 현장에서, 고객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통해, 이 사태에 대한 그들의 이해도를 표현했다. "혈압약 먹으면 암에 걸린담서..", "암 생긴다는데 무서워서 혈압약 어떻게 먹지?", "내 혈압약은 암이랑 상관없어?", "이거 무서워서 약 먹겠어?", "모약사, 약 안 먹을 방법 없을까?"

건강 정보 이해도를 고려하지 않은 발사르탄 보도는 약에 대한 불신, 혈압약을 먹는 행위에 대한 불안으로 이어졌다. 꾸준한 복용이 핵심인 혈압약에 있어, 불신과 불안이 어떠한 손해로 이어질지 염려스럽다.

언론은 그저 정보 전달 기구 혹은 문제 제기 기구만이 아니다. 언론은 공공성을 바탕으로 국민에게 알 권리를 채워줌과 동시에 이해도를 높이는 교육적 목적성까지 가지고 있다. 특히 건강 분야에 있어서 언론은 Health communication의 주요 소통창구이다.

Health communication 은 공중에게 건강 관련 정보를 전달, 교육하여 건강한 행동으로 유도, 설득하기 위해 행해지는 개인, 조직, 사회의 전략적인 소통이다. 의사와 환자, 약사와 환자 관계에서는 질병 치료와 관리에 필요한 의사소통이 주를 이룰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Health communication을 그저 의료진과 국민의 커뮤니케이션으로 좁게 생각하고, 국민적 건강정보이해력(Health literacy)을 높이는 교육을 그저 '의료 현장이 알아서 해결하겠지'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신종플루, 발사르탄 사태들과 국민적 혼란의 근원에는 건강정보이해력(Health literacy)에 대한 배려 없는 말과 글이 있었다.

언론과 학계, 많은 공공기관이 힘을 합쳐 전략적으로 Health communication 하지 않으면, Risk 관리가 되지 않은 건강 정보로 인해 국민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현장의 시대, 소통의 시대, 건강 행동의 시대로서의 Health communication 전략이 검토되어야 한다. 건강한 삶에 필요한 기본적인 정보들을 읽고 해석하는 능력, 정보를 바탕으로 실제 건강행동으로 이끌 수 있는 기반 캠페인을 필두로, 다양한 Health communication action plan 들이 실현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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