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돌봄통합 시대 개막, 약사는 어디에 서 있나
- 김지은 기자
- 2026-03-24 08:5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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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팜=김지은 기자] 3월 27일 ‘돌봄통합 지원법’ 시행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고령화 사회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의료와 돌봄을 하나로 엮겠다는 이 제도는 보건의료 환경의 흐름을 바꾸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그리고 그 변화의 한 축에는 분명 ‘약사’가 있다.
지난 주말 열린 전국여약사대회는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자리였다. ‘국민건강을 위한 약(藥)속, 약료에서 돌봄까지’를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에서는 16개 시도지부와 대한약사회가 준비한 특별 전시가 눈길을 끌었다. 각 지역과 중앙이 그간 돌봄통합 제도 시행을 대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 왔는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하지만 정작 현장의 온도는 기대만큼 뜨겁지 않다. 제도 시행을 불과 며칠 앞둔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지역 약사들의 관심과 체감도는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변화의 방향은 제시됐지만 그 안에서 약사의 위치는 아직 또렷하게 자리 잡지 못한 모습이다.
이 같은 괴리는 이미 여러 지점에서 드러난다. 대표적으로 다제약물관리 사업은 10년 가까이 시범사업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고령 환자의 약물 안전관리라는 측면에서 중요성이 지속적으로 강조돼 왔지만 제도화의 문턱을 넘지 못한 채 제한적 영역에 머물러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역 단위에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일부 지자체의 돌봄 관련 조례에는 여전히 약사의 약물관리나 복약지도 역할이 명시되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다. 방문간호, 요양, 복지 서비스는 설계되면서도 정작 약물관리의 전문가는 빠져 있는 구조다. 돌봄의 질을 좌우할 수 있는 핵심 요소가 제도 설계에서 배제되고 있는 셈이다.
돌봄통합은 단순히 서비스를 연결하는 데 끝나지 않는다. 고령 환자의 복합질환, 다제약물 복용, 부작용 위험 등을 고려할 때 약물관리는 돌봄의 핵심 축이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영역에서 가장 전문성을 갖춘 직역이 바로 약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사의 역할은 여전히 주변부에 머물러 있다. 이는 제도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직역 내부의 준비와 참여 부족이라는 자성도 필요해 보인다. 변화는 주어지는 것이 아닌 스스로 자리를 만들어갈 때 비로소 현실이 된다.
이제는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약사사회는 돌봄통합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 약물관리 전문가로서의 역할을 구체화하고, 단순 참여를 넘어 ‘필수 인력’으로 자리매김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정부와 지자체 역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상황에서 약물 오남용과 부작용 관리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돌봄의 지속가능성과 질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약사의 전문성을 제도 안에 적극적으로 포함시키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돌봄통합 지원법 시행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제도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각 직역의 역할이 명확히 정립돼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약사가 어떤 위치에 설 것인지는 지금 이 순간의 선택에 달려 있다. 돌봄통합 시대 속 약사는 더 이상 약국 안에만 머물러 있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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