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막해진 내인생…도와주세요, 히포크라테스"
- 이혜경
- 2011-01-03 08:00:46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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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년 만에 희망과 보람 잃었다는 어느 동네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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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아직도 모르면 큰일 나는 약국 신제품 정리 ‘팜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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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들어 지친다. 최악의 한해였다. '형, 제약회사 영업사원한테 리베이트 받아먹고 살았어?' 대학교 동아리 후배의 말을 잊을 수가 없다. 애당초 송년모임에는 가는 게 아니었다. 지금 내 주제에 무슨 좋은 소릴 듣겠다고. 한심하다.
30년 전 나는 분명, 다른 과 대학 후배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다. 의대생이라는 타이틀 하나만으로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소아과 보드를 땄다. 그리고 1994년, 바로 이 자리에 개원했다. 넘쳐나는 환자를 진료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 하루 종일 4평 남짓한 진료실에 쳐 박혀 살았지만 그때가 좋았다.
이따금씩 양복을 단정하게 입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제약회사 영업사원이라며 명함을 내밀었다. 나에게 '디테일'을 시작한다. 가끔 진료실에 봉투, 선물을 놓고 갔다. 처방내역서를 요구하더니, 그 댓가인가보다. 그 때까지만 해도 나는 그들의 선물이 '시장에서 두부를 하나 사고, 덤으로 두부 하나 더 받는' 그런 것인 줄만 알았다.
'검은 거래'로 불리고, '리베이트 쌍벌제'라는 이름으로 내 자신에게 칼을 겨누는 일로 돌아오리라고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어느 순간부터일까. 일어나보니, 나는 이미 잠재적 범죄자가 돼있었다. 선망의 눈빛으로 바라보던 시선이 바뀌었다. 모두들 나를 "리베이트나 받아먹는 놈" 취급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난, 영업사원과 부적절한 거래도, 부적절한 행동도 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결국 얼마 전 10년이나 넘도록 알고 지내오던 영업사원들에게 "더는 만나고 싶지 않다. 오지 말아 달라"고 통보성 당부를 했다. 앞으로 이메일이나 우편으로 신약정보를 듣겠다고 했다. 괜한 오해를 사고 싶지 않으니까. 어디서부터 꼬여버렸는지, 누가 이 엉킨 실타래를 풀 수는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내 삶이 언제부터 환자보다 '내가' 우선이 되었을까. 분명 보드 공부를 할 때는 환자만 생각하던 그런 의사였는데 말이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하고, 최선의 진료를 하겠다고 다짐한 나인데. 언제부터 쌍벌제, 의약분업에 반발하고 저수가에 목매는 '속물'이 된 것일까. 내 병원 주변에 비슷한 업종의 병·의원이 개원할 때마다 마음 졸이는 일이 언제부터 생기게 된 걸까.
가족과 저녁 식사를 함께 한 적은 언제였더라. 갑자기 내 삶을 뒤돌아보게 된다. 척박해진 의료현실과 함께 내 인생도 삭막해지고 있었구나.
새해부터는 '남의 탓' 하기 보다, 어느 것에도 구애받지 않고, 초심을 찾아보자. 진정한 '히포크라테스'로 거듭나길 다짐해본다.
여보! 현주야! 기다려. 아빠가 저녁에 아이스크림 케익 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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