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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방을 또 빼앗겼다고?"…리베이트 다시 줘야하나

  • 가인호
  • 2011-01-03 08:30:17
  • 요약
  • 영업방식 변화로 실적 떨어졌다는 중소제약사 오너

오늘 아침에도 줄담배가 이어진다. 20년 동안 끊었던 담배를 다시 입에 문지 1년이 넘게 지났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 죄다 정리하고 다른 사업이나 해볼까….’

아침 회의 시간에 영업본부장이 다시 어려움을 토로한다. 솔직히 꼴보기 싫다. 주력품목 처방이 지난해 상반기 대비 20%나 감소했다는 보고를 듣고 유혹에 빠진다.

‘이제 다시 줘야 하나….’

회사 차원의 리베이트를 중단한지 1년이 넘었다. 이제는 더 이상 방법이 없다. 얼마전에도 믿었던 영업사원 몇 놈이 경쟁회사로 자리를 옮겼다. 최근에만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이놈은 회사를 그만두면서 내 속을 후벼팠다. 선생(의사)들이 (리베이트를)안주는 제약사와 (리베이트를)주는 제약사를 비교해 영업사원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며 나를 측은하게 바라본다.

그만둔 놈들이 혹시라도 회사의 기밀 등을 노출시키지 않을까 두렵다.

본부장도 나를 괴롭힌다. ‘솔직히 리베이트 줬다고 처벌받는 제약사들이 얼마나 됩니까. 지금 우리도 먹고 살아야 하지 않습니까? 애들(영업사원)이 너무 힘들어 합니다.’

정말 고민이다. 의사들을 접대하고 리베이트를 제공하면서 본궤도에 올려 놨던 주력품목들 처방이 계속 줄어들었다. 경쟁사인 A사에서 막가파 식 영업을 해 왔기 때문이다.

총알을 계속 제공하는 데 처방을 바꾸지 않는 의사들은 대체 얼마나 될까….

최근 A사 처방 데이터를 보니 실적이 크게 올랐다. 정말 밉지만 한편으로는 동정이 간다. 솔직히 나도 약가인하 처분이 무서워서 리베이트를 중단한 게 아니던가?

겉으로는 자정운동에 동참해야 한다고 직원들에게 애기했지만 속마음은 그게 아니었다. ‘눈치보기’로 시작한 리베이트 중단이 이제는 회사의 사활이 걸릴만큼 어려운 상황으로 나를 몰아간다.

요즘에는 더 힘들 수 밖에 없다. 쌍벌제가 시행되면서 의사들도 리베이트 지원을 상당히 부담스러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업사원들의 방문조차 꺼리고 있다는 보고가 들어온다.

너무 절망적이다. ‘이럴줄 알았으면 나도 선지원을 했어야 하는데….’

사실 선지원을 일부러 안한 것이 아니다. 솔직히 배달사고가 걱정됐다. 수많은 의료기관들을 내가 직접 관리할 수 없는데 어떻게 영업사원들을 믿고 선지원을 해줄수 있을까?

의원들을 직접 관리하는 친구 오너는 당연히 선지급을 했다. 쌍벌제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방법이라고 말을 했다. 유연 좋아하시네. 아 정말, 올해가 걱정이다. 제네릭으로 승부를 해야 하는데 리베이트 말고는 처방을 유지할 방법이 없다. 지난해 그 사실을 정말 뼈저리게 느꼈다.

이제 어떻게든 리베이트를 다시 제공해야 하는지, 아니면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할지 나는 선택해야 한다. 넋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모든 제약사들이 리베이트를 주지 않으면 얼마나 좋을까? 담배를 다시 끊는 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

그래도 조금만…조금만 견뎌보자. 다른 제약사들이 실적 압박을 못견뎌 리베이트를 제공한다고, 나까지 다시 주다가 탈이나면 그동안 노력이 모두 허사가 될테니까. 내가 걸리는 것도 문제지만, 받는 쪽을 보호할 수 없다. 그러면 더 큰일이 생길것이다.

20년 끊었던 담배를 입에 대면서 느꼈던 허무함의 교훈을 잊지 말자. ‘좋은 날’을 바라보며 열심히 뛰어보자. 아직 절망하기에는 이르다. 새해가 밝아오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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