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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 뭐든 배워와 따라해 보는 '김약사'

  • 이혜경
  • 2013-11-01 06:10:58
  • 무료 우산·진동벨 등 고객서비스부터 복약상담 촬영후 리뷰까지

[연중기획] 디테일로 승부하는 약국들 [41] 경남 창원 이화약국

'우산을 빌려드립니다'라는 문구 없이, 비 오면 자연스레 약국 앞에 놓이는 무료 렌탈 우산. 약 봉투에 적힌 약국장 개인 휴대폰 번호. 몸이 불편하거나 피곤한 고객들이 약국 침대에 누우면 소리 없이 담요를 덮어주고 돌아가는 약국장이 있는 이 약국.

창원파티마병원 앞에 8년 전 처음으로 생긴 문전약국 '터줏대감' 이화약국에는 고객 서비스 마인드로 무장한 김명숙 약사가 있다.

몇 해 전 휴대폰이 고장 나 들른 삼성서비스센터에서 김 약사는 '아차' 무릎을 쳤다.

약국에서는 전혀 볼 수 없었던 고객을 대하는 서비스 마인드를 새삼 느끼게 된 것이다.

그 후로 이화약국은 달라졌다.

약국 한편에 놓인 우산과 진동벨은 이화약국의 고객 서비스 마인드를 엿볼 수 있다.
서비스센터에서 돌아온 김 약사는 거울을 보고 웃는 연습을 시작했다. 하루 종일 복약지도에 집중하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찡그리게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같은 모습은 근무약사도 마찬가지였다. 김 약사는 약국 구석에서 근무약사 모르게 그들의 복약지도 모습을 휴대폰 카메라에 담았다.

근무약사 6명과 모여 앉아 서로의 복약지도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지켜봤다. 복약지도를 하면서 무표정인 약사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렇게 이화약국 약사들은 김 약사가 촬영한 동영상을 모니터링 하곤 달라졌다.

약국의 변화는 이제부터다. 어느 날 커피숍을 들렀던 김 약사는 주문 후 받아든 진동벨에 관심이 꽂혔다.

은행처럼 대기 번호표를 뽑도록 기계를 둔 적도 있었다. 하지만 조제일수에 따라 번호표 순서가 섞이는 문제가 발생했다. 환자들이 하나, 둘 불만을 품으면서 없앴다.

하지만 진동벨은 대기 순서번호가 섞이는 불편을 덜게 해줄 것 같았다고 한다. 창구가 1개인 커피숍과 달리 4개의 창구가 있는 이화약국은 맞춤형 진동벨이 필요했다.

직접 진동벨 제작 업체에 1~4번 창구를 안내할 수 있는 진동벨을 의뢰했다. 진동벨이 생긴 이후 창구에서 환자 이름을 시끄럽게 부르는 일도 사라졌다.

김 약사는 "고객들도 편하지만 하루 종일 고객 이름을 부르면서 애타게 찾는 일도 줄었다"며 "근무약사들도 편해져서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80평 규모의 이화약국은 11월 중순 8년만에 리모델링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화약국은 약국 안 안마의자, 침대, 무료 렌탈 우산 등을 두고 있다.

처음엔 안마의자와 약국침대 판매업체의 요청 때문에 두게 됐지만, 이제는 "안마기를 사고 싶다"는 사람조차 말리는 상황이 됐다.

김 약사는 "조금이라도 고객들이 편안함을 느끼기 때문에 계속 두게 된 것"이라며 "구입을 하고 싶다는 사람들에게는 언제든 들러서 쉬고 가라는 말로 대신한다"고 말했다.

이화약국은 동네 사랑방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추운 겨울엔 온돌 기능이 있는 약국침대에 오손도손 앉아 수다를 떨기도 한다.

담요도 구비해 놓고, 침대에서 편히 쉬는 고객들에게 조용히 담요를 덮어주는 일도 김 약사의 몫이다.

이화약국의 자랑 중 하나는 비오는 날 무료로 빌려주는 우산이다.

김 약사는 약국 한켠에 놓인 형형색색 우산을 가리키면서 "돌려주지 않는 사람들도 있지만 비오는 날 언제든 편하게 쓸 수 있도록 항상 우산을 챙겨 놓는다"고 귀띔했다.

약국직원을 위한 씀씀이도 잊지 않는다.

계절마다 직원들이 편한 단체복을 맞출 수 있도록 지원을 하고 있다. 4계절마다 같은 색상의 단체복을 맞춰 입도록 하는 것이다.

김명숙 약사
그는 "3~4주 후 약국 리모델링을 진행하기로 했다"며 "8년 만의 리모델링은 약국 손님을 위한 것도 있지만, 직원들이 조금 더 좋은 환경에서 일하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다"고 전했다.

김 약사의 서비스 마인드 핵심은 약 봉투에 자신의 휴대폰 번호를 적어놓은 일이다. 어머니의 약을 대신 타러 온 며느리, 약을 자꾸 헷갈려 잘못 복용할 우려가 있는 50대 이상의 노인들은 집으로 돌아가면 복약지도를 금세 잊기 마련이다.

그래서 준비한 게 휴대폰 번호를 공개하는 일이다. 오후 6~7시 약국 문은 닫혀도 김 약사의 휴대폰은 항상 열려 있다.

하루는 50세가량의 남성이 일전에 먹었던 약과 함께 복용해도 되는지 모르겠다면서 오후 8시가 다 넘어 전화를 한 적 있었다. 김 약사는 남편과 함께 그 남성의 집을 찾았다.

수두룩한 약 봉지를 꺼내놓은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김 약사는 약을 정리하고, 오래전 처방받은 약은 폐기처분해야 한다고 일러주고 집을 빠져나왔다고 한다.

김 약사는 "남편이 제발 밤늦게 전화 받고 움직이지 말라고 신신당부 한다"며 "약국 문이 닫히고 나서, 밤새 약 복용을 두고 고민하는 환자들이 있으면 어쩔 수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화약국의 고객 서비스는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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