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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성 없어도 건강보험 재정 축내면 유죄

  • 김정주
  • 2014-03-12 06:14:59
  • 건보공단, 원외처방약제비 소송 판정승...환수 근거 명확화

7년여의 지리한 공방이었다. 의료기관이 요양급여기준을 초과해 처방을 내고, 이에 따라 과도하게 소요된 약제비의 책임이 과연 누구에게 있냐는 싸움은 결국 보험자인 건보공단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대법원 제2부는 지난달 말 과잉 원외처방 약제비 소송 상고심에서 서울대병원 등 관련 소송 총 13건 중 5건에 대해 의료기관의 책임을 80%로 인정하고, 손해배상책임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2건은 원심 파기환송을, 판결에 불복한 6건은 심리불속행기각 결정을 내렸다.

고의성이 없었다고 억울함을 항변하면서 환수를 거부한 의료기관들은 줄줄이 80%의 책임을 떠안게 됐고, 그만큼 재정을 지키려는 보험자의 위상은 강화됐다.

아직 법적근거 마련이 되지 않아 향후 갈등은 잔존해 있지만, 이번 판례가 앞으로 이어질 유사 소송이나 법적다툼에서 유력한 판례로 쓰일 것이라는 점에서 의료계 반발과 경계가 예상된다.

공단 2005년 완패…2007년 이후 대형병원 '환수 취소' 줄소송

과잉 원외처방 약제비 소송은 2000년 7월 의약분업과 함께 도입된 전국민 단일보험 요양급여제도가 그 시작점이다.

건보료 징수와 급여비 지급을 담당하는 공단은 급여기준을 어기고 과잉 처방을 한 의료기관들 때문에 약국 약제비를 더 지급하게 됐고 그 책임이 의료기관에 있다고 봤다.

급여기준을 위반한 병원들은 그 만큼의 차액을 공단으로부터 환수할 위기에 놓였고, 이에 반발한 병원들은 환수가 부당하다며 취소소송을 냈다.

최종 승리는 공단에 돌아갔지만, 재판부는 처음부터 호락호락하지는 않았다.

실제로 재판부는 2005년 2월 29일, A피부과의원이 제기한 첫 행정소송 최종 판결에서 "처방한 기관은 건보법상 보험급여비용을 받은 요양기관이 아니므로 징수처분은 위법하다"며 의료기관의 손을 들어줬다.

이 때 재판부는 원외처방 약제비 징수의 근거를 민법(제750조 불법행위의 내용)에서 찾고, 공단부담금과 본인일부부담금을 구분해 적용했다.

징수와 지급 업무를 맡고 있는 공단으로서는 건보법상 환수 근거가 없어 참패한 대표적 사례였고, 의료기관으로서는 환수 무효를 주장할 수 있는 유력한 계기가 된 사건이었다.

이후 2006년 12월을 민사소송을 시작으로 2007년부터 의료기관들의 줄소송의 신호탄이 울렸다. 실제로 지난달 말을 기준으로 공단에 제기된 관련 소송은 총 100건으로, 피소액만 478억원 규모다.

특히 2008년 1월부터는 국공립병원과 사립대학병원 등 대형 종합병원들의 소 제기는 보험자로서의 공단을 위축시키기에 충분했다.

이들 병원들은 환자에게 최선의 진료를 위해 의학적 타당성이 인정되는 원외처방을 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보험자에게 손해를 입히기 위한 고의 과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 같은 과잉처방이 위법하다 볼 수 없다는 주장이었고, 1심 재판부 또한 이 논리를 수용했다.

환자가 병의원에 낸 본인부담금이 공단의 손해로 볼 수 있냐는 문제에 대해서도 공단은 속수무책이었다.

결국 2009년 7월 징수(환수) 보류가 되기에 이르렀지만 지난해 3월 대법원 판결에서 국면이 급반전된다.

이 당시 대법원은 환자가 이미 의료기관에 지불한 본인부담금도 보험자인 공단의 손해 범위로 인정하면서 의료기관 책임으로 시각을 돌린다.

다만 원외처방인 만큼 의료기관들이 직접적으로 경제적 이익을 취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손해분담의 공평이라는 손해배상제도 이념에 비춰, 100%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판시해 결국 최근의 판결에 이르렀다.

원외처방분만 법적근거 없어 민사로 공방…판례 파급력 클 듯

100건에 이르는 소송을 진행하면서 공단은 줄곧 환수 정당성을 위한 법적근거 마련 필요성을 일관되게 주장했다.

의료기관의 항변이 있더라도 건보재정을 축낸만큼 법적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하지만 적용할 법이 없어 민사로 진행돼 논란이 커지는 등 불합리하고 소모적이라는 것이다.

다만 원내처방의 경우 여기서 발생되는 과잉 약제비처방은 의료기관에 100% 책임을 물을 수 있다.

현재 공단이 의료기관과 진행 중인 원외처방 약제비 소송은 총 42건. 진행소가는 총 281억원 규모이며 민사로 진행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법원이 내린 5건의 판정승과, 8건의 유리한 판결은 공단의 입장에서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법적근거가 없기 때문에 나머지 수십 건의 민사소송들에 결정적인 바로미터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공단은 "부당 지급 약제비에 대한 의료기관의 책임을 명확하게 했다는 점에서 남은 소송들에 파급을 미칠 것이기 때문에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과잉처방을 막고 건보재정이 부당하게 새는 것을 차단할 수 있는 명시적인 근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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