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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치고 글로벌? "내수 경쟁력 있어야 밖에서 승리"

  • 이탁순
  • 2015-06-03 06:15:00
  • 약가개선 등 공정경쟁 환경 구축...기업 자율적 노력이 관건

언젠가부터 국내 제약업계에 '글로벌'이라는 단어는 부적처럼 여겨진다.

신약개발이나 해외수출, 심지어 조직·인사개편에도 '글로벌' 이라는 단어가 목적어로 사용되고 있다.

너무 많이 쓰여서인지 글로벌 뒤에 붙는 경쟁력, 가속도, 제고, 진출 같은 단어들이 의미가 똑같다고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여태껏 '글로벌 진출 성공사례'라고 부를 만한 것이 국내 제약업계는 없다. 그래서인지 보도자료 등에 자주 쓰이는 '글로벌'이 더더욱 현실감이 떨어진다.

주식시장의 반응도 똑같았다. 웬만해선 제약 투자자들은 국내 제약회사의 '글로벌' 희망사항에 꿈쩍하지 않았다.

한미약품 임성기 회장(오른쪽)과 일라이 릴리 존 렉라이터 회장(왼쪽)이 지난 4월 19일 서울 한미약품 본사에서 기술이전 계약 이후 만남을 가졌다.
그런데 올해부터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올초 터진 한미약품 개발 항암신약의 글로벌제약사 릴리 기술이전이 '글로벌'을 희망사항에서 기대감으로 바꿔놨다.

주가도 주가지만, 주주들도 글로벌 프로젝트가 이제는 '실현가능한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최근 제약회사 홍보실 관계자는 "자사 의약품의 미국FDA 등록이 언제냐는 등 전에는 없었던 질문들이 주주들 사이에서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관심은 투자로 이어진다.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글로벌 프로젝트를 펼칠 수 있는 적기가 온 것이다.

복지부가 국내 제약산업 글로벌 경쟁력 목표시점으로 정한 2020년까지 이제 5년밖에 남지 않았다. 이 짧은 시간 내 우리나라에서 글로벌 기업이 나올 가능성은 적다. 그렇다면 적어도 해외에서 통할 수 있는 국내 제약기업의 체질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국내 제약기업과 우리 정부는 체질개선에 대한 해답을 가지고 있을까?

전문가들은 국내 제약기업들이 스스로 변화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체질개선을 유도하는 정책개발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R&D투자가 결국 글로벌화 좌우...세제혜택 확대 필요

매출액의 20% 넘게 연구개발 비용을 쏟아부은 한미약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윤택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제약산업지원실장은 "한미약품처럼 R&D 확대를 하거나 선진국 수준의 생산시설을 보유하는 것이 결국 글로벌 성과로 연계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국가 R&D 자금은 한계가 있어 결국 기업이 자발적으로 R&D 투자를 하거나, 미국·유럽 기준의 시설투자를 유도하는 정책·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산업계 투자를 활성화시키위해서는 무엇보다 투자자금에 대한 '세액공제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정 실장은 "신약개발에 투자한 R&D자금 및 생산시설 투자자금의 조세특례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기존 일몰된 기술수출의 조세특례 부활을 통해 글로벌기업과의 오픈 이노베이션을 지원하고, 활성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수출약가 지원...개발단계서 약가경쟁력 확보 노력 펼쳐야

수출의약품에 대한 약가산정 시스템 개선도 자주 거론되는 문제다. 정부는 내년부터 글로벌 진출 신약의 사용량-약가 연동 시 약가인하 대신 일정금액을 환급하도록 해 약가를 유지하기로 했다.

국내에서 깎인 약가때문에 수출협상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문정림 의원에 따르면 보령제약이 개발한 국산 고혈합신약 카나브의 경우 사용량 사용량 약가 변동제에 따른 국내 가격 670원을 기준으로 수출협상을 실시하게 되면 중남미 등에서 경쟁 고혈압치료제 디오반과 코자의 해외판매가격인 1120원, 1157원 등과 비교할 때 이윤을 기대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국산신약 우대정책으로 수출용의약품에 대한 #리펀드제(환급)를 꺼내든 것이다. 하지만 이번 정책은 국내에 들어온 다국적제약사들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약점으로 꼽힌다.

정 실장은 "리펀드 제도를 통해 수출의약품의 약가 불이익 문제는 어느정도 개선될 것이라는 판단"이라면서 "제도가 지속해 나가려면 통상이슈 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예 수출용의약품에는 이중약가를 적용하자는 의견도 있다. 여재천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전무는 "해외수출 신약에 대해 가치를 인정한다는 차원에서 국내에서 적용하는 약가와 수출약가를 국가가 두개 인정하는 방법도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며 "정부가 인정한 수출약가 서류로 상대국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 전무는 약가개선도 산업진흥 차원에서 논의돼야 한다며 제약산업 육성정책이 그런 부분에서 일원화가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약산업 육성을 위해 보험약가 문제가 중요하다는 인식을 정부가 가져야 한다"며 "산업진흥과 보건복지 정책이 동떨어져서는 안 된다"고 일침했다.

장우순 제약협회 보험정책실장도 비슷한 관점에서 이야기했다. 장 실장은 "국내에서 경쟁력없는 약이 해외에서도 팔릴 수 없다는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최소한 국산신약이 공정경쟁을 통해 내수시장에서 이길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데, 보험재정 절감 문제와 충돌하면서 기업들이 손해보는 장사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육성과 약가문제를 같은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제약사 스스로 높은 약가를 받기위한 노력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안병옥 동아ST 개발본부장은 "글로벌 신약들은 개발시기부터 약물 경제성 평가를 위한 다양한 시험을 디자인해 진행한다"며 "투자를 적게 하면 높은 약가를 받는데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진출 시 약가를 높게 받을 수 있는 전략도 소개했다. 안 전무는 "유럽의 경우 독일과 영국에 의약품을 등록하기는 어렵지만, 약가는 좋은 편"이라며 "이들 국가를 발판으로 삼으면 나머지 유럽국가에서 높은 약가를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나라마다 보험급여 시스템이 다르기 때문에 높은 약가를 받기 위해서는 진출 국가 순서도 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 전무는 "완제로 나갈 것인지, 원료로 나갈 것인지 역시 제조원가와 관계 있기 때문에 고려해야 한다"며 "기술 수출 마일스톤·로열티와 원료의약품 수출 이익을 비교해 어느쪽에 더 포션을 둘 것인지 면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은 좋은 약에는 높은 약가를 부여하기 때문에 많은 제약사들이 투자하려고 한다"며 "그러나 시장규모가 작고 약가가 싼 국가에서는 좋은 약들이 안 들어와 환자들의 선택기회도 줄어든다"고 말했다.

"내수시장에 경쟁자가 너무 많다"…공동생동 놓고 분분

한 제네릭사가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을 거쳐 허가받은 생산의약품을 여러 제약사가 공유하는 이른바 공동·위탁 생동 제도도 출혈경쟁을 유발시켜 산업 선진화를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지난 3월부터 허가특허 연계제도가 실시되면서 특허를 무력화한 퍼스트제네릭에 독점권이 부여되는데, 공동생동때문에 많은 제약사들이 독점권을 가져가는 부작용이 언급되고 있다.

허가특허 연계제도 시행후 처음으로 독점권을 부여받은 아모잘탄 제네릭의 경우 13개사가 1개 제약사로부터 의약품을 공급받고 있다. 이러다보니 독점권을 부여하는 우선판매품목허가 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제네릭사 경쟁을 부추기는 제도는 필연적으로 리베이트 등 불법 영업을 키우는 측면도 있다.

올초 식약처와 제약업계 CEO들이 참석하는 연례 간담회에서는 공동·위탁 생동성시험 허용으로 제네릭약물이 넘쳐나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며 제도 개선을 공식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식약처는 의약품 안전성·유효성이나 품질문제가 아닌 인위적 시장경쟁 제한은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며 사실상 현행 #공동생동 제도 유지를 피력했다.

장우순 실장은 "개인적으로 제약산업 경쟁력 강화 일환의 구조조정 측면에서 안전하고 우수한 약물을 만드는 기업만 출입을 제한하게끔 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면서 "지금은 목장에 양떼를 너무 많이 풀어놓은거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동생동을 통해 제네릭약물이 남발되는 문제는 윤리경영이 궤도에 오르면 해결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안병옥 전무는 "기업의 윤리경영이 강화된데다 허가-특허 연계제도로 제네릭약물 진입시기도 늦춰졌다"며 "기업들이 앞으로 마케팅 비용을 줄이고, 제조원가 개선을 위해 노력한다면 지금처럼 제네릭이 그렇게 많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윤택 실장도 "우수한 퍼스트제네릭 개발사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측면에서 공동생동 제도는 보완이 필요해 보이나, 딱히 글로벌 진출과 연계성은 보이지 않는다"며 "리베이트와 공동생동은 내수의 이슈지 글로벌 진출과는 관련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리베이트 규제 방향성은 유지하되 사전예방 정책 전환 필요

전문가들은 또 글로벌 진출을 위해서는 리베이트 규제철폐를 위한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그러나 정상적 사업활동을 펼치기 위한 마케팅 규제는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장우순 실장은 "글로벌 기준을 충족하려면 지금의 리베이트 규제 방향은 옳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처벌 위주의 시스템에서 기업이 스스로 사전예방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실장은 "사전 예방 정책을 통해 기업들끼리 공정한 경쟁을 펼칠 수 있도록 해야한다"며 "처벌 위주 정책은 기업과 의료소비자의 불만을 촉발시키는 등의 문제 때문에 한계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 실장은 "지금 상황에서는 리베이트 규제 개선을 논할 때는 아닌 것 같다"며 자연스런 사전시스템 정착으로 끌고 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제약업계 현장에서는 리베이트 규제로 가능한 제품 마케팅 수단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이다.

국내 중견제약사 마케팅 담당자는 "작년 7월 투아웃제 시행 이후 법인카드 통제 등으로 영업사원들의 입지가 좁아졌다"며 "마케팅이래봤자 제품설명회 뿐인데, 특색이 없는 제네릭 위주 사업을 펼치는 중소제약에게는 빛좋은 개살구"라고 말했다.

공정경쟁규약에서 마케팅이 가능한 허용범위를 넓히고, 현장에서 적용하기 쉽게 구체적 사례를 제시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상위 제약회사 CP 담당자는 "아직도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 해외학회 참가지원 등과 관련해서는 허용범위 기준이 모호하다"며 "마케팅과 연구가 연계된 활동에 대해서는 보다 유연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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