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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올 약은 다 나왔다? "그래도 어딘가엔 있을거야"

  • 어윤호
  • 2015-06-01 06:15:00
  • 항암제 도배 속 희귀질환·백신 대두...편의성, 가치가 되다

어렵다. 굳이 '1만분의 1'이라는 확률을 논하지 않아도 신약은 어렵다. 개발의 성공이 매출과 직결되지도 않는다.

문제는 점점 더하다는 것이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회자되는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의 이면에는 신약 기근현상이 숨어있다. 재료 찾기가 어렵고 위험 부담은 커지니, '공유'가 방안이 됐다. '나올 약은 다 나왔다'는 시쳇말이 과언은 아니다.

하필이면 이같은 기조 속에서 국내 정부와 제약업계의 신약개발 의지는 역대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신약이라는 2음절 단어의 무게가 한층 더 부담스러운 이유다.

죽으란 법은 없다. 여전히 다국적제약사들은 천문학적 금액을 R&D(연구개발)에 쏟아 붓고 있다. 파고들 영역은 남아 있다는 것이다. '나올 수 없었던 약'과 '나왔지만 더 나은 약'은 아직 존재한다.

대세는 있어도 정답은 없다

항암제, 희귀난치성질환, 백신, 바이오. 의약품 시장을 전망할때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키워드들이다. 빅파마들의 R&D 파이프라인 역시 이를 반증하고 있다.

그러나 무작정 해당 약제들을 개발한다고 성공이 담보되진 않는다. 디테일한 관찰이 필요하다. 관건은 아이템이다. 시장의 니즈를 꿰뚫고 차별성을 확보해야 한다.

1개 물질에 대한 적응증 추가 연구 포함
◆암, 3세대 기전의 대두=확실한 트렌드다. 다국적사들의 파이프라인은 지금 항암제로 도배되고 있다.

노바티스가 진행 중인 항암제 R&D 파이프라인은 44개다. 여기에 사업부 인수로 인해 GSK가 개발중이던 물질 30개까지 추가된다. 항암 특화 제약사 로슈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68개 항암제 R&D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이 중 신약 후보물질은 무려 34개에 달한다.

상대적으로 활동이 저조했던 화이자와 MSD도 대폭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항암제는 특성상, 1개 물질이 다양한 적응증으로 개발된다. 따라서 질환 보다 먼저 봐야 할 것은 기전에서 비롯되는 약제 클래스다. 2010년대 초중반까지 시장을 선도했던 표적항암제(2세대 항암제, 1세대는 항암화학제제)에서 이제 종양학자들의 관심은 3세대 약제인 면역항암제로 옮겨가는 추세다.

표적항암제가 특정 암세포를 타깃으로 억제하지만 암세포 자체의 진화로 내성이라는 한계가 발생하는 것에 반해 몸 자체의 면역체계를 강화해 암을 잡는 면역치료제는 앞으로 항암제 영역의 큰 축을 담당할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 국내에도 BMS의 '여보이(이필리무맙)'와 MSD의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 오노약품의 '옵디보(니볼루맙)' 등 치료제가 흑색종치료제로 허가돼 있다. MSD는 키트루다 1품목만을 놓고 별도의 사업부까지 구성했으며 화이자와 면역항암제 개발을 위한 글로벌 제휴도 체결했다. 이들 약제는 현재 향후 폐암, 유방암, 위암, 두경부암 등 다양한 암종의 적응증 획득을 위한 연구가 진행중이다.

고무적인 것은 해당 3세대 약물에 국산 후보물질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한미약품이 개발중인 'HM61713'이 그것인데, 이 물질은 현재 폐암을 타깃으로 연구를 진행중이다. 지난해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유의미한 1/2상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조셉 이드 MSD 글로벌 메디칼 항암사업부 대표는 "면역항암제의 등장으로 세계 유수 진료지침이 이로 인해 바뀔 것이라 본다. 이제 암도 만성질환과 같이 평생 관리하는 질환으로 개념이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 희귀난치성질환센터
◆희귀난치성질환, 타깃의 개척=암과 마찬가지로 다국적사의 지배력이 큰 질환이며 타깃의 발견 자체가 중요한 시장이다.

특히 각 보건당국들이 희귀난치성질환에 대해서는 신속승인을 통한 임상기간 단축과 세제혜택, 비용감면 등의 혜택을 제공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고수익이 보장된다는 강점이 있다.

희귀질환은 특정 영역으로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발병 빈도로 정해진다. 참고로 국내는 환자가 2만명 이하인 질환을 희귀난치성질환으로 정의하고 있다. 환자가 적고 약제가 부족한 영역, 즉 신약에 대한 니즈가 상당한 질환들이다. 임상 진행이 어려워 개발기간이 긴 만큼, 약제는 대부분 고가다.

알렉시온의 PNH(발작성야간혈색소뇨증)치료제 '솔리리스(에쿨리주맙)', 골수섬유증치료제 '자카비(룩소리티닙)' 등이 최근 대표적 성공례다.

희귀난치성질환 특화 제약사를 표방하는 젠자임, 샤이어 등 회사들은 지속적인 신약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리소좀 축적질환(Lysosomal Storage Diseases, LSD)' 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젠자임은 최근 먹는 고셔병 약물의 미국 승인을 획득했다. 샤이어는 부갑상선 기능 저하증 치료제를 개발중인 NPS를 인수해 파이프라인을 보충했다.

국내에서는 녹십자의 행보가 돋보인다. 혈우병 영역에서 입지를 다진 이 회사는 2012년 젠자임의 '엘라프라제(이두설파제)'에 이어 세계 2번째 헌터증후군치료제 '헌터라제(이두설파제-베타)'를 내놓았다. 녹십자는 현재 헌터라제의 미국 승인을 준비중이다.

바이오벤처인 이수앱지스 역시 고셔병과 파브리병 치료제 개발에 성공, 국내에 론칭한 상태다.

헌터라제 개발을 주도했던 진동규 삼성서울병원 교수는 "산학 연합이 중요한 영역이기도 하다. 질환이 희귀한 만큼, 전공하는 의료진도 소수기 때문에 제대로된 현장 경험과 니즈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백신, 시장 선점의 미학=먼저 내는 것이 가장 좋다. 질환을 미리 예방하는 백신은 제약업계의 영원한 블루칩이다.

발병과 관계 없이 접종하고 맞고 나면 끝인 의약품이기 때문에 시장 선점이 중요하다. 물론 효능(예방력)이 압도적일 경우 얘기는 달라질 수 있지만 이같은 경우는 드물다.

이유의 전부라 할 수는 없겠지만 MSD의 자궁경부암백신 '가다실'과 대상포진백신 '조스타박스', 화이자의 폐렴구균백신 '프리베나13(기존 프리베나7이 시장을 선점)' 확실히 일정부분의 선점 효과를 누렸다.

최근 떠오르는 플레이어는 GSK다. 이 회사는 최초 4가 독감백신 '플루아릭스 테트라'를 론칭, 선점에 나섰으며 현재 대상포진백신과 말라리아백신의 개발 성공에 임박했다.

한발 느리지만 국내사들의 행보도 활기차다. 녹십자, SK케미칼, 일양약품, 셀트리온 등이 4가 독감백신을 준비중이다.

특히 SK케미칼은 사노피와 손잡고 13가 폐렴구균백신을 개발중이며 대상포진백신의 자체 개발도 진행중이다. LG생명과학의 경우 5가 혼합(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B형간염·뇌수막염)백신의 3상 임상을 얼마전 완료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백신으로 한정하자면 국산 기술도 전혀 뒤쳐지지 않는다고 판단된다. 출시시기에 대한 영향은 있지만 향후 NIP(국가필수예방접종사업)가 논의될 수도 있고 가격경쟁력이 힘을 갖기 때문에 앞으로 더 많은 개발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편의성, 그 커져가는 존재감=어쩌면 '바이오'와 동등한 수준의 키워드일지도 모르겠다. 편의성은 이제 모든 제약사의 고려대상이 돼 가고 있다.

실제 백신을 포함, 앞서 언급한 약제들은 대부분 바이오의약품이다. 그런데 바이오, 케미칼 여부와 관계없이 편의성 1개 요소만을 타깃으로 개발되는 약제들도 적잖다.

물론 효능과 안전성이 압도적이라면 좋겠지만 기존 약제 대비 뛰어난 약을 만들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편의성 개선은 하나의 평가 요소로 자리잡는 모습이다.

실제 주사제 밖에 없던 다발성경화증 영역에 지난해 론칭된 먹는 약, 젠자임의 '오바지오(테리플루노마이드)'는 환자와 의료진에게 상당한 호응을 이끌어냈다. 젠자임은 경구 고셔병치료제 '세레델가'의 미국 승인을 획득했다.

반면 경구제 밖에 없던 영역에 주사제의 니즈가 상승하는 사례도 있다. 조현병(정신분열증)과 같은 환자의 복약 관리가 어려운 정신질환 영역인데, 얀센이 연 4회 투약하는 '인베가트린자'의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개발 역시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장기지속형제제에 대한 연구가 만성질환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MSD는 주 1회 복용하는 DPP-4억제 당뇨병치료제 '오마리글립틴'의 상용화를 준비중이며 한미약품은 월 1회 투약하는 GLP-1유사체 'LAPSCA-Exendin4', 주 1회 용법 인슐린 'LAPSInsulin115'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제이 프레드 프리처드 글로벌 CRO 셀레레온 부사장은 "임상 디자인 단계부터 이제는 기존에 진입한 약제와 비교해 투약주기 및 제형 편의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다. 시대가 흐를 수록 편의성은 더 중요해 질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달라진 토종 제약사들=갈 길은 멀다. 하지만 분명 국내사들도 전진하고 있다.

약가인하로 인한 제네릭 경쟁력 상실, 경영진들의 신약개발에 대한 포부는 조금씩 가시화되는 모습이다. 주요 상위사들의 매출대비 R%D 투자 비율은 이미 20%에 육박했다.

단순히 내수시장만을 고집하지 않는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녹십자는 헌터라제의 미국 진출 준비와 함께 면역증강제 IVIG의 허가 신청을 마쳤으며 동아에스티는 슈퍼항생제 '시벡스트로'의 미국 승인을 획득했다.

특히 올 상반기 한미약품은 릴리와 자가면역질환치료제 'HM71224'에 대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 그간 쏟아 부은 R&D 투자의 성과를 빛냈다.

국내 한 CRO 대표는 "선구안, 실질적인 튜자 규모 면에서 부족한감은 있지만 이제 국내사들도 임상, R&D 측면에서 노하우가 생겼다. 해외시장 개척에도 역량을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더 많은 성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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