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약 오피니언 리더 "서울·경기·동성고로 통한다"국내 제약업계 오피니언 리더들의 #고등학교 인맥은 어떻게 될까?사회 전반적으로 출신 고등학교는 '평준화' 이전 세대들에게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실제로 경제계를 이끌고 있는 오너들 중에는 경복고 출신 인사들이 유독 많이 포진해 있다. 이들의 끈끈한 고등학교 인맥은 사회 전반적으로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한다.제약업계에도 명문고 출신들이 두루 포진해 있다. 서울고를 비롯해 경기고, 동성고, 용산고 등 과거 명문대 진학을 위한 필수 코스로 인식돼 온 고등학교들이 현재 제약 CEO들의 주요 출신교로 자리매김하고 있기 때문이다.데일리팜은 지난 5월 한달동안 전현직 제약사 대표들의 출신고와 대학교를 조사했다.제약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고등학교 인맥은 끈끈함과 소통의 중요한 잣대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 이번 조사를 시작하게 된 배경이다.데일리팜 조사 결과 고등학교에서는 서울지역의 명문고로 뽑히는 서울고·경기고·동성고 출신이 가장 두드러졌다.서울고 출신 9명 최다…제약 오너 두루 포진서울고 출신 인맥제약계 오피니언 리더 중에서 가장 많은 동문을 배출한 학교는 역시 서울고등학교였다. 서울고 출신은 9명으로 조사됐다.40년생으로 맏형격인 장홍선 전 근화제약 회장부터 65년생인 최재희 건일제약 대표까지 선후배 동문들이 제약업계 중추 역할을 하고 있다.특히 서울고등학교 출신은 제약사 오너들이 상당수 포진하고 있다. 장홍선 전 회장을 포함해 윤도준 동화약품 회장, 이장한 종근당 회장, 한승수 제일약품 회장, 이경하 JW홀딩스 부회장 등이 모두 서울고 동문이다.윤도준 회장과 이장한 회장은 52년생으로 같은 세대의 서울고 출신들이다.또 유승필 유유제약 회장과 한승수 제일약품 회장, 손경오 전 CJ제약부문 대표와 이종욱 대웅제약 사장은 1년차 선후배로 인연을 맺고 있다.손경오 전 대표와 이종욱 사장은 서울고를 졸업하고 서울대약대 동문이면서 유한양행 출신이기도 하다.경기-동성고, 제약업계 파워 동문 자리매김경기고 출신 인맥경기고와 동성고 출신은 각각 7명으로 조사됐다.경기고에서는 우석민 명문제약 대표와 김성욱 한올바이오파마 사장이 68년생 동창생이다.윤대인 삼천당제약 회장이 경기고 출신 최고 선배이며 그 밑으로 녹십자 허일섭 회장, 이우석 코오롱제약 사장, 백승렬 대원제약 사장이 차례로 졸업했다.오너 2세인 72년생 장원준 신풍제약 사장도 경기고 출신이다.동성고 출신 인맥동성고 인맥도 대단하다. 동성고에는 박호일 환인제약 감사부터 윤석근 일성신약 대표까지 주로 40~50년생 인사들이 포진됐다.나이가 같은 동기생은 조사되지 않았지만, 여러 분야에서 활약하는 인사가 많은 게 특징이다. 제약협회장인 이경호 씨와 얀센을 정년퇴직하고 컨설팅업체인 TH파마컨설팅의 노태호 대표도 동성고를 나왔다.이윤우 대한약품 대표와 보령제약에 오랫동안 몸담았던 김상린 동구제약 부회장도 동성고 파워라인에 포함돼 있다.지방 명문 대전고 인맥 부각…상위제약 CEO 포진대전고 출신 인맥지방 명문고는 대전고 출신들이 주목받았다. 제약업계의 대전고 파워를 실감하게 하는 대목이다. 특히 제약협회 전현직 이사장이 함께 있다는 게 주목된다. .37년생인 어준선 전 제약협회 이사장이 대전고 동문 중 최고참이며, 현 제약협회 이사장인 김원배 동아ST 부회장도 대전고 출신이다. .또한 이정치 일동제약 회장, 이관순 한미약품 사장, 정난영 (주)대웅 사장도 대전고 인맥이다. 대전고 출신 특징은 상위제약사 CEO들이 많이 포진돼 있다는 점이다.대전고 인맥은 이희성 전 식약청장을 비롯해 약업계를 주도하는 파워 명문으로 꼽히고 있다.원희목 전 국회의원이 졸업한 용산고 출신 리더들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용산고 출신 인맥용산고 출신은 34년생 윤영환 대웅제약 회장 등을 비롯해 4명이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권박 동국정밀화학 대표와 고재규 전 한미정밀화학 대표, 40대 기수인 권기범 동국제약 부회장이 모두 용산고 출신들이다.기타 고등학교 인맥이밖에 서울 영동고에는 김정진 한림제약 사장과 윤웅섭 일동제약 부사장이 나왔다. 두명 모두 66년생 동갑내기다.최성원 광동제약 사장도 영동고를 나왔다. 김영진 한독약품 회장과 백승호 대원제약 회장은 중앙고 동기동창이다. 윤재승 부회장은 이들보다 6년 후배이다.강덕영 유나이티드제약 사장과 최재준 진양제약 사장이 서울 중동고를 나왔고, 경복고 출신은 최태홍 보령제약 사장과 곽달원 CJ사업부문 대표가 3년차 선후배 관계로 나타났다.윤원영 일동제약 회장, 이성우 삼진제약 사장은 성동고를 졸업했다. 제약 대표이사들 대부분이 서울 지역 고등학교를 나온 것으로 이번 조사에서 파악됐다.부산의 명문고인 부산고 출신은 김정우 종근당 부회장, 안원준 태평양제약 대표가 졸업을 했다. 두명 모두 서울대약대 출신인 점도 이채롭다.서울대 출신 대표이사 다수…약학 계열이 절반출신 대학교 조사에서는 서울대 출신이 가장 많았다.현직 완제의약품 제조업체 41곳 53명 대표들의 출신대학교를 조사한 결과, 서울대 출신은 15명으로 가장 많았다.주요 제약 오피니언 리더 출신교 및 대학이 중에서도 약대 출신이 6명으로 다수를 차지했다. 동아에스티의 김원배 부회장, 이종욱 대웅제약 대표, 종근당 김정우 부회장, 정연진 일동제약 사장, 최태홍 보령제약 사장, 안원준 태평양제약 대표가 서울대약대 동문들이다.약학대학 출신은 총 16명으로, 서울대 6명을 비롯해 성균관대약대 5명, 중앙대약대 5명으로 조사됐다.이들 대부분은 연구자 출신으로 회사의 R&D분야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약대출신들이 국산 신제품 개발에 중추역활을 담당하고 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법대 인사는 대웅제약 윤재승 부회장이 부각된다. 의대 출신으로는 동화약품 윤도준 대표와 한국프라임제약 김대익 대표가 각각 경희대의대와 순천향의대를 졸업했고, 김성욱 한올바이오파마 대표는 연세대치대를 나왔다.박근혜 대통령과 동문인 서강대 출신은 없었다. 하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과 같은 고려대 출신은 이정치 일동제약 회장 등 5명으로 조사됐다.2013-06-10 06:35:00제약산업팀 -
안되면 통상압력 NO…"한국-본사의 접점에 서라""사실 문제가 잘 풀리지 않으면 외교채널 등 가능한 모든 외부수단을 활용했던 게 사실이다."외자 제약사에 수십년간 몸담은 한 임원은 이렇게 고백했다. 그는 또 이렇게 말했다. "비상식적인 일이었다. 그래서 우군을 만들지 못했던 거다. 앞으로는 지양해야 할 방식이다."최근 다국적의약산업협회 회장인 #김진호 한국GSK 사장은 기자들과 만나 국내 제약단체 재편안을 꺼내놨다.제약협회 회원사를 보면 연구개발 중심적인 업체부터 제네릭 기반업체, 규모도 1조원에 육박하는 대형기업부터 수백억원대 중소제약사까지 망라돼 있다. 김 사장은 "이런 구조에서는 제약산업 정책에 대해 단일한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실제 제약협회는 그동안 약가정책이나 제약산업 육성정책 측면에서 제약계 대표단체의 위상에 맞는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없지 않다. 회원사의 이해관계가 엇갈려 단일한 정책지향점을 찾는 데 일정부분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다.김 사장은 대안으로 신약개발에 집중하는 혁신형 제약사들과 제네릭 기반 제약사들을 분리해 따로 단체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미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에서 운영되고 있는 방식이다.김 사장의 속내는 이 과정에서 '다국적 제약사들의 모임'이라는 KRPIA의 틀을 깨고, 외자계 제약사들이 국내 제약사들과 함께 혁신형 제약사들의 단체를 결성하는 데 주도적으로 참여하려는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실제 KRPIA 관계자는 "글로벌 제약사가 되고 그만한 경쟁력을 키우려면 그런 회사들과 어울리고 파트너십을 가져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하지만 국내 제약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한 제약사 임원은 "외자계 제약사들이 신약개발 제약사라고 자신을 지칭하지만 사실 한국법인은 창고지기이거나 수입도매상 아니냐"면서 혁신제약 모임에 낄 자격이 없다고 우회적으로 말했다.다른 제약사 임원도 "외자계 제약사들이 시장 지배력을 넘어 이제 국내 제약산업의 정책이나 의제 설정 영역까지 넘보려는 게 아닌 지 의구심이 든다"고 경계심을 나타냈다.통상압력같은 '변칙 플레이'에다가 '외자계'라는 탈을 벗겠다는 KRPIA의 움직임은 사실 더 두껍고 단단한 새 탈로 바꿔 쓰겠다는 의미라는 것이다.활용론과 기대론도 적지 않다. #아모잘탄을 해외에서 판매하는 MSD나 #제미글로 판매제휴자로 나선 사노피아벤티스의 경우처럼 국내 제약사의 해외진출을 도울 중요한 조력자로 외자계 제약사의 역할을 적지 않다는 것이다.한 상위제약사 관계자는 "한국법인이 국내 제약사와 파트너십을 구축해 다른 나라로 나갈 수 있는 징검다리로 적극 나서 준다면 이보다 좋은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정부 측 관계자는 다른 측면에서 한국법인의 역할론을 제기했다.그는 "국내 약가제도 등과 이익이 배치된다고 해서 비난만 하고 편법적으로 돌파만하려고 하지 말고, 한국법인이 본사를 설득해 접점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그는 "무엇보다 초고가 중증희귀질환 신약의 국내 환자들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면서 정부 정책과 접점을 모색할 수 있는 것은 외자 제약사 한국법인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외자계 제약사 한 임원도 이 점을 인정했다. 그는 "사회공헌 활동 등은 기본이다. 앞으로는 외자계 제약사가 국내에서 수행해온 공과를 평가하면서 역할모델을 고민해 볼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2013-06-08 06:35:00최은택·어윤호 -
7월 첫 약사협동조합 탄생…약국 접목가능성은?"일반약 편의점 판매 허용을 목격한 약사들의 위기감이 큰 것 같아요. 약국도 변화의 시대가 왔다는 것이죠. 협동조합 설립 움직임이 태동한 것도 이와 같은 이유인 것 같아요."지난 3월30일 서울시약사회 임원워크숍에서 약국협동조합의 개요를 브리핑한 바 있는 윤승천 서울시약사회 홍보이사는 협동조합 설립 움직임에 대해 이렇게 진단했다.현재까지 설립이 가시화된 약국협동조합은 크게 2곳이다. 부천, 시흥지역 약사들이 주축이 된 '대한약국협동조합' 준비모임과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 수도권 지역 약사들이 참여하는 '아로파약사협동조합' 준비모임이 있다.◆대한약국협동조합과 아로파약사협동조합 = 먼저 이진희 약사가 주도하고 있는 대한약국협동조합 준비모임은 23명의 약사가 이미 각 300만원씩 출자금을 낸 상태다.대한약국협동조합 준비모임은 오는 10월까지 스터디와 평가과정을 거쳐 정식 조합준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대한약국협동조합은 매출 1억의 약국 100곳이 모이면 100억원의 바잉파워 발생할 수 있다며 특히 다양한 공동마케팅 전략을 공유해 약국이 잘 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이진희 약사는 "세미나, 공부 등 약국협동조합에 대해 학습하는 시기"라며 "23명의 약사들이 30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출자금을 입금한 상황"이라고 말했다.이 약사는 "만약 조합 설립이 이뤄지지 않으면 출자금은 다 돌려드릴 계획"이라며 "체인사업을 한다고 했으면 이렇게 약사들이 모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다.약준모 약사들이 주축이 된 아로파약사협동조합은 7월14일 창립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이는 최초의 약사협동조합 탄생을 의미한다. 아로파약사협동조합 약국장과 근무약사까지 구성원도 다양하다.아로파약사협동조합은 약사 26명이 각 50만원씩 출자했다. 이미 정관 초안도 작성했다.아로파약사협동조합은 창립총회에서 정관, 사업계획 등의 심의를 받은 후 지자체 설립신고와 설립 등기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조합 구성을 주도하고 있는 유창식 약사는 "공동구매, 유통, 교육과 국민건강증진에 기여하는 것을 조합 설립 목표로 잡았다"며 "약국의 이익만 추구하기보다 약국과 국민의 공동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 중요한 설립취지"라고 설명했다.유 약사는 "1인 출자금을 걷어 하기 때문에 조합은 안정 지향적 사업"이라며 "돈 벌기도 쉽지 않지만 그만큼 망하지도 않는다"고 소개했다.또 다른 움직임도 있다. 약사들이 운영 중인 IT업체, 제조사 등을 묶어 대형 조합을 설립하겠다는 것이다.◆약국협동조합으로 할 수 있는 일은 = 그렇다면 약국 협동조합을 통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먼저 협동조합의 특징을 살펴보자.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1인1표제'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조합원 모두 권한을 갖는다. 일반 회사와 달리 조합원이 주인이라는 점이다. 공동으로 운영하고 수익을 똑 같이 나눠 가진다.조합원이 주인이고 조합원들의 이익을 위해 공동으로 협력하는 체제다. 영리법인이라는 게 중요한 포인트다. 조합원이 사업을 이용한 실적에 비례해 잉여금을 배당받게 된다.약국협동조합이 할 수 있는 사업은 다양하다. 먼저 일반약 공동구매와 OEM 제조가 가능하다.이진희 약사는 "지금 약국에서 취급하고 있는 OEM제품을 60~70% 가격이면 충분히 구매할 수 있다"며 "일반약 이익이 30%이상 나아지고 독립적 PB 제품을 만들어 난매 걱정 없는 제품을 취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다음은 건강관련 제품 공동구매다. 약국에 흔히 있는 무릎보호대나 칫솔 치간 칫솔 기타 의약외품 등에 대해서 제품 품질을 개선하거나 가격을 낮춰 구매할 수 있다.즉 일반약과 건강관련 제품의 월 구매액이 300만원 정도만 된다면 추가 100만원정도의 수익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라는 것이다.특히 조합원 간 약국경영 지식과 일반약 판매 경험 등을 공유할 수 있다.이진희 약사는 "어느 약사님은 간장약을 어느 약사님은 항산화비타민을 어느 약사님은 종합비타민을 잘 적용하는 능력을 가졌다"며 "각자의 능력을 꺼내 놓고 공유하면 서로에게 이익을 주게 된다"고 설명했다.◆협동조합, 약국 접목 가능성은 안갯속 =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미 약사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공동구매, 지식 공유 등을 진행했지만 별 반 나아진 게 없다는 주장이다.또 우리나라는 도매업체가 너무 많아 미국 약국협동조합과 같은 바잉파워를 확보하기 힘들다는 분석도 있다.익명을 요구한 한 약사는 "일단 한 지역에 10개 정도의 약국이 묶여야 하는데 지역이 방대하며 관리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이 약사는 "사무국과 사무실을 설치해야하는 점과 대표가 돈을 벌지 못하는 구조가 되면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또 협동조합은 경영상 결정 과정이 느리다는 단점이 있다. 조합원의 의견 일치를 확보하기가 다른 조직에 비해 어렵기 때문이다.특히 협동조합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도 문제다.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기 때문이다.모 약사는 "약국장들은 개인사업장을 운영하는데 익숙해있기 때문에 협동조합 운영에 대한 적응이 쉽지 않을 수 있다"며 "결국 조합 운영을 주도하는 사람에게 무작정 위탁하다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조제수입이 절대적인 경영지표가 되면서 약국 협동조합에 대한 무용론도 나온다. 분업 이후 약국경영의 성패는 조제수입 아니냐는 것이다.약사사회의 협동조합 설립은 이제 태동기다. 아니 시작도 하지 않는 상황이다.결국 소자본 약국들이 모여 약국시장을 넘보는 대형자본과 싸워보겠다는 것인데 반신반의하는 의견이 지배적이다.협동조합이 약국 미래 개척의 동력이 될지, 아니면 시대적 흐름 속에서 탄생한 유행으로 끝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2013-06-07 12:25:00강신국 -
"이러다간 식민지" 하면서도 이익 앞에선…국내 제약 A사는 2년전 진기록을 수립했다. 외자제약과의 #코프로모션에서 불문율이었던 협력사 배당률 20% 바닥을 허물어버린 것이다. 이 회사는 2년 전부터 전사적으로 제휴강화 프로젝트에 돌입했다.국내 경쟁업체에 제품을 뺏기지 않기 위해 10%대 배당률을 적어냈다. 여기다 목표매출 달성에 실패하면 배당률을 2% 더 낮춘다는 조건도 내걸었다. 목표액 돌파시 후속품목에 대한 제휴협상 우선권을 달라는 약속을 받기 위해서였다.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외자제약사와 국내제약사가 체결한 공동판매 계약서 50여건을 분석한 뒤 #표준거래계약서 권고안을 내놨다.외자제약사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국내 제약사에게 불공정한 계약을 강요한다는 것인데, 강제사항은 아니지만 만약 법령위반 여부를 조사할 때 참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실상의 강제인 셈이다.공정위 지적처럼 이 계약서에는 해당 성분에 대한 제네릭 개발을 제한하는 등 불공정한 요소가 없지 않았다. 하지만 A사처럼 제휴대상을 확대하기 위해 스스로 '노예계약'을 체결한 제약사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최근에는 국내 상위제약사인 B사도 A사와 유사한 배당률을 제시하면서 외자계 제약사와 공동판매 계약을 맺었다.제약계 한 관계자는 "국내 제약사들은 외자사에 대한 불만이 많다. 약가정책이 바뀔 때마다 '오리지널에 유리한 정책이다. 이러다간 식민지된다'고 말했다가도 이익 앞에서는 기업논리를 내세우며 간이고 쓸개고 다 내준다"고 한탄했다.국내 제약사의 타자 개념으로 '외자사'로 지칭하면도 눈앞에 이익이 보이면 과감히 '적과의 동침'을 선택하는 일그러진 민족주의의 한 단면이다.사실 외자계 제약사가 국내 제약시장에서 지배력을 확대해 온데는 이런 제약사들의 역할이 적지 않았다.외자계 제약사는 1960년 외채도입촉진법 시행이후 합자형태로 국내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직전년도인 1959년에는 한독약품공업이 기술제휴를 맺고 독일 훽트스사 제품을 수입해 이 회사 상표를 붙여 판매했다.국내 1호 합자사는 한국화이자제약의 전신인 중앙제약주식회사로 1961년에 탄생했다. 합자사는 외채를 도입하려는 정부의 유화정책을 기반으로 1980년대 초반에는 31개까지 늘어났다.국내 제약사는 합자나 기술제휴, 제품 라이센싱 등을 통해 기술노하우를 하나둘 습득해 왔다. 1990년대 초반 이전에는 국내에 생산시설이 없으면 시판허가가 나지 않았기 때문에 외자계 제약사와 국내 제약사의 파트너십은 공고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런 규제가 사라지고 수입의약품에도 보험약가가 인정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가령 라이센싱의 경우 해당 제품에 대한 기술정보를 가져올 수 있다. 국내 제약사가 직접 제품을 만들어서 판매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자계 제약사 품목이 완제수입으로 전환된 이후에는 판매계약만 이뤄지기 때문에 기술관련 정보는 차단된다. 오직 판촉을 도울 수 있는 정보만 교환되는 것이다.특히 이런 현상은 의약분업 이후 더 탄력을 받았고 오늘에 이르고 있다.제약계 일각에서는 공동판매에 몰두해 온 국내 상위권 제약사들의 행태에 대해 "꽃만 따왔지 화단을 옮겨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하지만 19개의 국산신약을 보유한 국내 제약산업의 위상을 너무 깎아내릴 이유도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더구나 국내 제약사들의 제제기술은 세계적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다.제약계 한 전문가는 "한국 제약산업은 국내에서도 제대로 인정받고 있지 못하지만 짧은 역사속에서 비교적 많은 성과를 이뤄냈다"고 말했다.그는 "문제는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연구개발 투자에 더 전력해야 할 시점에서 상위제약사들조차 리베이트 영업에 치중하거나 외자제약과 경쟁적으로 판매 제휴품목을 늘려 눈앞에 보이는 돈만 쫓고 있다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2013-06-07 06:35:00최은택·어윤호 -
갑을 향한 을 약사들의 반란…약국협동조합 꿈틀'을'이 아니라 모두 '갑이 될 수 있는 협동조합 바람이 뜨겁다. 협동조합 역시 주식회사와 같은 법인이다. 다만 주식회사는 주주들의 이익을, 협동조합은 조합원의 이익을 우선한다는 점이 다르다.특히 협동조합은 대주주와 소액주주 차별이 없다. 대주주와 소액주주의 권리를 철저히 구분하는 주식회사와 달리 조합원 누구나 똑같은 권리를 행사한다.지난해 12월 협동조합기본법 시행을 계기로, 협동조합 시대의 막이 열렸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관련법 발효 6개월만에 1092건의 협동조합 설립 신청이 접수됐다.이미 약사 사회에는 약사들의 협동조합이 있다. 1976년 삼희신협을 모태로 한 서울약사신협이 대표적이다. 금융업무를 주요 영업기반으로 하고 의약품 전자상거래, 교품몰 등도 운영하고 있다.◆약사사회의 협동조합 설립 = 약사들은 왜 협동조합에 관심을 보였을까?먼저 대기업 트럭스토어의 시장 진출과 약국시장 자본 개방 등 약사사회의 위기감이 한몫을 했다.또 정부의 협동조합기본법 제정으로 손쉽게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점도 협동조합 설립의 동력이 됐다.홍성광 약사는 "3가지 방향에서 약사들의 움직임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소규모 자본의 결합을 통한 조직화로 약사 협동조합과 약국 플랫폼을 활용해 조직을 통한 자본을 유입하는 당뇨전문약국 추진, 기존의 약국의 리뉴얼 및 리모델링, 리마인딩을 통한 공동대응 전략"이라고 말했다.약사사회에서는 크게 두 개의 조직이 협동조합을 준비 중이다. 경기 부천, 시흥지역 약사들을 주축으로 한 '대한약국협동조합' 준비모임이 있다.다른 하나는 약사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 수도권 지역 약사들이 참여하는 '아로파약사협동조합'이 창립총회를 준비 중이다.준비 모임 두 곳의 지향점은 공동 마케팅과 공동구매다. 뜻 있는 약사들이 모여 조합과 조합원 개별의 이익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대한약국협동조합 설립을 준비 중인 이진희 약사는 "약국이 잘 될 수 있게 공동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는 약사들의 의견이 모아져 협동조합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며 "10월까지 준비 기간을 거친 뒤 본격적인 설립작업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아로파약사협동조합 설립을 주도하고 있는 유창식 약사는 "쉽게 돈을 벌기도 어렵지만 그렇다고 쉽게 망하지도 않는 게 협동조합"이라며 "약국장 외에 근무약사도 조합원으로 참여를 하는 만큼 유대감과 공동체 의식이 중요한 조합 설립 운영방침"이라고 전했다.◆조합원만 3300명...미국 독립약국 협동조합 = 이쯤에서 해외사례를 한 번 보자. FC바르셀로나 등 수백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서구의 협동조합은 약국도 예외가 아니다.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협동조합기본법 도입이 시장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보고서'를 보면 미국의 독립약국 협동조합 사례가 정리돼 있다.미국의 독립약국 협동조합인 IPC(Independent Pharmacy Cooperative)는 1984년 위스콘신 주의 Sun Prairie에서 설립됐다.당시 5~6명의 약사들이 조합을 결성했는데 결성 이후 미네소타 연합회가 조합에 가입하는 등 성장세를 지속, 현재 약 3300명이 가입된 협동조합이 됐다.IPC는 조합원들을 대신해 대형유통도매상과 구매계약을 체결하고 이렇게 체결된 계약가격에 개별 조합원에게 약품 및 기타 용품이 공급된다. 현재 80억 달러 규모의 구매계약을 체결하고 있다.특징적인 것은 미국내 대형 도매상이 소형 독립약국들이 연합해 이들이 협동조합으로 독자적 세력을 갖는 것을 지원하고 있다는 것이다.보사연은 "작은 독립약국이지만 협동조합으로 연합하면 구매력이 높아져 가격을 낮출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형도매상들이 협동조합을 지원했던 이유는 IPC와 같이 독립약국의 연합체가 결성되면 지속적인 구매가 가능해지고 이들이 구매에 대한 지속적 충성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지원한 측면이 크다"고 분석했다.IPC 조합원들의 총회 모습(출처=IPC 홈페이지)수익배분방법을 살펴보면, IPC는 미국의 3대 제약 도매상인 Mckesson과 구매계약을 체결하고 있으며, 2009년 전체 조합원이 1만7700만 달러의 할인 혜택을 받고 있다.이러한 구매비용절감액은 각 조합원의 구매액에 비례되어 배분된다.IPC는 3300명이 가입된 비교적 규모가 큰 협동조합이지만 아직까지 약품 등에 대한 공동구매조합에 수준에 머무른 채 마케팅 조합으로 바뀌지 않고 있다.보사연은 이에 대해 "개별 독립약국은 이미 지역에 연고를 두고 약국을 이용하는 이용자가 오랜 기간 이용했기 때문에 구매 충성도가 높은 편"이라며 "호텔이나 개인 서비스업과 달리 이미 표준화된 약품을 제공받기 때문에 별도로 서비스를 표준화시킬 필요성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또 "약국의 경우 서비스의 표준화보단 고객과 인간관계가 중요해 굳이 공동브랜드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며 "미국 독립약국은 약국과 편의점을 동시에 운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조합원들은 다양한 구매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보사연은 "IPC 약국 조합원수는 지난 10년간 변화가 없는 등 정체 상태지만 축소될 가능성도 낮은 안정적 상황"이라고 진단했다.결국 개인약국들이 공동구매를 통한 바잉파워를 확보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국내 약사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협동조합이 뭐지? 희망제작소 산하 사회적경제센터는 홈페이지(www.center4se.org)를 통해 협동조합에 대한 개념을 숫자로 풀어 설명하고 있다. 데일리팜이 이를 재구성해 봤다.'1'. 협동조합은 1인1표제다. 조합원은 출자 금액에 관계없이 1인이 1표의 의결권, 선거권을 가진다. 출자총액도 제한된다. 협동조합기본법 22조는 '조합원 1인의 출자좌수는 총 출자좌수의 100분의 30을 넘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했다. 반면 주식회사는 1주1표제이며 출자금액 제한도 없다. 협동조합이 주식회사보다 민주적으로 운영된다는 이야기다.'2'. 국내 협동조합의 법인격은 크게 2가지다. 일반 협동조합은 법인이지만 사회적협동조합은 비영리법인이다. 일반 협동조합은 운영 사업에 제한이 없고 시도지사에 신고하면 설립할 수 있다. 반면 사회적협동조합은 공익적 사업을 40%이상 수행하여야 하며 관계부처인 기획재정부장관의 설립인가를 받아야 한다.'3'. 협동조합은 3년 주기로 정부의 실태조사를 받는다. 정부는 그 결과를 공포하고,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보고하는 의무가 있다. 협동조합 관련정책의 총괄은 기획재정부, 일반협동조합은 시·도지사, 사회적협동조합은 관계 중앙행정기관으로 나누어져 있다.'4'. 협동조합에는 4가지가 없다. 협동조합법에는 '육성'과 '직접 지원'이라는 단어가 없다. 법 제1조에 명시한 대로 "협동조합은 자주적·자립적·자치적인 결성체"다. 또 '금융업', '보험업'이 없다. 이는 서민 금융업이 무분별하게 확대될 경우 오·남용으로 인한 피해가 적지 않았다는 현실적인 측면을 고려한 것이다.'5'. 기본법에 따르면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는 최소 설립인원은 5명이다. 단, 기본법에 따르지 않는 협동조합들은 최소 설립인원 기준이 더 높다. 기존 농협·수협은 최소 1000명, 생협은 최소 300명이다.'6'. 협동조합의 기본원칙은 기본법 제6조에 들어 있다. 첫째, 협동조합은 업무 수행시 조합원을 위해 최대한 봉사해야 한다. 둘째, 자발적으로 결성해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셋째, 투기를 목적으로 하는 행위와 일부 조합원의 이익을 주는 사업은 해선 안 된다.'7'. 매년 7월 첫 토요일은 협동조합의 날이다. 기본법에 따라 정부는 매년 협동조합의 날 전후에 정부는 협동조합의 활동을 알리고 장려하는 활동을 해야 한다.'8'. 8가지 협동조합은 기본법을 따르지 않는다. 농협·수협·신협·중기협·생협·새마을·엽연초·산림 등 기존 협동조합은 개별 협동조합법을 따른다.'9'. 사회적경제센터는 협동조합기본법이 9가지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한다. 먼저 기본법은 국내 협동조합에 ICA(국제협동조합연맹)의 원칙 등 국제적인 기준을 끌어왔다. 사회적 협동조합 등 새로운 법인격을 부여해줬다. 설립요건 완화로 다양한 협동조합이 탄생할 길을 열었다. 정부의 복지정책 보완, 일자리 창출, 자영업자 지원의 새로운 가능성도 열었다. 노동자(직원)협동조합 설립, 특수형태 근로자 보호에도 여러 가지 시도가 실험될 수 있다. 지인 혹은 기업들이 '사회공헌 협동조합'을 설립해 기부, 봉사 등 우리 사회에 대한 공헌활동을 더 활성화시킬 수도 있다.'10'. 협동조합은 잉여금의 10% 이상 적립해야 한다. 사회적 협동조합은 30% 이상 적립한다. 협동조합은 자기자본의 3배 즉 300%까지 적립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이렇게 충당된 적립금은 직원들의 교육과 훈련, 불황 등 위기상황에 쓰인다. 협동조합이 세계금융위기 때 강한 면모를 보여준 것은 바로 이 '10% 적립금'이라는 독특한 원칙 덕분이었다.2013-06-05 12:30:00강신국 -
다국적사-국내사 특허 역량 "골리앗과 어린소년"[창간특집] 매일 의약품 권리장전을 읽는 특허청 약사들기자가 취재한다고 하니 특허청 약무직 공무원들이 한데 모였다. 대전 정부청사 정문에서 단체사진을 찍으며 잠깐의 여유를 가졌다. 이들 약무직 공무원들은 업무 외적으로도 모임 등을 통해 자주 만난다고 한다.첫 만남은 어색했다. 확실히 양쪽 모두 서로를 잘 모르는게 분명했다.대전에 자리잡은 #특허청에 약업계 기자들이 기웃거리는 일은 거의 없다.의약품 특허라 하면 대충 독점적 지위를 얻을 수 있는 권리 정도로 인식하지, 그 안에 복잡한 내용까지 찾아볼 만큼 전문적이지는 못했다.그래도 최근 국내 제약사와 다국적 제약사 간에 특허소송이 빈번하게 진행되는 바람에 '특허'란 용어가 다소 친근해지긴 했다.특허청 직원들 역시 약업계 언론을 비슷한 시각으로 보는 것 같았다. 제약산업 관련 기사가 업무와 연관성은 크지만, 특허청 직원들이 특별히 기사에 연루되는 일은 없다.그래서 지난달 21일 기자가 대전 특허청사를 방문해 특허청 약무직 공무원들을 만났을 때는 서로 '공통분모'를 찾아가면서 친해지려고 노력했다.첫번째 공감 - "나도 한때 제약회사 다녔었다"약품화학과 심사관 가운데는 제약사 경력을 가진 사람도 많았다. 김범수(왼쪽) 사무관은 동아제약에서, 최원철 사무관(가운데)은 중외제약에서, 임혜준 서기관(오른쪽)은 삼양제넥스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약사 라이센스를 가진 공무원은 의외로 많다. 식약처에서는 약무직 공무원이 두 집 건너 하나 있을 정도로 많고, 이곳 특허청뿐만 아니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다양한 방면에서 약사들이 활약하고 있다.특허청 김희수(54·서울대약대 졸) 약품화학심사과장에 따르면 현재 특허청에서 근무하고 있는 약무직 공무원 수는 총 41명이다. 그 중 절반이 넘는 25명이 의약품 특허를 심사하는 약품화학심사과에 자리를 잡고 있다.특이한 것은 약품화학심사과에 근무하는 약무직 공무원 모두 박사 학위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김 과장은 "약품 심사업무에 투입되는 약무직 공무원은 일반 공무원처럼 시험을 통해 들어오지 않고, 박사 특별채용을 통해 입사한다"고 소개했다.김희수 과장(사진)은 특허청 약무직 공무원 내 서열 2위로, 약품화학심사과를 이끌고 있다.김 과장은 박사 특채 2기로, 특허청 약무직 내에서는 특채 1기인 강춘원 특허심사정책과장(부이사관)에 이어 서열로 두번째다. 이번 인터뷰도 김 과장의 적극적인 협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급 학위를 가진만큼 특허청 입사 이전에도 화려한 경력들을 자랑한다. 특히 제약회사 연구원 출신들이 많았다.7년째 특허청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범수(43·중대약대 졸) 사무관은 동아제약 책임연구원 출신이다. 그는 동아제약에서 스티렌과 자이데나를 만드는데 일조했다.김 사무관은 "동아제약에서 발명자로 '특허명세서'를 쓰면서 특허청 업무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며 "그러다 자이데나 런칭이 끝나고 회사를 그만두면서 특허청 박사 특채를 접하게 됐다"고 말했다.현장이 그립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연구현장과 특허심사 업무에 서로 장단점이 있다"며 "회사에서는 결과물 압박 때문에 정신적 스트레스가 있었던 반면 특허심사 업무는 덜한 편이다"고 대답했다.하지만 업무 강도는 그때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며 피로한 눈을 비빈다.김희수 과장의 2년 후배인 임혜준(53·이대약대 졸) 서기관도 제약회사 출신이다. 미국에서 포스닥(박사후과정)을 밟다 한국에 와서 취업한 곳이 삼양제넥스다. 임 서기관은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우리나라 특허가 굉장히 약하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이미 외국에서 다 해놔 발 디딜 곳도 없고 해서 국내 제약회사 연구소들은 약자 중에 약자였다"고 회상했다.그는 "현재 심사관으로 공적인 입장을 취하면서 볼때도 다국적제약회사와 국내 제약회사를 비교하면 골리앗과 어린 소년의 싸움이라는 생각이 들때가 많다"고 전했다.특허청 특채 1기이면서 대학 동기인 안소영 변리사(안소영국제특허법률사무소)를 보면서 특허청 입사의 꿈을 키웠다는 임 서기관은 "특허가 가장 중요한 분야이기 때문에 심사업무도 관련 전문 지식을 갖춘 사람이 해야 공정하게 다룰 수 있다"며 약사 특허심사관의 이점을 소개했다.최원철 사무관(사진)은 공무원 생활이 처음 기대와는 달랐다며 미소를 지었다.이날 기자를 도와 성실히 지원했던 최원철 심사관(49·성균관대약대) 역시 제약회사를 다녔었다. 그는 중외제약 연구원으로 시작해 식약청과 복지부를 거쳐 특허청으로 건너온 화려한 이력을 지녔다.최 심사관은 "막상 공무원으로 일해보니까 처음에는 힘만 들고 생각과 달랐다"며 "'기안도 쓸 줄 모른다'는 선배들의 비아냥을 들어가며 배우면서 그제야 행정이 이해가 되더라"며 당시를 떠올리며 미소를 지었다.제약사 출신이라는 이야기에 제약회사를 출입하는 기자 입장에서 친근함이 생기기 시작했다.두번째 공감 - "국내 제약회사도 대단하다"특허청에서 심사를 하다 보면 최근 연구개발 동향을 알 수 있다고 한다. 더욱이 전직 제약회사 출신 심사관들은 그 때 실험실로 돌아가 직접 현미경을 보고 있는 상상도 든다고 전한다.김범수 사무관은(사진) 국내 제약회사들이 열악한 연구개발 환경에 비하면 특허출원 숫자가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김 사무관은 "매년 새로운 약학 특허가 쏟아지다보니 심사관들도 많은 공부를 통해 신기술을 익힌다"며 "하지만 너무 알아도 안 좋은게 해당 특허가 우습게 보일 때도 있다"고 전했다.연구원 경험이 있는 심사관들은 그럴 때면 '내가 직접 하면 더 잘할 수 있을텐데' 생각도 든다고 끄덕였다.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국내 제약회사의 특허출원 능력은 월등히 향상했다는 게 공통된 이야기다.최 사무관은 "최근에는 신약 출원이 줄어든 대신 국내 제약회사의 개량신약 비중이 높아졌다"고 말했다.김 사무관은 "예전에는 국내 제약회사들이 오지지널 약물을 침해하지 않는 방어적 특허에 관심을 두었다면 최근에는 경제성과 바로 연결되는 공격적인 개량 특허 출원이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그는 "특허출원은 R&D 투자금액과 비례하는데, 국내 제약회사들의 R&D 투자비용이 다국적제약회사에 비해 100분의 1인데도, 특허출원 숫자에서는 밀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그러나 임 서기관은 "아직까지는 국내 제약회사 특허를 보면 근시안적인 성격이 짙다"며 "미국과 일본이 투자해 얻은 성과를 벗어나기는 아직 어려운 수준"이라고 현실적인 진단도 내놨다.이들에 따르면 요즘 의약품 특허출원 흐름은 현재 등록된 특허를 쪼개고 쪼개 권리를 넓히는 전략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임 서기관은 "그만큼 제약회사들이 위험부담이 많은 과감하고 원천적인 연구개발 투자는 기피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안타까워했다.에필로그 - 그래도 공감되지 않는 것들이야기를 들으면서 적은 시간이었지만 특허청 업무를 어느정도 스캔하는데는 성공했다는 생각이 들었다.임혜준 서기관(사진)은 특허청 약품 심사부서가 전문적이고 기술 난이도가 높아 내부에서는 기피부서로 통한다고 말했다.하지만 머리를 절게 하는 부분도 없진 않았다. 업무강도와 조직문화에서는 한국 특허청만의 특수성이 존재했다.먼저 업무강도는 다른나라와 비교할 수가 없었다. 김 사무관은 "연간 따지면 270여건의 특허 명세서를 살펴본다"며 "유럽이 1년에 100건, 가까운 일본도 230건을 하고, 그 역시 외주비율이 높다는 점에서 업무량만 따지면 금메달감"이라고 전했다.그는 또 "하루 못해도 6~7시간을 컴퓨터 앞에서 일하는데, 정말이지 눈의 피로는 상당한 것 같다"며 "의약품 명세서는 300~400페이지가 되는데 그걸 보려면 일주일도 걸린다"고 한숨을 쉬었다.최 사무관도 "맨 처음에는 기술서 하나를 보는데 보름이 걸린 적도 있다"며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임 서기관은 "타 분야에 비해 더 전문적이고 기술 난이도도 높다"며 "사실은 기피부서"라고 말했다.그러면서도 박사급만 모인 국내 최고 브레인 집단이 이곳 특허청 약품화학심사과이다.김 사무관은 "이공계쪽 젊은 박사들이 많다보니 타 부처보다 청렴한 것 같다"며 "특허청 성격상 클라이언트들이 직접 접근해 로비를 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그렇다고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대부분 박사급 특채로 5급 사무관으로 들어오니까 승진기회가 적다. 김 사무관은 "다른 부처에서 6~7급이 하는 업무를 여기서는 5급 이상만 하고 있다"며 "우리과 95%가 사무관이다보니 승진대상자가 적을 수 밖에 없다"고 덤덤하게 설명한다.임 서기관은 "승진했다고 해서 업무가 달라지지 않는다"며 "그래서 승진에 대해 그렇게 목을 매는 편이 아니다"고 미소지었다.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묵묵히 업무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특허청 약사들. 그들이 있기에 연구개발 결과물의 권리는 정당하게 지켜진다.2013-06-05 06:35:00이탁순 -
외자사, 내건 말과 액션 차이나 이질감 불러에이즈환자인 A씨는 먹먹했다. 외국계 제약사 외국인 한국지사장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했다. 언어가 달라서가 아니다.통역을 맡은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도 얼굴을 찌뿌렸다. 그는 한국의 보험약가가 너무 낮아 에이즈치료제를 공급할 수 없다고 했다. 이 약이 시급하게 필요한 환자는 한 손에 꼽을 정도지만 단 한 바이알도 내놓을 수 없단다.A씨는 다른 에이즈치료제로는 더이상 반응하지 않아 반드시 이 약이 필요했다. 한쪽 눈은 이미 시력을 거의 잃은 상태다. 이러다간 생명도 잃을 수 있다.한국지사장에게는 약값이 더 중요했다. 본사가 정한 국제가격기준보다 낮게는 국내에 공급할 수 없다고 했다.A씨 뿐 아니라 의약품 공급이 중단되거나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중증질환자들이 피킷을 들고 거리로 나선다. 외자계 제약사들은 제값을 쳐주지 않는다고 불만이다.건강보험공단은 독점권을 이용해 제약사들이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요구한다고 볼멘소리다. 그 사이에서 환자들의 건강권은 돈 보다 가치가 없다.외자계 제약사들은 본사가 정한 가격을 지키기 위해 전방위로 압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이태복 전 복지부장관은 외자계 제약사 로비와 압력으로 경질됐다고 주장해 파문을 불러일으켰다.#의약분업 초기 건강보험 재정파탄 해소방안 중 하나로 #참조가격제와 #최저가실거래가제를 도입하려고 했더니 무섭게 몰아치더라는 것이다. 이 전 장관의 주장이 맞다면, 그들에겐 장관 하나 쯤은 날려버릴 수 있는 힘이 있었다.시민사회단체 한 관계자는 "외자계 제약사는 질병치료와 인류의 건강증진을 최우선의 가치에 두고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속내는 초과 이윤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불신의 골은 높기만 하다. 혁신과 투명성, 윤리를 외치지만 이면엔 이윤논리만을 추구하는 자본의 속성만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본사가 설정한 국제 약가기준이 무너지면 과연 외자계 제약사는 손해를 보는 걸까?전자공시시스템에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주요 외자계 제약사 11곳이 2009년과 2010년 각각 이익금을 본사에 배당(송금)한 금액은 600억원을 조금 넘는다.송금액만 놓고보면 본사의 이익률은 매우 제한적이다. 하지만 외자계 제약사 본사는 한국법인에 제품을 팔면서 이미 적지 않은 이익을 챙기고 있다.외자계 제약사 출신인 한 전직 CEO는 "약가만 글로벌 프라이스 정책이 있는 것이 아니라 공급가격도 그렇다"면서 "한국에 들여오는 공급가는 여타 선진국과 동일한 수준"이라고 말했다.본사가 수입원가 자체를 높여 충분히 이익을 구가한다는 것이다. 외자계 제약사 한 관계자는 "공장이 있는 국가에서 바로 한국에 제품을 공급하지 않고 제3국을 경유하는 방식으로 원가를 부풀리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한국법인이 가맹점이나 대리점처럼 본사로부터 횡포를 당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실제 미국계 한 제약사는 본사가 의약품 대금결제 화폐를 결정한다. 매년 애널리스트 분석을 통해 달러와 유로화 가치를 비교해 더 이익이 큰 화폐로 결제를 요구한다는 것이다.'밀어넣기' 사례도 있다. 가령 신약인 A제품의 수입원가를 한국법인은 800원이 적정하다고 제시했는데 본사는 1100원으로 더 높게 요구했다.협의를 거쳐 950원으로 조정됐는데, 수입량을 5배 이상 늘리면 공급단가를 850원으로 낮출 수 있다고 한국법인에 제안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한 외자사 국내법인은 한국 지사장의 출세욕에 희생당하기도 했다. 본사 배당금을 높이기 위해 한국법인 명의로 수년에 걸쳐 400억원 가량을 대출을 받았다는 것이다.다른 한편 국내 제약계 관계자들은 공장이나 R&D센터도 없이 사실상 수입도매상 역할을 하는 외자계 한국법인들이 혁신 제약사 흉내를 내고 있다고 볼멘소리다.국내 한 제약사 관계자는 "입만 열면 혁신 윤리 투명성을 이야기하는 데 국내에서 하는 일은 대부분 완제수입 의약품을 판매하는 일이다. 임상도 제품판매와 직결된 후기임상 위주로 진행하면서 마치 R&D에 막대한 돈을 쓰는 것처럼 포장한다"고 주장했다.이런 이유에서 국내 제약사도, 시민사회단체도 다국적 제약사의 긍정적인 역할은 외면하며 '외자(外資) 제약'이라고 부른다. 이들의 관념 안에서 다국적 제약사는 '우리'안에 없는 것이다.2013-06-05 06:34:58최은택·어윤호 -
세계 7대 임상강국 도약…'외자' 없인 불가능했다한국은 세계적인 #임상시험의 허브로 부상했다. 다국적제약사 없이는 불가능했던 일이다.2000년 의약분업 당시 5건에 불과했던 국내 다국가 임상은 지난해 303건에 이르렀다. 국내 제약사 임상을 합하면 한해 승인된 임상건수가 600건을 넘어선다. 글로벌 랭킹 7위의 위상이다.특히 서울은 독일 베를린, 미국 휴스턴과 뉴욕에 이어 세계 4위의 임상시험 허브도시가 됐다. 한해 서울소재 대형병원 등지에서 진행되는 임상건수만 500건에 육박한다.식민지 개척이 한창이었던 시절, 상인과 군대보다는 선교사가 미지의 땅에 먼저 첫 발을 디뎠다. 그리스도를 전파한다는 명목이었지만 그 지역의 계급과 사상체계를 뒤흔드는 역할을 했다. 에드워드 사이드는 아시아, 즉 '오리엔트'를 자신들의 선진문명과 문화를 전파해야 할 서양(옥시던트)의 타자개념으로 취급했다고 지적했다.일본은 한국을 식민지화하면서 철도를 놓고 길을 냈다. '신작로'는 그 때 탄생한 용어다. 토지에 대한 근대적 측량도 실시됐고, 농지는 반듯하게 경지 정리됐다. 모두 효율적인 착취를 위해서였다.친일성향의 사학자들은 일본 식민지 시절 한국이 비로소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을 도입하게 됐다며, 이 부분에서는 고마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다국적 제약사들의 기여도 또한 이런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결론은 이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열심히' 일했고, 그 과정에서 국내 제약산업 발전에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일 것이다.가령 국내 다국가 임상이 활성화되기 전만해도 국내 유명대학 교수들도 임상의 개념과 가치를 이해하지 못했다.지금은 임상시험센터로 첫 손에 꼽히는 한 대학병원의 교수는 다국적 제약사 다국가 임상시험에 참여하면서도 임상관련 기록을 해당 업체에 내놓으려 하지 않았다. 그 교수는 "내가 불러주는 것이나 받아 쓰면 되지 감히 차트를 보겠다니…"라고 발끈했다는 것이다.다국적 제약사 한 관계자는 "먼 옛날의 얘기가 아니다. 한국의 임상은 짧은 기간안에 비약적으로 성장했다"고 기억을 더듬었다.#김동욱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교수는 "다국가 임상의 장점은 단순히 임상 인프라가 축적된다는 수준을 넘는다"면서"의사들이 임상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어떤 데이터를 구축해야 하는지 알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김 교수는 백혈병 치료분야 세계적 권위자로 손 꼽힌다. 그의 경험도 다국가임상의 힘이 컸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국내에 물질특허가 도입된 1980년대 후반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당시 정부는 신약개발 필요성을 절감했지만 국내 제약산업은 인프라와 인적자원이 턱없이 부족했다. 다국적 제약사에 도움을 요청할 수 밖에 없었다.다국적 제약사 선진 연구소에 국내 인력이 공부할 수 있도록 연수프로그램을 지원해 달라는 것이었는데 미국과 영국계 제약사들은 모두 손사래쳤다.구원투수는 오츠카제약이 맡았다. 이 회사는 수년에 걸쳐 국내 연구자 30명 가량을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까지 본사 연구소에서 일할 수 있는 연수프로그램을 제공했다. 이 연수프로그램은 국내 연구소 싱크탱크의 산실이 됐는데, 1호 연수생이 현 동아소시오홀딩스 김원배 부회장, 동아제약 김순회 연구소장 등이다.국내 의약품 생산시설과 공정이 선진화되기 이전에는 다국적사 합자법인의 역할이 컸다. 소분제조 공정이 주류를 이뤘지만 80년대까지 국내 제조인력은 합자공장에서 노하우를 쌓았다.화이자 공장에서 근무했던 한 근로자는 "옛날에는 외자사에서 근무하고 국내사 공장에 스카웃되는 사례가 허다했다"며 "소분제조였지만 국내 업체는 그만큼의 관리 능력도 절실했다"고 말했다.다국적 제약사는 국내 영업을 활성화하면서 고용 창출에도 일조했다.최근 들어 인력이 줄어가고 있는 추세지만 지난해 기준 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 회원사 33곳이 고용한 인력만 6700명에 달한다. 한 곳당 평균 200명 꼴이다.규제당국이 선진화된 것도 다국적 제약사의 완제의약품이 밀려들어오면서 빠르게 이뤄졌다. 2000년 이전만해도 국내 의약품당국은 ICH-CTD(국제공통기술문서) 개념조차 낯설었다.이런 상황에서 국내 허가 의약품을 해외에 내놓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현재도 FDA나 EMA에 의존하는 측면이 없지는 않지만 처로 승격한 식약처의 위상은 10년전과 확연이 달라졌다.경제성평가를 기반으로 한 정교한 약가제도가 수립돼 가는 과정도 다국적 제약사의 저항을 기반으로 한 '변증법적' 성장과정을 밟고 있다.시판후 의약품에 대한 'Safety 가이드라인' 등 다국적 제약사의 내부 관리 프로세스 또한 국내 제약사에 빠르게 이식되고 있다.다국적사 본사, 해외법인 등에서 근무하면서 R&D나 관리 능력을 갖추는 인적 자원도 늘고 있는 추세다.한 다국적사 임원은 "앞으로 더 많은 다국적사 직원들의 글로벌 진출이 이뤄질 것"이라면서 "해외에서 쌓은 경험은 국내 제약산업이 도약하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2013-06-04 06:35:00최은택·어윤호 -
이윤찾아 나선 십자군 전장…시장 60% 손아귀에서유럽의 군사들은 가슴에 십자가를 새기고 팔레스타인과 예루살렘을 탈환하기 위해 8차례나 대원정을 감행했다. '십자군전쟁'이었다.이 전쟁의 근저에는 새로운 지배영토를 획책하려는 봉건영주와 하급기사,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상인들의 욕망이 뒤엉켜있었다.자본주의가 융성한 뒤부터 초대형기업들이 나서 또다른 십자군 원정을 감행하고 있다. 이 원정엔 국경도 국가도 따로 없다. 이윤 만이 '절대선'이다.국내 제약시장은 이들 십자군의 각축장이 된 지 오래다. 이들은 스스로를 '다국적 제약사'라 부른다. 자국을 넘어 적어도 2개 국가 이상에서 의약품을 판매한다는 의미다. 의약분업과 급격히 고령사회로 진입하는 한국의 인구구조 변화는 이들에게 '페로몬'으로 작용했다.다국적사들이 한국 대문을 두드리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국내에 진출한 다국적사들은 화이자(중앙제약), 사노피(태광사노피), 노바티스(한스제약) 등 이른바 글로벌 빅파마들이었다.이들은 합자기업 형태로 터를 닦았다가 규제가 사라지면서 100% 외자기업으로 탈바꿈했다. 다국적사들은 의약분업을 전후해 물밀듯이 밀고 들어왔고, 이런 행렬은 현재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올해 5월 현재 이들 십자군은 50개가 넘는다. 미국(16곳), 유럽(23곳), 일본(11곳) 계가 3대 계파를 형성하고 있는 데, 글로벌 20대 기업 중에서는 암젠을 빼고는 모두 한국 땅에 깃발을 꽂았다.비교적 최근 입성한 십자군들은 이름이 낯설지만 출신지역 내에서는 내로라하는 '선수들'이다.올해 인비다코리아를 인수하면서 상륙한 #메나리니는 126년 전통의 이탈리나 1위 업체다. 230년의 역사를 가진 일본 '넘버원' 제약 #다케다도 지난해 뒤늦게 국내에 들어왔다.특화 기업들의 등장도 눈에 띈다. 피부과, 성형외과를 중심으로 국내 미용시장 규모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최근 7~8년 사이 갈더마, 멀츠, 레오파마 등이 잇따라 상륙했다. CNS계열 의약품의 강자인 룬드벡도 이미 자리를 잡았다.항바이러스 약물 전문 제약사인 #길리어드는 지난해 한국법인을 설립해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GSK가 판매했던 B형간염치료제 '제픽스'와 '헵세라'의 원개발사다. 청구액 1300억원으로 처방약 시장 1위 자리를 굳힌 '바라크루드'에 도전할 신약 '비리어드'를 들고 직접 한국 원정길에 오른 것이다.신약 개발사 뿐 아니라 제네릭사들의 등장도 흥미롭다. 국내 진출 여부를 놓고 소문이 무성했던 이스라엘 제네릭사 테바는 한독약품과 합작사 한독테바를 설립했다. 스페인계 신파, 화이자의 제네릭사업부 바이탈스도 지난해 잇따라 한국땅에 상륙했다.그렇다면 다국적제약사들은 왜 한국시장의 문을 두드렸을까? 또 지배력이 두드러질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그 시작은 바로 의약분업이다. 2000년 7월 의약분업이 실시되자 이전에는 약국을 찾던 환자들이 병·의원으로 이동하면서 의사들은 오리지널 제품 위주로 처방 트렌드를 바꿨다.제약산업의 경쟁 구도가 가격 경쟁에서 의약분업 이후 제품력에 근거한 브랜드 경쟁으로 변화하게 된 것이다. 이같은 경향은 다국적사들의 시장 점유율 상승으로 이어졌다.당시 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의약분업 전인 1999년 하반기와 2001년 하반기의 매출을 비교했을때 국내 상장제약사들은 32.5%, 비상장 중소제약기업들은 4.5% 증가한 반면, 다국적사들은 무려 72.8%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이 과정에서 노바스크, 리피토, 플라빅스에 이어 바라크루드, 글리벡 등은 단일품목으로 처방액 1000억원을 넘어서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국내 제약사 한 관계자는 "다국적 제약사 품목들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60% 내외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국내 제약시장의 절반 이상을 외자계 제약기업이 장악하고 있다는 이야기다.실제 다국적 제약사 품목으로 추정 가능한 단독등재성분(22.4%)과 복수등재성분 중 최고가(39.1%) 제품의 청구액 점유율은 2011년 기준 61.5%였다. 청구량은 이보다 조금 낮은 59%이다.다국적 제약사 한 관계자는 "약가제도가 장벽이 되기는 하지만 신약은 일단 보험등재되면 탄탄대로가 열린다. 세계 제약시장에서 점유율이나 앞으로 성장가능성을 보면 한국은 여전히 매력적인 시장"이라면서 "이익이 있는 데 한국에 진출하지 않는다는 게 오히려 이상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2013-06-03 06:35:00최은택·어윤호 -
"약력관리에 금연상담까지"…진화하는 약사니즈는 충분하다. 우리나라도 이제 건강증진서비스는 꼭 필요한 공적서비스 중 하나가 됐다. 앞으로 개인 건강증진과 관련된 다양한 콘텐츠가 주목 받을 것이다.이미 일반인들 사이에서 '건강서비스는 병원에서 의사가 제공하는 것'이라는 전통적인 인식이 허물어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집, 직장, 헬스센터, 약국 등 다양한 환경에서 일상적으로 건강관련 서비스를 이용한다.여기에 발맞춰 지방정부를 중심으로 지역민을 대상으로 한 건강증진서비스가 속속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서울시 추진 세이프약국 지정 약국 외관. 걸음마 단계인 우리나라의 현 건강증진사업에서 약국은 적잖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보건소와 지역민을 연결하는 중간자 역할에 약사들이 적국 나서고 있는 것이다.서울시가 추진 중인 '#세이프약국'은 지자체가 추진하는 지역 약국 주도 건강증진서비스의 대표 사례중 하나다.지난달 시작된 세이프약국은 6개월 간 시범사업을 거쳐 본사업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참여 약국은 현재 약력관리와 자살예방 게이트키퍼, 금연 프로그램 연계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구체적으로 약사들은 약력관리와 더불어 생활습관과 간단한 영양요법, 운동요법 등 건강과 관련한 제반 정보를 제공한다. 이용자에게는 1명당 총 5번의 서비스가 이뤄진다.구 단위의 건강증진서비스도 활성화되고 있다. 서울 중구, 광진구 등은 '대사증후군 관리서비스' 일환으로 협력약국을 지정해 고혈압, 고지혈, 비만, 당뇨병 등을 관리한다.자발적으로 협력약국을 모집하고 자체 교육을 진행해 '약국-보건소' 연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왼쪽)세이프약국 대상자 등록증 (오른쪽)약국에서 상담 대상자에게 제공할 복약안내문 등. 약국은 내원객의 약력, 나이, 성별 등의 정보를 활용해 서비스 적합 대상을 찾고, 보건소에 연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협력약국은 현재 중구는 50곳, 광진구는 20곳 가량 운영되고 있다.서비스 이용자에게는 각 보건소내에 설치된 통합건강관리센터를 통해 추적관리, 방문자관리, 건강SMS제공, 건강과 영양, 운동에 대한 상담서비스 등을 지속적으로 제공한다. 또 무선 혈당측정기, 혈압측정기, 전화기형 게이트웨이 등 데이터 전송기기와 측정기기도 지급한다.물론 자살예방 게이트키퍼와 금연 프로그램 등의 경우 약국의 역할은 단순 연계자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자살증후군 환자를 지역 건강정신센터에 연계해 치료를 돕는 사례가 속속 보고된다.서울시 강서구의 한 약사는 "약국은 문턱이 낮고 사적인 이야기까지 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인식이 있다"며 "건강증진서비스 파트너로 약국이 좋은 역할을 할 수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세이프약국은 보건소·정신관리센터 등과 연계해 금연, 자살예방 게이트키퍼 역할을 하고 있다.(사진은 세이프약국 약사와 지역 내 정신건강센터 복지사가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약사가 서비스 이용자의 약력을 체크하고 복약 안내서 등을 미리 준비하기 때문에 중복 투약 관리도 이뤄진다.서울시 도봉·강북구의 한 약사는 "만성질환의 경우 여전히 중복처방 사례가 발견되고 유통기한이 지난 약을 복용하는 이도 적지 않았다"며 "특히 고령 환자는 환자별 맞춤 관리를 진행하고 복용약 전반을 점검하면서 문제점들을 확인하고 정정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지자체들 역시 우리나라 약국들이 건강증진서비스에 있어 적합한 조력자라고 입을 모은다.중구의 경우 처음 1년이 넘는 기간동안 '의원-약국' 연계 건강관리 사업을 추진했지만 참여율이 낮아 방향을 선회했다. 의원의 접근성이 문제가 됐다.중구 보건소 관계자는 "건강증진서비스는 질환 '예방'이 주 목적이기 때문에 참여율을 가장 크게 고려할 수 밖에 없다"면서 "약국은 병의원처럼 '아파야 가는 곳'이라는 이미지 보다 '조금 이상하면 가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고 말했다.*기획취재팀=최은택·어윤호·김지은2013-05-30 06:34:58기획취재팀
오늘의 TOP 10
- 1케이캡, 물질특허 방어...제네릭, 펠루비·듀카브 분쟁 승전보
- 2우수과제 9곳 공개…KDDF, 2단계 '완주형 신약' 시동
- 3대체조제 통보 시스템, 전담조직 구축...내년 1월 임시오픈
- 4다케다, 보신티 재허가…종근당, TZD+SGLT2 승인
- 5"1원 인하 품목 수두룩"…약가인하 리스트 보니 '한숨만'
- 6알지노믹스 '따따블' 뒤엔 확약 방패…해제 땐 양날의 검
- 7유나이티드, 영리한 자사주 활용법…2세 지배력 강화
- 8트루셋 재심사 만료에 본격 경쟁...후발약 '로디엔셋' 등재
- 9[데스크 시선] 18년 간 품어온 경제성평가에 대한 고찰
- 10"아뎀파스, PDE5i 반응 불충분 환자에 효과적 대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