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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심한 제약계 내부갈등국내 제약업체들의 종주단체인 한국제약협회가 위기의 정점에서 구심점을 찾지 못한 채 되레 흔들거리고 있다. 갈등이 분열로 나아가는 양상마저 보이고 있으니 안타까움을 떠나 참으로 한심하고 못났다는 생각에까지 미친다. 협회를 이끌어 갈 차기 사령탑과 그 모양새를 새롭게 갖추기 위한 방안을 놓고 옥신각신 하는 모습이 소모전에 불과한 파워게임 식이다. 외견상으로는 자문위원회와 중소기업특별위원회의 대립이고, 실제로는 막후입심으로 영향력을 행사해 온 제약계 원로들의 결정에 대한 중소제약계 대표들의 배수진을 친 항명이다. 이를 원만히 풀 방법이 현재로써는 보이지 않아 답답하다. RN 제약협회가 단합을 해야 할 이유는 극명하다. 지난 13일 첫 회의를 갖고 드디어 닻을 올린 '의약품 유통부조리 신고센터' 때문이다. 이 센터의 운영위원회는 앞서 명칭까지 ' 공정경쟁준수위원회'로 변경할 만큼 의약품 유통부조리 척결에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의지를 드러낸 마당이다. 공정경쟁준수위원회에 참여할 업체와 위원들의 실명은 제약계 전체를 대상으로 약속한 막중한 책임감의 다른 이름이다. 신고센터와 위원회는 그만큼 막강한 권한이 주어져야 하는 것이 당연하고 더불어 넘보지 못할 권위가 실려야 제역할을 한다. 그것을 제약계 전체가 합의해 준 것이라고 당연히 믿고 있는데, 실제는 그것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앞뒤가 다르다. 다시말해 강한 리더십이 필요한 성격의 기구를 이끌고 가기 위해서는 협회 회무의 최종 결정권자가 결코 우유부단하면 안 된다.신고센터가 본격적인 제역할을 하게 되면 시기의 문제일 뿐 처벌을 받을 업체는 반드시 나온다. 우리는 그 첫 번째 업체에 관심이 많다. 제약협회가 과연 이 업체를 규정에 맞게 제대로 처벌할지 여부를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업계 스스로나 외부에서는 여전히 부정적이고 의아한 시선을 보내고 있기에 눈을 더 크게 뜨고 지켜볼 참이다. 이를 이행할 수장은 보통의 용기와 결단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렇다. 공정경쟁준수위원장이 강한 실천의지를 밝히고는 있지만 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고 불가능하다. 결국 제약협회를 이끌어갈 인물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다.심각하게 보면 처벌받을 업체는 해당품목이나 영업라인은 물론 대외적인 신용도에서 치명적인 타격을 받는 것은 보지 않아도 뻔하다. 국민적인 뉴스가 되면 회사의 운명이 좌우될 수도 있다. 따라서 차기 제약협회 사령탑은 회원사가 생과 사를 넘나들어도 과감하게 칼을 휘두르는 위치의 정점에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이를 쉽다고 할 것인가. 아무리 거물급이라고 해도 '바람막이용' 인사가 사령탑에 있어서는 한계가 분명하다. 과거의 오너 회장 체제를 확고히 가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재삼 밝혀두고자 한다. 물론 이를 보좌할 상근부회장 내지는 상근이사장 체제가 우리는 적합하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자문위원회의 시스템 결정 만큼은 현실에 맞는 판단을 했다.제약계의 영업환경은 최근 몇 년 사이 확연히 바뀌었다. 의약품관리종합보센터의 가동과 이에 따른 제약과 도매의 월단위 보고 시스템 의무화는 부조리 영업의 마침표를 찍는 분기점이었다. 더불어 복지부, 공정위, 검·경 등이 전방위적으로 의약품 유통부조리를 감시하고 나선 것 또한 마찬가지다. 상위제약사들부터가 온통 그 칼날에 피를 흘린 마당이다. 그것이 중소제약사들에게 전면적으로 확대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다시 말해 초강력 권한을 갖는 기구를 통한 '내부통제'를 하지 않고서는 전 제약업체들이 스스로 파야 할 함정들이 이곳저곳에 조성됐다. 그 내부 감시망의 첫 단추가 유통부조리 신고센터이고 공정경쟁준수위원회임을 안다면 협회장 자리는 오너들의 '얼굴마담용'이나 외부인사의 '바람막이용'으로 기용될 자리가 아니다.최근 한 다국적 제약사가 또다시 한국공장 철수를 준비하고 있다. 이 회사마저 문을 닫으면 40여개 다국적 제약사중 단 3곳만이 국내 공장을 갖는다. 조만간 전 외자사가 수입·유통전문 업체가 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인도와 이스라엘의 다국적 제약사들도 이런 식으로 이미 진출하거나 진입을 시도 중이다. 이런 현상을 그들이 밝히는 것처럼 글로벌 생산의 합리화 조치 아니면 속내를 읽는다 해도 국내 제조비용 상승의 원인 등으로만 한정해 본다면 순진하다. 별동대 내지는 게릴라식의 강력한 공격대형을 갖추어 가는 것을 잘 봐야 한다. 외자사들의 공세는 그래서 국내사들에게 글로벌 위기 보다 더 심각하다. 글로벌 위기 하에서 다소 주춤하고 있는 다국적 제약사들의 움직임은 오히려 위기 속의 행운이라고까지 여겨진다. 이런 실체적 위기를 거물급 인사의 영입만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보는가. 특정 인물에 의존하려는 중소제약사들의 입장은 작금의 상황에서는 맞지 않기에 안타깝다.자문위원회와 중소기업특별위원회는 연석회의를 해야 한다. 자문위원회가 수렴청정한 현 이사장의 구도는 또한 누가 봐도 어중간한 선택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자문위원회가 오너회장과 상근부회장 시스템으로 가기를 원한다면 그에 걸맞게 젊은 인물이 매칭돼야 설득력을 갖는다. 따라서 인물의 낙점에 대해서는 중소제약사들의 입장을 폭넓게 들어볼 필요가 있다. 타이트하고 스피디하면서 추진력과 결단력을 겸비한 젊은 인물이 현 위기의 시점에서 제약협회에 꼭 필요하다.2009-02-16 06:45:04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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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보조원제 도입 신중해야약사사회가 약사보조원제 도입을 놓고 약사가 아니더라도 조제보조 업무를 대행하게 하자는 찬성론과 카운터 고용에 대한 합법화라는 이유의 반대론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이같은 논란은 의약분업 이후 꾸준하게 제기돼왔다. 보조원에게 단순 조제업무 등을 맡기고 약사는 복약지도, 환자관리에 나서자는 게 찬성론자들의 주된 논리다.찬성론자들은 조제자동포장기와 같은 기계가 조제업무를 대신하는 시대에서 보원제도 이와 다르지 않다는 주장을 한다.반면 반대론자들은 약은 약사만이 취급한다는 약사법의 대전제를 훼손하는 일이라고 반박한다.단지 카운터 고용을 합리화하려는 기득권 약사들의 주장일 뿐이라는 것이다.이렇게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다보니 대한약사회도 쉽사리 약사 보조원제 대한 공론화에 나서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도입 후 부작용도 크다는 것을 누구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보조원제 도입 후 약국 당 1명의 보조원을 채용한다면 무려 2만명의 보조원이 활동하게 된다.약사들에게는 무시 못 할 또 다른 직능조직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그들은 약사가 아니다. 약사회에서 통제하기도 힘들다.보조원제를 도입해 약국 단순 조제 업무를 맡기고 싶은 약사들도 많이 있겠지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예측가능한 부작용부터 차근차근 알아보고 착실히 준비해 나가야 한다. 앞으로 100년 이후 약사직능의 미래를 준비하다는 생각으로 보조원제 도입을 논의해야 한다.약사 면허 없이도 의약품을 취급할 수 있도록 허용하자는 제도이기 때문이다.2009-02-16 06:44:08강신국 -
이한우호, 인사가 만사'위기의 구원투수'를 자처한 도매협회 신임회장 이한우호가 출발도 전에 임원 선임을 놓고 진통을 겪고 있다.신임 이 회장은 선거 초반의 열세를 극복하며 3년전 패배를 멋지게 설욕했지만 일부 대형도매의 협회 이탈이 홍역의 시초가 됐다.의사전달 미흡으로 순식간에 논란이된 '수석부회장'건, 복산약품 엄태응 대표의 부회장직 고사 등 잇따라 이한우호는 암초에 부딪히고 있다.10표 차이로 상대 후보를 힘겹게 따돌리고 당선되면서 선거후유증을 쉽게 극복하지 못하는 형국이다.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그 말 속에는 인사가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뜻이 함축돼 있다고도 한다.때문에 의도적인 '왕따' 또는 일종의 보은식 인사는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새로운 도협 집행부의 성패는 일차적으로 조각을 통해서 가늠될 수 있다.이 회장은 조각 멤버들과 임기를 함께한다는 자세로 신중하게 인재를 발탁해 믿고 맡겨야 할 것이다.이를 위해 이 회장은 무엇보다 선거 후유증을 조속히 매듭짓고 회원사들의 화합을 이끌어내는데 주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2009-02-12 06:44:01이현주 -
글로벌 한미약품이 주목된다국내 제약계의 실질적인 1위는 어떤 업체일까. 41년간 단 한번도 1등자리를 내놓지 않은 동아제약이 있기에 우문인 것 같지만 제약계의 정서는 한미약품과 유한양행을 그 연장선상에서 여전히 주목한다. 동아제약은 자양강장제 박카스 매출이 전체 외형에서 아직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아제약의 신약과 제네릭 경쟁력은 매우 강화되었고, 그 덕분에 제약계의 '1등다운' 구조로의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 최근 몇 년간의 동아제약 매출 성적표를 찬찬히 보면 누가 봐도 인정하는 변화다. 결국 3개 제약사가 국내 제약계의 맏형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 됐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는 더더욱 그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구도가 확실해 졌다. 그 무대가 글로벌로 확대되고 있는 것은 특히 주목되는 대목이다.그런데 최근 제약계에는 주목할 만한 뉴스가 잇따라 나왔다. 바로 한미약품에 관한 소식이다. 주지하다시피 한미는 유한과 치열한 2위 경쟁에서 2년간 거머쥐었던 자리를 지난해 다시 내주었다. 다른 간판 제약사에 비해 연륜이 짧은 한미가 파죽지세의 성장가도를 달리며 1위까지 넘보게 됐을 정도의 분위기가 형성된 마당이었기에 한미의 한 계단 하락, 그것도 375억원이라는 차이로 내려앉은 3위로의 순위 바뀜은 충격이기까지 했다. 항간에서는 성장동력의 한계가 왔다는 비아냥거림까지 나왔다. 하지만 최근 잇따라 나온 한미 관련 소식은 이 회사를 결코 가볍게 보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그래서 다소 민망하더라도 특정회사의 최근 동향을 경쟁력으로 거론해야 하겠다.우선 미래의 성장동력 좌표라고 할 특허관련 소식이 눈에 번쩍 뜨인다. 특허청이 최근 대기업, 중소기업, 연구원 및 산학협력단 등 3개 분야에서 2004년부터 2008년까지 5년간 특허및 실용신안을 많이 등록한 업체 현황을 내놨다. 자료에 따르면 300대 기업 중 4개 제약사가 포진했는데, 한미약품이 특허 85건과 실용신안 1건 등 총 86건으로 153위에 올라 제약계로는 최고의 특허 업체가 됐다. 상위권 경쟁 업체 중에는 총 50건으로 253위에 랭크된 대웅제약이 눈에 보였다. 이 같은 결과는 한미가 특허법무팀을 비중 있게 끌고 간 결과로 보여진다. 특허순위로 단연 1등을 한 것은 매출외형 순위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제약과 바이오는 특허가 성장과 미래를 담보하는 절대가치가 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글로벌 외자제약사들의 마케팅 및 수익극대화 제1순위 전략이 바로 특허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또 하나는 글로벌 뉴스다. 한미의 미국시장 진출은 이미 초미의 관심사다. 그 선두에 위식도 역류질환(GERD) 치료제 '에소메졸'은 이미 업계 최대의 화두가 됐다. 블록버스터 약물인 세계 2위 처방약 '넥시움'(에소메프라졸)의 개량신약인 에소메졸은 현재 미국에서 임상1상 시험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 약물은 출시 이후 미국 내 매출이 최대 1조원까지 기대되고 있어 가히 국산 글로버 약물 제1호 간판을 달 가능성이 높다. 성공적 런칭만 된다면 국내매출은 비교가 안 된다.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때마침 에소메졸의 미국 내 허가가 유력하다고 잇따라 진단하고 나섰다. 미래에셋증권은 2012년 또는 2014년의 출시시점에 맞춘 주당가치를 전망해 성공적 런칭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아예 미국 내 허가신청 예상 시점이 오는 6월경이라고까지 예상하기도 했다. 특허소송만 없다면 그 이전의 출시도 가능하기에 기대감은 더 높아진다. 대우증권은 또 글로벌 진출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는 긍정적 기대치를 내놓았다. 실제 한미는 전체 매출의 절반 정도를 개량신약에서 올리고 있을 만큼 지난 수십 년간 개량신약 개발에 사운을 걸고 집중 투자했다. 애널리스트들은 한미의 개량신약 전략이 해외로 옮겨가는 첫 행보가 올해 그 윤곽을 드러낼 것이라며 긍정적 분석에 상당히 무게들을 싣고 있다. 아울러 한미가 국내 매출 외형에 사활을 걸 이유가 상대적으로 작아졌음을 묵시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일단의 사건이기도 할 것이다.언론사의 눈과 귀를 주목시킨 뉴스가 하나 더 있다. 한미는 올해 총 340명의 신규인력을 채용할 것이라고 최근 공고했고, 모든 경제지와 전문언론들은 이를 관심뉴스로 일제히 보도했다. 신규채용을 모두가 꺼리는 상황에서 그 규모가 만만치 않다. 제약계로는 이 또한 단연 최고의 채용규모다. 일각에서는 '물주고 물빼기'식의 인력순환일 뿐이라며 일축하기도 하지만 설사 그렇다고 해도 작금의 경제위기에서 물만 빼는 상황을 거스른 것 자체가 고무적이 아닌가. 연구개발과 제조공정 부문에서도 적지 않은 인력이 채용되는 것을 보면 순환 인사만은 아닌 것으로 보여진다. 이미 부사장 직급으로 개발총괄본부장과 글로벌총괄본부장을 나란히 영입해 세운 것은 그래서 핫 이슈다. 그에 걸맞게 연구·개발 비율도 국내 업계 수위권인 11%에 달한다.우리는 여전히 특정회사의 좋은 점을 나열한 것에 대해 부담을 갖는다. 하지만 위기의 시대에 앞서가는 기업은 당연히 모범적인 사례로 주목받아야 한다. 특히 국내 시장에서 이전투구하지 않겠다는 신념을 단계적으로 이행하는 제약사들을 우리는 각별히 주목하고 싶다. 그래서 일본한미, 북경한미, 유럽한미 등의 해외법인 말고도 내부적으로 한미IT가 그 중심의 한켠에 있는 것부터가 독특하게 다가온다. 이 회사를 중심으로 전사적 관리시스템(ERP)이 글로벌화 기준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사실 쉽지 않은 일이다. 국제적인 업무기준을 준수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투명성을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끌어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혁신을 넘어서 그 어려운 '진화'의 부담을 극복해야 한다. 국내 제약사들이 해외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모든 업무코드와 마인드 그리고 실력을 국제기준에 맞춰야 하고 나아가 직원들이 그런 분위기를 ?아 오게끔 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 따라서 조직과 자원의 전사적인 국제화 레벨인 '글로벌 순위' 또한 외형경쟁 순위 못지않게 너무나 중요하다. 한미의 글로벌화는 비단 특정기업의 사례가 아니라 국내 제약산업의 방향타 역할을 할 수도 있기에 각별히 주목한다.2009-02-12 06:40:37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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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창 칼럼게재 일시 중단신현창 논설고문이 건강상의 이유로 데일리팜 칼럼 연재를 일시 중단합니다. 신 논설고문의 건강이 회복되는대로 칼럼 연재를 재개할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양해를 구합니다.[지난 칼럼 보기]2009-02-09 11:59:49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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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루에 사로잡힌 제약계매년 연말연시만 되면 제약업계는 유난히 관심을 두는 수치가 있다. 이 수치를 놓고 부러움과 시샘 아니면 비난과 비방으로 이런저런 입방아들이 여기저기서 오른다. 상위권 제약사들의 '매출'과 그 '순위'는 늘 그렇게 제약계 종사자들의 관심사이자 뒷얘깃거리가 돼 왔다. 그러다보니 언론도 흥미로운 뉴스거리로 다룬다. 그 중에서도 외형이 늘고 앞 순위에 올라선 업체들은 그 화제의 중심에 있게 됨이 물론이다. 추정매출이 나오기 시작하는 연말에 시작돼 매출액을 공시하는 지금 시점이 그런 구구한 이야기들이 가장 많이 나오는 분수령인 시기다. 올해도 그것이 전혀 변하지 않았다.사실 빠져들 만한 숫자들이 올해도 눈에 잡혔다. 우선 동아제약이 7천억 고지를 넘어선 것부터가 대단하다. 7023억원의 매출을 시현해 전년의 6359억원 보다 10.4%라는 두자리 성장세를 이어갔을 뿐만 아니라 영업이익도 무려 817억원을 거둬 전년의 724억원 보다 12.8%나 증가했다. 외형과 내실을 모두 챙겼다. 놀라운 것은 온갖 내우외환 속에서 이런 결과를 냈다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안으로는 부부, 부자, 이복형제간 얽히고설킨 치열한 경영권 분쟁의 소용돌이가 있었고, 밖으로는 공정위와 검찰 및 국세청 조사 등으로 시련을 겪은 동아제약이다. 그래서 동아제약의 그 저력이 새삼 놀랍다. 이 회사는 이렇게 지난 1967년 이후 41년 동안 단 한번도 1등 자리를 내놓지 않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올 목표도 7660억원을 설정해 1위를 내주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동아제약에게는 부러움의 시선이 모아진다.또 하나는 단연 화제가 된 2위 순위싸움의 결과다. 작년에 그 순위가 2년 만에 뒤바뀐 것은 빅뉴스가 됐을 만큼 그동안 한미약품과 유한양행의 2위 경쟁은 치열했다. 이들 회사의 홍보팀은 관련뉴스 보도에 일희일비할 만큼 대단히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 그것을 반증한다. 업계의 맏형 격으로 자임해 온 유한양행은 2005년까지 이어온 2위를 2006년과 2007년 동안 한미약품에 내주는 일종의 수모를 겪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한미는 유한의 역사에 비유한다면 일종의 '신예'일 뿐만 아니라 2003년만 해도 12월결산 기준으로 매출순위 4위에 있었기 때문에 당시만 해도 2위였던 유한을 넘볼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지난 3년은 유한에게 절치부심의 시기였던 셈이다.유한은 와신상담의 결과인지 작년에 5958억원의 매출로 전년의 4822억원 보다 무려 23.5% 성장하는 기염을 토했다. 제약계 최고의 성장률을 떠나 상위 제약사가 20% 이상을 성장한다는 것은 예의 쉬운 일이 아니었기에 주목과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일각에서는 공격적 영업이 성공을 거뒀다는 긍정적 평가가 있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리베이트 폭로에서 나왔듯이 비정상적 영업결과라는 비아냥거림과 비난이 쏟아졌다. 유한은 이런 구설수를 떠나 상당기간 자웅을 겨룰 것으로 예상됐던 맞수 한미약품과 무려 375억원이나 차이를 벌려 놓는 승전보를 울려댔다. 나아가 1~2위 간 매출격차를 좁히는 어부지리 결실까지 얻었다. 물론 영업이익도 691억원으로 전년 593억 보다 16.6% 성장해 그야말로 명예와 실리를 전부 거둬들였다. 2008년은 유한의 해라고 자임할 만 했다는 것이다.제약계 스스로를 놀라게 한 수치는 또 있다. 동아와 유한 이외에 한미, 대웅, 녹십자 등 상위 5대업체들의 견실한 성장률이 그것이다. 한미는 5583억원에 11.4%, 대웅(3월결산, 1~12월)은 5313억원에 9%, 녹십자는 5161억원에 16.7%가 각각 성장했다. 영업이익도 전부 최하 6백억원을 넘겼다. 5천억원대 이상 국내 간판제약사들의 안정적 성장이 단연 눈에 돋보인 한해가 바로 작년이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실적은 지난 연말에 가시화 되었다는 점에서 더더욱 눈에 뜨인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시작된 지난해 4분기에 높은 성장세를 이어갔으니 대단하다.나아가 올해 목표들을 보면 또한 놀랍다. 대부분 10%를 전후한 성장목표를 잡았다. IMF가 제시한 마이너스 4% 성장률이 예상되는 올해이기에 이들 목표치는 일견 뜬구름 같아 보일 정도다. 개별 업체별로 들어보면 목표를 대충 또는 어렴풋하게 잡은 것이 아니라고들 항변하지만 그래도 올해 목표부문에서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올해는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반드시 각오해야 한다는 것이다.우리는 화려한 수치가 일장춘몽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심히 우려되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상위권 제약사들이 지금과 같은 최악의 위기에서는 지나치게 외형과 순위에 ?Z매이는 행보가 엄밀히 틀렸다. 위기의 시대에 어느 정도 뒷걸음질을 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는 점을 새김질 했으면 한다. 그것이 일보후퇴 십보전진을 위한 절치부심의 혁신이라는 결과를 끌어내 미래의 성장 디딤돌로 다져지는 전기만 된다면 퇴보는 성장의 가치 못지않은 값어치가 있다. 따라서 퇴보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이다. 더 정확히는 화려한 장식에 빠져 미래를 등한시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외형(매출) 지상주의에 빠진 것이나 순위다툼 등은 결코 멀게 본 시각이 아니다. 작금의 글로벌 경제위기는 제약사들에게도 후퇴를 언제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암시하고 있기에 충고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다.제약사들의 외형경쟁이 자칫 신기루에 빠져 들어가고 있음을 우리는 크게 우려한다. 그래서 제약사들은 지금부터 새로운 순위를 다시 짜야 한다. 파이프라인 순위, 특허 순위, 연구&개발 순위 등이 그것이다. 수치화하기 어려운 조건들이 있지만 전문가들이 덤벼들면 못할 것도 없다. 아마도 이 순위는 외형과는 다른 순위가 나올 것이라고 본다. 특히 동아와 한미는 많은 파이프라인을 보유중인 것으로 알기에 1~2위를 다툴 것으로 예상된다. 또 보탤 순위는 피해가서는 안 될 수출지향형 순위다. 글로벌 제약사로 가기 위한 해외임상과 해외 허가·등록 순위를 메겨보면 이 또한 순위지도는 바뀔 여지가 많다. 한미는 이 또한 강세다. 이들 요건들을 종합한 순위가 나올 수 있다면 그것이 진짜 순위라고 본다. 설사 퇴보나 소걸음 성장을 한다고 해도 실제는 미래의 성장좌표를 담보했다는 것이 반영된 수치가 아니면 높은 성장수치나 순위는 당장에만 보기 좋은 환상이자 신기루에 불과할 것임을 반드시 유념해야 한다.2009-02-09 06:45:02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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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단, 약가결정권 회수 사활“보험료를 징수하고 지급하는 공단이 수가와 약가를 모두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건강보험공단 정형근 이사장의 잇따른 언행이 전문지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약가결정권은 보험자의 권한이자 역할이므로 이참에 이원화된 권한 전체를 이관해 오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급여의약품은 건강보험 재정에서 약값이 지급된다는 점에서 정 이사장의 약가결정권 회수 또는 이관주장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보험자가 건강보험 재정영향 등을 감안해 약값을 결정하는 것이 보험원리를 실현시키고 당사자(보험자와 공급자)에 의한 급여 및 약가결정이라는 제도의 취지에도 더 부합할 수 있기 때문이다.그렇다면 심평원 약제실이나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조직 또는 업무를 건강보험공단에 이관, 통합시키면 권한이 바로 설까.문제는 현행 약제정책 체계가 생각처럼 단순하지 않다는 데 있다.급여의약품의 가격을 고시하고 또한 약가를 조정하거나 급여/비급여를 최종 판정하는 것은 복지부장관의 고유권한이다.급여의약품 중에는 별도의 급여기준이 마련돼 있는 품목도 부지기수다. 암을 포함해 일부 희귀질환을 치료하는 약제 등의 급여기준은 아예 심평원장이 정할 수 있도록 위임했다.복지부장관은 이를 포함한 다층적인 제도틀 안에서 심평원에 많은 약제 업무를 위임하고 때로는 정책입안에 앞서 비공식 데이터를 산출하거나 분석을 의뢰한다.이 과정에서 심평원에는 경제성평가, 급여기준, 적정사용 평가, 비급여 사용 등 건강보험 약제제도와 관련한 인력풀과 노하우, 연구성과들이 약제실 외 다른 부서에도 곳곳에 산재돼 있다.약가제도를 송두리째 뒤바꿔 놓은 포지티브 시스템 도입도 보이지 않는 준비작업과 예측분석 등 상당부분이 심평원 실무자들의 손을 탔다.기자가 누구나 알 만한 이런 뻔한 얘기를 장황하게 늘어놓는 이유는 단순하다.정 이사장의 주장에 힘이 실리려면 건강보험공단의 고유 또는 본연의 업무에 입각한 보험약제 사업내용과 범위가 무엇인지, 심평원에 일부 이관돼 있는 약가결정권이 왜 지금 이 시점에서 건강보험공단으로 일원화돼야 하는 지 먼저 설득력있는 논거와 이익, 더 나아가 중장기 대체 운영전략을 내놔야 한다는 얘기다.그동안에도 건강보험공단과 심평원을 재통합해야 한다거나 별도의 설치법률을 만들어 심평원을 완전히 독립시켜야 한다는 등 많은 말들과 부분적인 연구들이 있어왔지만, 정작 양기관을 각각의 공기업으로 분리한 데 따른 제대로 된 평가작업은 거의 없었다.건강보험 30년을 진단하는 대단위 사업에서도 의제로 다뤄지지 않았음은 물론이다.물론 약가결정권 하나를 거론하면서 건강보험 운영시스템 전체를 끌어다 붙이는 것이 침소봉대이고 아전인식라고 비판할 수도 있을 것이다.하지만 건강보험 업무의 주요 파트너인 심평원을 곤혹스럽게 만들면서까지 민감한 현안을 계속 건드릴 거라면 그에 합당한 근거를 먼저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마침 감사원도 지난해 약제 업무감사 결과에서 양 기관의 중복업무를 줄이고 통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라고 주문하지 않았나.정 이사장의 정당한 주장이 유.무형의 힘의 논리에 따른 ‘생떼쓰기’로 비쳐지지 않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평가와 근거에 입각한 '소신'의 목소리가 돼야 한다는 얘기다.2009-02-09 06:38:15최은택 -
제약협회 재탄생의 기회제약협회가 드디어 체질개선에 나섰다. 국내 주요 제약사 원로(오너)들이 모임을 갖고 협회 조직변화를 주문하며 전경련식 체제로 변화될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5일 열린 자문위원 모임에서 대다수 원로들은 현행 이사장 체제로는 강력한 협회를 만들 수 없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오너 회장과 상근 부회장으로 협회가 바뀌어야 한다는 뜻을 피력했다.이를 위해 제약 2세 경영인들이 부회장으로 들어와 적극적으로 회무에 참여해야 한다는데 공감대가 형성된 것은 향후 협회 운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그동안 제약협회는 ‘역할론’이 도마에 오르며 제약업계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국내제약사-다국적제약사, 상위제약사-중소제약사 간 이해관계가 얽히며 정체성 논란이 있어왔고, 턱없이 부족한 예산과 조직력은 협회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해 왔다.여기에 사실상 영향력을 발휘해야할 제약 오너들이 한발짝 물러나 협회를 관망하게 된 것은 경쟁력을 악화시켰던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돼 왔다.협회 이사회 구성인력만 살펴봐도 지금은 대다수 이사들이 CEO로 구성됐다는 점은 오늘날 협회의 현주소를 말하고 있다.“예산도 없고,,,조직도 약하고...로비도 힘들고...” 제약 오너들의 협회 참여 부재가 산적해 있는 현안들을 뚫고 나가야 할 협회의 힘을 떨어트렸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그래서 협회의 변화와 행보에 기대가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 어준선 이사장은 “협회가 앞으로 오너회장 체제로 가고, 2세 경영인들이 부회장으로 대거 참여한다면 아무래도 협회의 위상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악재가 계속되고 있는 제약업계를 구원할 수 있는 길은 강력한 협회 탄생이 선행조건이기 때문이다.이제 제약업계는 강력한 회장을 만들어줘야 할 책임이 있다. 서로 회장을 하지 않으려 피하는 것이 아니라, 리더를 하기 위해 선의의 경쟁을 펼칠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줘야 한다.앞으로 제약협회 회장의 역할과 대외적인 위상 등이 명확히 정립돼야 하며, 자부심과 책임감을 가질수 있도록 강력한 권한을 부여해야 할것으로 보인다.또한 회장이 단순히 원로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강력한 리더쉽을 통해 유관기관 등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제약사들의 적극적인 회무 참여가 이뤄져야 할것으로 판단된다.업계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여론을 리더할 수 있는 강력한 제약협회 탄생이 이뤄진다면 제약업계의 미래는 어둡지 많은 않다.2009-02-06 06:12:46가인호 -
담합금지 조항의 일몰제 발상행정부의 인식과 보건의료정책 사이에 끊이지 않는 충돌점이 하나 있다. 바로 ‘규제’라는 단어다. 같은 단어인데도 의약계가 생각하는 것과 행정부의 그것은 전혀 다른 말이 된다.사실 의약업무는 그 전문성 때문에 공장을 짓는다든가 일반적인 기업 활동을 하는 것과는 달리 특별한 행정관리의 근거 법제가 필요하다. 국민 건강과 생명에 직결되기 때문이다.일반 기업 활동도 사실 규제 완화라 해서 자유방임이어야 하는 뜻이 아니다. 만일 규제가 없다면 일예로 우리나라의 하천은 모두 하수구로 변할 것이다. 미국의 금융위기도 규제를 푼 뒤의 도덕적 해이에서 왔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돈 앞에서는 도덕과 질서가 힘을 못 쓰는 현실에서 규제완화라는 말은 아무데나 적용하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규제 완화는 제도를 합리화 시키고 운영을 잘 하라는 것이지 규제 자체를 없애라는 뜻이 아닌 것이다.법제처 중심의 정부에서 만든 규제 일몰제 확대 계획 중에 ‘의료기관-약국간 담합방지를 위한 개설제한 규정’(약사법 제20조 5항)을 5년 시한부 생명으로 치부했다는 소식은 역시 ‘규제’라는 단어의 혼돈을 떠올리게 한다.법을 개정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재검토 대상이라고 보건복지부가 해명했다고 하니 아직 예단은 할 수 없겠으나, 보건복지부를 제외한 모든 행정부가 8년이 지났는데도 의약분업의 본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재확인하게 되어 너무나 황당하다.약사법 20조 5항은 의약분업 법제화 과정에서도 충분히 논의된 내용이다. 가장 걱정했던 담합의 문제였지만 미진한 문제의 대표적 사례로 남아있다. 사실 담합이 시정되지 않으면 분업은 유명무실이다. 이점에 대해 이른바 규제를 논의하는 공무원들은 이해를 못하는 것 같다.담합금지를 규제로 보는 공무원들의 시각에 대해 섬뜩한 것은 담함 금지 조항을 의사, 약사의 이해관계 충돌로 치부하고 그 때문에 국민의 편익이 저해됐다고 보는 것 같다는 점이다. 사실이라면 이해관계로 보는 발상 자체가 틀렸지만 약사법 조항의 ‘관련자’가 의사 약사가 아님을 모른다는 것이다. 이것은 병원과 약국 간 ‘기관’의 문제인 것이다.특히 간과해서 안 되는 것은 의원들의 입장이다. 병원의 외래환자 원외조제는 사실 병원과 의원의 상치된 입장이 고려된 과제였다 약국의 문제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약사법 20조 5항을 개정해서 푼다면 병원만이 아니라 의원까지도 포함 할 수밖에 없는 함정에 빠진다. 그것은 곧 의약분업의 파기를 의미한다.일몰 운운하는 보도를 접하면서 이 정부가 너무나 안일한 접근을 하는 모습에 놀랍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하지만 의약분업의 취지를 왜 살려야 하는가에 대해 몇 배의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걱정을 지울 수가 없다. 아니 땐 굴뚝엔 연기가 나지 말아야 한다는 당연함이 새삼스럽다.2009-02-05 07:37:45신현창 논설고문 -
기대반·우려반 식약청 수사단식품의약품안전청이 4일자로 아주 특별한 인사를 했다. 제약, 식품, 의료기기 등의 업체들은 특별하다 못해 아연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주목해야 할 인사가 이뤄졌다. 6일부터 새로 가동되는 조직의 이름부터가 업계에서는 두려움을 느낄 정도로 위압적으로 느껴지던 차에 이를 이끌 사령탑이 확정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새 조직의 명칭은 이름부터가 각별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 위해사범중앙수사단 T/F'다. 이 조직의 단장에 복지부 서기관이 전격 임명된 것이다. 식약청 조직에 '수사'라는 문구가 들어간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그래서 업계에서는 이 조직의 행보를 놓고 벌써부터 설왕설래 하면서 운영방향과 활동범위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식약청은 앞으로 주요 사안에 대해 검·경에 의뢰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고 수사기관처럼 고강도 수사 및 조사권을 갖게 됐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신속한 기소처분 절차를 밟는 것이 가능해졌다. 중앙수사단에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가 상근하면서 수사를 진두지휘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역시 전례가 없던 일이다. 또 검사의 식약청 내 직함이 '특별수사기획관'이어서 결코 평범하게 보이지 않는다. 운영인력도 본청만 20명으로 꾸려졌다고 하니 웬만한 대형사건 특수수사 인력 규모에 버금가지 않는가. 뿐만 아니라 필요에 따라 지방청에서 자유롭게 인력충원이 가능한 것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사안에 따라서는 전방위 수사가 가능한 시스템이다.우리는 식약청이 오죽했으면 중앙수사단까지 꾸렸을까를 감안해 봤을 때 조직의 구성과 운영에는 긍정적 입장이다. 의약품, 식품 등의 위해사범과 불법유통 문제는 늘 온 나라를 들썩이는 국민적 사건으로 터져 왔지만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의약품의 경우만 해도 지난해 인태반 사태가 식약청을 아주 곤혹스럽게 했다. 따라서 엄정하고 신속하게 각종 위해사건에 공격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수사권이 필요했을 것으로 안다.하지만 식약청은 중앙수사단의 활동범위와 성격에 대해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식약청은 그 명칭과 업무 자체만으로도 기업의 생사여탈권을 흔들 수 있는 의약계의 권력기관이다. 이에 더해 수사권까지 얹혀진 식약청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자칫 중앙수사단의 정체성이 불분명하고 수사범위가 사전에 분명하게 정립되지 않으면 이로 인해 수사권이 남용될 우려를 생각해야 한다. 기업들에게는 중앙수사단의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식약청을 멀리 느끼게 할 단초를 제공한다. 이렇게 되면 서비스 행정을 표방하면서 혁신을 꾀해 온 식약청의 변신은 물거품이 될 수 있다.때마침 식약청은 최근 ‘2009년 규제개혁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국민에 안심, 기업에 활력'이라는 캐치프레이즈까지 달아서 그 일정을 세세히 밝혔다. 규제와 지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보겠다는 '규제개혁'이기에 그 성과에 자못 관심이 가는 참이었다. 특히 기업에 활력을 넣겠다는 의지가 눈에 뜨이는 대목이고, 그것이 어떻게 실무에서 투영될지 큰 관심사다. 식약청은 아울러 '규제 컨설턴트'로 변신을 꾀하겠다는 의지까지 덧붙인 마당이다. 그래서 올해 안에 54개 과제를 완료하고 파급효과가 큰 33개 과제는 신속하게 추진해 상반기 중 끝낸다는 일정까지 내놓았다.식약청이 이 정도로 친 기업 행보를 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이는 와중에 나온 중앙수사단 가동은 왠지 어울리지 않는다. '국민에 안심'이라는 행정목표를 우선 시현하기 위한 것으로 보면 중앙수사단의 가동은 당연하다. 그런데 중앙수사단이 출범하는 과정이 외부에 확연히 노출되지 않았고 논의되지 않은 것이 논란거리이고 우려스럽다. 일부 보도를 보면 기획조정관실의 주도하에 밑그림에 짜여진 것으로 안다. 그런 탓에 중앙수사단의 성격이 민원인들에게는 분명히 와 닿지 않아 막연한 두려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는 식약청이 추진 중인 인·허가 관련 행정서비스 정신과 상반된다.식약청은 앞으로 수사와 기소가 신속하게 가능한 만큼 강력한 감시를 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위해사범에 적극 대처하고자 한 의지를 표현한 것이기는 하지만 민원인들은 그렇게 들리지 않는다는데 고민을 해야 한다. 행정업무의 유연성과 탄력성이 떨어지면 식약청의 화려한 규제개혁 로드맵이나 구호들은 일회성 말잔치나 선언적 의미로 떨어질 우려가 있다.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앞으로 중앙수사단의 운영을 투명하게 해야 한다. 발족과정이 예의 심상치 않은 것은 일단 불안하다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중앙수사단의 성격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향후 업무일정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2009-02-05 07:35:15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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