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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삼성, 백신·치료제 개발의 '콜라보' 단초돼라작금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파동은 바이러스 공격으로부터 인류가 얼마나 취약하며, 사회경제적으로도 큰 손실을 안기는지 똑똑히 보여준다. 특히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는 바이러스의 공습은 아주 빠른 시간 안에 사회를 마비시킬 수도 있음을 이번 메르스파동은 똑바로 가르쳐줬다. 메르스 파동이 확산된 요인은 환자 발병초기 큰 투망을 치지못한 정부의 초기 방역 및 관리 실책부터, 병원의 허술한 위기관리 시스템, 취약했던 시민의식, 우리만의 독특한 의료소비 문화 등 다양하다. 물론 더 근본적인 요인은 백신도, 치료제도 없었다는 점이다. 메르스 바이러스 감염에 관한한 아무것도 준비된 것이 없었던 셈이다. 항생제 페니실린 발견 이후 세균성 감염질환은 사라졌다지만,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균이 퍼트릴지도 모르는 감염질환 판데믹의 위협까지 사라졌다 할 수는 없다. 뚜렷한 치료제나 백신 개발이 미처 따라갈 사이도 없이 사스 바이러스, 에볼라 바이러스 같은 바이러스가 출몰하지만 상업적 기반이 뚜렷하지 않으면 제약기업들은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조차 않는 현실도 목도하게 된다. 사계절이 분명해 겨울 감기 바이러스가 전부였던 우리나라의 경우 기후가 바뀌면서 향후 어떤 감염질환이 돌지도 알 수 없는 잠재적 위험요인도 떠안고 있다. 설사 우리나라 안 감염질환이 아니더라도 이번 메르스 감염환자가 중동에서 옮아온 것처럼 바이러스 감염엔 국경도 없는 시대다. 이같은 상황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3일 삼성서울병원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의 진원지가 된데 대해 사과하면서 "감염질환에 대처하기 위해 예방활동과 함께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힌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사고 수습 일환의 성격이 짙고 결국 향후 행보가 그의, 삼성의 진심을 보여주겠지만, 그렇다해도 자금력이 최고라는 삼성이 감염질환의 연구개발을 지원하겠다고 나선 것은 기업의 사회 기여라는 측면에서 나름 의미가 있다. 지원 규모가 얼마나 될지, 어떻게 지원될지 현재로선 알 수 없으나 올해 보건복지부가 신종 감염병, 기후변화 등 사회 환경변화에 따라 새롭게 부각되는 위험요인 등에 대응할 수 있도록 기술개발에 지원하는 금액 438억원과 시너지 효과를 나타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왕에 삼성이 감염병 백신 및 치료제 개발 연구에 지원의사를 밝혔다면 이 지원금이 국내 연구력을 집결하는 구심력으로 작용했으면 한다.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세계 유수의 대학, 연구자들과 협력체계를 구축해 혁신신약 개발에 오픈 이노베이션 체계를 구축하는 것처럼, EU가 대학, 환자단체, 비영리 연구기관 및 정부 관련기업, 중소기업 등의 참여로 다양한 질환과 영역의 연구를 진행하는 IMI(Innovative Medicine Initiative) 프로젝트처럼 삼성의 감염병 지원금이 국내 연구력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집결시키는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체'의 구심력이 되기를 바란다. 불안과 공포로 다가온 메르스 파동은 우리의 문제를 해결할 주체는 우리일 수 밖에 없다는 의약주권의 중요성도 명백하게 보여줬기 때문이다.2015-06-24 06:14:52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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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 도매 유통업계, 해법은 있을까?지금, 의약품 도매유통업계가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빠졌다. 제1상황 1990년에 존재했던 316처의 도매업체가, 23년 후 2013년까지 생존한 곳은 불과 68처뿐이었다. 그동안 알게 모르게 무려 79%가 도태된 것이다. 생존율은 겨우 21%다. 작년의 SW, SA, YD와 금년의 SJ와 JS 사태 등은 그야말로 충격의 연속이었다. 그 여파는 약업계 초유의 인명사고까지 불렀다. 도매업계의 퇴출 사태는 갈수록 다시 속도가 붙을 것 같다. 제약업계 출신 영업 간부들이 끊임없이 도매업계의 문을 두드리고 있고, 극심한 난립 억제책으로 잠시 부활됐던 도매 진입장벽인 창고면적 하한기준이 80평에서 50평으로 다시 크게 완화됐기 때문이다. 제2상황 기존의 전통적인 중대형 도매업계의 입지가 갈수록 축소되고 있다. 그 대신 국내 시장환경에 맞춰 변종된 '총판형CSO'의 의약품 유통시장 지배력은 해마다 확대돼 나가고 있다. 다음의 자료가 이를 뒷받침한다. 도매업계의 '매출규모별 시장비중 동태'를 분석해 보면, 중대형도매(연매출 일천억 원 이상)의 시장비중은 2010년 42.08%에서, 11년 41.61%, 12년 39.39%, 13년 37.80%로, 3년 동안 4.28%나 뒷걸음질 친 반면, 소형도매(연매출 100억 원 미만)의 경우 10년 39.67%에서, 11년 40.50%, 12년 43.29%, 13년 45.73%로 3년간 무려 6.06%나 확대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심평원, 완제의약품유통정보통계집 참고) 이러한 소형도매 계층의 시장비중 확대 원인이 업체 수 증가로 인한 것이 아니라 도매허가를 취득한 강소(强小) 총판형CSO들이 선전(善戰)한 결과로 분석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부익부 빈익빈이라는 상식과 선진국의 일반적 추세와는 정반대되기 때문에, 예사롭지 않다. 게다가 요즘엔 잘나가는 외자제약사의 '영업맨'들까지도 CSO로 변신하고 있다지 않은가. 제3상황 주변 의약업계 관련업종들과 전자상거래업체 및 투자금융사 등의 의약품 도매유통업 진입과 참여가 가속화되면서 기득권을 가진 기존 도매업계의 시장영역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예컨대, 용마유통과 CJ대한통운 및 이지메디컴 등 대형 물류전문업체들이 의약품도매업 허가를 속속 취득하고 있다. 초대형 전자상거래업체인 아이마켓코리아가 안연케어 주식 51%를 인수하면서 도매시장에 뛰어들었다. 온누리 건강 등 약국 프랜차이즈 업체들과 부산 서울 등의 약사신협은 좀 더 일찍 도매업계에 발을 들여놨다. 실질적인 병원직영도매가 아직도 엄존하고, 요즘엔 문전약국까지 너도나도 직영도매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외자업체인 쥴릭코리아와 RMS코리아 등이 도매업계를 휘젓고 있고, 골드만삭스와 같은 세계최고의 금융제국도 들어왔다. 지난 6월17일에는 영국의 SCPE라는 큰 투자회사가 도매업계에 거액을 가지고 들어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제약업계도 기존의 제약도매 이외에 도매유통의 일종인 코마케팅사업에 열중하고 있고 전자상거래(E-commerce) 장터도 개설 운영하고 있다. 제4상황 그동안 도매와 제약 간 고조되어왔던 의약품 도매마진율 전쟁이 급기야 국회와 제약협회로까지 비화되면서 도매업계의 마진율 하락이라는 과제 해결이 어렵게 꼬여가고 있다. 작년 10월 국회 김용익의원이 의약품 도매마진율은 유통협회가 요구하는 8.8%보다도 무려 약 2배나 높은 15.7%라고 부정적인 측면에서 폭로한바 있고, 제약협회가 지난 4월28일의 '입장문'과 5월26일 개최된 이사회를 통해 '유통협회가 사업자 단체의 힘을 이용해 회원 제약사들의 적법한 기업활동에 대해 불법적인 압력을 계속하는 것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협회 차원에서 강력 대응할 것을 재차 결의했다'는 소식 등이 그것을 뒷받침한다. 그러면, 이 같은 사면초가의 원인은 무얼까? 제1상황의 원인으로는, 도매업체 과밀에 따른 피 말리는 경쟁과 일부 업체들의 오판에 의한 물류시설 차입투자 등을 꼽을 수 있다. 경쟁과열은 적자까지도 감내하는 약가 덤핑과 불법 리베이트 판촉 등을 촉발시켜 업체 존속이 불가능할 정도로 수익성을 악화시켰다. 1원짜리 등 초저가 투찰현상은 과열경쟁의 하이라이트이다. 또한 빚에 의한 물류시설 과잉투자는 운영자금 고갈과 감가상각비라는 추가비용까지 발생시켰다. 도매업계의 과밀 원인은 2000년6월부터 2011년3월까지 12년간 시행됐던 '창고면적 의무기준(80평이상)'의 폐지가 결정적이다. 그런데 이 면적기준이 폐지된 이유는 그 당시 다수 중소형 도매업체들의 읍소적인 건의와 당국의 규제개혁 시책이 맞아떨어진 때문이다. 이로 인해 국내 도매업체 수는 1999년 438처(일반종합도매)에서 2011년에는 1,609처로 367%나 급증하였고 이는 부메랑이 되어 도매업계를 창고면적 규제 때보다 훨씬 더 괴로운 초과열 경쟁상태의 궁지로 내몰았다. 이젠 2000처가 넘는다. 이 같은 업체과밀을 억제할 목적으로 창고면적기준이 50평 이상으로 재 규제됐지만, 이정도로는 규제효과가 기대되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의약품 도매업체는 가늠할 수 없는 한계까지 계속 증가될 것이 분명하다. 국내 도매업계가 얼마나 과밀한지에 대해서는, 우리보다 시장규모가 약 20배 이상 큰 미국은 고작 3처의 초대형 도매물류업체가 90%내외의 시장을 점유하고 있고, 우리보다 약 5배 이상 큰 시장의 일본도 도매업체 수가 75처(일본, 약사핸드북)에 불과하다는 점 등을, 우리와 비교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제2상황의 주된 원인으로는, 도매업계가 기본 핵심기능인 상류기능에 대한 수행능력의 육성과 연마를 아주 소홀히 해 왔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상류기능이 있기 때문에 비로소 도매유통업이 성립함에도 불구하고, 이 중요한 상류기능을 기존의 도매업계가 지금까지 완전히 방치해 온 것이다. 상류기능 수행자는 바로 영업인력인데, 도매업계에서 이의 육성과 연마를 위한 교육훈련 투자의 흔적을 찾아 볼 수 없다는 점이 그 근거다. 도매업계가 무슨 여유 자금이 있다고 영업인력 교육훈련에까지 돈을 쓸 수 있겠냐? 반문할지 모르겠지만, 바로 이 허점과 틈새를 총판형CSO가 비집고 들어왔음을 알았으면 한다. 제3상황의 원인은 유통환경 변화의 영향 때문으로 분석된다. 21세기는 가치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다각화가 극대화되고, 업종별 유통에서 업태형 유통으로, 오프라인 유통에서 온라인 인터넷 유통으로, 변화되는 시대다. 이런 변화의 흐름을 타고 앞서 언급한 대형물류업체, 대형전자상거래전문업체, 약사신협과 약국프렌차이즈업체, 종합병원과 문전약국, 외자도매유통업체, 외자 투자금융기관 및 제약사 등이 도매유통업계에 들어 왔다. 이 거스를 수 없는 변화의 큰 물결은 예컨대 지금까지 고정관념으로 생각해 왔던 종전의 ‘의약품 도매유통업’이라는 배타적 고유업종 영역개념을 무참히 허물어뜨리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변화의 도도한 흐름은 도매업계가 아무리 원치 않는다 해도 이와는 상관없이 갈수록 가속화될 것이 분명하다. 제4상황이 발생하게 된 근본적 요인은, 도매업계가 상류기능 수행능력이 부족한데다가, 불법리베이트의 양성화를 자초했고, 일부 제약사들이 도매마진율을 인하할 때마다 조직적 집단적으로 반발함으로써 마진율 문제를 의약업계 사회의 도마 위에 올려놨다는 점 등으로 분석된다. 도매업계의 제약업계에 대한 적정비용(마진율) 보장요구 명분이 ‘대금결제기간 단축이자 및 마일리지 비용 추가 보전’이지만, 이 추가비용이 생기게 된 근원이 도매업계가 당국에 '리베이트를 양성화시켜 달라'는 건의가 받아들여진 데 있는 것이니 추가비용 발생은 결국 도매업계가 자충수를 둔 결과라 볼 수 있고, 일부 국회의원과 제약협회가 도매마진율 문제를 부정적인 주요과제로 인식하게 된 계기는 도매업계의 공식적 공개적인 도매마진율 문제제기의 반작용으로 인한 것이니, 누굴 탓하랴.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첫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때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유통환경 변화의 트렌드를 직시(直視)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을 길러야 한다. 세상은 날로 변하는데, 과거의 생각만으로 현재를 재단하고, 어제 효과를 봤다고 그 방식을 오늘도 그대로 답습만한다면, 미래가 있을까? 당장 아프고 눈에 띄는 문제에만 집착하다보면 앞으로 가야할 도매유통의 대로(大路)를 잃어버리게 된다는 점을 염두에 새겨둬야 한다. '손톱 밑에 가시든 것은 알아도 염통 밑에 쉬스는 줄은 모른다'는 속담처럼, 도매업계가 유통환경 변화라는 큰 틀의 새로운 경향을 보지 않고 당장 코앞문제 불끄기에만 급급해온 사이, 알게 모르게 상기에서 언급한 '제2상황'과 '제3상황'이 되돌릴 수 없도록 여기저기서 이미 뿌리내렸지 않은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 사건이 혹시 잘 해결된다 해도 그것은 빙산일각의 임시방편인 미봉책일 뿐, 그것이 기폭제가 되어 상기 제3상황이 해결될 문제들이 아니다. 둘째, 상류기능 수행능력을 제약과 총판형CSO업계 이상으로 계발, 육성시켜야 한다. 현재 도매유통업계는 그 존립 근거인 상류기능(판매기능)에 대한 수행능력이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 이유는 판매능력 높낮이의 척도인 자체 판촉능력은 거의 없이, 제약업계가 앞서 닦아놓은 판촉 및 광고 선전 활동의 열매를 요양기관에서 주문 받아오는 정도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결국 상기 제2상황과 제4상황 등이 벌어진 것 아니겠는가. 만약 도매업계의 판매능력이 의약업계에서 월등했다면, 어떻게 CSO가 비집고 들어와 자리를 넓혀갈 수 있으며, 제약업계가 아무리 다급하다해도 도매업계의 반발을 빤히 알면서 어떻게 도매마진율을 내리려는 발상을 하겠는가. 때문에 도매유통업계는 만사 제쳐놓고 상류기능 수행능력 제고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 판촉능력과 영업관리가 의약업계에서 비교우위에 서도록 교육훈련을 통한 인재양성과 그들에 대한 처우개선 투자를 가능한 최우선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만일 도매업체들이 개별적인 투자여력이 없다면, 인재양성의 경우 비용을 십시일반(十匙一飯)으로 추렴하여 유통협회가 대신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 금쪽같은 투자만이 도매업계의 미래를 밝혀주고 업권을 보다 굳건히 오래도록 지켜줄 것임이 틀림없다. 능력이 앞서면 발전하고 그것이 없거나 부족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는 것이 세상 이치이기 때문이다. 셋째, 가격 덤핑과 불법리베이트 영업 관행을 타파하고, 과학적인 경영분석 자료를 토대로 전략적 차원에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상기 제1상황은, 도매업계가 업체과밀에 따른 경쟁과열 타개수단으로 가격파괴와 불법리베이트 일변도의 영업정책을 써 온데다, 자사의 경영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경험을 토대로 한 주먹구구식 판단에 따라 의사결정을 해 온 때문이라고, 누누이 지적한 바 있다. 따라서 살아남아서 발전하려면 가격 덤핑과 불법리베이트 영업 관행을 하루빨리 버려야 한다. 경쟁 때문에 그 관행을 어떻게 버리느냐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도매업계의 자유겠지만, 그러나 무엇으로 수익성 개선에 대한 희망을 걸 수 있겠는가. 또한 회사 경영상태의 파악을 지금까지처럼 주먹구구식으로 대충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 경영에 대한 불확실성이 갈수록 더더욱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개인 건강상태를 종합진단으로 체크하듯, 도매업계도 필히 과학적인 경영분석 기법을 통해 종합적 계량적으로 자사의 건강상태를 정기적으로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그래야 문제되는 회사의 환부와 질환 등을 정확히 찾아내 해결 대책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3개월마다 회사의 성장성, 수익성, 활동성, 안전성 및 유동성 등을 분석 체크해 보는 것이다. 해보면 의외로 스마트폰 다루는 것보다도 더 손쉬운 방법이란 걸 알 것이다. 업체과밀의 좋은 해결수단인 창고면적 재규제 제도는, 이미 ‘165제곱미터(50평) 이상’이라는 업계다수와 유통협회의 일치된 여망을 당국과 국회가 받아들여 금년 1월28일부터 새롭게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 논외로 한다.2015-06-22 06:14:52데일리팜 -
[기자의 눈] 메르스, 약국 그리고 마스크광풍이다. 금방 끝날 것 같았던 바람은 잠잠할 줄 몰랐고, 한달여 간 전국민은 공포에 떨었다. 속단은 이르지만 진정기미를 보이고 있는 메르스 사태를 바라보며 정리하고 넘어갈 문제가 있다. 어느 때보다 요양기관의 책임의식과 역할이 중요하게 부각됐던 한달여 기간, 과연 약국과 약사의 자화상을 어떻게 비춰졌을지이다. 최근 기자와 만난 한 지인은 농반진반으로 "요즘 제일 노난 것은 약사들이지 않나. 마스크, 소독제가 없어서 못팔 정도라던데"란 말을 던졌다. 순간 약국가를 출입하는 기자로서 머리가 복잡해졌다. 일반 시민들이 이번 사태 속 약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어떤가를 여실하게 보여주고 있는 듯 해서다. 이 생각은 일부 언론과 네티즌들의 반응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메르스 사태초기 약국의 마스크 폭리의 부도덕성을 비난하는 글들이 게시됐기 때문이다. 국민 건강을 담보로 한 국가적 위기 상황을 약국은 그저 반짝 특수를 위한 '기회'로만 삼았단 인식은 분명 씁쓸함을 남긴다. 급기야 대한약사회가 나서 공급사들의 공급가 인상이 원인이란 해명 섞인 입장을 내놓긴 했지만 이미 자리잡힌 시민들의 생각을 쉽게 돌리진 못한 듯 하다. 약사회 설명 그대로 일부 업체들의 얄팍한 상술이 문제의 시작이고 원인이 됐다. 하지만 그 이전에 이 상황 속 맑은 물을 흐리는 미꾸라지 약국들이 존재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공급가가 인상되기도 전 상식선을 넘어선 마진을 붙여 마스크를 판매한 약국이 있는가 하면 주변 약국과 인상 가격 담합을 제안한 곳도 있다. 일부는 제품 공급이 원활치 않자 제품명도, 제조사도 확인할 수 없는 유령 마스크를 판매해 환자는 물론 동료 약사들까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2015년 6월, 일선 약사들은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달의 팍팍함이 치명타로 돌아올 '잔인한 7월'도 머지않았다. 어느 때 보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을 약사들을 응원한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을 '기회'로 본 작은 마음이 존재했다면 스스로를 돌아보고 약사로서 본분을 되새기길 기대해 본다.2015-06-22 06:14:48김지은 -
[칼럼] 깨어나는 제약 1세대의 '도전과 모험 유전자'거북선이 그려진 지폐와 모래뿐인 울산 미포만의 사진, 미포만이 나타난 5만분의 1 지도 한장. 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배짱 하나로 영국은행을 설득해 조선소를 지을 돈을 마련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1972년 일이다. 국민 주머니와 나라 재정이 함께 빈약했던 시절 유일한 자산은 '배고픈 모험정신' 뿐이었다. 무엇이든 몸으로 해 볼 수 밖에 없었다. 이 보다 15년 앞선 1957년 혈혈단신 독일로 날아간 제약 1세대가 있다. 故 김신권 연합약품(현 한독) 사장은 현지에 도착해 무려 40여일 동안 발이 닳도록 연구인력만 1600명이던 제약회사 훽스트로 출근했다. 다짜고짜 기술제휴를 하자고 요청한 것이었는데, 훽스트 입장에선 황당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1957년 외국에 비친 대한민국은 전쟁의 폐허에서 허덕이며 늘 연민을 불러일키는 후진국이었다. 그런 나라의 작은 회사가 제휴를 요청하고 있으니, 아마 기가 막혔을 것이다. 결과는 알려져 있는대로 해피 엔딩이다. 김신권은 훽스트 원료를 들여다 제품화하는 기술제휴 체결에 성공했다. 한국 제약기술 선진화에 적지 않게 기여했던 이 사건도 '배고픈 모험정신'의 승리였다. 현존하는 국내 제약회사 창업자나, 창업자가 타계해 일찍 회사를 물려받은 1세대 같은 2세대 중에 탄탄대로를 달려온 인물은 없다. 기업을 반석에 올리는 일에 배가 고팠고, 해서 더큰 성공에 대한 꿈이 간절했다. 그런 만큼 그들은 밤낮없이 뛰었다. 열심히 뛴 발자국 만큼 기회를 잡았다. 일상이 '도 아니면 모같은 모험'에 가까웠다. 그들에게 펼쳐진 시대적 상황이 그랬다. 맨땅에서 일어서야 하는 척박한 환경만이 모두에게 공평했을 뿐이다. 부족한 기술은 성실로 대체할 수 있다고 믿었던 그들의 열정은, 경제발전과 함께 의약품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던 호황기를 만나 비로소 풍요를 맛보게 됐다. 한데 풍요는 나른한 부작용을 낳았다. 다른 산업처럼 벌어들인 돈은 번듯한 사옥을 짓고, 사장실을 넓히며, 부동산을 구입하는데 쓰였다. 연구개발(R&D)이나 투자라는 말은 간혹 미래를 근사하게 이야기하는데 동원되는 미사려구일 뿐이었다. 지금도 좋은데 내일을 걱정하는 것은 기우나 다르지 않았다. 그러다 정부가 1987년 물질특허제도를 받아들이자 큰일났다 싶었던 소수의 기업들이 부랴부랴 연구소를 짓고, 사람을 모으며 R&D에 눈뜨기 시작했다. 오늘날 국산 신약 24개의 기반은 이때 마련됐고, 그 주인공들 역시 이때 먼저 움직인 기업들이 대다수다. 제약산업 발전사에서 대개 제약 1세대들은 1980년대 중후반부터 GMP 제조시설을 마련하고, 연구기반을 닦는데 차근차근 전진했다. 그러나 애초부터 내수를 벗어나 세계를 경영하겠다는 큰 꿈을 꾸지는 못했던 만큼 의욕적이지는 못했고 철저히 내수 최적화 형으로 추진됐던 게 사실이다. 경영측면에서도 안분자족(?)할 만한 정도의 기반을 닦은 후 제약기업들은 오히려 가업화 양상을 띠면서 야성을 잃어갔다. 기업들은 스스로 관행을 만들었고, 이 관행에 기업들은 다시 길들여졌다. 배고팠던 1세대들의 ' 모험정신'은 소리소문 없이 자취를 감춰버렸다. 그들에게나, 가업을 물려받은 다음 세대들에게나 글로벌로의 진출은 언감생심 도전의 마음조차 떠올리기 힘든 딴 세상으로 이질화, 고착화됐다. 이같은 업계 환경을 더욱 공고하게 만든 것은 2000년 8월 시행된 의약분업이었다. 몇백프로 할증을 주며 제값을 받지 못하던 기업들이 실거래가제 도입으로 제값을 받게되면서 현금을 쌓았다. 이렇게 쌓여진 돈은 마케팅이란 명목으로 시장에 풀려나가며 불법 리베이트라는 굴레를 만들어 스스로 목에다 썼다. 지금은 이 굴레를 벗으려 몸부림치는 단계다. 이런 상황에서도 몇몇 기업은 개량신약이다, 국산신약이다며 R&D를 했지만 대세를 형성하지는 못했다. 미래가치 현금화엔 아픔도 따른다…김성욱 사장이 그 경우일지 모른다 2012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단행한 정부의 일괄약가인하 정책은 의약분업 10여년 잔치를 끝내는 신호탄이 됐다. 아니 과거로부터 이어온 내수형 비즈니스에 조종(弔鐘)이 울렸다. 모두, 함께 풍요로웠던 터전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동안 '한 여름밤의 꿈처럼 몽롱했던 풍요속에서 잠자던 제약 1, 2세대들의 배고픈 모험 유전자'들이 그들에게, 그들의 자녀들에게서 도전적으로 발현되기 시작했다. 기업마다 늘어나는 R&D 투자액이나, FDA 허가 절차를 밟는 꽤 많은 파이프라인들이 이를 잘 보여준다. 그런가하면 될성부른 외국 기업에 투자를하고, 글로칼리제이션이란 화두를 던지며 외국에 기업을 사들여 거점을 마련하고 있다. R&D 투자 그 자체를 비판할 수 없어 인사치레로 '잘한다'고는 했던 제약업계 관객들은 최근 한미약품이 계약금만 500억원을 받는 계약을 성사시키자 크게 박수를 쳤다. 동시에 자극도 받은듯 보인다. 한미약품은 '제약산업= 미래가치'라는 사실을 입증, 여러 상장제약사들의 주가를 견인하는 것으로 보답했다. '미래가치를 현금화하는 도전'에는 환희보다 아픔이 더 많이 따른다. 젊은 2세로서 누구 못지 않게 R&D에 몰두했던 김성욱 한올바이오파마 대표가 이 경우에 속할지 모른다.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제약회사로서 특허 출원이 많았던 한올바이오파마의 경영권은 얼마전 대웅제약에게 넘어갔다. 창업 2세로 의욕에 찼던 젊은 김성욱 사장이 심었던 신약의 씨앗과 꿈은 이제 글로칼리제이션을 외치며 세계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대웅의 꿈과 하모니를 이루게 될 것이다. 산업계의 시각으로 보자면 '의미있는 좌절'이라고도 할 수 있겠으나, 그와 두시간 가까이 인터뷰를 했을 때 보여줬던 진정어린 그의 눈빛을 떠올리면 안타까움이 먼저 든다. 그는 희귀의약품을 국내 제약기업들이 세계로 나갈 수 있는 통로로 봤다. 해서 희귀약 허가를 받아 적응증을 확대하는 방법을 전파하는 전도사였다. 기존에 나와있는 물질들도 새 아이디어로 연결하면 부가가치가 생성될 것으로 확신했으며, 국내 기업들이 R&D를 통해 반드시 퀀텀점프를 할 수 있다고 흔들림없이 믿었던 인물이었다. 지금 1000조원이 넘는다는 세계 의약품 시장은 다국적 제약기업부터, 한가지 혁신 아이템으로 고군분투하는 버추얼기업까지 각축장이나 다름없다. 액면으로 말해, 현재 우리나라 기업들이 점령한 유리한 고지는 없다. 특히 신약개발의 뉴 트렌드 근처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회사는 더더욱 없다. 그럼에도 다행인 것은 잠자고 있던 도전과 모험의 유전자가 깨어나 발현되고 있다는 점이다. 신약개발의 첨단영역은 아니더라도 자신들이 가진 역량을 총 동원해 무엇인가 해보려 안간힘 쓰고 있다. 거의 모두 자기방식대로 칼을 갈고 있다. 이렇게 형성돼 가는 분위기에서 아래로부터 올라온 보고서 대신, 유럽의 거대 제약기업을 느끼고 배워보겠다며 제약계 젊은리더들이 기꺼이 떠난 것 역시 깨어나는 유전자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들의 모습에 젊은시절, 의지 하나 만으로 독일 훽스트사에 매일 출근하던 김신권이 오버랩된다.2015-06-18 06:14:55조광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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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우물 밖 세상으로 나선 제약사 젊은 오너들국내 제약산업계 안에 변화를 갈망하는 산들바람이 불고 있다. 국내 제약사 오너 및 고위관계자 8명은 지난달 30일부터 6일까지 8일간 일정으로 제약산업 강국인 스위스와 독일로 '테마여행'을 다녀왔다. '경제챔피언 스위스·독일에서 한국제약기업의 미래를 찾다'라는 주제로 한국제약협회가 창립 70주년을 맞아 기획한 '서유견문 프로젝트'인데, 이는 '구경이 9할에 시찰과 사진찍기가 1할'이던 과거 단순 관광의 행태와 매우 다른 변화다. '글로벌, 글로벌'을 외치던 말들이 살아나 '그러면 배워보자'는 구체적 행동으로 옮겨간 것으로 대한민국 제약산업의 긍정적 신호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윤성태 휴온스 부회장, 황우성 서울제약 회장, 백승열 대원제약 부회장, 이덕한 메디카코리아 대표, 이창구 태극제약 대표, 박은희 한국파마 사장, 유주평 김정주 유영제약 전무 등은 '넥스트코리아' 저자이자 독일과 유럽 전문가인 김택환 경기대 교수를 큐레이터 삼아 노바티스, 베링거인겔하임 바이엘 같은 다국적 제약기업을 방문해 그쪽 관계자들로부터 브리핑을 받고 연구소 등을 견학했다. 제약기업 외에도 메르세데스 벤츠, 밀레, 세계적 응용기술연구소 프라운 포퍼도 방문했다. 뿐만 아니라 독일제약협회를 찾아 양국 제약산업 및 제약협회 현황에 대해 포럼을 열고 참가 기업간 1:1 컨설팅 기회도 가졌다. 이번 테마여행에 참석한 기업들은 내수에서 최근 성장세가 뚜렷한 신흥강자군에 속하는 곳이기는 하지만, 녹십자 대웅제약 동아에스티 유한양행 종근당 한미약품 같은 매출 상위 기업들만큼 글로벌 역량을 축적하지는 못한 게 사실이다. 또한 이들 일류기업으로부터 무엇인가 구체적인 것을 배우기엔 6박8일이라는 일정도 매우 짧다. 그럼에도 희망적인 것은, 한국에서 글로벌을 상상하는 대신 글로벌, 그것도 제약강국에서 한국제약산업의 미래를 내다보며 자신들의 기업과 방향성을 이렇게 저렇게 재구성해 보았다는 점일 것이다. 히든 챔피언을 꿈꾸고, 그 역량을 바탕으로 일류 기업으로 나아가는 비전을 나름대로 마음껏 그려보았다는 점이다. 누구든 시작은 미약했을 것이라는 자신감과 함께 사업적 영감을 잔뜩 충전했을 터이다. 테마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윤성태 부회장은 "매출 수십조를 자랑하는 그들도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고민은 우리와 같았다"면서 "안주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박은희 사장도 "회사의 비전을 세우는데 큰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이들은 각자 자신들의 눈으로, 혹은 필요한 관점으로 방문 기업들과 세계 제약산업을 보았을테지만 스스로에게 도전의식과 자극을 불러일으킨 것만큼은 확실해 보인다. 이들이 아니더라도 지금 제약산업계 내부엔 '청명에 죽으나, 한식에 죽으나 마찬가지'라는 위기의식이 번지면서 공동연구, 공동생산 같은 경협(競協)으로 미래를 담보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제약협회가 70년만에 모처럼 마련한 서유견문 프로젝트가 단발에 그치지 않고 '내수라는 우물에 안주하려는 제약기업 오너들'의 가슴에 불을 지르는 기폭제가 되기를 희망한다.2015-06-17 06:14:54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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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NOAC', 포스트 와파린이 되다2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2013년 급여 등재된 신규 경구용 항응고제(New Oral Anti-Coagulant, NOAC) 3품목(자렐토, 프라닥사, 엘리퀴스)이 내달부터 지긋지긋한 와파린 보완제 딱지를 떼 버린다. 이제 '고위험군의 와파린을 쓸 수 없는 환자'라는 급여기준 란에서 비타민K길항제 와파린의 이름은 사라지게 됐다. 더딘 감은 있었지만 NOAC 급여 확대는 다양한 이해 당사자들의 노력이 동반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상하리 만큼 침묵을 지켰던 보유 제약사, 유관학회들이 정부, 의료진들과 활발한 소통을 벌였다. 국회도 힘을 보탰다. 지난해 10월 이종진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새누리당)은 국정감사 기간에 정부가 와파린 대비 NOAC들의 우월성을 인정하면서도 좁은 급여 범위로 인해 환자부담이 늘고 있음을 지적, 방안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결국 고위험군 평가기준이 CHAD에서 CHA2DS2-VASc로 확장된지 1년 만에 1차약제 타이틀을 따냈다. NOAC은 포스트 와파린이 됐다. 고삐가 풀렸으니, 이제 나아갈 차례다. 와파린에 지친 환자들, 또 고가의 모니터링 장비의 부재와 처방 관리의 어러움으로 항응고제에 대한 접근을 꺼렸던 개원의들까지 NOAC의 혜택을 누리길 고대한다. 다만 항응고제는 항응고제다. 신중한 처방이 필수며 꼭 필요한 환자에게 약제가 전달돼야 한다. 더욱이 와파린보다 100배는 비싼 약제다. 일본에서 있었던 NOAC 복용 사망례가 개원의로부터 비롯된 처방이었음을 명심하자. 노파심에 하나 더. 3개 약제의 본격 경쟁이 진흙탕 싸움이 되지 않길 바란다. 효능과 안전성을 뒷받침하는 임상 데이터는 언제나 환영이다. 열심히 준비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상호 비방 없이 어른스럽게 자웅을 겨뤄 주길 당부한다.2015-06-17 06:14:48어윤호 -
변치 않았으면 하는 R&D에 대한 열정국민학교(나이가 드러나는 표현이지만 어감을 위해 그대로 쓰고싶다) 6학년 때 친구 아버지 소개로 찾았던 기억이 지금도 흐릿하게 난다. 어떤 경기였는지(야구인 건 분명하다), 분위기가 어땠었는지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데 집에서 그 정도 떨어진 낯선 곳을 찾았던 느낌이 그대로 잔상으로 남은 듯하다. '동대문야구장' 말이다. BeGlobal이라는 행사를 구독 중이던 블로그로부터 안내받고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찾았다. 이 건물의 옛터가 동대문야구장이다. 여러 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지고 있는 와중이라 예약을 해두고도 참석을 주저하다가 예정대로 하루 종일 참석하기로 마음을 먹고 갔는데( 결국 일이 생겨 중간에 돌아오고 말긴 했다) 법인 창립한 지 길어야 1년여 정도 밖에 되지 않는 회사들이 가로 1미터도 되지 않는 좁은 부스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열띠게 자신들을 홍보하는 광경이 정말 흥미롭고 신선했다. 찾아보지 않은 사람은 느끼기 어려운 신선함 그 자체였다. 비지니스모델 배틀(battle)은 이 분야에선 일반적으로 있어왔던 방식의 사업프리젠테이션인 모양인데 보수적이고 조용한 우리 분야 전시회나 컨프런스에선 보기 힘든 방식의 비지니스모델 경연 방식이었다. 일반적으로, BT라고 일컫어지는 제약바이오산업은 간단한 사업적 아이디어로 시작하기 어려운 특징이 있고 구성원들도 그 전문적 깊이가 있어야 하고 토대를 닦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것에 반해, 정보나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사업을 모색하는 친구들에겐 사업하기로 마음 먹기가 상대적으로 쉽지 않을까는 조금은 알량한 생각도 함께 들었다. 많은 신생기업들(요즘은 스타트업이라고들 많이 한다) 중에 눈에 띄는 2~3개 회사가 있었고 꼭 사업장에 직접 찾아가 보겠노라는 말도 건넸는데 아직까지 한 회사 밖에 다녀오지 못했다. 좀처럼 이해할 수 없었던 크라우드펀딩을 이 친구들이 왜 선호할 수 밖에 없게 되는지, 내가 볼 땐 고안된 디바이스와 이를 통해 전송된 데이터 모니터툴이 매력적으로 보이는데 정작 이 친구들은 그렇게 해서 누적된 데이터 자체에 관심을 갖고 사업화하려는 시도가 흥미로웠고 지금도 나를 괴롭히고 그 나이 때엔 더없이 보여주지 못했던 겸손하고 진지한 가치관에 대한 피력 또한 많이 부러웠다. 돌아보면 앞뒤 제대로 가리지 못하고 이 바닥에선 제법 어린 나이에 자본 한푼 없이 뭐든 하면 될 것 같은 열정 하나와 그 열정을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멤버들을 허락받았던 건, 전문용어로 '은혜'였다고 밖에 할 수 없겠다. 한올바이오파마가 대웅에 인수됐다. 제약영업의 고질적인 관행을 일찌감치 떨어내려고 노력했던 면모에 감사했지만 연구개발 방식에는 지나친 무리함이 있지 않았나 싶어 말끔한 정장에 운동화 신고 뛰는 느낌이라고 표현한 적도 있었던 회사가 한올바이오파마였다. 2중 감정이 들긴 했어도 그 열정과 결의가 사업적 성과로도 이어지길 바랐었다. 연구개발에 이렇게 정진하면 성과도 그렇게 따라오는 법이라고 얘기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국내 제약 스토리로 누적되길 바랐었다. 그럴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이 결정을 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과 번뇌를 반복했을까? 특히 맨바닥에 창업한 분들 입장에선 만감이 교차했을 듯 싶다. 외계인 타고온 비행접시 마냥 살포시 앉아있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게 밀려난 동대문야구장처럼 이젠 추억이 되어버릴 일인 것이다.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막 창업한 듯한 열정을 말이다. 그리고, 계속 했으면 좋겠다, 사업적 성과와 꼭 연결되는 것은 아니었더라도 무리하다 싶을 정도로 해왔던 연구개발 말이다. 그 동안 수고들 많으셨고 흠없는 새로운 모습을 기대합니다.2015-06-15 06:14:52데일리팜 -
[기자의 눈] 국내제약에겐 특허전략이 경영이다최근 특허 때문에 신제품 사업에 차질을 빚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SK케미칼은 특허소송 1라운드에서 패배하면서 개발중인 폐렴구균백신의 발매가 지연될 위험에 놓였다. 임상3상까지 진행하면서까지 역량을 쏟은 사업이라는 점에서 회사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클 듯 하다. 지난 1월에는 초대형 B형간염치료제 바라크루드 제네릭을 조기 출시하려던 제네릭사들이 특허소송에 지면서 발매일정이 꼬이게 됐다. 다행인건지 개발비가 적게 드는 제네릭인데다 오는 10월 물질특허 만료에 맞춰 출시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충격파는 크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제네릭이라도 최종 특허소송에 지면 손해배상 위험에 노출된다. 한미약품은 정신분열증치료제 자이프렉사와 관련 특허소송에서 지면서 손해배상 소송에 휘말렸다. 릴리의 청구로 진행된 재판은 곧 1심 판결이 나올 전망이다. 한미약품은 특허위험에도 불구하고 제네릭약물을 출시했었다. 특허의약품의 후속약물 개발에 주력하는 국내 제약사 입장에서는 특허전략이 사업의 성공과 실패를 가늠하는 잣대나 다름없다. 물론 그동안 실패보다 특허도전 성공률이 훨씬 높았다. 하지만 1%의 실패율이라도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많은 국내제약사들이 이런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사업 우선순위에서 특허전략은 항상 후순위였다. 허가특허 연계제도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지만 전문인력이 있는 제약사는 아직도 손에 꼽힌다. 여전히 국내 제약사들에게 사업 우선순위를 꼽으라면 영업, 생산, 연구개발 순으로, 특허전략은 배제되거나 후순위로 밀린다. 글로벌 진출이 화두가 되면서 최근 국내 제약사들의 연구개발 투자가 확대되는 추세다. 그런데 특허전략이 잘못되면 그동안 쏟아부은 연구개발이 한순간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 국내 제약사들이 이제는 연구개발못지 않게 특허전략도 우선순위에 둬야 한다.2015-06-15 06:14:50이탁순 -
[칼럼] 아, 메르스…내가 만약 의사라면 어땠을까마스크도 하지 않은 채 등교하는 아이의 뒷 모습이 불안하다. 장보러 가는 아내가 걱정되고, 연로하신 부모님도 염려스럽다. 뉴스를 들으며 '이런 나라였던가' 하는 생각이 들면 출근하는 내내 우울감에 젖는다. '소극적인 초동 대응이 문제를 키웠다'는 분석이나 '지역사회 감염이 우려된다'는 따위의 뉴스는 아예 외면하고 싶은 심정이다. 대통령이 미국 방문을 일정대로 해야한다든지, 비상시국인 만큼 연기해야 한다든지 같은 소리도 심란한 마음을 더 뒤집을 뿐이다. 어떻게 하면 된다는 이야기만이 이 시점 관심사항이다. 메르스 바이러스 전파가 진정되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역병이 돈다'며 근심하며 의원을 닥달하던 조선시대 사극의 몇몇 장면들이 겹쳐진다. 사방에서 이런 저런 말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서 꿈틀거리지만, 흉흉한 무대에 오르는 건 결국 환자와 의사 뿐이다. 전국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으로 뒤숭숭한 지금 내가 만약 의사였다면 어땠을까? 가정해 본다. 개인의원을 하고 있는 경우라면 어떤가. 마스크를 쓰고 있다고는 하지만, 또 초기에 잘 관리하면 완치될 수 있다는 완치자 임상결과까지 나오고는 있다고는 하지만 '고열에 기침하는 환자'를 평소처럼 자심있게 맞이할 수 있을까? '메르스 감염 환자가 발생했거나 다녀간 의원'으로 명단이 공개돼 환자들의 발길이 끊기고, 이로인해 직원들 월급을 주기도 힘든 상황이 닥치다면 또 어떨까. "명단공개는 공개고, 해야할 일은 해야하는 것"이라고 의연하게 말했던 의사처럼 나는 말할 수 있기는 한 것일까? 진실로 고백하건대 '그렇다'고 입바른 소리를 할 자신이 없다. 2015년 6월, 의사들과 간호사 등 의료진들은 메르스 바이러스와 목숨을 담보한 일대 사투를 펼치고 있다. 메르스 유사증상이 있는 환자를 받지 말라는 이메일을 보낸 진료부장이 보직해임을 받기도 했다지만, 절대 다수의 의사들과 간호사 등 의료진들은 맡겨진 소임에서 한치 물러서지 않고 책임을 다하고 있다. 개인들이야 다중이 모이는 장소나 불필요한 외출을 자제하며 위험을 줄인다쳐도 의료진들은 언제, 어떤 환자들을 코 앞에서 만날지도 모르는 상황을 마다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는 결코 돈을 벌어야 하는 생활인으로서만, 혹은 경제적 활동의 한 구성요소의 숙명으로만 치부할 수 없다. 해서 참으로 듬직하고, 해서 무한한 존경심을 갖게 한다. 질병이 사회를 칠 때 곁에 있어줄 유일한 친구라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우리가 지금 해야하는 일이 있다면, 그것은 나라가 보유한 모든 시스템과 의료진, 그리고 시민들이 함께 손을 맞잡고 메르스 바이러스를 한시라도 앞당겨 물리치는 일이다. 지금 의료진은 물론 중앙 정부 공무원, 지자체 공무원 등 메르스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을 맺고 있는 전사(戰士)들은 고강도 업무에 지쳐가고 있다. 더 지쳐가기 전 메르스를 끝장내야 한다. 정부의 초동대처에 실망한 시민들이 '각자도생'을 말하는 지경이라지만, 현실에서 실천할 것은 명료하다. 각자위생을 철저히 하는 것은 기본이며, 정부의 메르스 관련 병의원 명단 등 정보를 주의깊게 살펴보며 행동해야 한다. 바이스러 감염 역학조사에서도 나타났듯 자신이 진료받은 곳을 숨겨서도 안되며, 정황상 의심스러운 증상이 있을 땐 스스로 격리하며 다음 행동을 보건소 등에 문의해야 한다. 이것이야 말로 의료진들을 진심으로 격려하고 힘을 보태는 선진 시민의식이다.2015-06-11 12:24:54조광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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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혁신의 꽃 피우려면 제약계 협력지능 높여야1000조원이 넘는 세계 의약품시장을 놓고, 다국적 제약기업은 물론 전통의 크고 작은 제약사와 벤처사들이 뒤엉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유행어로 총성없는 전쟁이나 한가지다. 이런 가운데 직접 바이오 기업을 경영하면서 현장에서 바이오 자문 역할을 활발히 하고 있는 이정규 렉스바이오 대표가 데일리팜 창간 16년 특별칼럼을 통해 "국내 제약사들이 협력지능(Collaboration Qutotient)을 높여야 한다"고 화두를 던졌다. 이는 R&D 파이프라인이든, 자본이든, 혹은 인재든 여러부문에서 가진 것이 제약 선진국 기업들과 견줘 상대적으로 훨씬 열세인 상황에서 글로벌 진출이 곧 생존력인 국내 제약산업계가 귀담아 새겨 보아야 할 말이다. "더이상 바이오의약품이라는 단어는 미래지향적이지 않기 때문에 과거에는 상상 못할 새로운 형태의 의약품들을 대변할 수 없는 단어"라고 지적한 그는 유전자치료제, 핵산기반치료제, 세포치료제 등 유전자편집기술에 의지해 가까운 미래에 현실화될 기술들을 최근들어 해외언론에 언급되기 시작한 '미래의약(Futuristic Medicine)'이라는 말로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외 선진 바이오파마들은 자신들을 혁신기술을 가진 신생기업들의 가장 좋은 협력자임을 내세워 큰 조직들은 할 수 없는 것들을 해내는 '작은 혁신자들'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국내 제약사들의 협력지능은 향상중이지만 현저히 낮다고 지적했다. 미래의약 환경에서 국내 제약산업계는 다양한 유형의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 협력지능 혹은 협력지수를 가장 크게 높아야할 처지에 놓여 있다. R&D 투자에 대한 그동안 공력이 달리는데다, 자본도 약하며, 연구 인력도 경쟁자들에 비해 비교우위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현상은 역설적이다. 다국적 제약기업에 소속된 '기술 사냥군'들은 국내 야구장을 누비는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들처럼 연구력 높은 연구실을 꾸준히 돌며 입도선매 하듯 그들의 연구에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이같은 현실인데 비해 국내서 꽤 규모가 된다는 기업들은 '작은 혁신자'들을 업수이 여긴다는 이야기가 곳곳에서 나온다. 무엇보다 협력의 경험이 많지 않은 탓에 '투자 리스크 분산과 이익의 공유'라는 협력의 기본을 무시하기 일쑤라는 지적도 나온다. 통상 협력의 방식은 작은 혁신자들이 보유 기술과 관련한 일체의 권리를 모두 넘기는 욥션(저위험 저수익)과 조인트 벤처 옵션(중위험 중수익) 등이 대표적이지만 조건을 가감하면 더 다양한 계약의 조합을 만들 수 있다. 독자개발이 수익이 큰데도,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는 떠 안아야 할 위험도 그 만큼 크기 때문일 것이다. 보유한 기술을 상업적으로 성공한 의약품으로 만들려면, 원천 기술보유자나 이를 사들이는 기업 모두 위험과 수익의 가능성을 공유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동아에스티가 확보한 항생물질 테디졸리드를 미국의 작은 기업이 사들이고, 이 기업이 좀더 진전시킨 것을 더큰 기업이 사들이는 '협력의 사슬'을 이젠 국내제약산업계가 성공모델로 삼아야할 시점에 이르렀다. 협력 지능을 높여야 한다는 말이다. 혁신이라는 큰 나무에서 혁신의 가지를 붙잡은 '작은 혁신자'들과 글로벌 진출 등의 필요성이 한층 커진 국내 제약산업 사이의 협력지능 혹은 협력지수가 높아지려면 무엇보다 좀더 큰 기업 경영자들의 인식수준부터 바뀌어야 할 것이다. "경영진의 해외 기술동향 파악 능력이 중요할 뿐 아니라, 경영진의 시간과 에너지는 미래 의약품의 향방을 탐지하고 전략을 짜는 일에 쓰여져야 한다"는 이정규 대표의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경영진의 이해도가 높아야, 가치를 판단할 수 있고, 가치를 판단할 줄 알아야 '이거 확실한 물건이야' 같은 우문을 배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출근해 보고 받고, 서류에 서명하는 일상을 경영으로 보는 한 혁신의 꽃을 피우기 위한 화단을 만들 수 없을 것이다. 당연히 혁신의 꽃을 꺾기는 불가능하다. "협력지능을 높여야 한다"는 이 대표의 고언이 국내 제약산업계 오너 및 경영진들이 협력지능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2015-06-10 06:14:55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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