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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임성기 회장 바통 넘겨받을 제약오너2015년 이슈 메이커 한미약품은 2016년이 시작되자 마자 또 다시 뉴스를 터트렸다. 오너인 임성기 회장의 개인주식 1100억원을 임직원들에게 무상으로 증여한다는 소식이었다.지난해 7개 혁신신약에 대한 8조원대 라이선스 계약 체결을 성사시킨 임성기 회장이 두둑한 보너스 지급을 통해 제약업계에 또 다른 역사(?)를 썼다. 기업 창업주가 자신의 주식을 임직원들에게 무상으로 증여한 사례는 제약기업 뿐만 아니라 전 산업계를 살펴봐도 매우 드문 케이스다.사실 한미는 쓰러질 뻔한 심각한 위기의 시절도 있었다. 수년간 R&D 투자금액은 누적됐지만 성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연히 경영적자는 이어졌고, 직원들의 임금도 동결됐다. 당시 제약계 연구개발 전문가를 비롯해 대다수 관계자들은 한미의 성공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판단했다. 심지어 '미친짓'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그렇게 한미는 2015년에도 우울하게 시작했다. 확실한 믿음도 서지 않았다. 하지만 기적처럼 한미약품은 대반전 드라마를 썼고, 1년이 지난 2016년 1월 한미약품 임직원 2800명은 월 급여 기준의 약 1000% 주식을 보너스로 받았다. 수많은 역경을 딛고 일궈낸 대규모 라이선스 계약이었으니 임성기 회장과 한미약품은 그만큼 감개가 무량했을 것이다.'한미 효과'는 이제 제약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국내 제약사들에게도 각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고개를 갸웃하게 했던 국내사들의 신약 프로젝트는 이젠 대규모 라이선스 아웃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믿음을 준다.올해 관심을 모으고 있는 신약프로젝트도 다수 있다. 동아ST가 미국 글로벌 3상 중인 당뇨병성신경병증치료 천연물신약인 DA-9081은 국내 천연물신약으로는 첫 번째 미국시장 진출이라는 상징성을 지닌다.한미의 포스트 라이선스아웃 후보군인 주 1회 성장호르몬 제제도 유력한 기술수출 후보군이다.종근당의 자가면역질환 및 헌팅턴병 치료제인 CKD-506과 CKD-504, 이상지질혈증 치료제(CETP 저해제) CKD-519, 그리고 항암제로 개발되고 있는 CKD-516은 세계 최초 경구용 혈관차단제(vascular disrupting agent) 기전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빅파마의 관심이 높다.유한양행이 글로벌 2상중인 퇴행성디스크질환 치료 신약도 기대감이 높다. 유한은 올해 R&D 예산 1000억원을 책정하고, 오픈이노베이션 활성화와 바이오기업 등 집중 투자에도 나서기로 했다. 이를 포함해 국내 상위제약사들의 다양한 글로벌 신약 과제들을 가동중이다.불과 몇년전까지 리베이트와 윤리경영이 회자되면서 내수시장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했던 제약산업 이미지는 한미약품 기술수출을 기점으로 확실한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비로소 국내 제약산업이 글로벌에 눈을 떠 가고 있는 느낌이다. 1년이 지난 2017년 1월 임성기 회장의 바통을 넘겨받을 또 다른 제약오너의 통 큰 결정이 나오기를 기대해본다.임성기 회장과 한미약품이 꽃피운 글로벌과 신약개발 흐름을 국내 제약기업들이 넘겨받는 선 순환이 계속 이어지기를 소망해본다. 개방형혁신이 무르익고 있는 2016년은 '기대의 해'다.2016-01-11 06:14:50가인호 -
[사설] 약사 전문가, 짙은 향기를 풍겨라 '2016년'데일리팜은 2016년 새해를 맞아 '약사 전문가, 거울을 보자'라는 주제의 기사를 통해 약사 전문가의 역할 회복 및 강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모두 세 편으로 이뤄진 기획기사는 '달라진 소비자' '건강 교육자로서 약사의 역할' '약사들의 방담'으로 꾸며졌는데, 그 핵심 메시지는 '약사 전문가, 그 짙은 향기를 풍기라'는데 있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소비자들에게 약사들의 관심과 전문적인 조언을 들려달라는 주문이다.왜 그래야 하는가. 고령사회와 함께 전개된 건강관심 사회 속에서 포진한 오늘 날의 약국은 길거리 다른 소매점들로부터 포위당하고 고립돼 가고 있다. H&B 스토어, 편의점, 건강기능식품 전문매장, 대형마트는 물론 약국 옆 문방구까지 건강관련 상품을 취급하는 상황이다. 약국의 경쟁자가 이웃약국은 물론 도처에 포진한 현실이다. 약국에게도 위협이겠으나 소비자들도 달가울 수 없다.건강상태와 동떨어진채 상품만 만나는 현실, 결코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처방과 조제라는 의약분업 시스템'이 15년이상 작동하면서 약국도 본질적 역할과 그 가치를 덜 주목하는 현상이 펼쳐지고 있다. 처방전을 살펴보며 발현시켜야 할 의약품 전문가의 본질적인 역할대신, 빠르고 원만하게 처방대로 조제하는데 익숙해지고 있는 것이다. 기계적인 역할 수행이 일상화되고 있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소비자가 타이레놀을 말하면, 건네줄 뿐 환자의 상태에 대해 주목하지 않는다. 대화가 사라지고, 공감의 순간이 배제된다. 약국이 그저 빠르고, 효율적인 일처리에 집중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염려된다.그러는 중에도 소비자는 의약품 전문가인 약사의 관심과 조언을 소리없이 갈망해 왔다. 물론 관심과 조언을 불편하게 받아들이는 소비자들도 있겠지만, 이게 약사의 전문직능 발현을 막아서는 장애물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모연화 약사가 처방전을 들고 온 환자들에게 '처방전 살펴보겠습니다'라고 말을 건넨후 처방조제 프로세스를 진행하는 것은 기존 약국의 업무 프로세스에 큰 시사점을 한다. 전문적인 일을 시작하는 상황 설정은 환자를 그 속으로 끌어 당기기 때문이다. 경기도 군포시 엄준철 약사가 바쁜 시간을 내어 외국 자료를 꼼꼼히 읽어가며 부작용 리포트를 만들고, 이를 약사 사회에 전파하는 행위 또한 매우 '약사다운 노력'이다.약국이 약사 전문직능을 실천하려 노력하지 않는 가운데 이웃한 문구점까지 비타민을 판매하는 상황이 지속되면 건강상품 유통 생태계는 상품위주로 조성될 것이 틀림없다. 반면, 의약품이 건강을 회복, 유지시키는데 있어 의약품과 건기식 등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기전을 알고 있는 약사들이 소비자들에게 관심을 갖고 조언하며 다가선다면 생태계는 정보 제공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다. 이는 약국에게도 좋은 일이지만, 소비자들도 환영하는 환경이다. 2016년 약사 전문가들의 분투를 기대해 본다.2016-01-07 12:06:33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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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아파본 약사가 상담도 잘한다심하게 아파보니 아픈 사람 심정이 단박에 이해됐다. 건강을 물려주신 부모님 은혜에 보답은 못할 망정 잘 먹지 않고 잘 자지 않으며 '괜찮았으니 괜찮겠거니' 넘겨짚은 게 화근이었다. 환절기를 지나며 면역력이 떨어지나 싶더니 크게 앓고 나서 몸이 아파왔다. 아뿔싸 하고 병원을 찾으니 통증과 병세가 꽤 깊어져 있었다.부랴부랴 병원을 찾았을 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다. 당장 통증부터 없애줬으면 했지만 더 강한 진통제는 마약류밖에 없다는 의사 말에 현대 의학의 한계를 실감했다. 물리치료라 부르는 찜질을 하고 '장기적인 운동과 영양 보충만이 답'이라는 쌀로 밥 짓는 의사 설교를 듣고 좌절해 진통제와 근이완제, 위 보호제 등이 적힌 처방전을 들고 집 앞 약국에 갔다.약사는 처방약과 함께 '그 나이에 누구나 그럴 수 있다. 한번씩 고비가 오는 때이기도 하다. 지금부터라도 밥 잘먹고 건강보조제 잘 챙겨먹으면 좋아진다'며 몇만원어치 철분제와 비타민을 권했다. 4천몇백원어치 약과 함께 몇만원어치 건기식을 샀다. 이 제품이 당장 내 건강을 돌려줄 것 같진 않았지만 '누구나 그럴 수 있다. 좋아질 거다'라는 약사 말에 힘을 얻어 나도 모르게 지갑을 열었다.병을 얻은 사람은 당장 몸의 고통은 물론 마음의 통증을 함께 느낀다. 그리고 지금껏 아픈게 어떤 건지 몰라 형식적인 위로만 하고 외면해온 '주변의 아픈 사람들'에게 미안함을 느낀다. 가장 힘들고 제일 아픈 건 나인데도 '내가 내 몸 관리를 못해서, 내가 잘 못 살아서' 병에 걸렸다는 나를 향한 죄책감도 같이 몰려온다. 통증만큼 괴로운 게 그 죄책감이다.내 지갑을 열게 한 그 약사는 '누구나 그 나이면 그 정도 몸 상태가 된다'며 내 부실한 건강 관리에 면죄부를 주었고 '영양보충으로 금방 좋아진다'며 희망을 주었다. 몇만원을 들여 산 건기식인 만큼 지금도 하루 두번씩 꼬박꼬박 먹고 있다. 진짜 몸이 좋아지는 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얼마 전 인터뷰 요청 차 만난 약사는 자신도 몸이 아파 누구나 부러워하는 원래 직장과 직업을 그만 두고 약대 시험을 준비해 약사로서 제2의 인생을 사는 이였다. 결국 인터뷰 요청은 거절당했지만 그 약사는 나를 한 시간이나 세워두고 이런 저런 건강한 잔소리를 했다. 잔소리라지만 귀찮지 않았고 그 잡담에 가까운 말들이 재미있게 들렸다.한 시간이 다 되어 갈 쯤 약사는 '몸이 아프면 내가 왜 아플까, 무슨 잘못을 해서 내 몸이 이렇게 됐을까 하며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 아픈 것도 그냥 과정이고 별 거 아니다. 너무 크게 생각하지도 말고 그저 맘 편히 먹고 앞으로 병을 관리하며 예전처럼 살면 된다'고 말했다. 그 말에 지금껏 안고 있었던 죄책감과 나도 모르게 찾아와 내 정신을 파먹고 앉아있던 우울감도 조금 쓸려나가는 것 같았다."약사님, 아파보셔서 그런지 아픈 사람 마음을 정말 잘 아시는 것 같아요"라고 말하니 그 약사는 "어디가 아프든, 아픈 사람 마음은 다 똑같으니까요"라고 덤덤히 말했다.열등생이었다가 공부해 성적을 올려본 사람이 계속 우등생만 해본 사람보다 학생을 더 잘 가르친다. 공부를 잘하기만 했던 교사는 도대체 학생들이 '왜 공부를 못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환자에게 필요한 약사는 '아파본 약사'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수 많은 약사를 만나본 나였지만, 그 순간 만큼 아파봤다는 그 약사가 '진짜 약사'로 느껴졌다.2016-01-07 06:14:50정혜진 -
[기자의 눈] 2016년 '연구개발' 경쟁의 해로2016년 병신년(丙申年)이 밝았다. 국내 제약업계에게 2015년은 글로벌 기업 도약에 대한 희망을 쓴 한해였다. 한미약품이 연이은 다국적제약회사 기술수출로 우리도 '신약개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줬고, 국산신약의 선진국 진출도 꿈이 아닌 현실로 다가왔다.2015년의 기운이 병신년에도 이어가 글로벌 신약강국의 결실을 맺는 한해가 되기를 바란다. 한미약품이 씨를 뿌려놓은 연구개발 환경이 더욱 활성화돼 우리 제약회사끼리 신약 경쟁을 하는 진풍경이 벌어졌으면 하는 소망이다.그동안 우리나라 제약업계에는 우물안 개구리처럼 내수 경쟁에만 매몰돼 더 나아가지 못하고 스스로 한계선을 그어왔다. 단기간 외형성장을 위해 도입약품과 제네릭약품에만 의존, 오랜 시간이 걸리는 신약개발에 눈돌릴 여유조차 없었던 게 사실이다.하지만 이제 자체 개발 신약과 글로벌 진출이 아니고서는 성장동력을 만드는데 한계가 왔음을 내부에서 먼저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약가인하와 판매수수료 인상 등 일련의 현상들은 도입신약과 제네릭 사업이 더이상 황금알을 낳을 수 없다는 신호에 가깝다. 더구나 제품력이 아닌 영업력에 초점을 맞춘 실적향상 방식은 불공정 경쟁의 불씨가 돼 국내 제약업계 전체를 불신의 늪으로 빠뜨렸다.한미약품의 성과는 도입약과 제네릭 비즈니스에서 정체를 빚고 있는 제약업체에 새로운 길을 제시해 준 사건이었다. 목표와 의지만 있다면 해외 빅파마와 나란히 연구개발 경쟁을 펼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다.그런 의미에서 올 한해는 '신약개발 경쟁'의 원년이 됐으면 한다. 매출 경쟁도 의미없진 않지만, 신약개발이 기업가치와 성과지표가 되는 환경에서 선의의 경쟁이 펼쳐지길 고대한다. 분위기는 어느때보다 무르익었다. 정부가 도와주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제는 온전히 기업의 몫이다.2016-01-04 06:14:48이탁순 -
[사설] 협력만이 희망이다2016년 아침의 태양이 솟았다. 올해 정치권을 비롯해 갑과 을이 존재하는 나라 곳곳에 꼭 필요한 말은 바로 역지사지, 협력일 것이다. 범위를 좁혀 이야기 하자면 새해를 맞는 보건의약 및 제약바이오산업계에도 빼놓을 수 없는 절실한 한마디가 '협력(Collaboration)'이다. 서로의 마음을 먼저 헤아리는겠다는 큰 마음에서 출발한 '역지사지 협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너 죽고 나살자' 대신 '너도 살고 나도 사는 세상'이 펼쳐지기를 소망한다. 바로 2016년이다.제약바이오업계는 2015년을 기점으로 비로소 르네상스 기운을 맞았다. 한미약품이 8조원 가까운 기술수출을 성공시키며 제약바이오산업은 다음세대 우리의 성장산업이 될 수 있음을 스스로 증명해 보였고 그 여파는 보건의약계 및 제약바이오산업계를 넘어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그 결과, 정부 부처는 앞다투어 '제2의 한미약품을 만드는 정책'을 내놓겠다며 기염을 토하는 실정이다. 외면받았던 산업계에 모처럼 희망의 햇살이 찾아들기 시작했다.어렵사리 형성된 분위기를 산업 부흥으로 온전하게 이어나가려면 일방적인 협력을 넘어 상대방이 필요로 하는 섬세한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정책적 협력을 이야기하는 정부가 고맙지만, 그 방식은 반드시 제약바이오산업계가 진심으로 원하는 지점에서 이뤄져야 할 것이다. 현장의 진솔한 이야기를 듣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뜻이다. 크게는 'R&D에 투자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믿음과 정책적 구도를 산업계에 확산시겨야 한다. 작게는 그렇게 하기 위해 필요한 구체적인 요구를 정책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뜬구름 잡기식 구호는 진정한 협력일 수 없다.그림=박종석 한양대병원 기능원 산업계 스스로도 협력을 불러들이도록 변화해야 한다. 대표적인 게 R&D 투자에 집중하면서도 윤리경영에 천착하는 것이다. 동아에스티와 한미약품이 CP AA 등급을 작년 말 달성한 것은 좋은 징조다. 기업이 R&D 투자에는 등한시하면서 물불안가리는 영업활동을 하고서야 정부의 산업 육성정책을 기대할 수 없다. 더불어 오랜 만에 형성된 오픈이노베이션 파트너 십이 글로벌 신약과 글로벌 진출로 연결되도록 전통제약사와 바이오업체가 서로를 살리는 생태계 조성에 앞장서야 한다. '너를 발판삼아 발전하겠다'보다 '너와 함께 손잡고 가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제약산업계가 해야할 일은 여기에 국한되지는 않는다. 산업계가 대량 생산체제를 넘어 선진국 규정에 따라 의약품을 생산, 공급한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부족한 점은 많다. 예를들면, 의약품이 안전하게 사용되도록 1차 소비자격인 약국 등과 함께 노력해 내가야 한다. 지금처럼 1차 소비자인 약국에게 떠 맡기는 식은 개선돼야 한다. 약국이 원할하게 투약업무를 할 수 있도록 헷갈리지 않게하는 포장이나, 불량의약품에 대해 약국이 클레임할 때 소비자 안전차원에서 적극 나서는 태도가 곧 협력이다. 이밖에도 시대와 역행하는 공급자 주도형 정책을 누가 강제하기 전에 산업계 스스로 개선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산업계가 변화를 모색하면 정부는 물론 병의원, 약국들도 산업을 돕고 나설 것이다. 병의원 및 약국들의 국산신약과 의약품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한층 높아질 것인데 이는 정부 정책이상 강력하다. 산업계가 불법 리베이트 같은 컴컴한 구태를 버리려 노력하고 동시에 R&D 투자에 몰두할 때 정부 또한 강력한 협력자로 재 등장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구태는 반복하며 입으로만 R&D를 할 때 제약바이오업계의 르네상스 분위기는 신기루가 될 것이다. 다시 솟은 태양처럼 협력의 싹도 솟아 무럭무럭 자라나는 새해가 되기를 데일리팜은 소망한다.2016-01-02 06:14:57데일리팜 -
"육십갑자 서른 세번째 새 아침의 소망"새해를 맞을 땐 항상, 언제 어디서나 누구를 막론하고 희망을 걸면서 덕담을 건넨다. 소원이 간절하면 그것이 잠재의식을 일깨워 현실로 바뀌게 하는, 신념과 긍정의 위대한 힘을 우리 모두가 종교처럼 믿고 있기 때문이리라. 육십갑자(六十甲子) 서른 세 번째인 금년(丙申年) 붉은 원숭이띠의 해를 맞아 기원한다. 도매와 제약(경우에 따라 ‘양자’, 兩者)이 함께 손잡고 무너져 내리는 상생(相生) 기반을 새롭고 견고하게 다시 쌓아 올림으로써 이를 토대로 국내 의약품산업계가 하루 빨리 세계수준 이상으로 성장 발전하기를. 2013년 이후, 도매와 제약 간에는 발생해서는 안 될 극심한 이상기류가 흘렀다. 양자(兩者)는 그동안 수틀리면 티격태격 충돌을 수없이 해 왔지만, 최근처럼 갑(甲)이니 을(乙)이니 심지어 대기업이니 중소기업 골목상권이니 정체성까지 내세우며, 데모나 성명서 및 광고 등으로 치열하게 밥그릇을 다툰 적은 결코 없었다. 때문에 2013년의 도매협회(당시)와 한독약품 간의 긴박했던 마진 다툼, 그때부터 지난해 2015년 10월까지 무려 3년간에 걸친 유통협회와 온라인팜 간의 사활을 건 영토 전쟁, 그리고 이 싸움판에 결국 제약협회까지 얼굴을 붉히며 발을 담그게 된 심각한 갈등 등은, 그 상징성과 대표성에서 국내 의약품산업계의 일대 사건이라 아니할 수 없다.그럼 왜, 도매유통업계와 제약업계가 그렇게까지 서로 각박하게 다퉈야 했을까?이유는 간단하다. 서로 먹고 살기 힘들게 됐기 때문이다. 없는 살림에 인심 날 리 없다고 했다. 반기업적인 보험약가제도가 양자를 그렇게 만든 것이다. 2010년 10월 저가구매인센티브제도(시장형실거래가제도) 시행 이후 양자의 관계가 가뜩이나 경직된 상태였는데, 2012년 4월부터 약가일괄인하제도라는 핵폭탄을 정통으로 맞은 제약업계가 내 코가 석자라고 살아남는 긴급 방편으로 소극적으로는 비용인 도매마진율을 줄이면서 적극적으론 사업영역 확대 등을 도모했고, 이러한 조치들이 도매유통업계엔 생존의 숨통을 졸라매는 밧줄이었으니 이들 또한 살기 위해 발끈하며 몸부림치지 않을 수 없었던 것 아닌가.그래도 그동안 의약업계를 심하게 달구어 왔던 양자 간의 긴박했던 대전(對戰)이 우여곡절 끝에 상호양보로 극적으로 타결되었으니 천만다행이다. 따라서 새해 이후 당분간(1~2년)은 양자 간 큰 마찰은 발생되지 않을 전망이다. 다툼 끝이라 서로 조심하면서 새로운 문제 발생을 원치 않을 것이고, 갈등의 원인도 타율적인 약가제도 변경에 있으므로 분명 양자는 지금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심정이 매우 깊을 것이며, 아직까지 업계가 놀랄만한 제도변경 예고도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비 내린 후 땅이 굳어진다고 다툼의 후유증을 치유하기 위해서라도 협력하는 분위기가 활발히 조성될 것 같다. 유통협회장의 신년사나 도매마진율 인하를 계획했던 제약업체들의 철회 소식 등이 그와 같은 판단을 뒷받침한다.그러나, 문제는 그 이후다. 양자 간의 밀월 협력기간은 짧을 수밖에 없다. 길어봐야 2년 안팎일 것 이다. 양자 간엔 앞서 언급한 제도적 환경 악화가 아니더라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잠복된 다양한 갈등 요소들이 땅속의 마그마(Magma)처럼 늘 꿈틀대고 있기 때문이다. 잠복된 갈등요소엔 (1) 도매마진율 (2) 제약사의 일반 도매행위 (3) 제약사의 직거래 (4) 대금 결제기간 (5) 담보 및 보증 (6) 반품 (7) 유통 및 품질 정보 등이 있다.또한, 지금까지의 크고 작은 갈등 양상을 분석해 보면, 대부분 제약업계가 먼저 거래조건 변경 등을 통해 갈등의 발단을 제공해 온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현재 제약업계의 어려운 상황을 감안해 볼 때, 그 타개책으로 제약업계는 머지않아 또다시 도매마진율 인하 시도를 할 것으로 보인다. 제약업체가 도매마진율을 1~2%만 축소하면 그 즉시 영업이익률 등이 거의 그만큼 개선되니 이보다 더 효과가 우수하고 빠른 수단이 별로 없을 뿐만 아니라, 이젠 종전과는 달리 도매업계와 힘겨루기 할 경우 제약협회의 전폭적인 지원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이렇게 볼 때, 앞으로 2~3년 안에 도매업계와 제약업계가 또다시 밥그릇 전쟁을 치를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만약, 이러한 전쟁 가능성이 실제로 닥친다면 어떻게 될까?종전과는 달리, 도매유통업계와 제약업계 쌍방 모두가 깊은 내상(內傷)을 입을 것이 분명하다. 양자 간 승패도 장담할 수 없다. 이제까지는 개별 제약업체 대 유통협회의 전투이어서 결국에는 단체라는 힘을 이용해 고압적 인해전술을 편 유통협회가 싸움 때마다 거의 모두 일방적으로 승리했지만, 앞으로의 전쟁은 양자 업체들을 대신해서 제약협회 대 유통협회라는 단체 간의 대등한 대리전(代理戰)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제산제(일부)가 산반동(酸反動)이라는 큰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것처럼 장기간의 작용은 강한 반작용을 불러와 지난해의 싸움판에서 기어코 제약협회까지 끌어들였지 않은가.물론, 양자가 거래 관계를 지속하는 한 갈등은 언제 어디서나 발생될 수밖에 없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갈등이 유발될 수 있는 요소만 대충 따져 봐도 일곱 가지나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목적 달성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작년과 같은 막무가내의 길거리 투쟁은 분명 바람직스럽지 못한 방법이라 아니할 수 없다. 따라서 앞으론 절대 재발되지 않았으면 좋겠다.제약업계와 도매유통업계는 의약품산업의 양대 기둥이다. 의약품산업이 무엇인가. 국민건강 필수품인 의약품을 제조 공급하는 산업 아닌가. 우리의 평균수명이 100세를 넘보고, 이에 따라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의약품의 기여도와 중요성 등이 크게 부각되고 있는 요즈음이다. 많은 분들이 의약품산업을 21세기 국민 먹거리를 책임질 주요 산업이라 지목하면서 국내의 이 산업이 발전되어 세계 수준을 추월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잖은가. 이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양자가 앞으로 갈등을 증폭시키며 금쪽같은 시간을 허송하는 일을 해서는 절대 안 되겠다. 앞선 나라보다 한참 뒤져 있어, 갈 길 바쁜 제약업계와 도매업계 아닌가.그렇다면, 양자가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상생할 수 있는 뭐 뾰족한 방법이라도 있는 것일까?오랫동안 제약과 도매 양측에서 경험하고 지켜봐 온 필자지만, 솔직히 그 상생을 위한 뾰족한 방법 찾기가 참 쉽지 않다. 머리가 아둔하고 푸는 방법 잊었지만 차라리 미적분 문제를 머리 싸매고 몇날며칠 푸는 것이 더 낫겠다. 그렇지만 이 문제는 당위(當爲)의 문제다. 때문에 어느 누구라도 어떻게 해서든 상생 방법을 필히 찾아내어 꼭 실천토록 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 의약품산업계 모두의 미래가 밝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근자의 양자 간 피 터지는 밥그릇 전쟁 속에서 그 방법의 편린(片鱗)을 찾아 볼 수 있어 다행이다.첫째 고정관념을 내려놓아야 한다.요즘 세상에 불가침(不可侵)적 천부(天賦)의 업종은 없다. 국가의 정책 목적에 맞춰 법령에 의해 의도적으로 규제해 놓은 것을 제외하고는 누구나 진출입의 자유가 허용돼 있다. 만약 국가의 보호가 꼭 필요하다면 입법을 추진할 일이다. 세계 어느 누구한테라도 국내에서 제약업과 의약품도매업을 할 수 있도록 문호가 활짝 열려 있음을 양자가 새삼 인식했으면 좋겠다. 또한, 갑과 을, 재벌기업, 대기업, 중소기업 등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면, 공정거래법과 중소기업기본법 등의 해당 조문을 먼저 들춰 봐야 한다. 임의로 재단하면 설득력을 잃는다.둘째, 역지사지(易地思之)를 해야 한다.도매마진율은 수수(授受)하는 입장에 따라 정반대의 이중성을 지니고 있다. 제공자 측에선 비용이고, 받는자 측은 이익인 것이다. 때문에 항상 제공자는 내리려 하고 반는자는 올리려하니 이로 인한 양자 간의 갈등은 언제나 바람 잘 날이 없다. 이럴 때일수록 입장 바꿔 생각하는 지혜가 필요하다.셋째, 철저히 역할 분담을 해야 한다.오래전부터의 진부한 논리지만, 역할분담은 최소한 의약품산업에서는 금과옥조(金科玉條)다. 이 논리의 발원지는 아직도 퇴색되지 않은 240년 전 1776년 아담스미스의 국부론 속의 분업의 유용성 논리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 우리식으로 정리하면, ‘제약은 연구 개발 생산, 도매는 유통’이 된다.그러나, 이 역할분담의 논리가 성립되고 설득력을 얻으려면 반드시 지켜야 할 전제가 있다. 권리에 상응하는 의무도 함께 지는 것이다. 즉 도매가 유통을 전담하려면 그것을 수행할만한 능력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이다. 유통 능력도 없는 자에게 유통을 전담시킬 수는 없기 때문이다. 유통 능력 중에는 상류수행 능력과 물류수행 능력이 있다. 현실을 보면 도매유통의 경우 물류수행 능력은 수준급으로 갖춰져 있지만, 상류능력(마케팅 능력)은 한참 모자라니 참 딱한 노릇이다. 따라서 도매유통이 완전한 상생을 주장하려면 최우선적으로 상류능력 배양에 전념할 필요가 있다넷째, 거래관계를 경제적, 이성적 관점에서 봐야 한다.도매마진율은 하는 일에 대한 대가다. 어느 업종이 살아가야 하니까 무조건 그 수준에 맞춰 주고받아야 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도매와 제약은 일반 국민이 아니라 명색이 돈을 벌기 위해(경제적 이익 추구) 경영을 하는 기업체들이다. 때문에 냉혹하겠지만 양자의 판단과 의사결정 등의 근저에는 항상 경제적 이성적인 시각이 넓고 짙게 깔려 있어야 한다. 수행하는 기능의 수준이 높고 하는 일이 많으면 마땅히 도매마진율을 높여 주어야 하고, 하는 일이 시원치 않고 별로 없으면 당연히 마진율이 내려가야 하는 것이 옳은 이치 아니겠는가. 미국의 경우, 의약품 도매마진율은 최고가 3%(의약품 적정 도매마진율 고찰, 도매협회 2011.11. 참조)다.이에 대해 일본의 도매마진율은 6.13%(일본 약사핸드북 2015, 지호우 참조)다. 왜 이렇게 큰 차이가 날까? 물론 양국 간엔 각종 기업 환경과 기타 여건 들이 다르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미국과 일본의 도매업체들이 각각 하는 일이 다르기 때문이다. 일본이 훨씬 높은 것은 미국이 하지 않는 ‘의약품 판촉 활동’을 일본은 하기 때문이다.(의약품 도매의 기능별 원가 국제 비교, 일본 도매협회, 2011. 6. 참조)다섯째, 철저히 사전 소통하고 설득한다.양자 간 갈등요소는 의외로 널려있다. 도매마진율, 제약사의 일반 도매행위, 제약사의 직거래, 대금 결제기간, 담보 및 보증, 반품, 유통 및 품질 정보, 기타 등이 그것이다. 양자 간 이들 문제가 발생할 경우, 사전에 그 문제에 대해 상대방과 진지하게 논의하고 설득할 필요가 있다. 말 한마디로 천량 빚을 갚는다는 속담을 상기했으면 좋겠다. 소통이 잘 됐으면 근자의 큰 소동은 아마 없었을 것 같다.지금 우리 의약품산업계는 희망과 기대에 차 있다. 이렇게 된 데는 한미약품이 큰 몫을 해냈다. 업계를 소용돌이에 몰아넣었던 도매와 제약의 갈등도 작년에 모두 마무리 되어 조용하다. 업계를 옥조이던 당국의 각종 규제도 극심한 것은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금년이 의약품산업계가 도약하는 절호의 기회인 것 같다. 의약품산업의 양대 중심축인 제약과 도매가 갈등을 없애고 상생의 깃발을 높임으로써, 금년 국내 의약품산업계가 한 단계 높이 도약하기를 기원한다.2016-01-01 06:14:59데일리팜 -
[기자의 눈] 제약업계 '감원'에도 매너가 필요하다연말을 맞은 제약업계에 크고작은 '구조조정'이 확산되고 있다. 다수 국내 제약사들은 영업사원들을 생뚱 맞은 곳으로 보낸다. 전문의약품(ETC) 담당을 일반의약품(OTC) 담당으로 바꾼다. 서울지점 근무자를 경기·인천 지점으로 보낸다. 이같은 영역 변경은 사실상 '대기발령'이라 봐도 무관하다.외자사들은 그나마 희망퇴직프로그램(ERP, Early Retirement Program)이 있어 나은 편이라고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상황이 좀 나은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주로 나이 많은 영업사원들이 타깃이 되는 ERP가 반가운 것은 아니다. 게다가 최근 한 외자 제약사는 영업부 팀장 2명에게 ERP 없이 권고사직 처분을 내려 노사 갈등이 발생하기도 했다.기자가 감원, 혹은 영업사원들 사이에서 사실상 '대기발령'이나 마찬가지라 불리는 부서 이동을 진행한 회사들에 입장을 물으면 답변은 비슷하다. "엄연히 대기발령과는 다르다. 각자에게 맞는 변화를 주는 것일 뿐이다." "ERP는 강제성이 없다. 원만한 대화를 통해 진행할 것이다." 이같은 업무 영역 변경은 사실상 '대기발령'이라 봐도 무관하다. 하지만 기자가 제약사에 물으면 당당히 대답한다.그런데 '강제적 이동(?)'을 당한 영업사원들은 회사를 그만두기 시작한다. 또 ERP는 분명 자발적인 성격의 것인데, 특정 사원들이 경영진들에게 불려가 상담을 받는다.아이러니한 점은 일부 제약사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경력직 영업사원 채용을 진행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물론이다. '잘하는 MR 모시기'는 어느 기업에게도 필요한 것이고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시기와 책임의 문제다. 회사 경영에 있어, 감원 정책은 필요악일 수도 있다.한미약품이 연이은 기술수출 잭팟을 터뜨렸고 그 어느때보다 R&D 투자와 오픈이노베이션을 외치며 업계가 성장을 바라보고 있다. 감원을 대하는 회사의 자세도 성장이 필요하다.2015-12-28 06:14:50어윤호 -
[기자의 눈] 약화사고를 대하는 현장의 자세요양기관에서 의약품 진료·조제를 받아 복용한 환자들이 약물 부작용 등으로 사고가 나는 '#약화사고'는 빈번하지 않더라도 일단 일어나면 파급은 매우 크다.환자들은 부작용으로 건강이 더 악화되는가 하면 해당 요양기관 또한 약화사고 오명으로 피해를 떠안게 된다. 특히 문턱 낮은 동네의원이나 약국들은 어떤가. '사고난 곳'으로 한 번 소문이 퍼지면 내방환자 급감은 물론 금전적·정신적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사고나면 일단 '니탓' 하고 보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우리는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나 소비자원을 통해 어떤 형태로 약화사고가 일어나는지, 또 분쟁 시 해결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간접경험을 심심찮게 한다. 주사제를 제외한 분업적용 약제의 경우, 처방한 의사의 잘못과 복약지도한 약사의 잘못의 경중을 가린답시고 지근거리에서 다툼을 벌이는 행태도 목격할 수 있다.최근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서 약화사고와 관련된 환자 피해 사례와 조정 결과를 집계, 분석한 결과가 흥미롭다. 분석결과에 따르면 약제 피해로 의료중재원에 호소된 사건 가운데 주의의무 소홀로 인정된 사건 중 처방과정과 문진이 28.1%로 가장 많았다.약제 피해 사례를 인과관계로 분석하더라도 절반이 넘는 56.3%가 의사 등 의료인의 주의의무 소홀로 발생했고, 환자에게 발생한 피해결과 중 18건(56.3%)은 의료인의 주의의무 소홀과 연관성이 있었다.사고 접수된 사례를 종별로 구분하면 의원급이 38.1%로 가장 많았고, 병원 16.7%, 상급종합병원 14.3%, 종합병원 11.9% 순으로 뒤를 이었다. 약국은 7.1%, 요양병원 4.8%(기타 7.1%) 순이었다.약화사고의 대부분이 약물 부작용에 기인한 것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통계는 그리 놀랍지 않은, 지극히 상식선상에서 예측할 수 있는 결과일 것이다. 그러나 사고가 일어나서 분쟁조정신청이나 피해접수로 이어진다는 것은, 일단 사고 당시 요양기관 측의 책임회피가 심각했음을 미뤄 짐작 가능케 한다.현재 기술적으로 약화사고를 막을 수 있는 시스템은 많다.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의 경우 약물 충돌과 부작용을 사전점검하는 프로그램을 자체 개발해 적용하는 경우도 있고, 전체 요양기관에서 널리 사용할 수 있는 심사평가원 DUR도 약화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요긴한 시스템이다. 이 같은 보조 시스템이 현장 곳곳에 편리하게 파고들었다고 해서, 의약사들의 환자 주의의무가 경감되는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약화사고 피해 분쟁 조정과정에서 의료인 10명 중 7명(76.2%) 이상이 과실을 인정했다는 결과는 의약사들이 약화사고 앞에서 결코 '니탓 내탓'을 겨룰 일이 아니라, 사고난 환자 안전과 사후처리에 신경써야 한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방증해주고 있기 때문이다.2015-12-24 06:14:50김정주 -
[칼럼] 삼성이 정말로 '대한민국 바이오산업'의 중심인가한미약품이 대규모 기술 수출로 분위기를 한껏 띄워놓은 자리에 삼성이 슈퍼스타처럼 등장했다. 신약개발 능력을 최고 가치로 인정하는 이 동네 눈으로 보자면 그저 피지컬 좋은 유망주 일뿐인데, 혁신 신약을 많이 갖고 있는 세계 1위 노바티스같은 대우를 받으며 나타났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1일 송도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바이오의약품 CMO(Contract Manufacturing Organization) 제3공장 기공식을 가졌다. 한 우물을 파온 부작용(?) 탓인지 살길은 신약개발이라고 신앙처럼 믿으며, 고군분투 중인 제약바이오 업계는 이 장면에 고개를 갸웃한다.왜? 업계는 지난 11월 한미약품이 사노피와 5조원 규모 기술수출에 성공한 게 삼성의 CMO 생산공장 기공식 그 이상 의미있는 모멘텀이라 보고 있다. 제약회사를 평가하는 눈이 연구개발 능력, 다시말해 미래가치를 중시하는 쪽으로 패러다임도 순간이동시키는 계기였다. 그래서인지 한미가 기술 수출을 한날 상상력 풍부한 인사들은 '대통령이 혹시 한미약품을 전격 방문해 격려하는 건 아닐까? 그렇게 되면 제약바이오 업계가 힘좀 받을텐데'라며 기대를 부풀리기도 했었다.정부와 제약바이오업계 사이엔 왜, 이처럼 뚜렷한 인식의 차이가 존재하는 것일까. 이유는 만능 키워드가 돼버린 '바이오'의 신비로움 때문일지 모른다. '세계 바이오산업이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때면 바이오시밀러, 항체신약, 줄기세포치료제 등이 줄줄이 뒤따라 언급되곤 한다. 해서 근래 정부 지원정책 타이틀이 죄다 바이오를 달고 나오는 것 역시 어색하지 않다. 여기에 첨단이라는 말까지 붙고나면 수십년 신약개발에 일로매진 해온 제약회사들은 구닥다리 케미칼 신약에서 벗어나지 못한 곳 쯤으로 평가절하된다. 어떤 때는 정부 지원정책 대상에서 제약산업이 통채로 빠져 사정사정하며 끼워넣기도 했었다.'전통 제약=케미칼=올드버전' 프레임 대체 누가 만들었나 흥미로운 건 세계 최정상 바이오텍이라는 길리어드의 허가된 의약품은 거의 모두 케미칼 기반이다. '바이오, 바이오' 온나라가 열광할 때 한해 통틀어 8조원 가까운 기술수출을 한곳은 어디였나. 제약회사다. 한데 이 회사가 수출한 기술은 펩타이드 약물의 작용시간을 오래도록 유지하게 만드는 바이오 플랫폼 기술이다. 바이오다. '전통 제약=케미칼=올드버전'이라는 이 프레임은 대체 누가 만들어낸 것인가.유망한 기술을 보유한 학자나 개발자들이 물건 하나 만들어 보겠다고 기업을 세우면 바이오라는 수식어를 붙인다. 이름하여 '000바이오벤처' 되겠다. 현실에서 보면 그게 영악한 전략이다. 한데 이들이 갖고 있는 기술이 다 항체신약이거나 세포치료제인가? 아니다. 케미컬일 수도, 펩타이드 단백질일 수도 있다. 이들에게 알맞은 이름은 '신약개발 벤처'일 것이다. 케미칼이든, 펩타이드든, 세포치료제든, 줄기세포든 일반화하면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약'이다.그런데도 바이오라는 타이틀을 굳이 붙일 수 밖에 없는 것은 정부의 정책이 바이오나 첨단바이오 같은 용어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미래지향적이면서도 유망하게 보일테니까. 전통의 제약사나 벤처들이 케미컬의 냄새를 풍기는 순간, 그것은 한물간 유행으로 치부되기 십상이다. 삼성바이오 로직스의 CMO 공장은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이나 바이오시밀러를 주문자 요청에 따라 대신 생산해 주는 곳이다. 의약품 산업을 이루는 분야 중 한 영역이다. 우리나라 바이오산업을 모두 견인해 가는 중심은 아니라는 말이다.메르스정국에서 삼성의료원의 과실에 사과하며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이 바이오에 투자한다고 했을 때 업계는 은근 기대했다. 거대자본을 가진 기업의 벤처캐피탈(VC) 역할이 절실한 시점이기 때문이었다. 삼성의 자본이 연구자 머릿속에 있는 기술을 찾아 육성해 내는 멋진 꿈도 꾸었을 것이다. 벤처 역사의 의미있는 출발점으로 꼽히는 미국의 제넨텍 탄생처럼 말이다. 대한민국의 신약개발 생태계를 조성해 신약개발의 터전을 마련해 줄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것을 통해 신약개발이 이 나라의 신성장동력으로 우뚝서게 되는 그림도 그렸었다. 이 기반에서 삼성이 스위스의 노바티스처럼 되는 것도 즐거운 상상의 한 줄기였다.그런데 드러난 모습은 대량 생산 능력을 갖춘 CMO다. 물론 삼성은 바이오로직스 CMO 공장과 바이오 의약품 연구개발사 삼성에피스를 통해 특허만료가 시작된 바이오의약품 부문에서 많은 기회를 엿볼 것이다. 에피스도 당분간 바이오 시밀러 개발에 주력할 방침이다. 삼성의 시장 접근 방식은 이스라엘 기업 테바를 닮은 듯하다. 애초 특허도전과 퍼스트 제네릭으로 몸집을 불린 후 유망기업들을 인수합병한 끝에 이젠 어엿한 글로벌 빅파마가 되었다.정부, 트렌드를 따르지 말고 본질을 보고 정책펴야 세계적 기업 삼성이 의약품 산업에 진출한 것은 환영할 일이다. 신약개발 등 제약바이오 산업 혹은 의약품산업이 삼성효과에 기대어 발전의 계기를 얻지 않을까하는 기대도 하게된다. 제약바이오 생태계를 조성하는데 필요한 정책도 활발하게 나오지 않을까하는 얹혀가기식 기대감도 있다. 그렇지만 자신들이 하는 사업의 물줄기를 크게 내기위해 기존의 제약바이오 기업들을 고사시키는 일에는 행여라도 간여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정부 역할도 중요하다. 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쥐를 잘 잡는 정책을 만드는데 머리를 모아야 한다. 대세는 검은 고양이라며, 흰 고양이를 굶기는 우를 범해선 안될 것이다. 케미칼 의약품이든, 단백질 의약품이든, 세포치료제든 혁신의 가치가 높은 신약을 개발할 수 있는 능력과 가능성에만 주목해야 한다는 말이다.단도 직입적으로 말해 삼성이 짓는다는 공장의 크기는 종류만 다를 뿐 웬만한 제약회사들의 공장과 견줘 비슷하거나 그보다 작은 규모다. 투자비용은 높고 성공 확률은 극히 낮은 의약품 산업에서 삼성은 첫발을 내디뎠다. 엄밀히 말해 현 시점에서 바이오 산업의 무게 중심은 전통의 제약회사와 대학과 기업 연구실에서 아이디어와 기술을 다듬고 있는 연구자들에게 있으며, 우리가 꿈꾸는 성과도 '휴미라나 타미플루같은 혁신 신약들'이다. 삼성은 이를 해낼 수 있을까.2015-12-23 12:01:00조광연 -
[기자의 눈] 의협의 의료일원화 전략은 실패했다?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고 했던가. 요즘 의료일원화가 이슈다. 올해 초부터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논란이 어느샌가 의료일원화로 번졌다. '의료와 한방의료의 교육과정과 면허제도를 통합하는 의료일원화·의료통합을 2030년까지 한다'는 정부의 발표만 남았다.정부의 발표가 임박했다는 것은 이미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26일이 엠바고라는 소문도 무성하다. 하지만 정부가 알려진 문구 그대로 발표할지는 미지수다.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두고 의료계와 한의계가 접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의료계는 오히려 내부분열로 몸살을 앓고 있다.의료일원화 이야기는 갑자기 '툭' 튀어나왔을까? 아니다. 일단은 의료계의 계획이었다. 지난 9월 의료계와 한의계 만 참여하는 국민의료향상을 위한 의료현안협의체가 구성됐다. 명칭은 국민의료향상을 위한다지만,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논의해야 하는 자리라는 것은 속사정을 알면 누구나 눈치를 챌 수 있는 대목이다.의협은 작전을 짠 것으로 보인다. 의료법 27조에 따르면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 의협은 의사와 한의사 면허제도가 통합되는 의료일원화가 이뤄진다면, 한의사도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으리라 봤다. 선 의료일원화 후 현대의료기기를 생각한 것이다.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정부와 한의계는 선 현대의료기기 후 의료일원화를 제안했다. 두 가지가 섞인 정부의 합의안을 손에 쥐어든 의협은 끝까지 현대의료기기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게 무너지면 추무진 의협회장은 탄핵이라는 파도를 만나게 된다. 과연 의협의 바람대로 현대의료기기를 뺀 의료일원화 발표가 이뤄질 수 있을까? 의협의 전략은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2015-12-21 06:14:52이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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