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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방짜유기 분실 사건'없어진 방짜유기, 무형문화재 제작.' 지난 3일 대한의사협회 임시대의원총회에서 불신임 당한 김세헌 전 감사의 감사보고서에 담긴 내용이다.이 감사 보고서에는 충격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 2013년 8월 시도의사회장단 회의가 개최된 한남동 소재 식당에서 제공한 유기잔 4개가 분실됐다. 의협은 법인카드로 분실된 유기잔 대신 60만원을 변상했다. 드러나지 말았어야 할 치부다. 엘리트로 손꼽히는 의사, 그리고 그들을 대표하는 의사단체의 수장들이 모인 자리에서 분실사고가 일어난 것이다.이 같은 치부는 김 전 감사의 감사 결과를 통해 드러났다. 김 전 감사는 2014년 5월 감사를 진행하면서 '2013년 8월 10일 법인카드 결제사유'를 요청했다. 여기엔 식대를 포함해 버젓이 유기잔 분실비용 60만원이 표기됐다.식당 직원의 이메일 내용을 보면 더 심각하다. 당시 직원은 "유기잔 23개 중 총 4개가 분실된 것을 확인하고 노XX(당시 노환규 전 회장)님에게 상황을 설명해드리니 분실된 항목에 관한 결제도 함께 진행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그러면서 '유기잔 분실은 처음 있는 일'이라며, 개당 25만원 상당의 방짜유기를 1년 이상 사용한 점을 감안해 15만원으로 측정해 결제를 했다고 덧붙였다. 황당했을 직원들의 얼굴이 그려진다.가리고 싶었을 상처고, 숨겨야 했을 치부였을 수 있다. 하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고 가려지는게 아니었다. 김 전 감사는 이를 4인의 의협 감사단 공동명의로 감사보고서를 내지 않고, 단독으로 낸 감사보고서에 실었다.결론적으로 김 전 감사는 '명예훼손, 정관위반' 등의 이유로 올해 열린 첫 번째 임시대의원총회에서 불신임 받았다. 의협 역사 상 감사 불신임은 처음이다. 그는 떠나면서 "누가 했든 잘못한 일은 잘못한 일이고, 잘못에 대한 지적은 당연한 일"이라는 말을 했다.의료계 대표들이 모인 자리에서 발생한 방짜유기 분실사고 내용이 담긴 감사보고서는 채택되지 않았다. 아마 이번 분실사고가 특별한 경우인지, 빙산의 일각인지 누구도 모른다. 의사들이, 의협이 드러내고 싶지 않은 더 큰 치부가 얼마나 더 있는지 알 수 없지만, 가리려고 가릴 수 없다는 사실도 인지해야 한다.2016-09-22 06:14:50이혜경 -
[칼럼] LG생명과학 몸통만 품으면 다 갖는 걸까?LG생명과학이 모그룹에서 분사한지 14년 만에 그룹 주력 계열사인 LG화학 품안에 안겼다. 이 회사는 국내 제약회사 중 처음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신약 허가를 받아 FDA 문턱을 우리도 넘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선물했다. 산업계 내부에 연구개발(R&D)의 중요성을 실질적인 투자실적과 연구의 결과물로 보여준 곳이었다. 비록 이 같은 연구 결과들이 대단한 상업적 성과로 연결되지는 못했지만, 작년 대규모 기술 수출에 성공한 한미약품과 함께 한 때 신약개발 R&D의 쌍두마차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LG생명과학은 대표적인 신약 R&D의 아이콘으로 각인돼 있다.다른 국내 기업들이 상장사라는 타이틀을 의식해 겨우 체면 치레로 R&D비용을 쓸 때 LG생명과학은 매출액 대비 10%가 훨씬 넘는 금액을 투자해 나갔다. 그 자체로 역사적 의미가 큰 FDA 신약 팩티브가 상업적 성공에 도달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첫 경험의 달콤함을 맛본 경영진의 신약개발에 대한 의지는 여전했고, 과감한 투자는 이어졌다. 해서 제약산업계는 LG그룹의 인내심 혹은 제약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투자자본수익률(ROI)이란 계산기'를 시시때때로 두드려대며 변덕을 부려댄 다른 대그룹에 비해 남다르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한 때 역시 LG라는 말이 통용됐던 것도 이 때문이다.그에 따른 보상이었을까? 2007년 간질환치료제를 혁신기업 길리어드에게 계약금과 마일스톤 2억달러를 받는 조건으로 기술 수출을 성공시켰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지 못했다. 개발과정에서 부작용이 발견돼 프로젝트를 포기해야만 했다. 제약산업에서 프로젝트 포기는 병가지상사다. 신약개발에는 기대 만큼이나 늘 위험이 상존한다. 가능성 있는 5000~1만개 화합물로 개발에 들어가 상업적 성공까지 이르는 후보물질은 1~2개에 불과하다. 전형적인 깔데기 모형으로 실패를 늘 곁에 두고 있는 셈이다. 회사는 이후에도 매출액 R&D비에 별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목표점이 글로벌 신약개발에서 돈 되는 연구로 낮춰졌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1989년 9월 의약품사업부를 뒀던 럭키(LG그룹 전 사명)가 안진제약을 인수했을 때 국내 제약기업들은 제약협회의 이름으로 성명을 내어 대그룹의 제약산업 진입은 문어발식 확장으로 중소기업들은 몰락할 것이라며 극구 반대했다. 그 때 럭키 등 제약업 진출을 모색하던 대그룹들은 신약개발 연구개발에 중점을 두겠다는 논리로 맞섰고, 안진제약 럭키제약 LG생명과학은 초지일관 그 약속을 지켰었다. 다른 그룹들이 반짝 R&D를 하는 척하다가 '금강산 구경도 식후경'이라며, 기존 제약사들과 이전투구를 벌일 때도 LG는 '연구회사'의 길을 걸었다. 그래서 일까? 신약 R&D에 집중하는 기업 문화의 세례를 받으며 일했던 연구자, 글로벌 사업 개발자들이 회사를 나와 차린 제약바이오벤처들이 주목받고 있다. 이들 벤처사의 가치를 합하면 LG생명과학보다 높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LG화학은 최근 생명과학에 대한 흡수통합 계획을 밝히면서 내년 1월 합병하게 되면 바이오사업에 해마다 3000~5000억원을 투자하고, 신약개발 프로젝트도 확대해 수행하겠다고 소개했다. 다행스럽게 들리지만, 이런 발표가 삼성의 바이오산업 진출에 자극받아서 혹은 뜨고 있는 제약바이오 열풍에 편승해 나온 수사가 아니기를 바란다. LG화학은 생명과학의 신약개발사를 통해 배우겠지만, 그동안 LG생명과학이 R&D에 얼마나 큰 가치를 두고 노력해 높은 단계에 이르렀는지 깊이 성찰해 보아야 한다. 이와 함께 제약바이오 분야의 신약개발이 얼나마 지난한지, 혹은 그리 달콤하지만 않은지 모두 기억해야 한다.한미약품이 작년 기술수출을 성공하고 난 후 "13년간 30명의 연구진이 랩스커버리 기술만 연구했다"고 밝혔을 때 한국식 오너(개인적으로 오너라는 말을 극히 꺼려함) 경영체제도 나름 장점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점이 제시되기도 했다. 그 만큼 신약개발에는 '도전과 모험을 마다않는 기업가 정신'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물론 오너가 신약개발에 무지하거나 무관심하다면 한미약품의 반대 결과도 얼마든 초래할 수 있다. 해서 오너경영이 나은지, 전문경영인체제가 바람직한지는 아직 물음표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경영진이 NPV(순현재가치)같은 돈 기반의 잣대를 즐겨 어루만질 때 신약개발 프로젝트는 수시로 내동댕이 쳐지는 애물단지일 뿐이라는 사실일 것이다. 해서 LG화학의 결정은 현재로선 기대반, 우려반이다.2016-09-20 12:14:54조광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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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관 1인1개소법은 악법인가?1인1개소법이란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는 의료법(제33조제8항)의 규정이다.의료인의 복수의료기관 개설·운영의 사회적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한 것으로, 기존 '의료인은 하나의 의료기관만 개설할 수 있다'는 규정을 개정한 것이다. 최근에 이 법에 대한 논란으로 위헌소송 등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논란은 1인1개소법이 위헌의 소지가 있음은 물론 현실과 부합하지 않는 등 부적절한 규제하는 것이다. 논란의 쟁점은 과도한 규제, 법규 내용의 모호성과 평등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의료와 의료인면허의 특성이 충분히 고려된 상황에서 이러한 논란은 사회적 혼란과 낭비를 초래할 우려가 있어 검토가 필요하다.첫째는 본 규정이 의료인과 환자를 과도하게 규제하여 자유와 권리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의료인에게는 하나의 의료기관만 개설·운영하게 함으로써 직업수행의 자유를, 환자에게는 양 질의 경제적인 의료를 제공하는 다양한 의료기관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한다는 것이다.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운영을 규제하는 것은 의료행위의 독점권인 면허를 가진 의료인에게 양 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무의 부과로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서비스는 공간과 시간의 제약을 받는다. 서비스가 필요한 장소와 시기에 서비스 제공자가 없으면 서비스 제공이 불가능하다.의료서비스의 경우는 전문성과 면허라는 독점권 때문에 제공자인 의료인의 부재는 서비스 불가능 뿐 아니라, 서비스 부재의 결과가 심각하다. 의료인이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경우 의료인의 두 기관 동시 상주가 불가능하여 의료서비스의 부재와 부실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의료기관 개설·운영의 규제는 면허라는 권리에 상응하는 의무로 볼 수 있다.환자에게 양 질의 의료 조건은 필요한 장소에서 필요한 시점에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다. 한 의료인이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경우 이를 담보하기 어려울 것이다. 물품 등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구매하여 경제적인 의료를 제공할 수 있으나, 이는 여러 의료기관 간 공동구매로도 가능한 것으로 1인1개소법의 문제로는 부적절하다.둘째는 법의 모호성으로 '어떠한 명목으로도'와 '운영'이라는 표현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명목은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경우 발생하는 부작용 방지를 최우선으로 하여 법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다. 현재 제기되고 있는 원가절감과 홍보라는 명목은 일부 특정 기관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현행 제도 내에서 공동구매 등 다른 수단의 활용이 가능하다.외국에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는 경우는 외국에 우리의 의료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법위반이 아니라는 보건복지부의 의견이 합당한 것으로 보인다. 의료기관에 의료인이 상주하지 않아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건강보험제도에서 관리가 가능하다. 해외 체류 기간 중 진료비를 청구할 수 없음으로 대진의사를 선임하여야 하기 때문이다.'경영'은 소위 사무장병원의 폐해를 방지하기 위한 것과 동일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사무장병원의 폐해는 자본주가 의료인의 명의를 대여하여 과도하게 영리를 추구하는 것이다. 의료인이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운영할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이 경우 의료인은 면허자로서 의료인이라는 명분을 내세운 자본주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즉, 의료인이 아니라도 이러한 역할은 가능하다.'경영'이라는 용어가 의료컨설팅의 활성화를 저해한다는 주장도 부당하다. 현행 제도 내에서 의료컨설팅의 제한을 받는 요인이 없을 뿐 아니라, 의료인의 개설·운영을 규제하는 것을 컨설팅과의 연계하는 것은 과잉 반응으로 보인다.셋째는 의료인과 비의료인 간 그리고 자연인(自然人)과 법인(法人) 간 적용이 평등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평등에 대한 논란의 원인은 '의료인이 두 개 의료기관의 운영에 개입했다면 예외 조항이 없음으로 위법'이라는 보건복지부와 법제처의 유권해석이다.1인1개소법은 의료인의 면허를 가진 자연인으로서 의료인을 규제하는 법이다. 의료인 면허를 가진 의료인이라도 면허와 상관없는 기능과 역할을 담당하는 경우는 자연인으로서 의료인(의사 등)으로 규제할 필요도 없고, 규제하여서도 안 된다. 사례로 거론 중인 서울대학교병원의 원장이 분당병원의 운영에 개입하는 것은 자연인인 의사로서 개입하는 것이 아니다.특수법인 서울대학교병원의 원장으로서 개입하는 것이고, 의사가 서울대학교병원 원장의 필수 조건도 아니다. 의료법인 등 법인 의료기관도 마찬가지이다. 의료기관을 개설·운영 중인 의료인이 법인의 이사장이나 이사로 운영에 참여할 경우 이들은 면허를 가진 의료인으로서 참여하는 것이 아니다.설령 이사 등의 자격에 의료인라는 조건이 있을 지라도, 이 경우는 의료라는 전문성을 의미하는 것이지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면허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정부의 유권해석은 재고되어야 한다.사무장병원과 동일시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도 재고의 여지가 있다. 의료인이 네트워크병원을 운영한다는 것은 면허를 가진 의료인이 아니라 경영주 내지는 자본주로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즉, 네트워크병원을 운영하는 의료인은 의료행위를 하는 의료인이 아니라 의료인의 면허를 가진 의료기관 경영인일 뿐이다. 네트워크병원에 대표원장을 선임하여 운영하는 것과 자본주가 의료인을 고용하여 사무장병원을 운영하는 것의 차이점을 찾아보기 어렵다.보건의료 분야는 사회적 규제로 규제강화의 대상이다. 근본적이고 강력한 규제 수단으로 특정인에게만 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특권을 부여하는 '면허'라는 제도를 활용하는 이유이다. 규제라는 맥락에서 1인1개소법은 의료의 질을 담보하고, 의료행위로 과도한 영리추구를 예방하기 위하여 의료행위의 특권을 가진 의료인에게 요구하는 의무로 볼 수 있다. 동일한 논리로 약사의 경우도 1인1약국을 규정하고 있다(약사법 제21조).보건의료 분야에 다양한 갈등이 발생하면서 거의 모든 문제해결에 소송이라는 수단을 활용한 결과 보건의료의 전문성은 도외시되고 법이 규정한 문구에 따라 시비가 갈린다. 전문성을 도외시한 결과는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은 물론 보건의료 발전을 저해한다. 따라서 보건의료 분야 갈등은 전문성에 의한 전문가들 간의 해결을 우선으로 하고, 법이나 소송은 최후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2016-09-20 06:14:50데일리팜 -
[기자의 눈] 신임 안전국장, 절반의 기대 채워주길식약처 인사로 시끄러운 한주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31일자로 신임 의약품안전국장직에 이원식 한국화이자제약 부사장을 임명했다고 통보했다. 발령일자는 오는 9월 19일. 정식 발령까진 아직 일주일가량 남았지만 대한약사회를 비롯한 약사단체의 반발은 좀처럼 사그라들질 않고 있다.사실 어느정도 예상됐던 반응이긴 했다. 임용 절차부터 내정자 프로필까지 기존 관행과 비교해보면 사뭇 파격적이긴 하다. 일각에서는 식약처 내부적으로도 이 같은 반응을 의식해 일찌감치 알린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올 정도다.식약처는 개방형 직위로 전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뒤 민간 스카웃 제도가 적용된 첫 사례였다는 점. 각 부처가 필요로 하는 민간 최고전문가에 대해 공모절차를 생략한 뒤 인사혁신처 중앙선발시험을 통해 임용한다는 취지였다. 그만큼 내부적으로 예상치 못한 파격적 인사였던 셈이다.의사 출신에 현직 다국적 제약사 임원이라는 이력도 약사단체를 자극한 요인으로 보여진다. 서울의대 출신의 이원식 국장 내정자는 강남성심병원 가정의학과에서 임상경험을 쌓은 뒤 한국MSD 임상연구실장으로 재직하다 한국화이자제약에서 의학부 총괄 겸 혁신제약사업부문 대표 부사장으로 재직 중이었다.가장 적극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한 단체는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발표가 난 바로 다음날 성명서를 내고 "의약품 관련 정책과 산업 전반을 관리하는 식약처 핵심 보직에 다국적 제약사 부사장을 앉히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고 비난했다. 검증되지 않은 비전문가에 이해상충인을 임명한 것은 개방형 외부공모라는 인사제도의 취지를 왜곡하는 처사라는 평가다.서울시약사회와 대한약사회 역시 행정 경험이 없는 의사 출신이라는 점, 다국적 제약사 부사장 출신으로서 공정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 등을 문제로 삼았다. 그러나 의사 출신이라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는 신중을 가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자칫 약무직 등용이 당연시돼 왔던 식약처 의약품안전국장 자리를 의사 출신에게 빼앗겼다는 식의 밥그릇 싸움으로 비춰질 소지도 남을 수 있다.그보다 현직 다국적 제약사 임원이라는 점이 관건인데, 다행히 업계 반응이 나쁘지만은 않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원식 국장 내정자는 철저하게 임상적 근거를 중요시 하는 원리원칙주의자로 정평이 나있다. 의대 출신이지만 약리학 박사 학위를 소지한 데다 제약 분야에서 20여 년 경력을 쌓아온 터라 현장감도 뒤쳐지지 않으리란 의견이 지배적이었다.식약처 내부에서도 산업전문가로서 관에서 잘 해낼 수 있는 역할이 있다는 데 기대를 걸고 있다는 전언이다. 기대 반 우려 반 시작하기 전부터 따가운 시선을 견뎌내야 하는 무거운 자리지만,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이 내정자 개인에게도, 다국적사 출신이라는 타이틀과 첫 시도되는 민간 스카웃 제도에도 크나큰 도전이 될 듯 하다. 곧 시작될 임기 기간 동안 부디 절반의 기대에 부응해 주길 기대해 본다.2016-09-13 12:14:52안경진 -
[기자의 눈] 20조원 건보재정 누적흑자의 역습?건강보험 당기수지 흑자가 2011년 이후 6년 째 이어지면서 올해는 2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이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는 올해 8월까지 당기 흑자가 3조200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매년 4분기에 급여비 지출이 많은 점을 고려해도 당기수지 흑자 3조원, 누적수지 20조원 달성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건보재정의 이런 흑자행진은 인구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로 향후 급여비 지출이 급증할 것을 감안하면 다행스런 일이다.돈이 쌓이면서 갈등 아닌 갈등도 생기고 있다. 의료공급자들은 이 참에 보험수가 인상으로 한몫 챙기고 싶어하고, 가입자는 보장성강화에 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런 상반된 주장은 진영논리에 입각한 측면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흑자발생 원인진단에서부터 갈린다.의료공급자는 저수가를 이야기한다. 그동안 저수가를 감내하면서 국민건강을 지켜왔고,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중소병원과 동네의원 상황을 고려해 보험수가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가입자 측은 재정흑자는 경기위축 속에서 국민들이 경제적 부담 때문에 의료이용을 하지 않거나 줄인 결과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따라서 건보료를 동결하거나 보장성 확대에 우선적으로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 내년도 건보료는 동결시키기로 이미 결정됐다.건보재정을 둘러싼 또하나의 갈등전선은 국고지원 쪽에 있다. 건강보험공단 통계자료를 보면, 정부가 2007년부터 9년간 건강보험에 지원한 국고비율은 건강보험료 수입대비 평균 15.8% 수준이다. 건강보험법은 정부예산(14%)과 건강증진기금(6%)을 포함해 20%를 지원하도록 정하고 있는 데 턱없이 부족한 비율이다. 금액으로 따지면 12조3057억원이나 되는 막대한 돈이다. 물론 법률상 의무는 아니다.그동안 야당과 가입자단체, 시민사회단체 등은 끊임없이 국고지원 사후정산제 도입과 국고 미지급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19대 국회 때는 국고지원 일몰제 폐지와 사후정산제 도입 관련 입법이 줄을 이었는데, 일몰기한을 2017년12월31일로 1년간 연장하는 선에서 마무리되고 다른 조문은 모두 폐기됐었다.최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기재부 이제훈 연금보건예산과장은 현재와 같이 정부 재정여건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정부 적자부채 조달금이 100조원에 달하고 국가 채무가 GDP 대비 40%를 넘어선 상황에서 재정당국 입장에서는 우선순위를 따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이 과장은 특히 정부는 적자에 허덕이는 데 건보재정은 20조원이 쌓여있다며 보장성 확대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이런 상황을 고려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20조원 흑자가 국고지원 과소지급의 중요한 명분이 되고 있는 것인데, 그야말로 누적흑자의 역습이다.하지만 현재 보여지는 남은 돈만 생각해서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건 온당치않다. 건강보험 보장비율은 2009년 65%까지 올라갔다가 2010년 63.6%, 2011년 63%, 2012년 62.5%, 2013년 62%까지 매년 하락한 뒤 2014년 63.2%로 소폭 반등했다. 이 보장률은 OECD 평균과 비교하면 한참 밑돈다. 정부와 보험자가 건강보험제도를 수출한다고 자랑하기엔 숨겨진 성적표가 초라하다.쌓인 돈이 20조원이나 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도 만16세 미만 입원환자의 병원비를 건강보험에서 전액 지원하자는 정의당 윤소하 의원의 입법안에 정부는 '도덕적 해이' 운운하며 손사래치고 있다. 의료이용량이 더 증가할 수는 있지만 윤 의원의 주장대로라면 이 제도를 도입해도 건강보험 추가 소요액이 7000억원을 넘지 않는다고 한다.사실 국고지원 논란은 정부의 철학의 문제일지 모른다. 경제논리에 입각해 효율성 위주로 우선순위를 따지면 돈이 남아도는 영역에 빚을 내가면서 돈을 쓸 이유가 없다. 하지만 정부가 국민의 건강, 무엇보다 현재가 아니라 미래를 위한 유의미한 가치에 재정을 투여할 의지가 있다면 이런 논란은 다른 양상을 띠게 될 것이다.20조원 누적흑자의 역습이 지금은 재정당국에 좋은 명분이 될 수 있을 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런 미온적인 태도가 장래에 건강보험제도를 위협하는 말그대로의 '역습'이 되지 않도록 보다 신중히 판단하길 바랄 뿐이다.2016-09-12 06:14:48최은택 -
[기자의 눈] 제약-도매-약국의 불합리한 관계들약국과 도매, 도매와 제약, 또는 도매와 도매, 제약과 제약.자본주의의 기본은 서로간의 계약, 거래상 약속이다. 현장을 다니며 계약으로 맺어진 수많은 관계를 마주한다. 그런데 '계약 상 문제'라고 치부하기엔 불합리한 관계들 역시 무수히 목격된다.제약사와 일하는 한 에이전시 관계자는 '제약사와 에이전시 관계가 점차 불합리한 쪽으로 고착되고 있다'고 말했다. 에이전시는 늘어나고, 신생 업체가 '가격 후려치기'로 경쟁에 나서니 연간 행사비용으로 받을 수 있는 금액이 점차 낮아진다는 것이다.이 관계자는 이것이 '계약'에 따른 것이지만 철저한 갑-을 계약이라고 말했다. 제약사가 먼저 낮은 금액에도 계약을 따낼 수 밖에 없는 함정을 파놓는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A 에이전시에게 '경쟁사 B사는 최저 금액을 제시했다'고 말하고 계약을 이끌어냈는데, 알고보니 B사 역시 A사가 최저 금액을 제기했다는 제안을 받았다는 것 등이다.비슷한 경우는 또 있다. 유통업체와 제약사의 계약 관계다. 제약은 수많은 유통업체에 아쉬울 게 없으니 얼마든지 원하는 걸 관철시킬 수 있다. 자사의 제품 정보를 무상으로 달라 하기도, 담보를 엄격하게 제시하기도, 잘 나가는 제품 마진을 슬쩍 낮추기도 한다. 이 모든 게 '계약서' 안에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유통업계는 거부할 수 없는, 철저한 갑-을 계약이라고 말한다. 계약서에 사인을 하지 않으면 약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이 모든 내용들을 취재할 때 제약사는 '개별 회사 간의 계약 내용에 따른 것이니 문제될 것 없다'는 공통된 대답을 내놓았다. 그말은 마치 '계약 당사자 간 동의한 내용인데 무슨 상관이냐'는 뉘앙스로 들렸다.서로가 필요에 의해 계약을 맺었다 해도 동등한 입장에서 일할 수 없는, 구조적·고질적 문제가 남아있다면 이를 문제 삼을 수 없는 것일까. 제약사를 비롯한 이 사회 '갑'들은 당당하다. 법적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말은 '갑질 할 수 있을 때 실컷 하겠다'는 으름장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갑을이 존재하지 않는 성숙한 사회로 가기엔 아직 멀었나 보다.2016-09-08 06:14:49정혜진 -
"내가 근무했던 한미, 이렇게 성공했다"배노을 비앤피코리아 대표2015년은 한미약품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릴리(미국), 베링거(독일), 사노피(프랑스) 등 다국적 제약사에게 수천억에서 수조원대까지 기술료를 받는 기술특허 이전(라이센싱) 빅딜에 성공했다.이로 인해 지지부진한 주가 흐름으로 경기방어주의 대명사였던 제약주에서 한미약품이라는 지수선도주가 출현하게 됐다. 시총에서 POSCO에 육박했고, 올해도 그 랠리를 이어 가고 있다.한미약품의 성공 사례는 단순히 한 회사의 성공에 그치지 않고 제약-바이오-생명공학 산업에 대한 시장 투자가치를 높이며, 비슷한 규모의 경쟁 대형제약사는 물론, 현재 바이오 스타트업이나 중소제약기업의 투자유치에도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그렇다면, 한미약품은 도대체 어떻게 이러한 성공을 이루어 냈을까?지금은 작은 의약무역업체를 운영하고 있지만, 필자는 약 10년 전인 2000년대 중반, 한미약품 OBU(Overseas Business Unit)에 재직했던 적이 있다. 당시, 다니던 중외제약에서 카바페넴계 항생제인 이미페넴(with 실라스타틴)이라는 미국 머크(MERCK)사 항생제의 제네릭 기술이전 계약(노바티스 계열사 산도스)을 마치고 마침 헤드헌터에게 이직제의가 와 상사의 만류 등 고심 끝에 새 도전을 위해 이직했다.10년 전인 2005~6년에도 한미약품은 부지런히 LAPSCOVERY(Long Acting Protein/Peptide Discovery) 기술 및 기타 플랫폼 기술을 관련 의약품 전시회와 파트너링 행사에서 홍보했었는데, 결국 10년이 지나 화려하게 꽃을 피우는 것을 보며 의약수출은 정말 오랜시간이 걸린 다는 게 새삼 느껴진다. 한미는 오랜 기간 어떻게 지금의 성공을 위해 노력했을까? 10년전 기억을 되살리며 몇 가지 개인적 소회를 적어 본다.첫 번째, 임성기 회장을 들 수있다. 한미약품은 이미 재직자 2000명에 육박하는 거대 조직이지만 이 조직을 끌고가는 임성기 회장의 카리스마와 혜안은 상당하다.대개 이 연배 제약창업자들은 2~3세에 회사를 물려주고 좀더 편한 길을 가는데 비해 한미약품 임성기 회장은 팔팔(?) 한 현역이고, 사장단 임원 뿐만 아니라 실무자급의 미팅도 자주 주재하고 보고 받는다.최고경영자 수준이 그 회사의 수준을 높이기도 하고 낮추기도 하는데 당연히 한미약품 임성기 회장은 전자이다. 반면에 똑똑한 임원을 뽑아 놓고도 최고경영자의 낮은 수준 때문에 회사가 역성장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두 번째, 한미약품의 공격적이고 지속적인 R&D 투자가 결국 결과를 만들어 냈다.한미가 영업력 기반 회사에서 연구개발 기반 회사로 탈바꿈 한 것이 2000년대 초반이라고 한다. 그 기간동안 적자를 감수하고 꾸준한 연구개발투자로 마침내 결과를 냈다. 아울러 자사 파이프라인 중 타사에 이관할 프로젝트와 자체개발할 프로젝트를 잘 구분해 선택과 집중으로 성과를 낸 것도 연구기획과 경영진의 혜안이라 할수 있다. 단순히 많은 돈을 연구개발에 투자한 것이 아니라 전략적으로 효율적으로 R&D 로드맵을 세우고 운영해 나아간 것이다.세 번째, 치열한 내부경쟁 시스템을 들 수 있다.한미는 수출과 라이센싱에 있어서 연구개발부서, 라이센싱, 해외사업의 부서가 협력과 경쟁을 통해 최적의 결과를 내려고 했던 것 같다. 문제점일 수 도 있겠지만, 잘 만 활용하면 내부경쟁을 통한 최대결과도 기대할수 있다. 마치 우리나라 양궁 국가대표팀이 브라질 리우올림픽에서 대기록을 세운 것과 같은 투명한 경쟁시스템을 회사내부에 구축한 것이다.네 번째, 기반기술(Platform) 기술개발 전략을 들수 있다.LAPSCOVERY 기술은 다양한 기존 1세대 단백질 의약품들을 획기적으로 지속형 제품을 만들어 주는 소위 기반기술(Platform) 기술인데, 이 기반기술만 잘 개발해 놓으면 다국적 제약사인 Originator가 보유한 다양한 특허약물에 적용시켜 개선된 신약을 다시 만들어 내는 것이 가능하다. 사노피같은 당뇨특화 제약사가 막대한 자금을 들여 라이센스 인 한 것도 이러한 단순한 논리로 보인다.다섯 번째로 제약산업변화의 Phase에 맞는 성장전략을 들 수 있다. 한미약품는 제약 성장주기에서 적절하게 그리고 신속하게 시장상황에 대응하였다.예를 들어, 약가 일괄인하와 쌍벌제 시행전 영업력이 중요한 시기에는 영업 출신 사장이(당시 영업통 임선민 사장), 연구개발이 중요한 시기에는 R&D 연구소장 출신사장(현 이관순 사장)이 회사 성장을 주도했다. 물론 이러한 제약시장을 읽고 인선하는 주체는 임성기 회장이었다.한미약품이 미래 제약산업 변화에 맞는 성장전략을 수립했다고 말하고 있지만, 제약 R&D, 글로벌시대는 결국 한미약품이 먼저 이루어 냈다. 미래는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스스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 라는 말이 실감된다.여섯번째, 극대화된 제약영업력(노바스크를 꺽은 아모디핀, 비아그라를 꺽은 팔팔)을 들수 있다.지금이야 R&D 한미라는 말이 더 잘어울리지만, 2010년대 전에는 영업의 한미였다. 내부경쟁 시스템은 영업에도 적용되어, 한 의원에 다수의 한미 영업사원이 MR 활동을 하였다는 이야기도 있다. 한미는 지금도 제약업계의 영업사관학교로 유명하다.마지막으로 독특한 한미만의 인사관리시스템 즉,철저한 실적주의, 단순화 시킨 직급체계, 성과보상제도인 CIQ(Creative Incentive Quarter)를 들 수 있다.우선 CIQ는 한미가 보유한 굉장히 특이한 인사평가 시스템이다. 직원평가가 월 단위 또는 분기 단위로 세분화 되어 매분기마다 전사적으로 부서실적을 집계하고, 새 사업 아이디어를 임성기회장에서 PT 형식으로 보고한다.분기마다 CIQ를 준비하느라 한미 내부는 홍역을 앓는데, 결국 이 과정을 통하여 한미약품은 1년에 4번 성장한 것으로 보인다.또 다른 파격적인 인사시스템은 직급체계와 성과보상시스템이다. 한미에는 임원보다 급여가 높은 팀장도 있었다. 그리고 팀원-팀장(임원)-사장으로 직급을 단순화시켜, 보고 체계나 승진 체계를 단순화 하고 빠른 의사결정과 조직관리를 시행했다.다른 제약회사가 사원-주임-대리-대리과장-과장-차장-부장대우-부장-이사대우등, 이런 연공서열식 인사관리를 할 때 한미는 파격적인 인사정책을 시행하고 유능한 팀장과 임원에게 많은 책임과 권한을 부여해 조직을 운영해 나아갔다.그렇다면 한미약품의 미래는 어떨까? 그리고 이러한 한미약품의 성공사례는 어떻게 대한민국 제약산업의 체질을 개선하여함께 발전할 수 있을까?한미약품의 현금이가 쌓이기 시작하면, 물론 R&D(자체신약개발, 설비투자) 쪽으로 많이 쓰이겠지만, 아마도 국내외 M&A나, 제약-바이오 스타트업 투자, Global Distribution Network 장악 쪽으로도 점차 방향을 잡아가지 않을까 싶다. 내부역량과 외부역량의 확대 및 제휴라는 표현이 맞겠다.올해(2016년) 설립한 한미벤쳐스나, 한미오픈이노베이션 행사에서 볼 수 있듯이, 한미약품은 국내외 초기 기술투자 및 R&D 기반, 바이오벤처 및 제약중소기업과 협력을 통해 파이프라인 다각화를 모색하고 이를 기존에 구축한 Sales 및 License 네트워크에 선순환시킴으로서2015년 같은 성장을 계속해서 이루어 가려고 노력할 것이다.이러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노력을 지속하여 제약업계와 동반 성장하면서, 한미약품이 Early-Mid stage 라이센싱을 넘어, 글로벌 유통망을 장악한 진정한 글로벌 다국적 제약사가 되는 날이 오면 보건복지부가 주창하는 바이오 7대 강국의 초석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이를 위하여, 국내 500여 제약, 바이오 기업과 관련 정부부처, 대학, 연구소들은 함께 힘을 모아서 전진해야 할 것이다.맨손으로 회사를 일군 제약 1세대 창업자들이 이제 70줄에 대부분 들어섰는데, 2세경영인이나 전문경영인이 유지를 잘 받들어 성장시켰으면 하고 임성기 회장은 현역에서 좀더 선도적 역할을 오래 하셨으면 한다. 필자 배노을은... 배노을 비앤피코리아 대표는 중외제약, 한미약품 등 제약산업에서 약 17년간 종사했다. 현재 제약원료 소싱 및 해외제약설비, 제약수출입 컨설팅 등을 하고 있다.2016-09-01 12:14:52데일리팜 -
[기자의 눈] 김영란법 시대와 구원투수 '홍보전문가'9월28일 이른바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으로 제약업계는 분주한 모습이다. 보건의료 분야 공공기관 및 대학병원이 포함된 학교법인, 언론사 등 다양한 주체와 연관돼 있는 김영란법은 제약사들의 리스크 관리와 홍보 부문에 큰 변화를 몰고 올 게 유력하다. 제약사들은 김영란법에 대비해 태스크포스팀을 가동하고 전사교육을 시행하는 등 대응방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이 법은 제약사 대관-홍보전문가들에게는 기회이자 위기다. 잔잔한 파도에서 항해사들의 역할은 눈에 띄지 않지만 험난한 파고 앞에서는 키를 쥐고 있는 항해사들은 당연히 주목받는다. 오랫동안 '한직'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제약 홍보분야는 최근들어 대관, 홍보, 광고 등 커뮤니케이션 기능이 강화되면서 영역도 넓어졌다. 이런 흐름에 걸맞게 홍보인들의 잇단 임원승진도 이어졌다. '구조조정 1순위'에서 비로소 회사의 중심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셈이다.이 같은 인식변화에는 약 40년 홍보 외길을 걸었던 JW홀딩스 박구서 부회장과 최근까지 홍보인으로 활동하며 CEO급으로 성장한 정수현 부사장 등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평가다. 그리고 제약 홍보담당자들의 입지 강화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다.이처럼 홍보인들의 역할론이 부각되는 상황에서 일부 제약사 홍보 책임자들의 퇴직 소식이 들려오고 있어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또 오랫동안 몸담았던 일부 홍보인은 조만간 정든 회사를 떠날 것이라는 소식도 들려온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제약사들에게 리스크 관리가 더욱 중요해진 시점에서 일부 홍보담당 임원들의 이직과 퇴직은 오히려 마이너스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한 회사에서 오랫동안 홍보와 대관업무를 담당한 홍보인들의 가장 큰 무기는 무엇보다 인맥관리와 리스크 관리다. 상대방과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을 때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 경험 많은 홍보인들이다. 홍보전문가들의 잦은 자리이동과 퇴직은 결국 위기 관리가 절대적인 김영란법 시대에 곰곰히 생각해볼 문제다. 홍보전문가들은 '잘하면 본전'이라는 이야기를 입버릇처럼 이야기한다. 회사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홍보인들이 이를 방어하는 것은 제약사 최고경영진들에게는 당연하게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이처럼 '있을 때'는 잘 모르지만 '없을 때' 비로소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는 것이 베테랑 홍보전문가들이다. 김영란법 시대, 대외협력부문 전문가와 홍보인들에게 더 힘을 실어줘야 한다. 제약사들이 위기에 몰렸을 때 진정한 구원투수는 바로 이들이기 때문이다.2016-09-01 06:14:50가인호 -
[기자의 눈] 식욕억제제 허가제한 해제의 행간식품의약품안전처가 마약류 향정약 펜터민과 펜디메트라진 성분 식욕억제제 추가품목 허가제한을 내년 11월부터 해제하기로 했다. 소수 제약사들이 해당 성분 비만약 매출을 점유중인 왜곡된 시장을 바로잡아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결정이다.실제 펜터민·펜디메트라진을 생산중인 제약사는 34개사다. 해당 성분 치료제 한해 생산실적은 약 635억원에 달한다. 지금까지는 식약처가 국민 마약류 안전관리를 이유로 34개사들이 보유중인 635억원 시장에 대한 기득권을 일정부분 인정해주고 있었던 셈이다.식약처는 중소기업 지원을 목표로 간담회를 열고 불합리 시장규제 완화 등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중소제약사들은 펜터민·펜디메트라진 시장독과점과 불공정 경쟁을 논리로 허가제한 해제와 추가품목 시판허가를 요청했다. 식약처가 이를 수용하자 일부 언론들이 국민안전을 뒷전에 두고 제약산업만 지원하는 행정이라며 지탄했다. 마약류 식욕억제제가 폐동맥고혈압, 불안감, 우울증 등 부작용이 심각한데 시장규제를 완화해 경쟁을 활성화시키고 국민안전 수위를 낮췄다고 했다.식약처는 허가제한 해제에 대한 안전관리 대책으로 공표했던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 도입계획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입출고량과 생산·유통 경로가 선명해지는 시점부터 마약류 향정약 허가제한을 풀겠다는 구상이다. 식약처는 국민에 품질 좋고 안전한 의약품을 왜곡되지 않은 시장에서 제공해야할 의무가 있다. 의약품은 필연적으로 약효와 부작용이 공존한다. 특히 마약류 향정신성 약물이라면 약사법 외 마약류 관리법 등으로 보다 높은 수준의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하지만 의약품도 상품이다. 지난해 생산실적 635억원. 펜터민·펜디메트라진 성분의 상품이 형성중인 시장볼륨이다. 허가·유통시장이 왜곡됐다면 자칫 국민들에게 그릇된 가격의 치료제가 공급될 우려도 있다.이번 마약류 식욕억제제 허가제한 논란으로 식약처는 '시장독과점 해소'와 '마약류 약물 부작용 안전관리'를 동시 처리해야하는 충돌지점 위에 섰다. 해당 향정약의 국내외 사용례와 현 시장 현황, 미래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 도입을 종합한 결과를 토대로 허가제한 규제를 풀기로 결정했지만 논란은 지속중이다.논란 속에서 우리는 시장규제 완화를 선택한 식약처 행정의 속살을 조금 더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식약처가 내세운 펜터민·펜디메트라진 시장 독과점 수준은 어느정도인지, 해당 식욕억제제 부작용 관련 대응 비전은 무엇인지 꼼꼼히 따져야 한다.해당 식욕억제제 국내 생산실적은 지난 2010년 약 365억원에서 지난해 약 635억원으로 6년동안 급증했다. 생산실적이 곧장 처방매출로 직결되진 않는다. 하지만 시장수요에 맞춘 의약품이 생산되는 만큼 635억원 생산량은 대체로 기업 매출과 비례해 연동됐다고 봐야한다. 즉 34개 제약사가 지난해에만 635억원 펜터민·펜디메트라진 시장매출에 대한 기득권을 영위해 온 셈이다.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의 경우, 통상 연 100억원 매출이 초과하면 '블록버스터 처방약'으로 평가된다. 수백억원 매출을 상회하는 치료제는 수십~수백여개 제약사들이 특허쟁송과 생동·임상시험 등 절차를 거쳐 제네릭 허가로 시장경쟁에 합류한다.600억원을 초과하는 볼륨의 의약품 시장을 30여개 제약사가 독과점중이란 중소제약사 측 논리와 식약처의 허가제한 완화가 힘을 받는 이유다.안전성도 따져보자. 해당성분 식욕억제제는 향정약으로, 환자는 3개월 동안만 처방이 가능하다. 그 이상 약물을 복용하려면 주치의와 전문의 판단이 필수적이다. 심장질환 유발이나 불안감 등 정신과적 부작용도 확인돼 필요에 따라서는 복용 전 환자 검사나 병용약제 주의도 요구된다.때문에 의사들은 마약류 식욕억제제 처방을 원하는 환자들의 상태를 검진하고, 허가사항에 기재된 부작용을 설명한 뒤 약물을 처방한다. 즉 해당성분의 안전성에 대해서는 완벽한 합격점을 주기엔 부족함이 있는 셈. 워낙 오래된 약물이라 단일제에 대한 장기 처방임상 데이터를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다만 펜터민 성분 비만약은 미국의 경우 처방력이 약 50년이 넘었다. 물론 처방 기간이 해당 의약품 안전성을 담보할 순 없지만 50년동안 의사 처방으로 부작용 관리를 통한 환자 복용이 지속된 점은 팩트다. 미국 등 해외는 펜터민 성분을 복합한 비만신약(제품명 큐시미아, 펜터민·토피라메이트 복합제)의 시판허가도 허용했다.때문에 이미 34개 업체나 마약류 향정 식욕억제제를 생산중인 상황에서 식약처의 추가품목 허가 수용을 막연히 국민안전 위협으로 연결짓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이쯤되자 허가제한 해제에 대한 의사들의 목소리가 궁금했다. 향정 식욕억제제를 처방하는 전문의 시선으로 바라본 식약처 행정과 펜터민 등 성분 안전성을 더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상급종합병원 가정의학과 비만전문의 A교수는 "펜터민·펜디메트라진은 이미 처방중인 치료제가 수십여개다. 추가 품목이 허가돼도 전체 시장파이가 쪼개질 뿐, 의사들의 처방패턴에 영향을 주는 일은 미미할 것"이라고 귀띔했다.서울에서 가정의학과를 개원중인 B의사는 "해당 성분 식욕억제제는 정신과적 부작용 등으로 3개월 처방제한이 있지만, 의사의 환자 모니터링 아래 처방되면 치명적 부작용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 최근에는 비만신약이 2개나 오랜만에 허가돼 펜터민 등은 구형약물로 평가된다"고 했다.허가제한 완화를 결정한 식약처 입장도 들어봤다. 식약처 관계자는 "마약류 비만약 허가제한을 무조건 해제하는 게 아니다. 입출고 내역과 유통라인이 선명해지는 통합관리시스템 시행과 발맞춰 해제하기 때문에 국민안전에 해가되지 않을 것"이라며 "독과점중인 치료제 시장을 개선하겠다는 것인데 마치 지금까지 처방이 허용되지 않았던 성분을 처방 허용하는 것 처럼 일부 기사들이 유통된 점이 아쉽다"고 했다.약효와 부작용 관리가 최우선에 있어야하는 의약품 분야에서 특히나 마약류 향정약은 의존성이나 정신과적 부작용 문제로 인해 정부가 약사법 외 마약류 관리법으로 보다 엄격히 관리중이다. 때문에 지금까지 추가허가 제한됐던 펜터민과 펜디메트라진 식욕억제제의 규제 개방으로 국민안전을 우려하는 것에는 동의한다.수년 째 고요했던 시장이 열리게 되면서 제약사들의 경쟁이 활성화되고 자사 약물을 처방하려 힘쓰게 되면 생산량이 증가하고 국민이 처방받게 될 치료제량도 일시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다만 600억원이 넘는 향정 식욕억제제를 34개 제약사에게만 허용해 합법적으로 기득권층 시장을 형성해줬다는 중소 제약사들의 논리도 타당성이 있다. 그렇다면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으로 추가 향정 식욕억제제 안전관리를 빈틈없이 챙기겠다는 식약처 약속을 믿고 왜곡된 시장 불균형 문제부터 해소할 때가 아닐까.2016-08-29 06:14:50이정환 -
의약품 불법리베이트를 근절한다고?의약품 거래에서 발생하는 리베이트에 대한 논란이 의약업계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문제로 거론 중이다. 논란의 흐름은 리베이트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진 악행으로 근절되어야 한다는 것이다.근절대책으로는 쌍벌제와 투아웃제 등 강력한 규제가 활용 중이나, 문제는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리베이트는 근절되어야 하고, 지금의 방법으로 근절이 가능할 것인가? 대답은 아니다. 리베이트의 근본적인 원인(환경) 규명 후에 그에 대한 대책이 고려되어야 한다.리베이트는 인간의 사회활동 중 물품과 서비스의 거래과정에서 발생하고, 발생할 수밖에 없는 판촉활동이다. 판매를 위하여 기본적으로 활용되는 배려와 보상의 방법인 것이다. 인간이 거래라는 경제활동을 행하는 한 리베이트는 당연한 현상이다. 모든 리베이트를 부정적으로 보거나 죄악으로 취급할 일은 아니다. 문제는 리베이트의 의도, 그에 따른 방법과 수준이다.리베이트는 농작물을 재배하는 밭의 잡초에 비유할 수 있다. 밭에는 잡초가 자라기 마련이고, 잡초는 농작물의 성장에 지장을 초래하는 부정적인 존재이다.잡초의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썩어서 거름이 되기도 하고, 가뭄에 수분의 증발을 억제하여 작물의 성장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농작물의 정상적인 성장을 방해할 정도의 잡초는 부정적이고 제거 대상이다. 잡초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씨앗의 유입을 막고, 비닐 등을 깔아 번식과 성장을 억제하고 그 이후에는 뽑아내는 방법이다.잡초 근절을 위하여 제초제를 사용할 수도 있으나, 제초제는 작물의 성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토양을 오염시켜 결국 밭을 망가뜨릴 것이다.의약품 리베이트라는 잡초를 제거하기 위하여 쌍벌제나 투아웃제 등 규제 일변도의 강력한 방법을 활용하는 것은 잡초 제거를 위하여 제초제를 사용하는 것과 같다. 연구 활동 지원이나 의약품정보의 제공 등 리베이트의 긍정적인 측면마저도 없애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제초제인 강력한 규제는 잡초의 번식과 성장 즉, 리베이트 발생 환경 개선이 전제되어야 한다. 리베이트 발생 후 규제라는 사후관리 보다는 리베이트가 발생하는 원인을 제거하는 사전 예방적 조치가 우선이고, 규제라는 사후관리는 그 이후에 활용되어야 한다.예방적 방법으로 제약업체의 윤리경영, 성실기업인증과 거래투명성 강화 등이 거론되었으나, 적절한 방안으로 활용되지는 못하였다. 기업으로 하여금 눈에 보이는 이득을 포기하라는 윤리성과 자율성의 요구는 현실적이지 못하다. 주는 자의 행동변화만 강조되고 받는 자의 행동변화는 포함되지 않은 것도 문제이다.의약품 거래의 리베이트가 사회문제로 등장한 것은 의약분업과 실거래가상환제 실시 이후이다. 의약분업 이전 고시가 상환 환경에서는 고시가와 구입가 차액을 거래당사자가 적절하게 조정할 경우 상호 이득을 챙길 수 있었다. 합법적인 거래로 차액의 배분이 가능하였다. 의약분업 후 실거래가상환 환경에서 실거래가의 노출은 의약품상한가의 인하를 의미하므로 형식적으로는 상한가에 구입하면서 판매자의 이익을 나눠가지는 불법이 행해질 수밖에 없다.의약품 리베이트의 근본적인 원인(환경)은 판매자의 리베이트 제공 능력과 받는 처방자의 의약품 임의 선택이다. 의약품의 가격이 높을 경우 판매량의 증가는 바로 이익의 증가이고, 이는 리베이트 제공 능력의 확충이다. 리베이트 제공 능력을 줄이기 위해서는 의약품 가격제도가 개선되어야 한다.현행 실거래가상환제를 상한가 상환제로 변경하되, 실거래가를 지속적으로 조사하여 상한가를 정기적으로 조정하는 방법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이 경우 상한가와 실거래가의 차액은 구매자의 이익이 되나, 이러한 현상이 반복되면 상한가와 실거래가의 차이는 줄어드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처방자가 환자를 대신하여 의약품을 선택하는 것이 의약품 처방의 특성이다. 처방자가 의약품을 임의적으로 선택할 경우 판매자는 처방자에게 의존하여 리베이트를 제공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처방자의 의약품 선택이나 변경의 임의성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방법에 따라서는 처방권의 침해라는 문제에 봉착할 수 있다.따라서 우선은 처방자들이 스스로 구체적인 처방지침을 마련하도록 하여 처방의 합리성과 타당성을 객관화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의약품 질 보증을 전제로 동일 약품 간 대체조제나 참조가격제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의약품 거래 리베이트 근절이란 표현이나 목표는 지나친 감이 있고 불가능할 것 같다.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리베이트의 방법과 수준이다. 리베이트의 발생을 예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후에 리베이트의 기준 완화, 리베이트에 대한 처벌 등 규제 강화 및 거래자 간 윤리성이 거론되어야 한다. 잡초 제거를 위하여 제초제를 사용하여 작물과 토양을 모두 망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2016-08-29 06:14:49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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