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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선] 심평원의 혁신의지와 '각자도생'

  • 최은택
  • 2017-06-07 06:14:52

네이버 지식백과는 올해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의미를 이렇게 업데이트했다. "각자가 스스로 제 살 길을 찾는다는 뜻의 한자성어로, 원래 조선 시대 대기근이나 전쟁 등 어려운 상황일 때 백성들이 스스로 알아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박함에서 유래된 말이다. 브렉시트와 미국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등을 빗댄 글로벌 신고립주의를 지칭하는 말로 자주 사용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이병일 약제관리실장은 지난 1일 제약 간담회에서 포지티브 시스템 도입 10년 이후 약제 심사평가체계를 '제로베이스'로 놓고 점검하겠다고 했다. 이 실장은 1시간 30여분 간 '원톱'으로 이런 방침을 설명하고, 제약사 관계자들의 질문에 성실히 답했다.

그는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데다가 조직 장악력도 뛰어난 실장으로 통한다. 그만큼 열정도 많고 조직내 지지도도 높다. 무엇보다 4~5년만에 다시 약제관리실장으로 '컴백'한터라 시스템에 대한 애착도 남다르다. 오랜동안 그를 지켜본 기자는 '선이 굵은 인물'로 기억한다. 게다가 시원시원한 화법으로 청중의 공감을 이끌어내는데도 능한 '재주꾼'이다. 아니 '재주꾼'이라기보다는 그만큼 진정성이 있다.

실제 이날 간담회도 제약계 관계자들은 이 실장의 발언에 상당히 고무됐다. '뭔가 변화가 있겠다'는 기대감이 적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의구심 한줌씩은 가지고 돌아갔다. 왜 일까? 기자도 화두처럼 며칠을 머리 속에 끈을 놓치 않고 되새김질했다. 결론은 '각자도생'이다. 이원화돼 있는 신약 약가결정구조. 정부에 의해서 판이 좌우되는 의사결정구조. 여기서 이 실장의 '제로베이스' 리뷰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생각해보면 간단하다. 사실 지난해 포지티브 10년도 심사평가원과 건보공단은 각자 평가하고 의미를 되새겼다. 이 시스템을 만든 복지부는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 복지부 전임 보험약제과장은 거시적 약품비 관리기전을 검토하겠다고 공언하고 건보공단에 연구용역을 수행하도록 지시했지만, 후임 과장은 '건보공단이 자체적으로 하는 연구용역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고 한 발 비켜섰다. 이게 현 약제관리체계에서 복지부와 심사평가원, 건보공단의 현 주소다.

그렇다면 포지티브 10년과 '제로베이스' 리뷰는 복지부가 나서서 심사평가원, 건보공단 등과 함께 평가하고 개선방안을 고민하는 게 순리다. 더구나 약제급여평가위원회가 지나치게 급여평가에서 가격에 매몰되고, 신약 중 절반 이상이 약가협상을 거치지 않고 등재되는 상황이어서 심사평가원과 건보공단 간 역할이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 때다. 제약계는 10년간 쌓아온 노하우를 기반으로 양 기관이 '모범생처럼 자기 일만 열심히 하면서 전체 그림을 못 그리는 각자도생의 길을 걷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기도 한다.

다시 초점을 되돌리면 이 실장은 이날 심사평가원 약제관리 방향을 설명하면서 '비급여 약제관리'와 '노인 약품비', 이 두 가지에 대해 중점적으로 이야기했다. 첫번째 의제는 대통령 공약과 직접 맞닿은 이슈였고, 두번째 사안은 우리 사회가 시급히 대안을 찾아야 할 과제였다.

이 실장은 이 발언들을 통해 발 빠르고 현명하게 당대의 상황에서 심사평가원의 역할과 중요성에 대해 공개적으로 어필했다. 시의적절한 '시간차 공격' 모드였다. 잘만 된다면 각자도생의 승자는 심사평가원이 될 수도 있겠다. 이 승리는 이 실장이 검토하겠다고 한 '급여 등재 전 무상공급프로그램' 등을 통해 혜택을 얻을 환자들, 바로 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건강보험 약제 관리시스템 전반은 어떨까. 또 '땜질식'으로 시스템에 복잡한 코드만 하나 더 심어넣는 결과를 낳지는 않을까. 무엇보다 이 실장의 진정성이 '각자도생'이 아닌 전체 시스템에 대한 '제로베이스' 리뷰로 이어질 여지는 없는걸까. 비는 와도 해갈은 되지 않는다는 요즘 날씨가 이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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