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젊은약사 10인의 도전적 실험과 대한약사회세상의 문제를 지적하는 머리와 입들은 참 많다. 그렇지만 현장에 뛰어들어 문제의 본질을 찾고 바꿔보려 시도하는 이는 드물다. '옷에 사람을 맞추라'는 군대 언어처럼 불합리한 현실을 곁에 두고 있다보면, 그게 왜 문제였더라? 옆사람에 물어보는 지경에 이르곤 한다. 길들여져 문제를 망각하게 되는 것인데, 시민들이 약국에 가져오는 폐의약품이 그렇다. 왜 폐의약품이 발생하게 됐는지, 왜 시민들에게서 그걸 받아 놓고 끙끙대는지 근본적인 문제는 사라져 버렸다. 대신 선의로 폐의약품 수거 사업을 하는 약국이 고통받는 적반하장이 일어난다. 현상에 집중하다보면 폐의약품을 제 때 수거하지 않는 지자체가 원망의 대상이 된다. 물론 지자체의 느슨한 태도는 문제다.당연히 그러해 보였던 폐의약품에 대해 휴베이스 소속 젊은 약사 10명은 작년 하반기 그 원인과 대책을 제시해 보기 위해 도전적 실험에 함께 나섰다. 말이 좋아 실험이지 '노가다'나 한가지 였다. 이들은 3개월 동안 약국에 모인 6만정 이상 의약품을 일일이 분류하고, 낱알을 세고, 여기에 약가를 곱해 전국 단위서 연간 버려지는 의약품의 총 가격을 추산했다. 그 성과로 어떤 의약품이 많이 버려지고, 발생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이해하도록 단초를 제시했다. 이는 정부와 약사 사회, 그리고 이 사회가 폐의약품 양산 문제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방향성을 보여줬다. 문제의 현장에서 실천한 이 실험은 그래서 의미가 매우 크다. 과장해 이야기하자면 쓰레기 더미를 뒤진 끝에 그 위에 장미꽃을 피워냈다.이해 당사와 관계자들이 다같이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는 오늘의 사회에서 그럴싸한 주장이나, 성명서 한 줄의 힘은 미약하기 짝이 없다. 한 이해관계자의 주장은 또 다른 주장으로 이내 덮이고 만다. 정책 당국자는 고사하고 행인 한 명 설득하기 어렵다. 당연히 의도하는 바를 관철하기 힘들다. 주장을 하려면, 데이터의 뒷 받침이 필요하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후 부랴부랴 수천만원 들여 용역연구를 해본들 소용없다. 이브닝 드레스를 갖춰 입은 여인의 화장한 얼굴에서도 "파티가 열린다"는 사실은 짐작할 수 있다. 해서 그 연구의 목적과 결과는 순수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절하된다. 손 놓지 않고 무엇인가 했다는 정신적 포만감을 빼고 나면 돈이 아까울 따름이다.젊은 약사들이 금쪽같은 시간과 노동력을 들인 이번 연구의 성과는 그래서 더 값지다. 현장의 살아있는 이런 연구 성과들은 앞으로 더 나은 정책 연구에 빛나는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른바 거의 모든 처방마다 들어가다시피하는 소염진통제나 위장보호제 같은 '깔아주는 광범한 처방의 현실'은 어떤 정책으로,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환자 임의로 약 복용을 판단하는 현실에서 약사의 복약지도는 어떻게 진화 발전해야 할지 과제를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개별 약국은 물론 약국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유의미한 정보는 엄청나다. 안전한 의약품 사용에 관한 연구는 물론 환자 행태조사까지 실로 연구의 보고나 한 가지다. 한데 중요한 것은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점이다.약사 사회의 가장 큰 단체인 대한약사회의 정책이 사실은 젊은 약사들의 실험과 같아야 한다. 한 때 인기를 끌었던 '길거리 두더지 잡기 게임'처럼 돌발 사안을 잠재우려 이리저리 바삐 쫓아다니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사회가 급변하며 대처해야 할 현실과 사안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증요법에 몰두하느라 직능의 미래 운명과 직결될 사안의 연구를 내일로 미루는 것은 결코 상책일 수 없다. 인공지능(AI)과 화상투약기, 원격의료, 드론은 가까운 장래에 팔을 뻗어 함께 어깨동무를 할 친구들이다. 필연 이들의 기술은 자고나면 더욱 발전할 것이다. 이를 수익모델 삼으려 욕심내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되는 것은 자명하다. 이들은 그들의 수익모델에 적합하게 다른 보건의료생태계를 조성하려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이번 젊은 약사들의 실험은 폐의약품의 현실과 대처 방안을 넘어 약사 미래의 실존적 가치를 묻고 있다.2017-01-16 12:15:00조광연 -
좋은 연구를 완성도 높은 특허로 바꾸려면최근 대학 혹은 연구소에서 수년간 수십억 혹은 백억여원이상을 투자해서 성숙시킨 기술들이 꿈틀대고 있다. 필자가 아는 꽤 많은 수의 바이오텍 신생기업들 혹은 예비창업자들이 활발히 대학과 협력을 하고 있다.과거에 비하면 우리의 기초연구 역량은 놀라울 정도로 발전했다. 특히 대학교수들과 국책연구소의 연구원들이 그 동안 산업계와의 협력 을 통해서 신약 (바이오신약 포함)들에 대한 지식들과 관점들이 제고되면서 연구 결과를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신약으로 연결하려는 노력은 매우 긍정적이다.최근 산업계 전문간행물인 BioCentury에 실린 비교 통계는 이 시점에서 우리에게 시사적이다.중국 명문 칭화대학교의 2015년 특허출원 건수는 약 1800여건인데, 이 중 기술이전되는 비율은 1%가 채 되지 않는다. 이에 비해 창업의 메카인 미국 스탠포드대학교의 2014년 특허출원건수는 240여건로 칭화대의 1/8정도지만, 기술이전 비율은 무려 40%이다.연구비나 연구인력 등을 고려하면 스탠포드 대학이 훨씬 많아야 할 것 같지만 스탠포드 대학은 상업적 가치가 큰 완성도 높은 소수의 특허들을 출원하는 반면, 중국 대학들은 완성도와는 상관없이 특허들을 대량으로 출원하는 것이다. 이는 중국 정부의 대학역량평가에 특허출원·등록 건이 포함됐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있다.국내 대학교나 정부출원연구소 기술 도입을 위한 검토를 할 때 가장 신경을 쓰는 것은 특허의 완성도이다. 특허라는 지적재산을 근거로 향후 전임상과 임상 등 수백억원을 들여야 하는 입장에서는 특허 완성도는 건물에 비한다면 기초와도 같기 때문이다. 아무리 아름답고 멋진 집을 지은 들, 그 토지에 대한 소유권이 불명확하거나 약하면 이 얼마나 허망한 경우이겠는가?어떻게 하면 특허의 완성도를 높여서 상업적 가치를 높일 수 있을까?첫째, 특허 청구항들이 방어가능한 넓은 권리를 주장하고 있고 그 청구항들을 뒷받침하기 위한 실시예들이 다양하고 충분해야 한다. 사실 좋은 특허는 이러한 실시예들을 풍부하게 넣다 보니 다양한 실험들을 하게 되고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게 된다.둘째, 특허 출원된 국가의 수가 충분해야 한다. 현재 대부분의 국내 대학이나 연구소에서는 진입 개별국 수는 5개 (대한민국, 일본, 중국, 유럽, 그리고 미국)이다. 그런데 다국적제약사의 기준으로 하면 진입 국가수는 20여개국이다. 진입 국가 수를 늘리려면 당연히 비례해서 특허비용이 늘어나게 된다.셋째, 하나의 특허로 권리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 다수의 후속 혹은 관련 특허로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야 한다. 원특허에 기반하되 이를 강화할 수 있는 부가적인 특허들을 출원함으로써 특허의 포트폴리오를 형성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국내 현실은 중국보다는 좋다고 말할 수 있지만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하면 아직도 개선해야 할 점들이 많다.특허의 완성도가 낮은 여러가지 배경 중에,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특허출원 혹은 등록건수가 평가지표로 활용되면서 양 위주로 특허를 내야 하는 '보이기식 평가지표'가 있다. 이러다보니, 미성숙한 상태로 특허를 내게 되고 청구항을 충분히 넓게 받지 못하게 되면서 추격자들이 회피한 불완전특허들을 양산하게 되는 것이다.또한 대학이나 연구소들이 특허관련 자체 재원이 없이 정부지원에 의존하다 보니, 특허보강을 위한 연구비 확보가 어렵다. 서둘러 특허를 내면서 보강연구를 할 수 있는 재원도 없는 것이다.이런 상황에서 가능한 대안들은 무엇일까?먼저, 특허 출원 전부터 기업체들과 협력하면서 충분한 실험 결과를 확보하여 완성도 높은 특허를 출원하는 것이다. 기업들은 대학이나 연구기관들보다 특허에 대한 인식과 경험이 훨씬 축적돼 있고 특허보강을 위한 연구에도 익숙해 있다.아울러 대학 산학협력단에서 자체 재원을 마련하여 유망한 대학 기술을 특허 출원 전단계부터 자문하고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산학협력단도 이제는 재원과 인력을 보강해 초기의 '단순 행정처리 기관'에서 탈피해서 부가가치를 제공하는 '지적재산권화 전문기관'으로 발전해야 한다.대부분의 대학이 교원들이 확보한 연구비에서 간접명목으로 20~40%를 떼고 있으니 이 중 일부를 연구자들에게 '지적재산권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지 않을까?위대한 과학적 발견이 지적재산권이라는 제도를 통하여 '권리화'하려면 연구만큼 중요한 전문성과 투자가 필요하다. 이를 소홀히 하면 마치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 건물을 짖고는 등기를 하지 않아 권리 주장을 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우를 범하게 된다.왜 스탠포드 대학의 특허출원 건수가 그렇게 작은지를 한번 고민해보고 '건수' 위주의 특허관리에서 '완성도' 중심 특허관리로의 인식전환을 서두르자.2017-01-16 06:14:51데일리팜 -
[기자의 눈] 다국적제약기업과 오너십 부재개봉한지 2년이 다 되어가는 영화 '베테랑'을 최근에야 보게 됐다. 안하무인 재벌 3세 역을 맡은 배우 유아인 씨의 연기도 인상적이지만, 영화 속 전개가 우리네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으리란 생각에 가슴 한켠 씁쓸함을 지울 수 없었다. 왜곡된 주인의식에서 비롯된 일부 경영진들의 갑질 행태. 제약업계에서도 예외는 아니란 생각 탓이다.그런데 요근래 만나본 #다국적 제약사 직원들은 정반대의 불만사항들을 털어놨다. 기업문화가 비교적 합리적일 것 같은 외국계 회사에서는 되레 경영진들의 '책임의식 부재'로 인해 노사갈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기본적으로 한국 직원들에 대한 애착이 없는 데다, 성과를 쌓은 뒤 승진하려는 욕구가 강하다보니 직원들 복지는 뒷전이라는 것. '본사 방침'이란 핑계로 직원들의 요구는 묵살한 채 근로기준법을 어기는 일도 비일비재하단다. 한국인 사장도 예외는 아니라고 토로했다. '바지사장', '꼭두각시'라는 극단적 표현이 이들의 심경을 대변해주는 말이리라.지난해 2월 리베이트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은 뒤 크라우스 리베 임시대표가 9개월째 공백을 채워가고 있는 #노바티스만 해도 그렇다.내부사정이야 다르다지만 회사를 포함해 전현직 임원들이 줄줄이 연루된 법정 공방을 진행 중인 한국노바티스는 권한대행이나 다를 바 없는 임시대표 체제를 9개월째 이어오고 있다. 때문에 기약없이 '임시사장'의 지시를 따라야 하는 노바티스 직원들의 속앓이가 만만치 않다는 후문이다. 본사가 한국법인의 철수를 심각하게 고려 중이란 소문이 끊이질 않는 것도 '임시'라는 직함과 무관하지 않으리라 판단된다.며칠 전 만났던 한국노바티스의 직원은 "한국법인을 철수하다는 설은 근거없는 낭설에 불과하다. 크라우스 리베 사장이 단기 공백을 메우기 위해 한국에 와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임시대표 체제가 장기화 되면서 조직 내부에 불안심리가 확대되고 있음을 일부 인정했다. 리베이트 기업이란 오명을 씻고 경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평가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내부 쇄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일부 직원들은 "이러다 신임 대표가 오면 성과기반 평가방식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는 얘기였다.임금협상 결렬로 인해 사측과 갈등의 골이 깊어져 가고 있는 노조원들이나 일부 직원들의 주장만 듣고서 다국적 제약사들 전체를 매도하고픈 생각은 전혀 없다. 취재를 하다보면 "저 회사 참 다닐 맛 나겠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 기업도 분명히 있다.다만 "부당대우를 받고 있다"거나 "불안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업무에만 매진할 수 있는 근로환경을 만들어 나간다는 게 그토록 이상적인 주장인건지, 한번쯤은 다같이 고민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한국 직원들이 원하는 건, '진정한 오너십'이다.2017-01-16 06:14:50안경진 -
"약사의 중재는 환자를 보호한다"2016년 5월 인천의 한 여성이 사전피임약 야스민을 처방받아 복용한 후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야스민 복용 후 환자가 사망한 사례는 국내에서 두 번째다. 첫 번째 케이스에서 유가족이 처방한 의사를 대상으로 재판을 진행하였으나 의사는 무죄 확정 선고를 받고, 그 삼 년 후에 또 다른 희생자가 발생한 것이다. 그 중 첫 번째 케이스에 대해 좀 더 얘기해보자.2012년, 4월 한 20대 여성이 산부인과 의사로부터 월경통 때문에 처방 받은 '야스민'을 복용하다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이 여성의 사인은 폐혈전색전증이었다. 유가족은 의사에게 책임이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재판부는 의사에게 무죄를 확정했다. 사망자의 직접적 사인인 폐혈전색전증과 관련된 병력이 없었고, 약물의 부작용에 대한 설명을 약사로부터 들었기 때문에 설명의무 위반과 이 사건의 인과관계도 적다는 것이 무죄판결의 이유였다.사망한 문제의 환자는 과거 편두통과 자궁내막근종을 진단 받은 경험이 있었다. 이 여성의 병력을 살펴보면 의사가 야스민을 처방했다는 사실이 놀랍다. 왜냐하면 이 병력들은 합성 여성호르몬제 복용 시 주의를 요하는 조건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특히 편두통의 측면에서 볼 때, 특히 "AURA"와 같은 신경학적 증상을 동반하는 편두통은 야스민 복용의 금기 요건에 해당한다. 상대적으로 편두통 병력을 가진 여성들은 편두통이 없는 여성들보다 혈전 생성 위험이 더 높다고 간주되기 때문에 합성여성호르몬 복용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 그런 환자에게, 사전피임약 중에서도 가장 혈전 위험이 높은 4세대 약물인 야스민을 의사가 처방했다는 것은 놀랍지 않을 수 없다.여기서 나는 생각해본다. 만약, 약사가 좀 더 적극적으로 환자의 처방전에 개입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그렇다면 사건의 결말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환자의 병력을 듣고 의사에게 직접 전화해서 처방을 바꿀 수 있었다면, 그리고 환자에게 혈전의 위험과 그 경고 증상에 대해 적극적으로 말하고 대처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더라면 말이다.사실 약사의 의사 처방에 대한 중재(intervention)는 의약분업이 선행된 선진국에서는 아주 중요한 약사의 역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왜냐하면 이것은 지극히 환자 중심의 약료서비스이며, 환자의 이익(benefit)에 부합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우리나라는 약사가 감히 의사에게 처방에 대해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의사에게 종속되어 있는 비정상적인 구조 속에서 의사와 관계가 틀어질 것을 각오하고 약사가 자기 소신을 펼치기는 매우 어렵다. 설혹 용기를 내어 병원에 전화를 해도 의사와 직접 통화할 수 있는 기회조차 얻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의사들의 눈치를 보는 시스템에 갇혀버린 한국 약사들은 호부호형을 못하는 홍길동에게 동병상련을 느낄 뿐이다.다시 사망한 20대 여성에게 돌아가보자. 그리고 그날, 그 여성이 율도국에 있는 나의 약국에 왔다고 상상해본다. 야스민이 처방 나왔지만, 환자가 편두통 병력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아무 거리낌도 없이 의사에게 전화를 걸 수 있는 율도국의 약사가 있는 곳 말이다."선생님, 이 분이 편두통 병력이 있는데요, 비록 AURA와 같은 전조증상은 없는 경우라 금기 사항은 아니지만, 편두통이 없는 분들보다는 혈전 위험이 높다고 생각되니까요, 4세대 말고 상대적으로 혈전 위험이 적은 2세대 약물을 처방하시면 어떨까요?" 약사의 이런 제안에 율도국의 의사는 흔쾌히 오케이 사인을 준다. 그것이 환자에게 더 나은 선택이라는 것에 동의하기 때문이다.그리고는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환자에게 약을 건네주며 다리 통증 등 혈전 위험을 암시하는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이나 약국에 연락을 취할 것을 당부한다. "감사합니다." 인사하며 나가는 환자를 보며, 율도국의 약사는 혼자 읊조린다. 약사의 중재는 환자를 보호한다.2017-01-13 12:14:52데일리팜 -
[사설] 초고가약 유통과정 부작용들 살펴 봅시다최근 선보이는 신약들이 '고가화'되면서 예기치 못했던 문제들이 유통과정에서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같은 문제들은 대개 이 신약을 적시에 필요로 하는 환자들의 접근성을 떨어트리는 쪽으로 귀결될 것으로 우려된다. 냄비 안의 개구리가 수온 변화를 얼른 알아채지 못한 것처럼 '고가약 시대'도 그렇게 우리 곁으로 은근슬쩍 다가왔다. 그런데 이를 당연한 것으로 수용할 수 만은 없는 상황들이 감지되고 있어 사회적 관심과 논의가 필요하다. 데일리팜은 신년 기획으로 '고가의약품이 유통과정에서 유발시킨 문제점' 을 의제로 제시한 바 있다.실제 고가의약품을 말하기란 쉽지 않다. 어떤 의약품의 가격을 높다 혹은 낮다라고 말하려면 기존의 의약품은 물론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물품 가격과 견줘 볼 수 밖에 없는 상대적 개념이기 때문이다. 가격을 겪어보고 나서 '그렇게나 비싼가'라고 체감적으로 말 할 수는 있겠지만, 이를 의약품의 경제성 평가 영역으로 끌어들이면 이 또한 쉽게 말할 수 없는 처지가 된다. 신약의 삶의 질 개선효과라든지, 신약 투여의 결과가 입원비용을 낮춘다든지, 기존 치료에 비해 삶의 질은 높이면서도 사회적으로 감당할만한 가격 수준이라든지 '비용대비 효과'라는 경제성 잣대 탓이다.그렇다고 그냥 두자고만 할 수도 없다. 점차 신약들의 가격은 자연스레 높아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투자대비 신약개발 효율이 낮아지는 상황에서 제약회사들은 희귀의약품을 통로 삼아 이를 개발한 뒤 적응증을 넒혀가는 트랙을 밟고 있다. 소수 환자를 겨냥한 신약개발의 리스크가 높은 가격으로 보상되는 논리가 통용되는 탓이다. 이 뿐 아니라 면역 항암제 등 바이오의약품 역시 체감적으로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일부 분야 의약품의 가격이 높다고 하지만, 앞으로 신약의 가격은 높아지고 기존 의약품들은 퇴장방지의약품 목록에 넣어 보호해야 할지도 모르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건보재정과 고가약의 상관성이라든지, 경제수준에 합당한 사회적 수용가격 같은 거시적 논의가 필요하다.그러나 유통과정에 드리워진 고가약 시대의 그늘은 무엇보다 우선해 걷어내야 할 현실적 문제들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카드수수료일 것이다. 예를 들어 조제료가 1만5000원인데, 카드수수료가 4만원, 5만원인 사례가 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배보다 배꼽이 큰 이 모순은 약국이 아무런 이익을 취하지 않는 전문의약품의 환자 본인부담금이 총 거래액으로 잡히면서 카드수수료가 생성되기 때문이다. 약국은 심각한데 카드사는 웃는 이 불합리를 어떻게 할 것인가. 그렇다보니 약국들은 이들 의약품을 취급하지 않으려하고, 결과적으로 환자들이 불편을 겪게된다.의약품 유통 이해관계자들의 '고가약시대에 관한 이해'도 필요하다. 약국은 카드수수료로 인한 조제료 잠식을 원망하며, 원체 고가다보니 관리 과정서 훼손되거나 잃어버린 의약품을 제약사에게 보전해 달라며 갈등이 야기된다. 처방패턴과 다른 고가의약품의 용량은 또 어떤까. 피같은 약을 버리는 것을 그저 방치해야만 할까? 외래처방한다고 해 고가의 생물학제제를 들여 놓았던 약국이 처방은 나오지 않고, 반품조차 되지 않는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 결손 보완을 하겠다며 제약회사 출고전 품질 검사용 제품을 달라는 요양기관의 요구는 합당한가. 고가약을 출발점으로 일어나는 문제들은 결코 하찮은 것들이 아니다.2017-01-11 12:14:52데일리팜
-
"미국 퍼스트 제네릭 의약품 도전할 때"미국은 전 세계 1200조 의약품 시장의 약 35%를 차지하는 거대시장을 이루고 있다. 미국으로 진출한다는 의미는 제약기업이라면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미국 FDA는 세계 규제를 선도하고 있고, 전 세계 다국적 제약기업의 상위 15개 기업중 8개가 본사가 있으며, 지금까지 개발된 신약(NCE)의 57%가 미국 국적의 제약기업들이 개발하였다.따라서 미국의 제약산업은 시장, 규제, 기업 등 요충지로 미국 진출을 하지 않고서는 글로벌 제약기업으로 거듭나기는 한계가 있다.이와 같은 맥락에서 6년전인 2011년에 정부와 민간합동의 북미진출 특화 전략인 '콜럼버스 프로젝트'를 재조명할 필요성이 있다. 콜럼버스 프로젝트는 미국진출 가능성이 높은 품목 또는 기업을 선정하여 한정된 예산이었지만 미국진출을 위한 정책적 분위기조성과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었다.콜럼버스 프로젝트는 성과로도 이어졌다. 2003년 LG생명과학의 팩티브가 미국FDA에 승인된 이후 상당한 시간에 흐른 이후에도 미국은 국내 제약기업들이 넘기에는 너무나도 큰 장벽이었다.그러나 콜럼버스 프로젝트에 선정 품목 또는 참여기업중에 한미약품은 2013년 8월에 에소메졸 미국진출 1호 개량신약으로 허가받았고, 대웅제약은 2016년 1월에 메로페넴 미국진출 1호 제네릭 의약품으로 허가받았다.녹십자의 면역블로불린 IVIG-SN은 허가권에 있으며, 바이로메드의 유전자치료제 등이 허가를 위한 막바지 임상단계에 있다. 이외에도 콜럼버스 참여기업이었던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 램시마, SK케미칼의 A형 혈우병치료제 앱스틸라, 동아ST의 항생제 시벡스트로가 미국시장 진출에 성공하였다. 2011년 콜럼버스 프로젝트는 2012년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사업으로 연계되면서 우리나라 제약산업의 발전의 혁신모델로 발전하였다.미국에서 신약을 임상시험한다는 것은 다국적 제약기업과 협력의 가능성을 높이고, 글로벌 신약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제네릭 의약품 또는 바이오시밀러도 미국에서 허가 받는 것은 품질을 인정받고 수출시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지금까지 기업의 노력으로 미국에서 신약과 바이오시밀러가 허가 또는 기술수출은 글로벌 진출의 기반을 마련하였다. 그러나 제네릭 의약품은 대웅제약이 제네릭 의약품으로 허가받아 의미 있는 도전이라고 생각되나 보다 고부가가치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세계 50대 제약사(pharmexec, 2016년 보고서)중에는 신약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발전한 기업들도 있지만 제네릭 의약품을 중심으로 성장한 기업들도 있다. Teva(이스라엘, 13위, $17B), Mylan(미국, 21위, $9.3B), Sun(인도, 31위, $4.5B), Aspen(남아공, 46위, $2.5B), Hospira(미국, $2.13B) 등은 미국에서 특허도전을 통해 글로벌 제약기업으로 도약한 대표적인 기업들이다.Paragraphfour.com에 의하면 2003년~2011년 동안 퍼스트 제네릭 특허도전 건수는 Teva가 141건, Mylan 109건 등으로 글로벌 제네릭 기업은 주요전략임을 알 수 있다. 세계적인 위치에서 국내 상위 제약기업들도 중소 제약기업이다.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신약만이 길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제네릭 의약품 분야도 한정된 내수시장보다는 새로운 신시장을 개척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한다면 충분히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생각한다.미국은 값비싼 오리지널 특허보호 의약품을 저렴한 제네릭 의약품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Hatch의원과 Waxman의원이 발의하여 1984년 입법이래로 의료비 절감에 기여해 왔다. 미국제네릭의약품협회(GPhA)에 따르면 2006~2015년 10년간 총 1조4,600억불을 절감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이와 같이 저렴한 제네릭 의약품이 유입이 될 수 있도록 최초 특허도전을 통해 성공한 제네릭 의약품에 대해 6월의 시장독점권을 부여하는 인센티브 제도를 두고 있다.미국에서 퍼스트 제네릭으로 특허도전은 비용과 노력이 많이 든다. 특허소송비용만 하더라도 적게는 몇십억에서 많게는 몇 백억까지 발생하고 퍼스트제네릭 허가 받은 품목은 2013년에 47개, 2014년에 27개, 2015년에 16개 등 신약으로 허가 되는 건수 정도만큼이나 적다.그러나 세부적으로 내용을 살펴 보면 어려운 시장이지만 철저한 준비와 전략이 있다면 어렵지 않은 진출일 수 있다. Pararaphfour.com가 339건의 소송 건수를 분석한 결과 이중 168건(약 50%)가 오리지널 특허권자와 합의가 되었고, 법원 판결중 72건(약20%)가 제네릭 의약품 특허도전 제약회사가 승소하여 전체적으로 약 70%가 제네릭 의약품 특허도전 기업에게 유리한 결과로 이어졌다.글로벌 신약이 성공하기 위해서 1만분의 1이라는 성공확률에 비하면 70%는 매우 높은 수치이다. 금전적인 이익도 상당하다. 최종적으로 법원판결까지 가지 않더라도 합의시 막대한 합의금을 받을 수 있고, 법원판결을 통해 승소시 6개월 독점권을 받으면 6개월내에 오리지널의약품 가격의 약90%로 대체조제 활성화를 통해 60~70%를 시장 잠식하여 막대한 이익을 낼 수 있다. 실제 MSD의 Cozaar/Hyzaar의 경우, Teva가 특허도전을 성공하여 6개월 동안 3천억원의 매출을 올렸다.미국 제네릭 의약품의 경우, 허가 장벽 보다는 특허 장벽을 어떻게 접근하느냐가 성공의 열쇠일 것이다. 국내 기업들이 자체 생산을 통해 접근하는 것은 미국의 cGMP기준 등 허가 장벽이 매우 높아 특허장벽과 허가장벽을 모두 소화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허가 장벽은 미국내 CMO와 CRO를 활용하여 접근하고 특허도전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된다.최근 기업방문을 통해 현장에서 느끼는 분위기는 국내 상위 제약기업들의 대부분은 글로벌 신약개발에 집중하고 있고, 미국으로 제네릭 의약품 진출에 있어서는 관심 있는 기업들은 많지는 않는 것 같다.오히려 삼천당제약과 같이 중소제약기업들이 미국 시장에 적극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국내 상위 제약기업들이 지금까지 갖고 있는 풍부한 특허분쟁경험과 인적자원이 있기 때문에 신약개발이외에 퍼스트 제네릭 의약품 특허도전을 통해 미국진출을 고려하는 것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데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우리나라는 허가특허연계가 2015년 3월에 시행됨에 따라 미국의 Hatch-Waxman법과 유사하고 이를 통해 학습과 경험을 쌓았다. 이러한 경험이 미국 등 해외로 눈을 돌릴 수 있는 방향성이 필요하다. 하지만 국내는 허가특허연계 제도가 내수시장을 중심으로 우선판매권을 향한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의약품 특허조사기관인 코아제타에 의하면 국내 허가 특허연계가 시행되기 전의 특허분쟁은 2013년 73건, 2014년 247건에서 허가특허연계 시행 후 2015년에는 1990건으로 대폭 확대되었다.국내에서 허가특허연계 제도하에 우선판매권을 받으려면 최초 허가신청과 함께 최초 심판청구가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미국달리 권리범위확인, 무효 등 심판제도를 별도로 두고 있다. 우선판매권을 확보하기 위해 기업들은 기본 요건을 갖추기 위해 법논리 개발을 떠라 심판부터 청구해야 한다.이는 다수의 특허심판청구로 이어지고 이로 인해 불필요한 특허소송의 막대한 비용을 지불해야하는 사회적인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과열된 특허소송을 완화하고 법논리 개발을 통해 미국의 퍼스트제네릭 도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그중 대안중의 하나가 미국처럼 최초허가신청자로 한정하여 특허심판은 기업이 자율 또는 선택사항으로 하여 허가신청후 특허분쟁시 고려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방법으로 보인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 대표 식약처 정책자문위원 차의과대학교 보건의료산업학과 겸임교수 숙명여대 임상약학대학원 전 겸임교수 보건산업진흥원 前제약산업지원단장 고려대학교 과학기술정책학박사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되면 기존의 오바마 의료개혁을 수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의료비를 GDP의 16.4%로 OECD평균의 약 두 배를 지불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값싼 제네릭 의약품 등이 유입될 수 있는 트럼프 행정부 역시 정책지원은 불가피해 보인다.국내 기업들이 신약개발은 중장기적으로 기업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만 한편으로 미국의 거대시장에 정책 환경을 고려하여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퍼스트 제네릭을 위한 도전은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된다.2017-01-09 06:14:51데일리팜 -
[기자의 눈] 의사 패권주의 부추기는 보건복지부?의사협회를 제외한 의료인단체나 약사단체 관계자들은 최근 몇년 새 부쩍 푸념이 늘었다.복지부가 의사단체만 신경 쓰느라 혈안이어서 다른 단체는 존재감이 없어졌다고 입을 모은다. 이해가 안되는 건 아니다.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등 국정과제를 추진하기 위해 의사협회의 도움이 절실하니 나름의 사정이 있는 것이다.이 뿐 아니라 복지부 입장에서는 보건의료 정책을 원만히 수행하는 데 있어서 의사단체의 협조가 필수적인 건 맞다. 그럼에도 복지부의 이런 태도는 의사단체의 패권주의를 부추긴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근래 의료계 가장 '핫이슈'로 부상한 노인외래정액제를 보자. 노인정액제는 지속적인 수가 인상으로 초진료가 정액제 구간 상한금액에 근접해지면서 개선요구가 수년째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물론 의사협회의 목소리가 가장 컸고, 요구도 훨씬 적극적이었다. 의과의원이 느끼는 체감도가 다른 기관에 비해 월등히 높은 탓이다. 실제 2015년 기준 정액제 적용을 받은 노인환자 57.6%는 의과의원 환자였다.하지만 노인정액제는 의사협회와 의과의원만의 일이 아니다. 치과의원, 한의원, 보건의료원, 약국 등도 적용대상이다.따라서 노인정액제 개선논의는 의사협회 뿐 아니라 치과의사회, 한의사회, 약사회 등이 참여하는 협의틀에서 시도되는 게 합당하다. 그런데 복지부와 의사협회는 노인정액제를 의-정 협의 의제로 삼아 샅바싸움에 한창이다.이 상황만 놓고 보면 노인정액제가 의과의원 고유의 정책현안으로 비춰진다. 당연히 치과의사회, 한의사회, 약사회 등 다른 단체는 적어도 이 사안에 있어서는 대화 파트너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한 단체 관계자는 "의-정 협의에서 결정된 방식대로 개선한다는 말은 들었는데, 다른 단체를 '마이너' 취급하는 복지부의 행태는 분명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단체 관계자는 "의사협회의 패권적 태도가 문제이지만, 복지부도 이를 조장하거나 부치기는 형편"이라고 쓴소리를 냈다.복지부가 최근 들어 다른 단체와도 의-정 협의와 유사한 협의틀을 마련해 정책협의를 추진하기로 한 건 그나마 다행이다.그러나 복지부가 의사 패권주의를 부추긴다는 비판을 상쇄하려면 지금이라도 노인정액제는 의-정협의가 아닌 다른 협의틀에서 재논의하는 게 합당해 보인다. 국민건강을 지키는 파수꾼 중 하나로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보건의료 전문직역인 비의사 보건의료인들에게 '자괴감'을 심어주지 말기를.2017-01-09 06:14:50최은택 -
[기자의 눈] 그 약사가 한말은 "뭐 필요하대요" 뿐새해 첫날 체기가 있어 집을 나섰다. 밤 10시가 넘은 늦은 시각, 문 연 약국이 있을까 싶어 당황하고 있을 즈음 반가운 불빛이 눈에 띄었다. 주말인데다 신정 연휴였던 만큼 기대치 않던 터에 왈칵 고마운 마음마저 들었다. 하지만 그 고마움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뭐 필요하대요?" 늦은 시간 찾아온 불청객 때문이었을까. 약사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한껏 귀찮은 표정을 지어보였다. 증상을 이야기하자 돌아온 반응은 싸늘했다. 별다른 말없이 약장에서 약을 꺼내와 건넨 약사는 '식후 하루 세 번'이란 한마디에 곧바로 손을 내밀며 약의 가격을 불렀다. 약국을 들어서 나가기까지 채 1분도 걸리지 않았다.고객이 '을'이 돼 버린 순간, 어찌보면 묻고 또 듣고 싶었는지 모른다. 상태를 이야기하고 그의 조언을 들으며 더 맞는 약, 더 많은 정보를 그의 입을 통해 알고 싶었던 것이다. 손쉽게 휴대폰에 검색해 찾아볼수도 있었지만 전문가라는 약사에게서 듣는 그 어떤 '말', 그리고 '소통'이 당시는 절실했던 것이다.좋지 않은 기억을 굳이 꺼낸 것은 최근 만났던 한 약사회장의 말을 들으면서였다. 그는 "요즘 환자는 약국에서 들을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토로했다. 미디어와 인터넷, 스마트폰, SNS 등을 통해 넘쳐나는 정보를 쉽게 접하면서 약국 안에서 약사와의 소통을 환자가 스스로 회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약국이 환자와 소통할 수 있는 환경 마련이 절실하다"고도 했다. 그의 말에 무조건 공감할 수 없다.약국 안에서 약사와 고객 사이의 소통이 절실하다는 그의 말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그 원인을 약국이란 공간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부터 '환자'로 불리는 고객에게만 돌릴 수 있는지 의문이다. 고객 이전에 그들을 맞는 약사들도 소통을 위한 마음가짐이 돼 있는지 묻고 싶어진다.지난 한해 어느 때보다 불통이 가져오는 참담한 결과를 보고 느꼈지 않나. 한 국가의 리더가 고수한 불통의 대가는 가혹했고, 국민 자존심은 심각하게 망가졌다. 한마디로 국가, 사회 전체가 불통의 틀에 갇혀 경청과 이해를 상실했던 2016년이다. 소통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꼭 말이 아니어도 상대가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는 눈빛, 손짓, 경청만으로도 통할 수 있는 게 곧 소통이다. 환자가 돼 보니 약사가 건네는 따뜻한 눈빛, 경청, 몸가짐, 그리고 진심어린 한마디가 얼마나 소중한지, 절실한지 비로소 나 역시 깨닫게 됐다."이러니 약사들이 욕을 먹지!" 약국가만 10년 넘게 출입하고 취재하며 누구보다 약사를 이해하고 있다고 자신했었는데, 그런 믿음이 새해 첫날 무너졌다. 그 약사 오늘 안좋은 일이 있었을까? 공연히 여러 생각이 겉돌았다. 그날 밤 에피소드는 '그러면 너는 어때?'라는 자문에 이르고서야 흐릿해 졌다.2017-01-05 06:14:51김지은 -
요양기관 현지조사 지침 개선된 건가복지부가 요양기관 현지조사 지침을 개정해 1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계기는 현지조사 관련 한 의원 원장의 불행한 사건이었다.30개월 동안 비급여를 급여로 착오 청구한 내역에 대한 현지조사의 압박이 불행의 원인이라는 의료계의 주장이다. 의료계 주장이 사실이라면 해당 의원에 대한 현지조사는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30개월 동안 상식을 벗어난 동일한 실수가 반복되었다면 요양기관의 고의나 실수 여부 이전에 심평원의 심사과정에서 지적·조정되었어야 한다. 심평원의 심사과정에서 처리되지 못하고 현지조사 대상으로 복지부에 의뢰되었더라도, 복지부는 현지조사 이전에 심평원 차원의 조치를 우선하였어야 한다.복지부와 심평원의 부적절한 행정 처리에 의료계가 반발하고 시정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고, 이에 대하여 정부는 현지조사에 대한 지침을 개정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현지조사는 복지부가 제시한 바와 같이 요양급여와 요양급여비용 청구의 적정화를 통하여 적정 진료의 제공과 이용은 물론 건강보험재정을 보호하기 위한 행정조사이다. 또 건강보험 관련 제도 운영의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이다. 무절제한 의료이용과 무한경쟁의 의료공급 상황에서 행위별수가제라는 지불제도를 활용하는 과정에 발생하는 문제의 대응 방안 중 하나이다.따라서 건강보험제도 운용의 현 상황에서 현지조사는 그 목적 달성을 위하여 기본적인 방향에 대한 검토가 필요할 것 같다.첫째, 현지조사는 적발과 처벌로 재정을 직접적으로 보호하는 것 보다는 부적절한 진료나 청구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을 우선으로 하여야 할 것이다. 현지조사 이전에 모든 요양기관을 대상으로 심사와 평가가 시행되고 있다.대부분의 부적절한 행태는 심사와 평가에서 적발하여 시정하고, 이 과정에서 적발되지 않은 부분도 사후에 점검한다는 경찰효과를 활용하는 것이다. 요양기관의 수를 보더라도 예방 목적은 당연하다. 복지부가 심평원을 활용하여 8만8천여 개 모든 요양기관을 현지에서 조사할 수도 없고, 조사할 필요도 없다.1년에 1천 개 요양기관을 조사한다하더라도 모든 기관을 조사하기 위해서는 88년이 걸린다. 불가능한 일이다. 현지조사가 예방 목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이다.둘째, 현지조사의 투명성과 공정성은 법적 근거를 기반으로 하여야 할 것이다. 현지조사는 건강보험법(제97조)의 보고와 검사 중 검사에 해당하는 행정행위이다.현행 규정에는 복지부가 검사할 수 있고, 검사 시 공무원은 권한을 표시하는 증표를 제시하여야 한다고만 규정되어 있다. 법의 집행을 구체화한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은 물론 고시도 없다. 이 결과 복지부의 자의적인 행정 집행이 가능할 수 있는 것이다.셋째, 현지조사는 심사·평가와 연계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 요양급여비는 8만8천여 요양기관이 연간 14억여 건을 청구하고 있다. 모든 청구서를 일일이 심사하는 것은 이미 불가능할 일이 되었다. 따라서 심사·평가는 소위 빅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심사 보다는 평가를 우선하여야 한다.요양기관, 질병 또는 사례별로 분석한 결과 비정상적인 건을 정밀하게 심사·평가하고, 그 결과의 내용이나 정도에 따라 현지조사 대상을 선정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시도는 다양하고 정밀하며 일관성있는 데이터분석이 전제되어야 한다. 심평원의 지원이 늘어나고, 지원의 심사 대상 기관이 늘어나는 추세에서 데이터분석의 일관성이나 정밀성은 더욱 강조되어야 한다.이를 위하여 심평원 내부 데이터분석 체계는 물론 현재 독립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심사·평가 및 현지조사 업무를 연계한 업무체계 설계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현지조사의 현실성과 실효성 측면을 고려할 경우 복지부가 발표한 지침은 검토의 여지가 있는 것 같다.조사대상의 선정과 행정처분에 투명성과 공정성 그리고 합리성을 도모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 방법이 별도의 위원회이어야 하는 지는 의문이다. 조사대상의 선정은 긴급조사를 제외하고는 심사·평가 결과를 활용하는 것이 투명하고 공정할 것 같다. 행정처분도 합리적이고 적정한 처분기준의 마련이 별도의 위원회 보다 우선되어야 한다.자진신고에 대하여 부당금액의 50%를 감경하는 행정처분 기준은 상식적이지 않은 것 같다. 적발 우려가 있으면 자진 신고하는 탈출구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 심의위원회의 감경도 마찬가지이다. 부당이득을 감경할 당위성과 더불어 가입자의 부당이득과 형평성 문제도 제기될 수 있고, 기준의 마련이나 운용에 대한 신뢰의 문제도 있다.서면조사는 조사를 위한 조사로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서면조사 결과 미흡한 부분이 있으면 어차피 현지조사로 보완하여야 한다. 서면조사에 대한 현지조사가 담보되지 않으면 서면조사의 실효성이 없고, 미흡한 부분에 대한 현지조사를 시행할 경우 서면조사의 실익이 있을지 의문이다.제한적 사전통지는 사전통지를 원칙으로 그 개념의 변경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즉, 긴급조사 등 서류조작이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는 경우 외에는 사전통지를 원칙으로 하는 것이다.조사대상기간은 제한없이 늘리는 것도 문제이나 3개월로 제한하는 것도 문제이다. 따라서 기간을 추가 또는 연장할 경우에 해당하는 사유를 명시하는 방안이 필요할 것이다.공단의 현지조사 의뢰 대상기관 추가에 관한 사항은 전면적인 검토가 필요할 것 같다. 건강보험법(제96조)의 취지는 자료제공 요청이지 방문 내지는 현지 확인이 아니다. 따라서 근거없는 방문확인의 거부나 현지조사 수용 등은 조건으로서 적정하지 않다. 공단의 역할이 필요하다면 법개정이 전제되어야 하고, 현행 법 내에서는 적용 방법 등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현 제도에서 현지조사는 시행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당사자들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할 것은 실효성과 실현성을 담보할 수 있는 현지조사이다. 금번의 지침은 이러한 측면에서 재고의 여지가 있다. 건강보험이라는 제도 전체 틀 내에서 당사자들이 기꺼이 참여하고 동의할 수 있는 현지조사 방안이 마련·시행되기를 바란다.2017-01-05 06:14:50데일리팜 -
[기자의 눈] 영업시스템 변화 잘 대처해야제약·바이오산업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각광받으며 신약 R&D 변화에 관심이 집중돼 있다. 하지만 R&D 분야만큼이나 영업시스템도 급격한 변화에 휩싸여 있다.특히 내수부진, 약가인하, 정부규제 등 삼중고로 인한 영업 전반 침체로 제약 영업시스템은 '효율성'을 담보로 한 변화에 동참하고 있다.외국계 제약사들은 영업·마케팅의 효율성을 위해 대면영업을 줄이고, 화상 디테일, 멀티채널 마케팅, 온라인 심포지엄 등 온라인 판촉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국내 일부 상위제약사들도 마찬가지다.최근 제약회사의 온라인몰 설립도 이런 기류와 무관하지 않다. 온라인몰을 통해 제품·상품 공급에 나서면서 약국 영업사원들은 기존 주문, 배송, 수금업무가 생략되면서 효율성이 높아졌다.대웅제약, 한미약품, 최근 보령제약까지 온라인몰을 통해 자사 제품을 약국에 유통시키고 있고, 앞으로 일동제약도 합류할 계획이다.반면 국내 제약사들의 병의원 판촉은 아직 대면영업 시스템을 벗어나진 못하고 있다. 대신 비용절감과 효율성 확보 차원에서 자체 영업조직을 축소하고, 외주로 돌리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영업을 대행해주는 CSO는 이미 그 수가 파악조차 어려울만큼 난립해 있고, 정확하진 않지만 시장규모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신약이 적기 때문에 디테일이나 마케팅에 한계가 있는 국내 제약사들의 CSO 확대는 비용축소의 압박을 받는 환경 속에서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하다.앞으로도 영업시스템은 더 슬림화되고, 비용을 줄이는 쪽으로 변할 것이 자명하다. 문제는 이같은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현재 가지고 있는 인력들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는 것이다.많은 경험에서 기업의 효율성 강화 차원의 시스템 개혁은 인력조정이 뒤따를 수 밖에 없다. 여기서 고용 안정성 문제가 불거지기도 한다.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다국적제약사의 구조조정도 실적저하로 인한 시스템 개혁이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잘 알려지지 않아 그렇지, 국내 제약사들도 여러 시스템 문제 때문에 강제퇴사 압박이 상당하다.최근 국내 제약사들의 활발한 영업인력 이동도 근본적으로는 시스템 변화에 의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인위적인 감원이 없다해도 신규 영업인력 채용 축소 등으로 전체 영업인력은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이러한 변화의 바람 속에 기업이 연착륙하려면 기존 영업인력들을 잘 활용하면서 혁신 시스템은 과감하게 수용하는 것이다. 다만 단기적 이익을 위해 불법적이고 쉬운 길만 찾는다면 그 기업도 오래 가지는 못할 것이다.2017-01-03 06:14:50이탁순
오늘의 TOP 10
- 1창고형 H&B 스토어 입점 약국 논란...전임 분회장이 개설
- 2"반품 챙겨뒀는데"...애엽 약가인하 보류에 약국 혼란
- 3우호세력 6곳 확보...광동, 숨가쁜 자사주 25% 처분 행보
- 4‘블루오션 찾아라'...제약, 소규모 틈새시장 특허도전 확산
- 5전립선암약 엑스탄디 제네릭 속속 등장…대원, 두번째 허가
- 6약국 등 임차인, 권리금 분쟁 승소 위해 꼭 챙겨야 할 것은?
- 7AI 가짜 의·약사 의약품·건기식 광고 금지법 나온다
- 8온누리약국 '코리아 그랜드세일' 참여…브랜드 홍보 나선다
- 9갑상선안병증 치료 판 바뀐다…FcRn 억제제 급부상
- 10성인·소아 PNH 치료제 로슈 '피아스카이주' 허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