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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테마섹의 셀트리온 선견지명올해만 2조원 이상이다. 셀트리온 주식을 저렴한 가격에 확보한 후 막대한 수익을 내고 있는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 얘기다. 1974년 출범한 테마섹은 운용자산만 200조원에 달하는 세계적 펀드다.테마섹은 올해 각 2차례씩 셀트리온 1조6497억원, 셀트리온헬스케어 4392억원 어치 주식을 블록딜(대량매매)했다. 방식은 100% 자회사 아이온인베스트먼트를 통한 시간외매매(블록딜) 및 장내매도다.수익률은 취득원가의 수십배를 웃돈다.셀트리온만 봐도 테마섹의 취득원가는 현 주가의 수십 분의 1 수준임을 알 수 있다.테마섹은 2010년 5월 셀트리온 유상증자에 참여해 1223만주를 2079억원에 사들였다. 주당 매입가는 1만7000원이다. 2013년 6월에는 3차례 장외매수로 442만주를 1495억원에 확보했다. 장외매수 주당 평균가는 3만3788원이다.결국 테마섹은 2010년과 2013년 셀트리온 주식 1665만주를 보유하는데 3574억원이 들었다.테마섹은 올해 두 차례 블록딜에서 셀트리온 주식을 각각 33만6700원, 24만7000원에 처분했다. 합쳐서 1조6497억원 어치다.이번 대량매매에서 어떤 취득원가의 주식을 처분했는지는 알 수는 없지만 수십배의 시세 차익은 계산기를 두드려보지 않아도 쉽게 알 수 있다.테마섹의 막대한 평가차익에는 냉철한 기업 가치 판단 속 리스크를 안고 투자한 과거가 있다.테마섹의 셀트리온 유증 참여 시기는 2010년이다.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 사업이 정착되기 전으로 불확실성이 높았던 때다.이후 셀트리온은 존슨앤드존스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를 2012년 국내, 2013년 유럽, 2014년 미국에 차례로 출시했다. 모두 해당 국가에서 레미케이드 최초 시밀러다. 최근에는 로슈 리툭산 시밀러 트룩시마도 미국에서 첫 승인을 받았다.셀트리온 주가도 급상승했다. 5년 기준으로 볼 때 2013년 12월 20일 3만952원으로 최저가를 찍은 후 2018년 3월 9일 39만2000원으로 최고가를 찍었다. 5년 사이에 10배 가까이 주가가 급등했다.테마섹은 올해 두 차례 블록딜 이후에도 셀트리온 주식이 1199만2794주나 남아 있다. 7일 종가( 24만5500원) 기준 2조9442억원 어치다. 투자원금을 수십배 확보하고도 3조원 가까이 셀트리온 주식이 남아있다. 테마섹의 셀트리온 선견지명이 나은 결과물이다.2018-12-09 06:10:58이석준 -
[기자의 눈]홍남기와 원희룡, 여야 의료영리화 커넥션기어이 개설 허가가 났다. 영리병원 이야기다. 모든 논란의 파해법(破解法)이 그렇듯 '조건부'라는 단서가 붙었다. 외국인 의료관광객만을 대상으로, 진료과목 역시 성형외과·피부과·내과·가정의학과로 한정했다.허가를 결정한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논란을 의식했다. 그는 "국내 공공의료 체계에는 영향이 없다"고 단언했다.모를 일이다. 영리병원이 공공의료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그가 어떻게 안단 말인가. 그가 제시한 '조건'이 변함없이 존속할 것이라고 어떻게 단언한단 말인가.빗장이 하나둘 풀리면서 밀려올 의료영리화에 대한 우려를 "조건부허가 취지·목적을 위반하면 허가 취소 등 강력한 처분을 하겠다"는 그의 한 마디로 불식하기엔 여러 모로 설득력이 떨어진다. 오히려 투자자들이 실망할 기색이라도 보이면 가장 먼저 빗장을 풀어헤칠 것으로 보이는 게 사실이다.더구나 "제주도민의 뜻을 존중하겠다"고 한 지 겨우 한 달여 만에 말을 바꾸는 그이기에 설득력은 더욱 떨어진다. 앞서 제주도민을 대상으로 실시된 공론조사에선 응답자의 59%가 개설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여기서 원 지사가 개설 허가를 내기 하루 전으로 가보자.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문제적 발언을 했다. 인사청문회에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강력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어떤 법인가. '의료민영화법'이라는 딱지가 붙어 2012년 발의된 후 지금의 야당조차도 본격적인 논의에 부담을 느끼는 법안이 아닌가.일련의 상황을 보면 공교롭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홍 후보자와 원 지사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처음 발의됐던 2012년 당시 정부와 여당으로 합을 맞춘 사이다.홍 후보자는 기획재정부 정책조정국장으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주도한 장본인이고, 원 지사는 같은 시기에 18대 국회의 지식경제위원회(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활동한 바 있다.시간은 흘러 정권이 두 번 바뀌었다. 당시 여당 소속이던 젊은 정치인은 지사는 야권의 주요 인사가 됐다. 홍 후보자는 현 정부의 핵심 인물이 되기 직전이다. 어제의 동지가 여야로 갈라져 오늘의 적이 된 셈이다.그러나 둘의 끈끈한 우정은 변하지 않은 듯하다. 의료민영화라는 암울한 미래 앞에 경제부총리와 야권 성향의 정치인이 뜻을 모은 셈이다. 국민이 염원하던 여야 대화합(?)을 이뤄내기라도 했단 말인가.2018-12-06 06:13:07김진구 -
[데스크시선] 온고지신으로 거듭난 한방제약국내 한방제약사들에게 외형 1조5000억원을 상회하는 중국 천사력제약과 일본 쯔무라는 동경의 대상이다. 중국은 이미 2200년 전, 황제내경을 비롯한 각종 한방의서를 편찬하며 전통의학을 꾸준히 기록·발전시켰다. 화타와 같은 신의(神醫) 배출도 빼놓을 수없는 자랑거리로 여겨진다. 이에 필적하는 조선의 명의 허준은 1610년 우리나라 실정에 최적화된 예방의학 집대성본 '동의보감'을 완성했다. 이렇듯 400년 전만하더라도 한방의학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중국과 어깨를 나란히했지만 1894년 갑오경장을 기점으로 청출어람 일본에 전통의학이 뒤처지기 시작했다.물론 천사력제약과 쯔무라가 거대기업으로 몸집을 불릴 수 있었던 원인은 중국과 일본 정부의 정책·제도적 지원과 한방에 대한 국민적 차원의 독특한 정서적 친화·자긍감도 큰 역할을 했다. 중국과 일본은 글로벌 의약품 시장의 25%를 점유, 우리나라는 1.5%를 차지하고 있는 규모의 경제도 한몫했다. 그동안 개별 한방제약사들이 한방의약품의 표준·과학화 작업에 큰 힘을 기울이지 않았던 부분도 성장 가속도의 발목을 잡은 요인이다.그런데 최근 한방제약사들이 환골탈태의 각오로 제2의 창업을 준비하며, 한방종주국으로서의 영광을 되찾으려는 움직임이 있어 주목된다. 마중물과 불씨의 시작은 한방 빅3 제약사 한풍제약과 경방신약, 정우신약이 담당하고 있다. 이들 제약사들의 최대 화두는 연구개발 능력 강화를 기반으로 공장 증축을 통한 케파 확보, 제형변경 의약품 확대, 천연물의약품·한방 일반의약품 신제품 라인업으로 대별된다. KGMP, 표준탕제대비 동등성 확보와 생약원료의약품 생산 기술력도 수준급으로 업그레이드돼 수출 경쟁력도 갖춘 상태다.먼저 한방제약기업 맏형 격인 한풍제약은 꾸준한 매출 성장을 기반으로 글로벌 한방제약사의 면모를 갖춘다는 전략이다. 한풍제약의 파이프라인 확장 전략은 ▲케미칼 제네릭 사업 본격 진출 ▲한방 일반의약품 신제품 5품목 발매 ▲수출 ▲CMO 사업 확대 ▲한방 원료의약품 사업 강화로 압축된다. 기존 한방시장 외 신규 사업을 적극 추진해 2019년 목표 매출 500억원을 달성하고, 양한방 분야에서 고른 파이프라인을 확보해 나간다는 계획이다.한풍제약은 지난해 180억원을 투자해 전북 봉동에 전용면적 2500평 규모의 일반의약품 CMO 전용 공장을 완공하고, 종합비타민 비맥스(GC녹십자)와 마이메가(광동제약) 등 10여종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천연물의약품 신바로를 비롯한 5종류의 한방원료의약품 공급량도 증가해 2배 가까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또 한방보험이 적용되는 일반의약품 단미혼합56종에 대한 제형변경 의약품 17종(정제 2품목, 연조엑스 15품목)을 개발완료, 소비자들의 복약 편의성을 높이며 시장을 리딩하고 있다. 한방생약 변비치료제 굿모닝에스, 치질치료제 치지레, 소화제 올가 등도 효과는 높이고 부작용은 최소화한 일반의약품으로 명성을 쌓아가고 있다. 내년에는 경옥고와 쌍화탕 등 5종의 신제품 발매와 CIS 지역을 중심으로 치질치료제 치지레 수출도 물꼬가 트일 전망이다.한방의료보험 의약품 생산 리딩기업 경방신약도 일반의약품 생산 라인을 확장하고 퀀텀점프를 시도하고 있다. 경방신약은 한방제제 의약품의 제형변경과 현대·과학화된 생산설비를 통해 시장의 판도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경옥고와 반하사심탕을 필두로 일반의약품 시장에 본격 진출해 약국 경영 활성화와 한방 의약품 소비자들의 건강 증진에 앞장서겠다는 방침이다.경방신약은 복지부의 한방의약품 표준화와 활성화 사업 일환인 제형변경 의약품 개발에도 적극 참여, 오적산과 갈근탕을 포함해 20개 엑스산제에 대한 제형변경(산제의 정제·연조엑스 개발)을 완료했다. 특히 올해 4월 선보인 경방신약 자양강장제 경옥고와 소화·구토·설사치료제 반하사심탕(정제)은 새로운 추출 방식으로 제조·생산돼 기대와 관심이 집중된다. 일반의약품 활성화에 대한 경방신약의 의지와 노력은 공장 증축에 그대로 반영돼 있다. 경방신약은 일반의약품의 안정적 공급이 최우선이라는 신념으로 내년 5월까지 현재 1000평 규모의 공장을 2300평으로 확장할 계획이다.정우신약의 내수시장 확장과 글로벌제약 도약의 꿈은 재야에 숨어 있는 비방 발굴을 통한 일반약 출시와 움카민 생약 제네릭 전문의약품 개발, 제형변경 의약품 확대로 나눌 수 있다. 특히 유창용 정우신약 대표는 전국에 포진한 한의사·한약업사 등과의 네트워크를 형성해 비밀로 전수돼 온 처방을 찾아 일반약으로 개발하고 있는 점이 눈여겨 볼만 하다. 현재 아토피·피부질환, COPD, 역류성식도염과 관련한 한방비방을 일반약으로 개발하고 있고, 상당부분 성과를 올리고 있다.이달 초, 허가가 예상되는 움카민 생약 제네릭도 신성장동력으로 관측된다. 그동안 움카민은 액상 원료를 다시 과립(분말)으로 만들어 정제로 타정하는 과정을 거쳐 원가가 높은 단점이 있었다. 정우신약은 의약품 동등성을 확보하고, 과립 원료를 바로 정제로 제조하는 원천기술을 확보해 경제성을 높였다. 획기적인 원가절감 실현으로 벌써부터 10여개 제약사에서 움카민 생약 제네릭과 관련한 ODM 계약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 스티렌, 신바로 등으로 대별되는 다양한 천연물의약품 개발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온고지신. 옛 것을 익히고 새 것을 안다는 뜻이다. 전통과 역사가 바탕이 된 후에 새로운 지식이 습득되어야 함은 불변의 진리다. 작금의 우리 한방제약기업들의 현실을 대변하는 한자성어라 칭해도 과언이 아니다. 탕제 시장이 퇴물로 전락한 원인으로 부동의 건강식품 1위 '정관장-홍삼'의 출현을 지목하기도 한다. 일면 맞는 말이다. 하지만 꾸준한 제형변경을 통한 소비자 니즈를 파악하고 합성의약품에 버금가는 표준·과학화에 노력했다면 탕제 역시 예전의 명성과 전성기를 그대로 누리고 있을지 모른다. 다행인 점은 '한풍·경방·정우'로 대별되는 한방 빅3 기업들이 현대화에 눈뜨고, 다시금 새로운 새벽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2018-12-03 06:16:00노병철 -
[기자의 눈]약대신설 약사회·약학계 '패싱' 자초한 정부정부의 약학대학 정원 증원과 약대 신설 계획에 약사회와 약학계가 시쳇말로 '멘붕'에 빠졌다. 약사회·약학계는 연일 반대 목소리를 높이며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정부는 이르면 내년 1월 중 심사에 통과한 신설 약대를 확정·공표한다. 새로 생길 약대 개수는 2개 내외다.개국약사들은 정부가 이미 포화상태인 약사 인력을 제대로 된 근거없이 일방적으로 늘리려 든다고 비판한다. 약대 교수들도 약사 인력 추계의 미흡성과 함께 약대 신설 필요성 관련 약학계 의견을 전혀 수렴하지 않았다는 불만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있다.이같은 주장에 복지부와 교육부는 '개국약사'가 아닌 '제약산업·병원약사' 양성을 위해 약대 정원 증가와 신설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내놨다. 구체적으로 복지부 약무정책과 관계자는 "약사 인력 확대는 갈등의제가 아닌 선택의제다. 산업·병원약사 수요는 꾸준히 제기된 문제"라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산업·병원약사 육성을 위해서는 기존 35개 약대 정원을 늘려주는 것 보다 새로 약대를 설립하는 게 합리적이란 결론을 도출했다"고 했다.약대 정원 증가는 현직 약사와 약대생에게 예민한 의제다. 약대 신설은 약학교육 백년지대계를 내다봐야 할 만큼 중대한 사안이다. 약사를 늘리고, 약대를 신설하는 데 대한 견해는 정부나 약사회, 약학계 등이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엇갈릴 수 있다. 다만 정부는 약사회와 약학회 더 나아가서는 사회 전체에 예민하고 중대한 이슈를 결정하는 데 있어 의견수렴 절차를 소홀히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복지부는 2030년 약사 인력 수요 전망을 근거로 교육부에 약대 정원 60명 증원을 요청했다. 교육부는 늘어날 60명 정원을 소화하는 방법으로 약대 신설을 선택했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의견조회 공지나 TF회의, 공청회 등 절차는 전혀 마련되지 않았다. 정부가 약대 신설이란 답안지를 미리 정해놓은 채 일방적으로 정책을 강행중이라는 비판이 일견 타당성을 얻는 이유다. 약사들은 청와대와 정치권의 요구를 복지부·교육부가 전향적으로 수렴해 약사 인력을 늘리는 데 반영했다는 주장마저 내놓고 있다.결국 이번 약대 증원·신설은 정부가 형식적인 공식 의견수렴 절차조차 거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약사회·약학계 패싱' 비난을 자초했다. 해당 이슈가 갈등 의제라면 정부가 갈등과 오해 최소화에 앞장서야 한다. 선택 의제라면 약대 증원·신설이 불가피한 이유를 앞세워 정부가 약사·교수 설득에 나설 일이다. 약대 신설 후 건전성 강화 방안을 설명하는 것 역시 정부의 의무다. 약대 신설은 결정됐다. 이제부터 정부는 약사회·약학계 내부 전문가 중 약대 심사위원을 선정해 신설 약대 신청서 검토에 나서야 한다. 정부와 약사회·약학계 간 상호 오해를 최소화한 약대 정책이 요구되는 때다.2018-12-02 18:51:49이정환 -
[기자의 눈] 제약산업, 이제는 변해야 할 때다공동(위탁)생동 제한, 위탁제조 GMP 평가자료 제출 면제 폐지, 의약품 심사자료 요건 중 유전독성과 발암성 유연물질에 대한 품질관리 자료 제출, 금속불순물관리 가이드라인 제정 등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신설하거나 개정을 검토 중인 원료·완제의약품 허가·심사 규제 관련 안건이 산적해 있다. 이들을 관통하는 핵심은 '안전한 의약품 관리'다.사실 식약처가 새로 만들거나 강화하겠다고 한 규제들은 예전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이 정도 수준에서 관리하면 괜찮겠다"고 했던 것들이다. 다만 현 시대에 와서 돌아보니 규제를 풀어주거나, 필수적으로 강화해야 할 항목이라고 판단이 든 것이다.지난 7월 발사르탄에서 발암 유발 가능 물질 NDMA가 확인된 것은 국제적 수준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경각심을 일깨워준 상징적 사안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국내 제약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선 해외 진출이 필수다. 바다를 건너 제품을 팔기 위해 해당 국가의 규제 수준에 맞춰 의약품을 개발, 제조, 유통해야 하는 환경이 우선돼야 한다.식약처가 규제를 강화하는 이유다. 제약사들이 따라오면, 식약처도 다시 이에 맞도록 규제를 보완해나갈 것이다. 그렇다고 제약사들이 노력해오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 모두가 보고도 알지 못 했던 것들, 무심코 지나쳐버린 것들이었을 수 있다. 따라서 내수 시장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국내 제약산업은 제네릭으로 성장해왔다. 여전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제약산업 환경의 핵심은 제네릭이기 때문이다.새로 발표될 전방위적인 의약품 안전관리 규제 대책도 결국 제네릭을 외면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제약산업을 성장시키기 위한 안내서가 돼야 한다.제네릭을 캐시카우로 삼아 신약개발로 이어져야 하지 않을까. 의약품 개발과 제조에 노력하지 않는 제약사가 도태되는 것은 당연한 시장경제 논리다. 한편에서 제기되는 공동(위탁)생동 제한 등이 타당하게 받아들여지는 이유이기도 하다.고통의 순간이 다가올 수도 있다. 걱정이 될 수도 있다. 복제약이던 신약이든 제대로 된 의약품을 만들고자 고민해 온 제약사라면 새로운 규제에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우리 회사는 제네릭에 특화된 제약사입니다." "저희 회사는 개량신약을 위주로 신약 R&D에 주력하고 있는 회사입니다."향후 10년 뒤 각 분야에서 전문성과 특화된 무기를 갖춘 제약사들이 많아질 날을 기대해본다.2018-11-29 06:10:33김민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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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출생, 성장 거치며 장내 미생물도 변화한다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는 순간까지 미생물과 공존하며 살아 간다. 심지어 엄마의 뱃속이나 뇌에서도 미생물의 흔적이 발견될 정도로 이들은 우리 몸 속과 밖에서 서로 어우러져 살아가고 있다. 이 미생물은 우리 인간의 세포 수 보다 훨씬 많은 약 39조 개로 추정되는데, 전체 수를 따지자면 인체 내 대장 속에 가장 많은 미생물이 분포하고 개성을 우선순위로 보자면 입 속에 가장 다양한 미생물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미생물은 때때로 인간에게 질병을 안겨 주기도 하지만 대다수는 인간과 공생하고 있다. 예전에는 대장 속에 공존하고 있는 장내 미생물들을 연구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따랐다. 장내 미생물은 다수 절대 혐기성 미생물이기 때문에 산소에 노출되면 바로 죽어 버리기 때문이다.때문에 연구자들은 장내 미생물 중 약 1% 정도의 존재만 인식하고 있었을 뿐이라고 했다. 그러나 과학이 발전하면서 인간 장내 미생물의 군집 구성을 보다 자세하게 알아볼 수 있게 되었음은 물론, 이들이 어떠한 일들을 하고 어떻게 숙주와 상호 작용을 하며 살아가는지에 대해 알 수 있게 되었다.장내 미생물이 살아가는 숙주, 즉 인간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많은 변화를 겪게 되는데 여기에는 환경, 식이, 노화 등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근 베일러 의대, Petrosino 박사팀이 현재까지 가장 큰 규모의 유아 장내 미생물 연구 결과를 보고했다. 연구자들은 3개월에서 46개월 사이에 속하는 903명의 소아에게서 1만2005개의 대변 샘플을 채취해 분석했다. 이를 연구한 내용에 따르면 4세 이전에 장내 미생물은 3가지의 구별되는 단계가 발견된다고 한다.단계는 크게 ▲발달 단계(developmental phase): 3~14개월 ▲과도기(transitional phase): 15~30개월 ▲안정기(stable phase): 31~46개월까지로 나뉜다.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먹는 음식에 가장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초기 모유를 먹을 때에는 모유를 처리하는 능력이 뛰어난 비피도박테리움 균주(Genus Bifidobacterium)가 풍부하게 존재하다가 모유 수유가 중단되면 이 균주들은 급격히 줄어들고 다른 미생물이 증가하게 되는 과도기로 접어 든다. 이 시기를 일년 정도 과도기를 거쳐 점차 퍼미큐테스(Firmicutes spp.)가 증가하고 안정기에 접어들게 된다.이 모든 과정은 초기 다이어트가 아기 장 속 미생물의 발달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지 알 수 있게 해준다. 또한 자연분만을 통해 태어난 아기와 박테로이데스 속(Genus Bacteroides)에 속하는 세균이 더 많다는 것과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40개월째에 박테로이데스 속이 많았던 아기들은 다른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장내 미생물이 훨씬 더 다양한 것을 알 수 있었다.논문의 저자인 Petrosino 박사는 장내 미생물의 다양성을 유지하는 것이 보통 장 환경에 유익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아직까지는 초기 아기 장속에서 어떠한 미생물 신호가 발달에 중요한 것인지는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기 때문에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초기 아기의 장 속은 분명 성인과는 다른 형태의 장내 미생물이 존재한다. 아기들은 성인과 먹는 것도 다르며 생활 패턴, 유전자 발현 양상도 다를 것이다. 아기 때 장내 미생물의 발달은 향후 일생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으니 부족한 유산균을 채워줄 수 있는 과학적으로 검증된 생균으로 만들어진 고농도 프로바이오틱스를 꾸준히 섭취하는 것도 좋은 장 환경을 유지하고 발달하는 데 중요할 것으로 생각된다.*참고문헌 1.Temporal development of the gut microbiome in early childhood from the TEDDY study. Nature, 2018; 562 (7728): 583 DOI: 10.1038/s41586-018-0617-x 2.The human gut microbiome in early-onset type 1 diabetes from the TEDDY study. Nature, 2018; 562 (7728): 589 DOI: 10.1038/s41586-018-0620-22018-11-29 06:00:28데일리팜 -
[칼럼] 제약사의 장인어른을 찾자얼마 전 KTX로 출장 중 '장인어른을 찾아서'라는 기차 내 광고방송의 헤드라인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궁금해서 자세히 보니 아내의 아버지를 부르는 장인(丈人)이 아닌, 중세 유럽에서 도제(徒弟)와 직인(職人)을 거느리고 교육과 생활필수품의 생산을 담당하던 장인(master, 匠人)의 중요성에 대한 광고였다.어느 순간 산업계 혹은 기업에서 장인 즉 전문가(specialist)보다는 이사, 부장 등 직위 중심으로 서열 및 운영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사, 부장 등은 조직관리에 필요한 직위이다. 하지만 조직관리에 전문가의 역할이 빠져있는 것이다. 한편 일부 기계업, 조선업 등 기능업종에서는 최고 장인을 선정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에는 상무, 전무 등 관리직 외에 기술개발에 전념하면서 임원급 대우를 받을 수 있는 펠로우와 마스터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특히 마스터 제도는 사내의 연구원들이 연구에만 전념하며 해당 분야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로 2009년 도입 후 2016년 약 58명의 마스터가 활동 중이다. 이들은 특허, 논문은 물론 학회발표 등 외부 활동을 통해 삼성전자의 글로벌 기술 리더십 확보의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마스터는 삼성전자 직원 10만명중 선택된 약 0.07% 수준이니 마스터가 주는 상징성은 선정된 본인은 물론 다른 직원, 외부사람들에게도 미치는 파급효과가 매우 크다.최근 제약사는 경력직의 인력난이 심각한 상황이다. 바이오 벤처설립 붐과 제약사의 바이오사업부 신설 증가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중.소형제약사는 대형 바이오제약사나 벤처기업으로 인력 유출이 심각한 상황이다. 가뜩이나 부족한 전문인력이 사내에서 전문가로 양성되기 보다는 임금 등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곳으로 업계내에서 이동만 활발한 상황이다. 그러면 상대적으로 근무조건인 열약한 회사는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 가? 아마도 근무조건이 우수한 회사도 같은 상황으로 모든 제약사들의 공통적인 문제일 것이다.해결책은 직원들의 입장에 생각해봐야 한다. 능력있고 의욕있는 직원이 왜 회사를 떠나는 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현 직장에서는 본인이 가지고 있는 열정을 담을 수 있는 수단이 없기때문일 것이다. 수단이 없으니 퇴사해서 자기 사업(창업)을 하거나 혹은 대우(열정)가 인정 받는 다른 직장으로의 이직을 선택한다. 그러니 이러한 열정적인 직원을 붙잡을 수 있는 방법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사내 벤처의 운영과 전문가 대우 제도를 활성화하는 것이 우수한 직원을 떠나게 하지 않는 방법일 수 있다. 제약사의 기업문화가 다소 경직되어 있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최근 급성장하는 외형성장에 비해 기업 문화가 따라가지 못해서였을 것이다. 하지만 기업문화도 변해야 한다. 회사에서 전문 직원을 대하는 태도 및 보상방식이 변해야 한다. 그저 연말에 성과평가를 하여 성과급을 더 주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C랩은 삼성전자가 창의적 조직문화를 확산하고 임직원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해 2012년부터 도입한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으로, 현재까지 7개의 스타트업을 배출하고 있다. 이렇든 타 산업(기업)을 벤치마킹하여 우리 제약사에 맞는 사내 벤처 운영과 전문가 대우 제도를 기획해야 한다.최근 중기청의 사내벤처 지원 프로그램에 40개 기업이 선정되었다. 기업 유형별로 보면 중소기업 8개사, 중견기업 2개사, 대기업 5개사, 공기업 3개사가 운영기업에 포함되었다. 아직까지 의료기기 업체를 제외하고는 제약기업은 없는 상황이다.한편 최근 제약사의 고용을 보면 2018년 상반기 약 6만 6800명으로 전년 말 대비 2.7% 증가하였으며, 약 1757개의 일자리가 창출되었다. 제약업체 중 1천명 이상의 직원을 둔 상장 제약업체는 13개, 그 중 2000명에 육박하는 업체는 5개사이다. 제약사의 일자리 규모가 일정수준 이상 도달한 상황에서 외부에서 우수한 직원을 채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내에서 우수한 인력이 유출되지 않도록 다양한 제도 마련을 고민하는 시기가 되었다.2018-11-26 12:05:03데일리팜 -
[기자의 눈]일부 바이오벤처의 부적절한 기업홍보바이오벤처의 기업설명회(IR)가 줄을 잇고 있다. 신약 개발 또는 기술수출 전까지 마땅한 매출이 없는 바이오벤처 특성상 IR은 기업의 기술력 가치를 알릴 수 있는 몇 안되는 통로다. IR을 통한 기업 가치 상승은 임상을 위한 자금 조달에도 긍정적 역할을 한다.다만 일부 바이오벤처의 부적절한 IR은 눈쌀을 찌푸리게 한다. 특히 자사 물질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경쟁사 제품과의 비교는 기본 원칙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최근 대규모 기술수출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오스코텍도 그렇다. 오스코텍은 유한양행에 기술이전한 레이저티닙(YH25448)이 글로벌 기업 얀센에 최대 1조4000억원을 받을 수 있는 조건(판매량에 따른 러닝개런티 제외)으로 라이선스 아웃되면서 계약 금액의 40%를 가질 수 있는 권리를 획득했다. 올 3분기 매출액 33억원, 영업손실 65억원의 오스코텍에게 턴어라운드 모멘텀이다.오스코텍은 기술이전(11월 5일) 이후인 11월 13일 IR을 개최했다.IR 자료에는 레이저티닙 경쟁사 품목인 아스트라제네카 오시머티닙(제품명 타그리소)이 언급됐다. 레이저티닙과 오시머티닙을 같은 슬라이드에 띄워놓고 전체생존율(ORR) 등 효능(Excellent efficacy)과 안전성(Excellent safety)을 나열했다.ORR 레이저티닙 61%, 오시머티닙 51% 등이 명시됐다. 용량별 ORR 차이도 수록됐다. 대부분 수치는 레이저티닙이 높았다. 반면 물질별 임상 디자인은 환자수 정도만 소개됐다.임상에서 약물 간 우월성, 비열등성은 직접 비교(Head to head)에서만 논할 수 있다. 기본 중의 기본이다. 간접 비교시에는 각주 등 확실한 표기를 해주는게 원칙이다.직접 비교가 아니라는 문구는 적어도 자료집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자칫 전후 사정을 모르는 투자자들에게는 레이저티닙이 오시머티닙보다 좋은 약으로 비춰질 수 있다. 현재 레이저티닙은 2상중, 오시머티닙은 3상을 거쳐 전 세계적으로 시판되고 있다.비슷한 예는 에이치엘비 IR에서도 나왔다. 에이치엘비는 위암 등 다양한 암종 치료제로 리보세라닙을 개발하고 있다.회사는 IR 자료에서 리보세라닙의 장점 중 하나로 낮은 부작용을 강조했다. 바이엘 스티바가, 바이엘 넥사바, 화이자 수텐과의 부작용 발현율을 비교했다. 고혈압 리보세라닙 30% 미만, 스티바가 20~50%, 넥사바 15~30%, 수텐 20~50% 식으로다.오스코텍과 마찬가지로 타 약물과의 간접 비교다. 역시나 임상 디자인별 환자 효능 및 부작용이 다를 수 있다는 언급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스코텍과 에이치엘비 IR 자료는 일반투자자들도 쉽게 볼 수 있는 홈페이지 또는 기업공시채널(KIND)에 게재됐다.IR 발표와는 다른 행보를 보이는 기업도 있다. 안트로젠은 IR에서 자금조달 계획이 없다고 말한지 이틀만에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10월 31일 2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실패한 안트로젠은 11월 6일 열린 IR에서 추가 자금 조달 계획을 묻는 투자자 질문에 "당분간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11월 8일 100억원 가량의 유증 결정 공시를 냈다.바이오벤처에게 IR은 기업 생존을 위한 필수 수단이다. 다만 부적절하거나 과장된 표현은 투자자를 혼란에 빠뜨리고 기업 신뢰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작은 소스에도 크게 반응하는 제약바이오주라면 기본에 더욱 충실해야한다.2018-11-26 06:10:16이석준 -
[칼럼] 나는 나를 드러낼 수 있을까: 당당한 '쫄보' 되기모연화 약사연말이다. 이런 저런 모임을 통해 사람을 만난다. 불혹이 지나니, 이야기 주제는 자연스레 건강이다."이거, 의사나 약사도 모르는 정보인데.." "이건, 영국의 어느 박사가 개발한 건데, 이거 먹고 혈압을 고쳤대." 등 말이 오간다.누군가 묻는다. "그걸 어떻게 믿어?" 씩씩한 목소리의 답이 들려온다. "구글이랑, 네이버에 이거 검색해봐. 쫙 나와. 보면, 알게 될 거야. 전문가들은 알면서도 자기네 밥줄 떨어질까 봐 모르는 척 하는 거야."모르는 척 하는 밥줄 전문가로 매도당한 필자는 구석에서 혼자 와인을 홀짝이며 1999년 인지와 자기평가 왜곡에 관한 연구를 발표한 저스틴 크루거와 데이비드 더닝을 떠올렸다. 실제 객관적 점수가 낮은 사람은 주관적 자기평가에서 자신을 높게 평가하고, 알고 있는 정보에 대해 과신을 한단다. 반면 실제 객관적 점수가 높은 사람은 주관적 자기평가에서 자신을 낮게 평가한다는 것이 연구의 주 내용이다.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정말, 인간이 그러한 인지 오류를 범하고 있는지, 연구가 진행되었다. 건강 분야에서 이루어진 흥미로운 두 가지연구를 살펴보자.(Matthew, 2018)은 백신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더닝-크루거 효과가 있음을 입증했다. 저자는 'Knowing less but presuming more'라는 문장을 전면에 내세웠다.이 논문은 의사를 비롯한 백신의 전문가들의 말을 무시하는 사람들에 대한 연구를 포함하고 있어, 더 흥미롭다. 객관적 지식이 낮은 사람은 스스로 검색해서 알게 된 정보에 대한 확신이 높고,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는 의사나 약사는 모를 것이라는 생각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고 연구는 밝히고 있다. ("의사나 약사가 모르는 것을 나는 알고 있어! 나는 검색을 했어!")(홍경진, 주경기, 전상일, 2012)의 연구 결과 역시, 자기 평가 부분에서 의미가 있었다. 헬스리터러시를 측정하는 과정에서 정답률이 낮은 사람일수록 본인이 다른 사람보다 건강의 유해요인에 대해 더 위험하다고 인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객관적 정답률이 낮은 사람일수록 스스로 알고 있는 것을 과신(Overconfidence)하고, 현상을 왜곡해 평가한다고 연구는 밝히고 있다.하지만, 우리가 주목할 부분은 이것만이 아니다. 우리는 객관적 앎의 스코어가 높은 집단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앎의 스코어가 높은 집단은 스스로를 과소평가한다. 과소평가하기 때문에, 어디 나서서 이야기 하지 못한다. 실제 필자 역시, 혈압을 고칠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의 존재를 불을 뿜고 얘기 하는 지인 앞에서, 입을 떼지 못했다. 내가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은 필자의 입을 닫게 했다.그러던 어느 날, 회원들의 커뮤니티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전 쫄보라 약국 이외에서 약 이야기 하는 것은 무서워요." 그 아래, 이런 답글들이 달렸다. "전 아직 공부할 것이 너무 많아요.", "해도 해도 공부는 부족해요.", "어디 가서 약사라고 안 해요. 언제나 과학은 진보하고, 오늘 말한 것이 내일은 거짓이 될 수 있어서 말하기 무서워요."수 만개의 성분을 알고, 수십만 개의 부작용을 알고, 어떤 것이 과대광고 인지 알고, 어떤 것이 잘못된 정보인지 아는 '국가의 자격시험'을 통과한 전문가가 자신을 '쫄보'라 명했다. 생각해 보니 필자도 자주 '쫀다'. 특히, 자신의 앎에 확신을 가진 사람들 앞에서 쫀다. 그리고 약에 대한 글을 썼을 때, 지적당할 까봐 쫀다. 나를 드러내는 것은 언제나 두렵고 무섭다. 말의 무게가 다를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그래서 우리는 드러내지 않는다. 특히나 온라인 공간에, 약국이름을 걸고, 약사이름을 내밀고 소통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런데, 현 세대의 사람들은 검색을 통해 검증을 한다. 제품도, 사람도, 점포도, 직업도 소셜 공간에 어떤 스토리로, 어떤 이미지로 소통하고 있는지 그들은 살피고, 검증하고, 판단한다. 소셜 공간에 아무 드러냄이 없을 때, 뒤따라오는 것은 외면이다. 예전처럼, 먼저 질문해 주지 않는다. 믿을 수 있어야 면대 면 소통을 시작한다.1년 전, 더 이상 온라인 소통을 미루면 안 되겠다 판단해 블로그를 다시 시작했다. 앎이 부족하여 (나는 쫄보다.) 어려운 내용 보다는 소비자들이 정말 궁금해 할 내용들, 내가 약국에서 해주고 싶었던 말들을 적었다. '알고 먹으면 착한 약'이라는 부재로 소통을 하고 있다. 블로그에 답글이 달렸다는 알람이 뜨면, 가슴이 덜컹한다. '뭐 틀렸다고 누가 적은 거 아녀?'라며 부랴부랴 살핀다. 실제, 정보를 잘못 기재하거나, 비문이어서 해석이 분분한 적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현장에서 받기 어려웠던 질문들이었다. 실제 고객은 이런 것을 궁금해 하는구나 생각하며 무릎을 친 적도 여러 번이다.여전히 나는 나의 드러냄이 어색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겸손한 쫄보님들'에게 당당한 드러냄을 권한다. 꼭 어려운 것을 유창하게 적는 글을 고객이 원한다 생각지 말자. 우리가 매일 하고 있는 일 안에서 하나를 골라 시작해 보면 어떨까. 약의 표지를 읽어주는 일, 인서트를 읽어 주는 일, 부작용의 의미를 해석해 주는 일, 약국에서 알려주고 싶었던 정보, 듣고 갔으면 했는데 그냥 가버려 알려주지 못했던 것들.공부를 하다 보니, 항상 부족하다 생각되어 쪼그라든 겸손한 전문가들이 존재하는 이유가 안전성, 효과성, 품질 보증을 위함임을 조금씩 검증 공간에 풀어내 보면 어떨까. 그것이 오프라인으로 연결되지 않을까. 신뢰로 다시 연결되지 않을까. 오늘도 행복회로를 돌린다.*참고문헌 Motta, Matthew, Callaghan, Timothy, & Sylvester, Steven. (2018). Knowing less but presuming more: Dunning-Kruger effects and the endorsement of anti-vaccine policy attitudes. Social Science & Medicine, 211, 274-281.홍경진, 주영기, 전상일, 윤혜정, 유명순 (2012). 헬스 리터러시 측정을 위한 공공기관 건강정보의 활용 가능성 탐색. 보건교육·건강증진학회지, 29(3), 53-61.2018-11-26 06:00:24데일리팜 -
[데스크 시선] 네거티브와 후보 검증의 갈림길12월 13일 개표를 앞둔 대한약사회장 선거가 본격적인 레이스에 접어 들었다. 이제 쟁점은 네거티브 선거다. 선거가 막바지에 치닫게 되면 쫒기는 후보는 네거티브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경기에서 이길 수만 있다면 뭐든 해야 한다." 1960년대 아르헨티나 국가대표를 이끌었던 수벨디아 감독의 말이다.수벨디아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승리하면 그만이라는 철학 아래 축구 규칙의 빈틈을 계속 찾아다녔다. 전술적 파울 등도 주문했다. 승리를 맛본 자국의 축구팬은 열광했지만 상대 편 나라들은 불만 일색이었다. 페어플레이가 아니라는 것이다.그동안 약사회 선거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길수 만 있다면 뭐든 해야 한다'는 식으로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 의혹제기 등이 난무했다.후보자간 비방, 선거규정 위반에 대한 실효성 있는 제재, 혼탁·과열선거로 인한 회원들의 피로감과 선거 후유증 등 마타도어, 네거티브 선거 부작용은 후보자 3진 아웃제(경고 3번 누적시 피선거권 박탈) 도입으로 이어졌다.여기에 다른 후보자를 비방·허위사실 공표·명예훼손 및 선거관리 규정 위반으로 인해 1심 법원에서 100만원 이상의 벌금 또는 징역형이 선고된 경우 당선이 무효처리 된다. 약사회장 선거 규정상으로 보면 경기에서 이길 수만 있다면 뭐든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상대 후보를 비방하고 의혹을 제기하는 네거티브 선거운동은 도덕성 검증 측면에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적지 않다. 마타도어 선거와는 달리 봐야 한다는 것이다.이들 학자들은 네거티브 선거의 중요한 단서를 달았다. 바로 근거 없는 흑색선전이 아니라 '70%의 사실과 30%의 진실'에 기반을 두고 '규정'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즉 '아니면 말고' 식이 아니라 규정 안에서 객관성을 담보한 후보 검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네거티브 선거운동의 주 목적은 유권자에게 경쟁 후보에게 등을 돌리도록 하는 데 있다. 추격하는 후보들이 1위 후보를 잡기 위해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네거티브를 비판하는 정치 학자들도 있다. 자신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설득보다 경쟁 후보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확산시켜 상대적 이익을 노리는 게 네거티브라는 것이다.그래서 네거티브는 쉽고, 그 유혹은 강할 수밖에 없다.특히 선거가 임박해 오고 자신의 지지층 확보가 어려울 때 네거티브를 선택하게 된다. 이를 막을 수 있는 해법은 유권자들의 현명한 판단 밖에 없다. 1표라도 더 많은 후보가 승리하는 '승자독식'의 선거라서 더 그렇다.2018-11-25 23:22:43강신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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