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리더십과 약사(藥師)지난 컬럼에서 ‘약사(藥事), 그리고 약사(藥師)역량’ 이라는 주제로 필자의 생각을 공유했고,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와 세계약사연맹(International Pharmaceutical Federation, FIP)이 함께 연구해 제시한 약사(Pharmacist)의 직무 수행을 위한 기술과 태도에 있어 갖춰야 할 7가지 역할(능력)을 소개했다.Seven Star Pharmacist 라고 불리기도 하는 7가지 역할 중에서 사람, 재정 그리고 필요한 정보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관리자(Manager) 역할과 그 보건시스템 안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변수들을 통찰, 조정하고 공감해 상황을 긍정적으로 이끌어 갈수 있는 지도자(Leader) 역할도 약사의 중요한 역량요소임을 설명했다.그렇다면 이 둘은 어떠한 차이가 있고 그 의미는 무엇일까?하버드경영학과 교수인 낸시 코헨(Nancy Koehn) 에 따르면, 리더십(Leadership)이란 긍정적이며 비점진적 혁신(non-incremental change)을 만들어내는 것을 말한다. 사람들이 장애물을 극복하고 변화를 이끌어 갈 수 있는 비전을 설정하고 이끌며, 구성원의 협력을 만들어내고, 변화가 지속적으로 가능하도록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역량을 말한다. 여기에서 비점진적 혁신이란 기존의 것과 연속적인 관계에 있는 형태가 아닌 기존에 사용되지 않았던 자원이나 속성들을 사용해 새로운 형태를 만드는 것이다.또한 Joe Fuller 교수는 관리(Management)란 반복적이며 규칙적인 공통의 목표를 달성하기위한 일련의 과정으로서 보통은 동기부여가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사람들이 궁극적으로 마음 속에 있는 목적을 이루고자 할 때 행동하는 이유나 동기가 무엇인가에 따라 리더십과 관리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1917년 창간된 경제매거진인 포브스(Forbes)는 리더(Leader)와 매니저(Manager)의 차이점을 9가지로 나눠 아래와 같이 설명하였다.첫째, 리더는 비전을 세우고 매니저는 목표를 세운다. 하버드대 John Kotter 교수가 주장 했듯이 리더십은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일상의 업무를 뛰어넘는 추진력이며, 관리(management)라는 것은 복잡한 일상의 업무를 잘 처리하는 능력을 말하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둘째, 리더는 변화를 이끌고자 하고, 관리자는 현상 유지에 보다 집중한다. 리더는 파괴, 혁신이라는 단어를 좋아하며 더 나은 방향으로 가고자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관리자는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거나 기존의 프로세스를 개선하여 좀더 효율적으로 처리과정을 만들어 가려는 경향이 있다.셋째, 리더는 유일한 것, 새로운 것을 좋아하며 관리자는 다른 사람이나 조직의 생각과 행동을 따라하는 경향이 많다.넷째, 리더는 위험을 감수하는 경향이 강하며 관리자는 위험하지 않도록 상황을 조절한다. 즉 리더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감수하며 종종 실패가 성공을 위한 과정임을 인식한다. 하지만 매니저는 위험을 줄이고 조절하는 것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진다.다섯째, 리더는 중장기 계획과 성과에 관심이 많고, 관리자는 단기적 성과를 위해 일을 한다. 리더는 의식적으로 단기적 성과가 없더라도 이에 따른 동요함이 없이 스스로 동기부여 된 목적에 충실하며 일을 수행하며, 관리자는 단기 성과와 칭찬을 의식하는 경향이 많다.여섯째, 리더는 지속적으로 자기계발을 수행하며 관리자는 기존의 지식이나 기술에 의존한다. 리더는 새로운 지식에 대해 끊임없는 호기심과 배우고자 하는 행동을 보이며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아이디어를 구해 본인의 생각을 확장시키려는 노력을 한다. 반면 관리자는 과거의 생각이나 성공에 머물고 자신의 현재 생각에 근거하여 일을 처리하는 경향이 있다.일곱째, 리더는 사람 및 사람과의 관계에 초점을 두고 있다면 관리자는 시스템 및 프로세스에 초점을 맞춘다. 리더는 비전을 이해하고 수행하며 이를 통해 궁극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임을 인지하고 이들의 동기부여나 충성도, 신뢰도를 향상시키기위해 노력한다. 관리자는 현재 업무를 완성하기 위해 기존 프로세스 개선이나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팀보다는 본인의 주도해 업무를 수행한다.여덟째, 리더는 코칭을 하며 관리자는 지시한다. 리더는 사람들이 일을 하고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도록 사람들을 지원하며, 동료를 긍정적이고 경쟁력 있는 사람들로 인식한다. 관리자는 사람들에게 일을 완수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지만 사람들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받아들이는 것에 익숙함이 덜하다.아홉째, 리더는 열광하는 지지자가 있고, 관리자는 고용원(직원)이 있다.이러한 차이점을 고려할 때 우리 사회는 리더가 더 필요한 것일까? 관리자 능력은 필요 없는 것일까? Kotter 교수에 따르면, 리더십과 관리능력은 다르며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리더십이 신비로운 것도 아니며, 더군다나 관리능력 보다 더 나은 개념이나 대체해야 하는 능력도 아니다. 오히려 리더십과 관리능력은 각각 존재의 가치가 있으며 복잡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모두 필요한 역량요소이다.이제는 대중화 되고있는 기술기반 기계조제를 지나 메타버스 의약학교육, 온라인건강상담, 의약품배송, 유전자 맞춤형 건강솔루션, 디지털기반 복약상담등, 코로나 팬더믹 상황이 가속화 시키고 있는 4차산업혁명의 물결이 몰아치는 2021년 현재, 약사 사회는 리더십(Leadership)과 관리능력(Management) 중 어디에 더 많은 비중을 두면서 균형을 잡아가야 할까? 이는 우리들의 선택과 통찰력에 달려있을 것이다.2021-07-18 14:11:29데일리팜 -
[기자의 눈] 의약 협업아닌 '의약종속', 대책 없나[데일리팜=강혜경 기자] 평소보다 1시간 가량 약국 문을 늦게 열었다가 병원장에게 무릎을 꿇은 약사의 안타까운 사연이 보도되면서 약사사회가 공분과 무력감을 호소하고 있다.약국이 늦게 문을 열어 환자들이 처방을 받지 않고 돌아갔다는 대목에서 화가날 수는 있지만 '처방전을 내주지 않겠다', '피해금액 몇 천만원을 가져오지 않으면 용서하지 않겠다'고 하기에는 의약사 관계를 떠나서도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의약분업의 구조적 한계를 누구보다 잘 알고, 갑으로서의 위치를 제대로 인식시키겠다는 의도 없이는 사실상 일어나기 힘든 일이다.의원과 약국이 기능과 공간적으로 분리해 환자의 치료에 사용되는 의약품을, 전문의료인인 의사가 진단해 가장 적합하게 처방한 후 약사가 처방을 검수해 전문적으로 의약품을 조제·판매함으로써 질 높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다는 의약분업의 취지와는 상당히 동떨어진 부분으로 해석된다.물론 의사와 약사간 상생하는 관계가 훨씬 많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의사와 약사의 갑을관계에서 파생되는 갑질, 지원금 등의 시발점은 의약분업 제도일 수밖에 없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때문에 갑질 보도를 본 약사들은 의사는 강하고, 약사는 약한 '의약분업' 내지는 '의약종속', 약사에게서 비명 소리가 나온다는 '으악분업'으로까지 부르고 있다.최근 데일리팜에에 보도된 '"약국 팔라는 병원장 요구 거절에 3년간 불이익"' 기사 역시 의약분업의 폐단을 보여주는 예시다.아내인 약사가 해당 약국자리에 약국을 했으면 좋겠으니 약국을 팔라는 원장 요구를 따르지 않았다가 3년째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약사. 원장은 사용하던 약을 바꾸고, 대체조제 불가 처방을 내리고, 처방전 용법·용량 부분을 보이지 않도록 했다. 또 소아약 처방에 '가루약 조제 불가' 도장을 찍는가 하면 수시로 전화를 걸어 '왜 병원 욕을 하느냐', '환자들로 하여금 병원 화장실을 사용하지 말게 하라'고 괴롭혀 왔다.약사는 권리금까지 주고 들어간 약국을 포기할 수 없어 울며 겨자먹기로 3년간 약국을 운영해 왔고, 결국 원장은 10m도 채 떨어지지 않은 위치에 새로운 건물을 짓고, 1층에 아내 약국이 먼저 허가 받게 됐다.약사는 의원과 약국간 관계 등을 담합행위로 보건소 측에 수차례 문제제기를 했지만, 보건소는 의심 정황만으로 약국 개설을 막을 수 없다며 허가를 내준 부분이다.약사의 역량을 키우는 것은 평생에 걸쳐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일반약 판매 스킬을 끌어 올리고 상담 능력을 키우는 게 얼마나 중요한 지는 누구나 알고 있는 부분이다.하지만 의약분업이 이뤄진 뒤로는 '기가 막히게 용한 약국'을 찾을 수 없다. '나만 취급하는 제품' 역시 있을 수 없다. 평생에 걸쳐 약물에 대해 공부하고, 경영을 익힌다고 하더라도 처방을 받지 않고 운영되는 약국은 전체 약국들 가운데 극히 일부분이다.'운이 나빴다'며 개인의 문제로 넘겨버리기에는 앞으로도 같은 문제가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약사회가 관여하기에는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가 얽혀 있는 경우들이 많다.지역약사회 한 관계자는 이 문제를 놓고 이렇게 말했다. "안타깝게도 사실 약사회가 관여하고 개입할 수 있는 문제들은 그렇게 많지 않아요. 후배들에게는 늘 '본인의 희생을 감내해 가면서까지 약국을 하지 말라'고 얘기하지만 막상 본인의 생계가 달린 상황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거죠. 그렇다고 신고센터를 운영한다고 하면 매일 같이 얼굴을 마주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정상적인 가동이 가능할까요? 이번에라도 제도적으로 문제를 풀 수 있는 물꼬가 마련됐으면 하는 바램입니다."2021-07-15 16:36:04강혜경 -
[독자투고] 약사회는 진정 변화를 바라는가?하루하루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던 중 우연히 ‘자산어보’라는 영화를 보게 되었다. 역사에 관심이 많은 청소년기를 보낸 나로선 가벼운 마음으로 선택했지만 영화를 보고 난 후에는 삶에 대한 성찰과 인생,직업,나이의 책임감이 묵직한 메아리로 남았다. 재미도 있었지만 그동안의 나의 가벼움을 반성하게 해주는 감동적인 작품이었다.시대적배경은 1801년 신유박해로 정약종 참수후(한국 최초의 조선천주교 회장 : 순교) 동생 정약용은 강진으로 그의 형 정약전은 흑산도로 유배된다. 줄거리는 정약전이 청년어부 창대를 만나 최초의 해양생물 백과사전인‘자산어보’를 집필하면서의 이야기이다. 실학자 다산 정약용이 주인공이 아니고 그 형인 정약전이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역사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흥미로웠고 인생과 직업에 대한 가치관이 얼마나 삶과 조직에 영향을 주는가를 한번 더 생각하게 되었다.흑산도에서 태어난 서자이지만 똑똑하고 야심찬 청년어부 창대와 양반 천민의 구별이 없는 평등한 세상을 꿈꾸는 정약전과의 의리와 갈등이 주를 이루며 이를 통해 사람이 무었을 위해 공부를 하는가를 보여준다. 이 영화는 19세기 당시의 시대적 상황 ,성리학적 세계관의 한계와 이를 극복해보려는 한 지식인의 모습을 통해 우리에게 본질을 꿰뚫어보려는 눈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올해 약사회 선거가 있다. 4명의 후보가 나온다는 신문기사를 보았다. 어떤 후보가 어떤 공약을 가지고 나오는가 보다는 12월에 약사회장선거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냐?는 질문에, 몰랐다 54.6%, 관심없다 23.6%라는 조사결과가 먼저 눈에 띄었다.축제가 되어야 할 약사회의 선거에 대한 무관심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 약사회의 선거는 인물이나 정책이 아닌 선거가 되어버린지 오래되어 뻔한 구도를 넘어서 기시감을 느끼게 하는 피곤함과 일명 동문회 선거, 네가티브 ,마타도어 등 회장선거가 약사사회를 좀먹는 것이 아닌가? 많은 회원들도 다 알고 있는 문제일 것이다.영화‘자산어보’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조선은 백성의 나라인가? 성리학의 나라인가? 과연 주자는 쎄구나.회장선거가 미래의 약사사회의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는 생각보다는 그들만의 이권싸움이 되는 현실에 실망한 54.6%와 23.6% 가 아닐까 한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공약이나 불공정한 선거개입, 무엇보다도 후보자 스스로 가슴에 손을 얹고 ‘내가 무엇을 위해 회장이 되어야 하는가’를 진정으로 생각해보길 바란다.약사사회의 수장을 뽑는 선거는 약사회원을 위하고 약사회를 더 나은 미래로 이끄는者로서 능력과 도덕성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회원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이다.약사사회의 위기에 해법을 제시할 수 있는 회장. 냉철한 분석과 앞으로 약사에게 몰아칠 변화의 바람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능력있는 회장. 우리 약사들을 대신해서 싸워줄 수 있는 용감한 회장. 이런 회장을 뽑을 수 있는 선거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마지막으로 ‘자산어보’가 쓰여진지 100년이 지난 후에도 성리학을 버리지 못한 조선이 양반들만의 잔치인 세도가들의 비리와 부패의 폐단 등 변화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메이지유신으로 근대화에 성공한 일본의 속국이 되었음을 약사회의 수장으로 출마하시는 후보들은 명심해 주시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2021-07-15 00:16:01박웅석 약사 -
[기자의 눈] 실효성 없는 복지부 약국개설 지침[데일리팜=정흥준 기자] 지난해 복지부가 ‘약국 개설등록 업무지침’을 마련했지만 1년 4개월이 지난 최근까지도 개설 허가에 따른 분쟁은 되풀이되고 있다.위장점포, 전용복도, 의료기관 분할 등 허가 판단에 대한 적법성을 놓고 행정소송과 행정심판이 계속되는 실정이다.약국 개설지침은 허가 실무자들의 판단을 도와 소위 ‘편법약국’ 개설이라는 소모적인 논란을 막고, 지역별로 제각각인 개설 허가 기준을 평준화하자는 취지였다.2019년 5월부터 복지부가 17개 지자체 허가 실무자들과 함께 협의체를 운영하며 만든 결과물이었지만 개설 분쟁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었다.최근 경기 지역에서 발생한 개설 분쟁에서도 보건소는 전과 다름없이 ‘변호사 법률검토를 진행하고, 복지부에 질의’를 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결과적으로 개설 허가는 반려됐지만, 반려의 이유는 지자체서 운영하는 옴부즈만에서도 납득하지 못하는 이유였다.결국 약국 개설 준비를 마쳤던 약사는 억울함을 토로하며 행정심판을 추진중이다.약국 개설등록 업무지침에는 판단기준과 관련 판례 등이 담겼다. 모든 개설사례를 담을 수는 없기 때문에 몇 가지 분쟁 사례들이 들어가 있지만, 똑같은 개설 사례가 나오지 않는 이상 판단에 한계가 있다.결국 보건소 실무자의 판단에 전적으로 의지함으로써, ‘여기는 되고, 저기는 안되는’ 제각각의 개설 사례들은 여전히 반복되는 것이다.약국의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면서 개설 분쟁은 끊이지 않는다.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약국 숫자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고, 약국 밀집이 과열될수록 분쟁은 많아질 수밖에 없다.코로나 관련 이슈에 묻혀 약국 개설 분쟁과 편법약국, 불법브로커 등은 뒷전이 됐지만 앞으로도 계속 문제가 될 사안인 것은 분명하다.물론 워낙 다양한 개설 사례들이 있어 완벽한 지침을 만들기란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라는 데 공감한다.그렇다면 정부는 개설 허가 실무자들과의 협의체를 주기적으로 운영하고, 촘촘한 지침을 마련할 때까지 계속적으로 보완해야 하지 않을까. 미완성의 지침을 만들고 만족을 할 상황이 아니라는 게 약국 현장의 목소리다.2021-07-13 18:30:51정흥준 -
[기고] '원샷' 치료제 킴리아 급여, 환자 생명이 최우선지난 3월 5일 식약처는 세계 최초 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 킴리아주(성분명 티사젠렉류셀)를 우리나라 첨단재생바이오법에 따른 제1호 첨단바이오의약품으로 허가했다. 대상은 재발성·불응성인 25세 이하 B세포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과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환자들이다.킴리아는 이미 미국 FDA에서 2017년 8월에, 일본 후생노동성에서는 2019년 3월에 허가되어 재발·불응성으로 더 이상 치료방법이 없어 죽음을 앞두고 있던 말기 혈액암 환자들이 치료 효과를 보고 있다. 5살 때 급성림프구성백혈병 진단을 받고 치료에 실패해 죽음을 앞뒀던 에밀리 화이트헤드는 2012년 CAR-T 치료제 킴리아 임상시험 1호 환자로 참여한 뒤 9년이 지난 지금까지 건강하게 살고 있다.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킴리아 치료를 받기 위해 준비하다가 결국 하늘나라로 떠난 은찬이의 가슴 아픈 소식이 전해졌다. 에밀리 화이트헤드의 기적 같은 경험은 세계적으로 감동을 주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슬픈 소식을 마주하고 있다. 은찬이 어머니는 “은찬이가 CAR-T 치료를 받도록 해주지 못한 것이 평생 한이 되겠지만, 부디 CAR-T 치료 접근성이 좋아져 은찬이처럼 목숨을 잃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블로그에 남겼다.킴리아는 평생 단 한 번의 투여, 즉 '원샷(one shot)'으로 완치에 가까운 치료 효과와 장기 생존을 기대할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래서 기존 치료제가 더 이상 안 듣거나 여러 번 재발한 혈액암 환자들이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항암제다. 급성림프구성백혈병에서는 82%, 림프종은 39.1%의 완전관해율을 보이고 있다. 일정수준 이상 치료효과가 검증되었다고 볼 수 있다. 킴리아가 우리나라에서 허가 받을 당시 이미 30여 개국에서 허가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일본을 포함해 건강보험 등재가 된 나라들도 많은 상황이다.킴리아의 국내 허가가 조금만 더 신속하게 되었다면 어땠을까? 우리나라에서도 그만큼 신속하게 CAR-T 치료가 가능한 의료 환경이 되었을 것이고 일본처럼 건강보험 적용도 신속하게 진행되었을 것이다. 그렇게 되었다면 지금쯤 은찬이도 킴리아 치료를 받아 완치에 대한 꿈을 키우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은찬이와 같은 안타까운 상황이 또 다시 발생하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우리나라에도 킴리아처럼 치료효과가 일정 수준 이상이고 대체제가 없는 생명과 직결된 신약을 신속하게 건강보험 등재 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킴리아 사례를 계기로 사회적 논의를 통해 ‘생명과 직결된 신약’의 범위를 정하고, 이에 해당하는 경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건강보험 급여평가 관련 절차를 사전에 진행해 식약처 허가와 동시에 ‘임시약가’를 정해 우선 건강보험 적용해 해당 환자의 생명부터 살려놔야 하고, 이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암질환심의위원회와 약제급여평가위원회, 건강보험공단 약가협상,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절차를 신속히 진행해 ‘최종약가’가 확정되면 사후 정산을 하는 방식의 「생명과 직결된 신약 건강보험 신속등재 제도」 도입에 정부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제약사가 신약을 개발한 이유는 사람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이고, 정부가 건강보험제도를 만들어 운영하는 이유도 치료제는 있는데 치료비가 없어서 환자가 생명을 잃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제약사나 정부는 이윤이나 건강보험 재정보다 환자의 생명에 최우선의 가치를 두어야 할 것이다.특히, 한국노바티스는 최근 고가약 및 재정분담 논란으로 건강보험 급여화가 지연되고 있는 일부 면역항암제 시판 제약사와 달리 사회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합리적인 CAR-T 치료제 킴리아 재정분담 방안을 마련해 정부가 신속하게 건강보험 급여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야 한다.2021-07-13 15:04:12이은영 사무처장 -
[기자의 눈] 신약 권리반환이 던지는 교훈[데일리팜=안경진 기자] 글로벌 제약사에 이전한 국산 신약이 또다시 돌아왔다. 애브비가 동아에스티로부터 확보한 MerTK 저해제의 권리를 5년만에 반환하기로 결정하면서다. 애브비는 2016년 12월 후보물질 도출 전 단계의 MerTK 저해제를 도입한 이후 동아에스티와 공동연구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내부기준에 만족하는 전임상 후보줄질을 찾지 못하면서 계약 종료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최근 몇년간 축적된 학습효과일까. 신약과제의 권리반환에 따른 충격파는 예전만큼 크지 않은 듯 하다. 2015년 한미약품이 글로벌 제약사와 빅딜을 잇따라 성사시킨 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기술이전 건수가 꾸준히 늘어나면서 반환 사례도 덩달아 많아졌다. 한미약품 1개사만 따져보더라도 2011년 이후 체결한 10건의 기술수출 계약 중 5건이 파기되는 전력을 지녔다.업계 전문가들은 기술이전된 신약후보물질 10건 중 8~9건이 반환될 정도로 계약 파기 확률이 높다고 진단한다. 신약 파이프라인 자체의 결함이 아니더라도 의약품시장 환경변화와 유사한 기전의 경쟁약물 등장, 파트너사의 연구개발(R&D) 전략 수정 등 외부요인에 좌우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신약개발은 0.1%의 기적을 찾아가는 긴 여정으로 비유되곤 한다. 성공보다는 실패가 익숙한 분야다. 막대한 연구비와 개발 기간을 쏟아붓는다고 해서 성공이 보장되지 않는다. 그러기에 신약 기술수출 반환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더욱 소중하다.동아에스티는 이번에 돌려받은 MerTK 저해제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당장은 계속 개발 가능성이 불투명하지만 공동연구 자료를 기반으로 개발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 동아에스티는 4년 전 권리를 돌려받은 '에보글립틴'의 후속 개발을 적극 진행하고 있다. 본래 적응증인 당뇨병으로 내수시장을 넘어 인도, 러시아, 브라질 등 중남미 17개국을 공략하는 동시에 합작사인 레드엔비아를 통해 대동맥판막석회화증 치료 가능성을 탐색 중이다.선례를 보면 반환된 신약의 재기술이전이 불가능하지만도 않아 보인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얀센으로부터 돌려받은 GLP-1 기반 이중작용제의 글로벌 판권을 MSD에 이전하는 계약을 성사시켰다. 혈당감소 효과는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체중감소 효과는 우수했다는 얀센의 임상 결과로부터 비알콜성지방간염(NASH)이란 새로운 잠재력을 찾아낸 경우다. 아직까지 상업화 기약이 없다는 점은 아쉽지만, 한미약품 입장에선 GLP-1 이중작용제의 계약체결과 파기, 재계약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계약금 수익과 더불어 글로벌 제약사의 임상개발 노하우를 흡수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받는다.SK바이오팜을 글로벌 기업 반열에 올려놓은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도 일찌감치 기술이전 계약이 파기되는 아픔을 겪었다. '솔리암페톨'은 본래 SK그룹(옛 유공)이 우울증 치료제로 개발하던 과제다. 1996년 미국식품의약국(FDA)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을 받고 2000년 존슨앤드존슨(J&J)에 기술이전했지만 임상 단계에서 효능을 입증하지 못하면서 권리가 반환됐다. 이후 1상임상 데이터 분석을 통해 각성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SK그룹이 수면장애 치료제로 재개발에 나서면서 2011년 재즈파마슈티컬즈(옛 에어리얼바이오파마)와 기술수출하고, 2019년 3월 FDA 판매허가를 받는 쾌거를 이뤘다.최근에는 계약 당시부터 반환에 대비한 계획을 적극적으로 세워둬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무게가 실린다. 유한양행이 대표적인 국내 모범사례다. 유한양행은 2018년 11월 얀센바이오텍에 차세대 폐암신약 '레이저티닙'(상품명 렉라자)의 글로벌 권리를이전했다. 얀센이 자체 개발 중인 이중항암항체 '리브레반트'와 병용요법으로 개발하는 용도다. 그와 별개로 '레이저티닙' 단독요법을 EGFR 돌연변이 폐암 1차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한 글로벌 임상도 독자 진행하고 있다.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되지만 글로벌 임상을 독자적으로 끌고 나갈 수 있는 R&D 역량을 키우는 동시에 혹시 모를 권리반환에 대비하려는 취지다.야심차게 글로벌 진출 꿈을 키우던 신약의 권리반환 소식은 언제나 아쉽다. 동시에 신약개발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다시금 체감하게 한다. 전문가들은 기술수출 계약 성사와 중단, 임상시험 승인, 중단과 같은 소식에 일희일비해선 안된다고 조언한다. 단기간의 성과보다는 장기 안목을 가지고 신약개발을 꾸준히 이어갈 수 있는 긴 호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험들이 제약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성장통으로 작용하길 기대해 본다.2021-07-12 06:15:12안경진 -
[기자의 눈] CSO '선샤인액트법'에 거는 기대[데일리팜=이정환 기자] 의약품 영업·판매대행사(CSO, Contract Sales Organization)를 바라보는 약업계 시선은 싸늘하다. 원래대로라면 CSO는 전문성을 토대로 제약사가 해야할 의약품 영업, 프로모션, 마케팅 등 업무를 대신하는 아웃소싱업체다. 그러나 국내에서 CSO는 의약품 불법 리베이트 우회로의 이음동의어(異音同義語) 취급을 받는다.이는 지난 2014년께 불법 리베이트 쌍벌제, 투아웃제 등 규제 시행과 맞물려 CSO가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규제·관리 불가영역으로 침잠한 영향이다. 개체수가 급증한 뒤 제약사 대신 의료기관에 불법 리베이트를 건네 의약품 영업에 매진하는 CSO가 적지 않은 것은 불편한 진실이다.이런 현실에서 당장 타격을 입는 쪽은 의약품 디테일링 능력을 갖추고 합법 영업을 추구하는 정상적인 소수 CSO들이다. 우리나라에서 CSO 개념을 정착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인벤티브헬스의 2015년 CSO부문 사업철수 등은 불법 리베이트로 인한 정상적인 CSO의 피해와 적응실패를 방증한다. 결국 'CSO=리베이트'란 인식을 걷어내려 제약사보다 더 전문적인 의약품 영업력으로 승부하려는 CSO들은 오늘날 속칭 '희귀템' 대접을 받는 실정이다.사실상 규제사각지대에 방치된 의약품 CSO 분야에서 최근 주목할만한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CSO를 의약품공급자 범위에 넣고 의·약사 지출보고서 작성·제출을 의무화하는 약사법 개정안이 그것이다.해당 법으로 앞으로 CSO가 무차별적으로 의약품 처방에 따른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창구로 악용되는 사례가 일부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법 시행과 별도로 정부와 제약업계가 할 일은 또 있다. 법 시행을 분기점으로 정부와 제약업계는 CSO를 규제트랙 안으로 점점 들여놓는 노력을 기울여야한다. CSO가 국내 제약산업에서 리베이트 우회로라는 역기능이 아닌, 의약품 디테일링이란 순기능을 대폭 키워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특히 당장 국내 CSO 시장상황과 구성성분 등 기본적인 통계부터 확립할 필요성이 있다. 제약산업 전문가들은 국내 의약품 시장에서 법인이 아닌 개인이 CSO 사업을 운영중인 사례가 5000여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중이지만, 정부는 아직까지 명확한 CSO 통계조차 속 시원히 내놓지 못하는 실정이다.개인 또는 법인 CSO 가운데 제대로 된 의약품 영업·마케팅 능력을 갖춘 곳은 얼마나 되는지, 국내 존재하는 CSO 영업 형태는 어떤 유형들이 산재해 있는지를 확인해야 정상적인 CSO 산업을 육성하고 이끌어 갈 정책 방향을 설정할 수 있음은 자명하다. 나아가 CSO를 의약품공급자 범위에 넣는 것 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편법 리베이트 사례나 규제 미흡을 면밀히 분석해 영세한 CSO 산업에 드리운 검은 그림자를 점차 걷어내야 한다.CSO를 통한 불법 리베이트가 제약산업 공정경쟁을 훼손하고 산업 건전성을 좀 먹는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규제·관리 도구가 부족하고 제대로 된 시장분석이 되지 않아 관행이란 이름으로 막연히 방치하는 실정이다. CSO 지출보고서 의무화법이 훗날 제대로 된 CSO 산업 육성에 신호탄이 됐다는 평가를 받으려면 정부와 제약업계는 지금부터 추가 규제 방향성 설정에 나서야 한다. CSO 이마에 찍힌 리베이트 창구란 낙인을 보고도 문제해결에 나서지 않는 건 직무유기가 아닐 수 없다.2021-07-09 16:44:28이정환 -
[데스크시선] 제약기업 CEO, 검박과 겸양의 미덕[데일리팜=노병철 기자] 창업 보다 수성이 어렵다. 삼성전자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이 회고록에서 남긴 말이다. 기업의 영속성과 성장을 위해서는 최고경영자의 올곧은 이념이 필수불가결 조건이다. 역사적 관점에서, 때로는 선민·제왕적 리더십이 요구된 시기도 있었다. 그렇지만 동서고금을 막론한 리더십의 근본은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인본이다. 이러한 덕치정치의 뿌리에는 항상 검박(검소하고 소박함)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겸손한 마음가짐이 자리하고 있다. 제약바이오업계 오너들 역시 설립정신과 시대적 감각에 부합한 겸양의 미덕으로 기업을 반석에 올리는 제2의 창업을 일궈가고 있다. 동아제약이 명실공히 대한민국 1등 제약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 역시 오너 일가의 검박과 겸양의 미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실천에 옮겨 왔기에 가능한 일이다. 강신호(95) 동아쏘시오홀딩스 명예회장은 창업주인 동호(東湖) 고 강중희 회장의 '인류 건강 증진'이라는 사훈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강신호 회장은 '직원이 행복해야 회사가 발전한다'는 남다른 철학으로 어우러짐과 소통경영을 추구한 것으로 유명하다.지금은 망백(望百)을 훌쩍 넘은 세수라 힘들지만 10여년 전 까지만 해도 구내식당에서 임직원들과 함께 점심을 나누며 환담을 즐겼다. 중국 소주박카스공장 시찰 때면 당시 강우석 상하이법인장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최고급 세단이 아닌 허름한 승합차를 애용한 일화도 유명하다. 숙박 역시 6성급 호텔이 아닌 중국 현지 공장직원들이 생활하는 기숙사 또는 관사에서 묵는 소탈한 성격의 CEO로 알려져 있다.건일제약 창업주 오송(五松) 고 김용옥 명예회장의 차남 김영중(53) 대표의 검소한 생활상도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MZ세대 오너3·4세들에게 좋은 귀감이다. 김 대표는 10년 전, 국내 제약기업으로는 드물게 복장 자율화(캐주얼 차림 근무)를 시행해 직원들에게 호평받고 있다. 취입한지 10년이 넘은 구형 에쿠스를 자가운전하는 모습도 알뜰한 살림꾼 경영자의 표본이다. 중앙대 약대를 졸업한 그는 한국아스트라제네카와 건일제약 감사·부사장을 거쳐 최고경영자 자리에 올랐다. 입사 당시 500억원대 외형의 회사를 현재 계열사를 포함해 2000억원대 중견기업으로 성장시킨 주역이다.남태훈(42) 국제약품 대표는 혹독한 경영수업을 성실히 수행해 내며, '도전정신과 배려'라는 기업이념을 실천하고 있다. 남 대표는 남영우(80) 국제약품 명예회장의 외동아들로 미국 메사추세츠주립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재원이다. 남 대표는 2011년 국제약품에 입사 후 2014년 최고경영자에 오르기까지 버스·지하철 등의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출퇴근했다. 지금은 관용차로 카니발을 주로 이용하고 있다. 아울러 남 대표의 친삼촌인 국제약품 계열사 효림산업 남철우 전 회장도 의전차량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한 것으로 유명하다.우리나라 바이오 1세대 손기영(61) 엔지켐생명과학 회장의 '이코노미 해외출장'은 벼락부자가 된 일부 바이오기업 CEO들의 모럴헤저드와 정반대의 모습을 보인다. A바이오기업 대표는 만성적자에 허덕이고 있지만 최고급 외제승용차를 끌어 빈축을 사고 있다. B바이오기업도 상장 이후 CEO의 팬트하우스 입주는 도덕적 헤이의 극치를 보인다. 손 회장은 업무 특성상 해외 출장이 잦지만 빅파마 대열에 오를 때 까지 비지니스 항공석이 아닌 이코노미석을 이용하기로 공표한 점은 그의 '주주가치 실현'이라는 경영철학과 일맥상통한다.2021-07-09 06:15:00노병철 -
[기자의 눈] 전문약 지명하는 환자가 늘고 있다[데일리팜=어윤호 기자] 투약을 원하는 의약품의 '제품명'을 지명하며 처방을 요구하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약국을 찾아 일반의약품 상품명을 지명하던 환자들이, 이젠 병의원에서 전문약을 지명하는 트렌드가 형성되고 있는 것.과거에는 오리지널, 제네릭 의약품 선에서 이뤄졌던 처방 요구가 심지어 항암제 영역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전언이다.시대가 변했다. 의사에게 매달리며 읍소하는 일이 전부였던 환자, 혹은 환자의 가족들은 이제 수술 논문을 뒤지고 임상 시험 데이터베이스 클리니컬트라이얼(clinicaltrial.gov)에서 신약을 찾는다.국내 허가된 약이 보험급여 장벽에 막혀있을 땐, 유관부처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복지부에 홈페이지와 전화를 통한 민원이 쏟아진다. 청와대 국민청원도 예외는 아니다. "업무가 마비될 정도"라 표현하는 관계자도 있다.한 대학병원 교수는 "급여·비급여 개념도 이미 알고 있고, 해당 의약품들의 병용 처방을 요구하는 경우까지 있다. 물론 환자의 의사표현이 있는 만큼, 가능한 한 반영하려고 하지만 때로는 터무니 없는 요구로 인해 당황스러운 경우도 적잖다"고 토로했다.가령 설포닐우레아계 약물을 복용하던 당뇨 환자가 DPP-4억제제를 달라고 한다거나 ARB단일제제를 복용하던 고혈압 환자가 ARB+CCB복합제제의 처방을 요청하는 일이 실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하지만 분명한 것은 처방권은 의사 고유의 권한이라는 점이다. 국민이 건강을 위해 전문성을 갖춘 의사들에게 위임한 것이다. 국민들의 지식수준이 상승했고 현재 의료사회에 대한 일종의 불신(?)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전문의약품의 처방은 전문가의 의학적 판단이 최우선돼야 한다.2021-07-07 06:15:04어윤호 -
[기자의 눈] 집행정지 신청, 권리일까 악용일까[데일리팜=김진구 기자] 정부가 제약사의 약가인하 집행정지 신청에 대해 칼을 빼들었다. 보건복지부는 약가인하 집행정지 기간 중 지급된 약품비를 환수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예고했다.약가인하 처분에 대한 그간의 수많은 취소소송과 동시에 제기되는 집행정지 신청에 손을 대겠다는 것이다.제약사가 약가인하 집행정지를 신청하는 과정은 이렇다. 제네릭 출시 등의 이유로 복지부가 보험급여 상한가의 인하를 예고한다. 그러면 제약사는 약가인하가 부당하다며 복지부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한다. 여기까지가 본안 소송이다.여기에 더해 제약사는 집행정지를 신청한다.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약가인하 처분의 집행을 미뤄달라는 요청이다. 법원은 신청을 받아들인다. 본안 소송 결과에 따라 소송은 2심·3심으로 이어진다. 그때마다 집행정지 신청이 반복된다. 법원이 다시 인용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약가인하 처분이 최종적으로 내려지기까지 길게 5년여가 소요된다.본안 소송의 결과가 확실치 않기 때문에 법원은 집행정지 신청을 대부분 인용한다. 지금까지 집행정지 신청이 기각된 사례는 점안제 약가인하 사건 정도가 전부다.제약사 입장에선 약가인하 취소만큼이나 집행정지 인용이 중요하다. 소송기간 동안 약가를 유지하는 것과 소송에 들어가는 비용을 비교하면 약가유지 쪽이 훨씬 크다. 연 500억원의 실적을 올리는 의약품에 제네릭 출시에 의한 약가인하 처분이 내려진다면, 소송이 진행되는 5년간 700억원 이상을 지킬 수 있다. 종국적으로는 본안소송에서 져도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이미 충분한 이득을 봤다. 만에 하나 약가인하마저 취소되면 더 큰 이득이다.정부의 제도개선 예고에 대해 제약업계는 당연히 반발한다. 사법제도가 보장하는 권리를 행정부처가 사실상 제한하는 것에 대한 반발이다. 제약사가 약가인하 처분을 정말로 부당하다고 생각하는지, 약가인하를 미루기 위한 꼼수로 악용하는지를 복지부가 임의로 판단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복지부도 이런 사정을 모르는 건 아니다. 양윤석 보험약제과장은 "합리적인 선이 어느 정도인지 가리는 게 쉽진 않을 것"이라며 "손해배상과 환수를 병행 검토하고 있다. 제도화가 되지 않으면 실질적으로 소송결과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복지부는 제도개선에 적극적인 입장이다. 복지부는 집행정지 신청이 많아도 너무 많다고 판단한다. 사법제도를 제약사가 악용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더구나 약가인하 고시와 집행정지가 반복되는 과정에서 약국가·유통업계 혼란도 적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복지부는 "지금까지 정부가 약가소송으로 패소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강조한다. 제약사는 스스로 지금까지 집행정지 신청을 남발하지 않았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시민단체와 국회의 지적이 끊임없이 반복되고, 복지부마저 제도 개선에 나선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2021-07-05 06:13:52김진구
오늘의 TOP 10
- 1"마트형약국도 위협적"...도넘은 판촉에 약사들 부글부글
- 24천품목 약가인하에도 수급불안 3개 품목은 약가가산
- 3"약가제도 개편, 제약산업 미래 포기선언...재검토 촉구"
- 4제약사 불공정 행위 유형 1위는 약국 경영정보 요구
- 56년간 169건 인허가…범부처 의료기기 R&D 성과판 열렸다
- 6K-바이오 투톱, 미 공장 인수...'관세 동맹'의 통큰 투자
- 7톡신은 왜 아직도 '국가핵심기술'인가…해제 요구 확산
- 8“제네릭이 나쁜가”…제약업계가 정부에 던진 반문
- 9경찰, 비만치료제 실손보험 부당청구 무기한 특별단속
- 10로완-현대약품 '슈퍼브레인H' 국내 독점 판매 계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