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의 눈] 식약처 내 한시 조직 폐지...대책은 있나[데일리팜=이혜경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 마약안전기획관 존폐 여부가 행정안전부의 조직 평가로 결정된다. 정확한 평가 시기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과거 평가 시기를 살펴보면 행안부는 10~11월 경 한시 조직에 대한 조직 평가를 진행하고 12월 경 최종 결과를 공개한다.마약안전기획관은 지난 2019년 4월 30일 국무회의에서 '식약처와 그 소속기관 직제 일부 개정령안'이 의결되면서 한시 조직으로 신설됐다. 당시 국내에서 프로포폴, 졸피뎀 등 의료용 마약류가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면서 안전 관리 강화의 필요성이 대두 됐고, 식약처에서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을 구축하자 콘트롤타워의 역할로 마약안전기획관을 신설하게 된 것이다.이전까지 식약처 내 마약류 관리는 의약품안전국 산하 마약정책과 1곳에서 담당했다. 국장급 조직인 마약안전기획관이 식약처 한시 조직으로 별도 신설되자 마약정책과가 산하로 이동했고, 마약관리과가 한시 조직으로 함께 꾸려졌다. 마약안전기획관과 함께 한시 조직으로 신설됐던 마약안전과는 국내 유통 마약류 안전 관리,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 사후 관리를 위해 지난해 정규 직제로 전환됐다.식약처 내 마약을 관리하는 부서가 마약정책과와 마약관리과 두 곳으로 편성됐지만, 정작 두 부서를 관리하는 마약안전기획관이 사라질 수도 있는 위기에 놓여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정부 초기부터 '정부의 인력과 기능을 슬림화 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현재 정부 조직 개편 방향이 공무원 정원 축소와 한시 조직 폐지 등에 무게가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무조건적인 '작은 정부'는 지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에서 비대해진 정부 조직을 구조조정 하겠다는 의지지만, 대책은 있어야 한다.연예인들의 잇따른 마약 투약 혐의와 의료용 마약류 처방 증가, 청소년들의 마약류 투약 등 국내 마약류 안전 이슈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또 마약류 안전 이슈는 식약처 국정감사의 해묵은 주제이다. 지난해 국감에서 마약류 향정의약품과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의 사후 관리 부실이 지적됐는데, 큰 이유 중 하나가 마약안전기획관 조직이 신설됐지만 인력 부족 등으로 실질적인 행정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었다.이 같은 상황에서 마약류 콘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마약안전기획관을 폐지한다면, 국장급이 없는 조직에서 제대로 된 마약류 안전 관리가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한시 조직 신설 이후 실질적인 인력 충원이나 지원 없이 마약류 안전 관리 성과만 내놓으라고 하면 안되는 일이다. 조직 평가 이전에 마약안전기획관이 국내 마약류 안전 관리 콘트롤타워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 줘야 할 때다.2022-09-29 16:30:51이혜경 -
[기자의눈] 국민 돈 관리하면서 이렇게 허술할 줄이야[데일리팜=이탁순 기자] 진료비 46억원을 횡령한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원 사건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6개월에 걸쳐 46억원을 횡령할 동안 공단 그 누구도 알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은 허탈감을 넘어 분노를 느끼고 있다. 특히 요양기관에 보낼 진료비 재원은 국민이 낸 건보료에서 나온다는 점에서 일반기업보다 못한 국가기관의 허술한 시스템에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3급 팀장 최모(44) 씨는 공단 재정관리실에서 일하면서 채권자인 요양기관에게 돈을 보낼 계좌정보를 등록하고 승인하는 전결권자로 알려졌다. 계좌정보도 바꿀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요양기관 계좌가 아닌 본인 계좌로 셀프 송금할 수 있었던 것이다.문제는 아무리 전결권자라도 교차 점검하거나, 이를 상시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이 부재한다는 것이다. 최씨는 지난 4월부터 7월까지는 1억원 가량만 본인 계좌로 돈을 챙겼다. 그럼에도 별일이 없자 이달 16일에는 3억원을, 21일에는 42억원을 횡령한 것으로 보인다.그리곤 휴가를 내고 해외로 도피했다. 경찰은 최씨가 필리핀으로 출국한 것으로 보고 있다. 횡령부터 해외 도피까지 완전 범죄를 모의하는 데 공단처럼 허술한 기관이 없었던 것이다.과연 전결권자로 자금관리를 책임지는 직원이 최씨 뿐이었을까? 이번 사건이 벌어지지 않았다면 공단에서는 맘만 먹는다면 누구든 횡령을 저지를 수 있는 시스템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았다.공단이 뒤늦게 업무 전반에 대한 교차 점검 프로세스 누락 여부를 확인하고 고위험 리스크 관련부서 내부 통제장치를 만들기로 했지만, 말 그대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시스템 점검과 함께 이번 사건이 왜 발생했는지 근본적 원인 파악에 나서야 한다. 내부 통제장치가 그동안 왜 마련되지 않았는지, 이번 사건이 발생하게 된 배경에 조직문화도 관련돼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더불어 국민 돈을 눈먼 돈으로 만든 데 대한 책임자 문책도 이뤄져야 한다. 이미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강도태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서울지방경찰청에 고발한 상황이다.수사기관이 나서지 않더라도 공단 상급기관인 복지부와 공단 내부에서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46억원을 되찾는 일보다 바닥으로 떨어진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뼈를 깎는 쇄신이 필요한 상황이다.2022-09-28 15:34:45이탁순 -
[기자의 눈] 영진약품의 적자 승부수[데일리팜=이석준 기자] 영진약품은 적자다. 지난해 139억원에 이어 올 반기도 23억원 영업손실을 냈다. 흑자를 낸 2020년 영업이익도 4억원에 불과하다. 실적 부진 장기화다.매출의 30% 가량을 책임졌던 해외 매출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 시장은 2020년 569억원에서 지난해 265억원으로 반토막 이상 났다. 올해도 사정은 비슷하다.이런 영진약품이 자기자본 20% 수준인 215억원 규모 시설투자를 결정했다. 남양공장 세파항생 주사제 생산라인 구축을 위해서다. 2014년 일반제 원료의약품 시설 증설 이후 8년여 만의 시설투자 결정이다. 당시에는 150억원이 투입됐다.투자에 인색하던 영진약품의 이번 결정을 보고 반기보고서를 펼쳐봤다. 적자 속 투자 여력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다.현금및현금성자산은 반기 말 8억원 정도다. 2020년 말과 2021년 말도 4억~5억원 정도였으니 수년간 유동성 압박에 시달렸을 것으로 판단된다.순부채도 지난해 말 108억원에서 올 반기 234억원으로 늘었다. 현금성자산으로 총차입금을 갚아도 234억원이 남는다는 소리다. 올 반기 말에는 이익잉여금도 결손금으로 전환됐다. 영업이익 부문은 물론 각종 지표도 녹록지 않다.사실상 총체적 난국이다. 다만 영진약품은 위기 속에서도 투자를 결정했다. 올 초에는 대표이사 변경(이재준→이기수) 등 변화도 단행했다.투자를 위한 자금 조달도 유연하게 대처한다는 계획이다. 달라진 부분이다. 영진약품의 가장 최근 자금조달은 2010년 347억원 규모 유상증자다. 전환사채(CB)는 2003년 200억원 조달이 마지막이다.회사 관계자는 "차입 방식으로 이번 시설 자금 조달을 생각하고 있다. 다만 215억원이라는 돈이 2025년까지 순차적으로 투입되는 것이기 때문에 당장의 유동성 문제로 연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시설 투자 의지를 봐줬으면 한다"고 답했다.영진약품의 시설투자 승부수는 언뜻 무리수로 비춰질 수도 있다. 다만 뒤집어보면 미래 성과 도출 자신감으로도 읽힐 수 있다. 투자 결정, 자금조달 유연성, 대표 교체 등 영진약품이 적자 속 변화를 통해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2022-09-27 06:00:29이석준 -
[모연화의 관점] 효능 메시지와 플라세보(placebo) 효과(3)피그말리온(Pygmalion)은 자신의 이상형을 조각하고, 갈라테이아(Galatea)라 이름 지었다. 피그말리온은 매일 마음을 다해 그녀에게 사랑의 언어를 속삭였다. 아프로디테 여신은 그 사랑에 감동하여, 갈라테이아에게 생명을 준다. 기대는 원하는 바를 이루게 한다는 피그말리온 효과는 교육계에서 로젠탈 효과로 다시 증명되었다.1968년 사회학자 로버트 로젠탈(Robert Rosenthal) 교수는 미국의 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기대 효과에 관한 실험을 했다. 아이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고, 한 그룹의 아이들에게는 지능이 높은 아이들이라고 알려주고, 다른 그룹의 아이들에게는 아무런 말을 해주지 않았다. 학기가 끝날 무렵, 지능이 높다는 암시를 받은 아이들의 지능지수는 유의하게 향상됐다. 반면, 아무런 말을 해주지 않은 그룹의 아이들에게는 유의한 변화가 없었다.이러한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자기-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 효과라 명명한다.사람들은 미지의 것(미래, 결과)을 예측하거나, 기대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기대하는 방향에 맞춰 행동을 수행하는 경향이 있다.그 결과 많은 믿음은 현실로 나타난다. 자기-충족적 예언 효과는 의약품 영역에서도 나타난다. 효과가 없는 성분일지라도 효능 메시지와 함께 제공되면 사람들은 그 메시지에 맞춰 기대하고 놀랍게도 약효가 발휘된다. 약의 메시지를 먹는 것이다.메시지의 생리활성 메커니즘은 2000년도 초반, 의약품 메시지에 반응하는 뇌와 기관의 호르몬 방출 등을 검사할 수 있는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 fMRI), 양전자 방출 단층 촬영(positron emission tomography, PET)을 활용한 뇌신경학 실험들로 밝혀지기 시작했다. 연구자들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효능 메시지를 보여주었다.참가자들은 메시지를 처리하며 치료 결과에 관한 기대를 했다. 그리고 기대는 미래를 상상하는 뇌 영역에 자극을 가했다. 이 자극은 도파민 분비에 영향을 미쳤고, 혈압과 심장박동수를 줄였다. 결과적으로 효능 메시지는 통증 감소, 피로 감소, 치료 효과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그런데 기대는 개인의 경험을 통해 발달하기 때문에 개인차가 존재한다. 경험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 단서로는 병원이나 약국의 브랜드, 약의 모양, 전문가의 친절한 표정, 흰 가운, 주사기, 약을 삼키는 행동 등이 있다.구체적으로 "약국이 깨끗했다. 전문가가 친절하고, 긍정적으로 설명을 해줬다. 약 모양과 색도 과거의 나에게 효과적이었던 색이다. 약을 편하게 삼켰다. 결과를 경험했다." 등의 과정 누적이 기대를 만든다는 것이다. 그래서 같은 성분이지만, 굳이 나는 하얀색 약이 잘 듣는다는 분, 나는 연질이 더 좋다는 분, 나는 저 약국보다 이 약국 약이 잘 듣는다는 분 등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자기-충족적 기대 효과들이 발생한다.예전에는 이러한 플라세보 효과는 배제되어야 할 것으로만 치부되었다. 왜냐면 약에 의한 효과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사람의 심리는 그 자체로 치료 결과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러한 긍정적 기대 효과를 [환자의 관점에서] 최적화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커지고 있다.세상에서 가장 사랑받는 메이요 클리닉(Mayo Clinic)의 디자인 혁신, 고객 경험의 순간을 반영하는 브랜드 약국 공간, 전략적 커뮤니케이션하는 의약품들의 목표는 고객들의 기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그래서 환자가 경험하는 치료의 모든 과정에 '긍정성'을 부여하고자 노력한다.결과적으로 "그 병원에 가면 잘 낫더라, 그 약국에 가면 잘 낫더라, 저 브랜드의 약이 효과적이더라, 나는 그 약이 좋아" 같은 단편적인 평가부터 "그 약국 약사는 좀 달라. 그 사람 말은 믿을 수 있어" 등의 인간적인 신뢰를 포함한 복합적인 기대를 만들고자 한다. 즉, 치료받는 사람의 마음을 중심에 두는 것이다.이러한 맥락에서 자신과 자신이 속한 공간 및 제품 메시지는 고객을 위해 어떤 긍정적 기대를 주려고 노력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덧붙여, 현재 공식적으로 허가받고, 유통되는 암로디핀 효능 메시지도 살펴보자. "고혈압, 관상동맥의 고정 폐쇄(안정형협심증) 또는 관상혈관계의 혈관 경련과 혈관수축(이형 협심증)에 의한 심근성허혈증. 최근 혈관조영술로 관상동맥심질환이 확인된 환자로 심부전이 없거나 심박출량이 40% 미만이 아닌 환자의 관상동맥 혈관재생술에 대한 위험성 감소".이 효능 메시지들은 환자에게 어떤 기대를, 어떤 효과를 발생시킬까? 생각해볼 문제이다.2022-09-26 15:10:25데일리팜 -
[모연화의 관점] 약의 메시지는 뇌에서 어떻게 처리될까(2)인간은 메시지를 읽고, 해석하고, 저장하고, 필요할 때 사용한다. 인지심리학자의 선구자인 조지 밀러(George A. Miller)는 인간이 한 번에 최대 7±2의 항목(메시지 조각)을 단기기억에서 처리할 수 있다고 설명하며 7을 매직 넘버라 지칭했다. 그의 연구를 이어받은 넬슨 코완(Nelson Cowan)은 인간이 처리할 수 있는 정보 항목 수는 7개보다 더 적은 4개 정도라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은 인간의 뇌는 제한된 용량(limited capacity)이고, 완벽하지 않다는 인지심리학의 전제로 활용된다.사람들은 매일 폭포처럼 쏟아지는 메시지를 모두 다 (완벽하게) 처리할 수 없다. 어떤 메시지는 깊게 생각하고 처리하지만, 어떤 메시지는 순간적인 기분에 따라 혹은 별생각 없이 처리하기도 한다. 1981년 리처드 페티(Richard E. Petty)와 존 카시오포(John T. Cacioppo)는 사람들이 인지적 노력의 정도에 따라, 두 가지의 경로로 메시지를 처리한다고 설명했다.첫 번째 경로는 많은 인지적 노력을 기울여 정보를 처리하는 중심 경로(central route), 다시 말해, 체계적으로 메시지를 분석하는 경로이다. 두 번째 경로는 최소한의 노력 혹은 자동적으로 메시지를 처리하는 주변 경로(peripheral route), 쉬운 말로 대충 생각하는 경로이다. 이러한 경로를 실험적으로 증명하며 두 저자는 정교화 가능성 모델(Elaboration likelihood model: ELM)로 메시지 처리 과정을 설명했다.예를 들어보자. 약국에 들어가서 파스를 살 때, 파스의 특징을 범주화하여 자신의 상태에 가장 맞는 파스를 고르기 위해 머리가 깨질 듯한 인지적 노력을 들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부분은 3분 안에, 약사의 추천 혹은 광고 및 지인의 추천 혹은 사전 경험으로 구매를 결정한다. 정보를 주는 사람에 대한 신뢰, 제품의 브랜드가 즉각적인 판단의 요인이 되는 것이다.이것이 주변 경로를 활용한 메시지 처리 방식이다. 반면, 몇십만 원 이상의 영양제를 구매하는 경우 혹은 수술 여부처럼 내 생명에 밀접한 일을 결정해야 할 때는 메시지의 질(argument quality)에 따라 설득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 구체적으로 사람들은 풍부한 근거, 메시지의 논리성, 주장의 타당성들을 토대로 찬찬히 생각하고 결정하려 한다. 이것이 중심 경로를 활용한 메시지 처리이다.우리는 자신을 [언제나, 항상] 중심 경로로 메시지를 처리하는 합리적, 이성적 인간이라 평가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사회심리학자 존 바그(John A. Bargh)와 타냐 샤르트랑(Tanya L. Chartrand)은 인간을 "The Unbearable Automaticity of Being" 말 그대로,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자동성(즉각적 반응)에 의존하는 존재라고 평가했다. 사실 우리는 매사, 별로 생각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내 인지 능력은 앞서 말한 대로 한정적이어서 그것을 절약하고 싶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인간은 인지적 구두쇠(cognitive miser)로 불리기도 한다.게다가 중심 경로를 통해 메시지를 [제대로] 처리하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는 동기, 둘째는 능력이다. 다시 말해 나랑 상관있는 주제여야 한다. 그래야 그 메시지를 체계적으로 처리하겠다는 생각(동기)이 든다. 아울러 그 메시지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나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메시지일지라도 그 메시지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면, 체계적 사고를 하기 어렵기 때문에 중심 경로를 활용하지 못한다.그래서 의약 메시지를 체계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한 경우 아무리 동기가 충만해도 중심 경로로 메시지를 처리하기 어렵다. 이런 경우에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합리적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자신들이 이해할 수 있는 혹은 입맛에 맞는 [생생한 근거, 논리적인 구조를 가진 가짜 뉴스]에 더 열광한다. 심지어 사실이 아닌 메시지를 중심 경로로 정보를 해독했다고(찬찬히 열심히 읽었다!) 착각하기 때문에 더 믿는다.정리하면, 인간은 웬만하면 인지 능력을 아끼고, 메시지를 대충 처리한다. 동기가 충만하고, 능력이 뒷받침될 때만 메시지를 이성적, 체계적으로 처리한다. 내 메시지가 이성적으로 해석되길 바란다면, 상대의 능력을 높여주고, 동기를 고양해야 한다. 혹은 타인이 내 메시지를 [내 의도대로] 잘 처리해 줄 거라 기대하지 말고, 메시지 자체를 [자동적으로 이해될 수 있을 정도로] 잘 도출해야 한다. 찰떡같이 말해야, 마음에 붙는다.2022-09-26 15:04:18데일리팜 -
[데스크 시선] 약사회와 기재부의 악연[데일리팜=강신국 기자] 시간을 되돌려 보자. 2020년 6월 30일 홍남기 부총리(기획재정부장관)는 공적마스크 과정을 설명하며 약사를 '약국 주인'으로 표현해 약사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홍 부총리의 사과를 요구하는 약사단체의 성명 발표가 잇따랐고 일부 약사들은 부총리 집무실로 마스크 택배를 보내며 항의 메시지를 전달했다.당시 홍 부총리는 물론 기재부 직원들도 당황스러워 했다는 후문이다. 공적마스크를 판매하던 약사들은 국민 욕받이가 돼 가며 사력을 다하고 있는 중에 나온 홍 부총리의 발언은 불 난 약사 민심에 기름을 붓는 격이었다.이후 기재부와 약사회의 악연이 시작됐다. 이후 공적마스크 면세가 무산된 것도 기재부의 반대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홍남기 부총리는 당시 국회에서 "공적마스크 유통 관련 약사 희생과 노고는 절감하고 있다. 다만 소득세, 부가세를 깎아주는 방식보다 오히려 예산사업으로 지원하는 게 맞다"며 "면세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쉽지 않다. 기재부도 약사 헌신에 보답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예산 지출사업이 훨씬 낫다고 본다. 세금을 건드리는 부분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공적마스크 면세를 약속했던 집권 여당도 예산과 세금 업무를 총괄하는 경제부처 수장인 홍 부총리의 주장을 꺾지 못한 것이다. 공적마스크 면세 실패는 김대업 집행부에도 정치적 부담이 됐고 재선 실패의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이후 1차 공공심야약국 시범사업 예산도 삭감이 됐다. 정부 예산안을 보면 복지부는 24억원을 요청했지만, 기재부는 전액 삭감한 채, 국회에 예산안을 제출했다. 결국 국회 차원의 논의 과정에서 16억원이 예산이 편성돼 지금 시범사업이 진행 중이다.아울러 예방접종센터 약사 배치 예산도 기재부의 반대로 반영되지 못했다. 이러니 약사회에선 기재부 트라우마가 생길 지경이었다.기재부 공포는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공공심야약국 내년도 시범사업 예산 확보를 위해 복지부는 기재부에 36억원을 요청했지만, 또 반영되지 않았다.기재부는 국가사업에 예산을 배정, 적절하게 집행되는지 면밀히 검토하는 총괄 부처다. 이에 늘 예산 문제와 관련해 다른 부처도 기재부 사인이 나지 않으면 집행이 힘들다.국가 예산이 함부로 남발되는 사업에 제동을 거는 일도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이지만 지금처럼 정부 내 공룡 부처가 돼 36억원짜리 복지부 사업을 하지 못하게 한다면 문제가 있다.국가 예산은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조성된다. 공공심야약국도 국민을 위한 정책이다. 새벽 1시까지 약국을 운영하며 국민들의 의약품 구입 불편을 해소하겠다고 약사들이 나섰고 최소한의 지원비를 편성한 게 36억원이다. 그러나 편의점 품목 확대를 하면 국민들의 의약품 구매 불편이 해소될 것인데 왜 36억원의 돈을 투입해야 하냐는 게 경제부처 기저에 깔린 생각이다.공룡 부처가 된 기재부가 약사 정책에 딴죽을 거는 듯한 모양새도 새 정부에서는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복지부가 면밀한 검토를 거쳐 필요하다고 제출한 예산안은 존중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새 장관 후보자가 기재부 출신이라고 한다. 약사 정책에 대해 기재부와 약사회의 가교 역할을 기대해 본다. 약사회도 복지부 외에 기재부 대관도 강화를 해야 한다. 기재부가 예산도 관리하지만 정부 핵심 정책을 기획하는 부서이기도 때문이다.2022-09-25 19:52:00강신국 -
[기자의 눈] 약사회 잇단 인사 논란, 원인 돌아볼 때[데일리팜=김지은 기자] 최광훈 대한약사회 집행부 출범 6개월이 채 안돼 유관기관장 2명이 해임, 사표 논란이 불거졌고, 상임이사 2명이 자진 사퇴했다. 이쯤 되면 현 임원 구성에 중추적 역할을 한 임원인사추천위원회를 비롯한 집행부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이번 집행부는 임기 초부터 일명 ‘자리’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선거 과정에서 현 집행부 출범에 중추적 역할을 한 인물에 대한 부회장 직 인선 잡음이 불거지더니 불과 5개월도 채 되지 않는 시점에 기관지 사장이 해임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약학정보원장이 사표를 낸 것으로 알려져 초단기에 유관기관장 2명이 사퇴하는 불명예를 떠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약정원장은 사표가 수리되지 않으면서 해프닝으로 일단락됐지만, 약사회 내부의 치부가 적나라하게 노출되는 상황이 됐다.인사 논란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 모양새다. 부회장 직, 유관기관장들에 이어 최근에는 상임이사 2명이 소리 소문 없이 교체됐다. 한 달 사이 약국이사에 이어 학술이사까지 연이어 사임하고 새 인물이 기용됐지만 임명장이 수여되기까지 관련 발표나 공식 자료 배포 등은 이뤄지지 않았다.약사회가 2명의 새 상임이사가 임명됐는데도 관련 내용을 대외적으로 알리지 않은 것을 두고, 잇따른 인사 논란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된다.이번 집행부가 임기 1년도 안 된 시점에서 잇따른 인사 논란이 불거지자 애초부터 자리에 맞지 않는 임원을 기용했거나, 현 집행부 내부의 단합이나 조직 융화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임원 간, 사무국 직원들과의 유기와 협력이 필요한 약사회 조직 성격을 감안할 때 한 사람의 능력이나 열정만으로 조직에 녹아들기는 쉽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이번 집행부는 임기 초부터 중차대한 현안들이 쏟아지며 그 어느 집행부보다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그만큼 단결해 해결해 나가야 갈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는 것이다.당장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위한 약 전달 방식 변화에 대한 약사법 개정, 공공심야약국 법제화를 비롯해 전자처방전, 전문약사제도 등 당면한 과제 이외에도 선거 과정에서부터 주창해 왔던 한약사 문제 등 머리를 맞대고 해결할 숙제들이 눈 앞에 쌓여 있다.이런 시점에 잇따른 인사 논란과 임원진 교체는 조직 내부의 혼란과 인력 낭비를 유발할 수 있다. 약사회가 인사와 관련한 일련의 상황들에 대해 조직 내부 상황을 다시 한번 면밀히 돌아봐야 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2022-09-25 18:08:38김지은 -
[모연화의 관점] 약의 메시지를 보이는 대로 믿는 사람들(1)밀가루를 동그랗게 빚어 포장지에 넣고 진통제라 이름을 붙인다. 이 밀가루를 먹은 여러 사람이 통증 경감을 경험한다. 메시지를 바꿔보자. 가려움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이 밀가루를 먹은 몇몇이 긁는다!김영하의 단편소설 에프킬라편을 보면 다음과 같은 장면이 나온다. 어르신들이 자기 전 온 방에 에프킬라, 들에 나갈 때 온몸에 에프킬라, 물린 곳에 축축하게 에프킬라 등 다양하게 에프킬라를 사용하는 것이다. 글쓴이가 에프킬라를 몸에 뿌리면 어떡하냐며 질문하니, 모기약이 달리 모기약이냐며 모기랑 관련된 곳에는 다 써도 된다는 답이 등장한다.사람들은 약의 메시지가 (만든 사람의 의도와 관계없이) 자신에게 보이는 대로 믿는다. 그리고 그 믿음은 그 자체로 생리 활성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구체적으로 앞의 예시처럼, 효능 메시지는 기대한 효능을 경험하게 하는 플라세보(placebo) 효과를, 부작용 메시지는 기대한 부작용을 경험하게 하는 노세보(nocebo) 효과를 일으킨다.그리고 모기약의 사례처럼 약의 메시지는 개개인의 다양한 결과 기대(outcome expectation) 신념을 만든다. 사람마다 모기약이라는 메시지를 읽고 모기를 잡는 약, 모기를 위한 약, 모기를 쫓는 약, 모기 물렸을 때 바르는 약 등 다양한 의미와 약을 연결한다. 이런 오해가 진짜 있을 것 같냐고? 생각보다 너무 많아 문제다.게다가 다양한 채널로 의약품 메시지가 공개되면서 전문가와 일반인의 메시지 격차는 다변화되었다. 1980년대 이전에는 의약품에 관한 메시지가 전문가에게만 있었다. 그들은 부정적인 메시지를 선별적으로 배제하고 효과 중심의 의약품 메시지를 주로 사용했다. 왜냐면 의, 약학 전문가들은 치료 효과 극대화라는 자신들의 직업적 목표 안에서, 부작용 메시지를 강조하는 것이 치료 결과에 도움이 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하지만, 직접 약을 복용하는 사람들은 약의 이중성(효과와 부작용)을 몸소 체험하며, 빈번한 부작용과 드문 부작용까지 알기를 요구했다. 의약품 안전 사용에 관한 사람들의 요구에 따라, 대다수 국가는 1980년대 후반을 시작으로 모든 의약품 메시지를 일반인에게 공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1990년 월드와이드 웹, 2007년 아이폰 출시는 공개된 의약품 메시지를 확산시켰다. 이제 사람들은 궁금한 순간, 무엇이든 검색해서 찾을 수 있다.그런데 일반인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의약품 메시지와 전문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메시지는 예상대로 정도의 차이를 보였다. 건강심리학자 다이엔 베리(Diane Berry)는 환자와 의사에게 16개 의약품 관련 카데고리를 주고, 환자와 의사가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정보의 중요도 순위를 각각 매기게 한 후 그 결과를 비교했다. 결과에 따르면, 환자들은 부작용에 관한 논의를 가장 중시했다. 반면, 의사들은 약물 상호작용, 세세한 약에 관한 질문들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며, 부작용은 10위에 머물렀다.바꾸어 말하면, 사람들에겐 효능 메시지보다는 부작용 메시지가 더 보인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이것이 만들어 내는 의미는 각자의 맥락에서 “보이는 대로”일 것이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정보를 세세하게 설명하는 것에 주저하는 편이다. 약사 앤드리아 딕(Andria Dyck)과 동료들은 환자에게 부작용을 설명하는 약사들의 복약지도를 녹화해서 분석했다.결과에 따르면 약사들 역시 최대한 모호하고 부드러운 표현으로 부작용 메시지를 전달하는 경향을 보였다. 아울러 벨기에의 건강심리연구자인 밴더 스티클(Vander Stichele)과 동료들의 연구를 보자. 그들은 543명의 의사를 대상으로 환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 대한 태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겨우 20%만 의약품 메시지 제공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고, 의사의 44%는 양면적, 36%는 부정적으로 평가했다.의약품 메시지의 선택 편향이라는 전문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의약품 메시지는 이미 “완전 공개”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건강 심리 연구자 케이트 파세(Kate Faasse)의 "Seeing is Believing"이라는 논문 제목을 기억하자. 그리고 사람들은 약을 보이는 대로 믿는다는 이 사실을, 현장의 모든 맥락에서 고려하자. 마지막으로 우리가 건네주는 약의 메시지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사사건건) 예측하자.예를 들어, 혈압약이라는 단어를 살펴보자. 우리는 혈압약을 혈압을 조절하는 약으로 이해한다. 사람들도 그럴까? 혈압약을 혹여, 혈압을 치료하는 약으로 보진 않을까? 혈압을 치료하는 약이기 때문에, 약을 먹은 후 정상 혈압이 되었다면 약을 끊어도 된다고 여기는 건 아닐까? 혈압이 떨어지면 치료가 된 것이니까 꽤 안심해 버리는 건 아닐까? 이런 식으로 말이다. 이러한 고민이 메시지 문제 해결의 시작이다. 메시지의 오해 문제는 꽤 오랜 시간 곳곳에 존재했지만, 그간 구체적인 발굴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어떤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려면, 문제를 자세히 뜯어봐야 한다.메시지 문제의 핵심은 메시지가 사람에 맞춰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메시지는 읽는 사람들을 위한 도구이다. 그러므로 의약품 메시지를 읽는 사람을 중심에 놓고 그것이 어떻게 보이는지 관찰하고, 기록해야 한다. 거기서부터 차근차근 시작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오늘 하루 자신의 근처에 있는 약을 들고, 약을 둘러싼 메시지들을 살펴보자. 어떤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 것 같은가?2022-09-23 10:46:15데일리팜 -
[기자의 눈]급변하는 항암시장과 상업화 전략의 진화[데일리팜=정새임 기자] 암 정복을 위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미국 진출 시도가 이어지면서 높은 문턱을 체감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글로벌사들의 신약 개발 타임라인이 점점 짧아지면서 항암 신약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음을 실감하게 된다.표적치료제 개발이 활발한 폐암이 대표적이다. 무주공산이었던 KRAS 표적 시장에 두 개 신약이 비슷한 시기에 진입하면서 후발주자는 불리한 양상이 됐다. 미라티는 암젠과 비슷하게 KRAS 표적 항암제를 개발하고 있었으나 허가에서 '퍼스트 무버' 자리를 암젠에 내주는 바람에 일정이 꼬였다. 암젠이 임상부터 허가까지 3년이 채 안 되는 빠른 속도로 '루마크라스'를 선보이면서 미라티는 루마크라스와 차별화를 두는 데 중점을 둬야 했다. 허가 일정도 예상보다 약 6개월 늦어졌다. 루마크라스라는 대안이 등장하면서 미라티의 '아다그라십'은 우선 심사가 아닌 일반 심사 트랙을 밟게 됐다. 우선 심사로 3개월 만에 허가 결정을 받은 루마크라스와 달리 아다그라십은 허가 결정이 나기까지 약 10개월을 기다려야 한다.조건부 허가 상태인 루마크라스가 최종 승인을 받으면 미라티는 더욱 불리한 상황에 빠진다. 2상으로 아다그라십 가속 승인을 받으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최근 암젠은 루마크라스 3상을 발표하며 주평가지표인 무진행생존기간(PFS)에서 유의한 개선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이 데이터를 근거로 루마크라스가 승인을 확정 짓게 되면 미라티는 내년 8월에 나올 3상 임상 결과를 기다려야 할 수 있다. 그나마 루마크라스가 기대보다 낮은 PFS 개선 효과와 전체생존기간(OS) 개선 실패, 간 독성 부작용을 보여 미라티는 차별화된 아다그라십 효능과 안전성을 강조할 것으로 전망된다.임상 과정에서 과거보다 더 좋은 약제가 나와 데이터 허들이 높아진 사례를 국내 제약사들도 겪고 있다. 한미약품의 비소세포폐암 치료 신약 '포지오티닙'은 최근 열린 미 식품의약국(FDA) 자문위원회에서 혹평을 받았다. 독립 자문기구로 신약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하는 종양약물자문위원회(ODAC)는 엔허투보다 낮은 반응률과 반응지속시간, 높은 부작용 등을 거론하며 허가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했다.엔허투는 HER2 표적 항체약물접합체(ADC)로 지난 8월 FDA로부터 HER2 변이 비소세소폐암 2차 치료제로 가속 승인을 받았다. 이전에 2차 치료에서 쓰이던 약제들이 6~23% 수준의 반응률을 보인 반면, 엔허투는 58%로 객관적 반응률(ORR)을 크게 높였다. 반응지속기간 중앙값(mDOR)은 8.7개월이었다. 물론 엔허투 역시 조건부 승인으로 추가 임상으로 데이터를 확정해야 하지만 업계 기대감은 엔허투에 더 쏠려 있다.반면 ORR 28%, mDOR 5.1개월을 기록한 포지오티닙은 엔허투 대비 효과가 충분치 않다고 자문위는 평가했다. 여기에 포지오티닙이 보인 높은 부작용 비율, 불충분한 용량 최적화 등을 지적하며 "만약 포지오티닙이 가속 승인을 받으면 현재까지 승인된 폐암 표적치료제 중 가장 효과가 낮은 치료제가 될 것"이라고 평했다. 포지오티닙의 확증 임상이 허가 심사가 검토될 때까지 임상 설계가 합의되지 않았고, 지난 7월 28일 기준 등록된 환자도 없어 연구 결과를 얻을 때까지 너무 긴 시간이 소요돼 자칫 심각한 독성에 환자를 장기간 노출시킬 우려도 있다고도 했다.간암 역시 신약들이 임상을 진행하는 도중 표준치료가 바뀌며 험난한 여정이 예상된다. 간암 1차 표준치료는 처음으로 넥사바 대비 우월성을 입증한 면역항암제 티쎈트릭과 표적항암제 아바스틴 병용요법으로 재편됐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1차 치료제 임상들은 과거 표준요법이었던 넥사바나 렌비마를 대조군으로 설정해 감흥이 떨어진 게 사실이다. 적어도 티쎈트릭+아바스틴을 상대로 우월성 혹은 비열등성을 입증해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임상이 성공했어도 높아진 데이터 허들로 실제 현장에서 사용률은 떨어질 것이란 예측이 나오는 배경이다.효과가 개선된 약제가 등장하면 빠르게 허가를 받고, 신속히 표준요법으로 오르는 분위기 속에서 우리도 데이터를 더욱 엄격하고 세세하게 판단해야 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임상 성공 혹은 실패라는 이분법적 자세에서 벗어나 최근 달라진 표준요법 대비 강점이 있는지, 현 치료제의 미충족 수요를 채울 차별화 포인트가 있는지, 경쟁 약물의 개발 타임라인보다 속도가 늦어 자칫 불이익을 받을 수 없는지 등을 객관적이고 면밀하게 판단해 치밀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 갈수록 힘겨워지는 신약 문턱에서 글로벌로 진출하려는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기민하게 대응해 성공 사례를 만들 수 있길 바란다.2022-09-23 06:15:37정새임 -
[기고] 우수약무기준(GPP), 이제는 검토할 때가 왔다어릴 적 먹던 음식 중에 ‘오뎅’은 누구나 먹어본 음식일 것이다. 어머니가 시장에서 사오셔서 데워먹기도 하고, 조림이나 탕에 넣어서 먹기도 했다. 또한 학교 앞 분식점에, 추운 겨울날 길거리 노점에서 따뜻한 오뎅을 지나치기 쉽지 않다.‘어묵’이라는 단어가 있지만 ‘오뎅’이 친숙하다. 이런 오뎅을 XX어묵으로 해서 선물용 세트까지 만드는 어묵 산업이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왔다.필자도 ‘오뎅 공장이 비위생적이다’, ‘오뎅공장 가본 사람은 오뎅 안먹는다’는 말을 어린 시절 들은 적이 있다. 위생에 의문이 들어서, 오뎅 사 먹는 것을 주저한 적이 있었다. 사회가 투명화 되면서 위생에 대해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졌다.위기는 기회였다. 어묵산업 관계자들은 HACCP (Hazard Analysis and Critical Control Point) 에 주목했다. 1995년 12월부터, 식품의 원재료 생산에서부터 최종소비자가 섭취하기 전까지 각 단계에서 생물학적, 화학적, 물리적 위해요소가 해당식품에 혼입되거나 오염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위생관리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다.HACCP는 최종제품의 안전성을 검증하는 것이 아니라, 유통과 소비의 전과정에 대한 안전성을 검증하는 시스템이다. 제도 초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으나, 더 안전하게 어묵을 안심하게 먹을 수 있게 됐으며 어묵산업은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전 세계적으로 보건의료비 지출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OECD 국가 중 증가율이 가장 큰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고령화 가속화, 만성질환자의 증가 등은 약제비 및 의료비 증가의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약제비의 증가는 의약품 사용량 증가, 신약 사용 증가, 의약품 가격 상승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우리나라의 약국은 접근성과 편의성이 뛰어나 0차 보건의료서비스 기관으로서 의약품에 관련된 모든 서비스와 역할을 수행하기에 최적화된 특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국가적 정책이나 제도가 미비해 제대로 된 서비스 질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또한 약국마다 의약품을 보관하고 조제하고 약력을 관리하는 일정한 기준이 없고, 관례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보니 약력관리, 복약 순응도 관리, 부작용 관리, 복약지도 시간이 제각각이다. 약국마다 개별적 특성이 있지만, 위생적인 의약품 관리와 조제는 국민들에게 약사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약학대학이 6년제로 바뀌면서 약국실무실습이 강화되고 있고, 지역약국 프리셉터가 양성되면서 우수한 인적 인프라가 구축되고 있다. 우수 인력은 향후 약국 약료서비스의 개선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며, 내년부터 도입될 예정인 전문약사제도 또한 약사 직능의 전문성을 발휘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IT기술의 발달로 시스템 개발과 활용이 용이해 지고 있으며, 이 기술을 활용해 서비스 시스템을 표준화시켜 전체 약국 서비스의 표준화 및 선진화를 구현하는 방법들을 고민해야 한다.우수약무기준(GPP)가 논의된 지 10여년이 지나고 있으지만 아직까지 특별한 대안들이 나오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지금이라도 약국 약료서비스의 제공 현황과 환경적 요소들을 파악하여, IT 기술을 활용한 약국 약료서비스 질 관리 및 개선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약료서비스 선진화와 표준화를 시키도록 노력해야 할 시점이다.또한 약국데이터를 활용한 건강관리시스템 개발과 약국 미래비전 제시에 힘써야 한다.다만 약국마다 과도한 행정규제가 생길 수도 있고 이것이 약국의 환경변화와 업무수행, 복약지도 등을 방해할 수도 있다. 이러한 업무부담을 최소화하고 우수약무기준(GPP) 약국의 경우 그에 걸맞는 인증시스템 제공, 약사 중재 행위 수가, 행정지도 면제 등의 인센티브가 있어야 될 것으로 생각된다. 단순히 제도 기준에 못 미치는 징벌적 네거티브 제도가 아닌 약국 자율적으로 우수 약무 기준을 할 수 있게 유도하는 포지티브 제도의 도입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정수철 약준모 정책위원장 이력 동아대학교 국제학 박사 현 부산시약사회 회보주간 현 남수영구약사회 부회장2022-09-21 18:33:05데일리팜
오늘의 TOP 10
- 1케이캡, 물질특허 방어...제네릭, 펠루비·듀카브 분쟁 승전보
- 2우수과제 9곳 공개…KDDF, 2단계 '완주형 신약' 시동
- 3대체조제 통보 시스템, 전담조직 구축...내년 1월 임시오픈
- 4다케다, 보신티 재허가…종근당, TZD+SGLT2 승인
- 5"1원 인하 품목 수두룩"…약가인하 리스트 보니 '한숨만'
- 6알지노믹스 '따따블' 뒤엔 확약 방패…해제 땐 양날의 검
- 7유나이티드, 영리한 자사주 활용법…2세 지배력 강화
- 8트루셋 재심사 만료에 본격 경쟁...후발약 '로디엔셋' 등재
- 9[데스크 시선] 18년 간 품어온 경제성평가에 대한 고찰
- 10"아뎀파스, PDE5i 반응 불충분 환자에 효과적 대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