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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선] 인구절벽과 백년대계 약가정책[데일리팜=노병철 기자] 국내 약가시스템이 방향타를 잃고, 또다시 출렁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보건당국이 현행 약가 참조국 A7(미국·영국·독일·스위스·이탈리아·프랑스·일본) 외 캐나다·호주 편입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실체·양상은 베일에 감춰져 있다. 추정컨대 당장 국내외 혁신신약 등재와 결부시키기보다는 약가 재평가 시 제외국 최저약가 확인 등에 참조할 공산이 크다. 캐나다·호주를 약가 참조국으로 포함할 경우 우려되는 부분은 턱없이 싼 약제가 많아 비교약제로 선택될 경우 원가 이하의 보험등재가 산출로, 출시 불가 사태 속출은 물론 기업의 영속성에 심각한 위해를 가할 수 있다.보건당국의 캐나다·호주 약가 참조국 편입 목적은 결국 또다시 제네릭 약가인하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국감에서도 오리지널 대비 제네릭 약가 53.55% 산정 구조가 도마에 올랐다. 당시 제시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연간 제네릭 처방 금액은 9조원 정도이며, 20% 삭감했을 경우 1.5조~2조원 정도의 국민건강보험 재정절감 효과를 가져온다는 억측에 가까운 주장이다. 또 우리나라 제네릭 약가가 OECD 국가 중 4위에 랭크돼 다소 높은 약가구조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이는 국민실질소득 및 건강보험체계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지 않은 단순 환율 비교에 따른 명목 약가일 공산도 배제할 수 없다.캐나다·호주를 약가 참조국에 편입시키겠다는 정책 발상의 또다른 허점은 이들 국가가 신약개발 선도국이 아니라는 점이다. 美 FDA 기준, 최근 5년 간 신약개발 건수는 미국 66개, 유럽 25개, 일본 6개 등이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캐나다와 호주 역시 FDA의 신약허가 장벽을 넘지 못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신약에 대한 우리나라의 약가산정 트랙은 제외국 약가 비교평가, 경제성평가, 대체약제가중평균가, 경제성평가면제 등 5가지로 대별된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대체가능 비교약제는 약가인하를 위한 우려먹기 좋은 단골 테마다. 1/5 토막 약가가 즐비한 호주 약가를 참조할 경우 그 폐해와 심각성은 상상하기조차 싫다.보건복지부·국민건강보험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건강보험 재정 건실화를 위한 합리적 방향성과 건전한 고민은 충분히 공감하고 지지를 보낸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2021년~2030년 10년 간 건강보험 수입·지출 연평균 증가율은 각각 7.2%·8.1%로 수지 역전 구조에 진입했다. 지난해 수입액은 80조9000억원이며, 증가율을 반영한 2030년도 예산은 150조6000억원에 달한다. 2021·2030년 지출액은 81조7000억원·164조1000억원이다. 이를 토대로 알 수 있듯이 건강보험 재정적자는 이미 지난해부터 8000억원을 기록, 2029·2030년은 각각 11조9000억·13조5000억원 마이너스 수지로 돌아설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하지만 국민연금과 마찬가지로 국민건강보험 재정악화는 '저출산 고령화'라는 국가 차원의 위기관리 실패에 있지 결코 국민과 제약바이오산업의 구조적 문제에 그 원인을 두고 있지 않다. 돌이켜 보면 지난 20년 간 보건당국의 국내 제약바이오산업 방향성은 육성·발전보다는 규제·침익적 행정에 무게중심이 맞춰져 있어 보인다. 지난 2000년대 기등재목록정비사업을 기점으로 2012년 일괄 약가인하 여파로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68%에 달한 제네릭 약가는 14.45% 인하된 53.55%로 떨어졌다. 2019년 '자체 생동·DMF 등록' 요건 충족에 따른 약가 연동제 여파로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수익성은 향후 5~20% 감소될 것으로 관측된다.제네릭 약가 가산제 폐지에 방점이 맞춰졌던 약제의 결정 및 조정기준 개정도 토종제약기업에 많은 피해를 가져 왔다. 지난 2012년 일괄약가인하제도 시행과 함께 도입된 이 제도는 급격하게 약가가 인하되는 것에 대한 완충장치를 마련함으로써 의약품의 안정적 공급과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연구개발 노력에 따른 가치 반영을 목적으로 탄생됐다. 더불어 이 제도는 R&D 투자·제제 연구의 중요성을 각인시켜 국산 신약 개발을 유도해 온 순기능을 담당해 왔다. 하지만 제도 자체가 사실상 폐지 수순에 접어들면서 그동안 정부의 포지티브정책만 믿고 그 길을 걸어 온 기업 입장에서는 좌절과 실망감만 남게 됐다.우리나라 제약바이오산업의 30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7.59%다. 이를 10년 단위로 나눠서 살펴보면 1988~1997년 13.7%, 1998~2007년 5.45%, 2008~2017년 4.25%로 집계된다. 저성장 시점의 이벤트로는 1998년 IMF -4.1%, 2000년 의약분업 -5.9%, 2012년 제약산업 선진화 방안(일괄약가인하) -2.5% 등으로 대별된다. 여기서 생산량에 주목해보면, 1994년 GMP 의무화 제도 도입 전에 비해 이후는 2.3배 증가하고, GMP생산시설을 선제적으로 투자한 회사는 그렇지 않은 회사에 비해 7.41배 증가한 점도 특이점이다. 이를 유추해 보면 결국 제약바이오산업은 발전적 육성 기조에 따라 명운을 달리함을 알 수 있다.제네릭 난립, 품질 향상, 리베이트 척결, 건보재정 건전화. 보건당국이 줄기차게 주장하는 제네릭 약가인하 4대 당위성이다. 제네릭은 대한민국 제약바이오산업 100년사의 중심으로 30조 생산실적 중 당당히 점유율 30%를 차지하며, 국민보건 향상에 일익을 담당한 일등공신이다. 하지만 그 지위와 역할에 비해 박해에 가까운 대우를 받아온 게 사실이다. 제네릭을 기반한 제제연구 시스템 향상이 있었기에 제약주권 확립을 통한 K-바이오의 목소리를 세계시장에서 당당하게 외칠 수 있었다. 원료의약품·개량신약·혁신신약 신흥강자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인도의 자생력 근간이 제네릭에 있었음을 잊어선 안 될 대목이다.국민건강보험 고갈 문제는 인구학적 접근, 즉 저출산 고령화에 원인을 두고 있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85, 서울시 합계출산율을 0.64 수준으로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면 이미 멸절의 위기에 놓여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인구절벽 현상을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는 2010년 노동인구가 2600만명, 2018년에는 사상 최고치인 2800만명을 넘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같은 정점 이후 당장 올해부터는 35만명 정도가 생산가능 인구에서 빠져 나간다. 불과 7년 후인 2030년에는 충청남도 인구규모(233만명) 그리고 2032년에는 부산광역시 인구 수준인 333만명이 생산가능 노동시장에서 자취를 감춘다.2050년 대한민국 인구구조는 역피라미드 구조로 완전히 전환될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때가 되면 국민건강보험이든 국민연금 할 것 없이 수급혜택·운용·존립 자체의 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국민건강보험의 전신인 전국민의료보험제도는 1977년 직장의료보험 이후 1988·1989년 농어촌·도시자영업 의료보험 확대 적용까지 12년에 걸쳐 완성된 사회보장제도이자 사회안전망이다. 탄생 당시인 1970년대 인구성장률은 2.18, 1990년대는 0.99로 2010년 0.5 보다 2배~4배 높았지만 2030년이 되면 -0.1, 2050년 -0.8, 2070년 -1.24로 국가소멸 단계에 진입한다. 합계출산율 1.3명 이하를 나타내는 초저출산율은 이미 2002년부터 시작됐다.인구절벽 원인으로 지적 받고 있는 '저출산 고령화 문제'는 지금 당장 체감하지 못한다고 해서 방관할 사안이 아니다. 정부·기업·국민이 혼연일체가 되어 뼈를 깎는 마음으로 사회적 합일을 이룬 국민건강보험 정책을 탄생시키지 못하면 공멸이다. 지표로 볼 때 10·20년을 넘어 100년 뒤 대한민국의 미래는 정해져 있다. 서울·대전·대구·부산·광주 등 거점지역 도시국가로 전락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제약바이오산업 전문지식·정보·이해도가 부족한 일부 국회의원의 '제네릭 약가 20% 삭감 논리'에 보건복지부가 우왕좌왕해선 안된다. 눈앞의 이익이 아닌 국가·국민·기업 모두를 살리는 백년대계 보험·약가정책에 온 힘을 기울일 때다.2022-11-17 06:00:00노병철 -
[모연화의 관점] 0.1%, 0.01%, 0.001% 구분할 수 있나(8)리터러시(Literacy)는 글을 읽고 이해할 수 있는 '개인의 능력'을 의미하며 기본적으로 문자로 이루어진 텍스트를 중심으로 개념화됐다. 뉴메러시(Numeracy)는 숫자 개념을 이해하는 '개인의 능력'으로서 수학을 적용하고, 숫자를 통해 추리하는 능력을 포함하며 리터러시의 확장개념으로 수리 리터러시(numerical literacy)로 불리기도 한다.두 개념 모두 개별적 인간이 어떠한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이해, 사고, 추리 등의 고등 인지 능력으로서, 문자 혹은 숫자를 읽을 수 있는 것이 이해하는 것과 동의어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한다. 즉, 읽었다고 아는 것은 아니다.과학 커뮤니케이션 연구자인 엘렌 피터스(Ellen Peters)는 수리 능력을 키우는 것은 삶이 요구하는 모든 수학적 순간을 관리할 수 있는 것과 관계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변화가 일상인 세상에서, 변화에 따른 모든 가능성은 수리적 모형화에 의해 도출되고 그것은 다양한 방식의 숫자로 표현되기 때문이다.그렇다면 사람들은 숫자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숫자는 문자보다 객관적으로 이해되지 않겠냐고 생각되겠지만 그렇지는 않다. 특히 전문가들과 일반인의 수리 능력 차이는 생각보다 크고, 전문가들 역시 (상대적인) 비교를 절대적 비교로 오해하는 일이 적지 않다. 심리학자 게르트 기거렌저(Gerd Gigerenzer), 통계학자 발터 크래머(Walter Kramer), 경제학자 토마스 바우어(Thomas K. Bauer)가 공동 집필한 [통계의 함정]에서 소개한 수리 능력 테스트 결과를 보자.병에 걸릴 확률을 숫자로 나타낼 때, '10 대 1, 100 대 1, 1000 대 1' 중에서 가장 위험성이 큰 숫자는 어떤 것인가라는 질문에 미국인은 75%가 10 대 1을 골랐고, 독일인은 72%가 정답을 말했다. 한국에서는 필자가 749명을 대상으로, 수리 능력을 테스트해보았는데 정답률은 90%로 나타났다. 한국 수학교육 만세는 아니고, 필자가 행한 실험이 20~59세를 대상으로 한 온라인 실험이었고, 고등학교 졸업 이상의 비율이 87.4%이었기 때문에 정답률이 높았으리라 생각된다.그런데 정답률에 관한 표현을 조금 바꿔보자. [병에 걸릴 확률을 고르는 문제에서, 미국인 4명 중 1명은 정답을 몰라!] 어떤가? 혹은 [병에 걸릴 확률을 고르는 문제에서, 한국인 10%는 정답을 몰라!] 어떤가? 다르게 느껴지는가? 75%가 정답이라는 의미는 25%는 정답이 아니라는 의미이다.하지만 우리는 75/100를 해석할 때 75와 100의 관계적 의미보다는 75라는 숫자에 매몰되기가 십상이다. 이러한 현상은 분모 무시(denominator neglect) 현상으로 불리며 다양한 상황에서 증명됐다. 예를 들어 적지 않은 사람들이 5/10과 49/100 중 큰 숫자를 묻는 말에 49/100를 고르고, 10,000명 중 1,286명에서 발병되었다는 메시지와 100명 중 24.14명에게 발병되었다는 메시지 중 10,000명 중 1,286명을 더 위험하게 받아들인다.분모 무시 현상은 이야기와 합쳐지면, 더 단단해진다. 일반인들이 위험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연구한 폴 슬로빅(Paul Slovic)에 따르면 일반인들은 분모에 해당하는 전체 사건은 고려하지 않은 채, 분자에 해당하는 뉴스화되는 비극적 사건을 비중 있게 생각한다고 한다. 그래서 뇌졸중 사망률보다 미디어에서 보도가 많이 되는 다양한 사고의 사망률이 더 높을 거라고 평가했다(실제는 뇌졸중이나 천식과 같은 만성질환 사망률이 더 높다).종합하자면, 사람들은 현저한(도드라진) 숫자(salient number) 혹은 자신에게 익숙한 숫자, 살면서 경험해본 적이 있는 숫자를 토대로 전체를 해석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래서 1000 명중 1명, 10,000중 1명 혹은 0.1% 0.01%로 표현될 때 사람들은 1이라는 분자의 값만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그런데 의약품의 드문 부작용들은 대부분 소수점 이하의 확률로 표현된다. 구두적으로 '드물게'가 0.1~0.01%, '매우 드물게'가 0.01% 이하 아니던가. 게다가, 0.1%, 0.01%, 0.001%라는 가능성은 각 10배의 차이가 있지만, 1%와 10%가 가진 10배의 차이처럼 인식되기 어렵다.필자는 20세에서 59세의 성인 749명을 대상으로 의약품 부작용 가능성 단계가 퍼센트로 표현되었을 때, 그 차이를 인식할 수 있는지 조사한 바가 있다. 참가자들을 세 그룹으로 나누고, 각각 “[0.1%~1% vs. 0.01%~0.1% vs. 0.01% 미만]의 가능성으로 졸음이 발생할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보여준 후, 졸음의 가능성을 어느 정도로 추정하는지 탐색했다.결과에 따르면 각 단계는 10배의 정도 차이를 보이지만, 참가자들의 가능성 인식은 비슷하게 도출되었다. 즉, 0.1%의 졸음 가능성과 0.01%의 졸음 가능성을 다르지 않게 인식하는 것이다.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첫째, 숫자로 표현된다고 객관적이지 않다. 둘째, 의약품 맥락에서도 분모 무시 경향은 관찰된다. 그러므로 숫자를 정확하게 표기하는 행위만으로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생각하지 말지어다.2022-11-16 10:22:12데일리팜 -
[기자의 눈] 약국 건기식 부진...터닝포인트 찾아야[데일리팜=정흥준 기자] 약국 입지의 수급 불균형으로 신규 약국들은 안정적인 처방 조제가 어려워졌다. 자연스럽게 상담, 매약 위주의 약국들이 늘어나면서 젊은 약사들을 중심으로 건기식에 대한 관심은 커지고 있다.하지만 약국 건기식의 미래가 밝지만은 않다. 전체 건기식 시장에서 약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오래도록 정체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건기식협회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9년 2113억이었던 약국 건기식 판매액은 올해 2011억원으로 집계됐다.전체 시장이 매년 5~10%씩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것과 달리 약국 시장은 제자리걸음인 것이다. 결국 약국 시장에 뛰어들었던 건기식 업체들은 하나 둘 BtoC로 눈을 돌리고 있고, 약사들은 믿는 건기식에 발등 찍혔다며 취급, 판매에 소홀해지는 악순환의 반복이다.약사들에게 약국 건기식이 왜 커지지 않고 있냐고 물으면, 건기식에 관심을 갖는 약사는 많지 않다는 답변이 돌아온다.오히려 일부 약사들은 건기식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까지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들은 차라리 일반약 상담 활성화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그것도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건 약국의 입장일 뿐 당장 소비자의 선택은 그렇지 않은 듯 보인다.소비자 37.3%는 건기식 섭취 이유로 ‘질병 예방’을 꼽았다. ‘질병 치료’라고 응답한 소비자도 5.8%에 달했다. 건기식 산업이 어떤 방법으로 소비자들에게 이 같은 인식을 심어줬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미 건기식이 단순한 영양 보충의 수단이 아니라는 점에 집중해야 한다.정부는 건기식 산업을 확대하기 위해 개인 맞춤형 건기식이라는 이름으로 소분까지 허용할 예정이다. 대기업과 유통공룡들도 때맞춰 시장 선점을 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에 나섰고, 출발선에서 신호만 기다리며 자리다툼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대한약사회도 약국형 소분건기식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커다란 제도 변화를 전환점으로 삼아 시장 확대를 노리고 있다.일각에선 약국에서만 판매하는 건기식이 학회 중심으로 생산되며 희소성으로 승부하고 있다. 이 역시 언제까지 지켜질지 알 수 없는 희소성이다.실태조사에 따르면 건강기능식품 미섭취 이유로 소비자 19%는 '건강상태에 어떤 제품이 필요한지 몰라서'라고 답했다. 또 '부작용이 있을 거 같다'는 답도 6.7%를 차지했다. 또 중복 성분에 관심이 있는 소비자도 64%를 차지했다.제품의 차별화도 중요하겠지만 서비스의 차별화가 가능해질 때 약국 건기식 시장은 더 확대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약사회도 건기식 교육에 대한 약사들의 갈증을 충분히 해소시켜줘야 한다.새로운 소분 건기식에 대한 준비 만큼이나 기존 건기식 시장에서도 약국의 역할과 비중을 키우는 터닝포인트가 필요한 시점이다.2022-11-15 18:44:57정흥준 -
[기자의 눈] 첨단 신약과 급여 그리고 환자의 각성[데일리팜=어윤호 기자] 어떤 질환의 특정 치료단계에서 수용체나 유전자 변이와 무관하게 환자의 거름없이 약을 처방할 수 있다. 또 반대로 특정 유전자 변이만 확인된다면 질환에 상관없이 약을 처방할 수 있다.의약품의 진화는 빠르다. 예전 방식의 단순한 000치료제가 아닌 올커머(All-comer) 또는 특정 매커니즘을 지닌 모든 질환 불문 약물의 등장은 패러다임 재편을 예고한다.그러나 이들 모두 우리나라에서 보험급여 혜택을 받긴 쉽지 않다. 약물의 쓰임새가 넓다는 말은 사용량의 증가를 의미하고 이는 재정 고민으로 이어진다.올커머 약물의 경우 재정 이외의 장벽도 존재하는 느낌이다. 일각에서는 그것을 효능에 대한 의구심이라 말한다. 약물의 기전상 분명 타깃하는 유전자가 있는데, 그와 무관하게 유효성이 도출된 약에 대한 의구심이다. 하지만 분명 차이는 있어도 유효성은 입증했고 식약처의 허가를 획득했다.유전자 변이 한정 질환 불문도 탄탄대로는 아니다. 정밀의학의 발전은 이제 '질환'에서 '유전자'로 약물의 처방기준 전환을 예고한다. 그야말로 맞춤형 의료시대가 도래한 셈이다.이미 기존에 등재된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 그리고 올해 등재된 암종 불문 항암제들은 급여 확대 과정에서 적잖은 고비를 겪었다. 약 자체가 비싸기도 하지만 하나의 약이 쓰임새가 늘어나면서 다시 가치 평가를 진행하고 사용량을 예측해야 한다. 이는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를 지탱하고 있는 큰 틀이기도 하다.재정에 대한 신중함과 함께 절충안과 환자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 시대가 변했다. 의사에게 매달리며 읍소하는 일이 전부였던 환자, 혹은 환자의 가족들은 이제 수술 논문을 뒤지고 임상 시험 데이터베이스 클리니컬트라이얼(clinicaltrial.gov)에서 신약을 찾는다. 첨단 신약, 우리나라는 앞으로 어떻게 품을 것인가?2022-11-15 06:00:00어윤호 -
[기고] 건보재정 기금화 안될 말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은 건강보험 재정 기금화를 위한 ‘국민건강보험법’ 등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면서, 제안 사유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일반회계로 운영됨에 따라 국회와 재정당국의 통제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재정 외 운용으로 인해 정부 총지출 및 복지지출 규모가 축소되는 문제를 지적했다.또한 최근 급속한 저출산·고령화로 건강보험의 지출은 증가하는 반면 수입 기반이 약화되는 등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 가능성 우려가 심화되고 있기에, 건강보험 재정의 건전성 확보방안 모색을 위해 국민건강보험 재정을 기금화하여 국가재정법의 적용 및 국회의 심사를 거치도록 함으로써 재정운용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보험의 책임성을 확립하고자 함을 이유로 들고 있다.건강보험 재정 기금화 논란은 2004년 감사원에서 건강보험의 적자 관리를 위해서는 기금화 필요성을 제기한 것부터, 국회예산정책처는 국회 통제권 확보차원에서 기금화를 주장하였고 6차례의 기금화 입법 발의가 있었다.만약 건강보험 재정을 기금화 할 경우 발생할 문제점으로는 첫째, 건강보험보장성 확대를 포기한다는 것이다. 기금으로 전환 시 예산 투입은 정부재정의 우선 순위에 입각하여 결정될 것이므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예산 확보에 어려움이 예상 된다.OECD 국가의 평균 건강보험 보장성은 80%이다. 우리나라는 그에 훨씬 못 미치는 60%대이다. 건강보험 보장성 약화는 필연적으로 민간의료보험 시장이 활성화 되고 국민들의 부담은 더욱 늘어날 것이며, 의료 양극화는 심화될 것이다.둘째로 국회의 심의, 의결과정에서 강력한 이익단체들의 정치쟁점화로 보험료율, 급여범위, 수가인상 수준이 포함된 기금운용계획 시 시민단체, 노조, 의약단체 등의 요구가 대립되어 아무런 결정도 하지 못한 채 건강보험 재정이 파탄나는 상황을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국민연금도 재정고갈을 눈앞에 두고 미래세대의 연금지급 불능 상황을 예견했음에도 가입자 단체와 사용자 단체, 소득대체율 강화론과 재정 안정화론, 현 세대와 미래세대의 대립으로 10년 넘게 보험료율 단 1%p도 인상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셋째, 건강보험 재정은 단기보험으로 여유자금이 부존재 한다. 건강보험은 국민연금과 달리 장기간 자금을 적립, 운영하여 미래 지출에 대비하여 적립하는 기관이 아니다.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단기보험으로서 당기수지 균형방식으로 월 단위 보험료 고지, 징수 및 급여비가 지급 되는 구조이기에 여유자금이 조성되지 않는다.현재 국민연금의 최대 쟁점은 기금이 고갈되었을 때 국가가 지급을 보장하겠다는 것을 법으로 보장하라는 것이다. 국회가 건강보험 재정도 기금화 할 경우 건강보험 재정이 고갈될 때 매월 의료기관으로 지급되는 급여비를 국가가 법으로 지급보증만 하겠다면 필자는 건강보험재정 기금화에 찬성하겠다.건강보험 재정 기금화는 사회보험 방식으로 운영되는 대한민국 건강보험에는 적합하지 않다. 조세방식이 아닌 사회보험 방식을 선택한 이유는 당사자 자치·자율의 원리에 따라, 보험 구성원들의 책임하에 보험재정의 수입과 지출의 균형을 이루기 위한 것이다.주요국 건강보험 재정 운용은 호주, 영국, 캐나다만 조세 방식이고 대부분 국가는 사회보험 방식이며, 기금화 운용은 단 한 곳도 채택하지 않고 있다.주요하게 개선해야 할 내용은 따로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처럼 지나치게 보건복지부에 권한이 집중되어 있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권한과 범위를 조정해야한다. 건강보험의 주요사항에 대한 ‘심의·의결’에서 의결권을 배제한 ‘심의·조정’으로 개정하고, 보험료의 심의·의결 권한은 공단의 재정운영위원회로 이관하는 개정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또한 ‘건정심’의 위원 구성과 관련하여 공익위원은 국회에서 추천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위원장은 기존의 보건복지부 차관이 아닌 공익위원 중에서 선출하는 방식으로 전환하여 국회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건강보험법상 보험자는 공단으로 보험료 수입과 보험급여 지출 간의 합리적 순환구조가 지속되고 의료공급자로부터 가입자 권익을 보호하는 공단의 가입자 역할은 오히려 더 강화해야 한다 .2022-11-14 18:56:53유재길 정책연구원장 -
[기자의 눈] 윤석근 회장의 약속과 달라진 일성신약[데일리팜=이석준 기자] CPHI(세계 제약바이오 전시회)서 글로벌 제약사와 제품 도입 논의. 일성신약의 최근 글로벌 성과 중 하나다.내용도 구체적이다. 회사는 "흡입마취제, 조영제, 유착방지제의 수출 상담에서 성과를 냈다. 특히 유럽 리딩 제약회사들과 제품 도입에 대한 구체적인 조건들을 협의했고 조만간 항생제, 지사제, 호흡기치료제, 통증치료제 등 최종 도입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일성신약이 달라졌다. 보수적인 경영 방식을 벗어 던지고 다양하고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국내외 제약사와 제휴도 늘며 제품 라인업도 풍부해지고 있다. 경영 극대화를 위해 M&A 등도 고려하고 있다.일련의 변화는 윤석근 회장의 약속과 연동된다. 윤 회장은 올 5월 회장 취임식에서 '새로운 일성신약'을 선언했다. 윤 회장은 대대적 시스템 변화로 5년 뒤 1500억원대 중견제약사 도약을 약속했다.새로운 일성신약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변화'다. 한때 최상위 제약사였던 일성신약의 냉정한 자기성찰이기도 하다.약속은 실천으로 이어졌다. CPHI 성과는 그간 일성신약의 노력이 맞닿은 결과다. 자사 제품 경쟁력을 높이고 타사 상품을 도입하며 시너지를 극대화했다. 라인업 강화는 글로벌 전시회서 파트너 러브콜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낳았다. 올해만 해도 수차례 신제품 및 제품 도입 계약을 맺었다.윤 회장의 약속은 인재 경영 부분에서도 이행되고 있다. 윤 회장은 인재 영입을 통해 위기에 흔들리지 않는 강한 회사를 만들겠다고 했다.화사는 최근 1~2년 새 주요 보직을 업계 전문가로 포진했다.김규항 사장(영업마케팅총괄 ,전 Air Product 전무), 김병조 전무(학술개발, 전 신풍제약 개발본부장), 이홍우 부사장(생산연구총괄 , 전 대원제약 생산본부장 전무), 나혜숙 상무(생산제조책임, 전 부광약품 품질부문 이사), 배대환 상무(영업관리, 전 제일약품영업본부장), 임수빈 이사(품질보증책임, 전 태준제약 생산부장), 박성구 이사(종합병원총괄) 등이다.이들은 1~2년새 각자 임무를 수행하며 일성신약에 새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특히 전국 의료진을 직접 찾아다니며 김규항 사장은 일성신약 영업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병조 전무도 글로벌 학회 등을 진두지휘하며 새로운 일성신약에 기여하고 있다.변화하는 일성신약. 윤석근 회장의 약속이 차근차근 이행되며 새로운 일성신약이 만들어 지고 있다. 체질 개선 속에 조직 개편, 인재 확보, 매출 확대 등 목표도 순차적으로 따라오는 모습이다.2022-11-14 06:00:01이석준 -
[데스크 시선] 22년째 그대로인 약국의 5개 행위[데일리팜=강신국 기자] 약국 수는 늘고 있는데 반해 환자 수는 줄었다. 그러나 약국이 청구한 금액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건보공단과 심평원이 공동 발간한 2021년 건강보험통계 연보에 따르면 2021년 약국 수는 2만3773곳으로 10년 전인 2011년 2만1079곳 대비 2694곳이 늘어 12.7% 증가했다.그러나 2021년 조제 청구건수는 4억2349만건으로 전년 4억3943만건에 비해 3.6%나 감소했다.청구건수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던 2019년 5억1671만건과 비교하면 18%(9322만건)나 줄었다. 그러나 약값과 조제료를 포함한 약제비는 18조8550억원으로 최고치를 경신했다.약제비 중 조제수가 비중을 보면 2020년 22.2%에서 2021년 21.6%로 줄었다. 약제비 중 78.4%가 마진이 없는 약값이라는 이야기다.청구건수 감소는 코로나라는 대형변수가 원인이긴 하지만 약국 증가 수, 약제비 상승 폭과 비교하면 약국경영 지표가 좋지 않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다.고령인구 증가와 만성질환 증가로 투약 일수, 즉 장기 처방이 늘어나고 있고, 고가약 처방이 늘어난 게 청구건수 감소에도 불구하고 약제비가 상승한 원인이다.결국 5개 행위, 약국관리료, 조제기본료, 복약지도료, 조제료, 의약품 관리료에 국한돼 있는 약국 행위에 대한 보상체계를 늘려야 할 시점이 됐다.가루약 조제수가가 반영되지 않아 약국 현장에서는 엄청난 어려움을 겪는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 노동력이 더 투입되는데 같은 수가를 받는 것은 문제가 있다.여기에 91일 이상 장기 처방전 조제수가 개선도 필요하다. 91일 이상 장기 처방 비율을 보면 2012년 0.8%였지만 2021년 기준 2.6%로 늘었다. 10년 새 무려 3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91일 치를 조제하나 180일 치를 조제하나 같은 수가를 준다는 것은 누가 봐도 불합리하다.아울러 DUR 수가, 포괄적 약력관리, 복약 순응도 모니터링 상담제, 다학제 만성질환 관리사업, 취약층 방문 약료 서비스 등 신상대가치 항목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약국 수가 인상 1등이라는 수치만으로는 타 요양기관에 지급되는 건보 재정을 따라잡을 수 없다.이명박, 박근혜 정부부터 문재인케어까지 비급여의 급여화는 지속해서 이뤄져 왔다. 결국 급여화를 통해 의료기관에 투입되는 건보재정이 늘어나다 보니 병원과 의원에 대한 수가인상 여력이 자연 소멸하는 셈이다.약국의 행위 유형이 단순하다 보니,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에 들어갈 여지가 없다. 결국 새로운 행위를 늘려야 한다.급여 항목을 늘리지 않으면, 조제건수는 주는데 약국 수와 약제비만 늘어나는 기현상을 해소하기 힘들다. 새로운 상대가치 항목을 개발, 적정 보상을 받는 기전을 확보하는 게 약국이 살 길이다.2022-11-13 20:22:15강신국 -
[기자의눈] AAP 약가인상 빠르되 정확해야[데일리팜=이탁순 기자] 정부가 코로나19로 수급이 불안정한 처방용 진통제 아세트아미노펜 상한금액 인상을 서두르고 있다.빠르면 이달 심사와 협상을 종료해 다음달 인상안을 반영한다는 게 정부 계획으로 알려졌는데, 그야말로 전광석화같은 대응이다.감기약 수급 문제가 연중 지속되고 있는데다 연말에는 또한번 코로나19 대규모 유행이 예측되고 있어 공급확대를 위한 약가인상을 서둘러야 한다는데는 동의한다.기존 절차를 따라간다면 빨라도 내년 2월에나 약가인상이 실현될텐데, 그때는 너무 늦을 가능성이 높다.다만 무리한 신속처리 방침에 따라 졸속 합의가 이뤄질까 우려스러운 점도 있다.현재 아세트아미노펜650mg 상한금액은 43원~51원에 등재돼 있다. 일각에서는 이 가격보다 2배 높은 100원 이상은 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그렇다고 보험당국 입장에서는 무작정 가격을 올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일단 개별 제약사들의 원가자료를 분석해 그에 합당한 인상안을 마련해야지, 제약사들의 입장만 따라갈 순 없다.더구나 약가인상이 공급확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안전장치도 필요하다. 따라서 가격이 오른만큼 그이 비례하는 공급량 확대가 필요한 상황이다.신속처리만 강조할 경우, 실익도 없이 가격만 올려줬다는 비판을 정부는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래저래 분석과 협상의 키를 쥐고 있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에게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신속하면서도 정확한 약가인상이 되려면 양측이 대의를 위해 한발짝 물러날 수 밖에 없다. 정부가 빠르면서도 높은 가격으로 인상을 결정했다면 제약사도 그에 걸맞는 공급확대 보증을 해야 한다.이번 약가인상이 코로나19에 노출된 국민들을 위한 것이니만큼 서로 통 큰 합의가 절실하다.하지만 서로 이익만 앞세워 합의가 어려울 경우 굳이 신속처리를 고수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번 사안이 특수하긴 하지만, 다른 약제에 대한 형평성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2022-11-11 14:35:02이탁순 -
[기자의 눈] 마약 중독자에게 필요한 '생명의 전화'[데일리팜=이혜경 기자] 한강 다리에는 '생명의 전화'가 설치되어 있다.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 설치된 이 전화는 24시간 365일 긴급전화로 운영되고 있다. 2011년부터 8500건 이상의 전화가 연결됐고, 1500명 이상의 사람들을 구조했다고 알려졌다.생명의 전화는 수 많은 자원 봉사자들이 365일 24시간, 하루 5교대로 상담을 담당하고 있다고 한다. 이 생명의 전화가 생각난 건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김필여 이사장을 만나고서다. 김 이사장은 내년도 주력 사업으로 마약 중독자를 위한 '365 콜센터' 운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마약 중독자들을 위해서 24시간 365일 긴급전화가 필요하다는데, 처음에는 의아했다. 자살 충동이 있는 게 아닐 텐데 왜일까. 이유는 간단했다. 마약 중독자들의 마약에 대한 욕구는 심야 시간에 심해진다고 한다. 그들이 본인의 의지로 억누르지 못할 때,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때,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는 곳이 없었던 것이었다.지금 대한민국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마약 사범의 암수 범죄를 토대로 하면 현재 국내 마약 사범 수는 40만~5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웬만한 중소도시 한 곳의 인구 전체가 마약 사범이라는 얘기다. 언제부터 우리나라가 마약 청정국의 지위를 잃어버렸을까. 그 이유로 김 이사장은 글로벌화와 SNS의 파급력, 외국인 유입과 경제적 부흥 등을 복합적으로 지목했다. 마약범죄 규제 강화와 단속과 적발만으로 마약을 끊어 내기엔 역부족인 상황에 다다랐다는 얘기다.우리가 마약 중독자를 위한 24시간 콜센터 설치를 고민하고, 중독재활센터를 확대하고, 10~20대를 대상으로 마약의 위험성을 알리는 홍보 활동 등에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도적으로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 의료쇼핑방지정보망 등 의료용 마약류의 생산‧유통‧사용까지 마약류 불법사용 근절‧오남용 방지를 위한 전단계 모니터링 강화 등을 진행한다면, 마퇴본부는 미약류의 위험성에 대한 국민 인식 향상 및 재활교육에 힘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2022-11-10 17:34:25이혜경 -
[모연화의 관점] 홍조·두통이 '흔하게 발생'은 과연 몇 %?(7)의약품을 처방받은 사람들은 많은 경우, 부작용 메시지를 찾아보게 된다. 부작용 메시지는 부작용 종류와 발생할 가능성 묘사의 조합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례로 '홍조 및 두통이 흔하게 발생할 수 있다'처럼 말이다. '홍조 및 두통'은 부작용 종류, '흔하게'는 부작용 가능성을 나타낸다.오래전부터 사람들은 어떤 가능성을 묘사할 때, 구어적 부사들을 사용해왔다. '자주, 가끔, 흔히, 때때로, 종종' 같은 단어들이 대표적인 예다. 아울러, 전문가들도 어떤 가능성을 묘사할 때, 숫자보다는 사람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개념 단어를 좀 더 많이 사용해왔다. 이것은 부작용 가능성을 표현하는 규칙에도 영향을 미쳤다.그래서 의약품 부작용 가능성 표현법은 다섯 단계의 구어적 표현으로 약속되어 존재한다. 한국어로는 '매우 흔하게, 흔하게, 때때로, 드물게, 매우 드물게'이고, 영어로는 'very common, common, uncommon, rare, very rare'이다. 헬스 커뮤니케이션 연구에서는, 이러한 방식의 표현법을 'verbal descriptor'로 명명하기도 한다.부작용 가능성에 관한 표현은 구어적이지만, 의미하는 것은 숫자적이다. 가령 '매우 흔하게'라는 단어는 관찰된 부작용이 10%보다 클 때 사용할 수 있다. '흔하게'는 부작용 가능성이 1~10% 사이일 때, '때때로'는 0.1~1% 사이일 때, '드물게'는 0.1-0.01% 사이일 때, '매우 드물게'는 0.01%보다 낮을 때 사용할 수 있다. 즉, 임상시험에서 관찰되는 부작용 가능성의 숫자 표현은 규칙에 따라 구어적 표현으로 치환돼 사람들에게 전달된다.하지만 '흔하게'라는 단어가 일반인에게(전문가들에게조차) 1~10% 사이의 가능성으로 인식될 수 있을까? 여러 국가의 연구자들이 이 문제를 지적하기 시작했다. 영국의 건강 심리학자인 다이엔 베리(Dianne Berry)는 구어적으로 표현되는 부작용 가능성을 사람들이 어느 정도로 인식하는지 알고자 했다.결과에 따르면, very common으로 묘사한 부작용은 평균 64.7%의 가능성으로 인식되었다. 'very common headache'라고 적혀 있으면, 그 약을 먹고 두통이 발생할 확률을 60% 이상으로 생각한다는 의미이다. 다른 표현들도 실제 부작용 가능성보다 몇 배에서 몇십 배로 인식시켰다. 구체적으로 common은 44%, uncommon은 16.2%, rare는 7.1%, very rare는 3.4%의 가능성으로 추정되었다.이 실험은 영어로 진행되었다. 그렇다면 궁금하지 않은가. 한국어 맥락에서도 저렇게 부작용 가능성이 과대로 인식되는지 말이다. 그래서 필자는 실험을 진행해보았다. 우선, 온라인 실험을 설계하고, 300명의 일반인을 모집하였다. 그리고 '매우 흔하게' 부종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흔하게' 두통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때때로' 설사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드물게' 피부 통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매우 드물게' 백혈구 수치 감소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라는 메시지를 보여주고, 지각한 부작용 가능성을 숫자로 기록하게 했다.결과에 따르면, '매우 흔하게'는 55.01%, '흔하게'는 46.93%, '때때로'는 32.04%, '드물게'는 19.42%, '매우 드물게'는 12.26%의 가능성으로 인식되었다. 즉, 한국어 맥락에서도 부작용 가능성은 실제 가능성보다 과대 추정되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예컨대, '때때로' 설사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라는 문장을 읽은 사람은 실제 설사 가능성이 0.1~1% 남짓인데, 30% 이상으로 가능성을 가늠한다는 의미이다.아울러, 구어적인 가능성 표현은 객관적 해석 관점에서 본질적 한계를 가진다. 왜냐면 흔하게, 때때로 같은 부사는 개인의 삶 속에서 경험된 개념이기 때문에, 사람마다 해석이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영미권의 선행 연구들도 같은 결과를 보여주는데, 'often'이라는 표현은 28~92%의 가능성으로 다양하게 해석되는 걸 파악할 수 있다. 'likely' 역시 25~75%로 변화량이 많다. 즉, 나의 흔하게와 너의 흔하게는 같지 않고, 나의 드물게와 너의 드물게도 같지 않다는 것이다.부작용 가능성에 관한 묘사가 '약속된 대로' 해석되지 않는다는 것, 이건 생각보다 큰 문제이다. 부작용 가능성에 관한 추정은 약의 복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약사들은 현장에서, 부정적 가능성을 과대 추정하는 사람들을 꽤 많이 만난다. 이러한 위험 인식을 수정하는 것도 전문가의 역할이라 환자 접점에서 적지 않은 노력을 투입한다. 하지만, 이미 결과를 상상해버린 사람의 해석을 바꾸는 일은 쉽지 않다.정리하자면, 메시지는 사람의 인식을 경작하고, 행동 결과를 짐작하는 지표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약의 메시지가 개인과 사회의 위험 인식에 미치는 영향은 언제나 고려되어야 한다. 올바른 표현은 객관적인 해석의 필요조건임을 기억하면서 말이다.2022-11-09 16:33:45데일리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