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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데스크 시선] 규제가 가져온 이상한 공동개발 문화

  • 천승현
  • 2023-03-13 06:15:07

[데일리팜=천승현 기자] 최근 제약사들이 동일한 제품을 동시에 허가받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 주로 개량신약을 중심으로 똑같은 성분과 용량의 제품을 3~4개 업체가 같이 허가받는 방식이다. 특정 의약품 개발사가 위탁사 2~3곳을 모집해 시장에 같이 진입하는 전략이 확산하는 추세다.

의약품 공동개발 규제 도입에 따른 새로운 현상이다. 2021년 7월부터 개정 약사법 적용에 따라 하나의 임상시험으로 허가받을 수 있는 개량신약과 제네릭 개수가 제한됐다.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을 직접 시행한 제약사의 의약품과 동일한 제조소에서 동일 처방·제조법으로 모든 제조 공정을 동일하게 제조하는 경우 생동성자료 사용이 3회로 제한된다. 1건의 생동성시험으로 4개의 제네릭만 허가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임상시험자료 역시 직접 수행 제약사의 의약품 외 3개 품목만 임상자료 동의가 가능하다.

제네릭 난립을 억제하기 위해 도입한 규제다. 제약사들이 무제한 위수탁을 활용한 제네릭 전략으로 시장에 무분별하게 뛰어들자 궁여지책으로 약사법 개정으로 공동개발 업체 수를 최대 4곳으로 제한했다.

하지만 이 같은 ‘1+3’ 규제가 시장에서 새로운 유형의 부작용을 야기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약사들은 독자적으로 시장에 뛰어들기보다 개발 단계부터 2~3개사를 모집하면서 3, 4개사가 동시 시장 진입하는 전략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하나의 임상시험으로 3개의 위탁사를 추가할 수 있는데도 단독으로 허가받으면 손해라는 인식이 확산한 듯 하다. 신약과 제네릭 분야에서도 관계사나 우호 기업끼리 모여 동일한 제품을 동시에 3,4개 허가받는 전략이 당연한 관행으로 정착되는 모양새다. 오히려 의약품 공동개발 규제가 시장 난립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위탁사와 수탁사와의 질서도 교란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동개발 규제는 이미 허가 받고 판매 중인 위수탁 제네릭에도 적용되는데 규제 시행 이후 위탁 허가 제품을 3개 품목만 추가할 수 있다. 기존에 10개의 위탁 제네릭을 생산한 수탁사의 경우 3개사만 추가해 총 13개의 위탁 제네릭을 생산할 수 있다. 물론 기존 위탁사 10개 중 이탈 업체가 발생하면 생산할 수 있는 제품 수는 더욱 줄어드는 구조다.

규제 강화로 수탁사 입장에선 고객이 줄어드는 손해가 발생하는 구조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수탁사 입장에선 우량 위탁사만 선별해서 계약하려고 한다. 많이 팔 능력이 안되는 중소제약사는 수탁사 구하기가 매우 힘들어졌다. 추가로 위탁사 모집 여력이 있는데도 대형 고객을 받기 위해 중소기업을 외면하는 현상도 새롭게 등장한 문화다.

의약품 공동개발 규제는 과거 폐지됐다가 10년 만에 다시 부활한 제도다. 지난 2006년 생동성시험 데이터가 무더기로 조작된 것으로 드러나자 식약처는 생동성시험을 진행할 때 참여 업체 수를 2개로 제한하는 공동생동 제한 규제를 2007년 5월부터 시행했다. 그러나 규개개혁위원회의의 개선 권고에 식약처는 시행 5년 만인 2011년 11월 공동생동 규제 조항을 삭제했다.

이미 규개위에서 두 차례 의약품 공동개발 제한이 타당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지난 2010년 10월 규개위 회의에서는 “비과학적이고 논리적 이유가 없는 규제는 폐지돼야 한다”라며 생동제한을 이상한 제도라고 못박았다. “과당경쟁 문제 등으로 규제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며, 안전성 문제와는 별개로 시장개입까지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라며 불합리한 제도라는 지적도 나왔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9년 4월 ‘의약품의 품목허가·신고·심사 규정’ 일부개정안을 통해 공동생동 규제 강화를 예고했다. 원 제조사 1개에 위탁 제조사 수를 제한하는 내용이다. 이때도 규개위의 반대에 부딪혔다. 지난해 4월 공동생동 규제에 대해 “규제 도입의 목표 달성을 위한 실효성 있는 수단이라고 보기 어렵고 제약 업체의 시장진입을 제한하는 것 역시 의약품 품질과 안전에 대한 직접적인 개선효과가 낮고 연구개발 증진 효과도 미미하다”라고 결론 내렸다. 공동생동 제한은 제네릭 품질과는 무관한 문제며 2010년 규개위에서 폐지 의결했는데 이를 뒤집을 만한 상황변화는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법 개정을 통해 10년 만에 공동개발 규제가 다시 시행됐다. 모든 규제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 도입된다. 하지만 제도 시행 이후에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등장할 수 있다. 과연 정부가 공동개발 규제 이후 현장에서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 점검하려는 의지조차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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