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공간과 경험, 약사와 사람들
- 정석원 이사
- 2023-03-09 11: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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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석원 부광약품 마케팅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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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오르한 파묵의 에세이 ‘다른색들’ 중 ‘내포작가’라는 글의 내용입니다. 작가의 소설 속에는 유독 약사와 약국이 빈번히 등장합니다. 자신의 직업이기도 한 ‘작가’에게 필요한 문학을 ‘약’에 비유한 것이 저에게는 친근하게 느껴졌습니다. 저도 20년 넘게 ‘약’과 함께하는 사람이기 때문이죠.
2001년 2월 제약회사에 입사해 현재까지, 햇수로 22년 동안 저는 OTC 관련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휴가나 휴일을 넉넉히 감안하고도 1년 중 200일, 22년이면 4,400일 간 약국에 ‘관심’을 가지고 일했습니다. 그 ‘관심’의 내용은 약국의 매출을 늘리는 방법이었습니다. 오르한 파묵의 글에 약국이 친근한 공간으로 자주 등장하듯, 제가 유년시절부터 가져온 약국에 대한 이미지 역시 ‘우리 동네 건강 사랑방’이었습니다. 병원보다 훨씬 문턱이 낮은 나의 사적인 이야기를 털어놓는 ‘대화의 공간’이었죠.
교과서(정국현의 약국경영학, 김우영의 논문 등)에 나오는 약국의 분류 중 제 기억 속의 약국과 가장 비슷한 의미는 지역약국(Community Pharmacy)이라고 생각됩니다. Community의 어원은 라틴어인 Communis(꼼뮤니스)로 ‘공동체, 사회, 친목, 우호적인 관계’란 뜻입니다. 이것이 Comunite(꼬뮤노떼)로 변하여 지금의 Community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Comunite는 14세기 후반에 ‘같은 지역에 거주한다는 사실만으로 함께 연결된 많은 사람들’이란 뜻으로 사용되었고 구체적으로는 관심거리, 생각, 환경 등을 공유하는 집단을 일컫습니다.
Pharmacy의 어원은 그리스어 Pharmacia(파르마키아)로 ‘치유의 효능을 가진 샘’이란 뜻입니다. Pharmacia를 어원으로 한 또 하나의 단어로는 Pharmakon(파르마콘)이 있습니다. 바로 독이자 해독제라는 상반된 의미를 가지고 있는 약이라는 의미입니다.
앞에서 살펴본 라틴어 Communis를 어원으로 갖는 단어로 Communication이 있습니다. 여기서의 Communis는 공개, 다수가 공유하는, 함께 나누는 이라는 뜻으로 쓰여집니다. 따라서 원래의 Communication이라는 의미는 메시지를 상대방에게 전달하기 보다는 ‘어떠한 경험을 함께한다’는 뜻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지역약국(Community Pharmacy)이란 내가 속한 공동체 사회(동네)에서 사람들 간의 ‘관심(건강, 질병 등)’을 공유하는 곳이며 이곳에는 사람들의 ‘관심’을 함께 경험하고 상호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약사님이 계시는 곳. 그렇기 때문에 내게 독이 될 수도 있는 약을 믿고 “함부로, 마음대로” 살 수 있는 공간이라고 정의해 봅니다.
2022년 말 기준 통계청 조사자료에 의하면 전국 편의점 점포 수는 약 5만1500개이며, 약국의 수는 약 2만4200개로 발표되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편의점의 이미지는 과거 동네 구멍가게, 문방구, 아트박스 등을 모두 합친 느낌입니다. 대한민국 소비자는 동네 곳곳에 있는 편의점을 통해 편리하게 원하는 것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약국 2만4200개란 숫자가 가지는 의미는 소비자가 가장 구매하기 쉬운 공간접근성의 최상위를 점유하고 있는 편의점 수 대비 50%에 가까운 수치입니다. 하지만 약국은 편의점과는 분명히 다른 무언가가 있습니다.
약국은 편의점과 비교될 수 없는 소비자의 편리하고 자유로운 선택의 위험이 존재하는 곳입니다. 바로 ‘내 가족’, ‘내 아이’의 ‘건강’이라는 중요도의 힘입니다. 약국은 편의점과 비교될 수 없는 경험이 가능한 콘텐츠가 존재하는 곳입니다. 바로 약사님과의 진정성 있는 커뮤니케이션입니다.
해외에서는 이러한 지역약국의 역할에 대해 좀 더 적극적으로 그 중요성을 인식하고 규정화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영국에서 규정한 지역약국의 핵심 역할 중 몇 가지 사례입니다. 1. 모니터링과 정보수집을 통해 지역사회의 건강과 사회적 요구 평가하기 2. 보건학적인 이슈에 대해 일반시민들을 대신하여 옹호하고 지역사회와 주민들을 위해 지속적으로 공헌할 수 있는 지역사회 공공보건의 리더로서 역할하기 3. 의사소통, 건강정보, 건강증진을 위한 각종 자료를 접근하기 쉽도록 하기 4. 장기요양이 필요한 노인들을 대상으로 복약관리, 건강증진을 위한 생활습관개선, 자가치료 지지 등의 지원사업 제공하기 5. 의약품에 대한 안전성, 효능, 효과, 올바른 복용법 지원 등을 통해 건강을 보호하기
이와 같은 다양한 사례를 통해 우리 지역약국만의 역할을 찾기를 바라며 앞으로 연재될 칼럼을 통해 그 방법들을 함께 고민해보고자 합니다. 오르한 파묵의 ‘작가의 일상’이라는 에세이에는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독자들은 항상 내게 두 가지 기본적인 질문을 한다. 질문은 비슷하지만 다르다. 하나는 “좋은 소설은 어떻게 씁니까?”이고 다른 하나는 “어떻게 하면 잘 써집니까?”이다. “어떻게 하면 잘 써집니까?”라는 질문은 인생에 관한 질문이다. 작가라는 직업과 작가로서 출세를 원하는 사람의 질문이다.”
어떻게 하면 약국을 ‘잘’ 경영할 수 있을까?라는 말로 바꾸어 본다면 그 질문은 약국과 관련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약국을 ‘잘’되게 하여 본인이 직업적으로 성공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질문일 것입니다.
작가는 작가라는 직업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작가라는 직업은 엄격한 규율을 요한다. 그 규율은 수백가지다. 그것이 당신이 글을 쓸 수 있도록 떠민다.”
다행히, 약국을 ‘잘’ 경영하기 위한 규율은 수백가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약국이라는 공간에서의 경험을 약사와 사람들이 공유하게 되는 것! 약국과 관련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일 것입니다.
- 고려대 문화콘텐츠학과 박사과정 졸업 - 논문: 지역약국(Community Pharmacy) 활성화를 위한 세일즈콘텐츠 개발 연구 - 부광약품 마케팅 이사 - 서비스 콘텐츠 및 헬스 커뮤니케이션 등 연구
필자 약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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