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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발기부전과 세조각 보형물수술어느날 우연히 60대 중반의 아랍 환자가 병원을 찾았다.어떻게 찾아온 것인지 의아해서 병력을 자세히 들어 보았다. 이 환자는 10년 전부터 발기부전으로 다수의 미국 유명대학 클리닉에서 치료를 받아 왔다고 말했다.메이요클리닉에서 처음 세조각 보형물 삽입 수술을 받았었고, 그후 기계 고장으로 클리블랜드 클리닉에서 필자의 은사인 Montague 박사에게 두번째 수술을 받았다.이후 다시 문제가 생겨 콜롬비아대학에서 3차 수술을 받았다. 다시 존스홉킨스대학에서 4 차 수술을 또다시 뉴욕대학에서 5차 수술을 받았다.병원을 찾았을 당시 보형물이 요도를 뚫고나와 모두 빼 버리고 이제는 아무것도 없는 빈 페니스 상태가 돼 있었다. 다시 고쳐달라고 하니 미국의 유명의사들이 모두 고개를 저었고, 모든 네트워크를 가동해 이 문제를 해결할 의사를 찾아 나선 것이다.수소문 끝에 발기부전 수술분야 최고 영예 '브란틀리스콧' 상을 받은 동양인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한국까지 찾아온 것이다. 처음엔 일본인인 줄 알고 일본에서 찾았으나 찾을 수가 없었고, 물어물어 한국까지 오게 된 것이다.미국 유명대학병원에서의 시술도 실패로 돌아간 터라 지푸라기라도 잡겠다는 심경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10여 번의 수술에도 음경 사이즈는 그래도 비교적 큰 모양을 유지하고 있었다. 완전히 오그라들어 사이즈가 안 나오면 수술이 도저히 불가능할 텐데 그래도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여러 번 수술을 받으셔서 상태가 너무 안 좋아 성공 가능성이 10% 정도로 거의 불가능합니다."아랍인 H씨는 "그래도 경험이 많으시니 잘해서 꼭 성공 시켜주시길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했다.수술 성공가능성이 10%도 안된다는 말에 H씨는 실망했지만 3일간 매일 병원을 방문해 수술을 요구했다. 집도했던 미국 의사들도 모두 포기를 했으니 이제는 다른 방법이 없는 것이다. 실패 가능성이 높아 포기하고 싶었지만 파트너 집도의인 최현민 원장은 한번 도전해 볼만 하지 않겠느냐고 수술 시도를 권유했다. 여러 번의 수술로 정상 해부구조가 다 망가졌으므로 허물어진 굴속에서 요도 손상을 피하고, 제 길을 찾아야하는 매우 어려운 깜깜이 수술이다.보통 이런 사례는 시간이 얼마나 소요될지 모르기 때문에 국소마취가 아닌 전신마취가 필요하다. 고민 끝에 친정인 강남세브란스병원에 자문을 구해 그곳에 입원시키고, 수술은 우리팀이 하기로 결정했다.전신마취 하에 수술이 시작됐다. 최현민 원장이 집도하고 필자가 조수/감수 역할을 맡았다. 많은 수술로 조직이 모두 굳어 있어서 정상적인 해부구조가 나오지 않았다. 섬유화된 조직을 조심스레 박리하며 해면체로 접근했지만 해면체 백막이 모두 섬유화돼 주위 조직과의 감별이 매우 어려운 상태였다. 무엇보다 주위 요도를 손상치 않게 관건이다. 다행히 한국인 평균 크기보다 커서 제 길을 찾아 CXR 18cm 보형물삽입이 가능했다.실패를 예상했지만 수술은 기적적으로 대성공이었다.7일간 입원 후 퇴원하는 그에게 "이젠 더 이상 욕심 내지마시고 잘 관리하면서 사용하세요. 그리고 행복하세요"라는 말을 건넸다.*이 칼럼은 최형기 세브란스병원 명예교수의 비뇨기 임상 경험을 근간으로 작성되었습니다.2021-03-03 06:12:53데일리팜 -
[칼럼] 조건부 허가제도 의의와 숙제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에 대한 조건부 허가로 팬데믹(pandemic) 해소를 위한 첫 장이 열린 듯하다. 물론 임상시험 결과에 대한 논란, 고령자 접종, 치료제 사용 환자군의 제한이나 백신 물량 부족으로 인해 단기간에 코로나–19 퇴치를 기대하기는 어렵겠으나, 적어도 감염확산 방지, 중증환자로의 이환율 감소와 같은 긍정적인 효과를 시작으로 국민에게 작은 희망이 싹틀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고 충분히 평가할 수 있다.이번 치료제 등의 허가는 조건부 허가가 어떻게 긍정적으로 이용될 수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에 해당한다. 조건부 허가제도는 생명을 위협하거나 중대한 질병의 치료, 긴박한 상황에서 2상 임상시험 결과만으로 우선 의약품 허가를 내어준 뒤 3상 임상시험 결과에 따라 허가 유지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미국 FDA의 패스트트랙 중 신속 심사(Accelerated Approval)와 매우 유사한 제도인 조건부 허가제도가 다양한 의약품 분야에서 도입된 후 많은 국내 개발자들은 2상 임상시험 결과만으로 의약품 허가를 받기 원하고 있는데, 이는 의약품 조기 판매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환자들의 이익과 회사 가치의 상승 등 다양한 욕구에서 기인한다. 세포치료제나 항암제 등을 개발하는 회사들이 신속 심사를 많이 신청하는 것도 특정 질환의 중등도나 치료방법의 유무, 기존 치료법의 효용성이나 환자들의 불편함 등을 고려한 것이다.그런데 조건부 허가는 기본적으로 3상, 즉 의약품의 유효성에 대한 확증 없이 2상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유효성 탐색만으로 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므로 적어도 최소한의 의약품 유효성에 대한 추정이 가능해야 하고, 이를 위해 조건부 허가를 염두에 둔 잘 설계된 임상시험이 시행될 필요가 있다.미 FDA는 특정 의약품의 패스트트랙 지정 이후 심사관들과의 잦은 미팅을 통해 의견을 교환하며 임상시험을 기획하도록 안내하고 있으며, 우리 식약처 역시 임상시험 기획 단계에서부터 개발자와 행정청이 면밀히 협의하고 3상과 매우 유사한 수준의 조건부 허가용 임상시험을 설계하여 승인을 받는 등 최대한 미리 계획한 조건부 허가를 위한 일정 및 임상시험을 기준으로 절차를 진행할 것을 권고하고 있기도 하다.이는 아무리 중대한 질병이라고 하더라도 최소한의 유효성에 대한 확신 없이 의약품을 허가하여 환자들에게 무의미한 치료가 시행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또한 시작 단계부터 조건부 허가를 염두에 두지 않은 2상 임상시험 결과를 조건부 허가를 위해 이용하는 과정에서의 인위적인 개입 가능성 등을 차단하여 임상시험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 역시 조건부 허가에 대한 엄격한 통제를 하는 중요한 원인이다.의약품 개발자들에 대한 조건부 허가제도가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는 몰라도, 신속 심사제도는 3상에 준하는 수준으로 설계된 임상시험을 통해, 적어도 의약품의 유효성에 대한 확실한 추정이 가능한 경우에 가능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질병의 중등도나 치료의 시급성을 이유로 적절한 대리평가변수를 사용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임상시험 설계 자체가 3상의 형태와 다르다거나, 유효성 추정이 어려운 평가변수를 사용한 임상시험 결과를 가지고 조건부 허가를 내어달라고 하는 것은 결코 받아들여질 수 없는 것이다.이번 코로나-19 관련 조건부 허가 의약품 역시 개발 단계에서부터 조건부 허가를 염두에 두고 행정청과의 긴밀한 협조가 이루어졌고, 최소한의 의약품의 유효성에 대한 탐색을 통해 3상 임상시험에서 유효성 확증이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이 내려진 것이며, 이와 함께 일반적인 질병과 달리 감염병은 환자 치료를 통해 확산 방지를 기대 가능한 특수한 상황이 반영되었음을 주목해야 한다.향후 조건부 허가와 관련한 분쟁 예방을 위해서라도, 제도 자체의 정비도 반드시 필요하다. 작년 국정감사에서 조건부 허가를 받은 품목 중 일부는 생산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이 밝혀지기도 했고, 아직도 실무상 중증 비가역, 생명 위협과 같은 요건에 대한 가치판단에 혼란이 있기도 한 상황이다. 이는 결국 의약품 개발 초기단계부터 개발자와 식약처가 함께 발을 맞추어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을 통해 해결해야 하며, 허가 담당 인력들의 민간에 대한 폭넓은 지원이 필수적이다.물론 의약품 허가라는 가치판단을 위한 기준을 일률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결코 가능하지는 않지만, 환자에게 도움이 될 것을 예상할 수 있는 의약품이라면 엄격한 부작용 보고 체계 및 3상 임상시험에 대한 면밀한 확인을 전제로 조건부 허가를 내어주지 않을 이유는 없지 않을까. 주요 중증 질병들에 대한 의약품 개발 패러다임 자체가 조건부 허가를 1차 목표로 하는 것으로 변화하는 상황에서 조건부 허가는 개인 및 특정 의료기관만을 대상으로 하는 치료목적 사용승인 예방보다 국민보건에 좀 더 긍정적인 영향을 기대할 수 있다. 향후 국내에서도 좀 더 획기적인 의약품 개발이 이루어지고 조건부 허가를 통해 많은 환자들의 삶이 건강해지길 바란다.2021-02-22 06:10:56데일리팜 -
[칼럼] 디지털약국시대, 약사사회 비전은 무엇인가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디지털 기술로 연결성이 극대화 되는 산업환경의 변화를 의미하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는 하버드대 교수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이 사용하기 시작했고 2016년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본격적으로 언급되기 시작했다.정확한 4차 산업혁명의 정의가 무엇인지 사람들마다 해석의 차이가 있겠지만 로봇, 인공지능, 데이터분석 기술과 인터넷의 급속한 발전은 우리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보건의료등 모든 일상에 더욱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이러한 변화의 물결은 전세계적으로 2021년 2월기준 1억 1천만명을 감염시키고 약 240만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킨 코로나바이러스(COVID-19) 의 출현으로 더욱 더 가속화 되고 있다. 2020년 코로나로 인한 영향을 분석한 세계은행(World Bank)의 보고서에 따르면 추가로 증가된 극심한 빈곤층이 1억명 내외이며, 1990년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 이를 극복하기 위한 기업의 구조조정 및 디지털기술의 적극적 활용, 보건의료비용의 증가, 교육과 데이터접근성 양극화, 그리고 인류의 식량수급까지 모든 일상에 영향을 줬다고 나타났다.기존에 가지고 있던 기술과 아이디어는 코로나가 가져다 준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더욱 더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계기가 됐고 이는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우리의 생각보다 폭풍우처럼 빠르게 다가오는 상황이 됐다. 이제 온라인을 통한 교육과 쇼핑은 일상이 됐으며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한 맞춤형 서비스는 음식, 문화, 교통 등 일상의 소비활동뿐만 아니라 보건의료 및 약료의 영역까지 진출하고 있다.이러한 변화된 환경에서 약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약사는 어떠한 가치를 사회에 전달해야 하는가? 이에 대한 답변을 위해서는 약사 사회가 어떠한 비전(vision)을 가지고 있는지 질문해 보아야 할 것이다.비전(Vision)과 미션(Mission) 의 정의에 대한 해석이나 둘 중 어떤 것이 중요하다거나 상위개념인가에 대한 의견은 사람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고 이와 관련하여 핵심역량이나 핵심가치에 대한 이해가 필요가 있을 수 있으나, 비전(Vision)을 ‘미래에 되고 싶은 조직의 모습과 방향에 대한 것’으로 이해하는 것은 크게 무리가 없으리라 생각된다.캐나다 브리티쉬컬럼비아주(British Columbia) 약사회의 비전은 ‘약국의 탁월한 서비스를 통한 국민건강증진(Better health through excellence in pharmacy)’ 으로 정의돼 있으며 영국약사회의 경우 ‘의약품의 안전하고 효과적인 사용에 있어서 세계적 리더가 되는 것(To become the world leader in the safe and effective use of medicine)’ 으로 정의돼 있다.싱가포르 약사회는 ‘싱가포르 약사가 세계최고의 약사가 되도록 전문적 역량과기준을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것(To continually improve professional competencies and standards of registered pharmacists to be the best in the world)’ 으로 발표했고, 대한약국학회는 ‘국민건강 최적화를 위하여 약국의 사회적 가치를 지속적으로 향상시킨다(Enhance the social value of community pharmacy for optimizing public health)’ 는 비전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다.비전은 그 임무가 유사한 조직이라 할 지라도 그 조직이 처한 상황, 문화, 역사 등에 따라 서로 다를 수 있으나 일단 결정된 비전(Vision)은 쉽사리 바뀌지 않아야 한다. 그렇기에 비전을 설정하고 이를 확산하고 공유하는 실행의 과정은 모든 구성원이 참여해야 하며, 이는 생각보다 시간과 노력, 비용이 상당히 많이 드는 과정이다.그렇다면 왜 비전 설정이 중요한가? 첫째, 모든 구성원들에게 우리가 가야할 방향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려줌으로써 구성원들의 집중도를 높여 원하는 목표를 효율적을 달성하게 할 수 있다. 둘째, 조직이 효율적이며 효과적인 의사결정 과정이 가능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셋째, 제한된 여러가지 조직내의 인적, 물적자원등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우선순위 결정에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 넷째, 비전에 대한 긍정적 동의를 통하여 조직내 구성원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고 의욕을 고취시킬 수 있다. 마지막으로 비전은 미션(Mission)과 함께 향기와 문화가 있는 조직으로 성장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합의되고 공유된 비전이 없는 집단은 되고 싶은 미래의 모습 자체를 스케치 하지 않은 것과 다르지 않다. 세계보건기구(WHO) 및 세계약사연맹(FIP)에서 주장하는 약사의 역할은 ‘근거중심(Evidence-based)으로 약물을 적절하게 사용하고 그 사용에 따른 위험으로부터 공공을 보호하는 것’으로 정의한다.코로나와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휘몰아치고 있는 지금, 약사 사회는 비전을 점검하고 이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과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다.2021-02-21 18:39:46데일리팜 -
[칼럼] 코로나 시대 '뉴노멀'이 원하는 약사불확실한 시대라고 모두가 말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소용돌이와 함께 불확실은 일상이 됐다. 감염병 위기와 더불어 인간을 저만치 앞서나가는 인공지능과 인간이 남김없이 파먹고 있는 지구의 기후 위기 등 불확실을 확실하게 예견해 주는 어젠다가 차고 넘친다.가까워서 더 두려운 미래 사회에도 약사의 존재 가치가 지금과 같을까. 주어진 하루를 그 어느 날과 똑같이 성실하게 보내도 문득 불안한 마음이 한편에 자리한다. ‘4차 산업과 약사’, ‘포스트 코로나와 약사’라는 약대 입시 면접장에서나 마주할 것 같은 질문이 일상의 물음표로 떠다닌다.마음을 어둡게 하는 질문들을 뒤로하고 책을 펼쳤다.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로 국내에 잘 알려진 일본 작가 야마구치 쇼와 동료 교수 구노스키 켄의 대담집 『일을 잘한다는 것』 (둘의 본업은 경영이다.)에서 어두운 마음에 불을 켜는 문장들을 발견했다.예측 불가능한 시대에서 소위 말하는 ‘뉴노멀’이 원하는 것은 기술과 감각의 조화라고 일본의 두 경영 대가는 말하고 있다. 정답이 없고 흑백을 나눌 수 없는 문제들 속에서, 일을 잘하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갖는 특징은 기술과 지식을 현실 세계로 구현하는 ‘감각’이라는 것이다.2022년부터 전국 37개 약학대학 중 강원대, 부산대, 충남대를 제외한 34개교가 통합 6년제로 전환을 확정했다. 한국약학교육협의회는 통합 6년제 교육과정에 실험실습을 확대하고 임상실무실습 교육을 강화하며, 말하기와 글쓰기, 공감과 소통, 심리학, 헬스 커뮤니케이션과 같은 교과목을 추가한다고 발표했다.학교에서 배우고 익혔던 많은 것들은 약사로서 마땅히 갖춰야 할 지식이다. 생리학적 이해, 병태적 관계, 약물학적 원리와 같은 지식이 없다면 약사로 일할 수 없다. 그러나 학교를 떠나 약사로 살아가는 사회는 환자의 감정까지 마주해야 하는 현장, 다른 의료인과 원활히 소통해야 하는 상황, 역학관계 파악과 건설적 인간관계를 구축해야 하는 조직생활 등 지식보다 감각이 더 중요해지는 곳이다. 기술과 감각의 균형을 요구받는 시대에서 약대 교육을 과학을 넘어 인문학 영역으로 확장하는 것은 시대 요구의 반영이다.감각을 키우는 훈련은 지식을 축적하는 과정과 전혀 다른 양상이다. 지식과 달리 감각은 배움의 정도를 수치로 표현할 수 없고 척도화하기 대단히 어렵다. 교과서와 강의보다 경험과 훈련이 중요한 영역이기도 하다. 경험을 예로 들자면 ‘건강의 결정요인’에 대해 교과서에서 사회적, 경제적 요인이 보건 의료적 특성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줄을 그어가며 외우고 배웠어도 쪽방촌 봉사활동으로 직시하게 되는 ‘약사와 약’에 대한 무력감이 100배는 더 충격적으로 각인됐다.‘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창한 수식어의 미래와 ‘포스트 코로나’라는 예측불허 혼란 앞에 약사가 더 많은 지식, 더 고도화된 기술을 지니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살아남기에 올바른 전략도 아니어 보인다. 질병에 대한 병태생리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타인의 고통과 아픔에 대해 보다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는 감수성을 갖추는 것은 어떨까. 복약순응도가 낮은 어르신에게 약물학적 지식을 나열하는 것보다 어르신의 현재 생활상태와 가족과의 관계에 대해 자연스럽게 질문하는 것이 어떤 상황에서는 문제 해결에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을 감각적으로 인지하는 약사가 답이 될 수 있다.약사 사회는 언제나 그 시대의 변화 속에서 약사의 역할을 강화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지금 세대는 그 어떤 세대보다 전체 사회가 불확실한 조건에서 스스로 길을 만들고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기존과 다른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지니고 있다. 기존에 정립된 기술과 지식만으로는 어려운 일이다. 이런 과제들을 앞에 두고 새롭게 개편하는 약학대학 교육과정이 기술만 머리로 배우는 과정이 아니라 현장과 연결되어 감각을 키우는 훈련이 수반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정수연 대한약사회 정책이사 프로필 숙명여대 약학대학 졸업 강서구약사회 홍보이사 늘픔약사회 운영위원2021-02-21 18:21:48데일리팜 -
[칼럼] 민생경제 역행 사회적 거리두기 해결책인가이영작 엘에스케이글로벌파마서비스 대표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이하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 된지 1년이 넘었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다. 2월 중에는 백신이 수입되어 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들에게 노출되는 의료진과 요양시설 및 요양병원에 입원한 고위험 노령층 등을 대상으로 우선 접종을 한다고는 하지만, 수입량이 75만명 분 정도로 백신에 의한 예방 효과는 미미할 것이다.인구의 44%에 달하는 19~49세 집단은 3분기에나 백신 접종이 가능하다고 한다. 19세 미만에게는 접종 계획이 없다. 사회활동 경제활동에 가장 활발해야 할 50세 미만은, 2022년까지도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노출되고 활동에 제약을 받게 될 것이다.백신효과는 낮게는 50% 높게는 95%로 알려져 있다. 백신효과는 다음과 같이 이해된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수도권 2.5단계 비수도권 2단계로 유지하는 가운데, 2월 초순 현재 대략 400명 정도가 매일 감염되고 있다. 전국민이 백신효과가 70%라고 알려진 아스트라제네카(AZ)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했다고 하면 현재 사회적 거리두기 상태에서 매일 120(=400x0.3)명 정도가 확진된다는 의미다. 백신효과가 95%인 화이자-바이오엔택 백신을 전국민이 접종한다면 하루에 20(=400x0.05)명 정도가 감염될 것이다. 실제는 이렇게 단순하지 않고 백신효과와 접종률에 따라서 코로나19 감염자수는 결정된다.지금부터 6개월 후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몇 명이 될 것인가를 예측하여 보자. 예측은 몇 가지 가정을 요구한다. 가정의 성격에 따라 큰 차이가 생긴다. 그때까지 코로나19 백신이 국내에 도입되지 않고 변이 바이러스로 인한 감염이 심각하지 않고 사회적 거리두기도 지금과 같은 상태로 유지된다고 하자. 그럼 일일 평균 확진자는 지금과 유사한 400명 선일 것이다.다른 가정을 하여 보자. 변이 바이러스로 인한 감염이 크지 않고 50세 이상은 모두 AZ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였고 사회적 거리두기는 현 단계를 유지한다고 하면, 가장 단순하게 계산했을 때 3분기에는 271명의 확진자가 발생할 것이다. 계산 근거는 아래와 같다. 2020년 11월 자료에 의하면 국내 코로나19 환자의 54%가 50대 미만이고, 46%가 50대 이상이다. 일일 평균 400명 확진자 가운데 50세 미만은 54%로 216명이고 50세 이상이 46%로 184명이다. 50세 이상이 AZ 백신을 접종했다면 184명이 55명으로 감소된다. 50세 이상은 모두 접종을 마쳤고 50세 미만은 아직 접종하지 않았다는 가정 아래 추정 전체 확진자 수는 271(=216+55)명이 된다.50세 이상 국민이 모두 백신을 접종한다고 해도 사회적 거리두기 없이는 코로나19 대유행 관리가 안 될 것이다. 더욱이 우리나라에서 처음 들여오는 AZ 백신은 남아프리카공화국발 변이 바이러스에 무력하다고 하지 않나? 코로나19 대유행은 2022년까지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 정부는 국경을 개방하여 매일 수십 명의 감염자가 입국하기 때문에 해외 변이 바이러스에 무방비사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형 변이도 발생할 수 있다.바이러스의 변이, 백신종류, 접종 속도 등은 불행하게도 우리의 손이 닿지 않는 영역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우리의 영역에 있고 현재로는 가장 효과적인 예방 수단이다. 불행하게도 사회적 거리두기는 민생과 반비례한다. 민생을 살리느냐 코로나19 대유행을 예방하느냐 가운데에서 선택해야 한다. 과연 그럴까? 민생도 살리고 대유행도 예방하는 획기적 조치는 없을까?유효한 백신을 맞은 사람들은 코로나19 감염의 두려움 없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예를 들자면 식당에도, 헬스장에도 또는 많은 다중시설에 백신접종 증명서가 있으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을 것이고 해외여행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정부계획에 의하면 사회적으로 가장 활발한 20-40대는 3분기나 되어야 백신접종이 시작된다. 그 때까지 발을 묶어 놓을 수는 없다. 감염이 안 된 사람들끼리는 자유로워야 한다.비감염 증명서를 발급하면 될 것이다. "혹시 싶으면" 임시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이를 확대하여 누구나 아무 때나 코로나19 검사를 받도록 하고 비감염 증명을 발부한다. 유효기간은 1주일 이내로 비감염 증명을 제시하고 실내 헬스, 식당 등 다중시설 이용을 자유롭게 하는 조치가 가능하다.코로나19 검사는 비강검체검사로 실행한다. 보호 장비를 착용한 의료인이 검체를 채취한다. 이렇게 매주 몇 백만 명을 검사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간단한 타액 검사가 타당해 보인다. 비강검체검사와 타액검사의 정확성은 미국 FDA에 의하면 유사하다. 정부기관의 선별검사소만으로는 어려울 것이다. 정부가 승인하는 유료 사설 검사소에서 검체를 수집하여 검사하도록 하는 것이 실용적일 것이다. 비강검체검사와 타액 검사의 정확성은 현재 정확도는 95% 정도인데 양성검사의 기준을 바꾸어 거짓 음성 결과를 줄이면 양성 정확도를 98~99%까지도 올릴 수 있을 것이다.작년 코로나19 대유행 초기에 마스크 부족으로 매주 출생연도에 따라 정해지는 요일에 줄을 서서 주민등록증을 보여주고 마스크를 구매하는 불편을 겪어야 했다. 매주 마스크를 줄 서서 구매하듯 타액검사를 매주 하면서 사회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면 그만한 가치는 충분히 있다. 반면 외부 활동 계획이 없는 경우 반드시 검사를 할 필요는 없겠다.비감염증명을 제시하는 시민들이 체육시설, 식당, 카페 등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신속히 도입하여 코로나19 대유행 중에도 경제활동, 사회활동을 정상적으로 할 수 있는 방안을 세워야 할 것이다. 이영작 대표 프로필 ▪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전자공학과 졸업 ▪ Ohio State University 통계학 석사 ▪ Ohio State University 통계학 박사 ▪ University of Maryland 통계학 조교수 ▪ 미국 국립암연구소 통계학 담당(항암임상연구) ▪ 미국 국립암연구소 통계학 담당(독성연구) ▪ 미국 국립신경질환 및 뇌졸중 연구소 통계학 담당 ▪ 미국 국립모자건강연구소 통계학 담당 실장 ▪ 한양대학교 석좌교수 ▪ 한국임상CRO협회 1대, 2대 회장 ▪ 서경대학교 석좌교수(現) ▪ ㈜엘에스케이글로벌파마서비스 대표이사(現)▪ 마르퀴즈 후즈 후의 '후즈 후 인 아메리카(Who’s who in America)' 등재 ▪ 알버트 넬슨 평생 공로상 (Albert Nelson Marquis Lifetime Achievement Award) 수상2021-02-10 10:40:45데일리팜 -
[칼럼] 대사증후군과 성기능 저하33세의 젊은 P군, 100kg이 넘는 거구이다."어디가 불편한가요?""페니스에 부스럼같이 자꾸 곪는 뾰루지 같은 게 생겨요.""언제부터 그런가요?""최근 몇 개월 전부터 계속 그런 게 재발 됩니다.""결혼은 하셨나요?""예. 신혼입니다.""건강에 다른 이상은 없나요?""아직 특별히 나쁜 곳은 없습니다. 제 체중이 원래 100kg정도인데 최근 갑자기 15kg정도 늘었어요. 최근 요식사업을 새로 시작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친구들과 술을 자주 먹게 됩니다."우선 재발되는 피부염이 이상해서 기본적인 요검사와 혈액 화학 검사를 해보았다. 소변에서 요당이 2000ml/dl이 나오고 케톤이 50mg/dl로 많이 나왔다. 혈액 화학 검사에서는 간 효소 수치가 153/59U/L로 높게 나왔다. GGT는 125U/L로 매우 높게 나왔다. 술을 많이 먹었을 때 나오는 이러한 수치가 나타난다.콜레스테롤이 247mg/dl로 높고, 공복혈당이 302mg/dl이고 중성지방이 500mg/dl을 넘어갔다.이미 비만과 고지혈증이 심하고 술을 많이 먹어 당뇨병이 나타났다. 이미 합병증이 나타나고 있는 매우 중한 상태이다. P군은 새로운 사업의 스트레스를 술로 풀고 있는 모양이다. 혈당이 높아 피부에 농가진이 자꾸 생기는 것으로 보인다."혈압은 어떠세요?""조금 높다는 이야기는 들었어요. 체중 나가는 사람들은 대개 조금씩 높다고 하던데요?" 하며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혈압을 재보니 160/90으로 이미 고혈압이다.그런데 본인은 자기 건강의 심각성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현재 아주 중한 상태입니다. 비만과 술, 과음 및 당뇨로 이미 소변에 요당과 케톤이 많이 나오는 것은 당조절이 안되는 고혈당 증세입니다. 당장 술을 끊고 하루 한 시간씩 뛰는 운동하며 체중 조절해야 합니다. 이렇게 병이 진행된 상태인데도 전혀 모르고 술만 먹고 있었다는 게 놀랍습니다. 사업도 중요하지만 본인의 건강이 더 중요합니다. 당뇨전문의에게 꼭 진찰을 받고 철저한 관리가 필요합니다."복부비만과 고지혈증, 당뇨병, 고혈압 등이 한 뿌리에서 시작되는 전형적인 대사증후군 증세들이다. 성인들에게서 나타나는 이러한 대사증후군이 이제는 벌써 젊은 환자들에서 나타난다. 남성클리닉을 찾아오는 이러한 환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대사증후군이라는 생소한 진단을 처음들은 P군은 잘 믿어지지 않는 모습이다. 최근 기력이 떨어지고 몸이 좀 이상하게 피로를 느끼는 정도였는데 이렇게까지 심각한 문제인줄 몰랐다는 것이다."성생활은 별 이상이 없나요?""요즈음 계속 피곤하고 의욕이 안 생겨서 조금 이상하다 생각했어요. 저는 사업상 술을 안 먹을 수 없는데 어떻하죠?""사업도 중요하지만 본인 건강이 더 중요하지요. 현재 아주 중한 상태입니다. 바로 입원해서 치료 받아야 할 응급상태입니다. 총체적 부실로 내장비만에 당뇨병, 고지혈증, 고혈압이 동반된 대사증후군 환자입니다."대한당뇨학회의 보고에 따르면 우리나라 당뇨환자가 계속 증가하며 30세 이상에서 10명중 1명이 당뇨병이며 공복혈당장애를 가진 성인까지 포함하면 10명중 3명이 잠재적 당뇨병 환자라고 보고한다. 당뇨환자의 50.4%가 복부비만이며 62.5%가 고혈압 약물치료를 받는다고 보고한다. 그러므로 당뇨환자는 혈당과 더불어 체중, 혈압, 고지혈증의 철저한 관리로 심혈관계의 합병증을 예방해야 한다. 비만, 운동부족, 과음 등이 모든 병의 시작임을 알고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이 칼럼은 최형기 세브란스병원 명예교수의 비뇨기 임상 경험을 근간으로 작성되었습니다.2021-02-04 06:02:40데일리팜 -
[칼럼] 다시, 의약품의 사회적 가치를 생각한다코로나 사태를 지나면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단어는 단연코 언택트일 것이다. 사람을 직접 만나지 않고 물품을 구매하거나 서비스 따위를 받는 일을 통칭하는 언택트는 보건의료계에서는 비대면이라는 표현으로 더 익숙한 단어이기도 하다.거의 모든 식품과 일상용품이 배달되고 한시적이라는 단서가 붙기는 하지만 원격의료의 일부형태와 의약품이 배송되는 등이 비대면 서비스의 면면일 것이다. 코로나 사태가 지난 후에는 어떻게 될까?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가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사회 모든 부문에서 조심스럽게 코로나 이후를 준비하는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 과연 예전과 동일하게 대면으로 전환되게 될까? 아니면...현재로서는 언택트 일상의 상당부분은 여전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대면 서비스의 활용도가 높고 또한 그 편리함에 이미 소비자들이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기업이나 경제주체들이 다투어 비대면 서비스의 다양한 형태을 개발한 덕분이기도 하다.보건의료에 있어서도 비대면 진료 및 상담, 비대면 의약품 배송 등의 형태가 현 사태에 일시적으로 허용되었던 단계를 넘어서게 되었다. 감염병시에는 비대면 보건의료서비스가 상시 허용되는 법안이 통과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감염병이 횡행하는 시기에 한해서라고는 하지만 보건의료 환경이 변해가고 있는 추세를 보면 다만 ‘감염병시에만’ 이라는 단서조항이 그리 강력해 보이지 않는다. 의약품에 관한 사안에 있어서나 약료서비스의 경우도 예외일 수 없을 것이다.의약품을 둘러싼 사회경제적인 변화의 배경을 보면,하나, 눈부시게 발전해 가고 있는 정보기술, 산업기술이 이미 보건의료와 융합되어 그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웨어러블 기기의 성장과 AI의 가속화된 개발패턴, IT분야의 고도화된 기술력은 보건의료분야의 진단, 재활 및 처치, 신약개발 등의 분야에서 의미있는 결과를 도출하고 있다.둘, 이미 소비자의 보건의료 소비 패턴이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비대면 서비스의 효용에 적응되어지고 있다. 필자가 재직하였던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에서의 예를 보면, 방문약료나 의약품배송의 형태를 직접 방문하는 경우보다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러나 방문약료의 경우는 인력과 예산이 충분히 지원되지 않는 상황에서 제한적일 수 밖에 없음에 따라 결국 안정성을 담보하는 여러 조치를 전제로 코로나에 대응하려는 중증난치환자분들과 병의원의 요청으로 의약품배송이 진행되기도 하였다.셋,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의 경우를 보듯이 의약품 시장은 이미 국내시장의 범위를 넘어선지 오래이다. 보편적으로 감염의 형태가 국경을 넘어드는 것과 마찬가지로 의약품의 기획과 생산 유통 공급 또한 글로벌 환경에 공조하는 경향이 점차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이는 의약품의 전주기적 관리 수준이 국내시장만이 아닌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고도화된 수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백신운송에 필수적인 콜드체인이 문제가 되는 상황을 보더라도 의약품에 관련된 모든 부문에서 질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을 웅변하는 사례이기도 하다.미래먹거리로 대변되는 바이오의약품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이미 일정수준 이상의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의 자체개발과 다국적제약사 백신의 위탁생산 등이 아니더라고 항암제 만성질환치료제 등에 있어 상당한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있기도 하다.더불어 IT 강국으로서의 면모에 걸맞게 보건의료서비스와 융복합된 여러 형태가 선보이고 있으며 이의 활용을 위한 플랫폼의 개발 등 보건의료의 IT인프라가 활발히 구축되고 있다. 특히 유통부문은 코로나 상황에 대응하는 가운데 그 관리체계에 상당한 발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부문이기도 하다.그렇다면 의약품 소비자들과의 직접적인 접점에 있는 약국에서의 약료서비스는 어떠한가? 아니 어떤 변화가 있을 수 있으며 어떻게 나아가야 할 것인가?약국은 의약품 전주기에 있어 투약의 형태를 통해 의약품의 치료와 예방, 건강증진의 사회적인 가치를 구현하는 유일한 장소이다. 의약품의 사회적 가치를 도모하여 국민의 건강권을 향상시키기 위한 약국과 약사직능의 나아갈 방향을 논의해 보고자 한다.2021-02-01 10:29:46데일리팜 -
[칼럼] 코로나와 제약사의 컴플라이언스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한지 이제 1년이 되었다. 그동안 우리는 일찍이 겪어본 적 없는 세상을 경험했다. 불과 1년 사이에 일상 생활과 비즈니스 형태가 바뀌었다. 언택트에 익숙하지 않은 산업은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소상공인들은 생계를 위협받고 있고 폐업 조차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진퇴양난의 위기에 처해 있다.그러나 희망의 빛도 보인다. 화이자‧모더나‧아스트라제네카 등 글로벌 제약사에서 각기 다른 방식의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성공했고, 세계 각국에서 접종이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올해 11월 집단면역을 목표로 외국 제약사의 백신을 수입하여 접종할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일반적인 백신은 개발에서 안전성 검증을 거쳐 대량생산까지 10년 이상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심각성으로 인해 세계 각국의 제약사와 보건당국이 합심하여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백신을 개발했다. 물론 걱정되는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접종받은 사람 중 일부가 이상반응을 보이기도 하고, 심지어 사망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그러나, 다른 백신도 그 정도의 부작용은 항상 있어 왔고, 아직까지 안전성을 심각하게 위협할만한 상황은 확인된 바 없다.국내 제약사나 바이오업체들도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일부 제약사는 치료제의 사용승인을 앞두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 관련 업계의 주가는 폭등과 폭락을 거듭하며 롤러코스터를 탔다. 그러나, 지금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거둔 곳은 별로 없다. 그러자, 일각에서는 국산 코로나19 백신이나 치료제를 실제로 만들어 낼 만한 회사는 거의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글로벌 제약사들의 백신이 보급되고 나면 소리 소문 없이 연구‧개발을 접을 가능성도 점친다.국내 제약사들은 왜 이런 평가를 받을까? 우선 신약 개발 경험 부족이나 R&D 투자 규모가 크지 않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정부의 지원 규모가 턱없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불투명한 우리 제약업계의 연구‧개발 문화도 업계 전반에 대한 부정적 평가에 한 몫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몇 년전 발사르탄 원료를 사용하는 고혈압치료제에서 발암 추정물질인 NDMA가 검출되어 전국이 발칵 뒤집어진 사건이 있었다. 당시 식약처는 발사르탄 원료 제조업체들에 대한 약사감시를 실시했고 그 중 한 곳이 식약처로부터 품목제조허가를 받은대로 생산하지 않고 제조기록서도 허위로 기재하여 제조업무정지 처분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해당 업체는 중국산을 국내산으로 가장하여 비싼 가격으로 제약회사에 공급하기도 했다고 한다.한 중견 제약사는 중국에서 원료의약품(API, Active Pharmaceutical Ingredient)을 출발물질(SM, Starting Material)인 것처럼 위장 수입해 온 사실이 내부자의 제보에 의해 밝혀져 관련자들이 형사 재판을 받고 있다. 출발물질로 직접 원료의약품을 만들어 완제의약품을 제조할 경우 최고가로 약가를 산정해 주는 우대 규정을 적용받기 위해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이다.이와 같이 중국에서 수입한 원료의약품을 마치 국내 제약사가 제조한 것처럼 가장하는 행위는 소위 ‘포대갈이’ 또는 ‘통갈이’라고 불린다. 그동안 암암리에 이루어져 왔지만 불투명한 중국 제약업계 시스템과 회사 내부자가 아니면 알기 어려운 구조로 인해 적발이 쉽지 않았다. 위 사례들도 NDMA 이슈로 인한 식약처의 약사감시나 내부자의 제보가 아니었다면 역시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다.그러나, 이와 같은 일탈행위는 단순한 경제적 이익 취득에 그치지 않고 제약업계 전반에 대한 신뢰 하락을 초래한다. 발사르탄 원료 제조사가 품목제조허가를 받은 공정을 제대로 거쳤더라면 NDMA가 걸러졌을 수도 있고, 전국적인 혼란을 막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 원료의약품을 위장 수입한 제약사는 해당 원료의약품들 중 일부에 대한 제조기술 개발에 실패한 사실이 밝혀져 국내 제약사의 기술력에 의구심을 가지게 했다.글로벌 진출을 꿈꾸는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의 도약을 위해서는 신뢰성의 회복이 절실하다. 아무리 큰 기업이라도 신뢰를 잃는 순간 무너질 수 밖에 없다. 사람의 생명과 건강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제약업계에서는 특히 더 중요하다. 신뢰의 기본은 투명한 기업경영이다. 제약업계의 컴플라이언스는 법규준수나 준법감시를 넘어서 의약품 연구‧개발에 있어서의 내부 통제에도 확대 적용해야 할 것이다.2021-01-29 06:11:30데일리팜 -
[칼럼] 의사면허관리원 설립, 기대와 우려 그리고…대한의사협회가 (가칭)대한의사면허관리원(이하 관리원) 설립 추진을 발표하였다.2021년5월 에 의사회를 구성할 예정이라니 관련 당사자 간 내부적인 합의가 진행된 모양이다.의사협회의 관리원 설립 배경은 정부 중심 관리는 규제 위주로 전문성과 효율성이 낮아서, 그 대안으로 전문성을 지닌 독립적인 관리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동시에 자율성 강화를 통한 의사의 윤리성과 전문성도 강조하고 있다.의사협회가 기자회견을 통하여 발표한 내용을 보면 나름 기대되는 측면이 있으나, 우려되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의사협회 제안 관리원에 대한 기대의사협회는 국민건강 보호와 의료 발전을 위하여 의사면허의 체계적이고 일원화된 독립적 관리체계를 구축하여야 한다고 제시하였다. 어떤 형태이든 의료전문가인 의사들이 국민건강과 의료 발전을 위한 대안을 제시한다는 것 자체가 국가의료체계 발전의 긍정적인 측면으로 기대할 만하다.이러한 제안은 그간 운영되어온 중앙윤리위원회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자율규제 강화를 기반으로 하였다는 것이다. 규제에 대한 전반적인 흐름 특히 전문가 집단에 대한 규제가 정부 등 외부규제 보다 자율규제가 강조되는 추세와도 부합된다. 전문가에 대한 정부 등 외부규제는 전문가의 신뢰성과 행위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적발과 처벌이라는 일방적 외부규제 보다는 예방, 유인과 보상이라는 자율규제가 요구되는 상황에 걸맞는 것 같다.의사협회 제안 관리원에 대한 우려전문가 집단의 독립적인 조직에 의한 자율규제가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극복하여야 할 과제가 있다. 전문성과 효율성 담보를 위한 기준이 합리적이어야 하고, 기준의 집행과 적용이 공정하고 투명하여야 한다.의사협회 중심 관리원 설립에 대한 우려이다. 관리원 설립은 의사협회가 주축이 되어 법제화를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의사협회가 중심이 된 관리원의 면허관리 활동이 관리의 합리성, 공정성과 투명성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인가? 면허는 환자에 대한 의료제공을 전제로 하며, 의료제공 비용을 부담하는 보험자에게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의료체계 전반을 아우르는 정부의 행정관리와도 연관된다. 따라서 관련 이해관계 당사자들이 소외되고 의료제공자 단체인 의사협회가 주축이 될 경우 바람직한 관리원을 기대할 수 있을까?더불어 전문가 집단 중심의 독립적인 자율규제 조직이 공정성과 투명성을 담보할 수 있을까? 전문성을 내세운 독립적인 자율규제는 정당하므로 공정성과 투명성을 점검하지 않아도 무방할 것인가? 견제받지 않는 독립과 자율의 횡포에 따른 부작용이 우려된다.바람직한 관리원에 대한 제안면허관리의 문제점은 그간 지속적으로 거론되어 왔다. 부적절하고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대한 대처로 면허 취소나 정지가, 면허자의 전반적인 진료행위 적합성 점검을 위하여 면허신고제도가, 진료능력 향상을 위한 보수교육 내실화로 교육의 질과 양 점검이 거론되어 왔다. 그간 거런된 방안에 비하여 새로운 방안이 바람직하기 위해서는 고려해 볼 사항이 있는 것 같다.근본적으로 면허관리의 목적과 수단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면허를 관리하는 이유는 환자안전과 의사의 진료와 교육 지원이다. 면허관리의 목적은 의사에게 책임성을 부여하여 적정 수준의 의료를 보장하고, 의료 질의 지속적인 개선을 도모하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표준(적정)진료를 확인하고, 전문가로서 역량 개발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하며, 부적정 진료를 예방할 수 있어야 한다. 자율이든 타율이든 규제와 관리는 이러한 목적과 수단에 부합하여야 할 것이다.독립성에 의한 자율규제는 그 장점을 살릴 수 있어야 한다. 자율규제가 정부규제에 비하여 갖는 장점은 규제받는 집단의 순응도가 높아 집행이 용이하고, 환경변화에 적응력이 높아서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장점이 발휘되려면 독립성과 자율성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대안이 견제장치이다. 정도의 문제이지만 정부가 독립성과 자율성에 대하여 어느 정도 개입을 정당화 할 수 있는 이유이다. 그러나 정부규제 보다는 관리원 내부에 견제기능을 두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영국 의사면허관리기구인 GMC(The General Medical Council)는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위원회 구성원 12명 중 6명만 의사이다. 나머지는 환자나 교육자 등 의료 관련 이해관계 당사자 대표들이 참여하고 있다.면허관리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관련 기준과 원칙은 명확하고 합리적이어야 하며, 집행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진료과정에서 의사의 책임 범위, 최소 수준의 기본적인 진료표준, 의료 질 향상 활동은 물론 면허의 갱신, 정지 및 취소 등의 기준이 합리적이고 명확하여야 한다. 관리과정에서 발생하는 점검하고 입증하여야 할 내용과 입증책임도 명확하고 합리적이어야 한다.면허관리는 의사에 한정된 것만은 아니다. 의사 외에 단독으로 의료업을 행하는 치과의사, 한의사와 조산사에게도 관련된 사항이다. 따라서 내용과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이들 의료인을 포함한 면허관리 방안이 동시에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바람직한 관리원이 설립·운영되기 위해서는 입법과정에서부터 의사협회 외에 이해관계 당사자들의 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것도 적극적으로. 의사협회 민원을 해결하는 차원의 입법이어서는 안 될 것이다.2021-01-25 06:12:29데일리팜 -
[칼럼] 백신 운송 시스템 가이드라인 필요성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백신 수급계획에 따르면, 2월 백신 접종이 시작되고 11월까지 집단면역 형성 가능 수준인 3,600만 명에 대한 접종이 완료된다고 한다.이러한 정부의 백신 수급계획 발표에 따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뿐만 아니라 화이자, 모더나 등 수종의 백신이 국내에 공급되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코로나19 백신은 저장온도가 중요한데, 이는 코로나19 백신은 단백질로 구성되어 있어 저장온도에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해당 단백질이 변질되어 백신 효과가 떨어지거나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화이자 백신의 적정 저장온도의 경우 영하 70도로 보관 과정에서 이를 유지하기 까다롭다는 평가가 존재한다.또한 초저온 유지 조건은 백신이 생산되어 의료기관에 도착하는 운송 과정에서도 유지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백신 운송 시스템 확보의 중요성은 백신 수량을 확보하였지만, 접종률이 낮은 해외의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캐나다의 경우 인구 대비 5배의 백신을 확보하였으나 초저온 운송 시스템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아 도심 이외의 지역에 백신을 공급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 접종률이 낮은 이유 중의 하나로 분석되고 있다.이처럼 정부의 계획에 따라 코로나19 백신의 접종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백신 운송 시스템 확보가 중요하고 운송 온도 관리 등에 관한 정부 차원의 지침이 요구된다.다행히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질병관리본부에서 ‘백신 보관 및 수송 관리 가이드라인’을 개정하여 백신 취급자에게 백신의 생산, 유통, 사용 단계별 온도 관리에 관하여 안내하는 등 백신 운송 시스템 확보에 신경 쓰고 있지만, 운송 중 온도 관리 부분은 가이드라인의 다른 부분 설명에 비해 운송 업체의 자율에 맡겨진 부분이 많아 작년 독감 백신 운송 사고와 유사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물론 지나친 규제는 바람직하지 않지만, 상이한 보관조건을 가진 수종의 백신이 수급되는 현실 및 작년 독감 백신 운송 사고를 겪은 상황을 고려하면 코로나19 백신의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운송 과정 온도 관리에 관해 보다 자세히 규정하여 이를 관리할 필요성이 있다.의약품 콜드체인 운송시장에 진입하는 기업 또한 운송 중 온도 관리에 관한 높은 수준의 표준 운영 절차(SOP, Standard Operation Procedure)를 마련하고 이를 준수함으로써 운송 과정의 신뢰성을 확보하여야 한다. 그때야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높아져 더 빠른 코로나19 극복이 가능할 것이다.2021-01-15 12:00:55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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