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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의료기관 중복 개설·운영의 의미의료법의 규정에 따라 의료기관은 원칙적으로 의료인이 아니면 개설할 수 없습니다. 만약 사무장병원과 같이 의료인이 아닌 자가 의료인의 명의를 빌려 의료기관을 개설한 경우, 의료법 제33조 제2항, 제87조 제2항, 제90조의 규정에 따라 실질적 개설자(사무장)와, 그에게 명의를 빌려준 의료인 모두 형사처벌의 대상이 됩니다.그런데, 의료법은 위와 같이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의료인이 의료기관을 중복으로 개설·운영하는 경우에도 실질적 개설자인 의료인을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이는 의료법 제33조 제8항의 규정에 따른 것인데, 해당 의료법 규정은 다음과 같습니다.의료법 제33조 (개설 등) ②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가 아니면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다. 1.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또는 조산사...(중략)... ⑧ 제2항 제1호의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위 규정에서 보시는 바와 같이 의료법은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의 명의를 빌려 의료기관을 중복으로 개설하는 것뿐만 아니라, 중복으로 운영하는 것 또한 금지하고 있습니다. 과거 의료법에서는 의료기관의 중복 개설만을 금지하였던 것에 반하여 2012. 8. 2. 의료법 개정을 통해서 의료기관의 중복 운영 또한 금지하는 규정이 추가되었습니다. 그런데 중복 개설이라는 표현과 중복 운영이라는 표현은 언뜻 보면 의미가 중복되는 것처럼 보여 지기 때문에 어디까지가 처벌대상인지에 관하여 논란의 여지가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의료기관의 중복 운영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며, 중복 개설과는 어떠한 차이가 있는 것일까요?이와 관련하여 2019. 8. 29. 헌법재판소에서 의미 있는 결정이 내려진 바 있어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아래에서 소개해 드리는 헌법재판소 2014헌바212 등 사건에서는 위 의료법 제33조 제8항의 운영 부분이 죄형법정주의 중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해당 사건에서 헌재는 "의료법이 금지하는 의료기관 중복운영이란, '의료인이 둘 이상의 의료기관에 대하여 그 존폐·이전, 의료행위 시행 여부, 자금 조달, 인력·시설·장비의 충원과 관리, 운영성과의 귀속·배분 등의 경영사항에 관하여 의사 결정 권한을 보유하면서 관련 업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도록 하는 경우'를 의미하므로 해당 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라고 판단하였습니다.즉, 자신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고 있는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또 다른 의료기관을 개설하면서 그 타인명의 의료기관의 '경영에 실질적으로 관여하는 것'을 의료기관의 중복 운영'이라고 보았습니다.2012. 8. 2. 이전 과거 의료법에서는 이러한 중복 운영에 관하여는 금지규정을 두지 않았습니다. 과거 의료법에서는 중복 개설, 즉 이미 자신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한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 등의 명의로 개설한 의료기관에서 직접 의료행위를 하거나, 자신의 주관 아래 무자격자로 하여금 의료행위를 하게 하는 경우(대법원 2003. 10. 23. 선고 2003도256판결 참조)만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었기 때문에 위와 같이 이미 자신명의의 의료기관을 개설한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 명의로 개설한 의료기관을 경영적으로만 지배하는 경우에는 처벌할 수 없었습니다.2014헌바212 등 사건에서 헌재는 1인의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의 명의를 빌려 수개의 의료기관을 운영하면서 이득만을 취하는 형태의 중복 운영은 "의료행위에 외부적인 요인을 개입하게하고, 의료기관의 운영주체와 실제 의료행위를 하는 의료인을 분리시켜 실제 의료행위를 하는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에게 종속되게 하며, 지나친 영리추구로 나아갈 우려"가 크기 때문에 의료기관 중복 개설과 함께 금지해야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더불어 과거 의료법의 문언만으로는 위와 같은 중복 운영까지 규제하기에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에 현행과 같이 의료법이 개정된 것이라고 보았습니다.이처럼 현행 의료법 제33조 제8항의 규정은 '모든 의료기관에서 제공되는 의료행위는 의료인인 개설자의 실질적인 책임 하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취지를 반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해당 규정을 통해서 의료기관은 자본에 종속되지 않고, 책임 있는 의료행위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소개해드린 결정례를 통해서 의료기관 중복 운영의 의미를 명확하게 알아가는 기회가 되셨기를 바랍니다.2019-10-28 06:13:14데일리팜 -
[칼럼]의약사 협력, 지불제도 개혁 뒷받침돼야어느덧 가을이다. 올해는 방문약료에 대한 약사회의 홍보 노력이 두드러진 한 해였다. 약사 직능 확대의 좋은 기회라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그런데 약사사회가 직능 확대를 시도할 때마다 어김없이 겪게 되는 일이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9월부터 의사가 주도하는 약물사용 검토 사업이 서울시에서 시작된다고 한다. 우려스러운 것은 이 사업에서 의사의 파트너는 건강보험공단 근무 약사이며 지역약국 약사는 철저히 배제된다는 점이다.방문약료에 대해 줄곧 비판적 입장을 보여온 의사회가 이렇듯 태도를 바꾼 데는, 마냥 거부만 해서는 방문약료 사업 확대를 저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정책적 대항마(가급적 의사가 주도하고 통제할 수 있는)를 내세워 원안인 약사 주도 방문약료의 입지를 축소시키려는 시도가 아닌가 한다.의사와 약사가 역할을 나눠 서로 견제와 협력을 다하는 것이 의약분업의 본질임에도, 대한민국에서는 제대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작동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오로지 약사에 대한 의사의 견제 뿐이다. 이렇게 된 데에는 의사가 약사를 경쟁상대로 인식하게끔 만드는 지불제도 탓이 크다.공급된 의료서비스에 대해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그 방식을 지불제도라 한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행위별 수가제를 채택하고 있다. 의사가 의료행위를 할 때마다 돈을 받는다. 행위를 할수록 돈을 버니 중복과잉진료의 가능성도 크다.영국은 인두제를 시행하는 대표적 국가인데, 정부가 해마다 의사와 계약을 맺어 환자를 할당해주고 환자 수에 비례해 통으로 비용을 지불한다. 의사는 자신이 맡은 환자들을 책임지고 돌봐야 하며 당국은 다양한 지표를 통해 환자들의 건강상태를 평가하고, 의사가 관리를 잘 했다고 판단된 경우 더 많은 환자를 맡기거나 인센티브를 지급해 보상한다.인두제에서는 행위를 얼마나 많이 하는 지가 아닌 건강 관리 실적을 기반으로 보상이 주어지므로 의사는 아예 처음부터 환자가 생기지 않거나 환자의 기존 질환이 악화되지 않는 방향으로 노력하게 된다. 즉 만성질환 관리나 질병예방에 유리한 지불제도다. 행위를 많이 한다고 보상이 늘어나지 않으므로 불필요한 진료행위는 스스로 줄이게 된다.행위별 수가제에서는 더 많은 환자를 진료하고 더 많은 행위를 할수록 보상이 커지므로 환자를 놓고 직능간 경쟁이 첨예하게 벌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 의사집단이 약사집단을 과도하게 견제하는 데는 행위별 수가제라는 틀이 끼친 영향이 크다.반면 의사가 할당 받은 환자 수에 따라 통으로 보상받는 인두제에서는 이런 경향이 감소할 여지가 많다. 의사가 받는 보상은 정해져 있으므로 환자를 놓고 직접 경쟁하지 않게 될 뿐더러 약사가 환자에게 건강정보를 제공하거나 약물치료에 조언하는 행위가 환자의 건강을 증진시켜 의사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므로 오히려 약사와 협력관계를 맺는 것이 이익이 될 소지도 크다.인두제는 우리 상황에서 국민에게도 득이 많은 제도다. 인구 고령화가 심화됨에 따라 경제의 활력은 떨어져가는데 의료비 지출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인두제는 불필요한 진료를 줄여 의료비를 절감하는 효과가 우수하다. 고령화 시대에 중요한 만성질환관리와 질병예방에도 매우 적합한 지불제도이다.최근 복지부는 일차의료기관이 만성질환관리를 시행하면 수가를 지급하는 방안을 자주 언급하고 있다. 일부 언론은 이것을 ‘주치의제도’로 소개하며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지불제도라는 근본적인 틀을 그대로 둔다면 만성질환관리에 대한 수가만 신설해주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점점 과도해지는 종합병원의 환자 독식으로 극에 달한 일차의료기관의 불만을 달래려는 선심성 미봉책의 성격이 짙다. 지금처럼 일차의료기관과 종합병원이 동일선상에서 경쟁하게 된 배경에도 행위별수가제가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인두제가 통합의료를 지향하는데 반해 행위별수가제는 의료의 분절화를 조장한다. 파편화된 의료환경에서 환자를 놓고 의료기관들이 경쟁하면 더 크고 유명한 종합병원이 작고 이름없는 동네의원보다 우위에 설 것은 자명하다.또한 아쉬운 것은 대한약사회의 자세다. 언제부턴가 큰 그림을 제시하는 모습을 보기 어려워진 느낌이다. 새로 꾸려진 집행부가 밀고 있는 ‘전문약은 공공재’라는 아젠다를 보자. 대한약사회가 최우선 화두로 삼기에는 무게감이 떨어진다. 원희목 집행부가 제시했던 '약의 전문가'나 '셀프메디케이션과 약사의 역할'과 비교해봐도 그렇다.현재 우리 여건이 어렵고 전체 의료환경에서 약사가 차지하는 역할이 의사보다 적은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원하는 바람직한 미래상을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지불제도처럼 보건의료의 틀을 좌우하는 화두 또한 마찬가지다. 크게 멀리 보고 담대하게 실천해가는 대한약사회를 기대해본다.2019-10-14 19:15:35데일리팜 -
[칼럼]의약품 수급 불안, 우려를 표한다간암치료용 조영제, 안압저하제, 한센병 치료제, 경장영양제.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대답은 최근에 공급 중단 사태를 겪은 의약품이라는 것이다. 제약사들은 원료 수급, 생산 차질, 허가기준 차이, 약가 인상 등의 다양한 문제로 해당 의약품의 공급을 중단하거나 중단하기 직전까지 이르렀고, 그 때마다 환자들은 심각한 불안과 공포를 느껴야 했다. 눈부신 기술 및 생산시설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도 의약품 공급 문제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고, 그 때문에 ‘의약품 접근성 강화’는 21세기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주요한 모토로 자리잡고 있다.정부도 이를 인식하고 의약품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2012년도 약가제도 개편 당시 도입한 '3개사 이하 가산제도'이다. 기본적으로 제네릭 의약품이 출시되면 오리지널 의약품의 약가가 일정한 비율로 인하되고, 제네릭 의약품의 개수가 일정 수 이상으로 많아지면 오리지널 의약품과 제네릭 의약품의 약가가 한번 더 인하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개사 이하 가산제도는 특정 의약품의 공급 회사가 3개 이하인 경우에는 해당 의약품의 약가에 지속적으로 가산을 적용함으로써 공급 회사가 비교적 높은 약가로 의약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특정 의약품을 3개 이하의 회사만이 공급한다는 것은 대체적으로 해당 의약품의 시장성이 떨어지거나 기술적인 어려움이 있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3개사 이하 가산제도는 이처럼 제약회사 입장에서 매력적이지 않은 품목에 일정한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해당 의약품 공급을 유도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그런데 우리 정부가 올해 7월 행정예고한 약가제도 관련 고시 개정안을 보면, 3개사 이하 가산제도가 대폭 축소되거나 폐지될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에 따르면, 이미 등재된 의약품들에 있어서는 2년 내로 모든 가산이 중단될 예정이다. 이 때문에 실제 일부 회사는 채산성 악화를 이유로 해당 의약품의 철수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일부 기사에 따르면 행정예고안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약 800억원 정도의 건강보험 재정 절감을 기대할 수 있다고 한다. 결국 정부는 3개사 이하 가산제도를 축소하여 건강보험 재정의 건전성을 확보하겠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행정예고안을 통하여 기대되는 재정 절감액은 2018년도 기준 건강보험 전체 지출 규모의 약 0.13%에 불과한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기존에 의약품 수급 상황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와 아울러 업계와의 충분한 논의 없이 행정예고안을 내년부터 당장 모든 의약품에 대하여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경우 ‘빈대를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우’를 범하게 되지 않을지 심히 걱정된다.특히, 행정예고안에 따른 가산제도 축소 및 중단은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관련 의약품의 안정적 공급에 심대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고, 결과적으로 환자들의 의약품 선택권까지도 해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정부 및 보건당국은 현재 개정안으로 인하여 초래될 수 있는 의약품의 공급 차질 가능성, 이로 인한 국민들의 불이익, 철수 품목에 대한 대안 등에 대하여 개정안 시행 전에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특히, 공급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은 의약품들에 대해서는 그 적용에 예외를 두는 등 별도의 대안도 적극적으로 고민해 보아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2019-10-02 14:09:17데일리팜 -
[칼럼] 동물용 구충제 파나쿠어와 약사의 소통“나는 무엇에 홀린 것처럼 그 약을 샀지만 남편은 마지막 힘을 다해 그 약을 거부했다. 나는 한 꾀를 내어 병원에서 준 약을 캡슐에서 쏟아버리고 대신 그 약을 채워서 복용토록 했다. (중략) 나는 그 약을 믿었을까. 안 믿었던 거 같다. 그저 후회나 안 하자고, 하는데 까지 다 해보자고 한 짓이 아니었을까.”(박완서, 노년, 창작과비평사, 2002)고양이 구충제 파나쿠어가 기적의 말기 암 치료제로 전국을 휩쓸고 있다. 개인의 체험과 완치에 대한 환상, 유튜브라는 뉴-미디어의 전파력까지 더해졌고 직구 세력까지 합심하여 때는 이때다 ‘팔고 있다’ 파나쿠어를 실제 사는 사람들의 마음은, 앞서 인용한 남편의 암 말기 병상을 지킨 작가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실제 파나쿠어 영상 유튜브의 댓글을 보면 그 절절함에 뭉클하다.한편 안타까웠다. ‘음모론’(제약회사와 의사는 진실을 알고 있지만, 가격이 비싼 항암제를 팔기 위해 고양이 구충제를 제품화 하지 않는다는) 과 ‘불신임’(전문가의 말에 대한 불신임)과 ‘완치환상’(이것만 먹으면 완치할 수 있다는 환상)의 설득은 이성이 아닌 감성을 건드리고, 힘든 사람들에게 그런 희망을 나누어 주었다는 것 자체로 용서 받는 현실이 그저 씁쓸했다.이런 일은 비단 파나쿠어 뿐만이 아니다. 매 해 기적의 OOO 는 언론을 휩쓸고, 모든 사람들의 집에 쌓이고 나서,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다. 작가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만약 어떤 병원에서 그런 사기를 쳤더라면 당장 고소감 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생약이나 민간요법은 속고 나면 그 뿐이고 뒤끝이 없다. 그게 도리어 생약이나 민간요법의 정당한 발전을 저해하고 피도 눈물도 없는 무자비한 사기꾼이 끼여들 수 있는 허점이 되고 있는 거나 아닌지.”(박완서, 노년, 창작과비평사, 2002)그렇다. 사실 어떤 물질은 약이 되기 위해 ‘절차에 따른 정당한 발전 과정’을 거친다. 수십, 수백, 수천 번의 실험을 통해 그 가능성을 검증하고, 그것을 인간에게 써도 되는지의 임상 과정을 한다. 이후에도 사후 부작용 보고 및 관리를 통해 약의 이름을 유지한다. 실제 한 개인의 효능, 효험의 결과가 아니라 대다수의 인간에게 안전하게 사용될 수 있을지의 ‘정당한 발전 과정’은 어렵고 중요하다.전문가는 이러한 발전 과정을 이해하고, 그에 걸맞은 조언과 설득을 꾸준히 해내가는 사람이다. 이번 파나쿠어 사건 직후 뉴미디어-약사들이 보여준 콘텐츠들과 그 댓글들을 통해 필자는 전문가의 소통에 대한 확장적 생각을 해 볼 수 있었다. 파나쿠어 복용은 가짜뉴스라고 표현한 의학기자와 암 전문의의 컨텐츠와는 사뭇 다르게 약사들의 컨텐츠는 ‘약이 되기까지의 정당한 과정’관점에서 파나쿠어를 바라본 것들이 많았다. 논문을 통해 효능이 입증되지 않아 위험이 크다고 소통하는 컨텐츠도 있고, 부작용이 생각보다 많지 않고 선택은 개인의 자유라고 소통하는 컨텐츠도 있었다.대중이 원하는 말을 해주는 영상에는 고맙다는 댓글이 달리는 반면, 임상 3기는 끝나야 먹을 수 있다는 영상에는 당신이 말기 암이라면 안 먹겠느냐, 이런 걸 왜 올리느냐, 말기 암 환자의 절절한 마음을 알고 있느냐, 어차피 곧 죽는데, 못 먹을 이유가 있겠냐. 이럴 때는 좀 더 환자 입장에서 영상을 찍어야 하는 거 아니냐는 댓글들이 달려 있었다.댓글들을 보기 전에는 나 역시 약사로서, 영상을 만든다면, 거짓부렁이여~라고 말하는 콘텐츠를 만들지 싶었다. 그러나 어쩌면 시한부 환자가 완치 확신을 하고 파나쿠어를 먹는 것이 아님을, 그들은 속더라도, 잠깐이라도 희망에 취해보고 싶을 뿐일 수도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이러한 마음과 [안전성, 유효성]을 기반으로 [약의 정당한 절차를 감시하고, 주도하는 일]을 하는 약사라는 직업이 소통할 수 있을까.어렵다. 예전에는 정말 몰라서, 정말 정보가 적어서 엉뚱한 선택을 하는 경우가 다수였다면 이제는 엄청난 정보 속에서, 개인은 나름의 수많은 정보를 찾아 위험과 이익을 저울질 하고 선택을 한다.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약사의 소통 방식을 ‘선택’ 과 ‘사람’ 에 따라 다면체적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파나쿠어 영상을 통해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은 크게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첫째, 건강한 사람 둘째, 암 치료를 하고 계신 분들 셋째, 유튜브 예시로 나온 시한부 말기암 환자분들. 이 세 그룹에 약사가 줄 수 있는 메시지는 각기 다를 수밖에 없다.우선 건강한 사람에게 주는 메시지는 단호해야 한다. 2019년 현재, 파나쿠어는 결코 항암제가 아니고 동물약을 인간이 먹는 것은 (알 수 없는) 위험에 노출 될 가능성이 있어,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먹지 말라, 현혹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문가는 주어야 한다.둘째, 혹여 암 수술을 앞두고 있거나, 다른 항암제를 드시고 있거나, 암 치료 과정에 있는 분들은 [전문가의 지시대로] 하는 것이 가장 확률이 높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 전문가는 언제나 모든 치료 방법 중 가장 확률이 높은 방법을 중심으로 환자를 돕는 사람이다. 그러니 전문가의 방법대로 따르는 것을 추천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하지만 마지막으로 진실로 모든 방법의 마지막에 서 계신 분들. 이 분들에게 우리는 과학적 소통 그 이상의 소통을 해야 한다. 옳고 그름의 잣대가 아닌, 그 분들의 주치의도 비슷한 고민을 할 거라 생각하며 우리는 그저 옳음이라는 잣대로 그들의 선택을 정상인들의 선택에 사용한 잣대로 평가하지 않아야 한다. 약사의 역할은 약물 치료 효과의 극대화 그리고 삶의 질 개선이다. 약물 치료 극대화의 순간을 넘긴 이후는 정신적 육체적 삶의 질 개선도 소통의 목적과 목표가 될 수 있다.정보가 널린 세상, 정보의 폭탄 속에서, 우리는 소통해야 한다. 전문가의 지시를 그대로 따르는 존재로서의 환자가 아닌, 다양한 정보를 통해 스스로 몸의 주인임을 생각하고 선택하는 사람들과 소통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답이 하나인 소통이 아닌, 다면체 적인 소통이 필요하다. 사람 중심의 사회 속에서, 어려운 소통의 방법이 약사에게 과제로 주어졌다는 것을 파나쿠어 사건을 통해 다시금 깨닫는다.2019-09-23 14:49:47데일리팜 -
[칼럼]판례 통한 신의료기술평가제도 들여다보기의료기술은 발전한다. 그리고 새로운 의료기술은 기존 기술이 가진 단점을 보완하여 개선된다는 속성이 본질적으로 내재되어 있을 것이다. 이처럼 기존 기술에 비하여 발전적인 속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료행위에 제공되는 의료기술 역시 의학적인 안전성·유효성이 검증될 필요성이 있는데 최근 판결을 중심으로 법원이 신의료기술 해당 여부를 어떻게 판단했는지를 소개하고 이를 통해서 신의료기술평가 제도에 대하여 간략하게 살펴보기로 한다.의료행위는 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는 경험과 기능으로 진료, 검안, 처방, 투약 또는 외과적 시술을 시행하여 하는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행위 및 그 밖에 의료인이 행하지 아니하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를 의미한다(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4도3405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의료행위에 제공되는 의료기술 역시 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는 경험과 기능에 터 잡아야 하므로 아직 안전성·유효성이 검증되지 아니한 새롭게 기술된 의료시술에 대하여는 신의료기술평가 절차를 통해 그 안전성·유효성이 검증되어야 할 것이다(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1도8694 판결 등 참조).의료법 제53조 제1항, 제2항, 및 신의료기술평가에 관한 규칙 제2조 제1항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장관은 국민건강을 보호하고 의료기술의 발전을 촉진하기 위하여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신의료기술의 안전성·유효성 등에 관한 평가(이하 ‘신의료기술평가’라고 한다)를 하여야 하고, 이 경우 평가의 대상이 되는 신의료기술은 새로 개발된 의료기술로서 보건복지부장관이 안전성·유효성을 평가할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하는 것 및 이에 해당하는 의료기술 중 보건복지부장관이 잠재성의 평가가 필요하다고 인정한 의료기술을 말하며, “신의료기술로 평가받은 의료기술의 사용목적, 사용대상 및 시술방법 등을 변경한 경우로서 보건복지부장관이 평가가 필요하다고 인정한 의료기술”도 신의료기술평가의 대상이다.신의료기술평가 제도는 2006. 10. 27. 법률 제8067호로 의료법이 일부 개정되면서 도입되어 2007. 4. 28.부터 시행되었는데, 2007. 4. 11. 법률 제8366호로 전부 개정된 의료법 부칙 제14조는 법률 제8067호 의료법 일부 개정법률의 시행일인 2007. 4. 28. 당시 국민건강보험법 제42조 제4항에 따라 보건복지부장관이 고시한 요양급여비용으로 정한 내역에 포함된 의료행위(비급여 의료행위를 포함한다)에 대하여는 제53조의 개정규정에 따라 신의료기술평가를 받은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따라서 신의료기술평가 제도의 시행일인 2007. 4. 28. 이후에 새롭게 개발된의료기술이 시술의 목적, 대상, 방법 등에서 기존 의료기술을 변경하였고, 그 변경의 정도가 경미하지 않기 때문에 서로 동일하거나 유사하다고 인정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신의료기술평가의 대상이 되어, 법령의 절차에 따른 평가를 받지 않는 이상 더 이상 비급여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이 경우 변경의 정도가 경미한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법원은 모든 국민이 수준 높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국민의료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려는 의료법의 목적, 의료기술평가에 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여 의료기술의 안전성·유효성을 확보함으로써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려는 신의료기술평가 제도의 입법 취지가 고려되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이 사건(대법원 2019. 6. 27. 선고 2016두34585 판결)은 원고 A가 자신이 운영하는 요양병원에서 항암혈맥약침 등의 치료를 받은 환자로부터 본인부담금을 수령하였으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혈맥약침술에서 이용되는 혈맥이 한의학적으로 경혈과 같이 치료의 대상이기는 하나, 전통적인 치료방법을 고려할 때 혈맥약침술의 치료 원리와 방법은 혈관(혈맥)에 약물을 주입하여 치료하는 방법으로 기존의 약침술의 범주에 해당하지 않으며, 신의료기술 신청이 선행되어야 한다"라는 이유로 항암혈맥약침술 비용을‘과다본인부담금’으로 확인하고 환급을 명하는 처분을 한 사안이다.결국 혈맥약침술이「건강보험 행위 급여·비급여 목록표 및 급여 상대가치점수」(보건복지부 고시 제2010-123호, 이하 ‘이 사건 고시’라고 한다)에 비급여 항목으로 등재된 약침술의 범위에 포함되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쟁점이 되었다.즉, 만약 혈맥약침술이 이 사건 고시에 비급여 항목으로 등재된 약침술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기술로 평가된다면 신의료기술평가를 받지 않아도 비급여 의료행위에 해당하게 될 것이나, 만약 그러하지 아니하다면 혈맥약침술은 신의료기술평가 절차를 통해 안전성·유효성이 검증되어야 하는 것이다.이 사건에 대하여 대법원은 ‘혈맥약침술’은 기존 의료기술인 ‘약침술’과 약침술과 비교할 때 시술의 목적, 부위, 방법 등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고, 변경의 정도가 경미하지 않아 서로 동일하거나 유사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A가 수진자들로부터 비급여 항목으로 혈맥약침술 비용을 지급받으려면 신의료기술평가 절차를 통해 안전성·유효성을 인정받아야 하는데도, 혈맥약침술이 약침술과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는 전제에서 위 처분이 위법하다고 본 원심판단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환송 하였다.법원의 판단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면, ‘약침술’은 한의학 고유의 침구이론인 경락학설[경락(經絡)과 경혈(經穴)을 통하여 물리적 자극을 전달하여 질병을 치료하는 방법]을 근거로 하여 침과 한약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한방 의료행위로 치료 경혈 및 체표 반응점에 약 0.1~수 ml 전후로 시술한다. 관련 교과서에서 “약침술은 혈관 등을 피해서 주입한다”라고 설명되어 있는 반면,혈맥약침술은 산삼 등에서 정제·추출한 약물을 혈맥에 일정량을 주입하여 질병을 치료하는 방법이라고 설명되며 ‘산삼약침’이라고도 소개되고 있으며, 한의학에서 혈맥(血脈)은 해부학에서의 동맥이나 정맥 그리고 모세혈관을 총칭하는 용어로 혼용되어 사용되어 왔으나, 산삼약침에서의 혈맥은 정맥에 국한된다. 혈맥약침술은 고무줄로 상박을 압박하여 혈맥을 찾은 뒤 산양삼 증류·추출액을 주입하고, 20~60ml를 시술하므로, "약침술은 한의학의 핵심 치료기술인 침구요법과 약물요법을 접목하여 적은 양의 약물을 경혈 등에 주입하여 치료효과를 극대화시키는 의료기술이므로, 침구요법을 전제로 약물요법을 가미한 것과 달리, 혈맥약침술은 침술에 의한 효과가 없거나 매우 미미하고 오로지 약물에 의한 효과가 극대화된 시술"이라고 판단한 것이다.즉, 대법원은 혈맥약침술은 기존 의료기술인 ‘약침술’과 비교하여 시술의 목적, 부위, 방법 등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고, 변경의 정도가 경미하지 않아 서로 동일하거나 유사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요양기관이 수진자들로부터 비급여 항목으로 혈맥약침술 비용을 지급받으려면 신의료기술평가 절차를 통해 안전성·유효성을 인정받아야 한다고 판시하였다.생각건대, 최근 다른 사건에서도 법원은 해당 의료기술이 기존의 비교대상기술과 치료의 목적, 치료의 원리 및 효과 등에서 일부 같거나 유사한 점이 있더라도 ‘치료 방법’에만 차이가 있더라도 해당 의료기술은 비교대상기술에서 정한 의료기술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고 신의료기술평가 대상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점, 의료기술은 의료행위와 결부되어 국민의 생명과 신체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다는 점 등을 종합해 본다면, 이러한 신의료기술평가 제도의 입법 취지를 고려하여 새롭게 도입된 의료기술과 기존에 허용된 의료기술과의 비교는 비교적 면밀하게 이루어져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할 것이다.2019-09-09 06:15:20데일리팜 -
[칼럼] 건기식 소분 허용, 약국 절멸의 '시한폭탄'건강기능식품은 이미 편의점에서 판매 가능하다. 그런데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건기식의 소분포장 판매를 허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이같은 식약처 계획은 소분포장 판매란 허울을 씌워놨을 뿐, 편의점 등지에서 건기식의 낱알판매와 유사조제를 허용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이미 의약품 외 다수 숙취해소제가 편의점에 풀린것과 마찬가지로 간장약 등 건기식까지 편의점 구매가 가능하도록 규제를 푸는 셈이다.이는 결국 편두통 등 건기식으로 대응 할 수 있는 제품이 있는 일부 질환의 경우 약국이나 의료기관을 찾지 않고 편의점에서 해결하려는 소비자들이 생기게 됨을 의미한다. 전국 약국 갯수를 훌쩍 뛰어 넘은 편의점이 약사 없는 건기식 판매소가 될 판이다.식약처 건기식 시행규칙 개정안의 더 큰 문제는 겉포장에 유효기간을 인쇄하도록 의무화하는 점이다.개봉 후 조제약의 유효기간은 개봉 전의 그것과 다르다. 복지부 역시 개봉을 기점으로 의약품 유효기간은 다를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건기식도 마찬가지다. 결국 소비자의 건기식 유효기간 혼란을 야기하고 개봉혼합(사실상 유사조제)된 건기식의 오남용은 국민건강에 위해를 끼칠 가능성을 높인다. '모든 규제는 악'이란 논리는 과거 이명박·박근혜 대통령 시기의 것이다. 당시 규제 완화 정책은 국민 보호막을 누더기로 만들며 위험에 빠뜨렸다.그런데 문재인 대통령 역시 규제 파괴 정책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과거 정부가 손대지 않았던 규제마저 망가뜨리고 있다는 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혼란스럽다.강자로부터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수정자본주의의 핵심은 규제다. 당연한 상식이 이렇게 망가지면서 약국절멸의 시한폭탄 초침이 돌아가기 시작했다.2019-09-09 06:03:53데일리팜 -
[칼럼] 첨단바이오법, 이제부터 시작이다지난 8월 27일 드디어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첨단바이오법)'이 공포됐다.2016년 6월 의원 입법으로 처음 발의되어 오랜 기간 논의되고 준비되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는 첨단재생의료 분야의 임상연구에서 첨단바이오의약품의 제품화에 이르는 전주기 안전관리 지원체계가 별도로 마련된다는 점에서 그간 이 법률의 제정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특히,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개발자 일정에 맞추어 허가자료를 미리 제출받아 사전 심사하는 맞춤형 심사, 다른 의약품보다 우선하여 심사를 진행하는 우선 심사, 그리고 중대한 질환이나 희귀 질환에 사용되는 경우 치료적 확증 임상시험을 시판 후 수행할 것을 조건으로 2상 임상 자료로 허가하는 조건부 허가 등 소위 패스트트랙을 통하여 첨단바이오의약품의 허가・심사기간을 3.5~4.5년 단축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그러나 이번에 공포된 법문을 면밀히 살펴보면, 지금과 비교하여 과연 이 법이 첨단바이오산업에 얼마나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의문을 갖게 한다. 맞춤형 심사, 우선 심사 및 조건부 허가는 이미 기존에 약사법의 하위 법령이나 고시 등으로 운영되고 있던 제도들이고, 이것을 통해 탄생한 것이 “인보사” 아니였는가. 뿐만 아니라 첨단바이오의약품의 제조·품질관리기준이나 시판허가 후 장기간 추적관리도 사실 새로운 것이라고 보여질 내용은 아니다.오히려 첨단바이오법을 뜯어보면 아래의 법률 운영 체계 및 조직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첨단바이오의약품규제과학센터와 같은 기존에 없던 조직이 생기고, 새로운 업종에 대한 허가 등 규제만 만들어진 게 아닌가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인체세포등을 채취하고 이를 검사·처리하여 재생의료기관에 공급하는 ‘첨단재생의료세포처리시설’이나 인체세포등을 채취·수입하거나 검사·처리하여 첨단바이오의약품의 원료로 공급하는 ‘인체세포등 관리업’에 대한 허가와 같은 신규 규제 제도들이 생겼는데, 이 또한 이 법의 가장 큰 수혜자가 규제당국은 아닌가 하는 허탈함을 갖게 한다.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구성도. 앞으로 규제당국은 첨단바이오법의 운영을 위해서 ‘사람이 부족하다’, ‘예산이 부족하다’는 식으로 또 조직 늘리기에 급급할 것인데, 과연 그것이 첨단바이오산업에 얼마나 도움을 줄지 우려가 깊다. 법이 없어서 못하는 일도 있지만, 법이 있어도 안되는 일도 있는 것이다.이제 새로운 법이 출발했다고 하니 이왕 만들어진 법, 앞으로 원래 취지에 맞게 첨단바이오의약품산업 진흥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2019-09-02 06:15:14데일리팜 -
[칼럼]약사회, 대정부 협상력·홍보전략 아쉽다재작년 12월 대한약사회 정책위원장이 복지부 회의 도중 품 속에서 칼을 꺼내 자해한 사건이 있었다. 편의점약 품목 조정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정부가 품목 확대 쪽으로 결론을 몰아가자 논의를 어떻게든 중단시키기 위해 극단적인 방법을 쓴 것이다.약사라면 유쾌할 리 없는 일을 다시 이야기하는 것은, 이 사건이 약사회의 협상력이 어디까지 추락했는지 여실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사실 의약분업 이후 십수 년 동안 대약이 추진한 정책 중 실현된 것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과거에는 대약이 지금보다 강한 대정부 협상력을 지닐 수 있었다.병의원이 충분히 확충되지 못해 지역약국이 사실상 일차의료의 한 축을 담당했고, 정부도 약국의 이러한 역할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약국이 지역주민과 친밀한 관계여서 여론을 선도하는 위치에 있던 것도 정치권이 약사를 무시할 수 없었던 이유에 한몫 했다. 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그렇지 못하다.대약이 정책 협상력을 높이려면 두 방향으로 노력이 필요하다. 하나는 약사가 국민에게 쓸모 있음을 보이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국민에게 신뢰를 얻는 것이다. 특히 국민 신뢰는 장기적으로 그리고 근본적으로 중요하다.약사는 분명 국민 건강을 위해 필요한 직능이지만 의사처럼 대체불가능한 독점적 지위를 누리기는 어렵다는 점을 생각하면, 약사회가 상대 직능의 견제를 넘어 원하는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우호적인 여론이 매우 필요하다.이 대목에서 우리가 반성할 부분이 있다. 한약분쟁 이후 언론에서는 약사를 '제 밥그릇만 챙기는 이기적 집단'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그럼에도 이러한 왜곡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은 부족했다. 이 때문에 대약이 언급하는 각종 정책이 자기 이익만을 위한 것으로 치부되거나 관심조차 받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약사사회 전체로 볼 때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신뢰받는 전문가’로 인지되고 있는 지도 의문이다. 단적으로 언론에서 약에 관한 인터뷰를 약사가 아닌 의사가 하는 것을 흔히 본다. ‘약에 대해서는 약사가 전문가’라는 인식이 확고하지 못한 탓이다.전문가로서 권위를 얻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꾸준히 목소리를 내야 한다. 약사는 인체에 적용되는 모든 물질의 전문가임에도 흡입기 살균제 문제 등 각종 안전문제가 터졌을 때 약사들의 주도적인 역할이 적었던 것은 아쉬운 면이 있다.대약은 이해관계가 걸린 사안이 발생했을 때만 목소리를 낼 것이 아니라, 평소 국민 안전이 걸린 사안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의약품의 안전한 사용을 위해 꾸준히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그래야 전문가로서 권위와 신뢰가 쌓이게 된다.최근 MBC에서 약사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드라마가 방영됐다. 대약도 이를 활용해 여러 홍보 노력을 하는 모양이다. 좋은 시도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드라마를 통한 간접적인 이미지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있다.국민이 직접 약국을 이용하면서 느끼고 경험하는 것들이다. 특히 불법을 저지르거나 전문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일부 약국은 약사 전체의 이미지를 실추시킨다. 약사사회의 좀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다.마지막으로 홍보 전략과 전문성의 부재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대약 회무 중 가장 전문성이 떨어지는 영역이 홍보가 아닐까 한다. 특히 약사라는 브랜드를 만들어내는 것이 과제인 지금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약업계 현안에 대해서는 약사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겠으나, 일반적인 홍보 전략에 대해서는 외부 전문가 영입이 도움이 될 수 있다.편의점 상비약 투쟁이 한창이던 2011년에는 대약도 이를 고려했다. 그러나 투쟁 국면이 끝나자 곧 흐지부지돼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약사회의 홍보는 개별 정책을 알리는 것을 넘어 약사 브랜드 형성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아야 한다.그리고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다양한 홍보 수단을 개발하고 통합해 운용해야 한다. 한마디로, 단편적인 시도가 아닌 장기적 전략과 큰 그림이 필요하다. 홍보 전략의 혁신을 통해 약사가 신뢰받는 전문가로 자리매김하고 더 강한 정책 추진력을 발휘할 수 있는 미래를 기대해본다.2019-08-25 18:57:45데일리팜 -
[칼럼] 정부의 약제비 적정관리 패러독스신약개발 실패에 대한 역풍이 거세다. 만분지 일의 성공확률이라 해명해도 국민적 기대가 크다 보니 실망감도 이에 못지 않다. 제약은 과학의 한계가 분명히 있음에도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혹독해서 규제 강화의 빌미가 되고 민심도 금새 차가워진다.의도와 무관하게 고혈압약 원료가 생동규제의 계기가 되고 일괄인하 때 사라진 계단식 약가제도를 되살리고 있다. 내친 김에 가산제 폐지 등과 같은 밀린 청구서도 슬며시 섞여 눈앞에 놓여있다. 이 와중에 공단으로부터 재정손실에 대한 청구서를 받아 든 제약사들도 있어, 예측하기 어려운 앞날에 대한 업계의 고민만 늘고 있다.현재 진행중인 제도개편은 정부가 지난 4월 발표한 '제1차 건강보험 종합계획'에 재평가를 포함한 약제비 적정관리 방안에도 담겨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7월에 복지부가 2019 OECD보건통계(Health Statistics)를 인용한 보도자료에 눈에 띄는 내용이 있다.2017년 우리나라의 의약품 판매액과 소비량(구매력환산지수)이 634달러로 OECD평균인 472달러보다 34% 높다는 것이다. 팩트 체크를 해보니 해당 사이트에는 다른 자료도 있었다. 복지부가 인용한 OECD 의약품 소비량 통계에는 미국(1220달러), 프랑스(653달러) 등이 누락되었을 뿐만 아니라 독일은 원내처방이 제외되었고 영국과 이탈리아는 일반의약품이 제외된 수치다.그리고 일본은 국내 생산약제만 들어 있는 등 자료의 신뢰도에 의문점이 있다. 정부가 인용한 통계에서 멕시코는 90달러인데 반해 두 번째 자료에는 251달러로 큰 차이를 보이는 경우도 있었다.두 번째 통계에서는 2017년 국민 1인당 소비량(구매력환산지수)의 경우 오히려 한국(599달러)이 OECD평균인 601달러와 비슷하고 영국과 이탈리아를 제외하면 대다수 선진국의 수치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결과적으로 두 자료를 비교할 때 20% 이상 큰 차이를 보인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두 사이트 링크로 확인이 가능하다.https://stats.oecd.org/Index.aspx?ThemeTreeId=9# https://data.oecd.org/healthres/pharmaceutical-spending.htm#indicator-chart가끔은 통계가 가져오는 후속 조치에 대해 트라우마를 겪다 보니 합리적인 의심이 들 때도 있지만 이처럼 내용이 상이한 통계가 동시에 존재할 경우에는 자료의 선택권을 넘어 인용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비슷한 예로, 지금도 전체 의료비 중에 의약품이 차지하는 비율을 따질 때 약품비와 약제비를 혼동해서 쓰는 경우를 종종 본다. 약제비는 약품비에 관리료, 조제료 등 행위료가 포함된 영역이다. OECD는 약제비 통계(한국 21%, 회원국 평균 17%)만 제공하기 때문에 국내에서 흔히 사용하는 단순 약품비(25%)와 혼동하기 쉽다. 비교대상에 따라 차이가 더 벌어져 편견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데 실제로 얼마 전 국회 상임위 업무보고에서도 한 의원이 국내 약품비를 OECD 주요국가의 약제비와 비교하여 지적한 적이 있다.그나마 다행인 것은 제약산업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확실해 보인다는 점이다. 바이오헬스를 비메모리 반도체, 미래형 자동차와 함께 차세대 주력산업으로 중점 육성하겠다고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서 국가비전을 선포했다. 전 부처가 합심해서 제약산업을 지원한다는데 이런 날을 언제 상상이나 했겠는가. 가능성은 충분하다. 인구 구백만의 스위스나 천백만 정도의 벨기에도 수십조에 이르는 글로벌 제약사들을 여럿 키워왔다. 내수시장이 작아도 제약강국이 될 수 있으니 전세계 시장에서 2% 남짓 차지하는 우리나라도 무한 가능성이 있다. 과거의 행태를 벗어나 인내심을 갖고 긴 호흡을 가지면 확실히 제약산업은 나라 밖이 금밭이요 꽃길인 것이다.정부의 방향성은 산업발전의 걸림돌이 되기도 하고 디딤돌이 되기도 한다. 기업이 투자를 망설이는 이유는 규제보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기 때문이다. 현재 진행중인 제도개편을 반대하진 않는다. 그러나 가격에 대한 직권조정은 다르다. 개편된 제도는 예측 가능성을 전제로 앞으로 출시하는 신규 제품부터 적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직권인하도 마찬가지다. 그 당시 정부 규정에 따라 정당하게 결정된 가격에 대해 새로운 규정을 적용하여 후향적으로 인하시키는 조치는 지나친 행정편의주의다.정부가 산업육성의 신뢰를 보여줄 좋은 기회다. 그 동안 관행적으로 답습해온 재평가와 직권조정 등 약제비 적정관리 방안에 대해 한번쯤 변하는 모습을 이번 정부가 보여 줄 것을 기대한다. 다양한 'NO NO 캠페인'이 여름을 더욱 뜨겁게 달구고 있다. 제약업계가 외치는 'NO 인하' 외침도 귀담아 들어주길 바란다.2019-08-20 13:38:05데일리팜 -
[칼럼] 건식이 넘치는 시대, 환자가 원하는 약사 역할모연화 약사강원약대 허문영 교수의 (좋은 책이지만 덜 알려진) '예술 속의 약학'(2015)에는 수천 년 동안 문학, 미술, 음악 속에 살아 숨 쉬어온 약과 약사에 대한 글로 가득하다. 약과 약사가 다양한 문화, 예술에 존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키르케가 떠오른다. 고대 그리스 작품 오디세이아에 나오는 그녀는 마법사이자 약사로 다양한 식물을 이용해 어떤 병이든 낫게 만들었다. 여기에 해답이 있지 않을까?생각을 이어보면, 현재도 약은 마법이다. 죽을 것 같이 아팠을 때 진통제를 먹어보면 더더욱 실감한다. 염증이 생긴 후 항생제의 드라마틱한 효능을 보면, 마법 그 자체이다. 그런데 인간은 아플 때 먹는 약, 치료약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몸이 불편할 때 먹는 약은 치료의 마법을 보여주긴 했지만, 더 건강하게 만들어 주진 않았다. 간혹 화가 난 마법사의 주술처럼 부작용(독)을 일으켜 공포를 자아내기도 했다.그래서 건강한 사람이 더 건강해지기 위해, 혹은 활기찬 무병장수를 위해 식품이 이용되기 시작했다. 어떤 풀을 먹으면 어디에 좋다더라. 어떤 열매를 먹으면 머리가 맑아진다더라. 어떤 뿌리를 먹으면 만병통치된다는 구전 속에서 우리는 나름의 방식으로 (끓이고, 삶고, 달여서) 식품을 먹어 왔다. 그런데 귀찮기도 했고, 그것의 안전성, 효과성, 안정성에 대해 의문은 의심을 만들었다. (은행잎이 몸에 좋다고, 은행잎을 끓여 먹다 죽었다는 괴담의 여파인가)이러한 의문과 의심에 대해 산업과 과학은 식품을 약의 형태로 만들어 먹으면 어떨까? 라며 가능성을 제시했다.산업과 과학은 식품에서 몸에 좋은 성분만을 추출하는 '약이 되는 마법의 과정'을 구현했다. 각 성분은 유효성을 검증 받고, 안전성과 안정성을 입증 받는 과정을 거쳤다.(의약품 만큼은 아니지만, 꽤 흉내를 냈다) 그리고 이것을 굳이 식품의 형태가 아닌 약의 형태를 가진 '건강기능식품'으로 탄생시켰다.(레몬추출물을 레몬모양으로 만들지 않고, 굳이 하얀색 알약으로 만든 이유를 생각해 보자)더 건강해지고 싶고, 아름다워지고 싶고, 내 오장 육부 각각에 맞는 영양소를 제공하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약 형태의 식품'에 담아낸 것은 획기적인 일이었다. 사람들은 이러한 형태의 식품을 복용하며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한다.'이걸 삼켰으니, 나는 더 건강해 질 거야.'필자가 이렇게 서두를 길게 쓴 이유는 우리 약사들이 이러한 현상을 찬찬히 살펴봐야하기 때문이다. 그저 약사가 왜 건식을 해? 건식이 의약품만큼 완벽해? 건식이 뭘 치료한다는 거야? 약사가 약을 만져야지 왜 식품을 만져? 라는 논의,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커졌으니 약사들도 건강기능식품(이하, 건식)을 팔아야 한다는 논의에 앞서 우리는 왜 식품이 약의 모양을 하고 시장에 나왔는지, 소비자가 약 모양의 식품을 먹는 이유는 무엇인지, 그들이 기대하는 것은 무엇인지 살펴봐야 한다.'약의 형태'로 '약의 마법'을 기대하며 먹는 '식품'이자 '물질'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는 주체적으로 관리하는 건강 그 자체를 전제로 하고 있다. 자신의 몸의 주인의식을 바탕으로 스스로가 건강을 관리하는 시대 흐름 속에서 약사는 꽤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약사는 정규 과정을 통해 물질을 배우고, 제제 형태를 배우고, 약리와 생리를 배운다. 그 결과 어떤 성분이든 의심하고 분석해 소비자를 위한 필터 역할을 할 수 있다. 약사는 적절하게 사용되는 물질만이 좋은 효과(마법)를 발생시킨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물질이 적용돼야 하는 상황과 상태를 파악하는 역할도 할 수 있다.소비자는 어떤 상황에서 어떤 물질을 먹어야 하는지, 어떤 성분이 어떤 형태여야 가장 좋은지, 물질이 내 몸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이 제품이 진짜 믿을 수 있는 건지, 판매자가 제공하는 정보가 정말 옳은 것인지 항상 불안하고 궁금하다. 이런 시대에 이러한 역할은 '약의 형태를 가지고 있는 식품'을 복용하는 사람들에게 꽤 유용하다.필자는 건강관리라는 약사 업은 결코 사람을 떠나 완성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정보만큼이나 넘쳐나는 건강 물질의 시대, 약의 형태로 만들어지는 수많은 제품들 속에서 '물질'을 배운 약사가 할 일은 무엇인지, 우리는 어떻게 고객과 함께 걸어가며 업의 소명을 다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이런 역할을 다하기 위해 무엇을 더 배워야 하는지 어떤 전문 과정이 필요한지 새로운 약사 역할 양성 관점에서도 논의될 필요가 있다.2019-07-31 11:50:14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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