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스크시선] 한약재 표준감별 국가검정 도입돼야산삼·영지버섯을 주성분으로 한 일반의약품·건강기능식품 과대광고가 해마다 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일부 제조사들은 오대산·지리산·태백산 등지에서 채취한 100년근 산삼을 기반해 DNA 구조가 99% 일치하는 '산삼배양근액'이라며 소비자들의 구매욕을 자극하고 있다. 산삼배양근의 정확한 원가는 영업비밀로 공개하기 어렵지만 권장소비자가는 15~40만원 선으로 형성된 고가품이다. 천종삼(50년 이상 자란 자연산 산삼) 가격은 정해진 바는 없지만 상태에 따라 7000만원에서 2억원을 호가한다. 제조·판매사 말대로 '100년근 천종삼 배양액'이라면 그 만한 가치와 효능효과를 기대할 만하다. 그렇지만 문제는 이를 감별할 국가공인 한약재감별사가 없다는데 있다. 대부분의 산삼 유관 협회는 산삼 취급 경력 10~20년 차 민간인들로 구성돼 있다. 일부 산삼감별인의 경우 고서·골동품처럼 대법원에서 특수감정 촉탁인으로 위촉해 공항·항만 등지에서 밀수여부와 관련된 일을 맡기도 한다. 산삼감정협회에 따른 천종삼 감별 기준은 ▲뇌두의 수(100년근일 경우 100개 형성/1cm 당 20년) ▲뿌리의 탄력성 우수 ▲약통(몸통=횡추)의 주름이 많을 것 ▲옥주(뿌리돌기)상태가 좋을 것 ▲무게(11g~112g) 등을 고려한다. 산삼 취급 경력 31년차 박형중씨 역시 "천종삼으로 추측만할 뿐 정확한 심령(수령=나이)을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평생 100년근 산삼은 2번 밖에 보지 못했다"고 회고할 정도로 접하기도 어렵고, 감정 기준 역시 다양하다. 영지버섯도 마찬가지다. 국내 친환경 영지버섯 농가에서 재배되는 물량으로는 완제품 생산량을 따라 잡기 힘들다는 것이 제기동 한약건재상들의 중론이다. 친환경 농가에서 생산된 영지는 그마저도 베트남 등지로 높은 가격에 수출돼 국내 물동량은 많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익명을 요한 한약재감별사는 중국산과 국내산 영지를 정확하게 가려낼 수 있는 인력은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영지감별은 어려운 분야 중 하나로 꼽힌다. 이 같은 이유로 생약제제 전문 제약사들은 국가공인 한약재 감별사 자격시험 도입과 한약재 표준화 사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다시 말해 관능검사(육안으로 판별)가 아닌 과학적이고, 보편타당한 감별시스템이 국가 차원에서 확립돼야 한다는 말이다. 정부는 객관적인 근거와 자료를 체계화할 수 있고, 소비자는 안심하고 한약·생약 관련 의약품을 구입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지금의 한약재감별은 눈으로 상태(크기·빛깔·신선도)를 봐서 A·B·C 등급으로 판별한다. 한약재 고유의 약효나 독성에 대한 표준화는 이뤄져 있지 않다. 1등급 한약재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경험치와 눈대중이 아닌 실제 유효성분 함량을 살펴야 함이 기본이다. 이를 테면 산삼, 인삼, 복령, 영지 등 각 한약재의 유효성분 함량을 표준화해 이를 기반으로 한 감별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다. 100가지 다빈도 한약재에 대한 DNA·유효 성분 함량 등을 체크할 수 있는 바이오칩 개발에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은 3년·90억 정도로 추산된다. 침체기를 겪고 있는 한약산업 발전과 가짜 한약 관련 의약품·건기식에 따른 소비자 피해와 견주어 보면 결코 큰 투자비용은 아니다. 한약재감별사 국가공인 자격과 한약재 표준화 사업의 조속한 도입으로 제조·유통사와 소비자 간 속고 속이는 진실게임이 사라지길 기대해 본다.2018-08-06 06:29:33노병철 -
[데스크시선] 한국바이엘, 국내 영업 영욕의 50년독일계 글로벌 빅파마 바이엘이 국내 제약산업에 본격 진출한 시점은 1972년 경기도 남양주시에 위치한 생산공장을 설립하면서부터다. 지금의 씨트리 공장이다. 당시 사명은 바이엘약품으로 초대회장은 지분 51%(초기 지분 2억원대)를 투자한 고(故) 안인혁 회장이다. 이북 출신인 안 회장은 1940년대 해충·농약 도소매업으로 막대한 부를 이룬 인물로 한독약품 초창기 지분투자자로도 널이 알려져 있다. 이후 1990년대 중반 안 회장은 바이엘과 지분을 정리하고, 남양주 공장 인수 후 씨트리에 월 2500만원의 임대료 받고 사실상 본업에서 손을 땐다. 씨트리에 남양주 공장을 매각하기 전인 '90년대 중반까지 바이엘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은 해열제 아스피린, 무좀약 카네스텐, 소화제 탈시드, 유도마취제 에폰톨, 진경제 네비스콘·콤미탈, 당뇨병치료제 리카놀·바이카론, 고혈압치료제 아달라트·벤디곤·바이프레스, 영양제 캄포페론B, 심장 절개 후 접합제 트라시롤, 피부연고제 바이브텐 등 20여개에 달했다. 이후 국내 자체 생산 제품들은 공장 매각 영향으로 수입완제 또는 위수탁으로 대체되는 길을 걸었다. 2010년 초반 쉐링 인수에 따라 안성산업단지에 위치한 지금의 CT조영제 울트라비스트 전용 공장도 자연스럽게 바이엘 차지가 됐다. 울트라비스트는 한때 국내 생산실적 800억원에 달할 정도로 조영제 시장 리딩 품목으로 군림했다. 지금은 GE헬스케어와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쉐링을 인수하기 전, 바이엘도 일부 조영제 품목을 가지고 있었지만 미미한 수준이었다. 이보다는 아그파라는 엑스레이·CT 필름 사업부의 명성이 더 컸다. 바이엘에서 평생을 몸담은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70년대 당시 국내 진출 조건은 그리 녹녹치 않았다. 박정희 독트린, 즉 경제개발정책에 기인해 외국기업이 국내에서 영업권을 가지기 위해서는 한국인(개인·법인) 지분 51% 확보와 공장 설립 그리고 기술 전수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했다. 혜택 위주의 지금의 외국인투자촉진법과는 사뭇 거리가 멀다. 외국법인의 시각에서는 국가의 개입을 넘은 초월적 계획경제로 강력한 경제부양정책으로 보였을 것이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 바이엘은 과연 무엇을 보고 한국 진출을 결정했을까. 바이엘은 큰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그 전략과 전술은 적중했다. 바이엘 초창기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에 파견된 부사장급 지사장은 30년 뒤 국내 공장철수를 거론했다고 한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 국내 제약기업 수준이 상당한 역량을 확보할 것이라는 것도 예견했다. 글로벌 기지에서의 대량생산에 따른 원가절감, 품질관리 용이성 측면에서 수입완제와 위수탁이 여러모로 효율적이라는 사실을 바이엘은 이미 반세기 전에 알면서도 인내의 시간을 보낸 것이다. 특히 강성 제약노조에 대한 반감은 '7·80년대 당시 독일 지사장들의 스트레스 요인 1위였다고 회고할 정도다. '70~'90년대 바이엘약품 지사장 현황을 보면 초대 클레트 부사장을 시작으로 마출라트·바우어·고레츠키·그레셀·뮬러 부사장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6명의 부사장이 컨트롤타워에 있으면서 위기와 기회가 공존했다. 1985년경 고레츠키 부사장 부임 당시 바이엘은 한 달 간 셧다운됐다. 영업사원 8명이 밀어넣기와 할인·할증으로 물의를 일으켰는데, 회사가 이들을 중부경찰서에 고발하는 사건이 벌어졌고, 생산직 여직원들은 이에 분개해 회장실을 점거하고 농성에 돌입했다. 결론적으로 사측은 영업사원에게 청구한 수억원대 금액을 손실(대손)처리로 계상해 사건을 마무리했다. 1988년 뮬러 부사장 재임시절은 바이엘이 국내에 안착할 수 있게 한 최고의 전성기로 평가 받고 있다. 바이엘을 포함한 국내 진출 다국적 제약사가 우리나라 제약산업에 기여한 점은 가내수공업 수준의 제약환경과 기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것이다. 기초와 초석을 함께 닦은 파트너였고, 선의의 경쟁자이자 기록을 높여주는 페이스 메이커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오리지널 의약품이 국내에 런칭되면서 과학적 판촉·마케팅 기법도 함께 도입됐다. 고용창출과 기술전수도 빼놓을 수 없다. 함께 일하고 부딪히면서 알게 된 글로벌 네트워크도 큰 자산이다. 반면 선민의식과 노조에 대한 부정적 인식, 각본대로 움직이는 프레임 경영은 어두운 면으로 지적된다. 1970년대 초창기 바이엘약품 임직원은 200여명, 매출은 100억원 대에 머무는 수준이었다. 47년이 지난 지금의 바이엘코리아는 544명의 구성원이 연매출 3489억원을 창출하는 대형제약사 반열에 올랐다. 코스피·코스닥에 상장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괄목할 성장을 이뤄냈다. 반세기 동안 대한민국 국민과 함께 울고, 웃었던 바이엘이 이제 국내 공장철수(안성 조영제공장)를 결심하고, 이를 단행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우리가 인식했든 못했든 바이엘에서 생산된 의약품을 복용하고 생명을 구한 사례도 많을 것이다. 생명을 다루기에 제약업의 가치는 숭고하고 존엄하다. 그러나 국내 진출 이전부터 이미 짜놓은 '30년 후 공장철수 프로젝트'의 진실은 떠나는 바이엘에 뜨거운 눈물과 박수를 보내지 못하는 이유다.2018-08-02 06:29:50노병철 -
[데스크 시선] 장하준 교수와 의료산업화 정책'나쁜 사마리아인들' 재출간을 기념해 한국을 찾은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의 발언이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다. 장하준 교수가 본격적으로 한국경제에 대해 발언하기 시작한 건 IMF 외환위기부터다. 진보적인 성향의 장 교수 발언은 유리한 쪽의 입맛에 따라 부풀려지거나 혹은 일방적으로 매도되기 일쑤였다. 장 교수는 최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일자리 창출과 신산업 성장을 위해 늘 주장해온 의료산업화 정책에 일침을 가한 발언 역시 논란의 중심이 섰다. 장 교수는 "의료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엄청나게, 중요하지 않은 산업"이라며 "세계에서 의료로 무역 흑자를 제일 많이 내는 체코조차 의료 부문 국제수지 흑자가 GDP 대비 0.15%가 안 된다. 한국은 0.003% 정도"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그런데 우리나라가 반도체와 자동차에서 거두는 무역흑자가 약 5%인데 의료분야를 지금보다 1000배 이상 키워도 반도체와 자동차 수준이 안된다. 반도체와 자동차, 부품 소재 산업 등에 더 힘을 쏟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가령 반도체 만드는 기계는 독일과 일본에서 수입하는데 그걸 국산화할 노력을 해야지 성형관광 얘기나 하고 있으면 억장이 무너진다"며 "차라리 우리나라 의사 숫자가 OECD 꼴찌인 인구 1000명당 2.2명(2015년 기준)이니까 의료접근권 강화에 더 신경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료는 산업이 아닌 공공재의 성격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는 사람들은 쌍수를 들고 환영할 만한 내용이다. 그러나 의료산업화에 찬성하는 쪽은 장 교수가 의료산업 전체를 보지 않고 의료서비스에 국한된 발언을 한 것이라고 고개를 갸우뚱 거린다. 의료산업에 바이오, 제약, 의료기기 등 영역이 확장되고 경제학적 규모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달라졌다는 것이다. 짧은 인터뷰 내용으로 국내 의료산업화 정책을 담아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장 교수의 발언이 주는 묵직한 메시지를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의료산업이 엄청나게 중요하지 않은 산업"이라는 장 교수의 주장은 제조업 등 육성하고 지원해야 할 중요한 산업이 더 많은데 굳이 의료산업에 얽매이지 말고 오히려 의료 접근성 강화에 신경 쓰라는 것이다. 의약계의 갈등 과제인 원격의료, 투자개방형 영리법인, 조제약 택배, 편의점 의약품 판매 이슈 등도 모두 의료가 산업의 대상이냐 아니면 공공재의 성격으로 봐야 하나의 충돌에서 불거진 이슈들이다. 보건의료의 영역에 산업정책 수혈이 필요하지, 아니면 정부의 규제 속에서 공공의 역할에 더 많은 비중을 둘지는 찬반이 너무 팽팽한 의제다. 그러나 장 교수의 발언을 다시 한번 음미해보면 보건의료 산업화로 이룰 수 있는 수혜보다 국민건강이 훨씬 중요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역시 부풀려지거나 일방적인 매도가 될 수 있지만 말이다.2018-07-30 06:20:00강신국 -
[데스크시선] 해외제조소등록제, 미룰 일 아니다중국 제지앙하와이가 만든 발사르탄 원료에 발암가능 물질인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함유된 사태는 유럽과 아시아에 이어 미국 대륙까지 강타해 현재까지도 나라마다 크고 작은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제네릭 약제 생산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은 우리나라는 만성질환 인구가 늘어나는 만큼이나 파장이 클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도 약제 생산과 유통, 단일보험 관리체계와 100%에 육박하는 전산 시스템에 힘입어 발 빠르게 진화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후 인도 원료의약품 업체 헤테로까지 발사르탄 원료에 NDMA가 함유된 것이 발견돼 자진회수에 들어갔다는 소식은 업계를 철렁이게 만들었다. 식약당국은 국내 수입된 실적이 없다는 점에서 헤테로 원료로 인한 파장은 없다고 했지만 업계가 우려하는 것은 그것이 아니다. 이것은 국내 식약당국이 선제적이고 능동적으로 손을 뻗칠 수 없는 수입 원료의 오염 가능성이 아직도 도사리고 있다는 점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발사르탄과 무관하게 조금 더 시야를 크게 확장한다면, 이번 사태와 유사한 해외 원료 사태가 벌어질 때 우리는 이들 업체를 선제적이고도 능동적으로 관리할 법적 기반이 있냐는 물음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중국 제지앙하와이 발사르탄 원료 사태가 유럽발로 터진 지 얼마 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이 주장한 해외제조소등록제도 의무화 조속 도입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식약처 또한 해외제조소등록제도의 의미를 국내와 국외가 아닌, 제조소를 기준으로 관리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해당 법률개정안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실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와 관련해 수 년 동안 이슈관리를 해오며 2015년 관련 법률개정안을 내놨지만, 업계 부담을 우려하는 시각과 이견이 잔존한 탓에 아직도 국회의 공감대를 온전히 얻지 못한 상태다. 만약 해외제조소등록제도가 과거 식약처 발의 시점에 발맞춰 도입 됐었더라면, 제지앙하와이 사태와 인도 헤테로 사건이 벌어질 당시 식약처가 보다 주도권을 갖고 대응할 수 있었을 것이란 아쉬움은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다. 국내 제약사들이 보다 값 싼 제네릭을 만들기 위해 혹은 국내 원료보다 접근성을 높이고 조달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원료를 수입하는 것은 보편화 된 사실이다. 완제수입품은 논외로 하더라도 이제 해외제조소 생산 원료와 국내 제조·생산 원료 조달을 구분하는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는 추세라는 얘기다. 사용하는 원료의 출처가 다국적이니, 관리하는 기준도 이에 맞춰져야 할 것이다. 후반기 국회가 발사르탄 사태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주에 있을 정부·산하기관 업무보고에서도 주요한 질의 이슈로 지목되는 사안이기도 하다. 정부와 국회는 NDMA 사태의 표면인 발사르탄 사태에만 논점을 머물게 아니라 한 걸음 더 나아가 근본 원인과 해법을 입법·개정으로 풀어갈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2018-07-24 06:29:55김정주 -
[데스크시선] 우리는 '중국산'을 욕할 자격 있을까불순물 함유 우려 고혈압치료제 원료 파동이 한바탕 몰아쳤다. 중국 원료의약품 업체 제지앙화하이가 제조한 '발사르탄' 원료에 발암가능물질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검출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내를 포함해 유럽, 미국 등에서도 해당 원료를 쓴 완제의약품의 판매중지나 회수 조치가 내려졌다. 이번 사건이 불거지자 의료계나 제약업계 전반으로 중국산 원료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는 듯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마치 제약사들이 값싼 중국산 저질 원료를 사용하면서 국민들에게 큰 위험을 제공했다는 비판이 고개를 들고 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중국산에 대한 '질 떨어지는 싸구려 제품'이라는 뿌리깊은 인식이 이 사건에도 투영되는 듯 하다. 제지앙화하이 제조 원료를 사용하지 않은 업체들은 마치 평소에 우수한 원료의약품 안전관리 시스템을 구축한 탓에 위기를 모면했다며 내심 쾌재를 부르는 듯한 모습이다. 이번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경위를 차치하더라도 이쯤에서 객관적으로 이번 사건을 냉정하게 들여다보고 국내업체의 안전 관리와 현재 진행 중인 조치가 잘 되고 있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제지앙화하이 측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이번에 검출된 NDMA는 제지앙화하이가 새롭게 도입한 발사르탄의 제조과정에서 화학반응을 일으키며 발생했다. 발사르탄 제조과정에서 주요 중간체인 '비페닐테트라졸'을 제조하는데, 비페닐테트라졸을 합성하는 과정에서 특정 제조 환경에서 특정 용매와 반응해 NDMA가 생성된 것으로 제지앙화하이 측은 결론내렸다. 문제의 발사르탄 원료에서 발생한 NDMA는 의도적으로 넣었거나 우연하게 외부로부터 혼입된 것이 아니다. NDMA는 발사르탄 원료에서 규격기준이 없는 유해물질이다. 애초부터 원료의약품의 사전 점검 과정에서 걸러질 가능성이 희박했다는 의미다. 발사르탄 제조과정에서 NDMA가 생성된 원인은 사전에 예측하지 못한 불운이라고 진단할 수 있다. 이는 국내 기업이 만들었거나 제지앙화하이 이외 다른 업체로부터 수입한 발사르탄 원료가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제조된 발사르탄 원료가 NDMA의 위험에서 100% 자유롭다고 얘기할 수 없다는 뜻이다. 누구도 지금까지 사용한 발사르탄 원료의 NDMA 검출 여부를 확인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위 ‘살탄 계열’이라고 지칭하는 ARB(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 계열 약물 중 로사르탄, 칸데사르탄, 발사르탄, 이르베사르탄 등이 중간체로 테트라졸을 제조한다. 비단 발사르탄 뿐만 아니라 다른 ‘살탄 계열’ 고혈압치료제 원료도 NDMA 생성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얘기다. 제지앙화하이가 사용한 발사르탄 제조방법이 다른 업체에서는 전혀 쓰지 않는 제조방법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 제지앙화하이는 소규모의 영세 제약사가 아닌 총 자산 19억 위안(약 3200억원) 규모의 대형 업체다. 유럽, 미국 등에 20여개의 원료의약품을 공급하고 있으며 중국 제약사 중 미국 FDA 승인을 처음으로 통과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 업체들이 자발적으로 그동안 사용한 고혈압치료제 원료의 NDMA 검출 여부를 점검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제약사들은 최소한 그동안 사용한 원료의 NDMA 검출 여부를 점검하고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후 자체 원료의 안전성을 자랑할 자격이 있는 셈이다. 우리 보건당국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물론 유럽에서 조치가 내려진 직후 국내에서 문제의 원료를 사용한 219개를 판매중지했고, 이틀 만에 현지실사를 거쳐 절반 가까이 판매중지를 해제한 신속한 대응은 박수를 쳐주고 싶다. 일부 언론에서는 판매중지 제품 수가 이틀 만에 정정되면서 국민들의 혼선을 유발했다고 비판하지만 판매중지 처분을 받지 않아도 되는 억울한 제품을 발 빠르게 구제한 조치는 높은 점수를 받아 마땅하다. 9년 전 석면탤크 파동 당시 수시로 판매금지 제품 목록이 변경되면서 적잖은 혼란을 야기했던 상황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라는 평가도 나오는 실정이다. 그러나 과연 국민들의 불안 해소를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문제의 고혈압약을 복용했던 국민들은 그동안 먹은 약물이 얼마나 유해했는지 모른채 불안한 마음으로 새로운 약으로 교환받고 있다. 현재 식약처는 제지앙화하이가 공급한 발사르탄 원료에 대한 안전성 검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완제의약품에 대해서는 아직 유해성 여부를 들여다볼 계획이 없다고 한다. 국민들은 원료의약품을 복용하지는 않는다. 시중에 유통된 완제의약품이 얼마나 유해한지를 점검하고 유해성 결론을 내려주는 게 국민건강을 책임지는 보건당국의 역할 아닐까. 적어도 문제의 원료가 사용된 한 알의 고혈압약에서 발암가능물질이 어느 정도 함유됐고 평생 얼마나 복용하면 위험한지를 알려줘야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제지앙화하이 제조 발사르탄 이외에 다른 업체가 만든 발사르탄이나 화학구조가 비슷한 다른 살탄 계열 고혈압치료제 원료의약품도 조사해 볼 필요가 있다. 이론적으로 다른 원료의약품에서도 NDMA가 검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후속조사를 통해 유해성 여부를 결론 내려주는 것이 국민들의 불안 해소를 위해 바람직해 보인다. 이런 일 하라고 국민들이 세금을 내는 것이다.2018-07-17 06:30:10천승현 -
[데스크 시선] 심평원이 간과한 리포락셀 약가산정대화제약 리포락셀(파클리탁셀)은 세계 최초 경구용 세포독성항암제로 2016년 9월 식약처 시판허가를 받은 투여경로변경 개량신약이다. 리포락셀은 암 치료 초기에 사용하는 항암제로 '진행성·전이성 또는 국소 재발성 위암' 적응증을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오리지널 의약품인 BMS 탁솔주와 제네릭 의약품 정맥투여 요법이 주를 이뤄왔고, 국내외 300억·4조원대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환자들은 항암치료 시, 병원 방문과 장시간에 걸친 주사 및 전처치를 감당해야 하는 불편이 따랐다. 경구용 치료제가 없다보니 주사 공포증이 있는 환자도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또한 여러 부작용도 발생해 환자 삶의 질 개선과 복약 편의성을 높인 혁신적 개량신약 개발이 요구돼 왔다. 아울러 난용성으로 경구흡수율이 낮은 파클리탁셀에 대화제약만의 제형 플랫폼기술(DH-LASED)을 개발·적용함으로써 경구용 파클리탁셀 상용화에 성공, 국내 제형화 기술 발전에 기여한 공로도 크다. 대화제약은 1999년부터 리포락셀 개발에 착수한 뒤 2008년 임상1상을 시작으로 2010년 임상 2상, 2015년 임상3상을 성공적으로 완료해 2016년 시판허가를 받았다. 2015년 10월에는 리포락셀 생산전용 공장을 강원도 횡성에 준공하고, 글로벌 항암제 생산·개발 제약사로 첫 발을 내딛었다. 항암제공장은 총 25억원(건물 17억·설비 8억)이 투자됐다. 지상 1층·건평 184평 규모로 국내 최초 내용액제 항암제 생산시설이다. cGMP를 목표로 설계된 이 항암제공장은 조제탱크시스템, 충전실, 포장실, 완제품보관시설을 갖추고 있다. 2017년 9월에는 중국 RMX 바이오파마와 선급금 40억·단계별 마일스톤비 243억을 포함 총 283억원 조건의 리포락셀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며 글로벌 진출을 예고하기도 했다. 이렇듯 리포락셀은 명실공히 제품력과 경쟁력을 두루 갖춘 개량신약임이 분명하지만 허가 후 2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약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현재 '조건부 비급여'에 갇혀 출시를 애타게 기다리는 환자들의 기대에 부응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심평원 '자료제출 의약품의 산정 및 조정기준'을 보면 투여경로변경 개량신약에 대한 약가산정 내용이 빠져 있다. 리포락셀은 파클리탁셀 주사제를 액상형 경구제로 제형 변경한 제품으로 현재 자료제출의약품(개량신약 포함) 약가 우대 사항이 아니다. 이는 케미칼의약품 뿐만 아니라 생물의약품의 투여방법을 개선하기 위한 어떠한 제형변경도 투여경로가 다르게 되면 우대 받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오직 동일 투여경로에 대해서만 우대 사항이 있다. 동일 투여경로에서의 제형변경보다 투여경로를 완전히 달리한 제품 개발이 더욱 어렵다는 것은 연구개발 관계자라면 동감하는 부분이다. 만약 리포락셀이 산정 및 조정기준에 따른 약가우대를 받기 위해서는 케미칼의약품의 자료제출 의약품 약가우대 항목에 '투여경로변경(또는 식약처장이 인정한 개량신약)'이 추가로 삽입돼야 한 가닥 희망이 생길 것으로 판단된다. 리포락셀이 적정 약가를 받을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약가협상이다. '신약 등 협상 대상 약제의 세부 평가기준'에 의한 투약비용 산출시 주사제는 조합 가능한 경우 경제적인 가격을 기준으로 산출토록 되어 있다. 논란이 되는 점은 파클리탁셀 대체약제가 30mg(9만987원), 100mg(20만6005원), 300mg(23만원) 등으로 함량가가 매우 상이하고, BMS가 개발한 오리지널인 탁솔의 경우 저함량 30mg만 등재돼 있다는 점이다. 이러다 보니, 주사제를 제형 변경한 대화제약의 파클리탁셀 경구제는 액상형 고함량이면서도 함량산식 대비 의도적으로 낮게 등재한 최저가의 주사제와 비교할 수밖에 없는 예외적 변수가 발생하고 있다. 이 규정은 2012년경 약제급여평가위원회의 평가 사례에서 규정화된 것으로 주사제의 투약비용 산출시의 기준은 될 수 있겠지만, 주사제를 경구제로 제형변경 한 대화제약의 경우에는 실제 파클리탁셀의 항암 사이클과 함량을 고려해야 함이 타당할 것이다. 실제로 파클리탁셀 3주요법을 보면, 30mg×10바이알, 100mg×3바이알의 처방이 90%인 반면 300mg는 5~7% 정도로 미미한 편이다. 제네릭일 경우, 기준가인 300mg 약가를 산정함이 맞지만 제형변경 개량신약은 차라리 30·100·150·200·300mg 모두를 합산한 가중평균치로 약가를 계산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전임상, 임상1~3상까지 진행한 개량신약을 제네릭 중에서도 가장 낮은 약가를 기준으로 삼는 것은 문제가 있다. 염변경, 복합제, 서방형 등 케미칼 개량신약과 개량생물의약품의 경우 오리지널 대비 90~110%, 100~120%의 약가우대가 적용됨에도 불구하고 주사제를 경구용으로 투여경로변경한 개량신약은 혜택을 볼 수 없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이렇듯 비합리적 약가산정규정이 존속된다면 어느 제약사가 막대한 연구비를 쏟아 부으며 의약품을 개발하겠는가. 법과 규정과 원칙은 합리성과 시대적 중론이 바탕이 될 때 비로소 그 존재 가치가 있다. 문자의 틀에 갇히고, 해석의 오류에 빠지면 법은 한낱 규제를 위한 규제로 전락하게 된다. 주사 공포증에 시달리는 항암환자의 경구용 치료제 출시 열망 그리고 또 다른 경구용 신약을 개발하는 제2 제3의 제약사들의 개발의지를 꺾는 일은 단순히 약가산정을 넘어 국력 소모다. 심평원과 복지부는 개량신약의 진정한 의미와 규정·지침의 합리적 해석과 적용에 대해 다시한번 고심해야 할 때다.2018-07-14 06:14:30노병철 -
[데스크 시선] 황당한 약사회의 SNS 선거운동 금지2018년 12월 01일. 대한약사회장 선거에 출마한 A후보의 지지자는 페이스북에 A후보의 선거 사무실 개소식 정보를 올렸다. A후보가 지시하지도 않았고 선거운동원도 아닌 지지자는 대한약사회장 선거 규정을 위반한 것이다. 대한약사회가 대한약사회장-지부장 선거관리 규정을 개정했기 때문이다. 즉 금지되는 선거운동에 전화방 운영, 자동응답시스템(ARS), 모사전송, 카카오톡 및 네이버 밴드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포함됐다. 이를 위반하면 1차 경고와 후보자의 기탁금 3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대한약사회장 선거 기탁금이 2000만원 임을 고려하면 약 666만원의 범칙금이 부과된다는 이야기다. 결국 SNS 선거운동 금지는 12월 대한약사회장-지부장 선거에서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선거제도개선특별위원회가 무리수를 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돈 안 드는 선거를 위해 선거규정을 개선한다고 하는데 그나마 비용이 절약되는 SNS 선거운동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물론 SNS를 통한 거짓정보 양산, 명예훼손, 비방 등이 이뤄질 수 있지만 수차례의 직선제를 경험한 약사 유권자들은 거짓된 정보를 걸러낼 수 있는 정화능력이 있다. SNS를 통한 거짓정보와 상호비방 정보과 유통된다면 그 정보를 놓고 불법의 시시비비를 가려야지 SNS 자체를 선거운동 수단으로 금지하는 것은 악성 규제다. 극단적으로 A후보와 B후보가 있다고 가정하자. B후보가 일반인이나 민초약사를 동원해 A후보의 SNS 선거운동을 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A후보는 불법 선거운동을 한 셈이 된다. 결국 처벌하기도 힘들고 실제 선거 과정에서 작동하기 힘든 유명무실한 규정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규정에 카카오톡이나 네이버 밴드라고 규정한 것도 황당한 조항이다.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은 특정해 지목하지 않았다. SNS의 개념을 확장하면 블로그도 금지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후보자들의 IT를 통한 선거운동은 홈페이지 개설과 이메일 발송 외에는 방법이 없다. 선거제도 개선과정에서도 이같은 우려를 제기한 위원들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번 해보고 여의치 않으면 다시 규정을 손보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진 모양이다. 시대의 변화를 반영해 스마트 폰을 이용한 온라인 선거를 도입한 선거제도개선특위가 앞뒤가 맞지 않는 SNS 선거운동을 금지하는 안을 채택했다. 좀 더 면밀한 검토와 결정이 아쉬운 대목이다.2018-07-02 06:30:15강신국 -
[데스크시선] 헬싱키선언과 제약기업의 정보공개지난 1964년 핀란드 헬싱키에서 개최된 세계의사회 총회에서 헬싱키선언이 채택됐다. 헬싱키 선언은 세계의사회가 규정한 윤리강령으로 사람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임상연구에 대한 원칙을 담는다. 헬싱키선언은 임상시험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고, 환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연구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준수해야 할 윤리원칙을 제시한다. 헬싱키선언에는 연구에 관여하는 모든 사람은 임상시험의 결과를 공개해야 하는 의무도 명시됐다. 객관적인 연구 수행과 함께 연구 결과의 공개도 중요하다는 취지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승인받은 임상시험계획은 658건에 달한다. 평균적으로 하루에 2건의 새로운 임상시험이 시작된다는 의미다. 하루에 2건의 임상시험이 종료된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이쯤에서 찜찜한 상상을 해본다. 과연 매일 쏟아지는 임상시험의 결과가 모두 공개될까. 긍정적인 결과만 발표된 것은 아닐까. 연구자의 의도에 맞춰 편향된 결론만 발표되는 건 아닐까. 물론 많은 연구자나 기업들이 환자들에 최적의 치료제를 제공하기 위해 양심에 따라 임상시험을 수행하고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기업이나 연구자들이 고의로 불리한 임상 결과를 발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심은 늘 존재했던 게 사실이다. 지난 2006년 발표된 한 연구를 보면 1992년과 2002년에 발표된 542건의 정신과 약물 임상시험을 조사한 결과 제약사가 후원한 임상시험 중 78%가 해당 업체의 약에 유리한 결과가 나왔다. 이에 반해 독립적인 임상시험에서는 제약사 의약품에 긍정적인 결과가 48%에 불과했다. 안타깝게도 국내에서는 실제로 수행된 임상시험과 결과가 발표된 임상시험 건수에 대한 통계는 찾을 수 없지만 체감적으로 긍정적인 연구 결과에 비해 부정적인 연구 결과는 많지 않아 보이는 건 사실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회에 제출한 임상시험 중단현황 자료를 보면 2013년부터 2016년 6월까지 의약품 임상시험을 조기 종료했다고 보고한 건수는 총 166건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식약처로부터 승인받은 임상시험 계획은 총 2230건이다. 제약사나 바이오기업들이 중도에 포기한 임상시험을 모두 정부에 보고했다면 국내에서 진행된 임상시험의 성공률이 90%를 웃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하지만 통상 신약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 성공률에 10% 안팎에 불과하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임상시험에 실패하고도 보고하지 않은 사례가 많을 것이란 의심을 지울 수 없다. 기업의 정보 공개에 대한 논란은 비단 임상시험에 국한되지 않는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상장법인의 사업보고서를 점검한 결과 제약·바이오 기업의 연구개발활동 및 경영상 주요사항의 경우 점검 대상 163곳 중 95.1%에 달하는 155곳이 기재가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연구개발비 중 정부보조금을 구분하지 않거나 신약개발 연구프로젝트의 향후 계획을 기재하지 않는 사례가 많았다. 이후 많은 제약·바이오 기업이 뒤늦게 사업보고서 정정 작업에 착수했다. 연구개발 활동과 계획, 경영상 주요 계약 등에 대한 정보 공개 범위를 확대했다. 연구개발비 중 정부보조금 정보를 별도로 기재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일부 업체는 한 해 동안 투자한 연구개발비 중 정부보조금이 30%를 웃도는 경우도 있었다. 국민들이 낸 세금이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연구개발 활동에 상당 부분 쓰인다는 얘기다. 기업들이 연구개발 정보 공개를 더욱 확대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제약기업들의 기업 활동을 공적인 영역으로 분류하는 시선이 많다. 국민들의 건강과 직결된다는 이유에서다. 제약사들이 개발한 많은 의약품은 건강보험이 적용돼 국민들이 낸 건강보험료로 약값을 깎아주기도 한다.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정보 공개 확대가 더욱 시급한 이유는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다. 아직도 많은 현장에서 실무자간의 은밀한 정보 공유로 많은 투자자가 손해를 보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이유 없이 치솟는 주가와 뒤늦게 공개되는 유리한 정보, 연일 치솟는 주가와 함께 뒤늦게 알려지는 합병 소식 등으로 개인투자자들은 땅을 치곤 한다. 지금도 어디에선가 자본을 쥔 세력과 정보를 가진 기업 간 은밀한 작업이 펼쳐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나마 기업들의 정보 공개에 대한 인식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현상이다. 언제부턴가 제약·바이오기업들은 임상 실패 소식도 자발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사업보고서에 기재하는 정보도 많아지는 추세다. 정부도 정보 공개 확대를 적극 이끌고 있다. 최근에는 임상시험 기록을 거짓으로 작성하는 사례에 대한 벌칙을 신설했고, 임상시험 정보 공개 범위를 확대하는 임상시험 정보 등록제도도 추진 중이다. 궁극적으로 기업들의 적극적인 의식 변화가 절실하다. 아직도 많은 기업이 영업 기밀이라는 이유로 환자나 투자자들이 알아야 할 정보를 숨기는 것은 아닐까. 국민들이 낸 세금과 건보료를 사업에 활용하면서도 기업의 잇속을 챙기는 데에만 열중하는 것은 아닐까. 의약품의 개발 단계에서 주가 부양을 위해 적극 알려왔던 정보가 어느 순간 사라지는 사례는 없었는지 되돌아 볼 때다.2018-06-26 06:15:12천승현 -
[데스크시선] 주52시간 근무제와 일용직의 눈물새롭게 추진되는 제도와 법률 시행에는 늘 사회적 진통이 따르기 마련이다. 2000년대 초중반 도입된 주5일 근무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기업은 생산성 악화에 기인한 고용 하락을 명분으로 반대 입장을 폈고, 노동계는 삶의 질 향상을 주장했던 때가 엊그제 얘기만 같다. 결론적으로 주5일 근무제는 큰 부작용없이 잘 안착돼 새로운 근로환경을 만들었다는 평가다. 15년여가 지난 2018년 7월 1일, 대한민국 노동환경의 일대 변혁이 예고돼 있다. 주52시간 근무제의 시작이다. 이 제도의 핵심 골자는 근로 시간 단축을 통한 노동자의 권익 실현과 일자리 창출로 볼 수 있다. 지난 2월 정부가 마련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내달 1일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과 공공기관은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법정근로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으로 단축된다. 50~299인 기업은 2020년 1월 1일, 5~49인 기업은 2021년 7월 1일부터 적용된다. 도입 시기의 차이일 뿐 사실상 우리나라 모든 법인(기업)에 해당되는 법제도다. 개정안은 '일주일은 7일'이라는 내용을 명시하면서 주 최대 근로시간이 현재 68시간(평일 40시간+평일 연장 12시간+휴일근로 16시간)에서 52시간(주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으로 16시간이 줄어들었다. 현재 주 68시간은 고용노동부가 주 단위를 '평일 5일'로만 해석하고, 토·일요일은 법정근로시간 계산에서 제외해 휴일 근로로 각 8시간씩 더함에 따른 것이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자 보호를 위한 강행 규정이기 때문에 노사가 합의해도 52시간 이상 일할 수 없다. 만약 이를 어기면 사업주는 징역 2년 이하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주52시간 근무제 시행은 분명 노동자의 삶의 질 향상을 보장하는 법적 안전장치로 작용할 것이다. 워라인을 고수하는 억대 고액연봉자와 경제적 기반이 여유로운 직장인들은 환영할 만 하다. 물질적 풍요와 안락한 노후가 보장된 직장인(노동자)이 아니더라도 굳이 지금보다 적게 일하라는 데 싫어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런데 최근 시행도 되기 전, 여러 산업군에서 불가피한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서울 도심과 수도권 위성도시를 오가는 통근버스 배차 대란이다. 특단의 조치가 없는 한 당분간 시민들의 상당한 불편과 고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주52시간 근무제는 선진국형 노동법으로 대다수 노동자들의 권익 실현 기반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하위 10% 사회안전망이 요구되는 사람들에겐 치명적 악법일 수 있다. 일하고 싶어 하는 그야말로 돈을 더 벌고 싶어 하는 일부 노동자들의 밥그릇을 빼앗을 염려가 있다. 20여년 전, H제과 공장 재경팀에 근무한 적이 있다. 당시 현지 공장은 관리직을 제외하면 지역 거주 아주머니 또는 필리핀 근로연수생 등으로 구성된 일용직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몇몇 아주머니들과 해외에서 온 근로자들은 잔업과 특근을 도맡아 했다. 실수로 잔업 수당 몇 만원이 누락되기라도 하는 날엔 자신이 관리하는 잔업일지를 증거자료로 가져와 정정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 필자는 퇴근 시간과 주말만 기다리는데 반해 그들은 잔업과 특근을 지상 최대 과제로 수행하는 여전사를 방물케 할 정도였다. 그들이 잔업과 특근에 목숨을 걸었던 이유는 '돈' 때문이었다. 암 투병 중인 남편의 병원비와 치료비를 감당하기 위해서, 필리핀에 두고 온 5식구의 생활비를 보내기 위해서, 서울로 유학 보낸 자녀들의 교육비를 마련하기 위해서... 저 마다의 이유는 다양했지만 목적은 한가지였다. 그때보다는 소득 수준이 높아진 지금도 공장 현장엔 그런 분들이 남아 있을까. K제약 공장장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한 결과 예전보다는 아니지만 몇분 계시다는 대답이 돌아 왔다. 반가움과 아쉬움이 교차했다. 열심히 사시는 모습에 그 옛날 감동이 밀러 왔지만 이제는 더 이상 일하고 싶어도 돈을 더 벌고 싶어도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20년 차 제약공장 생산직 근로자 연봉이 4000만원이라고 가정할 때 잔업과 특근을 풀로 뛰었을 경우, 약 30%의 임금 상승효과가 있다. 주52시간 근무제가 그들의 신성한 땀의 댓가 1200만원을 박탈한 셈이다. 그렇다면 근무시간 단축의 또 다른 목적이라할 수 있는 일자리 창출은 어떨까. 향남제약 공장 소재 제약기업 공장장 상당수는 자동화시스템으로 빠른 전환을 전망하고 있다. 한미약품과 JW중외제약의 경우 글로벌 수준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공장 자동화 설비를 갖추며, 국내 제약사들의 생산시설 표준을 제시하고 있다. 상황을 종합해 보면 아이러니한 법제도다. 좋은 것 같으면서도 합목적성에는 부합하지 않는 부분이 많다. 원인은 한가지다. 52시간 초과 근무를 불법으로 간주했기 때문이다. 시간에 매몰돼 함정에 빠진 것이다. 주 38·52·68시간이 포인트가 아니다. 시간외 수당과 특근 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착취·착복·편취하는 것이 불법이다. 차라리 하루 8시간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1분이라도 초과 근무를 하고, 주말에 특근을 할 경우, 무조건 통상 임금의 1.5~2배를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주52시간 근무제'였더라면 어떤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까. 지금도 늦지 않았다. 정부는 무엇을 놓쳤고, 어떤 점을 다시 한번 고민해 미생이 아닌 완생의 주52시간 근무제를 재창출해야 할 시점이다.2018-06-18 06:29:20노병철 -
[데스크시선] 공급거부 의약품, 약인가 총인가최근 일부 외자 제약사들의 자사 의약품 공급 중단 또는 지연으로 환자들과 시민사회단체의 원성이 줄을 이었다. 게르베코리아의 리피오돌울트라액(아이오다이즈드오일)과 한국오츠카제약의 아이클루시그(포나티닙염산염)가 그것이다. 이들 약제는 보험급여 의약품으로, 특히 국내에서 대체할 수 있는 여력이 없어 사회적 문제로 커질 위기에 놓였었다. 게르베코리아의 리피오돌은 퇴방약으로, 지난 3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리피오돌 가격 인상을 요구하며 약가조정을 신청했다. 리피오돌은 2012년 약가조정 신청으로 가격을 일부 보전받은 바 있지만, 업체 측은 2015년 이후 수입 원가상승 등 손실을 주장하며 기존 약값의 5배 인상을 요구하며 공급을 하지 않았다가 지난주 건강정책심의위원회의 통과로 퇴방약의 지위를 포기하고 보통의 약가협상 절차를 밟게 됐다. 아이클루시그는 3세대 표적항암제로, 희귀질환치료제로 지정된 약제다. 두 달 전 보험상한가를 결정하고 급여목록에 등재된 이후에도 업체 측이 공급하지 않았다가 환자들의 격렬한 반발과 정부의 주시 이후 오늘(11일)부터 시판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두 약제의 공급차질 상황은 각기 이유가 다르지만 결과적으로 환자 입장에선 공급거부였다. 이웃 나라 또는 외국에는 버젓이 공급되는 약제가 시장이 좁고 상대적 저가로 책정된 우리나라에서 공급이 지연 또는 차단됐던 이유는 결국 약가 불만족일 것이다. 생명을 살리려는 의약품이 도리어 총과 칼이 되는 순간이다. 질병 치료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의약품이 사실상 사회적으로 공공재로 인식되는 것은 환자들의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환자로 하여금 스스로를 볼모로 인식하게 만들고 이를 막으려는 정부조차 휘둘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신속하게 제도를 고치고 재발을 막을 수 있을 법적 장치를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복지부는 최근 전문기자협의회와의 간담회에서 리피오돌을 계기로 퇴장방지약지정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아이클루시그는 급여상한가계약서상 문제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사태는 일단락된 것 같아 보이지만 이제 시작인 셈이다. 환자들은 과거 글리벡과 푸제온 공급거부 사태를 트라우마처럼 안고 있다. 기술력 있는 다국적제약사들이 약가를 올려받기 위한 전략적 공급거부로 벌어지는 피해는 다양한 목소리로 표출된다. 환자단체들은 강제공급 실시와 병행수입 조치를, 시민사회단체에선 특허권을 획득한 의약품에 대한 과도한 특혜 부여를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재발방지를 위해서다. 나라 간 통상무역 상황에 따라 국민들의 모든 니즈를 수용할 순 없겠지만, 공공재로서의 의약품을 하나의 '무기'화시키는 이 같은 역사가 또 다시 되풀이되지 않게 굳건한 장치를 마련하는 것은 정부의 당연한 숙제이자 의무다.2018-06-11 06:29:20김정주
오늘의 TOP 10
- 1혁신형제약 기등재 약가인하 유예 만지작...막판 조율 촉각
- 2CSO 영업소 소재지 입증 의무화 추진…리베이트 근절 목표
- 3약사-한약사 교차고용 금지법안 복지부 또 "신중 검토"
- 4품절약 성분명 처방 의무화법 법안 심사 개시...여당 속도전
- 5GMP 취소 처분 완화 예고에도 동일 위반 중복 처벌은 여전
- 6대웅바이오, 10년새 매출·영업익 4배↑…쑥쑥 크는 완제약
- 7복지부-공정위, 창고형약국 영업제한법 난색..."과잉 규제"
- 8AAP 대표품목 '타이레놀', 5월부터 10%대 공급가 인상
- 9성분명처방 입법 논의 시작되자 의사단체 장외투쟁 예고
- 10세계 최초 허가 줄기세포치료제 효능·효과 변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