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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규제, 왜 혁신해야 하는 대상이 됐나[데일리팜=강혜경 기자] 규칙이나 규정에 의해 일정한 한도를 정하거나 정한 한도를 넘지 못하게 막는다는 뜻의 '규제'. 하지만 언제부턴가 이 규제가 '깨야할 대상, 부숴야 할 대상'으로 인식되는 모습이다. 아마도 규제가 개혁·혁신의 발목을 잡는다는 인식 때문일 것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새 정부의 가장 큰 과제 중 하나가 규제혁신이라며 24일 전 부처에 규제혁신 TF설치를 주문했다. 민간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규제혁신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문이다. 새 정부의 규제완화 기조와 함께 비대면 진료 약 배달,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 원격화상투약기 등 물 밑에 있던 관련 어젠다가 수면 위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업계·단체 등 각계 각층의 요구가 빗발치고 있는 어젠다가 안전상비약이다. 상비약 하나를 놓고 품목 수 확대, 배송 허용, 자판기 도입 및 허용 등이라는 조금씩 다른 노크가 계속되고 있다. 그렇다면 2012년부터 24시간 연중무휴로 운영되면서 일정 교육을 수료한 편의점에 한해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한 상비약은 그 규정이 얼마나 잘 지켜지고 있을까. 주무부처인 복지부 홈페이지에서 안전상비의약품을 검색해 보면 2018년 '안전상비의약품 지정심의위원회 제6차 회의 결과'와 2019년 '안전상비의약품 안전성기준 의약전문가 검토' 관련 정보가 가장 최근 자료다. 코로나로 인해 24시간 영업을 포기하고, 영업 시간을 단축한 편의점들이 늘어났지만 관련 업계 역시 전반적인 개수 등도 파악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맹 과정에서 리테일과 점포 측이 영업시간을 정하는 부분이 있지만, 코로나 등으로 영업시간을 조정한 곳에 대해서는 통계화·수치화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제대로 된 실태 점검은 건너뛴 채 품목 수 확대, 배송 허용, 자판기 판매 허용 등에 대한 전면 허용 요구가 이어지다 보니 약사사회도 반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시적 비대면 진료 공고 역시 마찬가지다. 감염병 위기대응 심각단계 시 한시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고 의약품 수령 방식은 환자와 약사가 협의해 결정하도록 한다는 공고로 인해 비대면 진료 물꼬가 트였다. 한시적이고 제한적으로 운영되리라 여겨졌던 비대면 진료는 사실상 상설화가 기정사실화되고 있으며, 플랫폼 업체들의 과당경쟁으로 부작용까지 속출하는 상황으로 변모하고 있다. 정책이 입안되고 시행되기 전까지는 국민적 합의와 이해당사자 합의가 필요하지만 한 번 입안되고 시행된 정책을 되돌리기란 쉽지 않다. 오히려 한시·제한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시작된 정책도 규제라는 잣대를 들이대면 완화해야 할 대상이 되고 만다. 2020년부터 서울 도심 차량 제한속도가 시속 60km에서 50km로 낮아졌다. 차량 스펙이 좋아지고, 추돌방지 시스템 등 옵션이 나날이 발전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도심 도로와 이면도로 차량 속도를 각각 시속 50km, 30km로 낮췄다. 한국교통연구원 측은 시속 60km에서 50km로 제한속도를 10km만 낮춰도 보행자 사망률을 40% 가량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편의성만 따진다면 50km 속도제한은 규제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 시내 도로 표지판을 전면 교체하고 불만을 감내하면서도 50km를 준수하는 이유는 안전 때문일 것이다. 모든 규제는 완화의 대상이 아닐 수 있다는 인식이 높아져야 하며, 공공성을 지닌 보건의료는 그 기준이 보다 단단해야 한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규제 혁신을 모든 분야에 적용하고 성과를 만드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정부가 성과에 혈안 된다면 국민 건강은 뒷전이 될 수밖에 없다.2022-05-24 15:41:04강혜경 -
[기자의 눈] 플랫폼 수수료가 약국에 미칠 영향[데일리팜=정흥준 기자] 비대면진료 제도화를 기다리는 플랫폼 업체들이 호시탐탐 약국 시장을 노리고 있다. 이들 업체는 제휴 약국 늘리기에, 약사단체는 가입 금지와 탈퇴 독려에 힘을 쏟는 중이다. 앞으로 비대면진료를 논의하더라도 플랫폼을 배제해야 한다는 의견은 의약계에서 모두 지배적이다. 일부 약사들은 플랫폼 수수료가 조제료를 잠식하는 날이 올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플랫폼 업체 수익구조 상 수수료와 광고료가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단순히 약사들의 기우로만 볼 수는 없다. 요식업과 숙박, 부동산 등 다른 분야 플랫폼들도 초창기 프로모션으로 수수료를 지원하다가 이를 상향 조정하며 꾸준히 논란이 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2021 온라인 플랫폼 이용 실태’에서도 플랫폼 의존도가 높아지고, 수수료와 광고료 부담은 매년 커지고 있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창업과 동시에 플랫폼을 이용한다는 응답이 84%로 높았는데, 플랫폼 제휴 이유는 ‘이용하지 않으면 사업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답변이 59.2%나 나왔다. 플랫폼을 통한 연 매출액 중 중개수수료 비중은 10~15%미만이 46.6%로 높았고, 5~10%미만도 24.7%였다. 아울러 연간 중개수수료가 적정하다는 응답은 9.2%에 불과했다. 부담이 된다는 답변은 71.3%를 차지했다. 2020년 조사에서 14%가 적정하다는 답변, 62.3%가 부담이라고 응답했던 것을 감안하면 점차 부담이 커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플랫폼 광고료 부담도 크다. 병의원과 약국은 환자 유인행위가 불가하지만, 노출 순서에 따라 이용률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다양한 방법의 광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업주들이 플랫폼 업체에 바라는 점도 수수료 인하가 82.3%로 가장 컸다. 수수료 산정 근거를 공개해 달라는 응답도 21.7%였다. 또 정부엔 수수료와 광고비 인상률에 대한 가이드라인 제정, 수수료 현황에 대한 정기조사와 결과 발표를 해달라는 응답이 각각 58%, 31%로 높게 나타났다. 플랫폼 업체들은 변호사와 세무사뿐 아니라 의약사 등 보건의료 전문직 시장 선점에도 혈안이 돼있다. 정부는 보발협을 통해 비대면진료 제도화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플랫폼이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섬세한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지금 약사들의 우려가 부디 지나친 걱정이 되기를 바란다.2022-05-23 17:00:48정흥준 -
[기자의 눈] 코로나 R&D, 얻은 것과 잃은 것[데일리팜=김진구 기자] 말 그대로 단물이 다 빠졌다. 코로나 치료제·백신 개발에 나선 업체들 이야기다. 2년 전만 해도 이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지대했다. 코로나 치료제 혹은 백신 개발에 나선다는 소식만 전해지면 주가가 치솟았다. 당시 국내 주식시장이 워낙 활황이기도 했다. 매일같이 관련 보도자료가 쏟아졌다. 더러 투자 붐에 편승하려는 악의적 시도도 있었다. 2년 새 여러 치료제와 백신이 나왔다. 이 과정에서 코로나 치료제·백신 개발에 나섰던 업체 중 상당수가 백기를 들었다. 여전히 많은 업체가 코로나 R&D를 지속 중이지만 이들의 개발 동력은 크게 약해진 것으로 보인다. 이들 중 얼마나 많은 업체가 코로나 R&D를 끝까지 지속할 것인지 회의적 전망이 지배적이다. 투자자들의 관심도 뚝 떨어졌다. 이제는 임상시험을 신청했거나, 환자 모집이 마무리됐거나, 중간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왔거나 하는 소식이 전해져도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2년 전 무섭게 치솟던 이들의 주가는 제자리를 찾아가는 중이다. 지난 2년 코로나 R&D 업체들은 많은 것을 얻고, 또 많은 것을 잃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투자자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켰다는 점도 이들 기업에 이득으로 남았다. 팬데믹이라는 긴급 상황에서 후보물질을 도출하고 임상을 진행했다는 귀중한 경험도 쌓았다. 일부 업체는 주가가 상승한 시점에 자사주를 매각하면서 적잖은 현금성 자산을 확보하기도 했다. 반면 이들 중 상당수 업체는 투자자들의 관심과 신뢰를 잃어가는 중이다. 특히 투자자들의 신뢰도 하락은 제약바이오업계 전반의 거품론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 실제 국내 제약바이오업종의 주가를 대표하는 KRX 헬스케어지수는 정확히 팬데믹 선언 이전으로 돌아간 상황이다. KRX 헬스케어지수는 2020년 초 2915.31에서 그해 말 5517.31로 89.3% 올랐으나 이후론 꾸준히 내리막을 걸으면서 현재는 코로나 이전 수준인 2916.62(20일 기준)로 돌아갔다. KRX 섹터지수를 구성하는 17개 산업군 가운데 2020년 말 대비 낙폭이 가장 크다. 이제 KRX 헬스케어지수는 코로나 이전보다 더 낮은 상황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코로나 치료제·백신 개발에 성공했다고 박수를 받고, 실패했다고 손가락질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2년 전 코로나 치료제·백신을 개발한다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던 업체들의 양심에 묻고 싶은 것이다. 과연 얻은 것은 무엇이고 잃은 것은 무엇인가.2022-05-23 06:17:32김진구 -
[기자의 눈]무관심 속 길 잃은 전문약·일반약 재분류[데일리팜=이정환 기자] 아무도 관심이 없다. 전문의약품의 일반의약품 전환에 대한 국내 정책 현황과 각 직능 별 입장을 취재하면서 든 생각이다. 전문약을 일반약으로 전환하거나 일반약을 전문약으로 전환하는 제도를 활성화하면 소비자의 의약품 선택권과 복약 안전성을 높이고, 일반약 산업을 활성화하는 동시에 건강보험재정을 안정화할 것이란 명제에 반기를 드는 이는 없었다. 정부도 약사회도 제약사도 약학계도 의약품 재분류 체계 선진화가 가져올 이점에 대해 모두 동의한 셈이다. 문제는 그 누구도 의약품 재분류 정책 개선을 위한 도화선에 불을 붙일 주체가 없다는 점이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아직 제대로 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의약품 재분류 정책에 쉽사리 손 대기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약사회 역시 과거 안전상비약 편의점 판매 허용을 언급하며 의약품 재분류 정책 방향을 쉽게 설정하기 어렵다며 난색을 표했다. 괜스레 긁어 부스럼을 만들 수는 없다는 얘기로 들렸다. 제약사들은 규체당국인 식약처와 자사 의약품을 취급할 의사, 약사들이 재분류 관련 합치된 의견을 내지 못한 데다 되레 직능 갈등을 벌이고 있는 점을 들어 기업 입장에서 특정한 목소리를 명확히 내기 힘들다고 했다. 더욱이 전문약의 일반약 전환 활성화는 제약산업 입장에서 당장 시급한 의제가 아니라고도 했다. 모두가 각자 다른 입장을 들이미는 상황에서 더 아이러니한 것은 어느 누구의 주장도 틀리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의약품 재분류 선진화 방안을 취재하는 내내 기자는 '고요한 강물에 괜한 작은 돌멩이 하나를 던지는' 기분을 느꼈다. 평온하고 고요한 수면을 억지로 부서뜨리는 감정이었다. 어느 누구도 의약품 재분류 개선책을 본격적으로 화두에 올리고 싶어하지 않은 이유에서다. 취재원 누군가 얼결에 기자에게 토로한 "폭탄돌리기 같다"는 설명에 전적으로 공감이 갔다. 하지만 해외 선진국 상황은 달랐다. '스위칭 OTC'로 불리는 의약품 재분류 제도가 정례화된 데다 의사 처방이 필요 없는 의약품인 '비처방약' 즉 일반의약품 전반을 관리하는 정부 규제당국이 빠짐없이 존재했다. 미국, 캐나다, 일본, 호주, 영국 등이 체계적으로 전문약의 일반약 전환 정책을 운영 중이었다. 여러가지 이유로 재분류 제도가 제자리에 꽁꽁 매인 우리나라와는 상반된 선진국 모습을 엿보며 일견 부러움마저 느껴졌다. 의약품 재분류 정책은 앞서 말했듯 소비자 선택권과 의약품 안전에 긍정 영향을 미치는 동시에 건보재정 건전성 개선에도 탁월하다. 실제 미국은 일찌감치 건보재정 위기 타파를 위한 한 축으로 일반약 활성화를 기초로 한 셀프 메디케이션 정책을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일반약 활성화를 위한 대책으로 제약사들의 신제품 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내용의 표준제조기준 확대 정례화 정책만 작년부터 가까스로 시행 중인 상태다. 해외 선진국 사례에 비춰 볼 때 의약품 재분류 정책 선진화는 정부가 앞장서야 한다는 생각이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와 식약처가 의약품 재분류 선진화가 가져올 이익과 재분류 정례화 도입 필요성, 일반약 전담 정부 조직 신설 필요성 연구를 시작으로 제대로 된 정책 비전 설정에 나서야 한다. 이미 다수 의약품 선진국에서 도입·시행 중인 정책을 제대로 연구조차 하지 않는다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낼 초석을 놓기란 불가능하다. 무관심 속 갈 길을 잃어버린 의약품 재분류 제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지금부터 찾아 나가야 한다. 정부가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역할을 하도록 약사회와 제약사, 약학계도 꾸준히 필요성을 어필하고, 소비자 이익과 건보재정 건전성을 최우선에 둔 각자 입장을 분명히 전달해야 한다. 모두가 의약품 재분류 제도의 방관자로 남는다면 전문약과 일반약 전환 정책은 물론 건보재정 건전성마저 후퇴 수순을 밟게 된다. 굳이 콕 집어 지적하지 않아도 당연한 얘기다.2022-05-20 16:36:18이정환 -
[기자의 눈] 정책 연속성 이끌 식약처장 임명돼야[데일리팜=이혜경 기자] 차기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자리를 두고 하마평이 무성하다. 지난 13일 윤석열 정부는 차관 및 처·청장 인선을 발표했다. 하지만 인선 명단에 식약처장이 제외되면서, 배경을 두고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가장 신빙성 있는 주장은 보건복지부 장관 임명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산하 기관장 임명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정호영 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인사 청문회 이후 아직 임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과 정호영 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사퇴를 맞바꾸려 한다는 말들이 나온다. 이러한 상황에서 규제기관인 식약처장 자리에 누가 앉을지 관심도 쏟아지고 있다. 후임 인사 후보로 오유경 서울대 약학대학장을 비롯해 김인규 전 경인청장, 윤형주 전 서울청장, 서경원 안전평가원장 등이 언급된바 있다. 하마평에 오른 인물 모두 식약처 내부 인사로 정책의 연속성과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식약처장은 정무직으로 임기가 정해져 있지 않으면서, 평균 재임기간이 1년 5개월에 그치고 있다. 윤석열 정부에서 처음 임명하는 식약처장 또한 평균 재임기간을 넘길 수 있을지 미지수다. 식약처는 의약품과 식품안전관리를 위한 규제기관으로, 업무 연속성과 일관성이 유지되기 위해선 식약처장의 잦은 교체는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조만간 임명될 윤석열 정부 첫 식약처장이 의약품 등 의료제품 신속허가를 비롯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지원 등 정책을 끌고 갈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줘야 한다.2022-05-19 15:04:55이혜경 -
[기자의 눈] 새 정부의 경평 면제 확대 시그널[데일리팜=어윤호 기자] 새 정부가 들어서며 많은 산업군이 기대에 부풀어 있다. 다국적제약사들 역시 마찬가지. 그들의 시선은 경제성평가면제제도 대상 확대로 향하고 있다. 적응증별 약가, 선등재 후평가 등 업계의 어젠다는 쌓여 있지만 현실성 면에서 경평면제제도 개선이 가장 가능성이 높은 탓이다. 3자 입장에서 봐도 긍정적으로 보인다. 실제 윤석열 정부는 환자 접근성 향상을 위해 대체의약품이 없는 항암제, 중증& 8729;희귀질환 치료제 등에 대한 신속등재 방안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그간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를 비롯,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이 적응증별 약가나 선등재 후평가에 대해서는 보수적 태도를 고수해 왔던 만큼, 정권이 교체됐어도 극단적 변화를 예측하긴 어렵다. 경제성 평가는 그렇지 않다. 이미 정부가 내놓은 이례적인 특례제도며 현재까지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게다가 개선에 대한 목소리 역시 끊이지 않았던 제도다. 환자 수가 적다 보니 시장에서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신약,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기도 어려울 뿐더러 어렵게 개발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경평을 통한 비용효과성 입증이 어려운 약들은 이상하게도 트렌드가 돼 활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만큼 웬만한 질환에선 약들이 다 나왔다는 말도 맞지만 치료옵션의 추가는 인류에게 나쁜 일이 아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업계는 경평면제제도 확대를 주장해 왔다. 대체약제가 없는 경우 위약 대조군 자료로 허가를 받은 경우에도 경평면제 제도를 적용한다거나, 대상 환자 수를 산정특례 기준과 부합하게 적용하는 등 제도 시행에 있어서 유연함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재정을 관리하는 정부 입장에서 마냥 주머니를 개방하기도 어렵다. 'A7 조정 최저가의 80%'로 책정한다는 '설'이 돌아, 지난해 업계가 발칵 뒤집히기도 했던 이유다. 경평면제는 말 그대로 경평이 어렵지만 꼭 필요하다 판단되는 약제를 위한 유일한 활로다. 다양한 재정 관리 장치가 포함돼 있고 제도 시행 시점부터 '총액제한'이란 디자인을 끌어 안았다. 그런데 이제 약이 늘었다. 필요한 환자에게 적절한 처방이 이뤄질 수 있기 위한 노력, 새 정부의 그림이 궁금해 진다.2022-05-18 06:15:39어윤호 -
[기자의눈] '흙수저' 국내개발 약, 우대 안되나요?[데일리팜=이탁순 기자] 지난 12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의 요양급여 적정성 심의 결과 가장 주목받은 약물은 노바티스의 졸겐스마다. 이 약은 척수성 근위축증 환자를 위한 희귀질환치료제로, 1회 주사당 25억원 초고가 약제이지만, 단 한번 투약으로 효과를 보는 '원샷 치료제'로 관심을 모았다. 이날 약평위가 급여 적정성이 있다고 판단해 급여화에 청신호가 켜졌다. 이 같은 소식에 정치권도 바로 응답했다.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척수성 근위축증 치료제의 약평위 통과를 환영합니다"는 제목의 SNS 글을 올렸고,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도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첫 약평위 심의에서 졸겐스마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 적정성이 인정됐다"며 "보다 어려운 국민을 더욱 두텁게 보호한다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 철학에 맞는 결정"이라고 반겼다. 척수성 근위축증이 소아의 유전성 희귀질환이라는 점, 유일한 치료제가 막대한 비용이 든다는 점에서 건강보험 적용 여부에 관심이 가는 건 인도주의 차원에서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다만 이날 약평위에 오른 국내 개발 의약품이 2개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해외 제약사의 초고가 약만 조명을 받는 것 같아 아쉬운 생각이 든다. 약평위는 대웅제약이 개발한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펙수클루정'과 아이큐어가 개발한 '도네시브패취'에 대해서는 평가금액 이하 수용 시 급여 적정성이 있다며 조건부 통과시켰다. 펙수클루정은 HK이노엔의 케이캡과 같은 P-CAB 계열 약물로 지난해 12월 허가를 받고, 케이캡에 이어 두번째로 급여시장을 노리고 있다. 지난해 11월 허가를 받은 도네시브패취는 알츠하이머 치매에 가장 많이 쓰이는 도네페질 제제를 최초로 패취제형으로 만든 약물이다. 두 약물 모두 계열 내 최초 신약(퍼스트 인 클래스· first-in-class)은 아니지만, 높은 시장성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개발사들도 해외진출까지 염두에 두며 막대한 비용을 쏟아부어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비교적 규모가 큰 대웅제약까지는 아니더라도 2018년 코스닥에 상장한 아이큐어는 도네페질 패취 개발에 사운을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년 아이큐어의 매출액은 642억원. 반면 졸겐스마를 개발한 노바티스의 작년 매출액은 516억달러, 우리 돈으로 약 66조원에 달한다. 신약 개발에 수천억원이 든다는 점에서 많아봤자 매출 1조원 내외의 우리 제약사들은 그야말로 모험을 거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렇게 탄생한 국내 개발 신약도 1년에 손에 꼽는다. 이렇게 태생부터 차이가 나지만, 급여 적정성 평가는 동일한 잣대를 적용한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다른 나라에서 '차별'이라고 항의하기도 한다. 때문에 국내 개발 신약에 약가를 우대하는 일은 요원한 상황이다. 국내개발 의약품인 펙수클루와 도네시브패취는 퍼스트클래스가 아니어서 대체약제가 있다는 이유로 대체약제 가중평균가 이하로 급여등재를 요구받고 있다. 즉 기존 약보다는 더 싸야 한다는 것이다. 의약품 개발에 모든 걸 바친 것 치고는 너무 냉정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이런 결과로는 국내 제약사들이 재차 신약개발에 도전하기 버겁다. 국내 제약을 지원하지 않으면 글로벌 시장에서 똑같은 출발선에 서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국내 개발 의약품의 약가 우대 정책이 필요한 이유다. 공정을 내세워 정권교체를 이룬 윤석열 정부가 국내개발 의약품에 적용되는 약가가 과연 공정한 것인지 잘 살펴보길 바란다. 지금의 잣대로는 글로벌 제약사만 배 불리게 해 계속 그 속에서만 신약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된다. 과연 가난한 국내 제약사들은 성공한 신약을 잘 키워낼 수 있을까. 금수저 흙수저 논쟁은 제약 시장에서도 똑같이 적용되고 있다.2022-05-17 14:55:52이탁순 -
[기자의 눈] 달라진 씨티씨와 어닝서프라이즈[데일리팜=이석준 기자] 어닝서프라이즈(earning surprise). 기업이 발표한 영업 실적이 시장의 예상치를 훨씬 초과하는 것을 뜻하는 경제 용어다. 씨티씨바이오가 달라졌다. 1분기 영업이익(연결 기준)만 87억원을 기록하며 어닝서프라이즈를 시현했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영업손실을 냈던 점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환골탈태다. 1분기 매출액은 502억원이다. 산술적으로 올해 2000억원을 넘어설 수 있다. 지난해 외형은 1403억원이다. 주력 사업인 인체약품군과 동물약품군 모두 선전했다. 특히 인체약품군 매출은 내수(307억원)와 수출(309억원) 모두 전년의 절반 가까이를 1분기 만에 달성했다. 1분기 실적이 표면적 어닝서프라이즈라면 잠재적 어닝서프라이즈도 존재한다. 회사의 동물약품군 대표 제품 '씨티씨자임'은 세계적으로 높은 곡물가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매출 급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제품은 아시아 최초이자 세계 두 번째로 개발된 사료용 소화효소제다. 동물약품 사료첨가제 분야에서 국내 최초 미국 허가를 받았다. 대표 R&D 모멘텀도 대기 중이다. 올 3분기 발기부전 및 조루 복합제(CDFR0812) 3상 결과를 공개한다. 약 800명 규모 대규모 3상이다. 회사는 4월 28일 CDFR0812 3상 환자 투약을 마쳤다. 4주 관찰기간 이후 통계분석을 한 후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식약처 보완요청이 없으면 연내 허가가 가능하다. 국내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규모는 2500억원 수준이다. 10% 점유를 가정하면 내년부터 매년 수십억원 영업이익 발생을 기대할 수 있다. 조루발기부전 복합제는 비급여로 허가 후 바로 출시가 가능하다. 새로운 경영진 구성은 사업제휴 등 또 다른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대케 한다. 씨티씨바이오는 지난해 이민구 더브릿지 대표, 에스디비인베스트먼트(조영식 에스디바이오센서 의장 지분 100%), 조용준 동구바이오 대표가 비슷한 시기에 지분을 대거 매입하면서 경영권이 변경됐다. 작년 9월 최대주주가 이민구 대표로 변경됐고 올 2월 이민구 대표 단독 체제로 전환됐다. 3월에는 조영식 회장도 경영참여를 선언했다. 동구바이오제약과는 이미 'CDFR0812' 사업 제휴를 맺었다. 조영식 회장도 향후 사업 개입 여지가 높아지고 있다. '큰 손' 조 회장이 합류하면 씨티씨바이오의 사업 규모는 현재와 180도 바뀔 수 있다. 올 1분기 실적 어닝서프라이즈를 시현한 씨티씨바이오. 앞으로 실적은 물론 R&D와 새 경영진을 앞세운 어닝서프라이즈를 남겨두고 있다.2022-05-16 11:49:49이석준 -
[기자의 눈] 약사회의 '약 배송' 저지 우려되는 점[데일리팜=김지은 기자] 비대면 진료 법제화 드라이브 속 약사사회가 요동치고 있다. 비대면 진료 전문 의원은 물론이고 비대면 조제 전문 약국까지, 본격적 제도 시행 전부터 그간의 상상과 예측이 곧 현실이 되고 있다. 현재 추진 중인 비대면 진료 제도화에 대해 우선 대한약사회는 ‘약 배송’ 저지 쪽으로 대응 노선을 정했다. 비대면 진료 법제화는 이미 기정사실화 된 상황에서 일선 약국은 물론 국민 안전에 가장 타격이 될 수 있는 부분을 공략하겠단 계산이다. 최근 진행된 2차 이사회에서 약사회는 약 배송, 화상투약기 도입 저지를 슬로건으로 결의대회를 진행한 데 더해 최근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도 대면 투약 원칙 고수를 목적으로 가동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약사회가 비대면 투약에만 집중한 채 비대면으로 이뤄질 조제에 대해선 간과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실제 비대면 진료 제도화에 대한 약사회의 대·내외적 입장에서 비대면 조제에 대한 측면은 빠져 있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보건의료발전협의체(이하 보발협) 회의에서 약사회가 현재 운영 중인 비대면 조제 전문 약국에 대한 문제를 어필해 “위반 여부 등을 검토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현재로서는 뚜렷한 정부 방침이나 움직임은 요원하다. 문제는 한시적 비대면 진료가 허용된 상황에서 현재 운영 중인 약국들에 대한 당장의 조치나 단속이 아닌, 제도화 이후 비대면 조제 허용으로 인해 우려되는 부분들에 대한 고려와 대응이 부족하단 점이다. 정부가 별다른 방침을 정하지 않고 있고, 약사회가 대면 투약 원칙 고수만을 외치는 이 시점에 동료 약사들의 불편한 시선은 아랑곳 하지 않는다는 듯 도심 한복판에 하나 둘 간판도 없는 조제전문 약국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쯤 되면 일부 약사가 농담처럼 이야기하는 누가, 어떻게 처방전을 검수하고 조제했을지도 모를 ‘조제 공장’이 현실화 되는 건 시간 문제일 수 있다.2022-05-12 14:50:31김지은 -
[기자의 눈] 원료약 자급률 향상, 지체할 수 없는 숙제[데일리팜=정새임 기자] 국내 원료의약품의 해외 의존 심각성이 대두되며 지난해부터 한국제약바이오협회를 중심으로 제약업계에선 원료 자급률을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코로나19로 해외 원료 수급이 힘들어진 데다 글로벌적으로도 공급망 재편 움직임이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원료 수급 난항으로 약을 제 때 충분히 생산할 수 없으면 국민 건강권을 해친다는 점에서 정부 차원에서 원료 자급률을 높일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하지만 1년이 넘도록 구체적인 자급률 향상 방안은 좀처럼 나오지 않고 있다. 모두가 손 놓고 있었던 건 아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보건산업정책연구센터는 지난해 12월 '국내외 원료의약품 산업 및 정책 연구 보고서(연구책임자 정순규 책임연구원)'를 발간하고 국내 원료의약품 산업 실태와 지원 방안을 제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미국·유럽의 자국산 원료의약품 등록 비율이 30% 이상인 반면, 한국은 14%에 불과했다. 인도와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았고,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중국으로부터의 원료 수급에 차질이 컸다. 특히 중국에 대한 수출입 비중이 매우 높은 편인데, 중국은 정치적, 경제적 이슈로 인한 산업 환경 변화가 매우 커 적절한 조치와 지원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2016년 한국 사드 배치, 2017년 이에 따른 중국의 경제 보복 조치 , 2018년 중국산 발사르탄 사태, 2020년 코로나19 봉쇄 조치 등 상황으로 중국 원료 수출입이 영향을 받았다. 중국보다는 덜하지만 인도 역시 가짜약, 허위서류 등 논란이 불거졌으며, 인도산 원료도 결국 출발물질이나 중간체 공급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 생산이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보고서는 자급화가 우선적으로 필요한 품목들을 선별하고 이들을 중심으로 지원 정책을 확대해나가자고 제언한다. 범부처 컨트롤타워를 수립하고 약가 우대, 고부가가치 API 생산연구 개발 지원, 필수의약품 등의 원료 약가 및 조세특례, 공동 R&D 지원 등이 거론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지난해부터 원료약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안정적 공급을 위한 관리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문제는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거는 컨트롤타워가 없다 보니 모든 논의가 파편적이고 지지부진하게 이어진다는 점이다. 이대로라면 몇 년 뒤에도 같은 논의를 쳇바퀴 돌 듯 반복하고 있을 것 같다. 원료약 산업은 국민 관심도가 높은 사안도 아니고, 당장 문제가 크게 불거지지도 않다 보니 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기 일쑤다. 10일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정부 직속 컨트롤타워 격인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 설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혁신위에서 원료의약품 자급화 문제를 도외시하지 않기를 바란다. 미국, 유럽뿐 아니라 인도, 일본 등 해외는 정부가 앞장서서 자급화 리스트를 도출하고, 자급률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책을 시도하고 있다. 이미 우리는 '요소수 사태' 등 해외 의존도가 높아 발생한 사회적 문제들을 목격해 왔다. 원료의약품 자급률 향상은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급박한 숙제다.2022-05-12 06:16:51정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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