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무관심 속 길 잃은 전문약·일반약 재분류
- 이정환
- 2022-05-20 16:36:18
-
가
- 가
- 가
- 가
- 가
- 가
- PR
- 약국경영 스트레스 팡팡!! 약사님, 매월 쏟아지는 1000만원 상품에 도전하세요!
- 팜스타클럽

전문약을 일반약으로 전환하거나 일반약을 전문약으로 전환하는 제도를 활성화하면 소비자의 의약품 선택권과 복약 안전성을 높이고, 일반약 산업을 활성화하는 동시에 건강보험재정을 안정화할 것이란 명제에 반기를 드는 이는 없었다. 정부도 약사회도 제약사도 약학계도 의약품 재분류 체계 선진화가 가져올 이점에 대해 모두 동의한 셈이다.
문제는 그 누구도 의약품 재분류 정책 개선을 위한 도화선에 불을 붙일 주체가 없다는 점이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아직 제대로 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의약품 재분류 정책에 쉽사리 손 대기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약사회 역시 과거 안전상비약 편의점 판매 허용을 언급하며 의약품 재분류 정책 방향을 쉽게 설정하기 어렵다며 난색을 표했다. 괜스레 긁어 부스럼을 만들 수는 없다는 얘기로 들렸다.
제약사들은 규체당국인 식약처와 자사 의약품을 취급할 의사, 약사들이 재분류 관련 합치된 의견을 내지 못한 데다 되레 직능 갈등을 벌이고 있는 점을 들어 기업 입장에서 특정한 목소리를 명확히 내기 힘들다고 했다. 더욱이 전문약의 일반약 전환 활성화는 제약산업 입장에서 당장 시급한 의제가 아니라고도 했다.
모두가 각자 다른 입장을 들이미는 상황에서 더 아이러니한 것은 어느 누구의 주장도 틀리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의약품 재분류 선진화 방안을 취재하는 내내 기자는 '고요한 강물에 괜한 작은 돌멩이 하나를 던지는' 기분을 느꼈다. 평온하고 고요한 수면을 억지로 부서뜨리는 감정이었다. 어느 누구도 의약품 재분류 개선책을 본격적으로 화두에 올리고 싶어하지 않은 이유에서다. 취재원 누군가 얼결에 기자에게 토로한 "폭탄돌리기 같다"는 설명에 전적으로 공감이 갔다.
하지만 해외 선진국 상황은 달랐다. '스위칭 OTC'로 불리는 의약품 재분류 제도가 정례화된 데다 의사 처방이 필요 없는 의약품인 '비처방약' 즉 일반의약품 전반을 관리하는 정부 규제당국이 빠짐없이 존재했다. 미국, 캐나다, 일본, 호주, 영국 등이 체계적으로 전문약의 일반약 전환 정책을 운영 중이었다. 여러가지 이유로 재분류 제도가 제자리에 꽁꽁 매인 우리나라와는 상반된 선진국 모습을 엿보며 일견 부러움마저 느껴졌다.
의약품 재분류 정책은 앞서 말했듯 소비자 선택권과 의약품 안전에 긍정 영향을 미치는 동시에 건보재정 건전성 개선에도 탁월하다. 실제 미국은 일찌감치 건보재정 위기 타파를 위한 한 축으로 일반약 활성화를 기초로 한 셀프 메디케이션 정책을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일반약 활성화를 위한 대책으로 제약사들의 신제품 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내용의 표준제조기준 확대 정례화 정책만 작년부터 가까스로 시행 중인 상태다.
해외 선진국 사례에 비춰 볼 때 의약품 재분류 정책 선진화는 정부가 앞장서야 한다는 생각이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와 식약처가 의약품 재분류 선진화가 가져올 이익과 재분류 정례화 도입 필요성, 일반약 전담 정부 조직 신설 필요성 연구를 시작으로 제대로 된 정책 비전 설정에 나서야 한다.
이미 다수 의약품 선진국에서 도입·시행 중인 정책을 제대로 연구조차 하지 않는다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낼 초석을 놓기란 불가능하다. 무관심 속 갈 길을 잃어버린 의약품 재분류 제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지금부터 찾아 나가야 한다.
정부가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역할을 하도록 약사회와 제약사, 약학계도 꾸준히 필요성을 어필하고, 소비자 이익과 건보재정 건전성을 최우선에 둔 각자 입장을 분명히 전달해야 한다. 모두가 의약품 재분류 제도의 방관자로 남는다면 전문약과 일반약 전환 정책은 물론 건보재정 건전성마저 후퇴 수순을 밟게 된다. 굳이 콕 집어 지적하지 않아도 당연한 얘기다.
관련기사
-
"일반약 전환 상시화하고 정부 전담조직 신설해야"
2022-05-16 06:00:52
-
약처방→장바구니→더담기…의료쇼핑 부추기는 플랫폼
2022-05-16 06:00:48
-
해외선 20년 전 일반약 전환…전문약 옷 벗을 후보는?
2022-05-09 06:00:52
-
해외는 상시 의약품 재분류…한국은 10년 째 제자리
2022-05-02 06:00:52
- 댓글 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주세요.
오늘의 TOP 10
- 1무상드링크에 일반약 할인까지…도넘은 마트형약국 판촉
- 2실리마린 급여 삭제 뒤집힐까...제약사 첫 승소
- 3췌장 기능 장애 소화제 국산 정제 허가…틈새시장 공략
- 4임상 수행, 사회적 인식…약국 접고 캐나다로 떠난 이유
- 5안과사업부 떼어낸 한림제약…'한림눈건강' 분할 속내는
- 6대웅 '엔블로', 당뇨 넘어 대사·심혈관 적응증 확장 시동
- 7주사이모 근절..."신고포상금 최대 1천만원" 입법 추진
- 8비상장 바이오 투자 건수↓·금액↑...상위 6%에 40% 집중
- 9“약 수급불안 조장”…제약사 거점도매 정책 약사회도 반발
- 10'엘라히어' 국내 등장…애브비, ADC 개발 잇단 성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