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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병원약사와 작가의 삶, 둘 다 무척 맘에 듭니다"

  • 정혜진
  • 2017-07-17 12:14:55
  • 장편소설 '무한의책'으로 돌아온 김희선 작가

김희선 작가
2년 전 단편소설집 '라면의 황제'를 발간해 데일리팜 독자와 만났던 김희선 약사(45·강원대 약학대)가 장편소설을 들고 돌아왔다.

오전에는 병원 약제실에 근무하는 약사로, 오후에는 소설을 쓰는 작가로 삶의 균형을 잡아가고 있는 김희선 작가가 신간 '무한의 책'을 발간했다.

'무한의 책'은 지난달 28일 현대문학에서 발간한 장편소설로, 다수의 시공간에 복수의 인물과 신이 등장해 펼쳐지는 '종잡을 수 없는' 이야기. 이러한 이야기를 집필한 김희선 작가에게 작가와 약사의 생활에 대해 들었다.

데일리팜과 인터뷰한 지 2년 만이다. 당시 인터뷰 당시 장편소설을 쓰고 있었다고 말했는데.

그렇다. 이 소설은 2015년 3월부터 연재 준비를 시작했다. 그간 일부를 써두었던 몇 편의 장편 소설이 있었는데, '현대문학'에서 연재 제의가 들어왔을 때 그 중 한 가지를 선택한 거였다. (김희선 작가는 '작가세계'로 등단했다)

1년 5개월 간 연재했다. '현대문학'에서 가장 오래 연재한 소설 중 하나일 것 같다. 연재는 2016년 9월에 마쳤고, 최대한 빨리 퇴고 후 책을 내기로 했는데, 원고지 약 2500매에 달하는 긴 분량이라 퇴고하는 데에 시간이 꽤 오래 걸렸다.

중간에 여러 가지 일로 바빠 좀 더 지체됐는데, 무엇보다 소설 쓸 땐 엄청 빨리 한 번에 써버리고 퇴고할 때 몇 번씩 읽고 또 읽으며 고치는 스타일이라 막바지 작업이 더 오래 걸렸다.

소설에 대해 소개해달라. 제목 '무한의 책'부터.

원래 연재 당시 제목은 '계시'였다. 소설에 신들이 내려오고 스마트폰에 '계시'라는 이름의 앱이 뜨는데, 처음 구상할 당시 그 장면을 생각하며 자연스럽게 '계시'라는 제목을 붙였다.

장편이든 단편이든, 소설을 처음 쓸 때 항상 제목과 하나의 이미지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이번 소설 이미지는 하늘을 새카맣게 뒤덮은 채 내려오는 신들의 무리였다.

제목은 퇴고 과정에서 다시 지었다. '무한의 책'이란 제목은 여러 이유에서 새로 떠오른 건데, 막상 바꾸고 보니 원래부터 그 제목을 가지고 있었던 듯 마음에 들었다.

장편소설을 쓰며 흔히 생각하는 어려움은 없었나.

약 1년 반을 연재했지만, 소설을 쓰거나 이야기를 이어가는 데에는 거의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연재가 매월 이어지다 보니, 원고를 쓰고 퇴고를 하고, 원고를 넘긴 후 일주일 가량을 쉬다 다시 또 원고를 쓰는 한 달 간의 패턴이 반복되다 보니 시간이 어떻게 갔는 지 모르겠다.

처음 이 소설의 초고는 원고지 약 600~700매 정도 되는, 지금보다 많이 짧은 작품이었다. 연재를 마치더라도 약 1000매 정도 되는 완성작이 나오게 될 거라 예상했는데, 막상 이야기를 시작하자 작품 속 등장인물들의 수많은 사연들이 저절로 생겨났고, 그래서 분량은 생각보다 훨씬 길어졌다.

그런데, 쓰는 동안 소설의 결말은 나 역시 모르고 있었다. 이번 책 작가후기에 '모든 등장인물에게는 그들만의 정해진 운명이 있다'고 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니 소설가는 (나의 경우엔 그렇다) 자기 작품 속에 어떤 세계와 그 안에서 살아가는 특정한 인물을 만들어줄 뿐이다. 그 다음엔 소설 속 인물들이 스스로 자기들 갈 길을 가는 것이다.

작가는 그들의 궤적을 따라가며 그들이 하는 말을 듣고 옮겨 적을 뿐이다. 그런 사실을, 이번 장편소설을 연재하며 새삼 깨달았다.

약사들이 소설에서 특히 흥미롭게 느낄 만한 부분이 있다면?

내가 사는 도시 인근에서 매년 한우축제를 하는데, 그때마다 수백 마리의 소가 한꺼번에 도살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 때 인간의 본질, 신의 속성(신을 믿지 않기에 이런 사유가 더 가능했다고 여겨진다)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이 책의 주요 이미지인 파충류를 닮은 신의 형상이 떠올랐다. '파충류의 뇌'라는 별명을 가진 편도체에 대한 상상도 이 소설의 핵심을 이루는 이미지 중의 하나인데, 아마 약사님들이라면 이런 부분에 관심을 가지실 수도 있겠다. 또 주인공 중 한 사람인 스티브가 약물 중독에 시달리고 있는데, 이것도 약사님들이 흥미롭게 생각할 부분 중 하나가 아닌가 한다.

아니, 생각해보니, 소설의 세계관 자체가 약사님들에게는 매우 흥미롭게 느껴질 것 같다.

약사로서 생활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병원에서 파트타임으로 근무하기 때문에 큰 무리 없이 약사 업무와 소설 집필 둘을 모두 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약사로서의 일상은 다른 약사님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일을 하면서 소설을 쓸 수 있는 내 상황이 무척 마음에 든다. 약사로서의 일과 소설가로서의 일은 서로가 서로에게 긴장이 되고 자극이 된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약학이라는 분야 자체가 나에게 언제나 상상의 원천으로 작용하는 면도 있어 글을 쓰는 데에도 꽤 도움이 된다.

나는 전에도 밝혔지만, 약국에서 일하고 계신 약사님들을 존경한다. 내가 꽤 오래 약국을 운영했었기에 더더욱 그렇다. 아픈 사람들을 만나 대화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약을 짓고, 이 모든 일들이 나에게는 여전히 놀랍고도 대단하게 여겨진다.

사실 굉장히 힘든 일이라는 것을 안다. 하루 종일 조제하고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이러다 보면 때로 신경이 완전히 마모되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런 것을 내색하지 않고 다시 스스로를 가다듬으며 다음날 같은 자리에 서지 않나.

그래서 약국에 계신 약사님들 모두가-물론 이미 잘 알고 계시겠지만-꼭 이걸 아셔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하고 계신 일이 얼마나 숭고한 것인지를 말이다. 약국 현장에서 떠난 지 10년이 가까워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 깊이 이런 생각이 든다. 환자와 마주하는 현장에 서있는 약사님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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