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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타트

리베이트 오명 덮어쓴 CSO, 그 탈출구는 어디인가

  • 안경진
  • 2017-11-23 06:15:00
  • CSO직원 "범죄자 취급 서럽다" VS 제약사 직원 "CSO때문에"

22일 제약바이오협회 강당에서 개최된 미래포럼 현장
"유통, 생산으로부터 자유로운 토탈 마케팅 업체를 꿈꾸며 CSO 업계에 발을 들였지만 각종 매체에선 불법 리베이트의 창구로만 묘사하고 있다. 이전보다 몇배나 영업활동에 열을 올리고 있음에도 범죄자로 취급받는 것 같아 서러울 때가 많다"

현장 | 데일리팜 제29차 제약바이오산업 미래포럼 지상중계

올해 초 CSO 업체로 이직했다는 한 영업사원은 22일 데일리팜 미래포럼 현장에서 이 같이 토로했다. 반면 정반대의 시각도 존재한다.

국내 상위제약사의 영업교육 담당자는 "지방 영업지점에서 간담회를 할 때면 CSO 업체들의 불법 영업행위 때문에 점점 힘들어진다고 아우성이다. 제약바이오협회를 통해 해결방안을 찾아달라는 요청을 자주 받는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서 제기됐던 발언은 국내 제약산업 현장에서 CSO(Contract Sales Organization)가 안고 있는 상반된 문제들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고 해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데일리팜이 제 29차 제약바이오산업 미래포럼의 주제로 CSO를 선정하게 된 배경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국내 제약산업에서 CSO 기업이 등장한지도 어느덧 17년차. 제약산업육성지원 5개년 계획으로 CSO 육성안이 포함되면서 유통구조 투명화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던 때가 불과 4년 전이지만, 리베이트 쌍벌제(2010년)와 투아웃제(2014년)의 연타를 거친 뒤로는 CSO를 향한 시각에 하나둘 색안경이 씌워지기 시작했다.

오늘날 언론보도를 통해 비쳐진 CSO는 일방적 계약파기나 지급수수료 다툼, 불법 리베이트 제공과 같은 문제를 일으키는 '트러블 메이커'일 뿐이다. 영업 마케팅 전문업체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던 일부 업체들마저 도매금으로 넘겨지고 있다.

'선진모델? 불법창구? 낯선 두얼굴'을 주제로 마련된 이날 미래포럼에선 CSO를 바르게 정착시키기 위해 시급한 조치들이 논의됐다. 제약업계와 유통업계, 법무법인과 보건복지부에 이르기까지 120명의 다양한 관계자들이 자리한 가운데 CSO의 명암을 짚고, 궁극적으로 제약산업 발전을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17년차 맞는 국내 CSO 시장, "정확한 집계조차 어려워"

국내 최초 CSO의 출현시기는 통상 유디스 인터네셔널(Uthis International)이 설립됐던 2000년으로 간주된다. 그로부터 17년이 경과한 오늘날, 국내 CSO 시장은 연 9000억~1조원대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혹자는 국내 활동 중인 CSO 업체를 2000곳 정도로 추산하지만, 1인 소사장 형태나 2~5인 중소형, 제약사 분사형 등 음성적 형태를 합칠 경우 3000~5000업체로 늘어난다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정확한 통계조차 존재하지 못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제약업체 등과의 계약을 통해 의약품 등의 마케팅과 판매 활동에 관한 일련의 서비스와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라고 명시된 CSO의 정의를 들여다봐도 여전히 모호하다.

이에 비해 영국(CSO MR 점유율 18.2%)이나 독일(14.4%), 미국(12.3%), 프랑스(10.0%) 등 해외 국가들은 CSO 업체들의 활동이 제법 활발하다(2015년 기준). 2015년 CSO MR 점유율이 5.9%에 불과했던 일본 역시 일본CSO협회(JCSOA)를 갖추고 있으며, 2021년까지 10%대로 규모를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국가의 CSO 활용 동향을 살펴보면 양적 확대와 다양한 서비스 신장을 엿볼수 있다. (출처: 김광호 전 대표 발표자료)
이날 포럼에 참석한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CSO가 안고 있는 문제들의 근본원인을 여기에서 찾았다. CSO의 정의가 제대로 확립돼 있지 않다는 것. 비교적 모범적인 영업활동을 펼쳐 온 '착한 CSO'들까지 불법 리베이트의 온상으로 취급받는 것도 그러한 탓이다.

의약품유통협회에서도 오랜기간 자문을 맡아온 류충열 전 초당대학교 겸임교수는 "CSO에도 정통이 있고, 짝퉁이 있다. 정통과 짝퉁을 구분하긴 커녕 품목도매업자조차 CSO의 일종으로 바라보다보니 CSO가 변질되는 원인을 제공하고, 실태파악도 할 수 없게 만든다"며, "짝퉁CSO들이 불법 리베이트를 비롯한 모든 문제를 촉발시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연장선상에서 "CSO가 약사법령의 제도권 밖에 존재하다보니, 불법행위에 대한 처분 및 관리가 불가능하다"는 문제도 함께 짚었다.

류 교수는 "CSO를 제도권으로 불러들여 당국의 관리, 감독이 가능해지게 만드는 것만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며, "CSO 관리에 필요한 제반 규정을 약사법령에 신설하고, MR을 계약사에 파견할 수 있도록 노동법령도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CSO, "제대로만 한다면…단점보다 장점이 많아"

제약산업의 중요한 파트너로서 기능하는 '착한 CSO'를 적극 육성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CSO의 순기능에 대해서도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날 주제발표자로 나선 김광호 전 보령제약 대표는 수년 전부터 CSO 활용론에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여 온 대표적인 인물. 2000년대 초반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 재직시절부터 보령제약 대표로 근무하기까지 40여 년간 제약업계에 몸 담으면서 다양한 CSO 업체들을 경험했다는 김 전 대표는 "CSO가 불법 리베이트의 온상으로 불리면서 부정적 측면만 부각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가 지속되선 안될 일"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주제발표를 맡은 김광호 전 보령제약 대표
김 전 대표가 몸소 체감한 바에 따르면, 제대로 된 CSO를 활용했을 때 단점보다 장점이 많다. 무엇보다 제약사들이 연구개발(R&D)에 집중하고, 신제품 개발에 성공할 수 있도록 돕는 필수 요소다. 영업마케팅에 쏟아야 할 에너지를 연구개발에 집중할 때, 비로소 글로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여력이 확보되고, 신속하게 시장에 접근해 성과를 거둘 수 있다.

비용효과성은 물론, 특정 제품이나 지역에 전문화된 영업이 강화되면서 영업활동의 유연성도 확보된다. 바이오 벤처기업의 경우 신제품 성과를 신속하게 달성하고, 재투자 기회를 얻는 것도 가능하다.

김 전 대표는 "CSO는 기본적으로 팔지 않은면 죽는다는 생각이 있어 절실함이 남다르다. 영업 마케팅 전문인력을 배출한다는 점에서 신규 인력을 창출할 수 있고, 퇴직인력을 재고용하는 기능도 담당한다"며, "해외에서는 흔히 생각하는 기초 서비스부터 간호사 업무 지원, 약사의 복약지도 보조에 이르기까지 CSO의 역할이 확대되는 추세"라고 소개했다.

아울러 "CSO의 개념정립부터 시작해야 한다. CSO 인증제와 수수료율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CSO 협회를 구성해 제도권 안으로 들여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2시간 30분가량 진행된 포럼에서 참석자들의 열기는 뜨거웠다.
포럼 참관차 자리했던 유철욱 유디스 인터네셔널 대표는 "국내 제약사들이 글로벌 시장으로 도약하려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지 않나. 제네릭에 치중하면서 영업사원들이 지금과 같이 활동하는 고비용 구조로는 더이상 벼텨내기 어렵다"며, "저비용 구조와 고객 친화력을 지닌 CSO를 적극 활용해야만 국내 제약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고 어필하기도 했다.

MR 자격제도·CSO 전수조사·표준계약서 등…다양한 방법론 대두

CSO를 올바르게 정착시킬 임무를 안고 있는 제약바이오협회는 고민이 많아 보였다. CSO 시장이 활성화 됐을 때 제약기업의 경영 효율화는 물론,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의약품 시장의 투명성 제공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데 공감하지만, CSO 변칙 활용이 시장 활성화의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고민들이다.

이를 위해 제시한 안건 중 하나는 'MR 자격제도 의무화'다. 현재 운영 중인 MR 자격제도를 의무화할 경우 의료현장의 접점에서 의약품 정보를 제공하는 전문가를 양성할 수 있다는 것. 그로 인한 부대효과도 상당하리라고 봤다. CSO의 음성적 활용을 차단할 수 있는 대안으론 CSO 실태조사가 거론된다. CSO의 자격, 기준을 재정립하기 위해 신고제를 도입하는 방법도 고려 대상이다.

(왼쪽부터)패널로 참석한 박성민 변호사, 장우순 실장, 박재우 사무관
패널로 참석한 제약바이오협회 장우순 실장은 "CSO의 음성적 활용은 유통 투명화와 윤리경영 정착 측면에서 반드시 해결돼야 할 문제"라며, "전체 MR의 17~20%가량이 참여하고 있는 MR 자격제도를 의무화 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CSO 실태조사와 더불어 신고제를 시행하는 것도 제도권 아래 편입할 수 있는 방법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방법상 차이는 있지만 정부기관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다만 CSO의 개념정립이 시급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차이를 나타냈다. CSO를 개념정립이 필요한 독립적인 주체로 바라보기 보단, 제약사와의 관계적인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시각이 반영된 탓이다.

보건복지부 약무정책과 박재우 사무관은 "CSO의 개념을 조직적으로 접근하기보단 기능적으로 정리해야 한다"며, "CSO를 별도의 독립적 주체가 아니라 제약사가 해야 할 일을 수행하는 손발과 같은 존재로 바라보는 게 복지부의 관점이다. 제약사에게 관리감독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유권해석도 그러한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포럼은 CSO의 바른 정착을 위한 정책이 마련되길 기대하며 마무리됐다.
내년부터 적용될 '경제적 이익 제공에 따른 지출보고서 작성 가이드라인'에서 CSO가 지원한 내역을 원 제약사가 직접 작성하도록 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복지부는 이러한 규정이 CSO에 의한 불법 리베이트 가능성을 사전차단할 수 있는 제어장치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 사무관은 "제약사 입장에서 CSO에 의한 불법 리베이트 위험까지 떠안아야 한다면 일명 나쁜 CSO 업체들이 자연스럽게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겠나. 현행법상 CSO를 활용한 리베이트가 적발됐을 때 가중처벌이 적용되므로 시장논리에 의해 양질의 CSO만이 살아남게 될 것"이라며, "관건은 착한 CSO와 나쁜 CSO가 구분될 수 있어야 한다는 데 있다. 제약사가 불법적인 리베이트 수단이 아니라 긍정적으로 CSO와 협력할 수 있도록 정책 방향을 이끌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지출보고서 작성 가이드라인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제약사와 CSO가 계약할 때 표준계약서를 이용해 책임 소재를 명확하게 한다면 상호관리가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며, "표준계약서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순 없겠지만 정책적 대안으로서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단계다. 현장에 적용했을 때 부작용은 없을지 추가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도 밝혔다.

박성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거시적인 측면에서 바라볼 때 더 많이 경쟁할수록 소비자가 혜택을 얻고, 사업자가 사회에 더 많이 기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게 법과 제도의 역할이 아니겠냐"며, "생물학적 동등성이 인정되고 품질관리가 되는 의약품들 사이의 주된 경쟁수단은 가격이다. 정책입안 과정에서 가격 경쟁의 혜택을 의료공급자와 수요자 중 누가 가져갈지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이날 포럼의 좌장을 맡은 성균관약대 이재현 교수는 "다소 시각차는 존재하지만 최근 일어났던 몇몇 사례로 인해 CSO가 제약업계에 끼치게 될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가 존재하는 듯 하다"며 "오늘 포럼에서 제시된 몇 가지 대안들이 보다 구체화되서 향후 정책으로 반영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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