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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위기를 지킨 대구 의료진들의 희망 메시지

  • 안경진
  • 2020-05-21 06:10:09
  • '그곳에 희망을 심었네' 엮은 이재태 경북대병원 교수

이재태 경북대병원 교수
[데일리팜=안경진 기자] "레벨D 방호복만 입었을 뿐인데도 땀이 나고, 숨이 막히고, 괜히 몸 이곳저곳이 가려웠다. 분명 바깥은 추운 날씨였는데, 숯가마 한가운데 있는 것처럼 땀이 줄줄 흐르고 호흡이 가빠왔다. 고글까지 습기가 차서 앞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때도 종종 있었다. 어지러울 때면 의자에 앉아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며 괜찮아지길 기다린다. " (박지원 칠곡경북대학교병원 63병동 간호사)

"2월 23일, 나는 일요일 동산병원 격리병동에 제일 먼저 들어가기로 결심하였다. 대구시의사회장이 코로나 격리병동에 먼저 들어감으로써 의사들의 봉사에 작은 물꼬라도 터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2월 24일 내가 근무하는 병원에 출근하여 열흘 정도 출근하지 못할 것에 대비한 준비를 하고, 의사회 사무처 임직원들에게 자리를 비우는 그 기간 동안 해야 할 사항들을 지시하였다. 집에 와서 생각을 해보니 현재의 어려움과 다가올 엄청난 일들이 머리에 계속 떠올라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 (이성구 대구시의사회 회장)

국내에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지난 1월 20일부터 지난달 28일까지 100일간 대구에서만 6852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전국 확진자의 64%에 해당하는 규모다. 코로나19로 생명을 잃은 249명 중 대부분이 대구 경북 지역에서 발생했다. 하지만 최근 2주새 해외 입국자를 제외한 확진자는 많아야 하루 1명 남짓 정도로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지난 3월 치열한 현장 속에 있었던 이재태 경북대병원 교수는 "대구가 코로나의 공격을 온몸으로 막았다"라고 회고한다. 이 교수가 엮은 '그곳에 희망을 심었네'(부제 코로나-19대구 의료진의 기록)에는 코로나19 진료현장을 지켰던 의료진 35명의 생생한 경험담이 빼곡하다.

책의 4부는 대구 생활치료센터 퇴소자들이 남긴 메시지로 구성됐다.
지역 출판사인 학이사에서 코로나19 대구 진료현장에서 있었던 의료인들의 기억을 우리 시대의 기록으로 남기자고 제안하고, 이 교수가 받아들이면서 출판여정이 시작됐다. 이 교수는 "아직 코로나19가 종식된 것은 아니나 땀과 눈물이 범벅이 됐던 일선 진료현장의 기억들이 사라져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라고 털어놨다. 조금이라도 생생할 때 기록을 남기자는 의지가 책을 완성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이 교수는 김미래, 박지원, 이은주 간호사의 도움을 받아 35명의 원고를 의뢰, 취합했다. 마지막 챕터에는 대구 생활치료센터 퇴소자들이 남긴 메시지도 담았다. 퇴소자들이 보내온 문자메시지는 텍스트로 저장하고, 손편지는 한장한장 사진촬영한 뒤 혹시 모를 감염에 대비해 소각하는 과정을 거쳤다. 국내 처음으로 도입된 대구1,2 생활치료센터의 센터장을 지낸 이 교수가 그 곳을 거쳐간 환자들에게 전하는 감사와 애정, 미안함의 표현인 셈이다.

총 350페이지로 구성된 책에는 언론에도 보도되지 않았던 의료현장의 내밀한 이야기들이 가감없이 담겼다. 대구 경북 주민들을 내 이웃으로 여기는 현지 의료진들부터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 전국에서 달려온 봉사인력까지 사연은 다양한데, 마음만은 하나다. 코로나19와의 전투에서 이기자는 것. 의료진들이 코로나19와 맞서 싸우며 느낀 공포와 피로, 환자들의 사연, 죽음에 이르는 환자들의 마지막 모습을 보면서 느낀 소회 등이 절절하게 묻어난다.

이 교수가 책에 담긴 당시 상황을 설명 중이다.
권영재 제2미주병원 진료원장의 '서부전선 이상 없다'라는 제목의 글을 보면, 긴박했던 한달 전 상황을 엿볼 수 있다.

"나름대로는 방역에 온갖 힘을 다 쏟았다. 4월 초 질병관리본부에서 나와 우리 병원 직원들을 전수 검사했다. 전원 음성이었다. 직원들은 길길이 뛰며 기뻐했다. 정신과 의사인 나는 의사이면서도 감염병에 대해서는 무지했기에 전 직원 음성이라는 결과만 보고 덩달아 좋아했다. 전 직원들과 축하의 의미로 점심을 햄버거 파티로 했다. 그러나 그 기쁨도 잠시, 이틀 뒤에 열이 나는 환자가 한 명 생겼다. 코로나19 바이러스 검사 결과 양성이었다. 다음 날 세 명에게서 열이 났고 검사에서 또 양성이었다."

이 병원은 코로나19 확진자가 쏟아지면서 지난 3월말 동일집단(코호트) 격리에 들어갔다. 이달 초 40여 일만에 격리에서 해제되기까지 모두 196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그 중 5명이 숨졌다.

당시 고위험군으로 분류되어 자가격리 조치를 받았던 권 원장은 "나이 탓으로 자가격리 처분되었지만 그래도 뿌리치고 직원들과 함께하지 못한 나 자신이 몹시 밉다. 집사람도 원칙을 지킨다며 나를 바이러스 취급해 밥도 따로 먹고 이야기할 때도 마스크를 낀다. 슬프다. "라고 표현했다. 병원 안에 환자와 직원들을 남겨둔 채로 직원들에게 줄 봉급이 모자란다는 걱정까지 해야 했던 현실적 괴로움도 담담하게 적었다.

이 교수는 '2020년 대구의 봄'이라는 제목의 서문에서 "대구가 코로나의 공격을 온몸으로 막았다"라며 "이 경험이 미래를 준비하는 데 도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6시간 미만의 단기 기억은 신경섬유 간의 접속에 의해 이뤄지나 그 이상의 장기 기억은 이를 위한 특별한 단백질의 생성이 필요하다"라는 의료진 다운 논리와 함께 "이 글집이 대구 의료현장을 기억하는 한가지 단백질이 되길 기대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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