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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브라우니 굽는 약사언니로 통하죠"

  • 강혜경
  • 2021-11-10 17:38:16
  • 이주연 약사(이앤약국)
  • "계량하고 결과물 얻어내는 일, 이과생이었던 나와 잘 맞아"
  • SNS 통해 일상기록·같은 취미 가진 사람들과 소통하며 '힐링'

[데일리팜=강혜경 기자] '크림치즈 월넛초코칩 쿠키. 좋아하는 거에 좋아하는 거 더하기, 말해뭐해 초코칩쿠키!'

이앤약국 이주연 약사.
'이제 머핀은 이 레시피로 정착하겠어요! 버터90g, 설탕 110g, 달걀 2개, 소금2g, 밀가루 190g, 베이킹파우더 6g, 우유 80ml. 오늘은 블루베리랑 레몬제스트 넣은 블루베리머핀'

'브라우니 굽는 약사언니'로 활동하는 이주연 약사(38, 서울대)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보고 있노라면 절로 군침이 돈다.

SNS계정만 보고는 그가 약사라는 사실을 인지하기 어려울 만큼 그는 소문난 베이킹 마니아다.

꽤 오랫동안 베이킹을 해왔을 법한 베이킹 실력과 플레이팅 솜씨, 사진 실력을 지닌 것 같지만 그가 베이킹을 시작한 건 불과 2년 여밖에 되지 않았다.

아이에게 감자튀김을 만들어 주기 위해 레시피를 찾던 중 한 블로그에서 가정용 베이킹을 접하면서 간단한 재료만으로 건강한 빵을 만들어 줄 수 있다는 매력에 빠졌, 블로그 운영자가 집필한 책 '사랑하는 내 아이에게 갓 구운 빵과 쿠키'를 사서 차례로 따라하게 됐다.

'브라우니 굽는 약사언니' 인스타 계정에는 그간 이 약사가 만들었던 베이킹들이 올라와 있다. 2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베이킹과 플레이팅에서 수준급 실력을 뽐낸다.
이 약사는 책자를 따라 만든 완성품들을 SNS에 올리게 됐고, 이탈리아에 거주하고 있던 책의 저자와 연락이 닿아 작년에는 한국에서 만남을 가지기도 했다.

레시피를 검색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블로그와 책자를 발견하고 무작정 따라해 보자 했던 것이 '판매를 하지 않겠느냐'는 제안이 들어올 만큼 일이 커지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주연 약사는 2년 전 겪은 슬럼프가 베이킹에 있어서도, 인생에 있어서도 큰 교훈을 가르쳐 줬다고 했다.

"몇해 전 운영하던 약국에 어려움이 생기면서 약사라는 직업에 회의를 느꼈었어요. 그런데 이미 엎지러진 물 앞에서 좌절하기 보다는 더 나은 상황을 만들고자 리프레쉬 여행을 떠나게 됐고 여기서 큰 충격을 받게 됐습니다."

새벽 4시 30분 일출을 보며 패들보트를 타는 수업이 있어 덜컥 신청을 했지만 고민도 컸다. 새벽 4시에 낯선 곳에서 홀로 이동하고 움직인 다는 데 대한 불안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숙소를 나서는 순간 많은 사람들이 청소를 하고, 운전을 하고, 강습을 들으며 부지런히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미라클 모닝'에 도전하게 됐다는 것.

그는 일찍 일어나 매일 빵을 굽게 됐고, 2년간 매일 아침 루틴이 돼 버렸다.

힘들었던 시기가 그에게는 터닝포인트가 돼 하루를 일찍 시작해야겠다는 각오를, 시간을 쪼개 살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으며 멘탈과 몸을 돌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약사는 베이킹 클래스도 기꺼이 참여하며 배움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뭔가를 열심히 배워보는 게 오랫만이다. 학교에 다닐 때부터 계량하고 결과물을 얻어내는 일들을 했었는데 베이킹도 유사한 부분이 있다. 정량을 측정하고 온습도에 따라 조금씩 다른 결과물을 얻어내는 과정이 닮아있다"고 말했다.

주변에서 말하는 이주연 약사는 '열정만수르', '취미부자'다. 그는 베이킹 외에도 필라테스, 클라이밍, 폴, 꽃꽂이 등 동적이고 정적인 취미를 가리지 않고 도전하고 있다.

"약사가 되기까지 사실 공부만 했었기 때문에 할 줄 아는 것들이 많지 않아요. 이제부터라도 하지 못했던 것들을 하나 둘 배워야겠다고 마음 먹게 됐죠."

그는 "10년 이상 약사로 살다보니 남을 돌보는 일에는 익숙하지만, 미처 본인을 돌보지 못하는 경우들을 심심찮게 발견하게 된다"며 "소모가 많은 각박한 일상에서 나를 채울 수 있는 일로써 이러한 취미들이 나를 돌릴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베이킹과 운동은 나를 사랑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주연 약사가 운영하는 이앤약국은 을지로입구역사 내에 위치한 지하철 약국이다.

'병원없이 장사가 되겠느냐'는 주변의 우려도 있었지만, 사람들과 얘기하는 걸 좋아하는 그에게는 생각 이상으로 지하철 약국이 잘 맞는다는 평가다.

"주로 직장인분들이 많으신데 지하철 약국을 운영하며 가장 좋은 점은 당장 불편한 증세로 약국에 들렀던 분들이 상담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이에요. 조제 전문약국은 기다리고 있는 다른 환자들 때문에 긴 시간 상담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지만 여기서는 충분히 얘기를 듣고, 조언해 줄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는 블로그도 운영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이 베이킹을 주로 다룬다면, 블로그는 약사로서의 일상과 그의 소소한 다짐들도 담겨 있다.

베이킹과 집밥, 약사를 아우를 수 있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싶다는 이 약사의 현재 블로그.
"예전에는 SNS가 남의 행복을 들여다 보는 일이라고 생각해 잘 하지 않았었는데, SNS를 통해 같은 취미를 가진 누군가와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꼈고 또 스스로 일상을 기록하다 보니 한달 전의 나, 일년 전의 나와 현재를 비교해 볼 수 있어 내가 얼마나 발전했는지도 한눈에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블로그를 통해 그는 '베이킹'과 '집밥', '약사'를 아우를 수 있는 컨텐츠를 만들어 보고자 구상하고 있다.

"일상 기록의 의미도 있지만, 제가 블로그를 통해 정보를 얻은 것처럼 누군가에게 제 블로그도 정보가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지만 현재는 구상만 하고 있는 과도기 단계입니다. 약사로서의 일상도 제 삶의 일부이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도움되는 컨텐츠들을 생산해 내려고 노력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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