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실 쪼개기' 약국 개설 제동…법원 "의료기관 시설 변경"
- 김지은 기자
- 2026-09-09 12:04:35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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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기관 시설서 제외 후 별도 호실 분리·매각…약국개설 신청
- 법원 "일련 과정 약국 개설 위한 분할·변경으로 봐야"
- 내부통로 차단·출입구 달라도 병원과 20m…"장소적 관련성 밀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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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팜=김지은 기자] 병원에서 공간을 분리한 뒤 별도 호실로 매각하고 건축물대장상 용도까지 약국으로 변경했더라도 일련의 과정이 약국 개설을 목적으로 의료기관 시설 일부를 분할·변경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 약국을 개설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특히 법원은 병원과 약국 사이 내부통로가 차단되고 출입구까지 분리됐더라도 같은 건물 같은 층에서 외부 통행로를 따라 약 20m 거리에 위치한다면 장소적 관련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대전지방법원 제2행정부는 최근 약사 A씨가 당진시장을 상대로 제기한 약국개설등록신청 수리불가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사건은 A약사가 2024년 8월 당진시 소재 한 건물 1층 일부에 약국을 개설하기 위해 등록을 신청하면서 시작됐다.
당진시는 같은 달 A약사에게 약사법 제20조 제5항 제3호에 해당한다며 약국개설등록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장 시설기준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약국 개설 예정지가 과거 의료기관으로 개설 신고된 공간이었고 이를 분할·변경 또는 개수해 약국을 개설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A약사는 이에 불복해 행정심판을 청구했지만 기각됐고 이후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쟁점이 된 건물은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당초 건물 전체가 의원으로 사용됐고 1층은 외래진료실과 입원실 용도로 설계됐다. 약국 개설 신청지는 설계도면상 입원실로 표시돼 있었다. 다만 해당 공간은 2014년 7월부터 2015년 5월까지 제3자에게 임대돼 방문요양센터로 사용되기도 했다.
상황이 본격적으로 바뀐 것은 2023년이다. 의원 개설자는 2023년 당진시에 의원 부지 일부를 변경한 후 약국 개설이 가능한지를 문의했다. 당진시는 약사법 제20조 제5항에 따라 약국 개설이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의원 측은 같은 해 8월 약국 개설 예정지를 포함한 1층 일부를 의료기관 시설에서 제외하는 변경신고를 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건물을 집합건축물로 전환해 1층을 각각 별도 호실로 구분한 뒤 약국 예정지를 포함한 일부 호실을 제3자에게 매각했다. 소유권 이전과 함께 집합건축물대장상 해당 호실의 용도도 '약국'으로 변경됐다.

새 소유자는 2024년 1월 다시 당진시에 약국 개설 가능 여부를 문의했지만 당진시는 같은 이유로 개설이 불가능하다고 회신했다. 결국 A약사가 해당 공간을 임차한 뒤 정식으로 약국개설등록을 신청하면서 행정처분과 소송으로 이어졌다.
A약사 측은 해당 공간이 실제 의료기관 입원실로 사용된 적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장기간 의료기관 이외의 용도로 사용됐고 이후 의료기관 시설 범위에서도 공식적으로 제외됐다는 것이다. 또 의원과 약국 예정지의 출입구와 내부통로가 분리돼 공간적·기능적으로 독립돼 있고 의원과 약사 사이에 담합 가능성도 없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의료기관 시설 또는 부지 일부를 분할·변경 또는 개수해 약국을 개설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 만큼 당진시 처분이 위법하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재판부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약사법상 '의료기관의 시설 또는 부지'를 실제 진료가 이뤄지는 진료실이나 처치실, 입원실 등으로 한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의료기관의 개설·운영 범위에 편입돼 있고 객관적으로 의료기관과 일체로 관리되거나 외관상 의료기관 일부로 인식될 수 있는 시설이나 부지도 포함된다는 것이다.
해당 공간이 과거 방문요양센터로 사용된 사실 역시 결론을 바꾸지는 못했다. 방문요양센터로 사용된 기간은 약 10개월에 불과했고 이후에는 의원 개설자가 해당 건물에서 의원을 계속 운영하면서 이 공간을 휴게실·운동실 등으로 관리·사용한 것으로 법원은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같은 사용 역시 의료기관 개설자의 지배·관리 아래 같은 건물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해당 공간은 여전히 의원 시설 일부에 해당한다고 봤다.
"약국 가능하냐" 문의 후 시설 제외…법원, 과정 주목
이번 판결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법원이 단순히 약국 신청 당시 건축물대장이나 공간 형태만 판단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재판부는 의료기관 일부를 분리하는 과정 전후의 시간적 흐름을 중요하게 살폈다.
의원 개설자는 2023년 7월 당진시에 부지 일부를 변경한 후 약국 개설이 가능한지 먼저 문의했다. 이후 해당 공간을 의료기관 시설에서 제외했고, 건물을 별도 호실로 나눠 집합건축물로 전환했다. 이후 해당 공간은 제3자에게 매각되고 건축물대장상 용도까지 약국으로 바뀌었다.
재판부는 이 같은 선후관계를 볼 때 의료기관 시설 변경신고가 해당 공간을 '약국 개설이 가능한 장소로 분할·변경하기 위한 절차의 일환'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더욱이 의료기관 시설에서 제외된 이후 약국 용도로 변경될 때까지 해당 공간이 실제 다른 용도로 사용된 적도 없었다.
법원은 다소 시간적 간격은 있지만 결과적으로 의원 시설 일부로 사용되던 공간이 약국 개설을 위한 장소로 분할·정리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물리적으로 의원과 약국을 분리했다는 주장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에 따르면 의원과 약국 예정지는 같은 건물 1층에 위치하지만 출입구가 각각 별도로 마련돼 있고 두 공간 사이의 내부통로도 차단돼 있다. 재판부는 이를 두고 "일응 양 공간 사이에 일정한 물리적 구획이 이루어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인정했다.
그럼에도 장소적 독립성이 충분하다고 보지는 않았다. 의원과 약국 출입구가 모두 건물 외부 환자 통행로와 연결돼 있고, 의원 이용자가 출입구를 나온 뒤 외부 통행로를 따라 약 20m만 이동하면 약국 예정지에 도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법원은 같은 건물 같은 층에 있고 의원에서 약국까지 이동이 자연스럽게 단거리 내에서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두 공간이 장소적으로 밀접하게 근접해 있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의료기관에서 공간을 분리한 이후 일정한 물리적·행정적 절차를 거쳤다는 사실만으로 약국 개설이 당연히 허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재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약사법 제20조 제5항 제3호는 의료기관 시설이나 부지 일부를 분할·변경 또는 개수해 약국을 개설하는 경우 등록을 제한하고 있다.
재판부는 이 규정의 취지를 의료기관과 약국 사이의 공간적·기능적 독립성을 확보해 의약분업의 실효성을 유지하고 담합 가능성을 근원적으로 방지하는 데 있다고 봤다. 다만 법원은 의료기관과 같은 건물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약국 개설을 제한할 수 있다는 취지로 판단한 것은 아니다.
이번 판결은 약국 개설 제한이 영업의 자유와 재산권 행사를 제한하는 만큼 합리적인 범위를 넘어 확장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기존 법리를 전제로 했다. 과거 의료기관 시설이었던 공간이라도 시간적·공간적 근접성이나 담합 가능성 등을 따져 사실상 의료기관 시설 일부를 직접 약국으로 분할한 것과 동일하게 볼 수 있는 경우에 제한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약국 개설 가능 여부를 사전에 문의한 직후 의료기관 시설에서 해당 공간을 제외하고 별도 호실로 분리·매각한 뒤 약국으로 용도를 변경한 일련의 과정, 여기에 의원과 약국 사이의 밀접한 장소적 관계까지 종합해 개설 제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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