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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동전담약사 배치했더니 약물 불일치 절반 이상 감소

  • 김지은 기자
  • 2026-08-26 06:00:44
  • 요약
  • 입원환자 다학제팀서 확인된 병원약사 중재 효과
  • 입원부터 퇴원까지 약물관리…다학제 회진·처방 최적화 역할
  • 국회서 열린 병원약사회 정책토론회서 이민지 약사 연구 결과 발표
이민지 서울대학교병원 임상약료파트장

[데일리팜=김지은 기자] 입원환자 다학제팀의료에서 병동전담약사의 역할을 확대하고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기존 조제·감사 중심의 병원약사 역할에서 벗어나 병동에 직접 참여해 입원부터 퇴원까지 환자의 약물치료 전 과정을 관리하는 다학제팀의 일원으로 역할을 확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병동전담약사의 약물관리와 처방중재가 약물 불일치를 줄이고 처방 반영률과 환자안전을 높인다는 국내 연구 결과도 제시됐다.

이민지 서울대학교병원 임상약료파트장은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입원환자 다학제팀의료, 필수의료를 지키는 협력의 힘' 정책토론회에서 '입원환자 다학제팀의료에서 병동전담약사의 역할과 발전 방향'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 파트장은 병동전담약사를 입원환자의 안전하고 효과적인 약물치료를 위해 담당 병동의 의약품 관련 포괄적인 업무를 전담하는 약사로 정의했다. 기존 병원약사가 조제·감사·불출 등 의약품 중심의 업무와 처방전 검토에 상대적으로 집중했다면 병동전담약사는 병동에 상주하면서 다학제팀의료에 참여하고 처방 전후 적극적인 약물 중재와 최적화를 담당하는 것이 차이다.

고위험 의약품 모니터링과 약물이상반응 예방은 물론 입·퇴원 과정에서 환자 맞춤형 복약상담까지 담당하는 형태다.

약물 불일치 절반 이상 줄여…"병동약사 배치는 투자"

이 파트장은 병동전담약사가 필요한 가장 큰 이유로 입원환자의 치료 이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약물정보의 단절'을 꼽았다.

발표에 따르면 해외 문헌에서는 입원환자의 27~54%에서 의도하지 않은 약물 불일치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치료 이행 단계별로 보면 입원 시 50% 이상, 병원 내 전동 과정에서는 60% 이상, 퇴원 시점에서는 70% 이상에서 약물 불일치가 발생했다는 연구도 있다.

이 파트장은 "치료가 다음 단계로 넘어갈 때 약물정보가 끊어지고 그 사이에서 오류가 발생한다"며 "끊어지는 약물정보를 이어주는 역할을 병동전담약사가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병동전담약사 배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국내 연구 결과도 소개했다. 병원약학교육연구원의 지원으로 진행된 연구에서는 연구군과 대조군 각각 173명을 성별과 연령, 병동 주진단 등에 맞춰 비교했다.

대조군에서는 간호사 인터뷰를 통해 입원 시 약력을 검토한 반면 연구군에서는 약사가 환자를 직접 인터뷰해 약력을 검토하고, 필요한 경우 중재와 임시 처방 발행까지 수행하는 방식으로 약물 불일치를 관리했다.

그 결과 입원 시 비의도적 약물 불일치 발생은 연구군에서 대조군 대비 절반 이상 감소했다. 입원 전 사용약의 처방 반영률 역시 대조군 31.8%에서 연구군 66.5%로 2배 이상 높아졌다. 약사가 실시한 처방중재 13건 가운데 12건이 받아들여져 중재 수용률은 92.3%에 달했다.

약사 중재로 예방한 잠재적 약물이상 사례는 13건이었으며 이를 국내 진료비 기준으로 환산한 총 추정 회피비용은 510만원이었다.

이 파트장은 "실제 위해가 예상된 사례만 반영한 최소 추정치임에도 510만원의 결과가 나왔다"며 "병동에 약사를 배치하는 것이 단순히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 투자라는 점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발표에서는 병동전담약사가 실제 다학제팀에서 담당할 구체적인 업무 모델도 제시됐다. 연구진은 41편의 해외 문헌을 분석하고 병원약사와 대학병원 간호사, 약대 교수, 대학병원 의사 등 14명을 대상으로 두 차례 델파이 조사를 진행해 병동전담약사의 5개 핵심 업무 영역과 26개 세부 항목을 도출했다.

우선 환자가 입원하면 24시간 이내 정확한 약력을 작성하고 기존 복용약과 입원 후 처방 간 불일치를 파악·조정한다. 상호작용과 중복처방을 검토하고 다약제 복용 환자를 대상으로 집중적인 약물검토를 실시하는 것도 병동전담약사의 역할이다. 재원 기간에는 매일 처방을 검토·중재하고 신기능과 간기능에 따른 용량 조절, 약물이상반응 모니터링 등을 수행한다.

다학제 회진과 컨퍼런스에도 직접 참여해 의사 등 의료진에게 필요한 의약품 정보를 즉시 제공한다. 입·퇴원 시 환자와 보호자를 대상으로 복약상담을 실시하고 고위험 의약품에 대해서는 별도 교육도 담당한다. 퇴원 단계에서는 중복되거나 불필요한 약물을 최종 점검하고 외래와 지역약국까지 연계해 환자의 치료 전 과정에서 약물관리가 단절되지 않도록 하는 역할이 제시됐다.

다학제 회진에 약사가 직접 참여했을 때의 효과도 소개됐다. 해외 연구에서는 약사가 조제실에서 처방만 검토했을 당시 약 800건이었던 처방중재가 병동에 상주하며 회진에 참여한 이후 1900건으로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파트장은 약사가 처방전만 볼 때와 달리 환자 곁에서 생활습관과 영양상태 등 보다 많은 정보를 확인하면 이를 토대로 약물치료를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중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약물 관련 의문점을 회진 현장에서 바로 해결하면서 환자당 회진시간이 오히려 단축됐다는 연구 결과와 의사와 역할을 분담하면서 의사가 약물 관련 업무에 사용하는 시간을 43% 이상 줄였다는 연구도 제시했다.

"중증병동부터 시범사업…수가·인력 뒷받침돼야"

문제는 제도적 기반이다. 전문가 조사에서 처방중재·권고와 다학제 회진·컨퍼런스 참여가 병동전담약사의 필수 업무라는 데 높은 수준의 공감대가 형성됐다. 반면 제도화의 주요 장애요인과 촉진요인으로는 '수가와 인력'이 5점 만점에 4.93점으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우선 병동전담약사를 배치할 필요성이 높은 곳으로는 노인·내과계·외과계 병동을 비롯해 중환자실, 장기이식병동, 혈액종양내과, 신경과·신경외과 병동 등이 제시됐다.

배치 기준은 다약제 사용 환자 비율과 고위험 의약품 사용 밀도가 높은 병동을 우선하는 방식이다. 우선 배치 병동에는 약사가 상주하고 나머지 병동은 진료과와 연계해 지원하는 혼합형 운영 모델이 제안됐다.

이 파트장은 병동전담약사 제도화를 위해 중증도가 높은 병동부터 다학제팀 단위의 시범사업을 추진할 것을 제안했다. 단순히 약사를 배치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학제 회진 참여와 처방중재 실적, 중재 수용률 등을 반영할 수 있는 세밀한 성과지표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병동전담약사 배치 수가 역시 시범수가로 시작해 성과를 확인한 뒤 본수가로 전환하는 단계적 도입 방안을 제시했다. 치료 이행기 약물관리를 국가 차원의 환자안전 전략으로 규정하고 병동전담약사 상주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할 필요성도 강조했다.

특히 현재 제한돼 있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투약이력 조회에 대한 약사의 접근 권한 확대도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이 파트장은 "병동전담약사는 환자의 치료 과정 전 주기에서 의약품 사용을 관리한다"며 "약사가 다학제팀의 팀원이었을 때 그 효과가 여러 근거에서 확인됐다. 이제 개별 병원의 선의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다학제팀이라는 제도 위에서 지속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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