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급락에 유상증자 반토막…바이오, 시설투자·R&D '비상'
- 차지현 기자
- 2026-08-13 06:00:52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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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증 조달액, 툴젠 701억→240억·HLB제약 1200억→608억
- R&D·임상·운영자금 잇단 축소…당초 사업계획 차질 불가피
- 추가 하락 가능성도…후속 자금조달 땐 지분희석 우려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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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팜=차지현 기자]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주가 하락으로 유상증자 발행가액이 대폭 낮아지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자금 조달 규모가 줄면서 연구개발(R&D)과 생산시설 투자 등 당초 계획했던 사업 추진에도 차질이 생길 전망이다. 기업이 추가 자금조달에 나설 경우 지분희석과 오버행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유상증자 발표 후 주가 66.0% 급락…조달액도 65.7% 줄어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툴젠은 최근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유상증자 1차 발행가액을 주당 3만950원으로 확정했다. 지난 5월 유상증자 결정 당시 제시한 예정 발행가 9만200원보다 65.7% 낮은 가격이다. 이에 따라 예상 모집총액은 기존 701억원에서 240억원으로 65.7% 줄었다.
툴젠 주가가 유상증자 결정 이후 큰 폭으로 떨어진 영향이다. 툴젠 주가는 지난해 8월 초 2만원 후반대에 머물다 같은 해 11월 6일 7만5028원까지 올랐다. 올해 들어 다시 상승세를 타면서 지난 5월 12일에는 13만6074원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이 회사 주가는 5월 중순 대규모 유상증자 발표를 전후로 주가 흐름이 급격히 꺾였다. 유상증자 발표 직전인 5월 14일 종가 기준 12만3471원이던 주가는 5월 15일 9만5114원으로 하루 만에 23.0% 급락했다. 이후 5월 28일에는 6만160원으로 내려왔고 7월 9일에는 3만4117원까지 떨어졌다. 8월 11일 종가는 4만1950원으로 유상증자 발표 직전보다 66.0% 떨어진 수준이다.

툴젠은 1999년 설립된 유전자교정 전문 바이오 기업이다. 크리스퍼-캐스9(CRISPR-Cas9)을 비롯한 유전자가위 플랫폼을 기반으로 치료제·종자 사업과 특허 라이선스 사업을 영위 중이다. 지난 2014년 코넥스 상장 후 2021년 12월 코스닥시장으로 이전상장했다.
툴젠이 이번 유상증자에 나선 이유는 글로벌 크리스퍼 특허분쟁 대응을 위해서다. 툴젠은 미국에서 브로드연구소와 크리스퍼-캐스9 진핵세포 유전자교정 원천특허 우선권을 놓고 저촉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크리스퍼 RNP 관련 특허침해 분쟁에도 대응하고 있다. 특허 권리범위와 유효성을 확보해야 향후 라이선스와 로열티 수익으로 연결할 수 있는 만큼 대규모 법률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반면 자체 현금 여력은 제한적이다. 올 1분기 말 연결기준 툴젠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57억원으로 전분기 말보다 39.9% 감소했다. 단기금융상품 등을 포함한 현금성자산은 246억원으로 지난해 판매관리비와 맞먹는 수준이다. 여기에 지난해 지급수수료로만 122억원을 지급한 점을 감안하면 특허분쟁과 R&D를 동시에 감당하기에는 여유가 크지 않은 실정이다. 이에 회사는 내부 유보자금으로 특허분쟁과 연구개발을 동시에 진행하기 어렵다고 판단, 유상증자에 나선 것이다.
툴젠은 이번 유상증자로 조달하는 자금을 특허분쟁 대응과 R&D, 운영비 등에 사용할 예정이었다. 조달자금 가운데 저촉심사와 특허침해소송 법률비에 264억원을 투입하고 치료제·종자 등 R&D에 290억원, 인건비와 지급수수료 등 판매관리비에 148억원을 사용하겠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예상 조달액이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면서 당초 자금 사용 계획도 대폭 수정됐다. 특허분쟁 법률비는 174억원으로 34.0% 줄었고 R&D는 67억원으로 76.9% 축소했다. 판매관리비는 이번 유상증자 자금 사용계획에서 전액 제외됐다. 제한된 자금을 특허분쟁 대응에 우선 배정하면서 R&D와 일반 운영자금이 후순위로 밀린 셈이다.
특히 회사는 특허 저촉심사와 침해소송이 예상보다 장기화하면 법률비가 더 늘어나 R&D 일정이 지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허분쟁에서 불리한 결과가 나오면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고도 기대했던 라이선스·로열티 수익을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또 현재 발행가액은 1차 발행가액으로 주가가 추가로 하락하면 최종 조달액이 더 줄어들 수도 있다.
바이오주 부진에 조달액 잇단 축소…엔젠바이오·HLB제약 반토막
최근 바이오 업종 주가 부진이 이어지면서 유상증자 조달 규모가 당초 계획보다 줄어드는 사례가 늘어나는 모습이다.
유한양행 연구개발 자회사 이뮨온시아는 지난 5월 유상증자 최종 발행가액을 주당 4860원으로 확정했다. 앞서 이뮨온시아는 지난 2월 6일 보통주 1683만200주를 발행하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결정한 바 있다. 조달자금은 주력 파이프라인 PD-L1 표적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IMC-001'(댄버스토투그) 상용화를 위한 생산공정 구축과 R&D, 허가 등에 사용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주가가 떨어지면서 1차 발행가액은 6260원으로 낮아졌고 최종 발행가액은 4860원까지 내려갔다. 이에 조달액은 1차 발행가 기준 1054억원에서 최종 발행가 기준 818억원으로 22.4% 줄었다. 조달액이 줄면서 자금 사용목적도 바뀌었다. IMC-001 생산비를 유지하는 대신 R&D를 절반 가까이 줄였고 시판허가 비용은 전액 제외했다.
퓨쳐켐은 지난 7월14일 유상증자 1차 발행가액을 주당 6570원으로 제시했다. 회사는 5월 29일 보통주 338만9830주를 발행하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 예정 발행가액을 1만1800원으로 잡았다. 1차 발행가액은 예정가격보다 44.3% 낮아졌고 이에 따라 모집예정액도 400억원에서 223억원으로 44.3% 줄었다.
퓨쳐켐은 방사성리간드 치료제를 개발하는 바이오 기업으로 전립선암 치료제 후보물질 'FC705' 국내 3상과 미국 2b상 등 후기 임상을 진행 중이다. 이 회사는 유상증자를 통해 후기 임상과 후속 파이프라인 개발, R&D 인건비 등을 확보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조달액 감소에 따라 회사는 FC705 국내외 임상과 R&D 인건비, 방사성의약품 매입비를 줄였고 차세대 Ac-FC705 R&D 비용을 전부 제외했다.

HLB제약도 상황이 비슷하다. 이 회사는 지난 5월 13일 보통주 1076만2332주를 발행하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회사는 예정 발행가액 1만1150원 기준 120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8월 산정한 1차 발행가액은 5650원으로 예정가격보다 49.3% 낮아졌고 모집예정액도 608억7176만원으로 감소했다. 당초 계획보다 확보 예상자금이 49.3% 줄었다는 얘기다.
HLB제약은 향남 신공장 건설과 자체생산 확대를 위해 유상증자를 추진했다. 당초 공장 신축과 시설장비에 550억원, R&D에 250억원, 단기차입금 상환에 150억원, 원부자재와 외주가공비에 25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었다. 조달액이 줄자 회사는 R&D를 59억원으로 76.5% 축소하고 단기차입금 상환과 원부자재·외주가공비는 유상증자 자금계획에서 제외했다. 현재 모집예정액의 대부분이 신공장에 투입되면서 R&D와 운전자금은 별도 재원 마련이 필요한 구조가 됐다.
엔젠바이오도 주가 하락에 따라 유상증자 규모가 크게 줄었다. 회사는 보통주 715만주를 발행해 NGS 등 핵심기술 고도화와 전문의약품 유통사업 확대, 차입금 상환 등에 사용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예정 발행가액 3135원이 1차 발행가액 1074원으로 낮아지면서 모집예정액은 65.7% 감소했다. 이 회사는 조달액 감소로 핵심기술 고도화·사업확대 자금을 각각 79.9% 줄였다. 현재 조달예정액의 절반 이상이 사실상 채무상환에 쓰이는 구조로 바뀐 셈이다.
줄어든 조달액에 사업계획 차질…추가 희석 부담도 확대
업계에서는 조달액 감소가 자금 공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달액이 줄면 자금 사용 우선순위 조정이 불가피하고 이에 따라 후순위 R&D나 사업 투자 일정이 밀릴 가능성이 커진다. 결국 유상증자가 끝나더라도 부족한 재원을 추가로 마련해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주주 입장에서는 지분희석도 고민거리다. 유상증자로 신주가 늘어나면 기존 주주의 지분율과 주당 가치가 낮아질 수 있다. 여기에 기업이 부족한 자금을 추가 유상증자나 메자닌 채권 발행 등으로 다시 조달할 경우 희석과 오버행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더욱이 툴젠과 퓨쳐켐, HLB제약, 엔젠바이오 등은 아직 1차 발행가액 단계다. 구주주 청약을 앞두고 당시 주가를 반영해 2차 발행가액 등을 다시 산정하기 때문에 주가가 추가로 하락하면 실제 발행가격과 모집금액이 지금보다 더 낮아질 수 있다. 이미 한 차례 R&D와 임상·운영자금을 줄였는데도 추가 조정이나 외부 자금조달이 필요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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