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라 공부하게 될 줄 몰랐죠"…박사학위만 2개 받은 약사
- 강혜경 기자
- 2026-02-26 06: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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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사 출신 헬스커뮤니케이션 1호 박사' 모연화 약사, 약학박사 취득
- 2014년 첫 입학…돌고 돌아 12년 만에 학위 안아
- '청소년 약물기인 손상경험-자살위험' 14년간 추적 관찰
- 약물운전, 약물살인 이슈…"사회가 바라본 약, 약국, 약사 연구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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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팜=강혜경 기자] '사람들이 먹는 건 약일까, 약의 메시지일까? 그럼 약의 메시지를 어떻게 만들고 전달해야 왜곡없이 믿고 먹게 할 수 있을까?'
약국에서 다양한 증세의 여러 환자들을 만나며 했던 고민이 그를 약사 출신 헬스커뮤니케이션 1호 박사로 이끌었다.
이번에는 약과 관련한 사회현상에 대한 문제의식이 두 번째 박사학위 취득의 동기가 됐다. 2014년 시작한 약학박사 과정은 헬스커뮤니케이션에 밀리기도 했지만, 마침내 2026년 2관왕의 쾌거를 이루게 했다.
"스물 다섯까지는 이렇게 열심히 안 살았는데..." 휴베이스 부사장을 맡고 있는 모연화 약사(48·이화여대)는 인터뷰 요청을 한사코 거절했지만, 그가 공부를 멈추지 않는 이유가 궁금했다.
병원약사 시절부터 개국을 했던 당시는 물론 현재까지도 그의 스터디 플랜은 늘 꽉꽉 짜여 있다.
약사로 취득한 2개의 박사학위는 물론 10여편의 논문연구는 20여년간 그가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지를 대변한다.
"우울해서 타이레놀을 사먹었다고?"
이번 박사학위 논문은 '한국 청소년의 약물기인손상경험과 자살위험간 인과성 평가'를 주제로 하고 있다.
상대의 성향이 F(Feeling)형인지 T(Thinking)형인지 알아보는 '우울해서 빵 샀어' 테스트처럼 일부 청소년들이 우울할 때마다 타이레놀을 먹는다는 기사와 13년째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자살이 증가하고 있다는 두 포인트가 영감이 됐다.
최근 해외는 물론 국내 청소년들 사이에서 한번에 많은 약물을 복용하거나 약을 섞어 먹는 'OD(Overdose)파티'가 유행하고 있는 것과도 맥을 같이 하는 부분이다.
의약품 접근성이 높아지면 자살이나 사회적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진다는 게 연구의 가설이었다.
"충동성이 높은 청소년기의 경우 호기심에, 주관적 규범에 의해 쉽게 OD를 경험할 수 있다는 거예요. 자살을 목표로 하지 않더라도, 스스로를 자해하는 손쉬운 수단 가운데 하나가 약이라는 거죠. 그래서 한 번이라도 의약품 과다 복용으로 응급실을 방문한 경험이 있는 청소년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을 비교해 추적 연구를 했죠."
연구 결과 지난 14년간 편의점 안전상비약 판매 같은 약국외 판매 정책으로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청소년 자살 비율은 무려 7배 높아졌다.
"약의 안전한 사용을 위해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제도적으로 판매를 제한하는 등의 논의를 시작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결론을 도출하게 됐죠."
'약국에서도 많은 약을 살 수 있는 거 아니야?' 혹자는 할 수 있는 질문이다. 하지만 헬스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그의 견해는 다르다.
"머뭇거림, 더듬거림, 안절부절 이런 비언어를 읽어내는 약사님들이 현장에 계십니다. 낌새를 알아채고 말을 거는 거죠. 환자가 원한다고 많은 약을 반복해 파는 약국은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왜 그렇게 공부를 해요? 뭘 하고 싶은가요?"
이쯤되면 빠지지 않는 질문이 '왜 이토록 공부하는 거지?'라는 부분이다.
연구 뿐만 아니라 성균관대 미디어문화융합대학원에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PR학개론과 헬스커뮤니케이션에 대해서도 강의도 하고 있다.
"사실 대학시절에는 학교도 잘 안나가고 공부에 뜻을 가져본 적도 없어요. 그런데 약사로 사회에 나오고, 환자들을 만나 보니 숱한 문제들이 있더라고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두 가지 능력이 '축적된 이론'과 '현장 경험'이었어요."
두 가지 모두가 충족되지 않는다면 '이론 뿐인 실무', '주장 뿐인 경험'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것. 가설을 세우고 이론을 가지고 와 썰을 풀고, 데이터를 수집하고 검증하는 '논증'이 그의 삶에서 중요한 이정표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의 목표는 학위를 사회 안에 녹여내는 부분이다.
"예전에는 전문직들이 전문성 하나만 있어도 살만했어요. 그런데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언제 어떻게 기회가 올지, 언제 어떻게 위기가 올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잖아요. 커지는 불확실성 속에서 끊임없이 공부하고, 사회에서 일어나는 현상에 대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는 거죠."
사회의 눈으로 바라본 약, 약국, 약사, 약의 메시지 같은 부분을 연구하는 '메시지 적합도 연구'는 그가 목표로 하는 분야다. 약, 약국, 약사가 결국 사회와 공존하고 있고, 뗄레야 뗄 수 없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최근 이슈가 되는 약물 운전, 약물 살인 역시 마찬가지다.
"그간은 약의 위험성의 메시지를 읽을 일이 별로 없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약물이 치료를 목적을 벗어나 남을 죽이거나 나를 죽이는 접근성 좋은 도구로 인식될 수 있다는 거죠. 앞으로 닥칠 사회에서 약물의 적정한 사용은 더욱 대두되고 강조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약은 신용재…약에 메시지를 담아라
헬스커뮤니케이션 박사 답게 그의 말 곳곳에는 커뮤니케이션이 녹아져 있다.
"약사의 말하기 핵심은 '어떻게 해야 본의가 잘 전달될까'에 있어요. 진짜 커뮤니케이션을 잘 한다는 것은 하고 싶은 말을 왜곡되지 않게 하는 능력이고 맥락에 맞게 말하는 거거든요. 환자의 건강을 증진하는 진심이 담긴 말하기는 수용률 역시 높을 수밖에 없어요."
그가 생각하는 약은 신용재다. 약사의 진심과 신뢰, 언어적·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이 어우러진 영역이라는 것.
그런 측면에서 약사의 개입 없이 소비자가 직접 약을 쇼핑하는 형태의 창고형 약국은 신용재를 상품으로 전락시키고, 약사의 역할을 판매원으로 평가 절하한다는 지적이다.
약국에서 약을 판매하는 행위가 단순 '판매'에 그치지 않고, 진정한 '약'이 될 수 있도록 상담하고 살피는 영역까지가 약사의 역할이라는 설명이다.
"스타트업 업계에서 '한 번 해봐, 아니면 다시 하지'라는 부분을 강조해요. 하지만 약에 대해서는 'To Do No Harm(Ensuring Patient Safety in Health Care Organizations)'이라는 격언이 적용돼요. 건강은 다시 없다는 거죠. 그런 관점에서 건강한 약물 사용에 관한 사회적 논의와 이슈화가 이뤄졌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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