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개발, 얼마나 빨리? 얼마나 좋게?
- 데일리팜
- 2013-11-11 06:4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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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용해 전 재미 한인제약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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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시장에 진출함으로써 선점효과의 혜택을 누리며 성공한 예는 Merck의 당뇨병 치료제인 자누비아다. 2006년, DPP4저해제로서 가장 먼저 개발을 마치고 type 2 당뇨병 환자들을 빠르게 흡수해 나갔다. 몇 년후 같은 타깃에서 경쟁약들이 줄을 이어 나오게 되는데 가브스 (Novartis, 2009년), 온글라이자 (BMS, 2009년), 네시나 (Takeda, 2010년), 트라젠타 (Boehringer Ingelheim, 2011년), 제미글로 (LG생명과학, 2012년) 등이었다. 그러나 자누비아에서 큰 흠결이 드러나지 않은데다가 후속 약들의 특장점도 시장에서 크게 부각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오늘날까지 자누비아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2012년도 자누비아의 시장 점유울은 DPP4 당뇨병 치료제 시장의 71%을 차지하였고 매출액은 약 8조원에 이를 정도로 블럭버스터로 우뚝 섰다. 시장에 먼저 나온 덕택에 성공한 사례인 것이다. 자누비아는 다른 경쟁약들 (갈브스, 온글라이자)보다 늦게 발견되었지만 임상개발단계에서 현명한 개발전략으로 앞서가서 남들보다 빨리 승인을 받아낸 약으로도 유명하다.
이외에도, 시장에 먼저 진출한 덕분에 성공을 거둔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Novartis의 글리벡도 그중 하나다. 2001년에 출시된 글리벡은 당시 치사율이 높아 공포에 떨던 백혈병 환자들로부터 기적의 항암제라는 찬사를 받으며 단숨에 시장을 장악해 나갔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후 BMS는 글리벡에 내성을 보이는 환자들에게도 좋은 효과를 나타내는 스프라이셀을 내놓았다. 이에 대한 수성 전략으로 Novartis는 그 1년후 타시그나를 개발하여 대응하였다. 스프라이셀과 타시그나는 모두 글리벡에 비해 우월한 효과를 보이는 2세대 항암제들이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가장 먼저 출시된 글리벡이 여전히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2012년 기준으로 이들 세 약의 시장 점유율은 각각 글리벡 70%, 스프라이셀 15%, 타시그나 15%이다.
앞의 두 예와는 달리, 개발은 늦게 이루어졌지만 개선된 품질로 인해 성공한 신약의 대표적인 예는 Pfizer의 리피토이다. 스타틴 계열의 신약으로서 처음 메바코 (Merck, 1987년)이 등장한 이래, 리피토는 조코 (Merck, 1989년), 프라바콜 (BMS, 1991년), 레스콜 (Norvatis, 1994년)에 이어 5번째로 시장에 진출하였다. 리피토는 메바코에 비해 무려 9년이 지난 후 등장한 늦둥이었지만 출시하자 마자 단숨에 스타틴 시장을 장악하였다. 리피토는 특허가 소실되기 직전인 2011년도의 매출액이 14조원에 이르게 될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리피토의 성공 요인은 역시 차별화된 품질이었다. 리피토는다른 스타틴 계열약들에 비해 심근경색증과 뇌졸증 발생을 크게 낮추는 등 약효면에서 뛰어났고 약물상호작용이 적은 장점을 지니고 있었다. 이러한 차별성 때문에 리피토는 시장에 나오자마자 빠르게 스타틴 시장을 평정하게 되었다.
리피토보다 7년뒤에 나온 크레스토 (AsteraZeneca)는 또 다른 best-in-class이다. LDL을 낮추고 HDL을 높이는 점에서 리피토의 약효를 뛰어넘는 장점을 지녔고 임상시험과정에서 동맥경화의 정도가 줄어드는 것을 직접 측정함으로써 의사들이 확신을 갖고 처방을 할 수 있도록 근거를 제공하였기 때문이다. 크레스토의 2012년 매출액은 약 6.5조원이었다. 리피토와 크레스토의 성공을 보면서 신약은 뒤늦게 나오더라도 품질면에서 우월하다면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한편, 가장 먼저 나온 약과 품질이 개선된 약이 서로 균형을 이루며 성공을 거둔 약들도 있다. 비아그라와 씨알리스가 그 예이다. 1998년, 비아그라는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에 가장 먼저 등장한 덕분에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며 승승장구 하였다. 5년후 강력한 경쟁약인 시알리스가 업그레이드 된 품질을 바탕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시알리스는 비아그라에 비해 약효가 더 빨리 나타나고 약효가 지속되는 시간도 더 길었다. 또, 고지방 식사후 복용시 흡수가 줄어드는 비아그라와 달리, 시알리스의 흡수는 식사와 관계없는 등 장점이 있었다. 씨알리스는 이런 차이를 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워 시장을 공략하였지만, 시장을 선점한 비아그라와 팽팽한 각축전을 벌인 끝에 결국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서로 균형을 이루게 된다. 2012년 글로벌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비아그라 47%, 시알리스는 44%를 차지하게 된다. 결국 둘 다 승자가 되었다.
이처럼, 더 빨리 만들어진 신약과 더 좋게 만들어진 신약간의 경쟁은 다양한 형태로 진행된다. 그렇지만, 가장 먼저 나온 약도 아니고 가장 좋은 약도 아닌 채 시장에 나서는 약들은 태생적으로 힘든 경쟁을 감수하며 생존 전략을 짜야 한다. 따라서, 현재 개발 도중에 있는 약들은 가장 먼저 나갈 수 있는지 아니면 품질이 우월할 수 있는지를 따져보고, 만약 어느 쪽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면 자신들의 빠르기와 품질이 과연 경쟁력이 있을 것인지 냉정히 평가해 봐야 한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경쟁약과 비교하여 빠르려면 얼마나 빠르고, 품질이 좋다면 얼마나 좋아야 성공을 거둘 수 있는 걸까? 가장 빠르지 못 하다면 어느 정도의 빠르기면 그런 대로 괜찮을까? 또, 약효는 좀 미흡하지만 가장 먼저 나온 신약과, 품질이 우월하지만 두번째로 나온 신약중에선 어느 쪽이 더 성공가능성이 높을까?
얼마전, 이런 의문에 참고가 될만한 흥미로운 분석이 나왔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신약들이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기 위해선 빠르기와 품질중 어떤 요인이 더 중요한지를 조사하였다. 그들은 1990년부터 2010년까지 시장에 나온 15개 타깃의 53개 신약을 분석하였다. 우선 first-in-class와 best-in-class를 비교분석하기 위해 시장에 나온 순서를 매기고 품질의 등급을 고-중-저의 3등급으로 분류하였다. 그리고 가장 먼저 나온 신약이 품질도 가장 좋은 경우 그 가치를 100%로 상정하고 각 시나리오별로 상대적인 가치를 %로 환산하였다.
분석결과를 보면, 품질이 미흡하더라도 (중급) 가장 먼저 나온 신약은 92%의 가치를 지니는데 반해 더 나은 품질로 두번째 나온 신약은 88%의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즉, 품질이 크게 떨어지는 상황이 아니라면 먼저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더 좋은 (고급) 품질로 시장에 두번째로 나서는 것보다 다소 유리하다는 것이다. 역시 마찬가지로, 중간 정도의 품질로 두번째로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더 좋은 품질이면서 시장에 세번째로 나올 경우보다 그 가치가 다소 높았다 (58% 대 50%). 이처럼 시간에서 한발 앞서 나가는 것이 품질에서 한발 앞서가는 것보다 다소 유리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차이는 그리 크지 않았다. 또한, 품질이 저급일 경우, 첫번째로 나와도 40%의 가치밖에 지니지 않는 것으로 조사되었고 두번째로 시장에 나올 경우엔 그 가치가 10% 이하로 떨어졌다. 따라서 품질에 한계가 많을 경우엔 첫번째로 개발될 때를 제외하고는 상업적으로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경쟁약을 겨냥해 best-in-class 전략으로 개발하는 약들은 얼마나 빨리 따라가야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 우선 first-in-class 신약이 나온 후 2년내에 출시된 best-in-class 신약의 가치를 100%로 상정하고 상대적으로 더 뒤 늦게 나온 신약들의 시장가치를 분석하였다. 첫번째 약이 나온 뒤 2 년내에 따라잡지 못하고 2-5년이 지나서 시장에 나오면 아무리 품질이 좋아도 상대적 시장가치는 38%로 급격히 줄어들고, 5년이 넘을 경우엔 그 가치가 17%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런 분석 결과는 한정된 신약들만을 상대로 분석된 평균치라서 예외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들 결과는 best-in-class 신약들의 경우라도 시장에 나오는 타이밍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first-in-class신약은 뚜렷한 선점 효과를 가지며 두번째 이후로 개발된 best-in-class신약은 그만큼 성공 가능성에서 심각한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 그렇지만 여전히 많은 제약사들은 차별화에 대한 확실한 근거나 뚜렷한 전략적인 판단 없이 세번째나 네번째 또는 그 이후 순번에 해당될 지 모르는 신약의 개발에 매달리고 있다. 물론 이들중에도 성공을 거두는 신약이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약들은 단순한 ‘me too’신약에 그치고 시장에서 외면당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의미있는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냉정한 평가를 통해 다음의 질문들에 대해서 확실히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개발중인 약이 first-in-class가 될 가능성이 있는가? 없다면, 첫번째 약에 비해 특장점을 지닌 약을 빨리 (2년 정도 이내) 개발할 수 있는가? 없다면, 유사한 적응증으로 확대하거나 우월한 마케팅 조직을 활용하는 등의 전략으로 뒤늦은 시장진입에 대한 불리함을 만회할 수 있는가?
새로운 타깃을 찾아 first-in-class신약을 만드는 일에는 언제나 커다란 리스크가 따른다. 따라서 아직 글로벌 제약사와 같은 연구환경을 갖추지 못한 한국의 대부분 제약사들이 best-in-class 전략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렇다면 앞서 개발되는 경쟁약과의 시간차를 줄이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제때에 개발동향을 파악하고 연구력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경험 부족에서 나오는 시행착오를 줄이려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또, 한국의 제약사들은 개발 중간 단계에서 글로벌 제약사에에 라이센싱아웃을 목표로 개발에 나서고 있다. 라이센싱의 성사 가능성을 높이려면 글로벌 제약사의 관심 사항을 제대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그들은 일반적으로 새로운 타깃의 약, 즉 first-in-class 신약을 선호하고 있으며, 혹 기존의 타깃에서 개발된 신약일 경우엔 경쟁약과 시간 격차가 적은 약에 관심을 더 가지게 된다. 한국의 제약사들이 개발중인 자신들의 약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토대로 빠르기나 품질 개선에 집중하여 글로벌 시장에서 환영받는 신약이 많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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