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기사를 찾으시나요?
닫기
2025-12-27 06:37:02 기준
  • #HT
  • #GE
  • 약국
  • 데일리팜
  • 임상
  • GC
  • #병원
  • 약가인하
  • 유통
  • 신약

지위남용·부당거래거절, 불법 조장 제도라면

  • 최은택
  • 2014-02-06 06:14:59
  • 시장형제가 공정거래법에 저촉되는 이유

시장형실거래가제도 시행을 앞두고 K병원은 현 적용단가에서 20%를 더 할인한 금액으로 의약품을 공급하라는 공문을 제약사에 보냈다.

보험상한가와 공급단가 차액이 클수록 병원은 더 많은 이익을 합법적(저가구매 인센티브)으로 챙긴다.

그런데 건강보험법령상 이런 '합법적'인 요구가 다른 법률에는 저촉된다면 어떨까? 다국적의약산업협회 의뢰를 받아 법리검토를 한 법무법인 율촌은 이렇게 판단했다.

우선 K병원은 거래상 지위가 인정된다. 문제는 단가를 하향 조정할 합리적 사유가 없는데도 개별품목의 특성에 대한 고려없이 일률적으로 큰 할인폭을 요구한 것은 정상적인 관행에 부합하는 요구로 보기 어렵다.

또 제약사와 협의하거나 경쟁을 유도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할인폭 준수를 요구하는 것은 시장형실거래가제도의 취지에 반하며 자유로운 경쟁을 제한하는 처사다.

인하된 금액은 대부분은 병원의 이득으로 돌아간다. 소비자에게 미치는 긍정적 영향도 미미해 경쟁을 제한하는 부정적 영향보다 현저히 큰 소비자 후생효과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결론적으로 K병원의 요구는 공정거래법상 금지되는 거래상지위남용행위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아보이며, 이런 요구를 거절했다는 이유로 코드를 삭제하는 등 거래를 중단하면 부당한 거래거절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고 율촌은 판단했다.

5일 율촌의 검토의견을 보면, 시장형실거래가제도 아래에서 이뤄지는 병원들의 저가공급 요구는 크게 세 가지 행태로 나타난다.

원내처방 코드에 의약품을 등재시키는 조건으로 낮은 가격에 공급할 것을 요구하는 게 하나이고, 병원이 할인폭을 정해 그 가격수준에 공급할 것을 요구하거나 할인폭을 정하기 위해 가견적을 요구하는 행위가 다른 하나다.

마지막은 이 두가지 요구를 따르지 않을 경우 해당 의약품을 원내코드에서 삭제하는 등 거래를 거절하는 행위로 귀결된다.

율촌은 이들 행위는 K병원 사례처럼 공정거래법이 금지하고 있는 거래상지위남용행위, 부당한 거래거절행위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거래상 지위남용행위=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거래상 지위남용행위는 '자기의 거래상 지위가 우월함을 이용해 정상적인 관행에 비춰 부당하게, 상대방에게 불이익이 되도록 거래조건을 설정하거나 변경해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어야 한다.

율촌은 우선 제약사에게 저가공급요구를 하는 병원들이 거래상 우월적 지위에 있다는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일축했다. 공정위도 강남병원, 대우학원(아주대병원), 서울대병원 등의 거래상 지위남용행위 사건에서 의결을 통해 의료기관의 우월적 지위를 인정해왔다.

율촌은 또 일반적인 마진이 보장되지 않는 거래, 심지어 원가이하 공급을 강요하는 거래는 상관행에 비춰 '정상적인 관행'으로 보기 어렵다고 풀이했다.

여기다 일방적으로 가격을 통보하거나 가견적을 제시하는 것은 제약사의 가격결정 권한 자체를 배제 또는 제한하는 것으로 경쟁과 혁신을 통한 약가인하를 유도한다는 시장형실거래가제도의 취지에도 반한다는 게 율촌의 주장이다.

정상적인 거래관행을 벗어나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병원들의 저가공급요구는 환자가 보다 저렴한 가격에 의약품을 구입할 수 있게 된다는 결과가 보장된다는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이런 요구가 미치는 경쟁제한적 효과에 비해 소비자 후생 증대가 현저히 크다고 보기도 곤란하다고 율촌을 판단했다.

◆부당한 거래거절행위=특정병원이 저가공급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제약사와 거래를 거절해도 해당 업체가 다른 대체 거래선을 찾을 수 있는 만큼 거래거절로 인한 경쟁제한 효과가 크지 않다고 볼 수도 있다. 이런 경우 부당한 거래거절에 해당하는 지 의문이 제기된다.

율촌은 그러나 거래상 지위남용행위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수단으로 행해진 것이라면 개별 제약사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해도 부당한 거래거절행위에 해당된다고 판단하는 게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만약 다수 병원과 제약사로 이뤄진 시장에서 대체거래선을 이유로 부당한 거래거절 성립을 부인한다면 병원이 행하는 거의 대부분의 거래거절행위가 행태에 상관없이 부당 거래거절에서 제외되는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 법률전문가는 "병원의 부당한 저가공급요구를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고발하는 본안소송이 제기되면 명령규칙 심사청구를 통해 건강보험법시행령(시장형제)이 상위법(공정거래법)에 위배되는 문제도 다퉈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심사청구도 3심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오랜기간 시일이 소요된다"면서 "현재 논의되는 보험약가제도개선협의체에서 합리적인 해법을 찾는 게 더 적절해 보인다"고 귀띔했다.

한편 KRPIA는 이날 율촌의 '시장형실거래가 제도하에서 의료기관의 제약회사에 대한 의약품 저가공급요구의 공정거래법상 문제점 검토' 의견을 복지부에 제출하고, 저가구매 인센티브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 해주세요.
  • 댓글 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운영규칙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