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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그 여약사도 오늘 병원을 떠났다, 왜?

  • 김지은
  • 2014-08-13 12:24:59
  • 항암제 무균조제 등 위험에 노출...가임기 여성엔 치명타

항암주사제 조제는 별도 교육을 받은 전문약사가 무균조제실에서 특수 보호장구를 갖추고 진행해야 하는 고도의 작업이다.
일회용 수술복, 세겹의 장갑, 눈밑까지 덮어쓴 마스크.

여느 병원 수술실 모습을 떠올릴 수 있지만 상급 종합병원 약제부 항암 조제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이 장면은 그나마 상황이 좋은 일부 병원의 이야기다. 다수 중소병원 약사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고위험 항암 약물에 노출돼 있다.

병원약사들에게 피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은 #항암주사제 조제. 상대적으로 20~30대 가임기 여약사들의 근무가 많은 병원 약국에서 항암제 조제는 달갑지 않다.

약사이기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지만 항암제 주사조제의 높은 제반비용과 약사의 전문성이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 역시 약사들을 좌절하게 만들고 있다.

항암 조제, 환자도 약사도 생명 담보한 전문 영역…대우는?

항암주사제 조제는 일반 조제보다 10배 이상 시간과 수고가 수반된다. 처방전 검수만 해도 한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항암제 전문 약사가 검수하는 것을 감안해도 말이다.

극소수의 오차로도 환자 생명에 지장을 줄 수 있어 항암 파트 약사들은 처방전 검토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지속적으로 담당 의사, 팀의료진과 의사소통을 해야한다.

항암주사제를 조제하는 약사들은 극도의 위험에 노출돼 있는 형편이다.
실제 한 상급병원의 경우 항암주사제 조제의 경우 약사 검수 과정에서 처방전이 변경되는 사례가 한달에 수십건 이상에 달한다.

조제 과정은 그야말로 극도의 긴장 연속이다. 별도 무균조제실, 특수 장비를 갖추고 조제하지만 잠깐 실수로 주사 바늘에 찔려도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상급 병원들은 특수 처리 된 조제실과 무균조제대를 갖추고 있지만 대다수 3차병원, 중소병원들은 해당 장비가 갖춰져 있지 않다. 일부는 일반 조제대에서 항암주사제 조제가 이뤄지고 있는 있는 게 현실이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항암주사제 조제는 각 병동에서 의사나 간호사들에 의해 개별적으로 진행해 왔다. 하지만 의료종사자들의 건강상 문제가 제기되면서 약제부로 업무가 일임되는 추세다.

약제부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될수 있으면 가임기 여약사는 항암제 파트에 배치하지 않고 담당 약사는 지속적으로 로테이션하고 있다. 최대한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항암제 조제로 인해 병원을 이탈하는 여약사들도 적지 않다. 서울 한 병원 약제부 관계자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여약사는 배정하지 않으려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병원을 그만두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노출되는 것 자체를 꺼릴뿐만 아니라 만에 하나 실수로 주사바늘에 찔리거나 하는 등의 문제를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반 조제 10배 이상 인력·비용 소요…수가는 1640원 불과

단순히 약사들의 강도 높은 수고를 요구하는 것에서 문제는 끝나지 않는다. 일반 조제에 비해 수십배에 달하는 제반 비용 역시 약제부와 병원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항암제 처방 한건을 처리하는 데에도 만만치 않은 비용이 소요된다. 무균조제실과 조제대 등 특수 장비비용과 항암제 전문약사의 인건비 등의 제반 비용은 기본이다.

항암제 주사에 사용하는 가운과 장갑, 주사기 등은 1회용으로 해당 비용만 1만 5000원대가 넘어선다. 그 밖에 항암제 조제에만 특수하게 사용하는 차광봉투, 폐기 시에 사용하는 특수 봉투 등의 비용도 만만치 않다.

제반비용과 더불어 항암제 전문약사 교육 비용 역시 적지 않다. 항암제는 투여용량의 정확성과 적합성을 따지는 것이 여느 조제보다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만큼 숙련된 항암전문약사가 필요하고 이들을 위한 별도 교육 과정이 수반돼야 하기 때문이다.

항암주사제 조제에는 일반 조제에 비해 10배 이상의 제반 비용이 소요되고 있지만 적절한 보상은 진행되고 있지 않다.
실제 서울대 약제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대병원에서 항암제 무균조제에 투입한 비용만 인건비 8억 3700만원, 장비·시설의 감가상각비 6033만원, 재료비 1억 4353만원, 관리비 5097만원, 폐기물 처리비 4643만원 등이다.

지난해 서울대병원이 항암제 조제료로 받은 금액은 1억 7273만원. 조제료는 건강보험 수가 1640원에다 건강보험 가입자는 30%, 의료보호대상자는 20%가 가산해 지급된다.

결과적으로 주사용항암제 조제료는 전체 평균 2061원, 상급종합병원 2085원, 종합병원 1994원, 병원 1915원, 의원이 2000원을 받고 있다.

해당 금액을 감안하면 서울대 약제부의 경우 지난 한해 항암제 조제에서만 약 8억원 가량의 적자를 기록했다는 설명이다.

병원약사회 이광섭 회장은 "항암제 무균조제비는 원가대비 보험수가를 고려했을 때 절반도 안되는 금액이 보장되고 있다"면서 "항암제 조제는 고도의 숙련도를 가진 전문약사가 환자들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있고 고액의 제반비용이 소요되고 있는 만큼 사회적 인정과 적절한 수가 책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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