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개발은 속도경쟁…돈 더들어도 빨리가는 게 낫다"
- 이탁순
- 2015-12-24 06: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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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관순 한미약품 대표 "스피드 줄이지 말고 달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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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산업 미래포럼] - 한미약품은 어떻게 대규모 기술수출에 성공했나

23일 제약협회에서 열린 '데일리팜 제약산업 미래포럼' 자리에서 일어난 일이다. 이날 포럼은 '한미약품은 어떻게 대규모 기술수출에 성공했나'라는 주제로, 이관순 한미약품 사장을 포함해 각계 전문가들이 나와 주제발표와 열띤 토론이 진행됐다.
150여명이 참석한 플로어의 관심은 단연 한미약품이었다. 특히 이관순 사장의 친절한 답변에 경쟁사 타이틀을 무릅쓴 질문공세는 예정된 시간을 훨씬 넘겨 좌장이 제지할 때까지 이어졌다.
딜 성사는 미팅 횟수가 좌우...계약금액 전망치 내부조율돼야
질문의 대부분은 연구개발을 비즈니스로 만드는 BD(Business Development)업무와 관련된 것이었다. 경험이 일천한 BD분야에서 한미약품의 경험을 배우겠다는 의도로 보였다. 이관순 사장 입에서 주옥같은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계약 상대방에게 자사 신약후보를 어필하기 위한 방법으로 "어느날 갑자기 이름도 모르는 한미약품을 알릴 방법은 없었다. 계속 만남을 가지는 수밖에 없다. 데이터가 없어도 만나고, 있어도 만나 이해를 구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이메일로 질문이 오면 이틀을 넘기지 않고 답변을 보냈다. 그런 과정을 몇년 동안 반복하다보니 신뢰가 쌓이고, 한미약품이란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결국 딜의 성사는 미팅 횟수가 좌우된다"고 말했다.
어떤 단계에서 기술수출을 해야 하냐는 질문에는 "케이스마다 다르다. 임상1상 데이터만 보고 결정되기도 하고, 어떨 때는 타깃만 보고도 가져가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어느 단계에서 어느 데이터가 잘 나오면 딜이 성사되겠다는 감은 갖고 있어야 한다. 만약 그것이 상대방 생각과 일치한다면 딜이 성사될 것이다"고 전했다.

이 사장은 "7~8년 전 이런 생각을 했다. 3개 과제 중 1개를 선택해 6개월 내 임상을 진입하기보다 3개를 동시에 임상진입해야 된다는 것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속도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돈을 더 쓰고 빨리 가는게 맞다고 본다'"면서 신약개발에서 속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잘 알려진 것처럼 한미약품은 이 속도전에서 승리했다. 신속한 의사결정과 오너의 전폭적 지원으로 릴리, 사노피, 베링거인겔하임, 얀센 등 4개의 빅파마와 연이어 계약에 성공했다.
이 사장은 "후보물질 도출까지 경쟁력은 우리나라도 상당하다. 임상 초기단계까지 가면 라이센싱 아웃 가능성과 기회가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의 경우 내부의 신속한 진행과 의사결정이 신약개발에 드라이브를 걸수 있는 계기였다"고 말했다.
그는 "상대방이 정말 필요한 물질이라면 가격이 높더라도 개의치 않는다. 때론 과감하게 카운터펀치를 보낼 필요도 있다"면서 구입파트너에 맞춘 전략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런 BD전략과 함께 생산시설, 품질관리, 적절한 투자의 3박자가 갖춰져야 기술이전 딜을 성공으로 가져갈 수 있다.
EPO·인터페론 실패경험도...기술수출 성공 아니라 '시작'
그렇다고 한미약품이 성공케이스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반감기를 늘리는 랩스커버리 기술이 적용된 EPO나 인터페론 제제는 여러가지 문제로 개발이 도중 중단됐다.
이관순 사장은 연이은 기술수출이 '성공'은 아니라고 얘기했다. 그는 "성공보다는 성공을 위한 시작이다. 앞으로 파트너가 잘 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해 성공확률을 높이는 게 1차 과제"라면서 "이제 막 출발선에 섰다"고 몸을 낮췄다.

전용관 KT&G생명과학 대표는 "가장 중요한 것은 복지와 산업이 분리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복지부는 복지에만 신경쓰고, 산업육성은 전문 부처에서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초연구에 집중돼 있는 정부 R&D 자금을 실용화 사업에도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헌제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이사도 국가 R&D 예산 배분의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제약, 벤처 등 역할분담에 따른 자원배분이 잘 안 되고 있다"면서 "제약 R&D 지원금을 5배 이상 늘리고, 산업계 수요에 걸맞게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약가결정구조 개선, 정부 R&D 효율적 배분, 파트너링 활성화 해답
장우순 한국제약협회 실장은 신약 가격 결정구조 개선을 지적했다. 장 실장은 "우리나라 가격결정구조는 외국약, 기등재약, 대체치료방법에 의존하고 있어 국산신약이 정당한 평가없이 경쟁약물의 제네릭 가격 정도를 받는다"면서 "일본처럼 약가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미래투자 비용을 감안한 약가구조가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파트너링 자리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는 "제약과 바이오를 구분 짓는 것은 의미가 없다. 하지만 국내 파트너링은 기관별로 나눠 있다. 마켓 플레이스를 만들고 연관된 모든 사람이 모여야 한다. 오픈이노베이션 플랫폼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소관기관 업무만 할 게 아니라 환자 중심으로 마켓 플레이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정부기관 역할 확대를 주문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제약·바이오는 성장 잠재성이 높다는 해석도 나왔다. 배기달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올해 의약품 수출이 사상 처음으로 20억 달러를 돌파할 전망이다. 내년에도 수출 확대가 가시화되면 10% 성장이 가능하다"면서 "한미처럼 R&D를 투자하는 선수층이 과거보다 두터워져서 의미있는 기술수출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날 좌장을 맡은 이동호 울산의대 교수(전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장)는 "그동안 '신약개발은 어렵다'는 보수적 접근이 오히려 투자를 저해하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면서 "하지만 이번에 한미약품이 우리도 신약개발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신약개발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고 있어 참으로 고맙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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