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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정부의 불편한 바이오산업 선물[데일리팜=김진구 기자] 산업통상자원부가 바이오의약품 개발에 쓰이는 핵심 기술을 '국가첨단전략기술'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바이오 핵심 기술이 국가첨단전략기술로 지정되면 다양한 혜택이 따른다. 특화단지 조성 지원, 특성화대학원 설립을 통한 전문인력 양성, 세액 공제 등이다. 특히 세액공제의 경우 R&D 비용의 최대 40%, 시설 투자의 최대 16%까지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산업부는 지난해 11월 반도체·디스플레이·이차전지 분야의 15개 핵심 기술을 국가첨단전략기술로 선정한 바 있다. 여기에 바이오 기술을 추가함으로써 제약바이오산업에 '반도체급' 대우를 해주겠다는 것이 산업부의 구상이다.그러나 정작 제약바이오 업계는 시큰둥한 반응이다. 일각에선 오히려 산업부의 방침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선의로 선물을 준비했는데 정작 당사자는 원치 않는 상황이 펼쳐졌다.제약바이오 업계가 산업부의 선의를 마다하는 이유는 지원방안과 함께 딸려 있는 '규제' 때문이다. 업계에서 가장 크게 우려하는 부분은 관련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해외 인수합병을 하거나 합작법인을 설립할 때 산업부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내용이다.제약바이오 산업의 글로벌 트렌드는 오픈 이노베이션인데, 매번 산업부 승인을 받도록 하면 글로벌 기업과의 긴밀하고 신속한 협의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다. 나아가 기업간 거래에 국가가 개입하는 것이 온당하냐는 지적도 제기된다.제약바이오 산업과 반도체·디스플레이산업은 체질적으로 다르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반도체·디스플레이산업의 경우 한국이 전 세계 산업을 이끄는 위치에서 핵심기술의 해외 유출을 막아야 하는 상황이다.반면, 제약바이오 산업은 여전히 글로벌 산업을 추격하는 입장이다. 글로벌 리딩 기업과의 기술 격차를 좁혀야 할 시간에 매번 산업부 승인을 기다려야 한다는 점이 적잖은 부담이 될 것이란 지적이다.이런 실익을 따졌을 때 결국 이익보다는 손실이 클 것으로 제약바이오 업계는 판단하고 있다. 현재 산업부는 바이오 핵심 기술의 국가첨단전략기술 지정을 위해 업계 의견을 수렴하는 중이다. 이와 관련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등 유관 단체들은 반대 입장을 담아 전달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제약바이오 업계에 반도체급 대우를 해준다는 산업부의 의도 자체가 나빴던 것으로 보긴 어렵다. 그러나 선의로 시작한 일이 반드시 좋은 결과를 낳는다는 보장은 없다. 제약바이오 산업을 육성·지원하기 위한 시작점은 제약바이오 업계의 시각에서 산업을 바라보는 것이 아닐까.2023-02-17 06:16:26김진구 -
[데스크시선] 이종호 JW그룹 명예회장의 선견지명[데일리팜=노병철 기자] 설립 32주년을 맞은 JW중외제약 연구법인 C&C신약연구소가 국내 신약 개발사에 있어 새로운 전기를 쓰고 있다. C&C신약연구소는 1992년 중외제약과 일본 쥬가이제약의 연구개발력과 굳건한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혁신신약 개발을 위해 만들어 졌다. 최근에서야 오픈이노베이션·콜라보레이션이 활성화되고 있지만 당시로서는 가히 혁신적 경영철학의 시험대였다. 하지만,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이러한 걱정이 기우였고, 신약개발을 위한 국제협력의 모범적인 사례로써 확신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해 왔다. 양사가 C&C신약연구소를 설립하게 되기까지의 배경에는 지난 40년을 넘게 쌓아온 상호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종호 JW그룹 명예회장과 故 우에노 쥬가이제약 회장의 탁월한 경륜과 식견, 리더십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아울러 최고 경영진의 비전 제시·전폭적 지지와 더불어 지금까지 C&C가 이루어 온 성과는 신약개발을 향한 연구원들의 밤낮 없는 열정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실험이 근간을 이루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비록 긴 시간은 아니지만 그동안의 여정과 성과를 되짚어 본다는 것은 C&C의 위상과 미래를 재정립하고 나아가 국제적 협력에 의한 성공적인 사례를 대내외로 알리는 데 큰 의의가 있다. 그 동안 창조적이고 도전적인 연구문화로 시장 주도형 질환영역을 선택함과 동시에 의약화학을 중심으로 저분자 화합물의 탐색과 창약연구에 매진해 온 C&C는 지금까지 축적한 경쟁우위의 핵심기술, 경험·노하우를 바탕으로 암·대사성 질환에 있어 혁혁한 결과를 창출해 내는 연구소로의 발전을 꾀하고 있다.1994년 10월, C&C는 KCB-328이라는 우수한 안정성을 지닌 신물질을 창출하는데 성공했다. 이는 단순히 첫 번째 프로젝트에서 거둔 성과라는 의미만을 지니는 것이 아니었다. 신약창출을 눈앞에 가시화한 쾌거였고, 무엇보다 C&C 연구원들의 열정과 우수성을 증명해 보인 것이었다. KCB-328은 부정맥 중에서도 사망률이 가장 높은 심실성 부정맥에 작용하는 약물로, 동물실험 결과 뚜렷한 약효 발현은 물론, 기존 약제 또는 개발 중인 약제가 지닌 부작용도 대폭 개선할 수 있는 안전한 제제로 확인되었다. 이처럼 우수한 효과와 부작용이 적은 약물이었기 때문에 발생률이 타 질환에 비해 매우 높은 성인병 순환기 질환의 세계 시장에서 그 개발 가치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큰 기대를 모았다.2002년에는 지적재산권을 갖고 있는 물질들을 축적하기 위한 화합물뱅크 관리규정을 마련하고, CLIMS(C&C Laboratory Information Management System)라는 연구정보 관리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로써 C&C는 화합물뱅크와 CLIMS라는 시스템을 축으로 합성물질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됐다. CLIMS는 사내에서 연구를 통해 얻어진 모든 화합물들의 정보(구조, 일련번호, 실험자 및 실험노트 정보, 물리화학적 성질, 스펙트럼 데이터 및 재고관리 등)를 관리하는 분자 데이터베이스와 이를 기반으로 각종 프로젝트별 스크리닝 정보를 관리하는 프로젝트 데이터베이스·시약 관리를 위한 재고관리 시스템 등을 포함해 연구정보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통합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이다.총 10종에 달하는 신약 파이프라인도 눈길이 간다. 특히 아토피 피부염 JW1601과 에파미뉴라드(코드명 URC102)는 글로벌 신약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아 지난 2018·2019년 각각 덴마크 레오파마, 중국 심시어제약에 기술수출됐다. 함암제 JW2286은 지난 8월 국가신약개발사업 지원과제로 선정됐다. 현재는 세포의 성장과 변이, 증식 등을 조절하는 STAT(1~6) 단백질 타깃의 신약 탐색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STAT3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STAT5 표적항암제(혈액암), STAT3-ADC 항암제(고형암) 등의 신약 파이프라인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와 함께 싱가포르 과학기술청(A*STAR) 등 글로벌 연구기관, 바이오텍, 병원과의 개방형 혁신 활동도 적극 전개하고 있다.실패에서 얻은 값진 교훈도 있다. 1993년 2월부터 1995년 12월까지 진행한 NQ(New Quinolone) 프로젝트는 강하고 넓은 항균 범위를 유지하면서 독성이 개선된 주사제로도 사용이 가능한 퀴놀론계 항균제의 개발을 목표로 삼았다. NQ 프로젝트는 당초의 합성목표 화합물에 집착함으로써 검체의 합성 속도가 늦어지게 됐다. 신속한 합성 전략의 모색이 필요했으나 콘셉트 검증을 위한 특정 아이디어에 고착돼 과제를 진행함으로써 계획된 화합물 합성에 성공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기반기술을 이용해 항균능 검색 기술을 습득하고, 도킹연구(Docking Study), SAR(Structure and Activity Relationships) 분석능력 및 다양한 약리기술의 경험은 C&C신약연구소의 귀중한 연구자산이 됐다.'융복합 스마트 연구소'로 도약하기 위한 제1 관건은 무엇보다 신약 후보물질의 창출에 있다. 최고경영진과 연구원들이 공동의 미래지향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하고, 부단한 자기 개발과 노력이 어우러진다면 꿈은 이루어지리라 확신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문지식·창의적 아이디어, 발상의 전환을 통해 C&C만이 할 수 있는 능력을 만들어 나가기 위한 열정과 경쟁이 극심한 글로벌 신약개발 환경을 뛰어넘어 포기하지 않는 도전정신과 '할 수 있다'는 신념을 견지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 글로벌 빅파마들이 JW를 향해 공동연구를 제안하려고 경쟁적으로 달려드는 매력 있는 탐색 및 신약 연구소를 만들려는 C&C 연구원들의 열정이야말로 우리나라 헬스케어산업의 오늘과 내일을 일궈가는 힘이다.2023-02-17 06:00:10노병철 -
[오늘약사] 인공지능에 비대면 진료 정책을 묻다대화형 인공지능(AI) ChatGPT가 요즘 화제다. 이용자 수는 전 세계적으로 하루 평균 1300만 명을 넘었다. ChatGPT는 미국 미네소타대 로스쿨의 4개 과목 시험도 통과했으며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MBA과정에선 B와 B- 사이의 학점을 받기도 했다.전문직 일자리까지 위협하는 강력한 인공지능 ChatGPT에게 기대 반, 두려움 반의 심정으로 질문하고 얻은 의외의 결과를 공유하고자 한다.다음은 필자와 ChatGPT의 대화 내용이다.이윤표 : 약사회가 민간 비대면 진료 플랫폼의 제도화를 반대할 수 있는 근거를 알려줘.ChatGPT : 약사회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이유로 민간 비대면 진료 플랫폼의 제도화에 반대할 수 있습니다.환자 안전 : 약사회는 비대면 진료 플랫폼이 환자 안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할 수 있습니다. 환자와 약사 사이의 직접적인 상호 작용이 없으면 투약 오류, 약물 부작용 및 기타 합병증의 위험이 증가하여 환자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습니다.환자 정보에 대한 접근성 부족 : 약사는 환자가 적절한 약을 복용하고 잠재적인 약물 상호작용과 부작용을 모니터링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비대면 치료 플랫폼은 약사가 중요한 환자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능력을 제한하여 환자 치료와 안전을 저해할 수 있습니다.약사의 역할 감소 : 비대면 치료 플랫폼은 환자 치료에서 약사의 역할을 감소시킬 수 있으며, 이는 약사 직능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환자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의료진과 소통하는 경우 약사의 조언과 안내를 구할 가능성이 낮아져 약사의 전문 지식의 가치가 제한될 수 있습니다.법적 책임 : 비대면 진료 플랫폼이 제도화할 경우 약사에게 법적 책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환자에게 약물 또는 치료 계획과 관련된 부작용이 발생할 경우, 환자의 치료에 대한 최종적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판단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치료의 질 : 약사회는 비대면 치료 플랫폼을 통해 환자가 받는 치료의 질에 대해서도 우려할 수 있습니다. 직접 대면하지 않으면 환자가 차선의 치료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져 건강과 웰빙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전반적으로 약사회는 이러한 플랫폼이 환자 안전을 위협하고, 환자 정보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며, 환자 치료에서 약사의 역할을 축소하고, 법적 책임 문제를 야기하며, 잠재적으로 환자가 받는 치료의 질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민간 비대면 치료 플랫폼의 제도화에 반대할 수 있습니다.지난 9일 정부와 대한의사협회가 비대면 진료 합의안을 발표하면서 제도화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보건복지부 차관은 민간 플랫폼 업체를 포함하는 비대면 진료 설계안을 언급했고 대한약사회는 처방전 무결성과 소비자 선택권 보장 원칙 등을 촉구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정부가 비대면 진료 산업화를 추진하고 대한약사회가 처방전 흐름을 고민할 때 환자의 약물치료를 주관하는 약사 역할 변화에 대한 논의는 보이지 않는다. 모순적이게도 인공지능이 가장 인간적인 우려를 결과 값으로 내놓는다.젊은 약사들은 전문지식이 더 이상 직업 안정성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체감하고 있다. 누구나 쉽게 정보를 검색하고 공유하며 심지어는 인공지능과 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정보가 공유되는 투명사회에서는 약사의 역할이 축소될수록 사회가 약사에게 지불하는 비용도 줄어든다. 대한약사회가 약물치료의 질을 떨어뜨리는 약사 역할 축소 정책에 결코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젊은 약사들은 믿는다.2023-02-16 16:35:48데일리팜 -
[기자의 눈] 이대로 약 배달이 시작된다면[데일리팜=정흥준 기자] 약 배달은 비대면진료의 필수조건이라는 정부 인식이 복지부 박민수 차관의 인터뷰를 통해 드러났다. 약 배달이 빠지면 국민 비난이 약사회로 향할 것이란 경고성 발언까지 서슴지 않으며 추진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실행 계획은 없다. 그렇다면 이대로 비대면진료, 약 배달이 제도화 된다는 최악의 가정으로 정부와 약사회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악마는 디테일 안에 숨어있다. 비대면진료와 약 배달도 마찬가지다. 디테일을 얼마나 놓치냐에 따라 막연한 불안은 하나둘 현실이 될 것이다.플랫폼 관리·인증 누가?...의사단체 주도권싸움 시작 복지부는 민간 플랫폼 업체들을 활용한 비대면진료 제도화를 구상하고 있다. 한시적 허용으로 시한부였던 업체들엔 생명줄이 생기고, 본격적으로 장기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할 수 있게 된다.플랫폼이 비대면진료의 필요조건이라면, 플랫폼 업체들의 필수조건은 비즈니스 모델이기 때문이다. 플랫폼이 제도화 된 이후엔 대기업의 과감한 투자 혹은 인수도 예상된다.의사들도 플랫폼에 끌려갈 생각은 없다. 의사협회가 플랫폼을 인증하겠다고 주장하는 것이 그 때문이고, 최근 의협·치과의사협·한의협 등에 EMR 인증 권한을 주는 의료법 일부개정안 발의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그렇다면 플랫폼을 통한 조제·투약·배달 시스템을 관리 인증하는 권한은 누가 차지하게 될까. 앞으로 플랫폼에 대한 지침 마련과 관리, 감시 등을 주도하기 위해선 의약단체가 어느 정도의 권한을 확보하냐가 관건이 될 수 있다.그동안의 사례로만 보더라도 약사단체는 배달비 지원, 사은품 이벤트를 하는 플랫폼에 대해 시정 조치를 정부에 요구할 수 있을 뿐이었다.환자는 정말 약국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을까?비대면진료 후 약국 선택의 문제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복지부는 의료기관 인근 약국 또는 환자 위치 주변 약국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제한을 둘 것으로 보인다. 서울에서 진료받고 부산에서 조제하는 방식은 지양한다는 방침이다.결국 비대면 진료와 조제를 어느 범위의 권역으로 제한할 것이냐에 따라 환자의 약국 선택권은 크게 달라진다.또 플랫폼의 약국 나열 방식도 문제다. 일반 중개 플랫폼에선 상단 노출을 위해 입점 사업주들이 광고비를 지불하고 있는데, 비대면진료 플랫폼에선 유인행위가 되기 때문에 약국 명단 노출을 어떻게 할 것인지도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가나다 순이나 위치 순으로 노출을 한다고 했을 때 그 기준이 적합한 것인지, 또 환자가 자유롭게 약국을 선택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인지 이견은 나올 수밖에 없다.심각하게는 비대면진료 비중이 높아질수록 일부 약국으로 처방 쏠림 현상이 발생하는 문제가 예상된다.전문약 배송 허용된다면, 그 다음은 일반약 배송?약 오배송, 변질에 대한 책임 소재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초창기 설계되지 않으면 결국 잇단 소송으로 수많은 판례가 쌓일 때까지 현장 혼란은 계속될 것이다.반면 장기간 사고 없이 안전하게 배송된다면 그것대로 또 문제다. 전문약이 안전하게 배송된다면, 그 다음은 일반약 배송을 하겠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 배달의민족이 상비약 배달을 규제 특례 사업으로 신청한 것을 우연이라고 볼 수만은 없다.그렇다면 약사단체는 “전문약도 되는데, 일반약은 왜 안되냐”는 여론에 맞서 설득할 만한 주장과 근거를 마련해 놔야 한다.위에서 언급한 문제들은 이대로 약 배달이 추진된다면 발생할 수 있는 수많은 문제들 중 일부에 불과하다.그동안 약 배달을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던 정부의 태도가 달라졌다. 강경한 반대만을 외치는 것은 때로는 낙관론자의 태도로 비춰지기도 한다. 부적절하게 설계된 정책을 반대하고, 비판하는 것도 좋지만 한편으론 구체적인 문제점들을 줄일 수 있는 복안도 마련해 놔야 한다.2023-02-15 17:15:46정흥준 -
[기자의 눈] 국가안보와 필수·혁신신약 가격정책[데일리팜=이정환 기자]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제약바이오산업이 국가안보와 직결된다는 점을 재확인하고 약가제도를 개편해 제약바이오 산업을 지원하겠다는 소신을 밝혔다. 국산 원료를 사용해 약을 만드는 제약사와 채산성이 낮아 모두 만들기 꺼리는 국가필수약 생산에 뛰어든 제약사에게 어떤 형태로든 이익을 주고, 혁신형제약기업이 개발한 신약에 대한 약가우대 법령이 실질적으로 작동하도록 민관협의체를 적극적으로 운영하겠다고 했다.박 차관의 뚜렷한 약가제도 개선 의지에 국내 제약계가 갖는 기대감도 덩달아 부풀었다. 매해 정부를 향해 합리적인 약가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던 제약사들의 표정이 박 차관의 약가 정책 청사진으로 인해 밝아지는 분위기다.결국 중국, 인도로 부터 많은 양을 수입 중인 의약품 원료와 국가필수약 가운데 국내 생산을 통한 자급화가 필수적인 품목들에 대한 약가 우대책이 조만간 가시화 할 확률이 커졌다. 원료사와 필수약 제조사들은 정부가 국내 자급이 시급하다고 판단 중인 성분이나 품목이 무엇인지 니즈를 읽어야 할 때다.이미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 의약품 전문가를 중심으로 국내 자급 원료·품목을 목록화하고 실제 개발·생산력을 갖추는 작업에 착수한 상태로, 박 차관 방침 대로라면 앞으로 국내 자급률 강화 정책은 계속 확대될 전망이다.또 국회가 수년째 지적 중인 제약산업특별법 내 혁신형제약사 개발 신약 약가우대 조항 역시 조만간 구체화 할 공산이 커졌다. 혁신신약 국가 보상 체계를 약사법으로 명문화하는 입법이 실현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부가 운영하게 될 민관협의체 회의에서 제약바이오협회 등 제약단체들은 합리적인 약가우대책 탄생을 위한 적극적인 의견 제출이 필요하게 됐다.복지부는 국내 제약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력이 큰 약가제도를 개편하겠다는 의지를 공식화 한 만큼 필수약 공급중단이나 품절 사태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글로벌 블록버스터 국산 신약 개발 시기를 앞당길 수 있는 수준의 약가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약가우대까지도 바라지 않는다. 건강보험재정 절감에 기여한 약이나 토종 개발 신약에 대한 약가인하 사후관리 기전을 면제하거나 유예하는 정책이라도 적극적으로 도입해줬으면 좋겠다"는 제약계 일각의 좌절 섞인 토로가 재발하지 않는 약가제도 개선을 고민해야 한다.코로나19가 3년 넘게 장기화하면서 제약바이오산업은 곧 국가안보 산업이란 변하지 않는 사실을 새삼 각인하게 됐다. 끈덕지게 온 인류를 괴롭혔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비로소 주춤하는 요즘이다.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한 미국, 일본 등 해외 선진국은 오는 5월을 기점으로 코로나19로 인한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해제할 수 있을 지 가늠 중이다.코로나19로 한층 커진 정부의 국가안보 인식과 약가제도 개선을 향한 의지가 위기단계 하향조정과 함께 자칫 흔들릴까 우려된다. 근미래 신종 바이러스로 인한 팬더믹 사태가 재발했을 때 그제서야 국가 방역에 필요한 감염병 대응 필수약 수급을 위해 허둥대서는 안 된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와 정부가 합리적인 약가환경 마련에 합의해 향후 어떤 유형의 국가안보 위기에도 근심없는 나라를 만들 수 있길 기대한다.2023-02-15 16:21:26이정환 -
[모연화의 관점] 환자가 얻을 이익의 결과를 설명하라(21)"그거 하면, 뭐가 좋은데?"에 관한 지각은 사람을 움직인다. 중요한 건, 좋은 것이 있다는 객관적 사실 여부가 아니라 그것이 나에게 좋으냐로 지각하느냐이다. 이익을 사적으로 인식해야 귀찮고 지루하지만, 몸에는 좋은 행동을 (굳이, 꾸준히) 해낼 수 있다. 그렇다면 건강 행동의 이익 지각은 어떤 과정을 통해 완성되는가?먼저, 과학적 발견과 증명을 통해 건강 행동이라는 이름표를 받아야 한다. 일례로, 지금은 손 씻기가 감염 예방 행동이지만, 손 씻기가 건강에 이롭다는 것은 1800년대 후반까지 인식되지 못했다. 왜냐면 당시 의료진은 안 좋은 공기(miasma)가 병을 일으킨다고 생각했을 뿐, 세균의 존재도 몰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료진은 노동의 상징인 피 묻은 손과 가운을 명예처럼 보이며, 진료했다.헝가리 출신 의사 이그나스 젬멜바이스(Ignaz Semmelweis)는 수술 후 적지 않은 산모가 산욕열로 사망하는 이유를 의료진에 의한 감염으로 가정하고, 손 씻기를 주장했지만 보이지 않는 세균을 믿어주는 의료진은 없었다.손 씻기는 세균이 과학적으로 "발견", 병의 원인이라는 것이 "증명"된 이후에야, 건강 행동 이름표를 받게 되었다. 즉, 과학적 발견과 증명 과정은 건강 행동을 인지하게 하는 전제조건이다.둘째, 자연과학적으로 건강 행동임이 증명되었더라도, 사회과학적으로 사람들의 뇌 속에 행동의 이점이 (언어적으로) 자리 잡는 과정이 필요하다. 인간은 ‘내 너에게 이르노니’ 같은 당위론만으로는 설득되지 않기 때문이다.이점이 뇌 속에 한 자리를 잡고 언어로 자극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개인의 삶 속에서 "행동의 결과"가 상상되어야 한다. 즉, 세균의 모양을 보여주고 결과적으로 그것이 병을 일으킨다는 것을 알려준 후, 손 씻기가 그러한 병을 얼마나 예방할 수 있는지 다양한 예시를 통해 구체화해줘야 사람들은 일상 속에서 행동의 이점을 상상하고, 귀찮은 손 씻기를 열심히 해낼 수 있다.코비드 창궐 후, 필수 행동이 된 마스크 착용을 예로 들어 보자. 코비드 초기에는 과학적으로 증명되는 과정이 부족했기 때문에 전문가 사이에도 마스크 착용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다. 하지만 마스크라는 물리적인 장치가 과학적으로 바이러스 전파를 통제할 수 있다는 가정이 다양한 연구로 검증되었다.이후 사회과학자들은 메시지를 통해 마스크의 지각된 이익을 인지구조에 넣고자 노력했다. 예를 들어, 코로나 19 감염자와 차를 함께 타도 마스크 착용자는 감염되지 않았다는 에피소드 활용, 바이러스의 양을 80∼90% 차단한다는 예방 능력 수치화, 노약자 보호 효과의 이야기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메시지들로, 사람들은 자신과 주위의 감염 확률이 낮아지는 마스크 착용의 이익을 생생하게 지각할 수 있었다.이제 약의 영역으로 넘어가 보자. 고혈압을 조절하는 것은 심혈관질환 및 뇌졸중 예방을 위해 필수적이다. 인위적인 고혈압 조절을 위해 필요한 건강 행동은 약물학적으로는 고혈압약 복용, 비약물학적으로는 체중 조절과 유산소 운동 등이 있다.그런데 현장에서 전달되는 고혈압 관련 메시지는 많은 경우 다음과 같은 구조를 가진다. "고혈압이니 고혈압약을 드세요." "고혈압이니 운동하세요." "고혈압이니 살을 빼세요."이 메시지들의 특징은 개인의 삶 속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결과를 이점으로 묘사하지 못한다. 그저 "내, 너에게 이르노니"에 머물러 있는, 전문가들의 권고 행동일 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고혈압약의 결과를 사적인(나의) 이익으로 인식하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가짜 뉴스, 강력한 확신을 가진 마케팅 메시지에 흔들릴 수밖에 없다.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앞서 강조했듯이 건강 행동을 통해 피할 수 있는 결과, 얻을 수 있는 결과를 명시적으로 설명해줘야 한다. 구체적으로 고혈압약은 "혈관 손상에 의한 사망률을 낮추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오래 살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제공될 필요가 있다.고혈압약을 왜 먹어야 하느냐에 대해, 의사가 먹으라고 하니 먹지라는 대답이 나와서는 안 된다. 사실 생명 연장을 위한 약이지 않은가. 그 부분이 개인의 삶에서 언어로 인식되어야 한다.만약에 메시지 수용자의 가족력 중 심장마비나 뇌졸중이 있다면 "심장마비에 의한 사망률을 낮추기 때문에 혹은 뇌졸중에 의한 사망률을 낮추기 때문에"로 세분화 메시지를 도출하는 것도 필요하다. 왜냐면 가족력은 관여도를 높이고, 관여도는 동기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생활습관 교정도 마찬가지이다. "살을 빼려면, 만 보를 걸으세요"가 아니라, "만 보를 걸으면, 라면 한 그릇(혹은 밥 한 공기와 찌개) 만큼의 열량이 소모됩니다. 운동했다고 더 드시지 말고, 기존대로 드시면서 만 보 걷기를 한 달 정도 해주셔야 1kg 가 빠져요."라고 내 삶에서 체험할 수 있는 이익의 결과를 알려줘야, 사람들은 꾸준히 귀찮은 건강 행동을 해낼 동기를 슬며시 꺼낼 수 있다.사람을 움직이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 특정 행동이 삶 속에서 이익이 될 거라는 언어를 심어줄수록, 행동 의도는 높아진다. 이익이 있는 건, 당연한 사실인데 그걸 어떻게 설명하냐고? 그 고민이 바로, 메시지 전략의 시작이다. 상대방의 삶 속에서 지각되는 이익의 언어화, 그걸 공략해야 그가 행동할지니.2023-02-15 14:24:49데일리팜 -
[기자의 눈] 3년 넘게 묵힌 3종의 천식 신약들[데일리팜=어윤호 기자] 오랜기간 묵혀있던 약들이 모습을 드러냈지만 상황이 좋아져 보이진 않는다. 시간이 흘렀음에도 문제는 약가에 대한 견해 차이다.'누칼라(메폴리주맙)', '싱케어(레슬리주맙)', '파센라(벤라리주맙)' 등 비슷한 시기에 개발된 천식 바이오의약품 3종이 국내 허가 3년이 넘은 시점에서 보험급여 등재 절차를 시작했지만 큰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이들 약제는 인터루킨(IL)-5 길항제로 천식 유발에 관여하는 백혈구의 일종인 호산구 수치를 감소시키는 기전을 갖고 있다. 기존에 없었던 유효한 치료 옵션으로 허가 당시 관심을 받았다.하지만 2020년 한국노바티스의 '졸레어(오말리주맙)'의 급여 진입 이후 지난해까지 별다른 움직임 없이 비급여 상태로 머물러 왔다.'천식'이라는 질환 영역으로 보면 동일해 보이지만 3종의 약제와 졸레어는 적응증의 디테일에서 차이가 있다. 하지만 정부의 기준에서 졸레어는 비교 대상이 됐고 그 약가는 바이오신약 3종이 감내하기 어려웠는지, 급여 등재 절차는 중단됐다.졸레어 자체도 무려 허가 13년 만에 등재가 이뤄진 약이다. 이른바 '알박기' 논란도 있었지만 오랜 기간 등재되지 못하고 우여곡절 끝에 급여 적용이 이뤄졌다는 점은 충분한 감안거리다.앞선 상황의 잘잘못을 떠나, 문제는 지금이다. 시간은 흘렀고 다시 논의는 시작됐다. 이젠 양측 모두의 노력이 수반돼야 할 때다.시간이 흐른 후 제약사가 해당 품목을 다시 손에 쥔 이유와 각오, 그리고 판단이 있었을 것이다. 굳이 타 국가의 론칭 상황을 굳이 들춰보지 않더라도 내부적인 합의와 수용의 선을 구축했을 것이다.마냥 주머니를 개방할 수 없는 입장이지만 정부 역시 이들 약제의 히스토리와 가치를 충분히 들여다 보고 대화를 진행하길 기대해 본다. 3개 신약 중 결과에 차이가 있는 품목이 생긴다면 이 역시 지켜보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2023-02-14 06:00:01어윤호 -
[기자의 눈] 장기품절약 약가인상이 해답일까[데일리팜=이혜경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최근 보건복지부에 수산화마그네슘 제제의 약가조정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산화마그네슘 제제의 대표적 품목은 삼남제약의 마그밀정이다. 마그밀은 원료 공급 문제를 겪으면서 지난해 8월부터 제품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다만 최근 대한약사회가 약국 균등배분사업 2차 대상으로 마그밀을 선정하면서 조금씩 품귀현상이 해소되는 모습이다.코로나19 팬더믹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요소수 사태 등 글로벌 이슈는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내 원료의약품의 수급 불안정을 불러왔다. 결국 지난해 2월 감기약 공급대란 사태를 한 번 겪은 우리나라는 10월 계절독감이 함께 유행하는 '트윈데믹'에 대한 우려가 컸다. 약국가를 중심으로 조제용 아세트아미노펜의 품절이 이슈화됐고, 국회 국정감사에서 약가인상의 요구도가 높아지자 복지부도 움직이기 시작했다.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의결로 조제용 아세트아미노펜 650mg 18개 품목의 상한금액은 2022년 12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최대 90원까지 차등 인상, 올해 12월부터 일괄 70원으로 조정된다.43~51원의 보험약가를 70원으로 조정하는 폭이 크지 않아 보이지만, 사실 그동안 약가인하 정책으로 건강보험 재정을 컨트롤 했던 정부가 나서서 약가인상을 위한 약가협상을 진행했다는데 굉장한 의미가 있었다. 아세트아미노펜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닌, 앞으로 채산성 문제가 아니더라도 낮은 약가로 인해 공급을 포기하는 의약품에 대한 약가인상 기회가 열린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식약처는 아세트아미노펜 사례를 경험 삼아, 앞으로도 가격으로 인해 수요가 있는데도 생산이 어려운 제제를 파악해 복지부에 약가조정을 검토할 수 있는 시스템의 정착을 바라왔다. 그렇게 두 번째 대상을 마그밀로 선정한 듯하다. 보험약가 상한금액이 18원으로 저가인 데다가 원료 수급문제를 겪고, 6개월 이상의 장기품절을 겪은 게 약가인상의 근거가 됐을 것으로 보인다.코로나19와 계절독감로 인해 '증산'이 필요했던 아세트아미노펜의 경우, 한시적 약가인상의 이유가 명확했다. 다른 제품의 생산라인을 아세트아미노펜으로 바꾸고, 향후 1년 동안의 증산 계획서를 제출해 증산량에 따라 차등적으로 약가조정이 이뤄진 셈이다. 하지만 마그밀은 지난해 8월 갑작스런 원료 수급의 문제로 생산에 차질이 생겼던 부분이고, 약사회의 약국 균등 사업으로 인해 수급의 안정을 조금씩 찾아가는 모양새다. 과연 약가인상의 근거가 합리적이냐에 대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분명 현장에서 수급이 필요한 약이 있는데, 채산성을 문제로 수급이 되지 않는다면 생산가격원가보전을 해줘야 한다. 가격 인상이 수급 불안정을 해소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라면 당연히 약가인상이 해답이 될 수 있다.하지만, 현장에는 다양한 이슈로 장기품절약이 등장하고 있다. 매번 같을 수만은 없다. 장기품절 이슈 해결을 위해 약가인상을 진행한다면, 형평성 때문이라도 장기품절이 발생하는 약의 약가인상이 줄줄이 이어질 지도 모른다. 공급 이슈 해결을 위한 식약처의 요청을 재정 건전성을 목표로 하는 복지부가 모두 받아들일지도 미지수다.장기품절의 이슈는 제품별로 다양하다. 하나의 원인으로 볼 수 없다. 원료 수급의 문제는 식약처가 해결할 일이다. 의약품 원료의 주성분 다변화를 강조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 제약회사들이 원료의약품의 자립도를 높일 수 있도록 지속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복지부도 손을 놓고만 있어서는 안된다. 복지부는 지난 2020년 '공급중단(장기품절) 의약품 관련 대책 수립을 위한 협의회'를 구성했다. 하지만 결과는 깜깜 무소식이다. 협의회 운영 당시 '품절약의 정의'부터 논의해야 한다는 탁상공론적인 발상만 해왔다. 결국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해당 협의체는 수면 아래로 내려갔고, 매일 터지고 있는 공급 이슈약 해결에 매달려야 했다. 더 이상은 안된다. 약업계에서는 공급 불안정 해결을 위해 한시적 성분명처방, 대체조제 간소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무엇이 됐든, 품절약 해결은 약가인상만이 해답이 아니라는 걸 명심해야 한다.2023-02-13 10:42:06이혜경 -
[데스크시선] 의약품 2만6362개의 번거로움과 무책임[데일리팜=천승현 기자] 최근 보건당국은 최근 제약사들을 대상으로 약제 상한금액 재평가 대상 약제에 대한 이의신청을 접수하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이달 말까지 최고가 요건을 갖추지 못한 제네릭은 ‘생동성시험 수행’과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 자료를 제출하면 종전 약가를 유지해는데, 자료 제출 만료를 앞두고 최종 대상 여부를 확인하겠다는 취지다.제네릭 약가재평가는 2020년 7월부터 시행된 새 약가제도를 기등재 제네릭에 적용하기 위한 후속 조치다. 개편 약가제도에서 제네릭 제품은 생동성시험 직접 수행과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만 특허만료 전 오리지널 대비 53.55% 상한가를 받을 수 있다. 한 가지 요건이 충족되지 않을 때마다 상한가는 15%씩 내려간다.보건당국이 제약사들에 보낸 자료에는 의약품 2만6362개의 목록이 담긴 엑셀 파일이 첨부됐다. 최초 약가재평가 대상은 2만6362개로 분류됐고 이중 수천개 제품이 이미 재평가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표기됐다. 대조약, 퇴장방지의약품, 저가의약품, 생물의약품, 최초등재 제품 등 약가재평가 자료를 낼 필요가 없는 제품이 별도로 분류했다.제약사들은 엑셀 파일에 담긴 품목 리스트에서 자사 보유 제품이 재평가 대상인지 아닌지를 일일이 확인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만약 퇴장방지의약품인데 재평가 대상으로 분류됐으면 이의신청을 통해 바로잡는 단계다.하지만 최초 등재 제품 등 부정확한 변수로 아직까지도 재평가 대상 여부가 불분명한 제품도 많다고 한다. 2만개가 넘는 제품에 대해 재평가 대상 여부를 분류하다보면 자칫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제약사마다 많게는 300개 이상이 재평가 대상으로 지목돼 해당 업체도 헷갈릴 법도 하다.제약업계는 왜 정부가 이렇게 번거로운 정책을 진행 중인지 누구도 납득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제네릭 약가재평가의 가장 큰 부작용은 문제없이 판매 중인 제품인데도 단지 약가인하를 저지하기 위해 생동성시험을 진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제약사들은 제네릭 약가재평가 공고 이후 기허가제네릭의 생동성시험을 무더기로 착수했다. 기허가 제네릭의 생동성시험은 대부분 제조원을 자사로 변경하기 위한 '자사전환' 목적이다. . 제제연구를 통해 제네릭을 만들어 생동성시험을 진행하고 동등 결과를 얻어내면 변경 허가를 통해 약가인하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생동성시험을 약가 산정기준에 포함시키면서 사회적 비용 낭비를 초래한다는 불만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이미 정부로부터 안전성과 유효성을 인정받고 문제없이 판매 중인 제품에 대해 단지 약가유지를 위해 또 다시 적잖은 비용을 들여 생동성시험을 진행하는 것은 소모적이라는 이유에서다.생동성시험이라는 허가 요건을 약가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것 자체가 불합리한 정책이다. 이미 허가 받은 의약품을 약가 인하를 모면하기 위해 또 다시 허가 목적의 생동성시험을 진행하는 것은 누가 봐도 말도 안되는 상황이다. 제약사들이 “품질관리와 무관한 비용을 약가유지 명목으로 불필요한 곳에 쓰게 됐다”라고 토로하는 이유다.자료제출 기한이 임박하면서 제약사들은 또 다시 걱정이 늘고 있다. 식약처에 생동성시험 결과를 제출해 적합 판정을 받아야만 최종적으로 제출 자료를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제약사들의 생동성시험 심사 자료가 집중되면서 식약처 심사가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형국이다. 식약처 심사 지연으로 약가 재산정 검토 기한내 자료를 내지 못하면 생동성시험에 투입한 비용과 시간은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제약업계 전체가 의약품 품질과 상관없는 약가 유지를 위해 보건당국만 초조하게 바라봐야 하는 실정이다. 식약처와 심평원 직원들도 제네릭 약가 유지를 위해 매우 많은 역량을 투입해야 하는 처지다.왜 이렇게 복잡하고 부질없는 정책을 추진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돌이켜보면 제네릭 약가재평가는 불순물 의약품 파동에서 촉발됐다. 2018년 불순물 초과 검출로 고혈압치료제 발사르탄 성분 의약품 175개 품목이 판매 금지됐다. 이때 복지부와 식약처는 ‘제네릭 의약품 제도개선 협의체’를 꾸려 제네릭 난립을 억제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착수했고 약가제도 개편으로 이어졌다. 정부의 제네릭 규제 움직임에 제약사들이 제네릭을 무더기로 장착하면서 시장 난립은 더욱 심각해지기도 했다.개편 약가제도를 기허가 제네릭에 적용하면서 3년 가까이 제약업계는 무의미한 업무에 적잖은 역량을 쏟게 됐다. 적잖은 공무원들도 소모적인 업무에 시달리게 됐다. 향후 약가산정 검토 과정에서 더 많은 혼란과 불만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상한 정책으로 많은 사회적 비용 낭비가 초래됐는데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현상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2023-02-13 06:15:33천승현 -
[기자의 눈] 대한약사회 산하기관이 불안하다?[데일리팜=김지은 기자] 약학정보원, 의약품정책연구소, 약사공론. 대한약사회 산하기관들이다. 최근 이들 기관의 운영을 두고 크고 작은 말이 나온다. 재정부터 운영 방식에까지 잡음이 흘러나오다 보니 약사회 책임론도 제기된다.기관지인 약사공론은 이미 지난해 한 차례 홍역을 치렀다. 감사단에서 제기된 문제들로 현 최광훈 집행부가 임명한 사장이 결국 해임 조치되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고, 그 과정에서 조직 내 직원들은 적지 않은 타격을 입어야 했다.하지만 다른 차원에서 약사공론의 문제는 지속되는 모양새다. 안팎으로 약사공론 재정에 대한 말들이 흘러나오고 있고, 이는 곧 직원들의 사기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약학정보원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지난해 개발직 인력의 대거 퇴사를 시작으로 약정원장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하루만에 거둬들이는 해프닝이 벌어졌고, 결국 부원장·상임이사가 대거 교체되는 등 조직 쇄신이 단행되기도 했다.조직 개편 이후에도 약학정보원을 향하는 일부 우려와 지적은 여전해 보인다. 대한약사회 감사단 측 관계자는 앞서 진행된 대한약사회 2022년도 결산감사에서 약사회와 약정원 간 협약의 일부 문제를 지적사항으로 제기, 원상복구를 촉구했으며 관련 문제에 대해서는 다음 주에 진행될 약정원 감사에서 집중적으로 지적할 예정이라고 전하기도 했다.의약품정책연구소로 향하는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의약품정책연구소는 설립 이후 지속적으로 재정상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데다, 지난해부터는 운영이 제대로 되고 있느냐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실제 정책연구소는 지난 2021년 말을 기점으로 홈페이지는 물론이고 정기 간행물 발행이 멈춰있다. 여기에 지난 한해 동안 이렇다 할 연구 리포트나 약사 관련 정책 제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이 같은 상황에 대해 정책연구소 측은 전임 집행부에서부터의 운영상 문제와 고질적인 예산 부족 등을 문제의 원인으로 해명하기도 했다.대한약사회 산하기관이 흔들리는 것은 약사회, 나아가 회원 약사들의 자산이 흔들리는 것이나 다름 없다. 이들 기관을 관리, 감독, 지원해야 할 대한약사회의 어깨가 무거울 수 밖에 없는 것도 그 이유다.내주에는 약사공론, 약학정보원, 의약품정책연구소 등 산하기관에 대한 감사가 예정돼 있다. 감사단이 이들 기관의 현 운영 상태와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어떤 진단과 해답을 내놓을지 주목된다.2023-02-09 15:39:57김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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