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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ASCO 화두 '보조요법'이 남긴 숙제[데일리팜=정새임 기자] 올해 '미국임상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ASCO 2023)'에서 주목받은 주요 연구들의 공통점이 있다. 수술이 가능한 조기 암을 타깃한 보조요법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거뒀다는 점이다. 전이성·재발성 등 말기 암에서 쓰이던 신약들은 어느덧 초기 암에서도 표준치료의 자리를 넘보고 있다.CDK 4/6 억제제 '키스칼리(성분명 리보시클립)'는 조기 유방암에서 수술 후 보조요법 효과를 입증했다. 수술 후 3년 키스칼리를 투약할 경우 재발 또는 사망 위험이 25% 낮아졌다. 블록버스터 면역항암제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는 비소세포폐암 수술 후에 그치지 않고 수술 전-수술-수술 후 보조요법으로 이어지는 치료 여정을 완성했다. 2기부터 3기까지 수술이 가능한 환자들이 수술 전후 키트루다를 썼더니 재발되거나 사망할 위험이 42% 줄어들었다.조기 환자에서 신약을 쓸 경우 실제 환자들의 전체생존율도 개선된다는 점이 입증됐다. 올해 ASCO 기조강연으로 뽑힌 연구 중 하나는 비소세포폐암 EGFR 표적항암제 '타그리소'였다. 타그리소를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 썼을 때 환자들의 전체생존(OS)을 살펴본 결과, 타그리소군의 5년 시점 전체생존율은 88%로 위약군 78% 대비 사망 위험을 51% 낮췄다.키스칼리와 키트루다, 타그리소는 모두 말기 암 환자에서 쓰이던 약이다. 최근 이 약들의 보조요법 연구가 발표되면서 조기 암에서도 충분히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신뢰를 쌓았다. 이들 외에도 CDK 4/6 억제제 '버제니오', 면역항암제 '옵디보'와 '임핀지', '티쎈트릭' 등 여러 항암제가 수술 전·후 보조요법에 이름을 올렸다.갈수록 새로운 기전의 신약을 만들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암 초기로 신약의 쓰임새를 넓히려는 제약사의 노력이 만든 성과다. 의료진과 환자 입장에서도 신약의 조기 사용은 환영할 일이다. 비교적 빨리 암 진단을 받고 수술을 해도 환자들은 재발이라는 위험을 늘 안고 산다. 폐암을 예로 들면 1기 환자는 수술 후 약 20%가 재발을 겪으며, 3기 환자일 경우 재발률이 75%까지 늘어난다. 조기 암은 완치를 목표로 하지만 많은 환자들이 말기 암으로 진행되는 수순을 밟는다.최신 약제들이 조기 암으로 진출하면서 이 환자들에게 보다 적극적인 치료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ASCO에서 만난 한 종양내과 교수는 "그동안 Care(암 관리)를 목표로 사용됐던 표적·면역항암제들이 Cure(완치)의 시대를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기뻐했다.앞으로도 더욱 더 많은 항암 보조요법 연구가 이뤄질 것으로 예측되는 시점에서 우리 사회가 고민해보아야 할 지점도 있다. 그동안 보조요법은 말기 암 치료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치료로 치부돼 급여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일쑤였다. 당장 생명이 위급한 상황은 아니지 않느냐는 물음 앞에 보조요법은 설 자리가 없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가 나아갈 길이 조기 진단·치료를 통해 중증 환자를 줄이고 사망률을 낮추는 방향이라면, 이제는 보조요법의 가치를 제대로 매겨볼 필요가 있다.제약사는 신약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환자군을 선별할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신약이라고 만능은 아니기 때문이다. 보조요법 연구 결과 중에는 어떤 환자군에서 드라마틱하게 효과가 좋은 반면, 어떤 환자군에서는 고개가 갸웃거리는 데이터가 나왔다. 결국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명확한 환자군을 찾아 규제기관을 설득하는 것이 제약업계의 과제다. 이는 모든 신약이 점점 비싸지고 건강보험 재정은 한정돼 있는 현실에서 반드시 필요한 절차가 될 것이다.2023-06-16 06:18:41정새임 -
[기자의 눈] 바이오 클러스터 육성 '컨트롤타워' 필요[데일리팜=황진중 기자] 정부가 '한국형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 육성 방안을 발표했다. 바이오 클러스터를 만드는 것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강력한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 분야 클러스터 육성·활성화를 추진하는 정부 부처와 기관만 13곳이다. 기획재정부를 비롯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건복지부, 행정안전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이 클러스터 육성에 참여한다.제약바이오업계는 이번 바이오 클러스터 육성 방침에 대해 높은 기대감을 갖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여러 부처가 정책 과제를 이끌어가는 만큼 육성책이 선언에 그치지 않기 위해 컨트롤타워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바이오헬스 분야에서의 기술격차와 국민 불안 등을 경험했다. 국가 간 바이오 기술 패권 경쟁 등도 나타나면서 바이오헬스 분야를 안보의 중심으로 인식했다. 한국형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 육성 방안을 발표한 이유다.바이오 클러스터 육성 방안은 이외에도 지난 3월 발표한 제3차 제약바이오산업 육성·지원 종합계획안 등에 기반을 두고 나왔다.정부는 종합계획안을 발표할 당시 K-바이오 랩허브 등을 구축해 송도 바이오 클러스터를 지원하는 정책을 제시했다. 오송과 대구에 조성된 첨단의료복합단지형 바이오 클러스터에도 사무·실험·생산 인프라 구축을 추진한다고 예고하기도 했다.정부는 제3차 제약바이오산업 육성·지원 종합계획과 이번 바이오 클러스터 육성책을 통해 향후 5년 간 바이오헬스 인재양성, 규제혁신, 연구개발(R&D), 투자 등 전 영역에서 바이오 클러스터 등 혁신 생태계를 조성할 방침이다.정부가 예로 든 바이오 클러스터 혁신 생태계는 미국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다.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는 메사추세츠 공과대학교와 하버드대학교 등을 중심으로 연구소, 병원, 1000개 이상의 기업이 모여 있는 세계적 바이오 단지 중 하나다.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에는 연구기관과 병원, 기업, 지원기관, 액셀러레이터(AC), 벤처캐피털(VC) 등이 군집해 있다. 혁신기술 아이디어를 사업화로 연결하는 지역이다. 참여 주체 간 정보 교류와 협업 등이 상대적으로 수월해 시너지 효과가 창출된다는 장점이 있다.클러스터 활성화 방안을 보면 복지부와 과기부는 클러스터 구성원을 밀접 배치하기 위해 규제를 완화할 예정이다. 과기부와 교육부, 산업부는 민간 혁신을 뒷받침하기 위해 R&D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중기부는 유망 벤처기업을 선별하고 기업 규모 확대를 지원할 방침이다. 기재부는 기술혁신형 인수합병(M&A) 세액공제를 확대할 방침이다. 국토부는 클러스터 내 교통서비스를 수월하게 만들기 위해 운영 근거를 마련할 예정이다.R&D와 정책금융, 세제지원, 규제개선, 인력양성 등을 포괄하는 제약바이오산업의 특성상 관계 부처 여러 곳이 바이오 클러스터 조성에 참여하는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 클러스터 육성에 관계 부처, 기관 등 12곳이 참여한다. 이번 바이오 클러스터 육성이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범부처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2023-06-15 06:13:39황진중 -
[기자의 눈] 처방전달시스템이 비대면진료 대안인가[데일리팜=김지은 기자] 대한약사회가 정부의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강행 속 회원 약사 권익 보호를 위해 마련한 ‘처방전달시스템’ 가입 약국이 1만2000여곳을 넘어섰다. 시스템을 개시한지 10여일만에 지역 약국의 절반 이상이 참여한 셈이다.이번 시스템 추진 배경에 대해 약사회는 두 가지 명분을 내세웠다. 민간 비대면 진료 플랫폼에 대한 회원 약국의 종속을 막고, 환자의 약국 선택권을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플랫폼의 약 배송 등 각종 제도권을 벗어나는 행위에 대한 제제는 부수적 조건이다.약사회는 명분을 지키기에는 회원 단결이 필요했고, 민간 플랫폼의 탈퇴 유도는 여의치 않다 보니 처방전달시스템 가입률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데서 길을 찾은 듯 했다. 시범사업 개시 이후 줄곧 시스템 가입에 역량을 집중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그런 뜻이 통했을까. 시스템 개시 5일만에 약사회는 가입 약국 1만곳을 돌파했다며 보도자료를 통해 홍보했고, 기자간담회를 통해 상위권 민간 플랫폼 5곳 이상이 현재 시스템 연동을 타진 중에 있다고도 밝혔다. 약사회의 집중, 약국의 기대와 희망이 공존하는 상황에서 굳이 재를 뿌리고 싶지는 않지만, 이번 시스템이 약사사회에 명분과 실익을 모두 가져다 줄 수 있을 지 의구심이 든다.돌이켜보면 약사회는 정부가 한시적 허용을 통해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고 시범사업 추진하기까지 3년 넘게 ‘민간 플랫폼 반대’를 주창해 왔다.하지만 이번 처방전달시스템의 기본 구조를 고려하면 더 이상 민간 플랫폼은 약사사회가 경계할 대상이 아닌 함께 갈 사업 파트너가 됐다. 더 많은 민간 플랫폼이 연동돼야 활성화되는 것이 이번 시스템의 기본 구조이기 때문이다.이 같은 지적에 대해 약사회는 약 배송 금지, 약국 수수료 부과 금지 등을 시스템 연동 계약 의무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만큼 사실상 민간 플랫폼의 우위를 점하고, 회원 약사의 권익을 보호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플랫폼이 연동 여부의 키를 쥐고 있는 상황에서 약사회가 과연 우위라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약국 밖으로 시선을 돌려보자.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주무부처인 복지부는 이번 시스템 운영에 대해 눈을 감고 있는 데다가, 비대면 진료, 민간 플랫폼 이슈에 있어서는 공감대를 가져왔던 타 보건의료 단체들 역시 약사회와는 선을 긋겠다는 반응이다.회원 권익 지키기가 우선인 약사회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밀려드는 현안 속 정부, 국회, 타 보건단체들과의 연대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에서 약사회의 행보가 추후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우려되는 지점이다.이미 주사위는 던져졌고, 약사회가 대안으로 제시하는 처방전달시스템은 개시됐다. 회원 가입을 마친 1만여곳 약국은 시스템을 통해 처방전이 전송될 날을 기다리고 기대하고 있다. 나아가 약사회는 이번 시스템을 비대면 진료 법제화 과정에서 정부가 인정하는 시스템으로 안착시키고 여기에 EMR 연동시키는 큰 뜻도 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이번 시스템이 약국, 나아가 약사사회의 명분과 실익을 모두 지키는 명작으로 남을지, 실익과 명분 모두 잃게 할 졸작으로 남을지 지켜볼 일이다. 약사회가 이 시점에서 되새길 부분은 처방전달시스템은 회원 약사의 권익 보호를 위한 수단이지, 비대면 진료 제도화에 따른 약사회, 나아가 약사사회의 대안이 될 수는 없다는 점이다.2023-06-13 17:49:31김지은 -
[기자의 눈] 제약바이오, 해외학회 성과 공유할 때[데일리팜=이석준 기자] 제약바이오기업들은 5월 말과 6월 초 굵직한 해외학회에 참석한다.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유럽류마티스학회(EULAR), 바이오인터내셔널컨벤션(바이오USA) 등이다.이 기간 R&D, BD 분야 핵심 종사자들은 국내에 없다는 말도 나온다. BIO USA만 봐도 행사장에 미국 다음으로 많은 500여개 한국 기업이 참가했다. 그야말로 글로벌 학회 총출동이다.목적은 자사 파이프라인 홍보를 위해서다. 이를 통해 파트너링, 기술이전 등의 성과를 추진한다. 향후 파트너십을 위한 인적 네트워크 쌓기 등 무형자산도 얻어온다.출사표도 던진다. 수많은 업체가 해외 학회 전에 보도자료 등을 통해 참석 소식을 알린다. 내용은 엇비슷하다. 관련 질환 글로벌 최대 규모 학회에 '초청받았고' '발표자로 선정됐고' '다수 다국적제약사 미팅 계획이 있고' '자사 파이프라인 기술이전을 추진하겠다' 등이다. 일부는 포스터 참석이지만 대대적인 홍보를 서슴지 않는다. 간혹 미팅 예정인 글로벌 제약사 이름도 거론한다. 홍보전에 주가도 반짝한다.다만 많은 업체는 학회 참석 전후가 다르다. 정확한 집계는 어렵지만 매년 추세를 봤을 때 참석 전 홍보 업체 중 절반은 아무일 없었다는 듯 추가 자료를 내놓지 않는다.불현듯 어느 바이오텍 CFO 하소연이 떠오른다. 이 회사는 2015년 상장 후 매년 해외 학회에 빠지지 않고 나간다. 크고 작은 학회를 가리지 않는다. 다만 이렇다 할 성과는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했다. 회사가 글로벌 미팅 역량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영어만 잘한다고 능사가 아니다. 성과를 얻으려면 글로벌 제약사 프로세스를 알아야 한다. 외국계 제약사 대상 미팅에서 임상 결과를 공유하고도 어떤 방식으로 기술이전 등을 해야할 지 모른다. 연구소장이 기술이전 계약을 논의하고 CFO가 임상을 논하는 식이다. 참석자가 자기 회사 가치를 이해하지 못해 소통이 안될 때도 다반사다.외국계 제약사는 냉정하다. 의사소통이 프로페셔널 하지 않으면 설령 임상 결과가 좋더라도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않는 속성이 있다. 우리 회사가 수년간 해외 학회에 참여해도 성과가 없는 이유다. 미팅을 해도 글로벌 제약사 니즈를 끌어내지 못한다. 어느 순간부터는 참가에 의의를 두고 있다. 국내 주가 끌어올리기용으로 봐도 무방하다.일부 바이오벤처의 사례일 수 있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다. 다만 생각해봐야 할 부분은 보여주기식 해외 학회 참석이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오해를 벗으려면 방법은 있다. 성과를 공유하는 것이다. 물론 기술이전 등 계약이라는 것이 비밀리에 이뤄지고 몇시간 전에도 깨질 수 있는 것이어서 기밀에 붙여야 하는 게 맞다. 다만 공개할 수 있는 부분은 성과를 공유해야 한다. 그래야 객관적인 기업가치를 판단할 수 있다. 임상 진전 업데이트, 학회 참석자의 역할, 메인 트랙 발표 여부, 부스 등급, 미팅 건수, 참여 규모 등이 객관적인 지표들이 될 수 있다.잔치는 끝났다. 이제 대부분 해외 학회를 마치고 국내로 복귀한 만큼 성과 공유가 필요하다. 이미 보도자료 등을 통해 해외 학회 피드백을 공유하는 곳도 있다. 다만 대부분 국내 대형 제약사 등 일부에 그친다.기업가치를 진정으로 인정받고 싶다면 학회 참석 전 홍보자료가 아닌 참석 후 결과물을 공유해야 한다. 여기에 덧붙여서 성과를 알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공개할 수 있는 자료는 기업이 생각하기에 따라 무궁무진할 수 있다. 공유할 수 있는 정보가 많아야 투자자도 기업의 가치를 판단할 수 있다. 일부겠지만, 아니 일부여야겠지만 더 이상 단발성 주가 올리기용 학회 참석 전 홍보 보도자료는 없어져야 한다. 지금은 작은 성과라도 공유하고 그 가치를 시장에서 객관적으로 인정받는 것이 중요한 때다.2023-06-13 06:00:13이석준 -
[모연화의 관점] 조금 더 공부하고 해볼게요(40)자신을 바라보는 관점은 커뮤니케이션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그룹의 의견을 미루어 짐작하는 관점은 커뮤니케이션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과한 신념으로 확언을 내뱉는 사람들의 특징은 무엇일까? 오늘은 세 가지 심리적 특징과 커뮤니케이션의 관계를 생각해보자.1. 공부를 많이 하는 A약사를 만났다. 대화를 나눌수록 그의 반짝이는 능력이 다른 약사들에게 도움이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강의를 해보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는 순간, 그는 "저는 아직 준비되어 있지 않아요. 조금 더 공부하고 해볼게요"라고 말한다.공부를 끊임없이 하는 약사들은 의외로 자신이 별로 똑똑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성취한 건, 운이 좋아서 혹은 누군가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거로 생각하며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한다. 그리고 언젠가 사람들이 이런 사실을 알게 될 것이라 걱정한다.이러한 현상은 가면 증후군(Imposter Syndrome)으로 설명할 수 있다. 1978년 미국의 임상심리학자 폴린 클랜스(Pauline Clance)와 수잔 임스(Suzanne Imes)는 깊게 공부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고, 그들이 근거 없는 불안을 호소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심리적 특징을 '가면 증후군'이라고 명명했다.가면 증후군이 있는 사람은 일반인의 70%에 이른다고 한다. 그들은 그저 암기를 잘했을 뿐이에요, 저는 머리가 좋지 않아요 등의 생각을 하며, 자신이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진정으로 똑똑하지 않고, 언젠가 사람들이 알아챌 거로 판단하여 불안해 한다.2. 약과 관련한 이슈에 관해 명징한 관점을 가진 B약사를 만났다. 문제 분석 및 해결 방안 도출 과정이 체계적인 사람이었다. 연재 글을 써보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는 순간, 그는 "다른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를 싫어할 거에요. 제 의견은 소수의 의견일 뿐이니까요. 다음에 해볼게요"라고 말한다.이러한 현상은 다원적 무지(pluralistic ignorance)로 설명할 수 있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인 플로이드 올포트(Floyd Allport)와 다니엘 카츠(Daniel Katz)는 목소리가 큰 몇몇 의견이 다수의 의견이라 가정하고, 다수의 사람이 그 생각을 수용하고 있다고 잘못 판단하는 심리적 현상을 다원적 무지로 명명했다.어떤 이들은 자신의 의견이 소수의 의견일 거라 가정한다. 그리고 다수의 사람이 자신과 다른 의견일 거라 가정한다. 기사의 댓글에 달린 글이 다수의 생각이라 착각하고, 적극적으로 반대 의견을 제시하지 않는 것도 다원적 무지 현상의 일종이다.3. 확신에 차 있는 C약사를 만났다. 자신의 사업 모델이 완벽하게 성공할 거라는 확언, 많은 사람이 의견에 동의하고 있으므로 '탄탄대로'라는 그의 설명을 듣는 중에 그의 자신감만이 부러웠다.논리적으로 따져보면 앞, 뒤가 맞지 않는 설명이 많아 몇 개를 슬쩍 찔러보았다. 그런 건 별거 아니라는 손사래와 함께 이미 많은 사람이 변화에 동참했다는 의기양양한 눈빛을 보낸다.이러한 현상은 허위 합의 효과(false consensus effect)로 설명할 수 있다. 허위 합의 효과는 대다수가 자신처럼 생각하지 않는데 남들도 자신처럼 생각하고 있다고 잘못 가정하는 현상을 말한다.즉,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이 실제보다 더 널리 수용되었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을 비정상이라고 쉽게 낙인 찍는 특징도 보인다. 허위 합의, 혹은 허상의 합의를 쉽게 하는 사람은 자기 향상 메커니즘을 잘 돌리며 높은 자신감을 보인다.A, B, C 세 약사의 커뮤니케이션은 어떠할까? 쉬이 상상할 수 있다. A 약사는 여전히 공부를 더 하고 말하겠다며 차일피일 미룰 것이고, B 약사는 집단의 의견에 따르며 방관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C는 말이 없는 다수가 이미 동의를 했다고 착각하며, 더 크게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다. 결론은? C의 말이 다수의 의견처럼 보이게 될 것이다.A와 B를 위한 결론은 다음과 같다. 가면증후군과 다원적 무지라는 단어를 기억하자. 명칭은 진실을 깨닫게 한다는 순자의 말을 기억하면서, 물 위로 올라가려는 자신이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자신의 겸손이 어쩌면 사회적 공포의 일종일 수 있음을 상기시키자. 과거의 성취를 객관적으로 돌아보기 위해, 다양한 피드백을 받아보는 것도 효과적이다.C를 위한 결론은 시간이 약이지 않을까. 부디 자기 과시적 확언을 통과한 후에 겪을 실패의 경험이 새로운 지식 체계에 도움이 되길 바라야 하지 않을까 싶다. 어쩌면 우리도 그 과정을 겪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하는 말이다. 겸손을 배우는 과정일 수 있다는 생각을 권유하는 바이다.2023-06-12 13:20:39데일리팜 -
[모연화의 관점] 학문으로서의 커뮤니케이션(39)폐암 말기 환자가 '동물용 구충제(펜벤다졸)를 먹고, 암이 완치됐다'라는 사연이 소셜미디어에 소개된 후, 일시적으로 구충제 토네이도가 약국가를 덮쳤다. 많은 약사가 한 사람의 사연이 약성을 증명할 수 없다는 과학적 진리를 다양한 채널을 통해 설명했지만, 역부족이었다.시간이 흘러 복용자 개개인이 그 결과를 공유하면서 자연스레 돌풍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몇몇 사례 혹은 체험례라는 이름으로 특정 성분은 유행을 탄다.펜벤다졸의 예처럼 한사람에게만 효과적인 물질은 약학이라는 학문 관점에서 약이 될 수 없다. 학문적 관점에서 약이 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연구 과정을 통해 타당성과 보편성을 획득해야 하기 때문이다.타당성과 보편성은 과학적 연구방법론을 통해 축적된 체계적인 지식체계인 학문을 이해하는데 필수적인 요소이다. 타당성은 연구에서 측정하거나 조사하고자 하는 것을 정확하게 측정하거나 조사하는 정도를 말한다. 내부 타당성 관점에서는 펜벤다졸을 복용하고 암이 낫는다는 인과를 '다른 변인을 통제한 상태'에서 검증할 수 있어야 과학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한편, 보편성은 일반성을 뜻하는데 유사한 상황에서 일반적으로 같은 결과가 나타나야 보편적이라고 평가된다. 즉, 펜벤다졸이 만인에게 효과적이어야지 특정인에게만 효과적이라면 그것은 약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의미이다.약사들은 체계적인 학문 과정을 통해 약의 과정과 기능에 관한 과학적 연구방법론을 통해 특정 가설의 타당성과 보편성을 증명하는 법을 배운다.그래서 약사들은 TV에 나온 누군가의 '노니는 누구누구를 치료했기 때문에, 약입니다'라는 식의 주장을 믿지 않는다. 보편성과 타당성 그리고 검증가능성이 부족한 주장이기 때문이다.그런데 이러한 약사들 역시 범주가 바뀌면, 학문의 과정과 정의를 쉬이 잊어버린다. 일례로, 커뮤니케이션을 정답이 있는 기술로 대하는 태도가 그러하다.커뮤니케이션학은 인간사회의 커뮤니케이션 현상을 과학적 방법을 통해 연구하며 보편타당한 지식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커뮤니케이션 현상을 다양한 변인과 이론을 통해 설명하고 효과를 예측하여 커뮤니케이션 발전에 이바지하는 사회과학 학문이다.그런데 우리는 정보 평등 사회에서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은 공감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는 막연하다. 이에 커뮤니케이션을 몇 가지 단편적인 기술로서 습득할 수 있다고 착각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매출 커뮤니케이션, 항생제 커뮤니케이션, 진통제 커뮤니케이션 이런 식으로 말이다.덧붙여, 약사들의 정성적인 커뮤니케이션이 환자들의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현장의 체감은 있지만, 그것을 과학적 연구방법론을 통해 정량적으로 증명해 나가는 것 또한 이루지 못하고 있다.학문으로서의 커뮤니케이션은 몇가지 기술만으로 습득되지 않는다. 아울러 커뮤니케이션 효과성 검증은 학문이기 때문에 사회과학적 방법론을 따라야 관련 저널에 게재될 수 있다.이는 몇 명에게 효과적이었다는 사실로 약이 되지 않는 약학이라는 학문과 일맥상통하며, 약의 관련된 모든 것이 관련 저널에 게재되어 평가를 받는 것과 같다.즉, 우리가 약학이라는 학문을 다양한 면에서 체득했듯이 커뮤니케이션학 역시 기능적, 구조적, 의미적 차원에서 세분화된 지식체계를 습득해야, 실제 현장에 커뮤니케이션의 원리를 적용할 수 있다.커뮤니케이션학의 비조(鼻祖)로 불리는 호블랜드 교수는 메시지 특성, 커뮤니케이터 특성, 매체 특성, 주위 상황으로 구성된 커뮤니케이션 상황, 상황과 어느 정도 관련되어 있는지 정도(내용 유관 요인, 커뮤니케이터 유관요인, 매체 유관요인)에 따라 커뮤니케이션 수용자의 주의-이해-수용의 단계를 통해 의견, 감정, 행동 등의 변화가 나타난다고 커뮤니케이션 모형으로 설명했다.그렇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 현상을 이해하고, 내 맥락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앞서 나열된 특성들을 포함한 이론을 공부하고, 보편타당한 이론의 원리들이 '약국 커뮤니케이션 맥락'에서도 검증되는지 살펴야 한다.우리는 의사의 속성, 약사의 속성, 약국의 특징, 메시지의 형태, 복용하는 사람의 속성, 문화-사회적 요인 등의 관계를 파악하는 사회과학적 공부를 통해 다양한 맥락에서 가장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시도하면서 약국 맥락에서 필요한 커뮤니케이션 관련 지식체계를 쌓아나가야 한다.이 같은 실증적 시도와 과학적 검증이 체계화 하지 않으면, 결코 환자 중심의 커뮤니케이션을 현실화할 수 없다. 덧붙여, 약사의 커뮤니케이션 효과 또한 보편 타당한 과학적 방법론으로 검증하지 않으면, 학문적 관점에서 그 가치를 주장하기 어렵다.안타깝게도, 이러한 연구는 남이 해주지 않는다. 이에, 융합 학문 관점에서 약사의 정성적 과정과 기능을 정량적으로 증명하는데 필요한 학문들을 배울 수 있길 바랄 뿐이다.2023-06-12 13:12:57데일리팜 -
[모연화의 관점] 약사 리더십 커뮤니케이션(38)전문가의 리더십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tvN의 '천 원짜리 변호사' 드라마 주인공인, 천지훈 변호사는 시보에게 "사람들은 법에 대해 알고 싶어 오는 게 아니라, 도움이 필요해서 온다"며 변호사가 의뢰인에게 법을 설명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의뢰인 관점에서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거라 말했다.마찬가지로 사람들은 약에 대한 정보만을 위해 약국에 오는 게 아니라, 건강 문제 관련 도움이 필요해서 온다.약의 복용, 식품의 섭취를 포함해 질병을 예방 및 치료하는 영역은 계속 확장하고 있다. 이 영역의 다면체적이고 포괄적인 특성은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의 참여도 가능하게 만들어 다양한 콘텐츠를 탄생시켰다. 덧붙여 새로운 미디어 출연과 디지털 혁신은 정보에 관한 독립성을 예전보다 증가시켰고 건강 결정의 중심축을 환자 쪽으로 옮겼다.하지만 개인이 스스로 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점검하고, 선택하는 과정에서 역설적으로 전문가의 리더십이 더 필요해졌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왜냐하면 다양한 사람들이 안내하는 건강 여정 속에서 사람들은 전문적 내비게이션 없이 건강 결과에 도달할 수 있는 올바른 길을 찾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이에 약사와 사람의 관계, 약사 그룹과 공중(public)의 관계에 필요한 새로운 범주의 리더십이 요구되고 있다.십여년 전만 해도 약사 리더십은 임상 영역을 중심으로 약사가 직접 만나는 사람들에게 근거 중심(evidence-based) 정보를 전달, 그 사람의 건강 결과에 책임을 지는 전문가 주의 측면이 강조됐다.그런데 '전문가주의'로 설명되는 목표지향적인 리더십(goal-oriented leadership)은 사람들의 개별적 상황을 인정하고, 맞춤형 동기 부여를 통해 스스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돕는 변혁적 리더십(transformational leadership)으로 확대되고 있다. 아울러, 지역 커뮤니티 및 사회의 건강 증진을 위한 관계 지향적 리더십(relation-oriented leadership)도 약사사회에 요구되고 있다.이러한 리더십과 관련된 커뮤니케이션은 크게 세 가지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다.첫째, 개별 약사는 사회적 지지, 환경에 관한 이해를 통해, 넓은 맥락의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해야 한다. 다시 말해, 약사는 환자가 속한 사회경제적 지위(socioeconomic status) 및 주변 환경을 고려해 환자가 선택할 수 있는 최적의 길을 안내해야 한다.둘째, 약사회 및 약학 관련 학회는 지역 커뮤니티 및 사회의 건강 증진을 위한 관계 지향적 리더십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가령, 학회는 의약품과 관련한 문제가 발생하면 적극적인 전문가 집단의 의견을 표명해야 한다. 이 과정을 반복하여 약에 관한 최고 권위를 가진 단체로서 사회 및 사회 속의 공중과 관계를 맺어야 한다.구체적으로, 작금의 다빈도 의약품 품절사례, 어린이 시럽 리콜 사례 등 약물과 관련한 공중 건강에 관한 커뮤니케이션에 임상약학회, 약학회, 보건사회약료경영학회, 한국약사커뮤니케이션과커뮤니티케어학회등 약학 관련 학회들은 적극적으로 가담해 담론을 생성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약학 단체들은 약물과 관련한 주요 의제를 제기하고 공중과 관계 맺기를 통해 여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한다.셋째, 의약품과 관련한 교육에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특히 약사들은 의약품에 관한 가짜 뉴스, 마약 및 향정신성 의약품과 관련한 문제 등에 관해 교육 기관, 법무부와 함께 예방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 약물 중독의 기전과 심각성에 관한 지식은 약사들이 가장 잘 알기 때문이다.참고로, 마약 및 향정신성 의약품에 관한 예방 교육은 시급한 실정이다. 하지만 마약이 일반 중독과는 다르게 지각된 심각성이 높아야 함에도 헬스 커뮤니케이션 전략 없이 '마약은 중독입니다' 수준의 플래카드(placard)가 붙어 있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한글을 겨우 읽는 아이들에게 호기심만 부추기고, 마약이 뭐냐고 묻는 아이들에게 엄마들이 알아서 대답해 주라는 것인가 싶어 착잡하다. 아이들에게 저것이 왜 문제인지, 어떤 심각성이 있는지, 어떻게 피할 수 있는지 눈높이에 맞게 구체적인 위험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데 말이다.요약하면 약사는 변혁적, 관계적 리더십을 기반으로 개인과 사회가 직면한 건강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줘야 한다. 특히 약물 남용 및 오용, 중독 문제의 해결에는 더욱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고, 약사로 구성된 단체 역시 직능을 넘어 다양한 건강 문제에 담론을 제기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다양한 교육부, 법무부 등의 기관과 커뮤니케이션 채널 구축의 노력 역시 필요하다.2023-06-12 12:19:48데일리팜 -
[박정관의 생각] 약배달, 두려움인가 vs 기득권 반대인가앞서 1편과 2편에서는 약사 역할 측면에서 비대면 투약(배달)의 필요성과 소비자 관점에서 비대면 투약의 요구를 살펴봤다. 이번 호에서는 비즈니스와 산업적인 측면에서 비대면 투약에 대해 고찰해 보고자 한다.의약계와 산업계 등 수많은 논란과 우려 속에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은 6월 1일 시작됐다.우선 비대면 진료중개 앱에 의한 약국 자동배정이 금지돼 환자의 약국 선택권이 보장된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가이드라인의 구체성이 부족하고 불완전한 점이 많아 연일 의약계와 환자는 혼선을 빚고 있으며, 비대면 진료 후 처방약 수령에서 대면수령 원칙 고수 또한 의료계와 소비자 단체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3개월 간의 시범사업이 종국에는 비대면 진료 법제화를 전제로 한 과도기로, 시범사업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이나 사용자들의 애로사항, 환자들의 불편사항 등을 취합 분석해 개선 보완하고자 하는 기간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시범사업 가이드라인을 단편적으로만 보고 판단하지 않았으면 한다.시범사업에서는 '비대면 진료에 의한 비대면 투약'에 대해 추가되는 약사업무를 반영해 행위료 수가를 30% 가산해 주고 있다.그 추가되는 약사업무는 비대면 복약지도 뿐만 아니라 '배달을 위한 포장, 발송'에 따른 행위라고 볼 때, 향후 대면 진료 시에도 동일하게 추가되는 약사 업무로써 행위료로 이어질 수 있고, 나아가 꼭 대면 투약이 필요한 환자들을 위한 방문약료 등의 행위료 수가 신설도 가능하리라 생각된다.결론적으로 최종 환자에게 약이 전달되는 과정에서 의약품 배달이라는 행위는 약사들의 역할 확대 뿐만 아니라 새로운 수익창출도 가능하며, 배송(전달)의 마지막 단계 '라스트 마일(Last Mile)'에 대한 소비자의 시대적 요구, 즉 더 안전하고 빠르게 원하는 장소에서 전달받고 싶어한다는 상황에도 부합되는 것이다.나아가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의약품 배달이라는 새로운 큰 시장이 형성 되리라 생각한다.현재 대한민국 병원은 연간 약 5억 건의 원외 처방전을 약국으로 발행하고 있다. 2019~2021년 건강보험+의료급여 연간 종별건수.(단위 천건, 보건의료빅데이터 자료 참고). 만약 우리나라도 안전한 약배달(전달) 시스템이 제도화 되어 일반의약품까지 배달이 가능해진다면, 코로나 팬데믹 당시 음식배달 등 퀵배달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이용건수가 연간 10억 건 정도라고 하니,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의약품 배달은 매우 큰 시장을 형성할 것이라 생각된다.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매우 중요한 핵심이다. 현재 우리 약사회가 '대면 투약'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이 핵심을 놓치고 있는 거 같아 너무 안타깝다.약배달은 미국을 비롯한 7개국(G7), 유럽, 중국 등 많은 나라에서 각자의 규제, 제한을 두고 시행하고 있다.핑안굿닥터 '1분 진료소(一分鐘診所)' 제공.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낙후된 의료환경의 돌파구로 원격의료시장을 집중 지원하고 있고, 코로나 위급상황까지 더해져 디지털 헬스, 비대면 진료, 약배달까지 비약적인 성장을 하고 있는 나라다.특히 ICT(정보통신기술) 업계의 거물인 알리바바(알리건강)와 징둥닷컴(징둥건강), 핑안그룹(핑안굿닥터)의 의약분야 진출은 (초)고속 약배달 서비스까지 이르러, 기존 지역 로컬약국들은 자생력을 잃고 플랫폼에 흡수되거나 매약 정도만 하는 정도로 전락했다. 미국은 어떤가? 2018년 글로벌 유통공룡 아마존이 필팩을 인수하고 온라인약국 사업에 뛰어들자, 거대 약국체인 CVS, Rite-aid의 주가가 폭락하는 등 오프라인 약국에 상당한 위협이 될 거라고 다들 예측했지만, 결과는 아마존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CVS, 월그린, Rite aid 매출 추이(2018~2021).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환자 접근성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본다. 오프라인 약국 기반이 없는 아마존은 중앙집권적인 시스템을 선택했고 환자에게 72시간 내 배송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환자들은 조제약을 빨리 받을 수 있는 곳을 선택했다. 지역약국으로 처방전을 받으면 2시간 내로 배송이 되고, 직접 약을 픽업해 배송료도 아낄 수 있는 것이다. 결국 환자들은 편의성을 선택한 것이라 판단된다.일본은 편의점으로 약이 나가면서 드럭스토어 매출이 한동안 정체를 보이다가, 코로나19 동안 드럭스토어 매출이 6~7% 성장했다고 한다. 여기에도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조제의약품 배달이 허용되면서 다른 필요 물품이나 일반약도 함께 구매하면서 매출이 성장한 것으로 분석된다.지금 우리 약국가는 의약분업 이후 가장 중요한 변곡점에 있다고 본다. 약배달 불가(不可)에만 함몰돼 반대만 하다가는 우리도 중국처럼 될 것이다. 우리가 이러는 동안 거대 디지털 플랫폼들은 본인들이 유리한 쪽으로 분명 준비하고 끌고 갈 것이다.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비대면 진료에 따른 비대면 투약은 어떻게 대처 하냐에 따라 중국처럼 동네약국이 위축될 수도 있고, 미국이나 일본처럼 지역약국이 훨씬 더 살아날 수도 있다. 어쩌면 그 기회가 지금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OECD 39개 국가 중 한국만 유일하게 약배달을 하지 않는 국가다. 언제까지 국민건강을 내세워 안된다고만 할 것인가? 물론 가보지 않은 길은 누구나 두렵다. 하지만, 지금은 피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소비자가 권력인 시대 아닌가? 아무리 막으려고 해도 이젠 그렇게 될 수 없다.내가 지역약사들이나 약업계 원로와 접할 기회가 있어, 작금의 상황에 대해 얘기를 하면 의외로 많은 약사님들이 코로나 상황을 겪고 나니 약국도 바뀔 것이고, 결국은 비대면 약국서비스에 대해 동의한다.그러니 작금의 상황이 어쩌면 현재 터를 잡은 선배 약사들의 조직적인 반대는 아닐까, 상황이 바뀜으로 인한 생태계의 변화를 거부하는 기득권자들의 방해는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만의 착각이길 바란다.2023-06-12 09:03:11데일리팜 -
[데스크시선] 복막투석, 적자건보재정 구원투수[데일리팜=노병철 기자] 천문학적 건보재정이 소요되는 혈액투석 환자 진료비 절감의 새로운 대안으로 복막투석이 각광받고 있다. 이 같은 여론의 핵심에는 복막투석 환자 재택관리 1차 시범사업 성과 달성에 있다. 이 사업은 지난 2019년 12월 보건복지부 훈령에 의해 채택, 현재 2차 시범사업(2022년 5월~2025년)이 진행되고 있다. 사업의 목적은 재택환자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피드백을 제공해 입원 및 질환 악화로 인한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을 줄이고, 환자 삶의 질 향상에 있다. 대상자는 신장대체요법이 필요한 만성 신장병 5기 환자로 복막투석 환자 재택관리 시범사업 참여에 동의한 사람이다.대한신장학회는 1차 사업 종료를 앞두고 복막투석 환자 재택관리 강화와 대책에 대한 토론회 등을 개최, 긍정적 미래 비전을 제시하며, 본 사업 전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1차 사업 당시 83개 병원이 참여, 7만 건 이상의 청구로 큰 호응을 얻었다는 평가다. 아울러 환자 예후 개선·의료비 절감 성과도 확인됐다. 당시 토론회에서는 보건당국·대한신장학회·참여 병원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사업성과 공유·개선사항·본사업 전환 필요성 등에 적극 공감하며, 2차 시범사업을 이끌어 낸 마중물 역할을 했다. 다시 말해 혈액·복막투석 환자별 맞춤 치료관리를 위한 시대적 전환점을 시사한 것이다.전국 839개 인공신장실을 운영 중인 병원을 대상으로 심평원이 진행한 2018년 혈액투석 적정성 평가 자료에 따르면 해당 연도 혈액 투석 환자 수는 9만901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4년 대비 23% 가량 증가한 수치며, 진료비는 2조6340억원으로 45.5% 증가했다. 하지만 의료계 추산, 이중 복막투석 비중은 5% 수준으로 파악된다. 학계 관계자들은 복막투석에 대해 임상적 효과, 환자 삶의 질 개선, 이에 따른 사회경제적 부담 절감효과가 충분하다고 강조한다. 당뇨·고혈압에 따른 신장질환자의 폭발적 증가에 대비한 건보재정의 안정적 운영과 복막투석 활성화 당위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시범사업 시행 후 복막염·도관감염의 감소가 확인됐고, 시범사업 미등록환자 대비 등록환자의 사망률·입원율도 감소 양상을 보였다. 직접 의료비용 역시 1인당 연간 565만원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가관리에 대한 의사·간호사의 교육·상담, 환자 상태에 대한 정기적 모니터링 등 재택관리 서비스 제공에 대한 보상안을 마련해 해당 병원들의 적극적인 시범사업 참여를 유도했다. 일종의 인센티브 또는 대체수가 형식으로 병원에게 부여되는 복막투석 환자 재택관리료는 교육상담료Ⅰ·교육상담료Ⅱ·환자관리료로 구분, 각각 3만9380원·2만4810원·2만6610원이 책정됐다.투석은 인공 신장기를 이용해 혈액 속 노폐물 제거·전해질 균형 유지·과잉 수분 등을 없애는 시술을 말한다. 방법은 크게 혈액투석과 복막투석이 있다. 혈액투석은 환자의 혈액을 투석기에 통과시켜 혈액을 걸러낸 후 다시 혈관에 넣어 주는 방식이다. 복막투석에 비해 투석 횟수가 적지만 투석 시간이 길고, 병원에 내방해야 하기 때문에 위급상황에 대한 의료진의 대처가 신속한 장점이 있다. 복막투석은 소정의 교육을 이수한 환자 자신이 투석기를 이용해 자택 등에서 직접 시행이 가능한 장점이 있지만 복막염·탈장 등 합병·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있어 의료인의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건강보험 수지는 건강보험요율 상한(8%) 도달(2027년)에 따른 수입 증가분 축소와 보장성 강화 계획에 따른 지출 증가로 매년 적자가 예상된다. 2025년에는 적립금 소진도 예고돼 있다. 2021~2030년 10년 간 건강보험 수입·지출 연평균 증가율은 각각 7.2%·8.1%로 수지 역전 구조에 진입했다. 지난해 수입액은 80조9000억원이며, 증가율을 반영한 2030년도 예산은 150조6000억원에 달한다. 2021·2030년 지출액은 81조7000억원·164조1000억원이다. 건보 적자는 이미 2021년 8000억원을 기록, 2029·2030년은 각각 11조9000억·13조5000억원 마이너스 수지로 돌아설 것으로 분석된다.1·2차 복막투석 환자 재택관리 시범사업 참여율은 15% 수준에 머물러 있다. 혈액투석 진료비가 전체 투석진료비의 95%를 상회하고, 복막투석 비중이 저조한 원인은 낮은 의료수가에 있다. 횟수·시간이 제한된 교육상담료·환자관리료에 대한 합리적 수가 반영과 관계자들의 복막투석에 대한 의식고취는 풀어야할 숙제다. 그렇다고 무분별하게 복막투석에 대한 수가를 혈액투석과 동일하게 높이는 것은 재정절감 타당성과 거리가 멀어 현실적 대안이 아니다. 유례 없는 투석환자 증가 속도는 건보재정 적자 가속화와도 맞물려 있다. 이제 보건당국·의료계·환자 간 사회적 합의를 통한 묘수를 찾을 때다.2023-06-10 06:00:00노병철 -
[기자의 눈] 약국 '붉은십자가' 금지령…다시보는 상표권[데일리팜=강혜경 기자] 적십자 표장 사용과 관련해 약국을 나타내는 표식으로 빨간 십자가를 사용하던 약국들에 비상이 걸렸다.대한적십자사는 대한약사회를 통해 적십자 표장에 대한 상표 출원을 지난 3월 27일 완료했으며 적십자사, 군 의료기관 또는 적십자사로부터 그 사용승인을 얻지 않은 경우 적십자 표장이나 이와 유사한 표장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할 것을 알려왔다.▲병원, 약국 등 간판에 적십자 표장을 사용하는 경우 ▲제품에 적십자 표장을 사용하는 경우 ▲응급처치상품, 의약품 등에 적십자 표장을 하는 경우 ▲생상과 형태가 적십자 표장과 유사해 혼동이 되는 경우 ▲디자인 등에 적십자를 더하기 등으로 사용하는 경우 ▲적십자 표장 안에 다른 도안을 넣는 경우 ▲적십자를 변형된 타입으로 사용하는 경우 ▲적십자 또는 유사명칭을 사용하는 경우 등 오남용을 금지해 달라는 내용이었다.적십자사의 표장 관련 안내가 처음은 아니다. 앞선 기사를 찾아보면, 대한적십자사는 2016년 의약단체에 관련 내용을 안내한 바 있다. (기사 바로가기)이듬해인 2017년에도 적십자 표장 오남용 시정 협조요청 공문을 보냈었다. (기사 바로가기)이미 언론을 통해 보도가 이뤄져 왔지만 그 사이 새롭게 생겨난 약국이나, 종전 안내를 듣지 못했던 약사들은 적십자의 안내가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적십자사의 안내로 인해 간판을 바꾼 약국 예시. 출처 대한적십자사. 적십자사에 따르면, 적십자 표장은 전시 부상자 구호활동의 상징으로 1863년 첫 제정됐으며 무력충돌에 있어서 제네바 제협약과 추가의정서에 의해 구호, 의무 또는 종교요원 및 시설, 운송 수단들에게 부여된 보호를 나타내는 표시로 사용되고 있다.적십자사는 표장 오용은 어떠한 것이든 표장의 보호적 가치를 훼손시킬 수 있으며, 인도적 원조의 유효성을 손상시킬 수 있기 때문에 절대금지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부적절한 사용 사례로 약국을 들고 있다.국제인도법의 관련 조항에 어긋나게 식별표장을 사용하는 모든 경우와 표장을 사용할 권리가 없는 단체 또는 개인(기업, 약사, 개인병원의 의사, NGO, 일반인 등)이 표장을 사용하는 경우, 국제적십자사운동의 기본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 목적을 위해 적십자 표장 등을 사용하는 경우는 모두 오용으로 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적십자사 측은 "현행 국제법(제네바협약)과 국내법(대한적십자사 조직법)으로도 적십자 표장을 무단으로 사용할 수 없다. 대한적십자사 조직법에 따르면 적십자 표장을 무단 사용하면 1000만원 이하 벌금과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며 "상표 등록이 완료되는 내년 9월 이후에는 침해죄가 적용돼 최대 7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고 안내했다.상표 등록과 관련해 적십자 측은, 표장 무단 사용은 이미 불법이지만 제재가 미약해 병원과 약국뿐 아니라 다양한 사업자의 무단 사용이 근절되지 않고 있어 무단 사용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자 상표 등록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약국은, 관련 보도 이후 약국 유리 등에 무심코 사용하던 표장을 가리거나 없애는 분위기다. 하지만 간판이나 조명 등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어 비용적인 측면을 놓고 고심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보편적인 약국에서 빨간 십자가를 약국으로 그만큼 많이 사용하고 있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대다수 약국들 역시 적십자 표장 사용이 위법인지 모르고 사용한 경우가 많은 만큼 벌금 보다는 계도가 우선시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약사들이 관련한 내용을 항시 알 수 있도록 약사회 차원의 홍보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당연하게, 무심코, 몰라서 사용하고 있던 빨간 십자가, 이제부터는 다른 색이나 다른 형태로 사용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또한 벌금 위주 처분이나 일회적인 홍보 보다는 계도와 지속적인 홍보가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2023-06-09 15:04:31강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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