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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심평원 관심은 삭감·조사, 약국 평가는?지난해 요양기관 청구데이터를 기반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진료비심사실적이 최근에서야 공개됐다. 매년 3월이면 분석이 완료돼 외부에 공개됐던 데이터가 4개월이나 늦어졌다. 진료비심사실적은 약국 등 요양기관에서 1년 동안 청구한 요양급여비용부터 명세서 건수, 조제행위료와 약품비를 확인할 수 있으며 간단한 산식만 대입하면 일평균 또는 월평균 매출이나 조제건수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물론, 모든 약국의 평균이라 말할 수 없지만 어느 정도의 급여 흐름이나 규모를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다.조금 늦게 공개된 감이 있지만, 진료비심사실적 데이터를 꼼꼼히 살펴보면서 일평균 조제건수에 궁금증이 생겼다. 급여환자 1명 당 조제를 1회 하고, 1년 평균 약국 개문일수를 300일로 가정해서 지난해 약국당 일평균 조제건수를 계산해보니 77.5건이 나왔다. 2001년 7월 1일부터 약국은 일평균 조제건수가 75건을 초과하면 100건까지 조제료의 90%를, 100건 초과~150건은 75%를, 150건 초과시 50%만 받도록 하는 차등수가제를 적용 받고 있다.매년 급여비용과 내원(내방)환자가 증가하면서 약국 당 조제건수도 늘어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차등수가의 기준선은 1일 75건 멈춰있었다. 약사들의 조제 질적 수준 향상을 이한 제도적인 장치로 차등수가제도를 도입했다고 하는데, 19년 동안 질제고에 대한 평가는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그리고, 차등수가 적용으로 인해 차감지급되고 있는 급여규모도 궁금해졌다.차등수가제도에 따라 약국 조제료 차감액을 결정하고, 차등수가 부당청구 등을 조사하고 있는 심평원에 최근 데이터를 요청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실망 스러웠다. 지금까지 차등수가와 관련해 외부에 공개된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제공할 수 없다고 했다. 약사회 임원 정책대회에서 '2016년도 약국 차등수가 차감액'이 공개됐다고 하자, 근거자료를 요구했다. 심평원과 일주일동안 소통하면서 최종적으로 얻은 답은 '공개 불가'였다. 하지만, 조금만 노력한다면 매년 국회 국정감사 자료제출 요구 사안 중 하나인 차등수가 차감액은 금방 찾을 수 있는 자료였다.일주일 동안 심평원의 자료를 기다리면서 든 생각은 그 만큼, 심평원이 차등수가에 대해 관심이 없다는 점이었다. 약국은 심평원이 마주하는 전체 요양기관 중 작은 포션을 차지한다. 차등수가로 인한 차감액도 2016년 167억원 수준으로 최근 5년 동안 평균 금액이 150억원 수준이다. 연간 조제료 청구금액의 1%도 안되는 금액으로 움직이는 제도에 대한 무관심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심평원은 현지조사를 통해 차등수가 부당청구 약국을 찾아내는데 열을 올린다. 급기야 새로 만들어진 현지조사 자율점검제도의 대상으로 약국 차등수가를 적용했다.심평원은 삭감하고, 조사하는 기관이 아니다. 심평원 본연의 업무에는 요양기관의 질적 향상을 위한 평가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동안 의료기관 질향상을 위한 평가방식은 다양하게 만들어졌다. 하지만 약국의 조제 서비스 질적 향상을 위한 평가 방안 마련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약사들 스스로 서비스 질적 수준을 제고할 수 있도록 삭감 정책이 아닌, 평가를 통해 서비스 질이 높은 기관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방안 또한 마련돼야 한다.2019-08-12 06:12:20이혜경 -
[기자의 눈] 삼복더위에 약국 불쾌지수가 높아진다[데일리팜=정혜진 기자] 매년 반복해서 겪는 여름인데도 매년 새롭다. '이렇게 더울 수 있을까' 해마다 새삼스레 놀랄 정도다. 8일 입추였다지만 가을이란 말이 전혀 어울리지 않게 연일 폭염경보를 알리는 행안부의 안내 문자가 시끄럽고, 온열질환을 조심하라는 뉴스가 계속되고 있다.이 더위에 약국, 약사를 짜증나게 하는 일들이 지천에 널렸다. 더운 날씨에 병원에서 한참을 기다렸다며 괜한 화풀이를 약국에 해대는 환자, 상승하는 기온과 반비례해 여름 비수기에 따라 하락하는 일매출, 일본 불매운동에 괜한 시비를 거는 단골 어르신 손님까지. 약사의 하루는 짜증과 마인드컨트롤의 반복으로 채워진다.이 가운데 약사사회 불쾌지수를 폭발시킨 것은 단연 한약사 일반약 판매 문제다. 약사들은 SNS에서, 단체카톡방에서 연일 분노와 허탈함을 토로하고 있다. 이만하면 '통합약사' 외에는 답이 없다는 의견부터 이에 대한 반론, 반론에 대한 반론까지 토론과 설전이 계속되고 있다.수십년 째 반복되는 갈등임에도 해결책이 요원하다. 약사사회 의견이 하나로 모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토론의 결론은 결국 '약사회는 뭘 했냐'이다. 토론자들의 시선이 한 방향으로 모아지면 과거 집행부터 현 집행부조차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수 없다.이 다음 타깃은 정부, 복지부가 된다. 약사회는 필연적으로 정부의 책임론을 지적할 수 밖에 없다.이번 한약사 일반약 판매 문제가 다시 불거진 건 복지부가 지자체에 하달한 공문에서 비롯했다. 법 개정이 어려운 만큼, 지도감시 정도면 현실적으로 문제의 원인을 어느정도 해결할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복안이었는데, 결국 두 단체가 다투는 양상은 2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만을 확인했다.심각한 것은 수십년 동안 해묵은 갈등이 서로를 향한 비난을 넘어서 혐오주의로까지 번지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원색적인 비난과 인격 모독으로 서로를 깔아뭉개기 시작하면 생산적인 토론은 이미 불가능해진다.사람이 이성적인 논의의 장을 열어도 감정이 상하면 더이상의 토론은 불가해진다. 한약사 일반약 판매 갈등은 이제 여러 사람의 감정을 상하게 하고 있다. 당사자인 약사회와 한약사회, 둘을 중재하고 해결책을 내놓아야 할 정부 관계자까지 말이다.감정을 상하지 않는 선에서 건강한 토론이 여론의 주가 될 수 없을까. 원색적인 욕설과 상대편 깎아내리기 없이 해결책을 모색할 수는 없는 걸까. 원래 논쟁은 이런 것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원래 그런 논쟁'으로 20년을 보낸 결과가 지금 우리에게 어떤 상황을 주었는지 되돌아볼 때다. 언제까지나, 영원히 싸우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않는가.2019-08-08 20:37:44정혜진 -
[기자의 눈] 일본상품 불매운동과 국내 제약기업일본의 수출 보복 조치로 국내에서 일본 상품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의약품도 예외는 아니어서 판매자인 약국 중심으로 일본산 의약품이 불매대상에 오르고 있다.그런데 국내 제약기업은 복잡한 마음이다. 애국심을 내세워 일제 대신 국산 제품을 장려하라고 선뜩 나서기도 어려운 상황이다.물론 일부 제품에서 반사이익도 기대되지만, 기업 전체로 보면 일본상품 불매운동이 호재보다는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그만큼 국내 제약기업은 일본산 의약품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구체적으로 언급하긴 그렇지만, 간판 일반의약품이 일본에서 수입하는 상품을 보유한 제약사도 여럿이다.다케다, 코와 등 일본계 제약사가 판매하는 제품이 아니더라도 국내 유수의 제약사들이 과거 일본 수입 제품을 들여와 키운 경우가 많다.국내 제약사가 허가받은 제품에서도 일본에서 개발하고, 제휴한 제품이 여럿이다. 분명 국내 제조 품목으로 소개되지만, 속내를 보면 일본에서 원재료를 그대로 가져와 포장만 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전문의약품에는 그런 경우가 더 많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100억원 이상 원외처방액을 올린 제품 가운데 일본 원재료를 수입해 국내산으로 소개되는 전문의약품이 5개나 됐다.또한 일본 상품을 공동판매하는 경우도 있다. 현재 불매 대상으로 거론되는 일본산 OTC 중 상당수가 국내 제약사도 판매한다.역사가 깊은 국내 제약사들이 창업주의 항일사례를 들며 삼일절이나 광복절 때 민족기업임을 내세우며 홍보하지만, 정작 일본에 대한 비난 여론이 큰 요즘 잠잠해진 것도 일본 의약품과 밀접한 현실이 반영되고 있다.국내 제약기업은 오랫동안 일본과 교류해왔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일본 기업들과도 큰 기술격차를 보이고 있다.따라서 단기간에 일본 의약품을 밀어내고 독자적으로 생존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일본과의 경제전쟁이 장기화될 요즘 한국 제약기업의 탈일본에 대해서도 고민해 볼 시기다.2019-08-07 06:24:43이탁순 -
[데스크시선] AI신약개발 첫걸음과 위대한 도약인공지능(A.I)이 인간의 지적 사고를 초월하거나 또는 자아를 인식하는 특이점의 시작은 2035년에서 3000년까지로 다양한 예측이 난무하다. 하지만 이 분야 전문가들은 특이점의 현실화는 시간의 문제일뿐 필연적이라데 이견이 없다. 지금으로부터 74년 전, 세계 최초의 진공관 컴퓨터 애니악이 발명된 이후 지금의 슈퍼컴퓨터의 탄생까지 눈부신 발전을 생각하면 특이점의 시대는 멀지 않았으리란 판단이다.A.I 응용이 가장 활발한 영역은 군사, 교통(물류·수송), 금융 등 다양하지만 최근 10년 새 후보물질 발굴·임상 부작용 추적과 관련한 신약개발 분야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신약개발 당위성은 ▲질병의 치료와 예측 가능성 ▲판독의 정확성 ▲데이터 분석과 조합시간의 획기적 절감 ▲비용효과성 등을 들 수 있다. 신약개발에 있어 인공지능을 활용할 경우, 1명의 연구자가 조사할 수 있는 자료가 연간 200~300건에 불과한 반면 인공지능은 100만건 상당의 논문과 문헌을 검토할 수 있고, 400만명 정도의 임상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다.때문에 새로운 연구가설을 수립할 수 있도록 근거를 제시하고, 분석결과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 소수의 연구원만으로도 신약후보물질을 탐색하고 개발할 수 있어 비용과 기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이용하면 진단 성과는 42% 향상, 의료비는 59%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A.I임상의사지원체계는 임상 데이터, 문헌, 논문 등의 정보를 분석해 의사의 진료·처방행위는 물론 간호 전반의 활동에 대한 의료지침과 근거기반 의료행위를 지원하는 것으로 의료기술과 서비스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글로벌 강대국들은 인공지능 패권주의를 주창, 국가적 로드맵 설정 후 전폭적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A.I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그중 미국의 행보가 가장 눈에 띈다. 미국은 100여개의 AI 스타트업기업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 이들은 신약설계부터 약물정보의 종합과 합성에 이르는 신약개발 전주기에 걸쳐 인공지능을 활용한 신약개발 사례들을 개척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AI 스타트업에 약 2조3000억원의 펀드 투자가 이루어졌다. 인공지능 활용 신약개발에서 있어 3개의 물질이 임상시험에 착수했다. 리커션 파마튜티칼즈는 뇌해면성 혈관기형 치료물질 임상1상에 진입, 버그는 수포성 표피박리증 치료제 임상 2상을 완료했다. 베네볼런트AI는 파킨슨병 치료제 임상2b상을 진행 중에 있다.미국 기업들이 A.I를 이용한 신약개발에 있어 임상적 결과를 낼 수 있는 원인은 FDA의 전폭적인 지원에 있다. FDA는 희귀의약품 패스트 트랙제도를 통해 보다 신속하게 시장에 출시할 수 있도록 돕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내 빅파마와 IT기업·IB를 비롯한 기업들이 인공지능을 활용한 신약개발에 있어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들 기업들은 개방형 혁신을 통해 인공지능 신약개발 생태계를 조성하고 상호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면서 협력체계를 공고히 다지고 있다. 이 같은 경향은 인공지능의 급속한 발전과 더불어 인공지능이 고품질의 데이터를 필요로 한다는 특성에 기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망된다.세계는 이처럼 발 빠르게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정부는 물론 민간·학계·산업계 차원에서도 사안의 중요성에 대한 충분한 공감과 이해가 부족해 보인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올해 초,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공동으로 인공지능신약개발지원센터를 설립해 운영에 들어 간 점이다. 여기에 더해 카이스트·고려대·성균관대 등 3개 대학이 올해 하반기부터 인공지능관련 대학원 과정을 신설하고 인재 양성에 들어갔다. 향후 3년 후면 150여명 가량의 석박사급 인공지능 전문가가 매년 고정 배출될 전망이다. 아직은 초기 단계지만 대웅제약, 한미약품, 유한양행, 일동제약, SK바이오팜 등 7개사도 전담팀을 꾸리고 스텝을 밟고 있다.인공지능을 활용한 신약개발 패러다임 전환기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기술 구축 ▲개방형 네트워크 확보 ▲인재 육성이 필수조건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미국에 비해 5년 정도 A.I 기술이 뒤쳐져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적극적인 외부 전문가 영입과 특유의 벤치마킹 능력을 활용한다면 간격을 충분히 좁힐 수 있다. 현재 딥 러닝 기술은 표준이 정립되기 전이고, 데이터에 따라 성공여부가 좌우돼 불확실성이 높다. 신약개발 분야에 역량을 결집하고 산학연이 머리를 맞댄다면 '한국형 인공지능 표준 플랫폼 기술'을 구축해 낼 수 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다.2019-08-05 06:20:00노병철 -
[데스크시선] 점안제 약가소송 패소와 시대유감서울행정법원은 지난달 26일 점안제 약가인하 1심 본안소송에서 피고 측인 복지부의 손을 들어 줬다. 이날 원고 측인 21개 점안제 생산·판매 제약사들은 긴급회의를 통해 사건의 고등법원 행을 예고했다. 이번 약가소송은 2018년 9월 1일 복지부가 고용량·저용량으로 구분된 기존 1회용 HA 점안제 약가를 용량에 상관없이 일괄 198원으로 보험약가를 묶겠다고 고시하면서 촉발됐다.서울행정법원은 이후 9월 21일 1회용 점안제 약가인하 행정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바 있지만 서울고등법원은 두 달 뒤 열린 항고심에서 집행정지 인용결정을 내렸고, 지금의 본안소송에 이르렀다.21개 제약사들은 1심 패소 판결에 굴하지 않고 조만간 중지를 모은 후 서울고등법원에 약가인하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과 2심 고법 항고 등 투 트랙으로 소송을 계속 진행할 계획이다. 점안제 약가인하 소송에 참여 중인 제약사들이 고등법원과 대법원까지 끝까지 항고할 의사를 밝히고 있다.일단 원고 패소 판결이 난 상황이지만 약가는 내달 26일까지 현행대로 유지된다. 약가인하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용량에 상관없이 일괄 198원으로 인하된다. 그동안 고용량 점안제(0.8~0.9ml)의 보험약가는 371~440원 정도로 형성돼 있었고, 저용량(0.3~0.4ml)은 223원 상당이었다. 대상 품목 수는 290여개로 파악되며, 약가인하 여파에 따른 업계 추정 손실액은 500억~700억원에 달한다.업계에 따르면 1심 법원은 보건복지부가 재판부에 전달한 ▲충분한 기간을 설정하고 점안제 약가인하를 단행해 절차상 하자가 없고 ▲제약업계 간담회와 충분한 전문가 의견을 청취함은 물론 ▲일부 점안제 제약사의 경우 소송에 참여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피해 규모가 과장됐고,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 등의 약가인하 정당성에 판결의 무게 중심을 둔 것으로 해석된다.덧붙여 승소를 결정짓는 가늠자인 약가인하에 따른 신청인의 구체적이고 형량적인 명확한 근거 자료에 대한 희석도 패소의 원인인 것으로 관측된다.그동안 업계는 ▲행정법상 신뢰보호 원칙 위배 ▲상한금액이 많게는 50% 이상 인하됨에 따른 중대한 매출 손실 ▲의약품 실구매가 변동으로 제약사-유통업체-수출입업자-병원-약국-건보공단-환자 등 의약품 이해관계자들의 사회적 혼란 야기 등을 항변 논리로 들어 왔다.여기에 더해 업계와 법조계 일각에서는 1심 행정법원이 주요 판단 기준인 '행정기관이 시행한 행정작용에 대한 신뢰를 유지·보호해야 한다'는 행정절차법상 명문 규정을 제대로 인용하지 않았다는 의견도 제기돼 관심을 받고 있다. 아울러 복지부의 약가인하 처분 발령의 조속성에 따른 일방적 피해 발생과 사회적 혼란에 대한 충분한 인지와 이해가 부족했다는 것이 업계 입장이다.하지만 2심 고등법원에서는 일말의 희망이 있다는 게 일부 법조계의 의견이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원고인 21개 제약사는 향후 고법과 대법에서 쟁점을 따질 계획이지만 피고인 복지부는 고법에서 패소할 경우 대법원행에 상당한 부담과 압박감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통상의 사례로 볼 때, 정부 소송의 경우 대법원 판례를 의식해 고법에서 사건을 마무리 지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자칫 대법원에서 복지부가 패소할 경우 향후 추진될 정책과 제도에 상당한 제동이 걸릴 소지가 큰 이유에서다.현재 소송에 참여하고 있는 21개 제약사는 DHP제약, 태준제약, 한림제약, 종근당, 한미약품, 휴온스, 삼천당제약, 씨엠지, 신신제약, 국제약품, 대우제약, 바이넥스, 이니스트바이오, 셀트리온제약, 일동제약 등이다. 소송 불참 제약사는 유니메드제약, 동성제약, 대한약품, 비씨월드제약 등 6개 업체 내외로 파악된다. 불참 이유는 '독자적 마케팅 전략 구축'과 '허가권 취득 후 위탁판매에 따른 소송 시 실익 없음' 등으로 압축된다.이번 소송은 '무조건 깎고 보자'는 식의 정부의 일방적 약가인하 정책에 제동과 경각심을 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그 의미가 매우 크다. 개별 제약사들 역시 승소와 패소를 떠나 올곧은 약가제도 방향성 정립이라는 대전제 달성을 위해 힘을 한곳으로 모을 때다.2019-08-02 12:17:34노병철 -
[기자의 눈] 약사인력 쏠림이 낳은 약국 개설전쟁약국가는 말 그대로 개설전쟁이다. 더 좋은 약국 자리를 찾기 위한 약사들의 경쟁에 '약사의 적은 약사'라는 자조적인 말들도 나오고 있다.불법브로커들도 점점 더 활개를 친다. 브로커들은 편법 여부를 가리지 않고 약사들을 유혹하고 있으며, ‘계약을 하려는 약사들은 많다’는 식의 접근으로 수천만원의 수수료를 받아가고 있다.문제는 매년 새롭게 배출되는 약 2000명의 약사들로 인해 개설 분쟁은 점점 더 고조될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약사 10명 중 7명은 약국으로 몰리는 쏠림현상이 계속되고 있어, 과열경쟁은 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대한약사회 회원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 약국에 종사하는 약사는 2만5082명으로 전체 3만4879명 중 71.87%에 해당한다.반면, 병원 등 의료계 종사 약사는 5415명(15.52%), 제약업계 약사 1394명(3.99%), 공직 약사 64명(0.18%) 등으로 낮은 비율을 차지했다.지난 2013년 약국 종사 약사가 73.6%였던 것과 비교하면 소폭 낮아지긴 했으나, 아직도 70%가 넘는 약사들은 모두 약국으로 향하고 있다. 결국 인력 쏠림 현상은 크게 개선될 기미 없이 매년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약국의 수요와 공급 불균형이 급속도로 심화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일부에서는 이대로 약국 시장이 위축되면, 제약 또는 병원 쪽으로 약사들이 자연스레 눈을 돌릴 것이라고 전망하지만 이는 정부와 시스템에 어떤 기대도 하지 않는 비관적 관점이다.이는 정부가 약대 신설을 통해 산업·연구약사를 보충하겠다는 코메디를 실행에 옮기는 등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정부는 지금이라도 약사 인력 쏠림현상이 낳은 부작용들을 다시 들여다보고, 제약과 병원, 공직으로 약사들이 고르게 분배될 수 있도록 방법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특히 병원약사들이 마련하고 있는 자구책을 눈여겨 봐야 한다. 병원약사들은 일부 대형병원들을 중심으로 팀의료 활성화를 시도하고 있으며, 전문약사제도를 통해 800명이 넘는 전문약사를 배출했다.또한 전문성과 위상 제고를 위해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병원약사 역할에 대한 소개 영상을 제작해 국민들에게 홍보에 나서기도 했다.물론 인력 불균형의 문제는 실타래처럼 복잡한 문제로 얽혀있다. 때문에 정부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하고, 현장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하나씩 변화를 주도해나가야 한다.2019-08-01 18:31:35정흥준 -
[칼럼] 건식이 넘치는 시대, 환자가 원하는 약사 역할모연화 약사강원약대 허문영 교수의 (좋은 책이지만 덜 알려진) '예술 속의 약학'(2015)에는 수천 년 동안 문학, 미술, 음악 속에 살아 숨 쉬어온 약과 약사에 대한 글로 가득하다. 약과 약사가 다양한 문화, 예술에 존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키르케가 떠오른다. 고대 그리스 작품 오디세이아에 나오는 그녀는 마법사이자 약사로 다양한 식물을 이용해 어떤 병이든 낫게 만들었다. 여기에 해답이 있지 않을까?생각을 이어보면, 현재도 약은 마법이다. 죽을 것 같이 아팠을 때 진통제를 먹어보면 더더욱 실감한다. 염증이 생긴 후 항생제의 드라마틱한 효능을 보면, 마법 그 자체이다. 그런데 인간은 아플 때 먹는 약, 치료약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몸이 불편할 때 먹는 약은 치료의 마법을 보여주긴 했지만, 더 건강하게 만들어 주진 않았다. 간혹 화가 난 마법사의 주술처럼 부작용(독)을 일으켜 공포를 자아내기도 했다.그래서 건강한 사람이 더 건강해지기 위해, 혹은 활기찬 무병장수를 위해 식품이 이용되기 시작했다. 어떤 풀을 먹으면 어디에 좋다더라. 어떤 열매를 먹으면 머리가 맑아진다더라. 어떤 뿌리를 먹으면 만병통치된다는 구전 속에서 우리는 나름의 방식으로 (끓이고, 삶고, 달여서) 식품을 먹어 왔다. 그런데 귀찮기도 했고, 그것의 안전성, 효과성, 안정성에 대해 의문은 의심을 만들었다. (은행잎이 몸에 좋다고, 은행잎을 끓여 먹다 죽었다는 괴담의 여파인가)이러한 의문과 의심에 대해 산업과 과학은 식품을 약의 형태로 만들어 먹으면 어떨까? 라며 가능성을 제시했다.산업과 과학은 식품에서 몸에 좋은 성분만을 추출하는 '약이 되는 마법의 과정'을 구현했다. 각 성분은 유효성을 검증 받고, 안전성과 안정성을 입증 받는 과정을 거쳤다.(의약품 만큼은 아니지만, 꽤 흉내를 냈다) 그리고 이것을 굳이 식품의 형태가 아닌 약의 형태를 가진 '건강기능식품'으로 탄생시켰다.(레몬추출물을 레몬모양으로 만들지 않고, 굳이 하얀색 알약으로 만든 이유를 생각해 보자)더 건강해지고 싶고, 아름다워지고 싶고, 내 오장 육부 각각에 맞는 영양소를 제공하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약 형태의 식품'에 담아낸 것은 획기적인 일이었다. 사람들은 이러한 형태의 식품을 복용하며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한다.'이걸 삼켰으니, 나는 더 건강해 질 거야.'필자가 이렇게 서두를 길게 쓴 이유는 우리 약사들이 이러한 현상을 찬찬히 살펴봐야하기 때문이다. 그저 약사가 왜 건식을 해? 건식이 의약품만큼 완벽해? 건식이 뭘 치료한다는 거야? 약사가 약을 만져야지 왜 식품을 만져? 라는 논의,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커졌으니 약사들도 건강기능식품(이하, 건식)을 팔아야 한다는 논의에 앞서 우리는 왜 식품이 약의 모양을 하고 시장에 나왔는지, 소비자가 약 모양의 식품을 먹는 이유는 무엇인지, 그들이 기대하는 것은 무엇인지 살펴봐야 한다.'약의 형태'로 '약의 마법'을 기대하며 먹는 '식품'이자 '물질'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는 주체적으로 관리하는 건강 그 자체를 전제로 하고 있다. 자신의 몸의 주인의식을 바탕으로 스스로가 건강을 관리하는 시대 흐름 속에서 약사는 꽤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약사는 정규 과정을 통해 물질을 배우고, 제제 형태를 배우고, 약리와 생리를 배운다. 그 결과 어떤 성분이든 의심하고 분석해 소비자를 위한 필터 역할을 할 수 있다. 약사는 적절하게 사용되는 물질만이 좋은 효과(마법)를 발생시킨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물질이 적용돼야 하는 상황과 상태를 파악하는 역할도 할 수 있다.소비자는 어떤 상황에서 어떤 물질을 먹어야 하는지, 어떤 성분이 어떤 형태여야 가장 좋은지, 물질이 내 몸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이 제품이 진짜 믿을 수 있는 건지, 판매자가 제공하는 정보가 정말 옳은 것인지 항상 불안하고 궁금하다. 이런 시대에 이러한 역할은 '약의 형태를 가지고 있는 식품'을 복용하는 사람들에게 꽤 유용하다.필자는 건강관리라는 약사 업은 결코 사람을 떠나 완성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정보만큼이나 넘쳐나는 건강 물질의 시대, 약의 형태로 만들어지는 수많은 제품들 속에서 '물질'을 배운 약사가 할 일은 무엇인지, 우리는 어떻게 고객과 함께 걸어가며 업의 소명을 다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이런 역할을 다하기 위해 무엇을 더 배워야 하는지 어떤 전문 과정이 필요한지 새로운 약사 역할 양성 관점에서도 논의될 필요가 있다.2019-07-31 11:50:14데일리팜 -
[기자의 눈]한국제약바이오, 맨시티처럼 영입하라지구 반대편 영국에선 2019~2020 시즌 프리미어리그의 개막을 앞두고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뜬금없이 영국의 프로축구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지난 시즌 우승컵을 들어 올린 맨체스터시티의 성공 비결을 한국제약바이오산업에 대입하기 위해서다.잠시 배경을 설명하자면, 2000년대 초중반까지 우승과 거리가 멀었던 맨시티는 그 유명한 셰이크 만수르가 2008년 구단을 인수하면서 그야말로 환골탈태했다(물론 그 전에 첼시를 인수한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의 사례도 있다). 거부의 대명사답게 그는 팀을 인수한 직후부터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유명 선수를 쓸어 모으다시피 영입했다.성과는 4년 만에 나타났다. 2011~2012 시즌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돈으로 산 성공은 명예롭지 않다는 비판이 따랐던 적도 있으나, 지난해까지 3개의 트로피를 더 모으며 이런 비판을 불식했다. 오히려 비판을 제기하던 다른 구단도 이젠 앞 다퉈 선수를 사 모으고 있는 상황이다.4년이라는 짧은 기간 내에, 치열하기로 소문난 프리미어리그에서 우승이라는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사람’이다. 물론 유명선수를 영입하는 것과 동시에 유망주를 키우는 정책도 병행했지만, 단기간에 팀을 우승권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던 비결은 뭐니 뭐니 해도 ‘맨 파워’였던 것이다. 프리미어리그뿐 아니다. 어느 스포츠를 막론하고 단기간에 성과를 내는 가장 효과적이고 확실한 방법은 인재영입임을 부정할 수 없다.굳이 멀리 스포츠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 가깝게는 현대·기아차가 적절한 인재영입으로 글로벌 진출에 성공한 사례가 있다. 현기차는 지난 2006년 지난 2006년 폭스바겐-아우디의 디자이너였던 피터 슈라이어를 전격 영입한 바 있다(현재는 사퇴한 상태다). 결과는 알려진 대로다. 전 세계에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제약바이오산업으로 돌아와 보자. 정부와 업계 모두 제약바이오산업을 제2의 반도체로 육성하겠다며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제약업계는 R&D 투자비중을 늘리는 동시에 오픈이노베이션에 적극 참여하는 모습이다. 정부도 R&D 예산 지원, 인재양성, 세제지원 등을 약속했다.정부도, 제약업계도 늘 얘기한다. 국내 우수한 인력이 의료·제약 분야에 집중돼 있어 잠재력이 상당하다고. 틀린 말은 아니다. 각 분야에 너무도 우수한 인력이 포진해 오늘도 제약바이오업계의 염원인 블록버스터 신약의 개발을 위해 매진하고 있다.다만 부족한 건 ‘성공 경험’이다. 블록버스터 신약의 개발에 성공한 경험이 국내 기업에겐 부족하다.그래서 제안하는 것이 인재영입이다. 성공 경험을 해외에서 들여오지 말란 법은 없다. 이렇게 영입된 인재는 한 명의 몫을 충분히 해내는 데 그치지 않고, 성공 경험을 우리 기업에 뿌리내리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답은 사람이다. 인력 양성에는 시간이 걸린다. 오픈이노베이션에도 한계가 있다. 맨시티가 단기간에 성공을 거뒀던 것처럼 톱클래스의 영입이 필요하다. 거금을 들여서라도 톱클래스 인재를 영입해야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가까운 시일 내에 우리 제약바이오기업이 글로벌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길 기대한다.2019-07-31 06:15:35김진구 -
[데스크 시선] 자영업의 눈물과 제약사의 아우성‘자영업의 눈물’최근 들어 언론에서 많이 언급되는 기사 제목 중 하나다. 직장인들이 회사를 그만두고 퇴직금으로 자영업을 시작했지만 성공보다 실패가 많은 현상을 보며 느끼는 안타까움이다.홍대입구나 마포역 등 다양한 자영업이 몰려있는 거리를 다니다보면 최소 1주일에 1곳 이상의 간판이 내려가고 새로운 가게가 문을 여는 것 같다.자영업의 도전이 쉽지 않은 배경으로 비싼 임대료, 최저임금의 급상승 등 다양한 요인이 거론된다. 사례마다 다르겠지만 분명한 이유는 ‘과당경쟁’일 것이다. 굳이 통계를 살펴보지 않아도 우리나라에는 한정된 공간에 유사한 업종의 자영업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체감할 수 있다. 같은 골목에서도 수많은 커피숍과 치킨집이 몰려있고, 특정 아이템이 인기가 있다 싶으면 너도나도 앞다퉈 뛰어든다.국내 제약산업도 마치 전쟁터와 같은 자영업을 투영하는 듯 하다. 열악한 신약개발 역량 탓에 너도나도 유사한 제네릭 시장에 뛰어들며 무차별적인 경쟁이 펼쳐지는 형국이다. 시장이 크지도 않은데도 동일한 제네릭 영역에 100개 이상의 제약사가 진출하는 현상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세부 통계를 들여다보면 제약사들이 소규모 매출의 다양한 제품을 취급하는 '백화점식 경영'이 만연한 것으로 나타난다. 대형제약사의 증가세는 주춤한 반면 생산실적이 작은 소규모 업체가 크게 늘었다. 식약처에 따르면 2017년 완제의약품 생산실적 5000억원 이상인 업체는 5곳으로 2014년 이후 제자리다. 2010년에도 5000억원 이상 업체는 5곳 뿐이었다.2017년 생산실적 10억원 미만 업체는 108곳으로 전년보다 2010년 57곳에 비해 2배 가량 많아졌다. 2017년 완제의약품 생산 업체 수 357곳이다. 제약사 10곳 중 3곳은 연간 완제의약품 생산량이 10억원에도 못 미친다는 얘기다.생산실적 100억원 미만, 100억~1000억원, 1000억원 이상으로 구분하면, 2010년 이후 100억원 미만 업체가 134곳에서 187곳으로 39.6% 늘었다. 100억~1000억원 업체는 98곳에서 124곳으로 26.5% 증가했고, 1000억원 이상 업체는 38곳에서 46곳으로 21.1% 늘었다. 상대적으로 영세제약사의 증가세가 뚜렷했다.자영업과 마찬가지로 장점이 뚜렷한 특정 분야를 집중적으로 두드리는 것보다는 제네릭 시장에서 다수 시장에 동시다발로 뛰어들어 시장을 나눠갖는 현상이 확연해지고 있다는 얘기다.제약산업에서의 과당경쟁은 업체간 희비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도태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자영업도 그렇듯이.과당경쟁은 불법 리베이트와 같은 부작용을 양산할 가능성이 있지만 그 자체만으로 나쁘다고 단정짓는 것은 위험한 견해다. 경쟁 가열은 소비자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와 가격경쟁력을 제공할 수 있어서다.하지만 최근 들어 제약사의 과당경쟁 현상을 두고 정부의 부정적인 시각이 엿보인다. 마치 공무원들 사이에 ‘제약사들은 품질 낮은 약을 공급하는 나쁜 기업’이라는 인식이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듯 하다.최근 보건복지부가 결정한 불순물 발사르탄 손해배상 청구를 두고 하는 말이다.복지부는 최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부의안건으로 제약사 69곳에 21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내용의 안건을 보고했다.복지부는 지난해 불순물 발사르탄 파동이 발생하자 문제의 의약품을 복용한 환자들에 기존 처방 중 남아있는 기간에 대해 교환 조치를 해줬다. 이때 25만1150명에 대한 재처방 및 재조제로 투입된 21억1100만원을 제약사들에 청구하겠다는 의미다. 복지부는 제약사별로 구상금 결정을 고지할 방침이다. 만약 제약사들이 구상금을 내지 않으면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다.이 결정을 두고 제약사들이 극도로 반발하는 이유는 “규정을 위반한 적이 없고, 환자들에게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는 억울함에서다.정확히 1년 전으로 기억을 되돌려보자. 발사르탄 파동에서 검출된 발암가능물질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은 애초에 발사르탄 원료에서 규격기준이 없는 유해물질이다. 정부와 제약업체 모두 발사르탄 원료에서 NDMA 검출 위험성을 인지할 수 없었다. 굳이 이 사건의 책임 여부를 따지자면 해당 의약품을 생산한 제약사와 허가와 판매를 승인해준 정부의 공동 책임인 셈이다.더욱이 불순물 발사르탄 의약품은 최종적으로 유해성이 확인되지 않았다. 식약처는 지난해 말 NDMA가 검출된 화하이 발사르탄 사용 완제의약품을 실제로 복용한 환자의 개인별 복용량과 복용기간을 토대로 조사한 결과 추가로 암이 발생할 가능성은 무시할 만한 정도의 매우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이번에 복지부 손해배상 청구는 발사르탄 의약품 교환에 따른 재처방·재조제가 발단이 됐다. 당시 복지부는 "국민 불편 감소를 위해 재처방 등 조치방안을 마련했다"고 했다. 유해성 여부가 재처방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라는 의미다.똑같은 불순물 발사르탄 파동을 겪은 미국과 유럽에서는 의약품 교환 자체가 없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문제의 의약품을 복용하는 환자는 전문가와 상의해서 처방을 다른 약으로 바꿀지 여부를 결정하라고 했다.국내에서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문제의 발사르탄 의약품을 다른 약으로 교환해줬고, 교환한 약에서 또 다시 불순물 원료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자 “제네릭이 너무 많다”라는 결론으로 귀결됐다.우리나라는 발사르탄 의약품의 회수도 강력하게 이뤄졌다. 식약처는 2015년 1월부터 불순물 함유 발사르탄 원료를 한번이라도 사용한 완제의약품을 대상으로 판매를 중단했다. 이어 직간접적으로 해당 제품 전체에 대해 회수와 폐기를 유도했다. 미국에서는 제조단위별로 구분해 제지앙화하이 원료를 사용한 제품에 대해서만 회수가 진행됐다.결과적으로 같은 사안을 두고 우리나라는 미국과 유럽보다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한 셈이 됐다. 그러면서 마치 “제약사가 불량약을 유통했으니 책임도 져야한다”라는 인식에 손해배상 청구도 하는 논리다.다시 말하자면 발사르탄 파동의 책임은 정부와 제약사 모두에게 있다. 만약 정부가 제네릭 난립이 불편하면 시장 진입을 억제할만한 효과적인 정책을 꺼내들면 된다. 정부의 정책으로 더욱 국민들의 불안감과 혼선이 확산된 측면도 있는데도 무조건 제약사 탓으로 여기는 것은 무책임하다.수많은 자영업자들이 힘들다고 하소연 하더라도 누구도 해당 자영업이 나쁘다고 손가락질을 하지는 않는다. 그들도 나름대로 생계를 유지하지 위한 도구로 자영업을 선택했을 뿐이다. 제약산업도 마찬가지다. 제약사들은 정부가 제시한 적법한 규정에 따라 시장에 진입했다. 기업들의 우선 목표는 이윤 창출이다. 규정내에서 조금이라도 이익을 더 낼 수 있는 시장에 적법한 절차를 거쳐 뛰어든 것 뿐이다.제네릭 과당경쟁이 치명적인 문제라고 판단된다면 그 현상을 유발하고 방치한 정부도 책임이 있다. 현상만 보고 기업들에 대한 나쁜 편견을 갖고 있다면 위험하다. 어떤 정책도 편견이 개입돼서는 안된다.2019-07-29 06:15:58천승현 -
[기자의 눈] 규제특구 원격의료 태풍과 의·약사정부가 의료계·약계 반발로 한동안 수면 아래 가라앉혔던 원격의료를 규제자유특구 추진 형태로 순식간에 수면위로 끌어올렸다.시행 예고 시점은 오는 9월. 강원도 원주·춘천 내 의원급 1차의료기관을 선정해 연 200명 만성 당뇨·고혈압 재진환자를 대상으로 2년 동안 원격의료를 최초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원격의료 규제특구만 한정해 살필 때, 선봉에 선 중소벤처기업부를 보건복지부와 강원도가 지원하는 모양새다.문제는 시행 예고시점 1개월여가 남은 지금 중기부와 복지부, 강원도(원주·춘천)가 제대로 된 세부 정책 계획을 투명히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구체적으로 원격의료 도입 후 의료기관은 어떻게 선정할 계획인지, 환자 모집방법은 무엇인지, 방문 간호사의 역할은 무엇인지, 의사 원격진료 후 발생할 처방전과 처방의약품의 환자 전달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 당장 떠오르는 1차원적 후속조치에 대해 중기부와 복지부, 강원도는 속 시원히 설명하지 못했다.실제 강원도와 중앙정부는 원격의료를 둘러싼 견해차마저 보였다. 강원도청은 "당초 원격 모니터링 수준의 정책 계획을 중기부가 이달들어 갑자기 원격의료로 방향을 틀었다"며 지난 5월 개최한 디지털 헬스케어 규제특구 공청회 내용마저 공개했다.중기부도 이를 인정했다. 사업 논의 과정에서 원격 모니터링만으로는 규제특구 성격이 약해 원격진료로 내용을 구체화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덧붙여 강원도가 참여 의료기관이 많아 사업이 잘 되도록 힘써달라는 당부도 덧붙였다.상황이 이렇자 의·약사 혼란과 반발은 고조되고 있다. 정부가 의료계와 약계 의견조회 절차를 무시하는 '의·약사 패싱'에 이어 부처 간 합의조차 되지 않은 무계획적 규제완화에 나섰다는 비판이다.'규제특구', '시범사업'이란 단어로 국민건강과 보건의료체계에 자칫 치명적일 수 있어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할 원격의료 관련 규제와 절차를 한꺼번에 무너뜨린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의료계는 사전논의 없는 갑작스런 원격의료 공표에 분노를 감추지 않고 있다. 약계 역시 원격의료로 1차의료기관 간 빈부격차가 심화돼 의료시스템이 무너지면 인근 약국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막연한 우려감을 내비치고 있다.의약품 택배나 온라인 약국 등 약계 미칠 파장이 치명적인 규제개혁도 규제특구로 단박에 풀리는 게 아니냐는 공포감마저 감지된다.결과적으로 정부 부처, 지자체 간 일치된 계획이 마련되지 않은 설익은 원격의료 정책에 의·약사가 강제 승차하게 된 양상이다.절룩이는 원격의료 규제특구 등 위에 올라 탄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약사회는 발생할 불이익을 없애기 위한 고민을 시작했다.정부와 지자체는 이같은 의·약사의 막연한 고민 해결을 위해 원격의료가 미칠 파장을 제대로 분석해 세부계획을 공표하고 의·약사 의심 해소에 앞장서야 한다.특히 아쉬운 건 규제특구 발표에 앞서 정부가 충분한 의견조회 절차를 건너뛰었다는 점이다. 지금의 의·약사 반발을 미리 예측하고 혼란을 미연에 방지해 정책 완성도를 높이는 일, 정부의 의무다.2019-07-27 10:20:37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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