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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수급 불안정 품목 지원 방안 명문화를[데일리팜=이혜경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가필수의약품을 비롯해 공급불안정 품목 등의 수급안정화를 위한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식약처는 당초 올해 상반기 내 업계가 공급 안정화를 위해 필요로 하는 긴급도입, 주문제조, 행정지원 등을 명문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힌바 있다. 하지만 상반기 내 명문화는 이뤄지지 않았고, 여전히 어떤 방향으로 명문화를 해서 공개를 할지에 대해 여전히 고민을 하고 있다고 한다.의약품 수급 안정화에 대한 지원은 식약처 의약품관리지원팀이 맡고 있다. 지난해 초까지 의약품안전국 내 의약품정책과에서 소관하던 업무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공중보건 위기상황 대응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자 2024년 3월 새롭게 팀이 신설된 것이다. 의약품관리지원팀은 2027년 1월 31일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되며, 현재 필요의약품 안정공급 체계 확보, 위기대응 의료제품 신속안정 공급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특히 평상시 국가필수의약품지정, 공급중단/부족보고, 수급 모니터링, 행정지원 및 업체 소통, 공급중단 품목에 대한 공급지속 조치 등을 담당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제약업계에서는 행정지원 방안을 구체적으로 명문화해달라는 요청을 지속적으로 해왔다.현장에서 필요한 의약품의 경우 공급중단이 이뤄졌을 시 공급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방안이 필요한데, 품목에 따라 크게는 약가인상까지 이뤄진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품목에 대해 어떤 지원이 이뤄질 수 있는지 각 개별 사례를 공유해달라는 목소리가 높아질 수 밖에 없다.식약처 또한 다양한 행정지원 방안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는데, 문제는 이 가이드라인을 내부용으로 쓸지 외부용으로 공개할지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는데 있다. 대외적으로 가이드라인이 공개될 경우 모든 품목에 대해 일괄적으로 행정지원이 적용될 수 있는데, 이에 따른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의약품 수급 안정화의 경우 품목별로 지원방안이 다를 수 밖에 없는데, 가이드라인이 공개되면 이를 두고 문제를 삼을 업체도 발생할 수 있다는데 있다.하지만, 행정지원 명문화의 경우 업체들이 공급 안정화를 할 수 있도록 품목을 생산하는게 가장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다. 행정비용 등의 부담을 감수하고 공급중단 될 수 있는 품목을 생산해야 하는데, 이에 따라 정부가 구체적으로 어떤 지원을 해줄 수 있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이드라인이 마련될 경우 내부용이 아닌 대외적으로 공개하고, 사례별 접근을 통한 행정지원 방안이 제대로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2025-08-18 06:00:52이혜경 -
[기자의 눈] 내 투자금이 3순위에만 쓰인다면?[데일리팜=이석준 기자] 자금의 사용목적. 기업이 외부서 대규모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공개하는 핵심 내용 중 하나다 투자자들은 투자금이 어디에 쓰일지를 보고 투자를 결정한다. 자금의 사용 목적에 따라 주가 역시 반응한다.제약바이오 기업의 경우 대부분 '혁신신약 개발을 위한 R&D 투자'를 자금 사용 목적 1순위로 기재한다. 'R&D=기업가치'라는 공식이 제약바이오 업계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자금조달 규모도 사실상 R&D 계획, 즉 자금의 사용목적에 의해 결정된다.이렇게 중요한 자금의 사용목적이 당초 계획과 달리 쓰여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내 투자금이 1순위가 아닌 3순위, 즉 후순위에 먼저 쓰였다면. 그리고 이 기업이 1년 6개월여만에 또 자금조달에 나섰고 이번에도 자금의 사용목적을 신사업 연구개발비라고 했다면. 아무래도 투자자 입장에서는 사용처에 대한 의구심이 들 수 밖에 없다.삼성제약 얘기다. 이 회사는 지난해초 406억원 규모 유상증자 조달액을 애초 자금사용 목적 '1순위'가 아닌 '3순위'에만 집행했다. 주 사용처 '임상시험 연구개발비' 대신 'CSO 수수료 및 원부자재 대금'으로만 70% 이상을 사용했다.구체적으로 1순위 ▲임상시험 연구개발비(2024년 2분기~2026년 4분기) 328억원, 2순위 ▲임상시험 관련 인건비(2024년 2분기~2028년 4분기) 31억원, 3순위 ▲기타 판매관리비(2024년 2분기~2027년 3분기) 48억원 등에 집행한다고 예고했다.다만 자금 사용 계획은 당초와 달라졌다. 올 1분기말(2025년 3월31일) 기준 유증 조달액 406억원 중 292억원은 모두 3순위였던 기타 판매관리비로 쓰인 것으로 확인됐다. 1순위 연구개발비에는 0원이 쓰였다.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자금조달 주 사용처 변경은 'GV1001'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3상을 보고 유증에 참여한 주주들을 기만한 행위라는 의견이다. 3상 변경 승인 직전 유증을 받고 이후 조달액을 임상이 아닌 판관비에만 쓰고 있다는 지적이다.이에 일부 주주들은 삼성제약의 최근 271억원 규모 전환사채(CB) 발행 결정에도 의구심을 보낸다. 불과 1년여전 유증 자금사용 계획이 달라진 만큼 CB 조달액도 연구개발비에 전액 쓰일지는 미지수라는 반응이다.물론 변수가 많은 임상 특성상 자금조달 우선순위가 변경되는 경우가 종종 있을 수 있다.다만 사용처가 변경됐다면 이를 적극적으로 알려야한다. 방대한 정보가 담긴 분기보고서의 어느 항목에 사용처 변경 내용을 기재해 놓는다면 이를 놓치는 주주(투자자)가 많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해당 유증은 상대적으로 정보에 취약한 일반인 대상 '주주배정실권주일반공모'였다.기업의 정보 제공 방식은 다양하다. 사업보고서 말고도 IR(기업설명회), 보도자료, 홈페이지, 주주서한 등이 그렇다.내 투자금이 1순위가 아닌 3순위에 쓰이고 있다면 자금을 유치한 기업은 이에 대한 정보를 투자자가 직접 찾지 않아도 알 수 있도록 자세하고 적극 알려야한다. 또 향후 달라진 계획도 보다 구체적으로 밝혀야한다. 그럴리야 없겠지만 자금사용목적이 단순히 자금조달을 위한 '미끼'로 사용돼서는 안된다. 또 돈에 이름이 없다고 은근슬쩍 사용처를 바꿔서도 안된다. 명백한 이유가 있어야한다.2025-08-14 06:00:35이석준 -
[기자의 눈] 외면받는 코넥스와 불안한 바이오 생태계[데일리팜=차지현 기자] "미국 프로야구는 마이너리그가 잘 갖춰져 있다. 한 번 메이저리그에서 내려와도 기량을 회복하면 언제든 다시 올라갈 수 있다. 바이오기업의 상장 구조는 마이너리그 시스템을 닮아야 한다."최근 만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가 한 말이다. 미국 프로야구는 메이저리그만 있는 게 아니라, 그 아래 AAA·AA·싱글A·루키리그로 이어지는 단계별 마이너리그가 촘촘히 구성돼 있다. 선수들은 부상·부진으로 내려가도 재정비 후 복귀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경기 감각과 체력을 유지한다. 실패와 재기의 순환이 가능하다는 얘기다.한국 바이오 자본시장의 구조는 정반대다. 일단 코스닥 진입은 입단 테스트가 매우 빡빡하다. 기술특례나 재무 요건을 통과해야 하며, 상장까지 오랜 시간과 많은 비용이 든다. 한 번 기회를 잡기도 어렵지만, 더 큰 문제는 상장 후다. 코스닥에서 퇴출되면 사실상 공개시장 복귀가 불가능하다. 실패를 통한 학습·재도전이 아니라, 한 번 탈락하면 산업에서 퇴출되는 구조다.국내 바이오 업계에서 실패 후 재도전의 마이너리그 기능을 할 수 있는 제도가 코넥스다. 코넥스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중소·벤처기업의 자금 조달을 돕고 코스닥 이전 상장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2013년 만들어졌다. 코스피나 코스닥 대비 거래 요건이 낮고 상장 심사 기준이 낮은 게 특징이다. 즉, 코넥스는 신생 기업의 등용문이자 재도전 기업의 안전망인 셈이다.바이오산업에서 코넥스의 무게감은 더욱 묵직하다. 바이오 업종은 제품 상용화까지 오랜 기간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초기 단계부터 자본시장에 진입해 기술과 사업성을 검증받고, 이를 토대로 후속 투자 유치와 코스닥 이전상장으로 이어갈 수 있는 발판이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 또 바이오는 임상 실패나 허가 지연 등 변수가 많기 때문에 실패 후에도 재정비와 재도전이 가능한 구조가 산업 생태계 유지에 필요하다.안타깝게도 현재 코넥스는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코넥스 신규 상장 바이오·헬스케어 업체 수는 2015년 17곳으로 정점을 찍은 후 꾸준히 감소해 2016년 13곳, 2017년 7곳, 2018년 6곳으로 매년 줄었고 2021년에는 1곳으로 급감했다. 올해 들어서는 상황이 더 악화됐다. 올해 코넥스에 신규 상장한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은 오션스바이오 한 곳 뿐이고, 코넥스 상장 예심 청구서 제출 건수는 '0건'을 기록했다.코넥스가 위축되면 초기기업의 선택지는 코스닥 직행이나 비상장 유지로 좁아진다. 준비가 덜 된 기업의 무리한 직상장은 상장 후 실패와 투자자 손실을 초래한다. 반대로 유망 기업이 상장을 포기하면 자금이 비상장 인수합병(M&A)이나 사모시장에만 몰려 공개시장 기회가 줄어든다. 장기적으로 혁신기업 풀(pool)은 축소되고 코스닥 신규 상장은 감소해 자본시장의 활력과 다양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바이오처럼 장기 투자와 안정적 자금 흐름이 필요한 분야에서는 성장 사다리가 한 번 끊기면 재건이 쉽지 않다. 중요한 건 코넥스를 단기 성과나 이전상장 통로로만 바라보지 않고, 혁신기업이 체력을 키우고 재도전할 수 있는 하나의 인프라로 기능하도록 만드는 일이다. 그렇게 될 때 국내 자본시장은 더 많은 '메이저' 바이오텍을 길러낼 수 있을 것이다.2025-08-13 06:16:19차지현 -
[데스크시선] '세포동결', 만능신약의 첫 걸음[데일리팜=노병철 기자] 생명공학 관점에서 동결과 냉동의 차이점은 생명력을 유지하느냐(전자) 그렇지 않느냐(후자)로 볼 수 있다. 줄기세포·제대혈·생식세포 등 세포·유전자치료제의 핵심인 살아있는 세포는 장기간 온전한 상태로의 보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세포를 안전하고, 필요할 때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세포동결기술의 키포인트다.세포동결기술의 발달은 세포·유전자치료제의 운송·보관·품질관리 등 다양한 문제 해결로 이어졌다. 아울러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임상시험에서도 세포동결기술은 필수적이다. 동결된 세포는 일정한 품질을 유지하므로, 임상시험에서 일관된 결과를 도출하는데 기여하며, 임상시험 진행 시 필요한 세포를 빠르게 사용할 수 있어 연구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세포동결기술은 그 가능성과 응용도가 매우 높다. 현재 많은 관련기업·학계에서는 무동결보존제(cryoprotectant-free)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기존의 디메틸설폭사이드(Dimethyl sulfoxide; DMSO)와 같은 화합물은 일부 독성을 가지고 있어 민감한 세포나 임상 응용에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노기술과 바이오 소재를 활용한 새로운 접근법들이 제안되고 있다.나노기술을 이용한 동결기술은 2017년 해외 국제학술지를 통해 소개되며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나노입자를 이용해 빠른 열전달과 균일한 냉각이 가능하며, 이 기술은 기존 방식보다 생존율·안정성이 더 높다. 인공지능·빅데이터 분석도 관련시장을 더욱 확장할 것으로 평가된다. A.I 기반 알고리즘은 다양한 실험 데이터를 분석해 최적의 냉각·해동 조건을 예측하고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특히 주목되는 점은 세포동결기술 분야에 있어서는 우리나라가 글로벌 탑티어 수준으로 향후 관련산업 성장에 중요한 축을 담당할 것으로 여겨진다. 차병원은 현재 난자 보존에 사용하고 있는 유리화 난자 동결법을 세계 최초로 개발에 성공했다. 2011년에는 차병원에서 9년 동안 동결했던 난자를 해동해 임신에 성공, 건강한 아들을 출산한 사례가 알려지면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유리화 난자 동결법은 탱크에 슬러시 질소를 넣으면 탱크 온도가 영하 200도까지 떨어지는데 그 과정에서 동결 보존액이 난자 안으로 파고들어 난자가 유리처럼 굳는 방식이다.유리화 난자 동결법 도입 이후 난자의 생존율은 80~90%로 향상됐다. 유리화 난자 동결법 개발로 암 등 난치병에 걸린 여성이 항암치료나 방사선치료를 받기 전에 본인의 난자를 동결해 두었다가 치료가 끝난 뒤 보조생식기술(Assisted reproductive technology, ART)을 이용해 건강한 아기를 낳을 수 있게 되었다. 최근에는 만혼이 늘면서 미혼 여성사이에서 난자 동결·보존 시술이 증가하는 추세다.지난 2023년 광주과학기술원 신소재공학부 이은지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대량생산이 가능한 나노입자 형태의 동결보존제도 눈에 띠는 성과다. 이 교수팀이 개발한 나노입자는 기존 동결보존제와 비교 시 높은 농도에서도 우수한 생체적합성을 나타냈고, 극미량(50 ug/mL)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신장세포·암세포·줄기세포 등 다양한 세포주에 적용했을 때 기존 동결보존제와 상응하거나 높은 세포 회수율·회수된 세포의 증식 효능을 확인할 수 있었다.네이처셀도 지난해 특허청으로부터 '줄기세포 동결제형의 해동 후 안정성 증대 조성물'에 대한 특허를 취득, 관련산업 발전에 일조하고 있다. 해당 특허는 줄기세포의 동결보존 조성물 및 이를 활용한 보존 기술로 줄기세포를 장기간 안정적으로 보존할 수 있게 하며, 해동 후 높은 생존율을 유지하는 데 효과적이다. 해동된 줄기세포를 별도의 처리 없이 바로 세포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는 장점도 갖추고 있어 기존 냉장제형 줄기세포치료제의 보존기간이 3~10일로 제한됐던 문제점을 개선했다.세포동결기술은 단순히 세포를 보존·보관하는 스토리지 테크놀로지 그 이상의 의미와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이 기술은 난임 치료·멸종 위기 종 보존·안티에이징·항암치료 등 다양한 의료분야를 넘어 종국에는 인류 숙원이라 할 수 있는 질병 정복과 영생에 도전하는 마지막 연구이자 관문이다. 나노입자·빅데이터·인공지능이 융합된 세포동결기술이 향후 눈부신 발전을 거듭함은 물론 그 중심과 정상에 한국의 기업들과 연구진들이 함께 우뚝 서길 기대해 본다.2025-08-13 06:00:17노병철 -
[기자의 눈] 바이오벤처 신규 상장과 매출 딜레마[데일리팜=황병우 기자] '선방이었다.' 올해 코스닥 문턱을 넘은 바이오 상장사의 주가와 성과를 두고 시장에서 자주 들리는 평이다.다만 구체적으로 보면, 파두 사태(회계·매출 인식 논란) 이후 강화된 숫자 검증 기류가 매출 지표의 존재감을 키웠고, 그 결과 상장 표본이 우호적으로 보이는 ‘착시’를 낳았다는 지적도 공존한다.바이오 업계에 훈풍이 분다는 시각과 동시에, 애초에 우호적일 수밖에 없는 기업이 주로 상장했다는 시각이 교차한다.상장한 모든 바이오 기업이 매출만으로 방어한 것은 아니다. 임상 진전이나 파트너십으로 성과를 입증한 사례도 있다. 그럼에도 매출 지표의 영향력이 커진 흐름은 부정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체감이다.실제로 매출은 투자자 보호 관점에서 가장 직관적인 방어막이다. 다만 바이오 산업은 다른 산업보다 호흡이 길 수밖에 없다.연구개발과 임상, 규제, 기술이전 협상은 미래 매출을 예고하지만 현재 손익계산서에는 온전히 포착되기 어렵다. 이 간극이 R&D 중심 기업에 대한 심사·수요예측의 보수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금의 '선방'이 구조적 회복으로 읽히는 데는 조심스러움이 필요하다.상장 후 관리요건과 외형 압박이 커질수록, 일부에서는 핵심 사업과의 관련성이 낮은 외형 보강 시도가 거론된다. 집중력 분산과 기회비용은 결국 파이프라인의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평가다.물론 일부 기업에 상장폐지 경고등이 켜진 사례를 보면, 매출을 기준으로 신규 진입의 문턱을 높이는 조치를 탓하기는 어렵다. 투자자 보호의 필요성은 분명하다.다만 기술특례상장의 취지를 감안하면, 당장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순수 신약개발 기업의 기회가 줄어드는 부작용은 현재진행형이다. 이는 매출 지표를 맞추기 위해 부가 사업으로 매출을 메우는 현상과도 무관하지 않다.올해 신규 상장 바이오가 선방해 보이는 배경에는 매출 중심의 필터가 있다. 그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바이오 산업의 속도를 온전히 반영하기는 어렵다.결국 신약개발형 기업의 통로를 과도하게 좁히지 않도록 제도·평가의 균형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투자자 보호와 회사의 연속성을 위해 매출 지표는 중요하다. 그러나 기술특례의 취지와 바이오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매출도(also)라는 관점이 필요하지 않을까.2025-08-12 06:26:39황병우 -
[기자의 눈] 미국발 의약품 관세, 위기와 기회 공존[데일리팜=손형민 기자]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의약품에 관세 부과 카드를 꺼내들면서 글로벌 제약업계의 공급망이 요동치고 있다. 최근 유럽연합(EU)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의약품에 15% 관세가 부과되면서, 그간 면세 지위에 기대온 가격경쟁력 구조가 흔들리는 것이다. 산업계에선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상황이라는 진단이 나온다.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최근 발표한 'FDA PreCheck' 프로그램은 이 흐름에 맞춰 미국 내 생산을 촉진하는 대표 사례다. 의약품 및 원료의약품(API) 생산의 해외 의존도를 줄이고 자국 내 생산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시설 준비와 신청 절차 과정을 대폭 단축한다는 내용이다.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 자국 내 제조 기반을 빠르게 구축하려는 의도다.기존 승인까지 통상 5~10년 걸리는 기간을 단축해 생산 가동 시점을 앞당기는 구조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잇따라 수십억 달러 규모 투자를 발표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글로벌 제약사들은 이미 대응에 나섰다. 사노피는 미국 내 생산 역량 강화를 위해 뉴저지 생산시설을 미국 기업 써모피셔사이언티픽에 매각했으며, 로슈는 미국 내 재고 확대를 통해 단기 공급 차질에 대비 중이다. 위탁생산 확대, 공급망 다변화, 재고 비축 등이 주요 대응 전략으로 꼽힌다.한국 기업에도 영향은 불가피하다. 지금까지는 유럽산 원료를 수입해 완제화한 뒤 미국으로 수출하거나, 유럽 제약사와 공동 개발한 제품을 직수출하는 구조가 가능했다. 하지만 15% 관세가 현실화되면 가격 경쟁력은 곤두박질친다. 특히 고가 바이오의약품이나 희귀질환 치료제처럼 가격 탄력성이 낮은 제품군은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셀트리온이 미국 뉴저지 일라이릴리 공장 인수를 추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지 생산·현지 유통 구조로의 전환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조건이 되고 있다.그러나 모든 것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역으로 해석하면, 미국 시장 안에서의 생산·유통 거점을 선제적으로 확보한 기업은 관세 장벽의 ‘수혜자’가 될 수 있다. 미국 정부가 제조 인프라 구축에 적극 지원 의사를 밝힌 만큼, 현지 투자와 고용 창출을 앞세운 전략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시장 지위를 보장할 수 있다. 기존 공급망 재편은 불가피하지만, 그 과정에서 기민하게 대응한 기업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된다.한국은 최근 미국과의 협상에서 의약품 분야에 대해 최혜국대우(MFN)를 약속받았다. 이론적으로는 EU와 달리 관세 우대를 받을 수 있어 가격 경쟁력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 다만 실질 효과는 공급망 구조에 따라 달라진다. 특히 위탁개발생산 산업은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현지 원료를 쓰지 않는 한 ‘관세 우위’가 형식적 혜택에 그칠 수 있다.관세 부과는 단기적으로는 비용 상승과 공급망 불안을 불러올 수 있다. 하지만 구조 전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기업이라면 이를 미국 시장 안착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다. 위기와 기회의 경계선은 결국 ‘속도’와 ‘방향’에 달려 있다.결국 이번 관세 부과는 산업계에 하나의 분기점을 제시한다. 단기적으로는 원가 상승과 수익성 악화를 감수해야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공급망에서의 입지를 재정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미국이 ‘자국 우선’ 깃발을 든 이상, 한국 기업도 ‘글로벌 현지화’라는 새로운 게임의 룰을 받아들여야 한다. 위기와 기회는 같은 문으로 들어온다. 그 문을 먼저 개방할 수 있는 기업이 승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2025-08-11 06:16:03손형민 -
[기자의 눈] 다이소가 쏘아올린 저가 건기식, 향방은?[데일리팜=강혜경 기자] 트렌드가 사업·성공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이 되고 있다.약국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도 변화하는 흐름을 읽고, 최신 동향을 파악하는 민첩함은 잘 되는 약국과 안 되는 약국을 가르는 결정적 단서가 된다.대중매체에서 보게되는 트민남(트렌드에 민감한 남자), 트민녀(트렌드에 민감한 여자) 같은 신조어도 어색하지만은 않다.소비자 심리가 인기를 끌고, 소비자 행동론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후반부터다. 김난도 교수가 매년 '트렌드 코리아'를 출간하기 시작한 시점도 2008년부터다.소비자로부터 선택받느냐, 외면받느냐가 그 어떤 마케팅 보다도 강력한 힘을 발휘하다 보니 식음료·유통 업계 등에서는 전문인재 양성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일부 제약사 역시 컨슈머 헬스케어 전담 부서를 두는 등 의약사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에까지 관심을 돌리고 있다.올해 초 다이소를 필두로 시작된 건강기능식품 열풍 또한 이와 무관하지 않다.저렴한 가격에 소비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다이소와 보다 다양한 접점에서 소비자들을 만나고 싶은 제약사의 니즈가 더해지면서 생활용품점인 다이소에 저가 건기식이 출시됐다.다이소는 200개 점포에 한정해 저가 건기식 판매를 시작했고, 지난 달 부터는 판매 점포를 700여 점포로 확장했다. 전국 다이소 점포가 1576곳임을 감안할 때 2곳 중 1곳이 건기식을 취급하고 있는 셈이다. 그 사이 협업하는 제약사와 상품 수도 더욱 늘어났다.이에 질세라 편의점들 역시 제약사와의 콜라보에 나섰다. CU와 GS25는 1주~1개월 단위 소용량 패키지로 구성한 건기식을 구성, 판매에 나섰다.이마트24와 세븐일레븐도 올해 하반기 중 건기식 유통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건기식 시장이 점차 커지고 있고, 약국용 건기식의 경우 최소 1개월 이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나름의 틈새를 파고든 움직임이다. 건기식 출시에 앞서 건강식품 판매에서 쏠쏠한 재미를 본 것도 이들이 본격적으로 사업에 나서게 하는 이유가 됐다.GS리테일 측이 진행한 설문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92%가 정기 또는 간헐적으로 건기식을 섭취 중이며 편의점에서의 향후 구매 의향도 91%에 달한다고 조사됐다. 갑작스러운 피로와 컨디션 저하시 편의점에서 건기식을 구입하겠다는 의견이 39%로 가장 높았으며 매장에서 눈에 띄었을 때, 약국·마트 영업외 시간대에, 출장·여행 중이라는 의견도 각각 33%, 19%, 10% 순이었다.약사회가 다이소 건기식의 유통에 대해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는 지를 놓고 공정거래위원회는 '법 위반이 있었다'고 판단하고, 제재절차에 돌입했다.아직까지 위원회 상정 등이 남아 있지만 공정위가 약사회에 대해 강도높은 조사를 벌이고, 시민사회단체 등으로부터 비난의 화살을 받았다는 것 만으로도 불명예가 아닐 수 없다.소비자의 약력정보 등을 토대로 가장 잘 건강을 설계해 줄 수 있다는 사람이 약사라는 데는 그 누구도 이견을 달기 어렵다. 특히 다제약물을 복용하는 고령환자일수록, 영양제를 과다하게 복용하는 사람일 수록 약사의 도움은 필요하다.하지만 최근 소비자들의 트렌드는 어떤지, 그들의 구매형태가 어떤 추이를 보이는지 등도 외면하지 말아야 할 문제다.초창기 엄청난 관심과 인기를 누렸던 다이소 건기식에 대한 매출이 예전같지 않다는 게 관련 업계 종사자들의 공통된 얘기다. 결국 선택은 소비자들로부터 나온다는 것이다.억울한 약사회(?)와 달리 다이소는 계속해 저가 건기식을 늘리고 있고, 결국은 소비자들로부터 매출이라는 성적표를 받게 될 것이다. 편의점 업계까지 참전한 저가 건기식 시장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사뭇 궁금하다.2025-08-07 06:00:00강혜경 -
[데스크 시선] 재평가 정책 명분과 후유증[데일리팜=천승현 기자] 정부는 시중에 판매 중인 의약품을 재검증하기 위한 다양한 재평가 정책을 가동한다. 보건복지부가 진행 중인 급여 적정성 평가는 건강보험이 적용 중인 의약품에 대해 재정을 투입해 약값을 지원할 가치가 있는지 따져보는 재평가 제도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상시 재평가 시스템을 가동한다. 과거에 정상적인 자료를 근거로 허가 받았더라도 최신 과학기술의 기준에 맞춰 여전히 안전성과 유효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 평가한다.정부의 재평가 제도는 효과 없는 의약품의 퇴출과 건강보험 재정의 적정한 지출을 위해 꼭 필요한 정책이다. 하지만 명분만 앞세운 기계적인 재평가 정책으로 불필요한 비용 낭비와 혼란을 야기하는 재평가도 종종 있다.현재 동등성 재평가와 급여재평가가 진행 중인 애엽 위염치료제가 소모적인 정책으로 평가받는다.애엽 성분 의약품은 쑥을 기반으로 만드는 천연물의약품이다. 동아에스티의 ‘스티렌’이 오리지널 제품으로 급성위염과 만성위염의 위점막 병변, 출혈, 발적, 부종 등의 개선에 사용된다. ‘비스테로이드소염진통제(NSAID) 투여로 인한 위염 예방’ 적응증도 보유 중이다.올해 들어 애엽 성분 위염치료제 60개 제품이 시장에서 철수했다. 정부의 재평가 정책에 따른 현상이다. 식약처는 지난해 12월 한약·생약제제 전문의약품 212개 품목에 대해 동등성 재평가를 지시했다. 오리지널 의약품과의 동등성을 입증하면 허가를 인정해주겠다는 의미다. 동등성 재평가는 제네릭 의약품이 오리지널 의약품과 동등한지를 따지는 재평가 정책이다. 통상적으로 오리지널 의약품과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을 수행하면서 동등성을 평가한다.당초 애엽 위염치료제는 비교 용출과 비교 붕해 방식으로 허가받았다. 생약제제 특성상 유효 성분의 혈중농도를 비교하는 생물학적동등성시험으로 동등성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제약사들은 허가 당시와 마찬가지로 비교 용출 등을 통해 동등성 평가를 진행할 것을 요구했지만 생물학적동등성시험 의무화 대상이라는 이유로 비교 임상시험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동등성 평가 임상시험은 애엽 성분 의약품을 생산하는 수탁사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풍림무약이 애엽 성분 60mg와 90mg 2건의 임상시험을 별도로 진행하고, 마더스제약이 애엽 성분 60mg의 임상시험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임상시험 1건당 모집 피험자는 400명 이상 설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3건의 임상시험 비용은 총 150억원으로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다.제약사들은 애엽 성분 의약품의 동등성 평가 임상시험에 방식에 큰 불만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동등성 평가라는 이유로 수탁사와 용량에 따라 별도의 임상시험을 진행하면서 임상시험보다 규모와 비용이 커졌기 때문이다.통상적으로 효능 검증을 위한 임상재평가는 제조업체와 용량과 무관하게 효능별로 하나의 임상시험만 수행한다. 현재 진행 중인 뇌기능개선제 콜린알포세레이트의 임상재평가는 생산업체와 무관하게 적응증별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애엽 성분 2개 용량 오리지널 의약품 모두 별도의 임상시험을 거쳐 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제네릭도 용량별도 임상시험을 수행해야 한다는 게 식약처 설명이다.당초 제약업체들이 스티렌 대조군에 2곳의 제조업체에서 생산한 시험군 2개를 따로 비교하는 임상 디자인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동등성 재평가를 위한 생동시험, 비교임상시험에서 복수의 시험군 설정 사례는 없다”라는 이유로 제조업체별로 생산한 제품만으로 시험군을 설정하는 방식으로 별도의 임상시험 디자인이 설계됐다. 동등성 재평가를 위해 유례없는 대규모 임상시험이 수행되는 모양새다.동등성 평가를 위한 임상비용이 치솟으면서 제약사들은 비용 부담을 이유로 재평가를 포기하고 시장에서 무더기로 철수했다.애엽 성분 급여재평가도 결론이 나오지 않았지만 제약업계의 불만이 거세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2월 2025년 약제 급여적정성 재평가 대상으로 애엽 성분을 포함했다. 제약사들은 지난 3월 재평가에 필요한 임상적 유용성, 비용효과성, 사회적 요구도 등의 자료를 급여 적정성 재평가 자료를 제출했다. 제약사들이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급여적정성 여부를 평가하게 된다.애엽 성분은 14년 전 보건당국이 급여재평가를 진행한 결과 이미 유용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복지부는 지난 2011년 효능에 비해 약값이 비싼 약의 퇴출하거나 약가를 깎는 '기등재의약품 목록정비'의 일환으로 순환기계용약, 소화성궤양용약 등 5개 효능군에 대해 경제성을 검토한 결과 임상적 유용성이 부족한 211개 품목에 대해 보험 적용을 중단키로 했다.당시 보건당국은 스티렌의 ‘위염 치료’ 적응증에 대해서는 유용성을 인정했고 ‘위염 예방’ 유용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위염 예방은 임상시험 자료 제출 지연을 이유로 제약사와 정부가 법정 공방을 펼쳤고 결국 약가인하와 급여 삭제로 결론났다. 위염 치료의 유용성에 대해서는 아무런 문제가 제기되지 않았다.만약 애엽 성분 등동성 임상시험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급여재평가 탈락 결론이 나오면 급여 시장에서 퇴출되면서 거액을 들인 임상시험은 무용지물이 되는 이상한 현상이 연출될 수 있다.최근 시메티콘도 재평가 정책에 따른 처방 현장 혼란이 발생했다. ‘알베린’과 ‘시메티콘’으로 구성된 복합제는 34개 품목 중 32개 품목이 철수하면서 처방 현장에서 품귀현상이 펼쳐지고 있다. 알베린·시메티콘 복합제는 위장관계 경련의 진경 및 장내 가스 제거, 복부팽만으로 인한 소화기계 통증의 경감 등에 사용되는 전문의약품이다.시메티콘 원료의약품의 수급난과 생동재평가 정책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알베린·시메티콘 복합제의 무더기 철수로 이어졌다. 식약처가 지난해 시메티콘 원료의약품 제조업체에 대해 제조업무정지 처분을 내리면서 원료의약품 수급난 문제가 불거졌다.알베린·시메티콘 복합제는 올해 동등성 재평가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제약사들이 오리지널 의약품을 대상으로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을 수행해야만 허가를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제약사들은 시메티콘 원료의약품의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데다 보험약가가 70~80원에 불과한 의약품의 허가 유지를 위해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을 수행하는 것이 소모적이라는 판단에 시장에서 철수했다.정부가 재평가 정책을 진행하면서 추후 발생할 수 있는 수급난 문제도 미리 살펴보고 대책을 고민했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드는 배경이다. 과거에 허가와 급여 적용된 의약품을 최신 과학 기술 수준에서 다시 한번 평가하는 취지는 바람직하다. 하지만 재평가 임상시험에 대한 부담으로 시장에서 집단 철수하면 처방 현장의 어려움을 초래한다. 제약사들은 문제없이 잘 팔고 있는데도 시장 철수로 인한 손실을 감수하기도 한다. 명분이 좋은 재평가 정책이지만 정책 집행 과정은 단순히 기계적으로 적용하면 안된다. 예상치 못한 정책 후유증을 미리 살펴보는 것이 일 잘하는 정부의 기본이다.2025-08-06 12:40:11천승현 -
[칼럼] 제약사에 많은 수익을 안겨주는 특허제도제약회사에게 가장 많은 수익을 안겨주는 특허제도는 어떤 것일까? 최근 미국의 비영리단체인 ‘I-MAK(의약품 접근성·지식 이니셔티브)’는 흥미로운 보고서를 발표했다. BMS·화이자·노보노디스크와 등 거대 제약사들이 미국에서 어떻게 제네릭의 진입을 막고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지 그 특허전략을 분석한 것이다. 두 가지 약물 사례를 간단히 살펴보자.먼저 엘리퀴스(아픽사반) 사례다. 엘리퀴스는 BMS와 화이자가 개발한 블록버스터 항응고제다. 아픽사반의 핵심 화합물 특하는 원래 2022년에 존속기간이 만료될 예정이었지만, 2027년 4월까지로 존속기간이 연장됐다.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미국에서도 특허의 존속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허가에 따른 존속기간연장등록(Patent Term Extension: PTE)이고, 다른 하나는 특허청의 특허 등록까지 절차 지연에 따른 존속기간연장등록(Patent Term Adjustment: PTA)이다. 엘리퀴스는 이 두 가지 모두가 더해져서 존속기간이 약 5년 연장됐다.엘리퀴스는 위 특허 외에도 조성물에 관한 후속 특허(미국특허 제 9326,9호)가 또 있는데, 이 존속기간까지 합하면 약물의 보호기간은 2031년까지 늘어나게 된다.엘리퀴스는 작년에 전 세계에서 약 130억 달러(약 18조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다. 또한 존속기간이 연장된 기간인 2023~2026년 미국에서만 390억 달러(약 55조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존속기간이 한 달만 연장돼도 매출이 1.5조원씩 늘어난다는 이야기다. 연장되는 특허권의 효력이 얼마나 막강한 것인지 극명하게 보여준다.또 다른 블럭버스터 약물인 세마글루타이드 기반 약물들도 마찬가지다. 오젬픽, 리벨서스, 위고비는 말 그대로 최고의 히트 약물들이다. 유효 성분인 세마글루타나이드의 기본 특허들은 원래 미국에서 2026년에 만료돼야 하지만 존속기간이 2031년 12월까지로 연장됐다. 이 기간 동안 노보노디스크는 미국에서만 약 1600억 달러의 수익을 추가로 올릴 것으로 보고서는 예상하고 있다. 이쯤이면 존속기간 연장등록이 기업의 수익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 지에 대해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세마클루타이드 약물에서는 존속기간연장등록 이외에 눈에 띄는 특허전략이 하나 더 있다. 바로 후속특허들의 방어진이다. 노보노디스크는 제형, 전달장치, 의약 용도와 관련한 320건 이상의 후속특허를 출원했으며, 이들의 법적 보호는 2042년까지 이어진다.이렇게 겹겹이 방어선을 구축한 약물의 특허는 마치 로마의 방패를 연상시킨다. 로마의 방패는 그리스의 원형 방패와 달리 사각형 모양이며 반원형의 굴곡진 방패면을 가지도록 개량됐다. 로마군은 이 방패로 단단히 스크럼을 짜고 대열을 유지하면서 전투했다. 이 방패진 사이로 갑자기 튀어나오는 로마군의 글라디우스 단검은 대단히 치명적이었다. 이 둘의 조합은 로마군을 당대 최고의 전투부대로 만들었다. 로마의 방패는 한두 개가 사용되기보다는 여러 개로 방패진을 구성했을 때 그 위력이 제대로 발휘됐는데, 특허에서는 후속특허들이 바로 이런 역할을 담당한다. 로마의 방패가 로마제국을 건설하는데 큰 기여를 했듯, 후속특허들이 블록버스터 약물들의 수익울 유지하는데 막강한 공헌을 하고 있는 것이다.이제 시작했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제약업계에서 기업에게 가장 돈을 많이 벌어줄 수 있는 특허제도는 무엇일까? 왕관의 보석과도 같은 제도가 바로 존속기간연장등록 제도이다. 이 제도가 얼마 전에 우리나라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시작됐다(개정 특허법, 2025년 7월 22일 시행). 새 제도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연장가능한 존속기간의 상한이 생긴 것(의약품의 품목허가를 받은 날로부터 14년)이고, 둘째는 하나의 품목허가에 연장 가능한 특허권의 개수가 한 개로 제한된 것이다.신구 제도의 차이점을 실제 예를 들어 살펴보면, 잴코리(Xalkori)의 경우 기존 제도에선 3개의 특허 ▲화합물(P1, 2028년 6월 14일 만료) ▲에난티오머(P2, 2028년 6월 14일 만료) ▲소세포 폐암 치료용 조성물 특허(P3, 2027년 6월 17일 만료) 각각에 대해 존속기간이 연장됐다. 그러나 새 제도에선 허가일로부터 14년 상한을 적용받아서 세 특허 모두 2025년 12월 29일로 만료를 하게 될 것이다. 나아가, 새 제도에선 세 개의 특허 중 한 개만을 골라서 연장을 할 수 있으므로, 오리지널사 입장에서는 입지가 상당히 줄어들게 된다.위의 경우처럼 복수의 연장 가능한 특허가 있을 때에는 한 개의 특허를 선택해서 연장을 해야 한다. 이때는 ▲특허가 얼마나 강한 것인지 ▲연장 가능한 기간이 얼마나 되는지 ▲침해소송을 걸기에 유리한 것인지(또는 상대방 침해를 입증하기 유리한지) ▲판매제품을 보호하기에 충분히 권리범위가 넓은지 등을 검토해 결정하는 것이 좋다.특허절차가 지연된 경우 인정되는 존속기간연장등록(PTA) 제도와 허가에 의해 인정되는 존속기간연장등록(PTE) 제도는 결합이 가능한데, PTA와 PTE 의 신청 기간이 다르므로 이를 놓치지 않도록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도 있다.변화의 순간은 누군가에게는 기회, 다른 누군가에게는 위기가 될 수 있다. 국제 정세가 복잡하고 AI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는 상황에서 기업의 수익을 크게 좌우하는 특허제도가 큰 변화를 맞이했다. 우리 기업들이 최적의 특허 전략을 구축해 이러한 변화를 기회로 만들 수 있길 바란다. 손민 변리사 약력 -특허법인 한얼 대표변리사-미국 변호사(일리노이주)-생화학 박사(위스콘신대)-한국국제지식재산보호협회(AIPPI Korea) 부회장-미국변호사협회(ABA), 미국지식재산권변협회(AIPLA) 회원-국제상표협회(INTA), 국제라이센싱협회(LES) 회원2025-08-06 12:00:00데일리팜 -
[기자의 눈] 의약품 수급난, 국회 의지만으로 해결될까[데일리팜=김진구 기자] 의약품 수급난을 해결하기 위한 4건의 약사법 개정안이 8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다뤄질지 관심을 모은다.이번 약사법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 한정애·김윤·서미화 의원과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이 각각 발의했다. 한정애 의원안은 민관이 참여하는 공급관리위원회를 설치하고, ‘수급 불안정 의약품’의 지정과 긴급 생산·수입 명령 규정을 신설하는 내용이다. 김윤 의원안은 국가필수의약품뿐 아니라 일시적 공급 부족 혹은 수요 급증 의약품을 ‘안정공급 관리 대상’으로 포함하고, 국가필수의약품 안정공급협의회에 의료현장 관계자와 기관·단체의 참여를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서미화 의원안은 대체제가 없는 의약품을 국가필수의약품에 포함하고, 상시 모니터링을 실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김선민 의원안은 국가필수의약품뿐 아니라 일시적 공급 부족·수요 급증 의약품을 ‘안정공급 관리 대상’으로 포함하고, 국가필수의약품 안정공급협의회에 의료현장 관계자와 기관·단체의 참여 허용을 꾀한다.네 건의 개정안 모두 의약품 수급 안정을 위한 나름의 해결책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최근 몇 년간 반복된 의약품 품절과 공급 차질 상황을 감안할 때 시의적절하다는 평가도 나온다.개정안이 상정되고 복지위 문턱을 넘으면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9월 정기국회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이 현실화하면 몇 년째 반복되는 의약품 수급난 해결에 한층 힘이 실릴 전망이다.의약품 수급난 해결은 지난 대선에서 여야를 가리지 않고 공통으로 제시한 공약이기도 하다. 더구나 국가필수약 성분명 처방 허용 정도를 제외하면 직역 간 이견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의약품 수급난 해결 방안을 논의하기에 최적의 시기라는 의미다.다만 개정안에 담기지 않은 부분은 없는지 꼼꼼히 짚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제약업계가 근본적인 해결 방안으로 꾸준히 요구해온 국산 원료의약품 자급률 제고와 저수익 필수약 생산에 대한 인센티브 강화는 반드시 논의해야 할 과제다.단순히 수급 불안 품목의 범위를 넓히고 협의체를 구성하는 수준을 넘어, 실질적인 공급망 강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낮은 생산성과 취약한 공급 구조를 극복할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 정부 차원의 공적 비축 확대와 디지털 기반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도 함께 검토해야 할 사안이다.해외 사례도 눈여겨볼 만하다. 미국은 ‘Drug Shortage Task Force’를 운영해 조기 경보와 대체공급 시스템을 상시 가동한다. 유럽연합(EU)은 200여 개 필수약을 공동 관리·비축하는 체계를 운영 중이다. 일본의 경우 필수의약품을 중심으로 적자를 유발하는 저수익 제품의 약가를 재산정하는 제도를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국가들은 공급량 확대와 기업 참여 촉진을 위해 정부가 적극 개입하는 공통점을 보인다.이번 국회 논의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문제 해결의 기회이다. 실질적 해결책 마련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 모처럼의 기회가 허공으로 흩어져선 안 된다. 반쪽짜리 대책이 아닌, 국민과 제약업계가 체감할 수 있는 공급 안정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2025-08-05 06:16:33김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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