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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위탁사 제한 개량신약 지침, 대상 명확해야[데일리팜=이탁순 기자] 이달부터 급여등재된 에페리손염산염+아세클로페낙 복합제가 식약처의 개량신약 인정여부에 따라 약가가 차등되는 현상이 나타났다.수탁 생산처인 아주약품의 제품만 개량신약으로 인정돼 가산된 반면 나머지 위탁 생산처인 명문제약, 환인제약, 한국휴텍스제약, 동구바이오제약, 마더스제약은 개량신약으로 인정받지 못해 가산없이 약가가 매겨진 것이다.개량신약으로 인정받지 못한 위탁사들이 식약처에 그 사유를 물어보니 지난 9월 개정된 개량신약 인정제도 운영지침이 반영됐다는 회신이 돌아왔다.개정 개량신약 인정제도 운영지침에는 수탁사 품목이 규정에 적합해 개량신약으로 인정된 경우라도 자료 등을 허여받은 위탁사 품목은 개량신약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규정이 담겨있다.에페리손염산염+아세클로페낙 복합제 위탁사들은 공동개발 계약서를 식약처에 제출했음에도 이같은 지침을 들어 개량신약을 제한한다는데 억울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만약 식약처가 이를 확대 해석해 모든 공동개발 개량신약에도 수탁사 제품만 인정한다면 업계의 반발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개량신약 공동개발은 막대한 개발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중소 제약사들이 주로 선택한 방식이다. 개발 주체와 생산 업체가 특정되지만, 사전에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한만큼 위·수탁 여부와 관계없이 같은 약으로 취급됐다. 허가지위가 동일하니 약가에서도 출발이 다를 수 없었다.하지만 이번 경우 식약처가 위탁사 제품은 개량신약으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약가에서도 차등이 생겼다.식약처는 이번 에페리손염산염+아세클로페낙 복합제의 위탁사 품목 개량신약 제외에 대해 개정 지침뿐만 아니라 허가신청과 관련된 다른 사유도 들었다. 수탁사인 아주약품이 허가 접수 시 주관사로 신청하고, 임상시험, 생산 등 개발과정에 참여했지만, 나머지 위탁사들은 개발 참여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식약처가 내세운 사유를 종합하면 개정지침 만으로는 공동개발 위탁사 품목을 모두 개량신약으로 불인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나머지 위탁사들이 개발 과정에 참여했다는 것이 확인된다면 개량신약을 부여해도 무리가 없기 때문이다.따라서 제약업계의 혼란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식약처가 개정 개량신약 인정제도 운영지침의 명확한 대상과 기준을 업계에 설명하는 자리가 필요해 보인다. 이를 통해 다시 억울한 업체가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명확한 규정이 설명되지 않는다면 앞으로 다른 공동개발 위탁사 제품이 개량신약으로 인정되더라도 정책 신뢰성을 담보받기 어려울 것이다. 규제엔 반드시 마땅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2022-12-23 16:50:02이탁순 -
[기자의 눈] 보령의 우주 사업 승부수[데일리팜=이석준 기자] 649억원. 보령이 21일 우주 사업에 투자를 결정한 금액이다. 보령의 지난해 영업이익(414억원)을 뛰어넘는 수치다. 회사는 오는 30일 649억원을 자체 보유자금으로 현금지급할 예정이다.보령이 미국 액시엄 스페이스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다. 이 회사는 세계 최초 민간 상업용 우주정거장(ISS) 선도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색다르다. 올초만 해도 보령의 우주 사업에 대한 업계의 평가였다. 올 2월 액시엄에 121억원을 투자했지만 당시만 해도 그려려니 했다. 일종의 엑시트(투자금 회수) 개념의 투자로 보는 이도 많았다.다만 1년여가 지난 현재. 보령의 우주 사업 행보를 보면 진심이 느껴진다.일단 투자액이 770억원까지 늘었다. 보령의 2년치 영업이익(814억원)과 맞먹는다. 어느 기업도 이런 투자는 쉽지 않다.오너 의지도 뒷받침된다. 우주 사업은 오너 3세 김정균 대표이사가 선봉에 섰다. 김 대표는 올초 CEO 레터에서 "보령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류에게 꼭 필요한 회사가 되려면 무엇을 해야할지 내부적으로 고민하던 중 우주라는 공간에서 그런 회사가 되면 어떨까라는 도전적이고 장기적인 프로젝트를 구상하게 됐다"고 언급했다.발언은 실천으로 이어졌다. 보령은 우주 사업 일환으로 액시엄, 미국 항공우주국(NASA), 하버드대, 매사추세츠공대(MIT) 등 우주 산업 내 글로벌 파트너와 우주 공간에서의 다양한 헬스케어 이슈를 탐색하고 사업화 기회를 모색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모으는 CIS 챌린지를 진행했다.CIS 프로젝트란 우주공간에서 건강을 지키고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프로젝트다. 보령은 해당 프로젝트를 통해 세계적으로도 미개척 분야인 우주 헬스케어 사업을 선도할 계획이다.이제 보령의 우주 사업은 색다르다에서 진심으로 평가된다. 투자 금액, 오너 의지만 봐도 그렇다. 보령이 제네릭, 개량신약, 신약으로 이어지는 전통제약사의 코스에서 우주를 주력 사업으로 끼어넣었다.김정균 대표의 '아픈 사람도 우주에 갈 수 있나요?'라는 호기심에서 시작된 보령의 우주 사업. 민간 사업용 우주정거장 선도기업에 대한 투자를 바탕으로 우주공간에서의 선제적 사업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보령의 목표는 이제 색다르다가 아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2022-12-22 03:46:28이석준 -
[모연화의 관점] 약효의 시간적 거리감과 메시지 전략(13)지금(now), 여기(here), 나 자신(self)은 어떤 대상에 관한 거리감을 식별(identification)하는 사람들의 기준이다. 예를 들어 시간상으로 내일은 가깝고, 10년 뒤는 멀다. 공간적으로 대한민국은 가깝고, 아프리카는 멀다. 사회적으로 내가 속해 있는 그룹은 가깝고, 나랑 관계없는 그룹은 멀다.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지금-여기-나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할 대상과의 심리적 거리감을 계산한다.이러한 심리적 거리감은 사건과 대상에 관한 판단 및 해석에 영향을 미친다. 예컨대 당장 내일 어딘가로 떠난다고 가정을 해보자. 어디에서 무엇을 먹을지, 무엇을 할지, 준비물은 무엇을 챙길지, 구체적이고 방법론적인 생각이 떠오를 것이다. 반면 10년 후 여행을 상상해보자. 구체적인 방법보다는, 정말 원하는 여행은 무엇인지, 추구하고 싶은 의미는 무엇인지, 무엇을 경험하고 싶은지 등 목적 지향적인 생각들을 하게 된다.해석수준이론(construal level theory)은 거리감에 따른 심리적인 표상, 즉 가치를 두는 영역이 달라진다는 것을 검증하며, 구체적이고 방법론적으로 대상에 관해 생각하는 걸 하위-해석수준, 추상적이고 목적론적으로 대상에 관해 생각하는 걸 상위-해석수준이라 명명했다. 하위해석수준인 경우 현실적이고 실행 가능한지 등에 가치를 두고, 상위해석수준인 경우 본질적이고 바람직한지 등에 가치를 둔다.이러한 해석수준이론은 심리적 거리감과 해석수준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메시지 전략에 활용된다. 이를테면, 가까운 거리감일 때는 행동 방법을 강조하거나 실행 가능성을 제시하는 하위해석수준 메시지가 좀 더 설득적이고, 먼 거리감일 때는 행동 목적을 강조하거나 바람직성을 말해주는 상위해석수준 메시지가 좀 더 설득적일 수 있다고 이론은 설명한다.이러한 이론을 적용해 금연 메시지를 도출해 보자. 내일부터 당장 담배 끊기를 시작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구체적인 방법론(약의 종류, 처방 방법 등) 위주의 메시지가 금연의 이유나 목적을 강조하는 메시지보다 더 설득적일 것이다. 반면, 아직 금연을 먼 미래처럼 느끼는 사람에게는 금연의 바람직성, 이유, 목적과 같은 추상적인 메시지가 더 설득적일 것이다.이번에는, 의약품 메시지에 해석수준이론을 적용해보자. 의약품은 효능에 따라, 다른 시간적 거리감을 만들어 낸다. 구체적으로 진통제는 복용 후 15분~30분 안에 통증이 억제되는 효과가 나타난다. 반면 고혈압약은 복용 후 자각 증상은 없지만, 장기간 복용 후에 심혈관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약이다. 즉, 전자는 시간적 거리감이 짧고, 후자는 길다고 볼 수 있다.사실 진통제 복용을 설득해서 해야 하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고혈압약과 같은 만성질환 약은 장기간의 꾸준한 복용을 설득해야 하는 경우가 제법 있다. 이러한 순간에 메시지 전략이 필요하다. 어떤 메시지가 적당할까? 해석수준이론을 적용해보면, 고혈압약은 시간적 거리감이 멀기 때문에 이유, 목적, 바람직성의 요인을 갖춘 메시지가 사람들의 심리적 거리와 궁합이 좋을 거라 가정해볼 수 있다.해석수준이론과 메시지 전략에 관한 강의를 하고, 약사들에게 고혈압약에 관한 복약 이행 설득 메시지를 도출해 보라고 하면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서 고혈압약을 꾸준히 드세요"라는 메시지가 가장 많이 나온다. 앞서 시간적 거리감이 멀 때는, 목적을 강조하라는 부분에 기대어 나온 메시지로 판단된다.약사들은 가능성이 좀 더 높은 정답을 취하는 이과적인 방식에 최적화되어 있어, 메시지 정답의 정답도 이론이 확실히 말해줄 거로 생각한다. 하지만 이론은 어떤 개념을 설명할 때, 정답 찾기처럼 설명하지 않는다. 예컨대, 해석수준이론은 상위-해석수준의 특징을 "단순성, 구조화, 핵심성, 상위가치, 바람직성" 등으로 다양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론이 개념을 다양하게 제시하는 이유는 맥락에 맞게 이 모든 것을 잘 고려해야 수용자에게 닿을 수 있는 메시지가 나오기 때문이다.이런 맥락에서,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서 고혈압약을 꾸준히 드세요"라는 메시지를 평가해 보자. 약사는 고혈압의 합병증을 생생하게 상상할 수 있지만 일반인들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합병증이라고 똑같이 읽지만, 예측할 수 있는 범위는 다를 수 있다. 그래서 필자는 고혈압약의 목적 중 최상위가치를 합병증보다는 고혈압약 논문들의 종속변인인 사망률 저하로 규정하고, 언어화해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 고혈압약을 꾸준히 드세요."로 도출했다. 어떠한가? 메시지 수용자로서는 사망률이라고 하니, 좀 더 생생한 느낌일 것이다.그런데 뭔가 바람직한 핵심이라는 느낌은 덜 들지 않는가? 커뮤니케이션학 교수인 로빈 나비(Robin L. Nabi)는 건강행동의 지속성을 위해서는 희망과 같은 긍정적인 감정 생성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필자는 "사망률을 낮추기 위함"이라는 메시지에 긍정성을 부여하기 위해, “수명 연장 혹은 생명 연장”을 덧붙이는 시도를 했다.결론적으로 수십 번의 시도 끝에 해석수준이론을 적용한 고혈압약 설득 메시지는 다음과 같이 도출되었다. "고혈압약은 혈관 손상에 의한 사망률을 낮추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필자는 이 메시지를 상위해석수준 메시지라 명명하고 방법을 강조하는 하위해석수준 메시지와 비교해서, 어떤 메시지가 만족도와 복약이행의도를 높이는지 검증했다. 방법을 강조한 메시지는 "고혈압약은 하루에 한 번, 비교적 같은 시간에 의사가 지시한 용량을 자르거나 쪼개지 않고 복용하도록 합니다. 고혈압약은 식사와 크게 관계없이, 한 컵의 물과 함께 복용하는 것을 권장합니다."였다.1,200명을 대상으로 두 메시지를 보여주고, 어떤 메시지가 더 만족스러운지, 어떤 메시지를 보았을 때 복약 이행 의도가 높아지는지 비교했다. 그 결과, 예상대로 시간적 거리가 먼 경우(고혈압약의 복용 결과가 미래인 경우) 복용의 목적과 바람직성을 강조한 메시지가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정리하자면 이론은 메시지의 방향성은 알려준다. 그런데도, 그 방향에 맞춰 가장 적당한 메시지를 도출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조금 더 나은 메시지, 수용자에게 닿을 수 있는 메시지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이론과 이론을 구성하는 적확한 개념을 알아야 할 뿐 아니라, 수용자의 맥락을 파악하기 위한 시도 역시 (생각보다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목적한 설득 즉, 질병 예방 및 치료를 위한 설득을 위한 메시지를 도출하는 연습은 약사들에게 필수 불가결해지고 있다. 현장에서 약사와 사람들을 잇는 건 커뮤니케이션이고, 그것이 건강 결과를 만들고, 결과는 내 업의 이유이니 말이다.2022-12-21 09:50:28데일리팜 -
[기자의 눈] 선거땐 회비 3만원 인하 필요하다더니[데일리팜=김지은 기자] "대한약사회 특별회비 1만원 인하안은 충분한 고통 분담안이 될 수 없다. 3만~5만원 상당 실질적 회비 인하가 필요하다."최광훈 대한약사회장이 지난 2021년 8월 20일, 약사회장 선거운동 과정에서 언론 보도자료를 통해 약사회비 인하를 요구하며 한 말이다.지난 집행부가 상임이사회에서 중앙회비는 동결, 특별회비 중 약바로쓰기운동본부 특별회비 1만원을 징수하지 않기로 하자 이를 비판하면서 회원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회비 인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당시 후보 자격이던 최 회장은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다 같이 고통 분담을 해야 한다”며 “대한약사회는 코로나 상황에서 회원 고통 분담을 위한 어떤 예산 상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한발 더 나아가 최 회장은 회원 약사들의 ‘고통 분담’ 차원에서 회비를 인하할 대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기도 했다.그중 하나가 현재 특별회비에 포함된 약바로쓰기운동본부, 환자안전약물관리본부를 특별사업에서 일반사업으로 전환하는 방안이다. 정관 상 규정된 사업 예산에 대해선 특별회비를 별도로 징수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는 만큼, 정관 규정에 따라 각 1만원이 징수되는 이들 특별사업에 대한 회비 2만원을 폐지하고 일반회계로 편입해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한발 더 나아가 중앙회비의 실질적 인하 필요성도 강조했다. 코로나로 너나 할 것 없이 경제가 어려운 만큼, 일반회비 1만원을 추가로 인하해야 한다는 것.결국 최 회장은 특별회비 중 약바로쓰기운동본부(1만원), 환자안전약물관리본부(1만원), 중앙회비 1만원, 개국 약사 기준 총 3만원의 회비 인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최 회장은 약사회장에 당선됐고, 당선 후 처음으로 예산을 확정하는 이사회를 앞두고 있다. 오는 23일 열리는 이사회에 앞서 약사회는 지난 15일 상임이사회에서 이사회 안건을 의결했으며, 여기에는 ‘2023년도 연회비 및 특별회비 결정에 관한 건’이 포함됐다.상임이사회에서 의결된 예산안에는 과연 지난해 후보 시절 회원 약사들과의 ‘고통분담’을 주창했던 최 회장의 염원과 뜻이 반영됐을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우선 중앙회비 동결 조치로 약사회는 할만큼 했다는 분위기다. 약사회는 중앙회비 동결 결정 배경에 대해 “물가인상에 따른 비용 상승과 2023년도 주요 현안 해결을 위한 사업비 확대를 위해 회비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코로나에 따른 약국 경영의 어려움이 커진 상황에서 회원 약사 부담 가중 등을 감안해 중앙회비를 동결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하지만 최 회장도 후보 시절 꼬집었던 특별회비에서 변수는 발생했다. 기존 5개 항목이었던 특별회비에 재난기금(개설약사 대상, 1만원 부과)이 신설 추가됐고 약화사고배상책임보험료(개설약사, 약국 근무약사 대상)는 기존 1만원에서 1만5000원으로 인상됐다.여기에 지난 한해 징수하지 않았던 약바로쓰기운동본부 특별회비(면허사용갑, 면허사용을 대상, 1만원 부과) 내년에 다시 부활하면서 결국 개설 약사는 올해보다 내년에 2만5000원의 회비를 더 내야 하는 상황이 됐다.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각종 대면 행사 등 사업이 재개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어쩌면 약사회의 중앙회비 동결 조치는 사실상 인하 조치에 해당되는 중차대한 결정일 수 있다.여기에 약화사고 건수와 손해율이 매년 상승하면서 보험사들의 요구에 따른 특별회비 인상, 매년 약국의 수해 등 자연재해 피해가 증가하면서 일반회계나 성금으로는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됨에 따른 재난기금 신설 조치 등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하지만 결과적으로 개설 약사는 물론이고 근무약사의 회비가 사실상 인상된 상황에서 후보 시절 최광훈 회장의 고통 분담 요구와 회비 인하 외침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어떤 후보가 선거 중 다 지킬 생각으로 공약을 내걸겠냐”는 어느 임원의 자조 섞인 말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2022-12-20 15:28:54김지은 -
[데스크 시선] 명분 없는 행정과 갑질[데일리팜=천승현 기자] 제약업계에서 보건당국의 제네릭 약가 등재 절차를 두고 뒷말이 계속 나오고 있다. 약가등재 과정에서 불필요한 생산실적 자료를 요구하면서 제약사들의 힘을 빼고 있다는 불만이 끊이지 않는다.2020년 10월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으로 제네릭과 같은 산정 대상 의약품도 약가 등재 시 건보공단과 협상 절차를 거쳐야 약가를 등재할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신규 등재 제네릭은 생산·수입실적 자료를 제출해야만 약가 등재를 허용해주겠다는 조건을 제시했다.건보공단은 제네릭 제품의 즉시 공급 가능 여부를 따져서 등재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취지다. 안정적으로 공급할 능력을 갖춘 의약품에 한해 급여목록 등재를 허용하겠다는 의도다.문제는 건보공단이 제약사들에 요구하는 생산 내역 자료가 지나치게 많다는 점이다. 제약사들은 생산한 제네릭 의약품의 제조번호, 제조수량, 제조단위, 일련번호, 제조연월일, 사용기한, 제조지시기록서, 완제품시험승인성적서, 입고확인증 등을 제출해야 한다. 생산물량의 등재일 또는 허가변경일에 판매 가능한 재고 수량도 정확히 기재해야 한다. 생산 사실을 증명할 제품 사진도 제출 대상이다. 제품사진은 모든 제조번호, 대포장 상자 제조번호 확인이 가능한 사진, 제조번호 및 제품명 확인이 가능한 개별 제품 사진이 포함된다.생산한 재고가 사용기한이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등재가 거부되기도 한다. 기존에 생산한 물량의 잔여 사용기한이 넉넉하지 않아 신속한 공급이 힘들다는 판단에 등재조차 허용하지 않는다는 얘기다.제약사들은 보건당국이 근거도 부족하고 명분도 불분명한 규제로 사업 예측성을 떨어뜨린다는 불만을 내놓는다. 약가 등재와 공급능력을 연계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불만이다.사실 의약품 허가와 약가를 받고 난 이후 원활한 공급 여부는 시장에 맡기면 된다. 제약사 입장에선 “발매할 계획이 있어서 허가 받고 약가를 등재하는 게 당연한데, 약가등재를 위해 별도의 자료를 마련하면서 불필요한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발생하게 된다”며 불만을 호소한다.현실적으로 사용기한이 만료됐거나 만료가 임박한 제품은 요양기관에 공급 자체가 불가능한데 약가등재 시점에 보유한 재고의 사용기한을 문제 삼아 등재를 보류하는 것은 불필요한 행정이다. 제약사 입장에선 시장의 수요에 맞춰 생산량을 조절하면 되는데 약가등재를 위해 추가로 생산하는 것은 사회적 비용 낭비를 초래한다. 제네릭의 경우 대체약물이 많기 때문에 특정 제품의 재고가 충분하지 않더라도 시장에선 혼란이 거의 없다. 수요가 쏟아지는데 재고물량의 사용기한이 얼마 안 남았으면 추가 생산에 돌입하면 된다.제약사들은 약가등재를 위해 추가 안정성 시험을 통해 이미 허가 받은 의약품의 사용기한을 연장해야 하는 상황도 고민해야 하는 실정이다.보건당국의 제네릭 약가 등재 원칙을 적용하면 시중에 잘 팔리다가도 원료나 원가 문제로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약가등재를 취소해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최근 코로나19 대유행의 장기화로 해열진통제 아세트아미노펜의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자 보건당국은 오히려 약가를 인상시켰다. 제약사들은 아세트아미노펜 단일제의 보험상한가가 최대 70원에 불과할 정도로 원가구조가 열악하다는 이유로 생산 증대에 난색을 보였고 정부는 이례적인 인상에 합의했다.퇴장방지의약품의 경우 제약사가 열악한 원가구조를 호소하면 약가를 올려주기도 한다. 퇴장방지의약품 관리제도는 환자들에게 꼭 필요한 의약품이 시장에서 사라지지 않도록 정부가 제약사의 생산·공급에 개입하는 정책이다. 다른 약물에 비해 가격이 낮아 품절이 빈번하게 발생하거나 원가 압박으로 제약사가 생산·수입을 기피해 임상진료에 지장을 초래하는 의약품은 퇴장방지의약품으로 지정될 수 있다.약가등재 이후 판매하지 않은 제품은 자동으로 시장에서 퇴출되는 제도가 있다. 보건당국은 지난 2007년부터, 최근 3년 간 보험급여 청구 실적이 없거나 생산실적 또는 수입실적이 2년 간 보고되지 않은 의약품을 보험급여 목록에서 삭제하고 있다. 2년 이상 판매실적이 없는 의약품은 사실상 더 이상 팔 의도가 없다고 판단, 건강보험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제도다.보건당국이 제네릭 약가 등재 시 생산물량의 꼼꼼한 점검은 왜 하는지 모르겠다. 모든 규제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 명분과 이유가 부족한 행정이 반복될수록 기업들로부터 ‘갑질하는 기관'이라는 오명이 축적될 수밖에 없다. 안 해도 되는 일을 왜 굳이 만들어서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이거 말고도 시급한 일이 더 많을 텐데 말이다.2022-12-20 06:15:19천승현 -
[기자의 눈] 위기의 제약, 중요한 건 꺾지 않는 마음[데일리팜=정새임 기자] 코로나 대유행이 가고 세계 경제 침체가 왔다. 각종 원자재 가격이 오르며 밀가루와 설탕, 식용유 등 식품을 비롯해 기름값, 공과금 등 오르지 않은 품목이 없다. 지금도 '자장면 값이 올랐다' '계란 값이 金값이다'와 같은 기사들이 쏟아진다. 뭐든지 오르는 고물가 시대에서 딱 하나 예외가 있다면 의약품이다. 우리나라 약가는 국가의 강력한 통제 속 오로지 하락세만 있었다.예외적으로 최근 감기약 약가가 인상됐는데, 이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감기약 수요가 폭증한 탓이다. 감기약 공급을 늘려야 하는데 기업들이 적자 우려로 생산을 꺼리자 정부가 약가 인상이라는 '조커'를 꺼낸 것이다. 그 인상이라는 것도 50원짜리를 90원으로 올린 것에 불과하다. 이조차도 매우 특수한 상황에서 발생한 이례적인 일이다.최근 정부의 행보를 살펴보면 내년은 더 깜깜하다. 국내 제약사에 직격탄을 준 급여 재평가 대상은 앞으로도 늘어날 전망이다. 이미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가 타격을 입었고, 스트렙토키나제, 알마게이트, 아보카도-소야 등 여러 제제들이 재평가 대상에 오르며 급여 범위가 축소되거나 약가가 인하됐다. 내년에도 급여 재평가는 계속될 예정이다.신약이라고 장밋빛 미래가 있는 게 아니다. 최근 정부는 약가 참조국에 호주와 캐나다를 포함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중 호주는 선진국 중에서 약가가 낮은 국가로 꼽힌다. 우리나라와 약가가 비슷하거나 낮아 업계에서는 정부가 약제비 절감을 위해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반발이 나왔다. 호주가 약가 참조국으로 포함되면 지금도 글로벌에서 낮은 수준에 속하는 한국 약가가 더 낮게 설정될 것이란 우려가 높다.제조와 유통, 모든 것이 오르는 와중에 최종 산물인 의약품 값은 떨어질 일만 남은 것이 제약업계의 현실이다. 신약 개발이라도 맘 놓고 할 수 있나, 그것도 아니다. 신약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바이오텍들은 요즘 곡소리가 즐비하다. 경기 침체 장기화 우려로 투자금은 말라가고, 상장은 점점 어렵게 됐다. 바이오 대표들은 당장 내년이 걱정이라고 한다. 임상 결과는 당장 나오지 않고 바닥을 보이는 투자금을 어떻게 하든 붙들어야 한다. 대다수가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제약바이오가 차세대 먹거리라는 정부의 장담은 경기침체 우려 속에 조용히 사라진 걸까. 말과 다르게 업계를 옥죄어 오는 정부 기조에 내년에도 이 업계는 좁아지는 시장에서 최대한 살아남기 위한 생존 싸움을 벌여야 한다. 그 와중에도 업계는 35호, 36호 국산 신약을 배출했고, 아시아 최대 종양학회에서 신약 발표를 했다. 하지만 이는 대형 제약사 몇몇에 국한된 성과로, 아직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커나가기 위해 필요한 자양분이 얼마나 많은지 깨닫게 한다.'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 했던가. 내년 제약바이오 업계에 필요한 건 '꺾지 않는 마음' 같다.2022-12-20 06:14:53정새임 -
[기자의 눈] 특사경 기획수사가 남긴 교훈[데일리팜=강혜경 기자] 최근 인천지역에서 특별사법경찰이 약국을 대상으로 기획수사를 실시하면서 반발이 빚어졌다.인천 특사경은 이달 1일부터 12일까지 25개 약국을 대상으로 기획수사를 실시했고, 총 6건이 적발됐다. 위반 행위를 보면 무자격자 의약품 조제·판매 1건(2명), 무자격자 의약품 판매 3건(5명), 유효(사용)기한 경과 의약품 판매 목적 저장·진열 2건(2명) 등이다.경찰에 따르면 이 가운데 한 약국은 약사가 부재한 경우 무자격자인 종업원이 5차례 걸쳐 전문의약품을 조제·판매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사용기한이 경과된 전문약 7종 219정을 판매 목적으로 저장·진열했다 적발된 곳도 있었다.특사경이 예고 없이 약국을 기습 방문함에 따라 지역 약국에서도 혼란이 빚어졌다. "사복 경찰이 약국에 들어와 샅샅이 살폈다. 너무 당황스러웠고, 경찰이 맞는지 여부도 파악되지 않는다. 경찰이 무작정 약국을 급습하는 게 타당한 일이냐" "6명이 한번에 약국에 들이닥쳤다. 법 위반 행위가 있고 없고를 떠나 대역죄인이 된 것 같았다"는 약국의 지적이 과장된 지적만은 아닌 듯 하다.특사경은 보건, 식품, 산림, 세무 등 전문성이 요구되는 특정 분야에 대해 해당 분야의 전문 지식을 갖춘 공무원에게 사법경찰권을 부여해 직접 수사한 후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때문에 특사경의 불시 점검은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다만 21세기에 6명이 한 약국에 들이닥쳐 약국을 이 잡듯 조사하는 등의 조사방법과 병의원 등에 비해 약국이 주요 기획수사 대상이 된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시정이 필요하다는 게 약사사회 중론이다. 하지만 보다 스마트하고 타이트한 경영도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직업에 대한 윤리의식이기도 하다.대다수 약국이 법을 잘 준수할 때 기획수사에 대한 문제점도 제기할 수 있다. '약은 약사가'를 외치기 위해서는 기본부터 바로 서야 한다. 공사가 다망해 조제, 판매, 주문까지 모두 직원에게 맡겨야 하는 약국이라면 하지 말자. '잘 되는 약국'은 아주 사소한 것부터 시작된다.2022-12-18 12:01:57강혜경 -
[기자의 눈] 수출의 탑 포상과 허가 취소의 아이러니[데일리팜=김진구 기자] 산업통상자원부는 매년 12월 5일 무역의 날을 기념해 수출 확대 기업에게 ‘수출의 탑’을 정부 포상으로 수여한다. 올해도 제약바이오기업 50여곳이 수출의 탑 포상을 받았다.눈에 띄는 업체가 몇 곳 있다. 파마리서치, 제테마, 한국비엔씨, 한국비엠아이다. 파마리서치는 3천만불 수출의 탑, 제테마는 2천만불 수출의 탑, 한국비엔씨는 1천만불 수출의 탑, 한국비엠아이는 5백만불 수출의 탑을 각각 수상했다.모두 보툴리눔톡신을 주로 수출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은 제품을 국내 업체에 판매한 혐의로 관련 제품에 제조·판매 중지와 허가 취소 처분이 내려졌다는 점도 같다.한쪽에선 수출 확대 공로를 인정한다며 포상을 받는데, 다른 한쪽에선 불법 간접 수출 논란에 휩싸인 아이러니한 상황이다.이러한 혼란은 국가출하승인 제도와 약사법의 해석에서 기인한다. 법리적 해석에 따라 국내 무역업체를 통해 해외 시장에 유통되는 간접 수출은 불법이 될 수도, 합법이 될 수도 있다.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의약품 취급 권한이 없는 국내 업체에 수출을 목적으로 제품을 공급하는 것을 불법 내수 판매로 보고 있다. 반면 제약업계에선 수출을 목적으로 하는 의약품은 국내 의약품 품질 관리를 목적으로 하는 국가출하승인제도의 적용이 면제되며, 간접 수출의 경우도 마찬가지라는 주장을 펼친다.논란의 핵심은 기존 관행을 어떻게 해석하느냐다. 제약업계에선 국산 보툴리눔톡신의 간접 수출이 10여년 전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에도 국가출하승인 제도와 약사법은 지금과 마찬가지로 작동하고 있었고, 식약처는 간접 수출에 별도의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제약업계에선 이를 합법의 신호로 받아들였다. 더 많은 업체들이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업체들의 보툴리눔톡신 수출액은 500만불에서 2000만불까지 늘었다.간접 수출이 본격화한 지 10여년 만에 식약처는 돌연 불법 딱지를 붙였다. 논란이 메디톡스에서 휴젤, 파마리서치, 제테마, 한국비엔씨, 한국비엠아이 등으로 확대되는 동안 식약처는 강경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간접 수출을 둘러싼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허가 취소 처분을 받은 모든 업체는 식약처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양 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는 점에서 이 논란은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올 때까지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된다.그때까지 정부부처 한쪽에선 보툴리눔톡신 간접 수출에 박수를 쳐주고 다른 한쪽에선 불법 딱지를 붙이는 아이러니가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는 보툴리눔톡신 업체들의 ‘웃픈’ 상황도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2022-12-16 06:15:24김진구 -
[기자의 눈] 공공심야약국 평가위한 예산이 필요하다[데일리팜=이정환 기자] 여야의 2023년도 예산안 처리가 늦어지면서 내년도 공공심야약국 시범사업을 위한 정부 예산 심사 결과 역시 안갯속에 놓였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여야 원내대표를 향해 15일까지 예산안 협상을 끝마칠 것을 요구한 만큼 이때까지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게 됐다.여야와 보건당국, 재정당국은 공공심야약국의 정식 제도화 여부를 판단하고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서도 내년도 예산을 반영하는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 올해 7월 첫 발을 뗀 공공심야약국 시범사업은 이제 불과 시행 5개월차에 접어들며 열심히 걸음마 중이다. 제대로 된 시범사업 평가를 위해서는 반년 이상의 시범사업 연장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예산 역시 동반돼야 한다는 얘기다.보건복지부와 기획재정부는 공교롭게 공공심야약국 정부 지원 법안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이미 내년도 예산 필요성을 일부 인정한 상태다. 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은 공공심야약국 시범사업 성과 평가를 위해 적어도 1년 간 운영이 필요하다고 언급하며 내년도 예산 반영 필요성에 공감했다. 박민수 차관은 "시범사업 1년이 경과하는 내년 6월 경에 종합 평가 후 공공심야약국 법안을 의결하면 좋겠다"고 피력했다.기재부 담당자 역시 취약 시간대 의료 공백을 메꿀 제도를 고민해야 한다면서 공공심야약국 시범사업 평가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따져보자고 했다. 복지부와 기재부 모두 공공심야약국의 효과 판별을 위해서는 일단 내년도 예산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취지로 발언한 셈이다.공공심야약국이 일선 편의점 내 비치된 안전상비약과 그 역할을 판이하게 달리 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국회와 복지부는 인지하고 있는 상태다. 공공심야약국 현장을 직접 찾은 박민수 차관은 편의점 상비약과 공공심야약국이 경증환자 의약품 접근성에 기여하는 역량 차이에 대해 "완전히 다르다"고 평가했다. 약사가 직접 복약지도를 할 수 있는 데다 경증환자가 응급실 등 의료기관을 찾아 제대로 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연계하는 역할을 할 수 있어 공공심야약국을 편의점이 대신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공공심야약국에서 일하는 약사들의 투철한 사명감을 조명하며 예산 반영과 함께 법제화 타당성을 어필했다.공공심야약국은 동참한 약사들의 희생과 노력, 의약품 전문성을 동력으로 운영된다. 현재 국회 계류 중인 내년도 예산안은 약사 시간당 인건비를 3만원에서 4만원으로 1만원 인상한 안건으로, 인상되더라도 밤 늦도록 뜬눈을 지새우며 심야약국을 운영하는 약국장과 약사들에게 막대한 혜택이라고 보기 어려운 액수다.약사들은 공공심야약국의 존재 이유에 대해 경증환자들의 의약품 접근성 확대와 함께 약국의 공적 역할 강화를 꼽는다. 약국의 수익 창출을 위해 공공심야약국 예산이나 법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을 펴지 않는다. 약사 스스로도 공공심야약국이 사회안전망 강화에 기여하기 위한 기초란 인식을 깊게 하고 있는 셈이다.결국 여야와 복지부, 기재부는 내년까지 공공심야약국 운영에 필요한 예산을 국고 지원해야 할 타당성에 공감대를 형성했고, 약사들 역시 예산 반영 시 전문성을 십분 발휘해 공적 영역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앞세우고 있는 상태다. 모두가 공공심야약국 시범사업 지속 운영에 방향성을 함께 하는 상황에서 내년도 예산안이 감액되거나 철회된다면 이것만큼 모순된 심사결과가 또 있을까. 의약품 취약시간대 공공심야약국이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 평가하고 향후 정식 제도화를 논의하기 위해 내년도 예산 반영은 필요조건이자 충분조건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모순 없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결과를 기대한다.2022-12-15 18:29:15이정환 -
[모연화의 관점] 미뤄 짐작하는 고맥락 문화사회의 대면소통(12)이심전심, 척하면 착, 행간 등의 바탕을 이루는 관계는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이다. 우리는 구구절절 설명하는 걸 계면쩍어하고, 상대가 알아서 내 마음을 읽어주길 바란다. 이러한 기술은 '눈치'로 불리며 어릴 적부터 "눈치 좀 봐라, 눈치 챙겨라, 눈치 없이 굴지 마라"의 핀잔, 잔소리 혹은 조언으로부터 습득되고, 수많은 인간관계를 통해 향상된다.개인의 문화적 속성을 분석하는 토착 문화(indigenous culture) 연구자들은 눈치(Nunchi)를 체면(Chemyon), 정(Jeong), 우리성(we-ness) 등과 함께 한국적 문화를 나타내는 주요 개념으로 설명한다. 아울러 눈치는 화자의 언어, 표정, 눈빛, 처한 상황 등을 관찰해 화자의 욕구를 명확히 파악해 내는 개인의 능력이다. 그래서 눈치가 부족하면 한국 내 다양한 인간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문화간 다양성을 연구하는 문화인류학자 에드워드 홀(Edward T. Hall)은 눈치를 강조하는 문화를 고맥락 문화(high context culture)로 범주화하였다. 나아가 홀은 한국, 일본, 중국과 같은 동양은 고맥락, 서양은 저맥락 문화로 구분하였는데, 두 문화권은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차이를 보였다.먼저, 고맥락 문화권의 사람들은 상황적 맥락에 따라 암시적으로 의미를 나타내거나 비언어적 혹은 모호한 표현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리고 고맥락 문화권에서는 논리적으로 말하는 것을, 알아서 눈치껏 반응하는 커뮤니케이션보다 낮게 평가하곤 한다. 반면, 저맥락 문화권의 사람들은 직접적이고 세부적인 묘사와 명백한 표현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경향이 강하다. 아울러, 그들은 모호한 언어 사용은 빈약한 정신세계의 반영이라고 생각한다.홀은 국가 간 문화를 설명하기 위해 고/저 맥락 구조를 사용했는데, 이 틀은 세대 간, 조직 간, 지역 간에도 적용할 수 있다. 어떤 그룹과 다른 그룹 간의 차이는 상대적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맥락 경험이 적은 세대는 그렇지 않은 세대보다 저맥락 커뮤니케이션을 중시한다. 특히 2000년 이후 세대, 텍스트 소통이 익숙한 세대는 언어적, 명시적, 직접적인 표현을 편하게 생각한다. 또한 익명성이 강한 지역은 그렇지 않은 지역보다 저맥락 커뮤니케이션을 중시한다. 아파트 거주자들은 서로의 맥락을 잘 알 수 없기에, 명확하게 언어화된 표현으로 (비대면 게시판을 통해) 커뮤니케이션하게 된다.이러한 문화적 커뮤니케이션 특징을 이해하고, 약국을 들여다보자. 약국에 고객이 들어온다. 약사들은 온몸의 촉수를 세워 고객의 맥락을 읽고 싶지만, 마스크 상황에서 상대의 얼굴을 간파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특히 눈빛을 읽어 보고 싶지만, 많은 이들이 시선을 마주치지 않는다. 그래서 항상 하듯이, 안녕하세요. 처방전 받았습니다. OOO 님 오늘 받으신 약에 관해 설명하겠습니다. 혹은 찾으시는 것 있으신가요? 등의 커뮤니케이션을 이어간다. 그런데 고객 대부분은 단답형 메시지 이외 별다른 피드백이 없다. 약사들은 고객들의 무반응을 근거로, 침잠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객의 입장을 보자. 고객은 이미 그 약국을 서너 번 이상 방문했다. 약사가 오늘은 알아봐 줄까 싶었는데, 오늘도 처음 보는 것처럼 나를 대한다. 약사 얼굴을 보기 전에는 뭔가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었는데, 막상 얼굴을 보니 물어볼 용기가 나지 않는다. 왜냐면 물어보는 것을 따지고 든다고 생각할까 봐서이다. 그냥 집에 가서 인터넷으로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하고 발걸음을 돌린다. 그러면서 고객들 역시 자신의 맥락을 경험 삼아 약사를 평가한다. '나를 기억 못하네. 나에게 관심이 없나?' 그래서 "그냥 그래"라는 말로 결론 내리기도 한다.그런데 약사는 신뢰를 바탕으로, 사람들의 건강에 영향을 미쳐야만 하는 직종이다. 그래서 관계의 오해를 적게 만들 수 있는 저맥락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습득할 필요가 있다. 저맥락 커뮤니케이션 과정의 기초는 커뮤니케이션 이론의 어머니로 불리는 클로드 섀넌과 워렌 위버(Claude E. Shannon and Warren Weaver)의 모델로 학습할 수 있다. 1948년 섀넌은 미국의 수학자였고, 위버는 과학자였는데, 그들은 "커뮤니케이션의 수학적 이론" 논문을 통해 커뮤니케이션 모델을 선보였다. 이 모델의 핵심은 커뮤니케이션은 선형적인 과정을 가지고 있으며 말하는 사람이 1차 역할, 듣는 사람이 2차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즉, 말하는 사람이 원천 정보에서 필요한 메시지를 골라 정확하게 전송(transmitter)하지 않으면 듣는 사람은 정확한 수신(reception)을 할 수 없다. 또한 그 과정에서 노이즈로 방해받을 수 있는데, 이 노이즈의 개념은 소음의 뜻이기도 하지만 집중을 떨어뜨리는 다양한 방해요인으로 개념화될 수 있다. 예컨대, 고맥락 사회에서는 [눈치 강요]와 같은 사회적 압박과 [미루어 짐작]하려는 나의 의지가 커뮤니케이션을 방해하는 노이즈 요인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듣는 사람이 수신과 관련한(잘 이해했는지) 피드백을 주어야 커뮤니케이션이 완성된다.약사의 커뮤니케이션은 사람들의 약물 치료 효과 극대화를 위한, 직능적 역할을 한다. 그래서 약사는 듣는 사람의 생각을 미루어 짐작하기보다는 맥락을 낮추고, 구구절절 설명하는 저맥락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고객이 특정 제품을 지목하고, 다 알고 있다는 표정일지라도, 그거 대체 어디까지 알고 있소? 식의 TMI(Too Much Information; TMI)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고 이해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피드백 요청 등으로 말이다. 그런데 약국 현장의 현실적 특성상 모든 사람에게 구구절절 친절한 TMI를 하기는 쉽지 않다.그래서 하루 5~10명 정도를 목표로 구체적인 저맥락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라는 제안을 한다. 약국은 많은 경우 한 지역에서 오랜 기간 고정되어 있어서, 하루 10명 정도라도 꾸준히 하다 보면, 지역 구성원들의 맥락이 조금씩 읽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조금은 읽어주는 고맥락 커뮤니케이션의 장점도 시너지처럼 발휘될 수 있다.맥락을 파악하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사람에 따라 맥락을 낮추기도, 높이기도 하는 맞춤형(tailoring) 커뮤니케이션의 기초가 되어준다. 궁극적으로, 맞춤형 커뮤니케이션은 나라는 브랜드, 내 약국 브랜드의 충성도를 높여준다. 그러니 미루어 짐작하지 말고, 맥락을 알고 있다고 착각하지 말고 말을 건네보자.2022-12-14 09:42:42데일리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