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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연화의 관점] 약? 병? 직전 행동? 무엇 때문인가(11)건강 심리학 교수 키스 펫리(Keith Petrie)는 뉴질랜드의 인구를 대표하는 표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주 동안 경험한 증상(symptom)을 조사했다. 결과에 따르면 한 주간 아무런 증상이 없었다고 답한 참가자는 10.6%에 불과했고 참가자들이 경험한 증상 수의 중간값은 5개에 달했다. 많이 호소한 증상은 요통(38%), 피로(36%), 두통(35%), 콧물이나 코막힘(34%), 관절통(34%), 불면증(29%), 기침(28%), 근육통(23%) 순이었다. 이 연구는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다양한 증상을 겪는다는 것을 강조하며, 이것을 배경 증상(background symptom)이라 명명했다. 배경 증상은 전년도 의료 기관 방문 혹은 현재의 약물 복용과 유의하게 연관되어 있긴 했지만, 질병을 앓고 있을 때만 발생하지는 않았다. 데이터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배경 증상의 비율은 질병 유병률을 웃돌았다. 한편, 의사 기린탄(Kirin Tan)과 동료 교수들은 일반적인 사람들이 겪을 수 있는 배경 증상과 자주 처방되는 의약품의 부작용으로 나열된 증상 유형 간에 높은 중복률을 발견했다. 연구자들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흔하게 경험하는 20가지 증상 중 8가지가 90% 이상의 의약품 부작용으로 기록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어떻게 이러한 결과가 도출되었을까? 선행 연구들은 오귀인(misattribution) 이라는 심리적 특유성으로 이러한 현상을 설명했다. 오귀인의 정의 이전에, 먼저 귀인이라는 개념을 살펴보자. 귀인(歸因, attribution)은 원인을 찾고자 하는 인간의 심리적 경향성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 원인을 추론하고 사건의 결과와 연결해, 인과를 정리하고자 한다. 예를 들어 A씨에게 졸음이 몰려오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가정해보자. A씨는 왜 졸리는지 탐구하기 위해 자기 행동을 반추한다. '점심으로 피자를 먹음, 머리가 아파 약을 복용, 커피를 마심' 그러고는 그 원인을 찾아, 결과와 연결 짓는다. 일례로, A씨가 졸림의 원인을 약의 복용으로 추정했다고 치자. 이런 과정 자체가 귀인이다. 그런데 기린탄(Kirin Tan)과 동료 교수들은 어떤 증상이 발생했을 때, 그 전에 약을 먹었다고 약 때문이라고 귀인하는 건 오귀인의 일종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원인과 결과를 잘못 잇는 오귀인은 귀인 편견(attributional bias) 중 하나인데, 대표적인 예시는 흔들다리 효과이다. 흔들다리를 이성과 함께 건너는 경우, (무서워서) 심박수가 높아지는 걸 사랑의 두근거림으로 (잘못) 추정하는 것이다. 사실 A씨는 감기 기운이 있었고, 복용한 약의 성분은 덱시부프로펜으로 졸음이라는 부작용과 큰 관계가 없기에, 졸음의 원인은 감기일 가능성이 작지 않다. 혹은 소화되지 않은 피자가 졸음의 원인일 수도 있다. 즉, 약의 부작용인지, 병의 증상인지, 식품이 원인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의약품 부작용으로 꽤 많이 기록된, 설사나 변비 같은 증상도 다르지 않다. 특정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사람들은 수없이 많은 행동을 한다. 약을 먹기도 하고, 비타민을 먹기도 하고, 과일주를 마시기도 하고, 스트레스를 과도하게 받기도 한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약은 독이고, 약의 부작용은 무조건 존재한다고 생각하므로, 증상과 약의 관계를 인과 관계로 추정해버린다. 종합하자면, 약에 관한 [감정과 지각]은 귀인 과정에 영향을 미쳐 오귀인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예컨대 약, 피자, 과일주, 스트레스에 어떤 감정을 품느냐에 따라 결과와의 연결고리가 달라진다. 만약, 약을 먹는 행위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나 감정 '나는 약에 예민해, 나는 약이 싫어'를 가지고 있다면 안 좋은 증상의 원인으로 약을 지목하기 쉽다. 지각도 마찬가지이다.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부작용 증상이라는 단어를 많이 들었고, 인지적으로 지각하고 있다면 내 머릿속에 쉽게 떠오르기 때문에, 원인으로 단정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이러한 감정과 지각이 장기적으로 치료 행위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특히 부정적 감정을 가진 사람은 더 많은 부작용 증상을 보고하고, 이것이 모두 약 때문이라고 해석하는 경향이 컸다. 설사, 치료에 의한 효과가 나타나더라도 그 사실을 부정하고, 다른 요인과 치료 효과를 연결해버리기도 한다. 가령, 약을 먹었을 때는 부작용만 있었고, 치료는 마음이 했다(혹은 식품이 했다)는 식으로 인과를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부작용을 호소하는 환자가 있다면, 행동 여정을 질문하고, 다양한 관점의 귀인을 ‘함께’ 시도할 필요가 있다. 모든 가능성을 열고, 가능성을 탐색하는 커뮤니케이션은 중요하다. 아울러, 22년 10월 19일 자 칼럼에서 논한 노세보 효과를 참고해, 귀인 과정에서 메시지 수용자의 부정적 기대의 영향력도 고려해봄 직하다. 물론, 민감한 주제로 환자와 커뮤니케이션해야 하는 상황이 무섭고 두려울 수 있다. 특히, 학부 과정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실제 상황을 처음부터 잘 풀어가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부작용 관리 커뮤니케이션은 약사라면 누구나 경험하는 일이다. 증상은 언제나 발생할 수 있는 일이고, 관리해야 할 대상이라는 걸 잊지 말자.2022-12-07 11:57:34데일리팜 -
[모연화의 관점] 무지를 무시한다? 모르면 확신한다(10)"Ignorance more frequently begets confidence than does knowledge" : Charles Darwin, The Descent of Man 1874년 찰스 다윈은 지식보다 무지가 자기 확신을 만든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125년 후, 심리학자 데이비드 더닝(David Dunning) 교수와 대학원생 저스틴 크루거(Justin Kruger)는 모른다는 것이 인간 자신을 스스로 과대평가하게 만드는 원인변수라는 점을 증명했다. 구체적으로 두 연구자는 코넬대학교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4개의 실험 연구를 했다. 실험 1은 유머 영역, 실험 2와 4는 논리적 추론, 실험 3은 영어 문법 영역이었고, 각 영역에 배정된 학생들은 관련된 지식에 관한 시험을 본 후, 자기 능력을 (스스로) 평가하는 절차를 거쳤다. 실제 지식과 평가한 자기 능력치의 차이는 어떻게 나타났을까? 결과에 따르면, 실제 지식 하위 25%에 해당하는 학생들은 다른 학생들보다 그들의 예상 시험 성과와 능력을 가장 과대평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반면 상위 25%에 해당하는 학생들은 그들의 시험 성과나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 결과는 의미심장하다. 코넬대학교 학생 수준이면 높은 지식수준을 가지고 있을 거라 예상되는데 그러한 학생들도 쪼개어 보면, 실제 지식 점수가 낮을수록 자신을 과대평가한다는 결과가 말이다. 무지와 자기 과신의 관계를 증명한 이 연구는 많은 사람의 가슴을 찔렀기에, "아 정말 이런 기발한! 의 대명사"인 이그노벨상(Ig Nobel Prize)을 받게 되었다. 연구자들은 지식을 높이고, 메타인지 능력을 증가시켜야 역설적으로, 능력의 한계를 인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더닝-크루거 효과는 비전문가 집단의 확신적 무지를 연구할 때 많이 활용된다. 정치학 교수인 메튜 모타(Matthew Motta)와 동료들은 백신에 관한 지식이 적은 사람일수록 자기 지식을 과대평가하고, 전문가와 정부 정책을 무시하며, 스스로 판단한 대로 행동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증명했다. 심지어, 지식이 적은 사람들이 자폐증의 원인과 백신의 관계에 대해 의사나 과학자보다 많이 알고 있다고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연구자들은 백신 캠페인 전략을 도출할 때, 사람들이 전문가의 말을 무조건 수용할 거라는 가정을 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구체적으로 무지에 의한 확신을 깨기 위해 전문가들의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설명문의 형태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구체적으로, 거듭된 질문을 통해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고 더불어 다양한 근거를 제시해 신뢰를 높여야 한다. 예를 들어, MMR 백신에 우호적인 사람에게는 '홍역, 볼거리, 풍진을 예방해주는 MMR 백신을 맞추세요'라는 설명문만으로 충분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 MMR 백신 접종이 비 접종보다 위험하다는 확신을 가진 사람에게는 '홍역 백신 이전, 홍역이 영아 사망률 1위였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유행성이하선염은 뇌수막염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등의 질문으로 관심을 유도하면서, 구체적인 숫자(사망률 및 예방한 생명의 수 등)를 준비해 메시지를 구성해야 한다. 아울러 더닝-크루거 효과의 함의는 우리 자신을 돌아보는 도구로도 활용할 수 있다. 영국의 철학자 버트러트 러셀(Bertrand Russell)은 어리석은 사람은 쉽게 확신에 차고, 현명한 사람은 자신을 의심하고 주저하기 때문에 진일보가 어렵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의 현상만 보고, 문제의 원인을 여러모로 살펴볼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은 상대에 대한 비판도 쉽고, 해결 방안도 쉽게 제시한다. 반면, 문제의 원인을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할 수 있는 지식이 있는 사람들은 예상되는 어려움도 체계적으로 분석하기에 조심스럽고, 신중한 경향을 보인다. 결과론적으로, 앎이 부족한 사람은 더 자신만만하게 나부대지만, 앎이 넘치는 사람은 적극적으로 덤비기 어려워한다.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해결하겠습니다'의 영화적 대사는 '두렵지만 해보겠습니다'의 쭈뼛거림보다 걱정의 결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더닝-크루거 효과는, 내가 너무 자신만만하다면 앎이 부족한 건 아니냐는 성찰을, 너무 두렵기만 하다면 의외로 출발해도 괜찮다는 격려의 통찰을 준다. 약사의 직능은 면허 취득 이후, 뫼비우스 띠 같은 배움의 길에서 완성된다. 매일 쏟아지는 약물 정보와 신약 정보 등, 약물 치료 효과 극대화를 중심으로 사람들의 건강 결과를 살펴야 하는 약사들은 공부할 게 참으로 많다. 그리고 이러한 공부는 끝이 없는 데다, 서글픈 자기반성을 만들기도 한다. 더닝-크루거 효과는 오늘도 공부하고, 반성하며 수면 아래 있는 약사들에게 잘하고 있다는 응원을 준다. 매일 반성하는 그대는 최상위권일지도 모른다!2022-12-07 09:28:45데일리팜 -
[오늘약사] 임상시험 현장에서 본 경험과 연결의 가치경험의 차이가 지식을 이동시킨다 지식은 책을 통해 얻을 수 있지만 경험을 통해서도 얻을 수 있다. 특히 경험의 차이가 있을 때 그렇다. 우리나라에서 임상시험은 2002년 12월 이후부터 활성화되기 시작하여 현재 서울대병원 임상시험센터 약국에서 진행 중인 연구 수는 1100여 개이고, 누적 연구 수는 4000여 개이다. 진행한 연구 수 뿐 아니라 이 중 60% 정도는 다국가 임상시험으로 글로벌 임상시험의 경험도 풍부하다. 얼마 전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이러한 앞선 경험을 배우고자 임상시험에 관련한 의사, 약사, 간호사들이 우리 병원 임상시험센터를 방문했다. 약국을 방문한 젊은 약사는 매우 활발하고 또 궁금한 것이 많았다. 2주간 매일 다른 색의 히잡을 머리에 쓰고 찾아오는 또래 약사에게 임상시험약국의 약사들이 돌아가며 관련 경험을 공유하고 20여년간 약국에서 쌓아온 노하우와 SOP, 자료들을 전달했다. 비록 임상시험약국에서 4년 정도의 경력이었지만 약국에서 관리해온 지식 덕에 사우디 아라비아 약사에게 우리의 경험과 축적된 지식들을 잘 전달할 수 있었다. 문화가 많이 다르지만 또래 약사가 느낀 점은 어디서나 비슷하여 공감 가는 대화를 많이 나눈 즐거운 시간이기도 했다. 이렇듯 경험의 차이는 새로운 지식 습득의 좋은 계기가 된다. 이 때 지식의 차이를 정확히 파악하고, 바르고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 요청하지 않아도 새로운 지식을 전달하라 전달은 주로 요구가 있을 때 한 방향으로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때로는 요청하지 않더라도 경험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지식을 전달하는 것 또한 전문가로서 해야 할 영역이다. 임상시험 분야에서 예를 들자면, 임상시험이 처음부터 효율적인 절차와 완벽한 제형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기관에서 임상시험용 의약품의 조제와 투약을 하면서 경험한 부분을 토대로 이후 제형 개발이나 효율적인 절차 개선이 이루어지게끔 할 수 있다. 이는 연구의 질과 환자 안전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전달의 가치가 있다. 1상 용량 증량 설계로 이루어진 연구에서는 정확한 용량 투여가 연구 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소량의 용량을 조제할 경우 오차 발생 시 주는 영향은 더 클 것이다. 진행했던 연구의 예를 들면, 1mL 미만의 투여 용량을 주사기로 취하여 불출해야 하고 병동에서 연구자가 직접 필요한 용량을 맞추기 위해 추가적인 조작이 필요한 연구였다. 하지만 한 차례 조제와 투약을 한 후 두 가지 오류의 위험성을 알게 되었다. 첫 번째는 현탁액의 특성상 주사기의 입구와 바늘에 조금이지만 투여되지 않고 남아 있는 부피(dead volume)가 상대적으로 크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병동에서 환자에게 투약 직전에 조작하는 추가적인 절차는 거품이 쉽게 생기는 특성으로 인해 약액 손실이 많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점을 정리하여 약액 손실이 발생하지 않고 일관된 조제와 투약이 가능하도록 실무에 맞는 절차를 제안할 수 있었다. 이 외에도 포장 유사 의약품일 경우 조제 오류 위험이 증가하듯이 임상시험용 의약품 라벨의 기재사항이 실무에 맞지 않을 때 조제 및 투약 오류의 위험이 증가하고 비효율적인 관리를 가져온다. 임상시험용 의약품도 실무 상황을 고려하여 오류의 여지를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점들도 실무에 있는 약사가 제약회사와 관계부서에게 전달하여 개선을 요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어떻게 잇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약사가 실무에서의 경험을 전달하려는 시도가 있더라도 수용하는 입장에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변화는 없을 것이다. 여러 연구를 수행하다 보면 임상시험 진행 경험이 많은 기관의 의견을 잘 반영하는 제약회사와 그렇지 않은 제약회사가 있는데 이로 인한 연구의 질은 많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위에 언급한 라벨의 기재사항도 단순히 규정에만 맞추려는 제약회사의 태도와 관련 규정을 만드는 관계 부서의 의지도 함께 고려해 보아야 할 문제이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개발단계에서부터 임상시험기관의 의견을 구하는 등 움직임이 보이는 점은 긍정적이다. CTTI(Clinical Trials Transformation Initiative)가 2030 임상시험의 비전에서 제시한 내용 중 “Clinical trials are designed with a quality approach” 이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한다. 세부 내용으로 제약회사 내부와 외부의 관계자들이 프로토콜 개발과 연구의 질적 측면에 관련한 논의에 참여하는 것을 제시하고 있다. 제약회사로부터 기존의 수직적인 프로세스를 줄이고 개발 단계에서부터 관계인들의 다양한 참여가 필요하다. 물론 약사도 환자, 제약회사, 외부 관계인들을 고려하여 사고하고 소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여러 재료가 만나 하나를 이루는 건축물에서 서로 다른 재료를 이어주는 이음매는 잘 보이지는 않지만 하나를 완성하고 튼튼한 결합물을 만드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이다. 의료진, 환자, 다양한 외부 관계인들과 접점을 이루는 약사가 이음매의 가치에 관심을 가질 때 조금 더 발전된 임상시험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약사의 역량이 반드시 필요한데, 올바르게 문제를 파악하는 것, 그리고 지식의 관리와 지식을 열린 사고로 주고 받으려는 태도가 그것이다. 거창한 형식이 아니더라도 언제든지 자신의 경험을 알릴 기회는 있다. 각자의 영역에서 지금 하고 있는 경험들은 소중하다. 그리고 약의 전문가로서 굳이 요청하지 않더라도 이를 나누고 발전시키려는 노력은 약사 직능의 발전에 큰 보탬이 되리라 생각한다.2022-12-04 20:36:05데일리팜 -
[모연화의 관점] 미디어와 인포데믹, 수면자 효과(9)발행인들은 사회에 존재하는 수많은 이야기 중 가치가 있는 이야기를 골라, 뉴스에 담는다. 구체적으로 뉴스는 '흥미로운가, 새로운가, 갈등 요소가 있는가, 유명한가, 가까이에서 벌어진 사건인가, 시의적절한가'를 기준으로 선택된다. 미디어는 뉴스를 전달하는 매개체이다. 커뮤니케이션학의 조지 거브너(George Gerbner) 교수는 배양이론(cultivation theory)을 통해 미디어가 사람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길러낸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미디어 시청 수준과 현실 지각의 관계를 검증했는데, TV를 많이 보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세상을 폭력적으로 인식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미디어 커뮤니케이션학의 얀 반 덴 벌크(Jan Van den Bulck) 교수도 TV 시청 시간이 1시간 늘어날 때마다 H5N1 조류 독감을 걱정하는 비율이 15.6% 증가한 데이터를 통해 미디어의 위험 주입 능력을 주장했다. 예전에는 라디오, 신문, TV로 불리는 대중 미디어만이 뉴스를 전달하는 미디어였다면, 지금은 기존의 전통적 미디어 이외에 디지털 혁신으로 가능하게 된 다양한 연결망 서비스까지 새로운 미디어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뉴-미디어가 담아내는 뉴스의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 미디어의 콘텐츠는 실시간으로 조회 숫자를 확인할 수 있고, 결과에 따라 다양한 미디어로 확산할 수 있으므로 더 갈등적으로, 더 흥미롭게, 극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경향을 보인다. 아울러 소셜 미디어는 내 주위, 혹은 나와 심리적 거리가 가까운 유명인들을 관찰하는 공간이기에 전통적인 미디어보다 공감의 정도가 깊어, 큰 감정적 영향력을 가진다. 이러한 맥락에서 WHO는 전 세계적으로 인포데믹(Infodemic)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포데믹이란 가짜 혹은 왜곡된 메시지를 포함한 너무 많은 정보가 바이러스처럼 전파되어 사람들의 건강에 위해를 미치는 상태를 의미한다. 미디어는 인포데믹을 확산시키는 통로이고, 가용성 휴리스틱(availability heuristic)은 미디어에 의한 왜곡, 편향된 정보처리 과정을 설명하는 개념이다. 행동경제학 이론으로 노벨상을 받은 카너먼과 그의 동료 트버스키(Kahneman & Tversky)는 어떤 사건이 미디어에 자주 보도되면 사람들의 머릿속에 쉽게 떠오르게 되고, 그 결과 사건의 발생 가능성을 크게 평가하게 되는데, 이러한 인지 편향을 가용성 휴리스틱이라고 설명했다. 즉, 쉽게 떠오르면 과대평가하는 정보처리 과정이 가용성 휴리스틱이다. 예컨대, 팬데믹 관련 뉴스에 많이 노출된 사람들은 암, 당뇨, 고혈압, 천식 등의 위험보다 코로나의 위험을 훨씬 크게 생각하고, 백신 부작용 보도에 자주 노출된 사람들은 부작용 빈도 혹은 가능성을 더 높이 평가한다. 그런데다가, 흥미성, 영향성, 근접성 측면에서 의약품 부작용은 희귀할수록 흥미로운 콘텐츠가 되기 마련이며, 이러한 콘텐츠는 기억에서 잘 사라지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가용성 휴리스틱에 의해 희귀한 부작용의 가능성은 머릿속에서 부풀려진다. 정리하자면, 현대 사회의 다양한 미디어는 의약품에 관한 수많은 메시지를 [흥미롭고, 신선하게] 만들어 내고 있다. 특히 부작용 경험담이나 희귀한 반응 등에 대한 기록은 ‘주관적인 경험담을 중심으로’ 극적으로 표현되곤 한다. 이러한 콘텐츠는 흥미롭고 자극적이기 때문에, 다양한 미디어에서 재사용된다. 자주 보여지기 때문에, 의약품 위험은 쉽게 떠오르고, 발생 가능성이 크게 느껴진다. 반면, 출처는 어디인지, 누구의 주장인지는 금세 사라진다. 이러한 현상은 수면자 효과(sleeper effect)라고 불린다. 수면자 효과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뉴스의 출처 및 객관적 지표는 사라지고, ‘카더라’의 형태로 이야기만 전달되는 현상을 설명하는 개념이다. 사람들은 누가 말했고, 믿을 수 있고 등의 판단 지표는 잘 기억하지 못하는데, 그 메시지 자체는 꽤 오랜 시간 기억한다(그래서 가짜 뉴스들이 계속 살아남아, 전달된다). 미디어와 뉴스가 만들어 낸 가용성 편향, 극적인 위험 메시지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수면자 효과는 우리가 소통해야 하는 사람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사람들이 왜 그렇게 출처를 기억하지 못하는 가짜 뉴스를 판단에 이용하는지, 뉴스에 나온 위험을 왜 그렇게 과대평가하는지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이해는 사람을 약료의 중심에 두려는 우리의 목표와 닿아 있다. 이해해야 오해하지 않고,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2022-11-23 11:48:00데일리팜 -
[모연화의 관점] 0.1%, 0.01%, 0.001% 구분할 수 있나(8)리터러시(Literacy)는 글을 읽고 이해할 수 있는 '개인의 능력'을 의미하며 기본적으로 문자로 이루어진 텍스트를 중심으로 개념화됐다. 뉴메러시(Numeracy)는 숫자 개념을 이해하는 '개인의 능력'으로서 수학을 적용하고, 숫자를 통해 추리하는 능력을 포함하며 리터러시의 확장개념으로 수리 리터러시(numerical literacy)로 불리기도 한다. 두 개념 모두 개별적 인간이 어떠한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이해, 사고, 추리 등의 고등 인지 능력으로서, 문자 혹은 숫자를 읽을 수 있는 것이 이해하는 것과 동의어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한다. 즉, 읽었다고 아는 것은 아니다. 과학 커뮤니케이션 연구자인 엘렌 피터스(Ellen Peters)는 수리 능력을 키우는 것은 삶이 요구하는 모든 수학적 순간을 관리할 수 있는 것과 관계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변화가 일상인 세상에서, 변화에 따른 모든 가능성은 수리적 모형화에 의해 도출되고 그것은 다양한 방식의 숫자로 표현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숫자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숫자는 문자보다 객관적으로 이해되지 않겠냐고 생각되겠지만 그렇지는 않다. 특히 전문가들과 일반인의 수리 능력 차이는 생각보다 크고, 전문가들 역시 (상대적인) 비교를 절대적 비교로 오해하는 일이 적지 않다. 심리학자 게르트 기거렌저(Gerd Gigerenzer), 통계학자 발터 크래머(Walter Kramer), 경제학자 토마스 바우어(Thomas K. Bauer)가 공동 집필한 [통계의 함정]에서 소개한 수리 능력 테스트 결과를 보자. 병에 걸릴 확률을 숫자로 나타낼 때, '10 대 1, 100 대 1, 1000 대 1' 중에서 가장 위험성이 큰 숫자는 어떤 것인가라는 질문에 미국인은 75%가 10 대 1을 골랐고, 독일인은 72%가 정답을 말했다. 한국에서는 필자가 749명을 대상으로, 수리 능력을 테스트해보았는데 정답률은 90%로 나타났다. 한국 수학교육 만세는 아니고, 필자가 행한 실험이 20~59세를 대상으로 한 온라인 실험이었고, 고등학교 졸업 이상의 비율이 87.4%이었기 때문에 정답률이 높았으리라 생각된다. 그런데 정답률에 관한 표현을 조금 바꿔보자. [병에 걸릴 확률을 고르는 문제에서, 미국인 4명 중 1명은 정답을 몰라!] 어떤가? 혹은 [병에 걸릴 확률을 고르는 문제에서, 한국인 10%는 정답을 몰라!] 어떤가? 다르게 느껴지는가? 75%가 정답이라는 의미는 25%는 정답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하지만 우리는 75/100를 해석할 때 75와 100의 관계적 의미보다는 75라는 숫자에 매몰되기가 십상이다. 이러한 현상은 분모 무시(denominator neglect) 현상으로 불리며 다양한 상황에서 증명됐다. 예를 들어 적지 않은 사람들이 5/10과 49/100 중 큰 숫자를 묻는 말에 49/100를 고르고, 10,000명 중 1,286명에서 발병되었다는 메시지와 100명 중 24.14명에게 발병되었다는 메시지 중 10,000명 중 1,286명을 더 위험하게 받아들인다. 분모 무시 현상은 이야기와 합쳐지면, 더 단단해진다. 일반인들이 위험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연구한 폴 슬로빅(Paul Slovic)에 따르면 일반인들은 분모에 해당하는 전체 사건은 고려하지 않은 채, 분자에 해당하는 뉴스화되는 비극적 사건을 비중 있게 생각한다고 한다. 그래서 뇌졸중 사망률보다 미디어에서 보도가 많이 되는 다양한 사고의 사망률이 더 높을 거라고 평가했다(실제는 뇌졸중이나 천식과 같은 만성질환 사망률이 더 높다). 종합하자면, 사람들은 현저한(도드라진) 숫자(salient number) 혹은 자신에게 익숙한 숫자, 살면서 경험해본 적이 있는 숫자를 토대로 전체를 해석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래서 1000 명중 1명, 10,000중 1명 혹은 0.1% 0.01%로 표현될 때 사람들은 1이라는 분자의 값만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의약품의 드문 부작용들은 대부분 소수점 이하의 확률로 표현된다. 구두적으로 '드물게'가 0.1~0.01%, '매우 드물게'가 0.01% 이하 아니던가. 게다가, 0.1%, 0.01%, 0.001%라는 가능성은 각 10배의 차이가 있지만, 1%와 10%가 가진 10배의 차이처럼 인식되기 어렵다. 필자는 20세에서 59세의 성인 749명을 대상으로 의약품 부작용 가능성 단계가 퍼센트로 표현되었을 때, 그 차이를 인식할 수 있는지 조사한 바가 있다. 참가자들을 세 그룹으로 나누고, 각각 “[0.1%~1% vs. 0.01%~0.1% vs. 0.01% 미만]의 가능성으로 졸음이 발생할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보여준 후, 졸음의 가능성을 어느 정도로 추정하는지 탐색했다. 결과에 따르면 각 단계는 10배의 정도 차이를 보이지만, 참가자들의 가능성 인식은 비슷하게 도출되었다. 즉, 0.1%의 졸음 가능성과 0.01%의 졸음 가능성을 다르지 않게 인식하는 것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첫째, 숫자로 표현된다고 객관적이지 않다. 둘째, 의약품 맥락에서도 분모 무시 경향은 관찰된다. 그러므로 숫자를 정확하게 표기하는 행위만으로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생각하지 말지어다.2022-11-16 10:22:12데일리팜 -
[모연화의 관점] 홍조·두통이 '흔하게 발생'은 과연 몇 %?(7)의약품을 처방받은 사람들은 많은 경우, 부작용 메시지를 찾아보게 된다. 부작용 메시지는 부작용 종류와 발생할 가능성 묘사의 조합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례로 '홍조 및 두통이 흔하게 발생할 수 있다'처럼 말이다. '홍조 및 두통'은 부작용 종류, '흔하게'는 부작용 가능성을 나타낸다.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어떤 가능성을 묘사할 때, 구어적 부사들을 사용해왔다. '자주, 가끔, 흔히, 때때로, 종종' 같은 단어들이 대표적인 예다. 아울러, 전문가들도 어떤 가능성을 묘사할 때, 숫자보다는 사람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개념 단어를 좀 더 많이 사용해왔다. 이것은 부작용 가능성을 표현하는 규칙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래서 의약품 부작용 가능성 표현법은 다섯 단계의 구어적 표현으로 약속되어 존재한다. 한국어로는 '매우 흔하게, 흔하게, 때때로, 드물게, 매우 드물게'이고, 영어로는 'very common, common, uncommon, rare, very rare'이다. 헬스 커뮤니케이션 연구에서는, 이러한 방식의 표현법을 'verbal descriptor'로 명명하기도 한다. 부작용 가능성에 관한 표현은 구어적이지만, 의미하는 것은 숫자적이다. 가령 '매우 흔하게'라는 단어는 관찰된 부작용이 10%보다 클 때 사용할 수 있다. '흔하게'는 부작용 가능성이 1~10% 사이일 때, '때때로'는 0.1~1% 사이일 때, '드물게'는 0.1-0.01% 사이일 때, '매우 드물게'는 0.01%보다 낮을 때 사용할 수 있다. 즉, 임상시험에서 관찰되는 부작용 가능성의 숫자 표현은 규칙에 따라 구어적 표현으로 치환돼 사람들에게 전달된다. 하지만 '흔하게'라는 단어가 일반인에게(전문가들에게조차) 1~10% 사이의 가능성으로 인식될 수 있을까? 여러 국가의 연구자들이 이 문제를 지적하기 시작했다. 영국의 건강 심리학자인 다이엔 베리(Dianne Berry)는 구어적으로 표현되는 부작용 가능성을 사람들이 어느 정도로 인식하는지 알고자 했다. 결과에 따르면, very common으로 묘사한 부작용은 평균 64.7%의 가능성으로 인식되었다. 'very common headache'라고 적혀 있으면, 그 약을 먹고 두통이 발생할 확률을 60% 이상으로 생각한다는 의미이다. 다른 표현들도 실제 부작용 가능성보다 몇 배에서 몇십 배로 인식시켰다. 구체적으로 common은 44%, uncommon은 16.2%, rare는 7.1%, very rare는 3.4%의 가능성으로 추정되었다. 이 실험은 영어로 진행되었다. 그렇다면 궁금하지 않은가. 한국어 맥락에서도 저렇게 부작용 가능성이 과대로 인식되는지 말이다. 그래서 필자는 실험을 진행해보았다. 우선, 온라인 실험을 설계하고, 300명의 일반인을 모집하였다. 그리고 '매우 흔하게' 부종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흔하게' 두통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때때로' 설사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드물게' 피부 통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매우 드물게' 백혈구 수치 감소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라는 메시지를 보여주고, 지각한 부작용 가능성을 숫자로 기록하게 했다. 결과에 따르면, '매우 흔하게'는 55.01%, '흔하게'는 46.93%, '때때로'는 32.04%, '드물게'는 19.42%, '매우 드물게'는 12.26%의 가능성으로 인식되었다. 즉, 한국어 맥락에서도 부작용 가능성은 실제 가능성보다 과대 추정되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예컨대, '때때로' 설사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라는 문장을 읽은 사람은 실제 설사 가능성이 0.1~1% 남짓인데, 30% 이상으로 가능성을 가늠한다는 의미이다. 아울러, 구어적인 가능성 표현은 객관적 해석 관점에서 본질적 한계를 가진다. 왜냐면 흔하게, 때때로 같은 부사는 개인의 삶 속에서 경험된 개념이기 때문에, 사람마다 해석이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영미권의 선행 연구들도 같은 결과를 보여주는데, 'often'이라는 표현은 28~92%의 가능성으로 다양하게 해석되는 걸 파악할 수 있다. 'likely' 역시 25~75%로 변화량이 많다. 즉, 나의 흔하게와 너의 흔하게는 같지 않고, 나의 드물게와 너의 드물게도 같지 않다는 것이다. 부작용 가능성에 관한 묘사가 '약속된 대로' 해석되지 않는다는 것, 이건 생각보다 큰 문제이다. 부작용 가능성에 관한 추정은 약의 복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약사들은 현장에서, 부정적 가능성을 과대 추정하는 사람들을 꽤 많이 만난다. 이러한 위험 인식을 수정하는 것도 전문가의 역할이라 환자 접점에서 적지 않은 노력을 투입한다. 하지만, 이미 결과를 상상해버린 사람의 해석을 바꾸는 일은 쉽지 않다. 정리하자면, 메시지는 사람의 인식을 경작하고, 행동 결과를 짐작하는 지표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약의 메시지가 개인과 사회의 위험 인식에 미치는 영향은 언제나 고려되어야 한다. 올바른 표현은 객관적인 해석의 필요조건임을 기억하면서 말이다.2022-11-09 16:33:45데일리팜 -
[모연화의 관점] 내 약국 숫자들이 어떻게 보이고 있는가(6)별생각 없이 어떤 숫자를 보게 되었다. 그런데 그 숫자가 당신의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카너먼과 그의 절친한 동료 트버스키는 숫자가 주는 암시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재미있는 실험을 고안했다. 실험의 방법은 다음과 같다. 연구자들은 돌림판에 1부터 100까지의 숫자를 표시하고, 이 돌림판을 10 또는 65에서만 멈추게 조작했다. 그리고 실험 참여자에게 회전판을 돌리게 하고, 나타난 숫자를 보게 했다. 그러고 나서 연구자들은 "유엔에 가입한 아프리카 국가 수의 백분율" 같은 양(quantity)에 관련한 추정치를 실험 참가자에게 기록하게 하였다. 오리건 대학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는데 결과에 따르면, 돌림판과 유엔에 가입한 아프리카 국가 숫자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10에서 돌림판이 멎은 참가자들은 평균 25%, 65에서 돌림판이 멎은 참가자들은 평균 45%로 유엔 가입률을 추측했다. 즉, 학생들이 직전에 본 돌림판 숫자가,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이러한 숫자의 암시 효과는 기준점 효과(anchoring effect)로 불린다. '어떤 판단을 할 때 직전에 본 숫자가 머릿속에 무의식적으로 떠오르고 그것이 기준점 역할을 해주는' 이 현상은 생각보다 너무나도 일상적이다. 예를 들어보자. 10만 원인데 50% 할인을 적용해서 5만 원이라는 메시지를 읽을 때, 우리는 (자동으로) 10만 원을 기준점으로 세우고 5만 원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원래 얼마였는데 얼마로 할인해드릴게요’라는 메시지에 매번 지갑을 열게 되는 것이다. 소매업(retail) 진열 마케팅 전략에서도 기준점 효과를 설득 메시지 전략으로 활용할 수 있다. 9천 원짜리 제품이 홀로 진열되어 있을 때 보다, 1만5천 원짜리 옆에 진열되어 있을 때 상대적으로 저렴해 보인다. 만약 같은 카테고리에 2만 8천 원짜리 제품이 있다면, 1만5천 원짜리 제품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며 효과가 좋다는 메시지를 전달해 볼 수 있다. 즉, 소매점에서는 어떤 제품을 주력으로 판매하고 싶은가에 따라 상대적으로 고가 제품의 가격을 기준점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기준점 효과의 메커니즘은 수리적 점화(numerical priming)라고 불리는데, 노출된 숫자가 뇌에 점화(반짝반짝 불을 켜고) 다음 판단에 활용되는 걸 의미한다. 또 다른 예를 보자. 홍콩중문대학교의 웡과 퀀(Wong & Kwon) 교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리적 점화 실험을 시행했다. 그들은 실험 참가자를 두 그룹으로 나누고, 한 그룹에는 공항 활주로의 거리가 7.3km보다 긴지 혹은 짧은지 생각해 보라고 했다. 다른 그룹에는 7,300m를 기준 숫자로 주었다. 두 숫자는 의미상으로는 같지만, 표현은 다르다. (이것이 이 실험의 묘미다) 그리고서 버스 비용을 추정하는 질문을 하였다. 연구 결과 7.3km 기준점에 노출된 참가자들은 7,300m에 노출된 참가자들보다 버스 비용을 유의하게 낮게 추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돌림판의 사례처럼 전혀 관계가 없는 추론에도 직전에 본 숫자는 (그 진짜 의미와 관계없이, 물리적인 크기만으로) 판단 기준 역할을 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약국에서의 기준점 효과를 생각해 보자. 약국이라는 공간에서 사람들에게 노출되는 수많은 숫자는 절대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약국 안에서 어떤 판단을 할 때, 직전에 본 숫자는 반드시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만약 조제 후 본인부담금으로 1,500원을 계산했다면 10,000원은 비싸게 느껴진다. 본인부담금이 30,000원이었다면 10,000은 그다지 비싸게 느껴지지 않는다. 내 약국 본인부담금이 얼마인가? 이 숫자 기준점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생각해 볼 만하다. 내 기준점을 다르게 가져가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영수증 숫자 항목을 잘 적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약제비 총액이 얼마라고 크게 적혀 있으면 기준점은 커질 수 있다. 그렇지만 이것이 꼭 좋은 것일까? 맥락에 따라 다르므로, 이것 역시 각자의 판단이 필요하다. 혹은 다양한 숫자가 보이게 진열해두면 어떨까? 고객은 카테고리별로 숫자를 볼 수 있게 된다. 방금 계산한 본인부담금이 기준이 아니라, 내가 관심 있었던 영역의 카테고리의 숫자들이 기준이 될 수 있다. 다만, 의약품은 신용재 [제품을 사용한 소비자가 제품을 사용하고 난 뒤에도 해당 제품에 대한 품질을 정확하게 평가하기 어려운 제품들을 신용재라 부른다. 의, 약료 서비스가 대표적] 이기 때문에 약사가 그 카테고리에 있는 제품들을 어떻게 평가하고 설명하는지 (아주) 중요하다. 그래서 오픈 매대로 진열했더라도 꼭 함께 걸어 나가 [의약품 설명과 숫자]를 함께 보며 커뮤니케이션할 필요가 있다. 종합하자면, 첫째, 내 약국 공간에 존재하는 다양한 숫자들도 메시지처럼 사람들의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 둘째, 기준점이 되는 숫자들을 잘 활용하는 건 의미 있는 설득 커뮤니케이션 전략이다. 그러므로 내 약국 숫자들이 어떻게 보이고 있는지 살펴보자.2022-11-02 16:27:45데일리팜 -
[오늘약사] 약화사고 후 약을 회수하기 가장 쉬운 방법개국한 약사들이 모여있는 카카오톡 채팅방에 다급한 질문이 올라오곤 합니다. 약화사고가 있었는데 저녁 시간이라 병원은 문을 닫았고, 이 상황에서 환자에게 연락을 취할 방법이 없느냐는 내용입니다. 스마트한 약사님이 약제비를 결제한 카드 회사를 통해 연락할 수 있다는 팁을 주기도 합니다. 약화사고 후 약을 회수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당연히 약사가 미리 환자의 연락처를 기록해놓는 것입니다. 약화사고 뿐 아니라 위해의약품 정보 및 안전성 서한이 공표될 경우 환자안전을 위해 빠르게 의약품을 회수하기 위해서라도 연락처 수집은 필수입니다. 병·의원은 필수로 수집을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이유로 약국에서 연락처 수집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실제로 발사르탄, 라니티딘, 메트포르민에서 발암물질인 NDMA가 검출되었을 때 회수의무가 있는 약국에서 환자에게 바로 연락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 약을 처방한 의사가 전적으로 잘못한 것이니 병·의원에서 책임지고 연락해야 한다는 주장은 약사의 책임과 역할을 더욱 축소시킬 수 있습니다. 약사는 약이라는 물질의 전문가일 뿐만 아니라 약물치료가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환자의 약물사용 전반을 관리할 책임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약국에서 환자 연락처 수집의 필요성을 공감하면서도 약사님들이 어려움을 느끼는 이유가 두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는 환자의 연락처를 수집하는 것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는 오해 때문입니다. 약사법 제30조에는 조제기록부에 환자의 인적사항을 적어 5년 동안 보존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또한, 보건복지부는 "약화사고 발생 시 조제기록부를 이용한 사후적 환자안전 확보 필요성을 고려할 때 약사법 제30조1항 중 ‘환자 인적사항’에는 환자의 연락처를 포함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유권해석을 했습니다. 약사법과 보건복지부 유권해석에 따르면 연락처를 기록하는 것이 약사의 의무이고 오히려 연락처를 기록하지 않는 것이 태만이라 볼 수도 있습니다. 두 번째는 약사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환자가 연락처 제공에 거부감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저 역시도 신규환자에게 연락처 제공을 요청하였다가 거절당한 경험이 있어서 충분히 공감합니다. 이러한 현장의 어려움은 약사에 대한 전반적인 국민 인식과 신뢰성 문제로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일차적으로는 약사회에서 인적사항 수집의 필요성을 국민들에게 홍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조제된 의약품이 전달된 이후에도 환자들이 가치 있다고 체감할만한 약료서비스를 제공해야 개인정보 수집의 당위성 시비가 해소될 것입니다. 책임 없는 권리는 없습니다. 약의 전문가인 약사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대한 오해, 환자의 거부감을 이유로 의약품 사용과 환자 안전에 대한 책임을 회피할 수는 없습니다. 약사가 국민의 신뢰를 더 많이 얻고 의약품 사용에 더 깊이 관여하려면 조제와 판매 이후에도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만 합니다. 환자의 연락처를 묻고 기록하는 행위는 행정업무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약화사고 후 약을 회수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자 약의 전문가로서 약물치료 중인 환자를 끝까지 보살피겠다는 책임감의 표현입니다. 궁극적으로는 국민이 믿고 의지할만한 전문가로서 입지를 확고히 하여 약사의 사회적 역할을 확대할 초석이 될 것입니다.2022-10-16 15:48:01데일리팜 -
[오늘약사] 약사는 왜 약사랑만 놀까?약사는 약사랑만 논다?! 약사들이 약사끼리만 논다고 하면 “아닌데? 나 친구 많은데?”라고 하실 수 있겠습니다. 사실 제가 오늘 이야기하고 싶은 점은 노는 것이 아니라 ‘약사의 시야’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약대 입학 전에는 약사 지인이라고는 거의 없던 제가 학교를 졸업하고 일을 시작하면서 대부분 지인이 약사가 됐습니다. 동기나 선후배 결혼식을 가면, 우스갯소리로 여기 있는 약사 다 모으면 신약 하나 나와야 하는 거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약사끼리는 말하지 않아도 아는 교차점이 많고, 고충을 나누기도 좋습니다. 어딜 가서 힘들다고 해도 “너는 전문직이니 말도 마라”는 핀잔을 듣기 일쑤니까요. 그 편안함에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게 더 어려워지는 건지 점점 약사들끼리의 교류가 늘어나게 됩니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 약사들과 만나면 약계 현안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대부분이 약사의 처지를 우선하기 때문에 의견이 부딪히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혹여 다른 의견이 있다고 해도 말하기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나마 친구 사이라면 상관없지만, 관계가 두텁지 않은 상태에서는 더더욱 다른 의견을 내기가 어렵습니다. 이미 답이 정해진 듯 당연하게 흘러가는 이야기 속에 ‘우리 이래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가끔 약사님들의 카톡방에서도 다른 의견에 대해 민망할 정도로 밀어붙이는 장면을 보면 가슴이 철렁합니다. 동질성은 강하지만 토론이 어려운 문화, 다른 의견은 ‘적’으로 치부되는 살벌한 문화 속에서 과연 직능의 확장과 발전을 가져올 내부 비판마저 실종되는 것은 아닐까요. 그것이 과연 우리에게 유익할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리고 우리가 너무 약사의 시선에 몰두해서 바깥의 시선이 냉담한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실 저도 약사가 아닌 분들과 약계 현안에 관해 이야기할 때면 약사 내부에서는 탄탄하던 논리가 여지없이 무너져 버리는 일이 많았습니다. 배경지식과 이해가 달라서 그랬겠지만 제 논리가 스스로 궁색할 때도 정말 많았습니다. ‘다른 것’과 부딪혀야 합니다 약대에 입학해서 어느 순간 의사가 ‘적’이 되어 있는 우리를 발견하고는 깜짝 놀란 적이 있습니다. 물론 직능 간의 마찰, 중복되거나 위임될 수 있는 역할 등 고려할 부분이 많습니다. 하지만 본질은 ‘면허’입니다. 약사에게 면허라는 배타적인 권한이 부여되는 것은 배타적인 권한을 더욱 강화해나가라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다른 전문 직업군과도 협업하고 소통해 국민을 위해 일할 때 배타적 권한이 권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배타성은 주장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사회적 인정을 위해 역량을 쌓고, 다른 직능 및 국민과 소통, 경청, 협업, 토론하며 직능을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너무 이상적인 걸까요. 물론 직능 간의 권력을 무시할 수는 없으므로 약대생 때라도 학부 시절 다양한 학과와 교류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필수로 한다면 좋겠습니다. 적어도 보건의료계열의 전공 학생들끼리 환자 중심으로 토의하며, 각자의 직능을 깊이 이해하고 상호 존중할 수 있는 시간이 꼭 필요합니다. 이렇게 편견이 없었던 시간은 졸업 이후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며, 협력과 연계에 익숙한 약사로 성장하는 데에 자양분이 될 것입니다. 저의 경우 한약제제를 더 깊이 공부하고 싶어, 한의사분들과 모임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이 모임을 통해 단순히 본초 및 방제에 대한 지식을 공유하는 것을 넘어 서로의 직업에 대해 잘 몰랐거나 오해하고 있었던 부분에 대해 많은 대화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저도 한의사와 한의원의 역할 및 기능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면서, 약국과 한의원과의 협업에 대해서 깊게 고민하는 시간을 갖게 됐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글을 마치며 약사님들께서 약사가 아닌 색다른 직종의 분들과의 모임을 하나 가져보실 것을 제안합니다. 변호사, 금융업 종사자, 교사, 간호사, 의사, 수의사, 공인중개사, 세무사 등 어떠한 직군이든 좋습니다. 이러한 모임 속에서 약사에 대한 시선을 느끼고, 그 속에서 약사의 미래를 소통해 보면 어떨까요. 거기서 나온 영감과 아이디어들이 모여서 불안하지만 희망이 있는 약사의 미래에 대한 실마리를 발견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자체가 약사 직능에 대한 홍보가 될 것입니다. 수많은 모임 속에서 린치핀과 같은 역할을 하는 약사님들이 많아지길 바랍니다.2022-10-11 18:48:03데일리팜 -
[모연화의 관점] 지식·참여 위한 도구, 의약품 첨부문서(5)의약품은 임상시험을 시작으로 의약품 허가 및 등록 단계를 딛고 태어난다. 의약품 메시지도 임상시험, 허가, 등록 단계를 거쳐 의약품첨부문서(written medicine information)라는 법적 장치에 기록된다. 의약품첨부문서는 전문가에게만 공개되다가, 1988년 벨기에와 스위스, 1996년 미국을 필두로 일반인에게 공개됐다. 공개 방식은 의약품 패키지 안에 문서를 접는 종이 형태로 같이 포장하는 식이었다. 그래서 의약품첨부문서는 PIL(patient insert leaflet)으로 불리기도 한다. 필자는 의약품 메시지를 연구하며, 많은 사람에게 의약품첨부문서가 담고 있는 메시지 하나하나를 수용자 중심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때마다 자주 듣는 질문은 “누가 그걸 보나요? 대부분 그냥 버리지 않나요?” 였다. 사실 패키지 안에 들어 있는 (여러 번 접힌) 그 종이를 펴서, 돋보기를 들고 세세히 읽어보는 사람의 수는 적을 거로 생각한다. 하지만 의약품첨부문서에 기록된 모든 단어는 쪼개고 쪼개져, 다양한 채널에서 수많은 콘텐츠로 사람들에게 노출된다. 예컨대 초록창에서 의약품 이름을 검색하면 약학정보원이 디지털화한 의약품첨부문서의 내용을 볼 수 있다. 오프라인에서 환자에게 전달되는 서면 정보 역시 의약품첨부문서의 메시지를 기준으로 생성된다. 의사나 약사가 환자에게 말로 전달하는 정보도 다르지 않다. 우리 역시 인서트(PIL)를 중심으로 공부하지 않는가. 게다가 다수의 콘텐츠 생산자들은 각자의 선호도 및 지식을 바탕으로 의약품첨부문서에 적힌 효능, 부작용 및 주의사항 메시지를 재가공해 다양한 채널로 전파하고 있다. 한편, 건강 기관은 공개된 의약품 메시지가 의약품에 관한 환자의 지식을 높여 환자와 전문가 간 커뮤니케이션을 도울 것이라 기대했다. 일반인들 역시 의약품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핵심 정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적으로는 의약품첨부문서는 건강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커뮤니케이션 도구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전문 용어(technical language) 사용이다. 의, 약 전공자에 의해 개발된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읽을 수 있을지언정 이해하기는 어렵다. 둘째, 법적으로 규정(legislated format)된 형태를 수십 년째 사용하고 있는데, 수용자 UI/UX 전략 없는 디자인이기 때문에 상호작용성(interactivity)이 부족하다. 그 결과 일반인들은 문서와 상호 보완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어렵다. 셋째, 사람들이 기대하는 목적과 제공되는 정보 사이에 틈이 존재한다. 사람들이 의약품 정보에 관한 공개를 원한 이유는 '의사 결정'을 위해서이다. 오랜 기간 의약품 첨부문서를 연구한 로버트 밴더 스티클(Robert Vander Stichele)은 사람들이 의약품첨부문서를 의, 약사와의 상담과 대체할 수 없다고 평가하는 것에 주목했다. 그는 사람들이 의, 약사와 더 깊게 대화하고, 치료 과정에 참여하고 싶어 하므로 정보를 원한다고 설명했다. 더 나아가 사람들은 의, 약사와 “함께” 의약품 메시지를 읽길 원한다. 그리고 약의 복용 관련한 결정(얼마나 오래 먹어야 하나, 부작용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하나)에 “참여”하길 원한다. 종합하자면 사람들이 정보를 받았다는 사실 그 자체에는 큰 가치를 두지 않음에도, 현재 의약품첨부문서는 (쭈뼛거리며) '나는 의약품 메시지 줬어. 할 일 했어'라고 시무룩하게 말하는 듯하다. 그것을 바탕으로 생성되는 다양한 복약안내문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보를 열심히 쌓아서 보여주는 데만 시간과 노력을 많이 쏟고, 그것을 읽어야 하는 사람들의 일상, 사람들의 심리상태를 이해하는 데는 노력을 덜 하는 것이다. 이러한 근시안적 사고는 의약품 메시지의 시작점부터 현장까지 전반적으로 볼 수 있다. 의약품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의약품을 사용하는 사람들과 단절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환자 중심(patient-centered or patient-focused) 약료는 의약품에 관한 이해가 상호 보완적일 때 현실화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상향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인간 인지 구조의 약점과 정보 처리 과정의 한계를 메시지 디자인에 반영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방금 무언가를 읽은 거 같은데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느낌으로 귀결될 뿐이다. 마지막으로 의약품첨부문서는 의약품 메시지의 원천으로서, 환자의 지식과 참여를 위한 도구라는 것을 기억하자. 그리고 의약품 메시지가 오해되지 않고 이해되는 것에서 치료 시너지가 생긴다는 것도 참고하자.2022-10-05 08:59:37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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