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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연화의 관점] 약효의 시간적 거리감과 메시지 전략(13)

  • 데일리팜
  • 2022-12-21 09:50:28

지금(now), 여기(here), 나 자신(self)은 어떤 대상에 관한 거리감을 식별(identification)하는 사람들의 기준이다. 예를 들어 시간상으로 내일은 가깝고, 10년 뒤는 멀다. 공간적으로 대한민국은 가깝고, 아프리카는 멀다. 사회적으로 내가 속해 있는 그룹은 가깝고, 나랑 관계없는 그룹은 멀다.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지금-여기-나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할 대상과의 심리적 거리감을 계산한다.

이러한 심리적 거리감은 사건과 대상에 관한 판단 및 해석에 영향을 미친다. 예컨대 당장 내일 어딘가로 떠난다고 가정을 해보자. 어디에서 무엇을 먹을지, 무엇을 할지, 준비물은 무엇을 챙길지, 구체적이고 방법론적인 생각이 떠오를 것이다. 반면 10년 후 여행을 상상해보자. 구체적인 방법보다는, 정말 원하는 여행은 무엇인지, 추구하고 싶은 의미는 무엇인지, 무엇을 경험하고 싶은지 등 목적 지향적인 생각들을 하게 된다.

해석수준이론(construal level theory)은 거리감에 따른 심리적인 표상, 즉 가치를 두는 영역이 달라진다는 것을 검증하며, 구체적이고 방법론적으로 대상에 관해 생각하는 걸 하위-해석수준, 추상적이고 목적론적으로 대상에 관해 생각하는 걸 상위-해석수준이라 명명했다. 하위해석수준인 경우 현실적이고 실행 가능한지 등에 가치를 두고, 상위해석수준인 경우 본질적이고 바람직한지 등에 가치를 둔다.

이러한 해석수준이론은 심리적 거리감과 해석수준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메시지 전략에 활용된다. 이를테면, 가까운 거리감일 때는 행동 방법을 강조하거나 실행 가능성을 제시하는 하위해석수준 메시지가 좀 더 설득적이고, 먼 거리감일 때는 행동 목적을 강조하거나 바람직성을 말해주는 상위해석수준 메시지가 좀 더 설득적일 수 있다고 이론은 설명한다.

이러한 이론을 적용해 금연 메시지를 도출해 보자. 내일부터 당장 담배 끊기를 시작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구체적인 방법론(약의 종류, 처방 방법 등) 위주의 메시지가 금연의 이유나 목적을 강조하는 메시지보다 더 설득적일 것이다. 반면, 아직 금연을 먼 미래처럼 느끼는 사람에게는 금연의 바람직성, 이유, 목적과 같은 추상적인 메시지가 더 설득적일 것이다.

이번에는, 의약품 메시지에 해석수준이론을 적용해보자. 의약품은 효능에 따라, 다른 시간적 거리감을 만들어 낸다. 구체적으로 진통제는 복용 후 15분~30분 안에 통증이 억제되는 효과가 나타난다. 반면 고혈압약은 복용 후 자각 증상은 없지만, 장기간 복용 후에 심혈관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약이다. 즉, 전자는 시간적 거리감이 짧고, 후자는 길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진통제 복용을 설득해서 해야 하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고혈압약과 같은 만성질환 약은 장기간의 꾸준한 복용을 설득해야 하는 경우가 제법 있다. 이러한 순간에 메시지 전략이 필요하다. 어떤 메시지가 적당할까? 해석수준이론을 적용해보면, 고혈압약은 시간적 거리감이 멀기 때문에 이유, 목적, 바람직성의 요인을 갖춘 메시지가 사람들의 심리적 거리와 궁합이 좋을 거라 가정해볼 수 있다.

해석수준이론과 메시지 전략에 관한 강의를 하고, 약사들에게 고혈압약에 관한 복약 이행 설득 메시지를 도출해 보라고 하면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서 고혈압약을 꾸준히 드세요"라는 메시지가 가장 많이 나온다. 앞서 시간적 거리감이 멀 때는, 목적을 강조하라는 부분에 기대어 나온 메시지로 판단된다.

약사들은 가능성이 좀 더 높은 정답을 취하는 이과적인 방식에 최적화되어 있어, 메시지 정답의 정답도 이론이 확실히 말해줄 거로 생각한다. 하지만 이론은 어떤 개념을 설명할 때, 정답 찾기처럼 설명하지 않는다. 예컨대, 해석수준이론은 상위-해석수준의 특징을 "단순성, 구조화, 핵심성, 상위가치, 바람직성" 등으로 다양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론이 개념을 다양하게 제시하는 이유는 맥락에 맞게 이 모든 것을 잘 고려해야 수용자에게 닿을 수 있는 메시지가 나오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서 고혈압약을 꾸준히 드세요"라는 메시지를 평가해 보자. 약사는 고혈압의 합병증을 생생하게 상상할 수 있지만 일반인들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합병증이라고 똑같이 읽지만, 예측할 수 있는 범위는 다를 수 있다. 그래서 필자는 고혈압약의 목적 중 최상위가치를 합병증보다는 고혈압약 논문들의 종속변인인 사망률 저하로 규정하고, 언어화해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 고혈압약을 꾸준히 드세요."로 도출했다. 어떠한가? 메시지 수용자로서는 사망률이라고 하니, 좀 더 생생한 느낌일 것이다.

그런데 뭔가 바람직한 핵심이라는 느낌은 덜 들지 않는가? 커뮤니케이션학 교수인 로빈 나비(Robin L. Nabi)는 건강행동의 지속성을 위해서는 희망과 같은 긍정적인 감정 생성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필자는 "사망률을 낮추기 위함"이라는 메시지에 긍정성을 부여하기 위해, “수명 연장 혹은 생명 연장”을 덧붙이는 시도를 했다.

결론적으로 수십 번의 시도 끝에 해석수준이론을 적용한 고혈압약 설득 메시지는 다음과 같이 도출되었다. "고혈압약은 혈관 손상에 의한 사망률을 낮추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필자는 이 메시지를 상위해석수준 메시지라 명명하고 방법을 강조하는 하위해석수준 메시지와 비교해서, 어떤 메시지가 만족도와 복약이행의도를 높이는지 검증했다. 방법을 강조한 메시지는 "고혈압약은 하루에 한 번, 비교적 같은 시간에 의사가 지시한 용량을 자르거나 쪼개지 않고 복용하도록 합니다. 고혈압약은 식사와 크게 관계없이, 한 컵의 물과 함께 복용하는 것을 권장합니다."였다.

1,200명을 대상으로 두 메시지를 보여주고, 어떤 메시지가 더 만족스러운지, 어떤 메시지를 보았을 때 복약 이행 의도가 높아지는지 비교했다. 그 결과, 예상대로 시간적 거리가 먼 경우(고혈압약의 복용 결과가 미래인 경우) 복용의 목적과 바람직성을 강조한 메시지가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리하자면 이론은 메시지의 방향성은 알려준다. 그런데도, 그 방향에 맞춰 가장 적당한 메시지를 도출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조금 더 나은 메시지, 수용자에게 닿을 수 있는 메시지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이론과 이론을 구성하는 적확한 개념을 알아야 할 뿐 아니라, 수용자의 맥락을 파악하기 위한 시도 역시 (생각보다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적한 설득 즉, 질병 예방 및 치료를 위한 설득을 위한 메시지를 도출하는 연습은 약사들에게 필수 불가결해지고 있다. 현장에서 약사와 사람들을 잇는 건 커뮤니케이션이고, 그것이 건강 결과를 만들고, 결과는 내 업의 이유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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